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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7) ...지도자의 일탈, 추락하는 제주(상)

최근 곳곳에서 들려오는 우 지사의 기행(奇行)과 일탈(逸脫)의 나팔소리가 선거의 계절임을 절감케 한다. 성희롱과 불출마 번복,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과의 내면거래설 의혹과 박 대통령의 입당권유 발언 파장에 이어 읍·면 순시에서도 여전히 의혹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순수성과 정상성을 상실한, 느닷없는 '저인망식' 읍·면·동 연두 방문은 선거 공정성 훼손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8월 선거운동 시비를 불식하기 위해 시․군 순방 계획을 전격 취소했던 홍준표 경남 지사의 처신과 크게 대비된다.

 

행정시장 몫까지 챙기다 보니 ‘친절한 도지사’라는 비아냥 거림도 나온다. 돌부처상에 대한 특혜 의혹은 제주 사회를 희화화까지 한다. 부질없는 인간의 권력욕심 때문에 죄 없는 돌부처가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민들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는 불출마 공약을 내팽개치고 고위 공직자들을 앞세워 불법선거 운동을 부추긴다면 이는 도민의 기억을 우습게 보고 사기행각을 하는 거나 다름없다.

 

온갖 기행과 일탈이 서슴없이 터져나오는 공약과 버무러지면서 제주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지도자의 덫에 걸리고 패거리들의 벽에 부딪혀 제주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우려다. 이런 퇴행의 근저에 지도자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기 막힐 노릇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임기 내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운 건 재출마를 위한 번뇌였다는 생각이 든다. 5번이나 권좌에 올랐던 이가 이래도 되는 것일까? 수치스런 일로 전국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제주 도민들의 심정은 사실상 ‘멘붕’이다.

 

기행과 일탈로 도정이 권위 상실로 이어지면서 현직 지사 임기 내내 제주는 ‘지지부진과 지리멸렬’의 닫힌 사회 그 자체가 됐다. 민심과 시대정신의 외침에 부응하지 못한 서투른 도정 운영이 재임 4년을 허송세월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도정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허송세월만 하는 도정”이란 소리가 이어진다.

 

이쯤에서 ‘도민이 행복한 국제자유 도시’라는 도정 슬로건이 무색해진다. 그의 현재의 모습과 정책은 선거 당시 도민과의 약속과는 다른 것 같다. 도민을 정치의 주인인 ‘갑’이 아니라 갑의 종속인 ‘을’의 생태계로 치부해 버리는 독선적 언어도 난무한다. 도민의 자존이 무너질 판이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지도자의 일탈 행위

 

지도자의 일탈에서 교훈을 배우고 제주 발전을 위한 혜안을 다시 찾아야 할 때다.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실패한 국민은 불행한 미래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지난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제주 사회가 올바른 가치관과 비전· 통찰력·혜안을 갖춘 지도자를 알아내고 가져야 하는 이유다. 제주의 명운을 가르는 중차대한 시기에 지지부진․지리멸렬만 반복할 순 없기 때문이다.

 

제주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자체로 추락하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우리였기에, 그 충격은 더할 나위 없이 크다. 지난 한해 제주도 가구 평균 소득이 전국 꼴찌라는 통계청의 발표는 현 도정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절망을 갖고 온다.

 

 

도민의 소득증가 추세가 전국평균과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것은 제주 경제가 유례없는 장기 침체와 구조적인 저성장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제주사회가 빈곤화 성장의 문제에 더해 ‘다 같이 못 사는’ 포괄적 하향화(race to the bottom)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제주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젊은 노동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기 시작했다. 핵심생산인구의 감소는 제주 생산가능층의 허리를 휘게 하며 젊은 세대의 미래를 암울하게까지 하고 있다. 고령세대에 대한 부양부담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후 연금과 복지체계 등이 모두 현재의 기득권 세대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데 있다.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면서 고령층을 부양해야 하는 이중고를 감내해야 하는 까닭이다.

 

벌써부터 신용 불량자 신세로 전락해 어깨가 축 처진 채 사회 한 구석으로 내팽겨지는 제주 젊은이들의 모습은 보릿고개 마루의 살기 팍팍하고 고단했던 그 시절의 아린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대로라면 젊은 세대와 기득권 세대 간의 ‘세대전쟁’은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지도자의 일탈로 가장 못사는 지자체로 추락한 제주

 

이처럼 지금 제주를 둘러싼 제반 상황을 보면 제주는 바람 앞의 등잔불 신세다. 앞으로 우리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제주는 여기까지 정말 힘들게 왔다. 도세(道勢)가 약한 우리는 국가 발전과정에서 적지 않은 소외와 굴욕을 당하고 집권세력과 갈등을 겪으면서 달려왔다. 어쩌면 제주 사회는 지금 이러한 과정의 여파로 사회 활력이 떨어지고 사회병리 현상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지 모른다.

 

성장은 둔화되고 공동체적 유대감은 내분과 갈등의 덫에 갇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해지고 있다. 특히 빈곤화 성장에 따른 사회의 양극화로 박탈감과 고통에 시달리는 저소득 서민층이 늘어나면서 점점 절망의 절해고도로 다가가고 있는 듯하다. 외부 환경변화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제주경제가 어지러운 도내 사정에 허덕대다가 결국에는 최악의 사태를 맞는 게 아닐까 심히 걱정된다.

 

문제는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질곡의 구습을 타파하고 당면한 위기극복과 새로운 성장전략을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제주 사회가 제왕적 권력으로 비대화한 지도자 폭력의 트라우마로 점철된 굴레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로 인해 4․3사건,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 등 숱한 역경과 많은 고비를 슬기롭게 넘어온 우리는, 요즘 제주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팽배한 위기감과 패배의식, 무기력증과 소외감 속에서 망연자실한 상태로 있다. 혼란과 갈등은 도민들을 어둡고 참담한 좌절과 절망의 긴 터널 속으로 내몰며 앞으로 더욱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우울한 암시를 드리울 뿐이다.

 

이처럼 제주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매우 엄중한 가운데 저성장 속에 포괄적 하향화에 직면한 위기의 제주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가난을 접하는 도민들의 생각이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절대 빈곤의 시대를 지나 양극화 문제가 대두하면서 상대적 빈곤감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가난을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론 극복할 수 없는 사회적·구조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저성장 탈출 경제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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