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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10) ... 안가정치 연상하는 도지사 공관정치

공공성은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공공성은 사회를 떠받쳐주는 기둥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공공성은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다. 공공성이 무너지면 국가 공동체가 무너지고 사회가 각박해지며 우리의 삶에도 많은 해악을 초래한다. 지도자가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공공성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를 실천해야만 하는 이유다.

 

공공성 회복을 위해서는 소아를 버리고 대의를 추구해야 하며, 이는 철저한 소명의식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소명의식을 가진 자만이 공공의 선을 위해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명의식의 유무가 과거사를 바라보는 독일과 일본의 국가적 자세와 그 사죄의 방법을 갈랐다.

 

독일의 대표적인 종교사회학자인 칼 프리츠 다이버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공성의 회복임을 강조한다. 모두가 공공의 선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권력의 사유화로 공공성 훼손에 앞장서는 지도자들

제주 사회의 공공성 구현 수준은 어떠한가?  탐욕적 이기주의 지도자와 그 패거리들이 제왕적 권력을 악용, 제주 사회를 사유화하면서 도민이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공동체와 공공성을 위해(危害)하고 있다.

 

특히 지도자의 기행적 일탈은 공공성을 뿌리째 흔들어 제주의 근간까지 훼손시키고 있다. 제주 사회 어느 곳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데가 없다며 혀를 차는 사람들이 적잖다.

 

성추문과 불출마 공약 폐기, 지역경제 추락, 청렴도 꼴찌, 관권선거 논란 등이 제주 사회를 암울하고 거친 분위기로 만들어 지도자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문제는 일탈 행위에 대해 죄의식이 없고, 수치심이 없고, 자기 탓이 없다는 것이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무너진 제주 사회의 공공성은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처절하게 성찰하고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지휘를 해야 할 지도자가 바로 이 굴레에 갇혀 있으니 기대는 난망일 듯하다.

 

 

이들 집단은 재임기간 중 훼손된 공공성을 바로 잡기는 커녕 사익편취에 목을 매며 제주 사회를 분열시키기에 바빴다. 이들이 정상적이라면 등 돌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치열한 자기반성과 혁신을 꾀하는 흉내라도 냈을 것이다. 도민의 삶은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기에 그저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자신들만의 나팔을 불어댄 것이다.

 

최근에는 탐라게스트 하우스를 관사로 이용하면서 또 다른 공공성 훼손의 논란거리를 생산해 내고 있다. 이는 전제군주 시대의 구중궁궐과 안가(安家)정치를 떠오르게 한다. 안가는 음습하면서 퇴폐적인 공간으로 각인돼 있다.

독재정권 시절엔 기업인을 불러다가 겁을 주고 뇌물을 받는 밀실정치와 부패정치의 산실로 통했다. 권력자들은 집권 후반기 지지율이 추락하거나 민심 이반이 일어날 때 자신의 측근들을 모아놓고 대책을 강구하는 장소로 활용해 왔다.

 

위압적인 분위기를 거스르고 직언을 할 수 없는 이런 공간에서의 대화는 권력자에 대한 예찬론 일색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부추기며 구시대의 논리에 집착하는 시대착오적 수구 인사들과 국가 융성을 위한 대전환의 역사(役事)를 논할 수는 없다. 안가가 무용한 이유다. 김영삼 대통령은 권위주의를 타파한다며 1993년 안가를 모두 폐쇄했다.

 

그의 관사 거주 고집은 연간 수 천 만원의 도민 혈세를 생활비로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전임 도정의 완전 개방과 대부분 단체장들이 관사를 복지·문화시설로 전환해 주민에게 돌려주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선거를 앞두고 수상한 모임의 장소로 전락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최근 측근들을 관사로 불러 모아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알려졌다.

 

제주 사회의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도민에 돌려주던지 여타 기관처럼 공관 운영비를 자신이 부담함이 정당하다. 오늘도 음습하고 폐쇄적인 이미지로 덧씌워진 탐라게스트 하우스에선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라는 퇴행적 소리만이 들리는 듯하다.

 

공공성 발굴과 회복에 도민이 직접 나서자

 

공공성 회복은 제주 사회의 존립이 걸린 중대사다. 지도자는 물론 도민들도 공공성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실천과 연대를 통해 사회적 공공성 회복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특히 도민은 제주사회 권력의 주인으로서 권력 집단이 권력을 사유화하거나 공공성을 훼손하는 경우에는 이들을 질책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이는 주권자로서 도민의 의무이며 권리다.

 

공공성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때 건강하고 바른 사회가 열린다. 우리는 공공성을 훼손하는 제주 사회의 적이 누구인지, 무엇인지를 찾아내 이를 극복하여야 한다.

 

공공의 선의 추구는 정직에서 시작된다. 우리 모두 편법과 꼼수와 거짓을 버리고 정직의 대로를 걸으며 공공성 발굴과 회복에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자.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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