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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의 '제주를 말한다'(10) ... 제주개조 청사진을 기다린다(1)

 

경쟁적으로 선심성 공약 보따리 푸는 제주 정치

제주를 둘러싼 제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성장은 둔화되며 전국 최하위로 추락하고 있고 공동체적 유대감은 내분과 갈등의 덫에 갇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6·4 지방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선심성 공약 보따리를 풀어 표심을 흔들고 있다. 이들에게서 제주의 미래를 염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은 한 세월 잡아보겠다고 앞 다투어 선심을 찾아나서며 지금 당장 유권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별로 지킬 생각도 없이 표심만을 잡으려 애당초 현실성 없는 약속을 내걸었거나, 실현 가능한 공약인데도 선거 이후 마음이 바뀌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포퓰리즘에 편승한 일탈적 선심 공약들이다.

 

이는 도민 혈세로 선물 돌리겠다는 얌체성 약속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선심 공약엔 무리한 재정 투입이 뒤따른다. 재정은 도민들이 내는 혈세이기에 선심 공약이 세금 도둑이 되지 않도록 도민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선심성 선거 공약은 필연적으로 도민 살림 축낸다

 

지방선거에서의 무지갯빛 선심성 날림 공약은 필연적으로 해당 자치단체에 치명상을 안기게 된다. 용인 경전철, 인천 월미 관광철도, 태백 오투리조트,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경인 아라뱃길 등 자치단체 부실사업의 대표적 사례는 대부분 선거과정에서 돌출한 인기영합 및 치적쌓기용 엉터리 공약 때문에 생긴 것이다.

 

 

특히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장밋빛 약속을 내걸며 수조원대 사업을 벌였다가 지역경제를 살리기는 커녕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로 쑥대밭이 된 경우도 많다. 한쪽에선 대형 개발사업 추진공약이, 다른 쪽에선 부숴버리자는 공약이 동시에 나온다. 드림타워 등 대형 건설사업에서 온갖 특혜성 논란을 빚고 있는 제주도정이 곰곰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출범 초기부터 공약 불이행 시비로 시끄러웠다. 표심 잡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재정소요 규모 등 공약 점검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에 있어 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소요 및 조달 방안을 명확히 밝힐 의무가 없기 때문에 공약 부풀리기 경쟁은 더욱 심화된다. 빚더미는 다음 세대에 넘겨지고 그 빚의 혜택을 입는 현 세대의 귀엔 쓴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낙선 후보는 공약 실천의무가 자동적으로 소멸되기 때문에 공약 불이행 시비는 당선자에게로 국한되며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 간다. 선거때 마다 선심성 날림 공약이 남발되며 고질화되는 이유다. 도민 살림만 축내는 무리한 공약은 빨리 접어야만 한다.

 

저조한 우근민 도정 공약 이행 실적

 

임기 절반을 넘긴 민선 5기 전국 시·도지사들의 공약 이행 여부를 분석․평가한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었었다. 당시 우 지사의 공약 이행률은 전국 16개 시·도지사 중 꼴찌였다. 심지어 일자리 2만개 창출과 해외수출 1조원 등 일부 핵심공약의 경우 억지로 숫자 맞추기를 하면서 실적 부풀리기에 나서 웃음거리가 되는 사례도 있었다. 숫자에 대한 의욕만 앞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을 내세워 도민을 기만한 셈이다. 결국 우 지사는 가장 낮은 C등급으로 평가됐다. ‘도민이 행복한 국제자유도시’의 슬로건을 무색케 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가 민선 5기 전국 시․도지사의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우 지사에 대한 평가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해군기지 갈등의 합리적 해결 공약은 지역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그 내용이 이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2만개 일자리 공약도 순조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셋째, 수출 1조원 달성 공약 역시 각종 정책들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아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넷째, 주민 소통에 대해서는 공약 이행과정에서 발생한 주민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하지 못했다. 다섯째, 대규모 개발공약의 기조도 제주도의 역사와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우 도정의 일탈은 이처럼 선거공약에까지 이어졌다. 부도난 기업의 어음처럼 나뒹굴고 있는 자신의 선거공약을 보고 있는 도민들의 심정이 어떠한지 우 도정은 제대로 헤아리고나 있을까. 도민과의 약속 존중은 애당초 없었던 것이 아닐까. 우 도정에 대한 도민의 신뢰가 무너졌음이 곳곳에서 쉽게 감지되는 이유다.

 

가짜공약 빨리 접고, 도민 먹여 살릴 콘텐츠를 제시해라

세계화와 정보화의 확산으로 지구촌의 소득격차 확대와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다. 중산층이 무너지면 양극화의 심화 및 경기 위축과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켜 자본주의·시장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안정된 국가, 선진국일수록 안전판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두텁다. 중산층은 정치·사회적 갈등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사회 안전판이자 경제 성장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비중이 높아야 소비 여력도 커지고, 안정적인 경제 운용이 가능하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중산층 붕괴를 막아야 하는 이유다.

 

지구촌 행복 국가의 공통점은 일자리를 얻기 쉬운 나라다. 행복국가 국민은 인생 마지막까지 일과 함께 자아를 실현하면서 행복한 삶을 즐긴다는 것이다. 일자리야말로 행복 국가를 위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요즘 우리 주변 정치인들은 자신의 공약으로 금방이라도 경제 낙원이 탄생할 듯 말을 해댄다. 하지만 무엇을 하겠다는 말만 있지 어떻게 그것을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없다. 이제 제주 정치인들은 사기성 선심 공약을 빨리 접고 제주 행복도시 건설을 위한 일자리 창출 공약을 제시했으면 한다.

 

도민 눈높이와 시대 눈높이의 통찰로 녹여낸 공약 제시해야

 

요즘 우리 사회에서 ‘국민의 눈높이’는 금과옥조와 절대선으로 통한다. 지난해 세법개정안 백지화 파동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데서 일어난 것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범세계적인 리더십 결핍 현상을 지적하는 글에서 “왜 세계에는 우리 시대의 도전에 맞서도록 그들 국민을 고무하고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이렇게도 없는 것일까”라고 한탄하면서 지도자들이 SNS 등으로 너무 많은 사람의 ‘소리’를 듣다 보니 결국 자신(自身)은 없어지고 그 '소리'에 갇히고 만다고 했다. 그는 지도자들이 여론에 함몰되다 보면 국민이 가야 할 길보다 국민이 당장 원하는 것에 매달리게 된다고 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 묻기 전에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물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온통 포퓰리즘에 중독돼 '주겠다'는 정치인만이 지천에 널려있을 뿐이다. 우리는 유권자에게 무엇을 주겠다고 하기보다 무엇을 할 것을 요구하는 그런 정치인들을 영영 가질 수가 없을까.

 

에바 페론은 외국자본 추방, 기간산업 국유화, 노동자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의료와 대학교육 무상지원 같은 획기적인 친서민 정책을 대거 추진해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국모이자 성녀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탄생한 포퓰리즘의 대명사 격이 돼버린 ‘아르헨티나 페로니즘’은 아예 국가를 망가뜨려 버렸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고용·연금·의료·세제 등의 개혁을 통해 ‘유럽의 병자'라 불리었던 독일을 유럽의 중심에 우뚝 세웠지만 정작 자신은 선거에서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이러한 ‘시대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춘 순교자적 정치 리더십이 독일 경제의 눈부신 성장의 근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제주 지도자들은 도민의 눈높이와 시대의 눈높이의 통찰로 녹여낸 공약을 제시하고 제주 사회를 끌고 나가야 한다. 포퓰리즘 지향적 공약은 장기적, 세계적, 개방적 안목을 무색케하여 제주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민들도 지금 당장의 달콤한 혜택보다 융성의 밝은 미래를 선택하는 데에 혜안과 역량을 모아야 한다. 포플리즘에 함몰돼 여론의 꼭두각시로 행세하는 줏대 없는 정치인보다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자신의 철학과 신념과 의지에 따라 처신하는 정치인에게 소중한 표를 주어야 한다.<2편으로 이어집니다>

 

고운호는?

 

=1979년 한국은행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주출신으론 처음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됐다.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3년간 재임하는 등 한국은행에서만 31년간 재직, 외길 금융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으로 재직중엔 지역경제의 콘트롤타워를 목표로 제주경제포럼을 출범,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대표 역을 맡아 제주의 경제와 미래방향 논의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제주본부장 재직시절엔 제주본부가 한국은행 지역본부중 최우수본부로 지정됐다. [제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외침]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자료를 냈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최근에도 활발한 저술과 기고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영훈 전 도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미래비전연구원의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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