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불거진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추진 과정에서 '뒷돈 거래'가 오간 의혹과 관련해 당시 사업자 측으로부터 수임료를 대납받은 변호사가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였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부지사 취임 전의 일이지만 변호사 수임료를 사업자 측으로부터 대납 받은 사실을 인지했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는 25일 "개발사업자인 제주동물테마파크 A대표로부터 불법적인 수임료를 받은 변호사는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공소장에 따르면 A대표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전 마을이장의 변호사비를 지난해 3, 4월 두 차례 각각 현금과 계좌로 ‘이도2동 고○○ 변호사’에게 대납했다"면서 "공소장에 드러난 사건번호를 확인한 결과 해당 변호사는 현 제주도 정무부지사인 고영권 변호사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당시 고영권 변호사가 수임한 두 사건은 이장 직무정지 가처분소송 및 A 대표이사와 전 마을이장에 대한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의 명예훼손 등에 관한 고발사건이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전 마을이장인 B씨는 마을주민에게 이장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소송과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자 동물 테마파크 사업자 측에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모두 950만원 상당의 변호사 선임료를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대책위는 "고 변호사는 고발 당사자가 아닌 사업자로부터 현금과 계좌로 수임료를 받아 사건을 수임한 것은 불법(배임수증재)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조한 명백한 ‘배임방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발사업자로부터 불법적인 수임료를 받고 범죄를 방조한 인물은 제주도정의 최고책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 대표와 도정 최고책임자의 불법적인 관계가 드러난 이상 제주도는 개발사업심의회를 다시 열어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 부지사는 사건을 맡은 것은 사실이나 당시 변호사 수임료를 입금한 사람이 사업자 측인 것을 몰랐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후 별도의 해명자료를 내고 "지난해 7월 정무부지사 지명 이후 사건 정리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알게 됐다"며 "수임료 대납 관련 내용은 경찰 참고인 조사를 거쳐 이미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고 정무부지사는 지난해 9월 1일 민선 7기 세 번째 정무부지사로 임용됐다. 하지만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중도 사임으로 인해 지난 8월12일 자동 면직된 후 37일 만에 정무부지사로 다시 임용됐다.
한편 제주동물테마파크는 2004년 사업 시행예정자가 지정된 후 17년간 표류한 사업이다.
2005년 제주투자진흥지구 1호로 지정된 후 2007년 1월 개발사업 승인을 받았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원 58만1050㎡에 종합휴양시설로 계획됐다. 하지만 재정난 등의 이유로 사업은 추진되지 못했다. 이후 사업자가 부도가 나는 등의 난항도 겪었다.
그러던 중 결국 2011년 1월14일 공사가 중단됐다. 2015년에는 장기간 공사가 중지된 이유로 제주투자진흥지구 1호 지정이 해제되기도 했다.
이후 2017년 12월18일 사업자가 바뀌고 기반공사와 부지정리 등의 목적으로 재착공에 들어갔으나 행정절차 논란과 환경 훼손 우려, 주민갈등 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2007년 처음 승인된 사업계획은 말, 돼지, 애완동물 중심의 테마파크 조성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바뀐 사업자가 2016년 인수한 이후 사자, 호랑이 등 맹수와 외래종 동물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사업계획 변경 절차를 밟았다.
도는 이에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검토를 통해 2018년 11월16일 “지역주민 및 람사르습지도시 관계자와 협의해 진행할 것”을 조건으로 했다
또 2019년 4월과 12월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변경에 따른 환경보전방안 검토 단계에서는 “핵심 쟁점인 반대대책위 주민 및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와의 협의내용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지난 3월에는 사업승인 마지막 관문인 개발사업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는 지난 23일 사업기간 연장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측이 제출한 새로운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제주시 조천읍 5만8000㎡ 부지에 축산체험시설과 숙박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동물테마파크는 그동안 국내 최초의 드라이빙 사파리와 동·식물 관람시설, 글램핑(60동), 호텔(76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지난 3월 개발사업 변경안이 부결된 후 사파리 사업을 포기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