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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톺아보기] 한라산의 방주, 곶자왈 (2)

 

생물종다양성과 생태계의 보고

 

혼자라면 올레길이 좋다. 그러나 같이라면 곶자왈이 좋다. 곶자왈에선 아무리 착하게 산 사람이라도 혼자 걷기 무섭다. 서늘하고 음습한 대기, 짙은 그늘과 자욱한 안개, 바위를 감싼 나무, 이따금 들려오는 정체 모를 소리, 등반로를 벗어나기 힘든 빽빽한 밀림 등.

 

곶자왈을 다니다 보면 궁금한 게 많다. 곶자왈에서만 볼 수 있는 바위, 머들, 숨골, 식물, 동물, 곤충, 파충류 등과 함께 돌 숯가마, 숯 막, 산전 터, 옹기가마 터, 노루 텅, 소 물통, 말 물통, 잣 성 등

 

벌써 몇 해 년 전 대학 입시 때문에 힘들어하는 딸을 위로할 겸 곶자왈로 갔다. 처음에는 딸 혼자 한참을 앞서 걷더니, 얼마 가다 멈춰 있었다. 분위기도 음산하고 도깨비가 있는 거 같고 해서 무서워 아내와 날 기다린 듯했다. 그보다 소리 없이 펼쳐지는 낯선 광경과 경관, 각종 동·식물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제주도는 삼다(三多)·삼무(三無)·삼보(三寶)의 섬이다. 삼다와 삼무는 다 아는 바와 같고, 삼보는 바다, 식물, 언어가 보물이라는 뜻이다. ‘식물의 보배’라는 말은 학자들이 제주도 식물을 연구한 결과, 좁은 지역에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분포하고 있음을 인식하면서부터다.

 

세계의 모든 섬은 동일 면적에 있어 대륙보다 훨씬 동식물 종류가 빈약하다. 제주는 그렇지 않다. 수직적으로 기후가 다양한 한라산 때문에 대륙보다 더 풍부한 종을 가지고 있다.

 

곶자왈 식물을 공부하던 4~5년간 거의 날마다 곶자왈에서 살았다는 송관필 박사에 따르면, 좁은 공간에 다양한 식물들이 살다 보니까 제주도에 있는 많은 식물이 곶자왈에 분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제주 섬 전체 면적의 약 6.1%를 차지하고 있는 곶자왈에, 제주 전체 생물 종의 46% 이상이 서식하고 있다. 125과 353속 544종 3 변종 2품종, 총 549 분류군이 살고 있다. 희귀 식물 32종 있다.

 

제주시 지역과 서귀포시 지역은 평균기온이 약 7도가량 차이 난다. 이로 인해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고 송 박사는 이어 말했다.

 

곶자왈은 기후적으로 난대 중부에서 온대 남부에 해당하는 곳이다. 난대 남부나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는 천량금, 탐라암고사리, 주름고사리, 개톱날고사리 등 여러 남방계 식물이 살고 있다. 한라산 표고 1000m 이상에서 볼 수 있는 좀고사리를 비롯하여 한반도 최북단 두만강이나 압록강에 서식하는 골고사리, 큰지네고사리 등 북방계 식물도 군락을 이룬다.

 

용암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식물상이 곶자왈에 서식할 수 있는 이유는 좁은 지역 내에서도 함몰지나 융기된 지역이 많아 지형변화가 심하여 미기후가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곶자왈에는 함몰지와 함몰지 사이에 동굴이 연결되거나 지하 깊은 곳까지 암반층이 연결되어 있다. 이 지역은 주변 외기 온도와 달리 겨울철은 따뜻하게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유지될 수 있어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공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곶자왈 바위층에는 항시 이끼가 자라고 습도가 높은 지역에는 무성한 양치식물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착생식물이 지면을 덮는 현상은 곶자왈에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경관이다. 함몰지인 경우, 광량이 적고 바람 영향에서 벗어나 시원하면서도 공중습도는 높아져 다양한 초본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 곶자왈의 바위층이 햇빛에 직접 노출되어 있거나 융기된 곳에서는 건조에 강한 식물이 있어 더욱 곶자왈의 종 다양성을 높여 주고 있다.

 

제주 곶자왈은 아무리 비가 내려도 빗물이 그대로 지하로 유입되는 토질이 형성되어 있어 지하수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지하수가 보온·보습 효과가 뛰어나, 지역에 따라 천량금을 비롯해 개가시나무, 가시딸기, 제주고사리삼 등 희귀 특산물이 자생하고 있다.

 

세계적 희귀종인 제주고사리삼은 거문오름이 만든 곶자왈에서만 확인되는 멸종위기종이다. 여름에는 햇빛을 가려주고 겨울에는 햇빛이 포근히 감싸주는 낙엽활엽수 하부, 물이 고였다가 서서히 빠지는 지질구조를 갖는 독특한 환경에서만 자생한다.

 

곶자왈에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이유는 곶자왈이 외부 지역보다 생태적으로 양호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숲 내 습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곶자왈은 생물 다양성이 잘 보존되어 있다 보니 자연스레 먹이의 개체 수가 많고 휴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희귀종인 운문산반딧불이도 곶자왈에서 대거 서식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비바리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팔색조와 긴꼬리딱새가 곶자왈에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


낭은 돌 의지, 돌은 낭 의지

 

곶자왈에서는 나무뿌리가 돌을 감싼 형태를 자주 볼 수 있다. 흙이 부족해 뿌리로 돌을 감싸 견디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제주 사람들은 ‘낭은 돌 의지, 돌은 낭 의지’라고 했다. 나무는 돌에 의지하고 돌은 나무에 의지한다는 의미이다.

 

곶자왈에는 돌이 가득해 나무뿌리가 아래로 뻗지 못하고 옆으로 뻗는다. 곶자왈에서는 공중습도는 높지만 표토층이 거의 없어 대부분 나무 씨앗은 바위틈이나 심지어 바위 위에서 발아한다. 발아한 나무는 더 깊은 토양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 길게 발달하는데 대부분 뿌리는 바위 사이로 드러나 있다. 그래서 곶자왈 나무들은 성장 속도가 느리다.

 

구좌읍 김녕리 민요 ‘해녀 노 젓는 소리’가 있다. 이 민요에 “노(櫓)가 부러지면 선흘곶에 곧은 나무가 없을 소냐?”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해녀들이 물질할 때 타고 나가는 배의 노가 부러지더라도, 선흘 곶자왈에 가면 얼마든지 새로운 노로 쓸 나무를 구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곶자왈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1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수목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용도에 맞게 적절히 이용되었다. 개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은 주로 가옥이나 어구, 등에 사용되었다. 윤노리나무, 조록나무, 자귀나무, 솔비나무 등은 농기구에 주로 이용되었다.

 

곶자왈에 서식하는 대표 종으로 종가시나무와 때죽나무가 있다. 종가시나무 맹아림은 저지곶, 선흘곶, 산양곶, 화순곶, 애월곶, 김녕곶 등을 대표하는 식생으로, 표고 50~200m 사이에 주로 분포한다. 종가시나무 맹아림에는 높이 약 10m의 종가시나무가 우점하며, 개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녹나무, 아왜나무, 센달나무, 동백나무, 백서향, 남오미자 등의 상록수가 빽빽이 숲을 이루고 있다.

 

때죽나무 맹아림에는 때죽나무, 단풍나무, 곰의말채, 산유자나무, 팽나무, 천선과나무, 이나무, 예덕나무, 무환자나무 등 낙엽수가 중심이 되어 숲을 이루고 있다. 이외 곶자왈의 가장자리에 산유자나무나 이나무 등 낙엽수가 숲을 이루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천사나래 주간활동센터 시설장을 맡아 일하며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제주한라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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