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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톺아보기] 남방큰돌고래와 해녀의 각별한 사이 ... '생태법인' 제1호 지정 추진

숨겨진 제주섬 이야기 뭉치를 펼칩니다. 그동안 알았던 제주가 아닌 신비의 세계 뒤에 숨겨진 제주의 이야기와 역사를 풀어냅니다. ‘제주 톺아보기’입니다. 그렇고 그렇게 알고 들었던 제주의 자연·역사, 그리고 문화가 아니라 그 이면에 가리워진 보석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사회사·경제사·사회복지 분야에 능통한 진관훈 박사가 이야기꾼으로 나서 매달 2~3회 이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남방큰돌고래와 해녀의 공생

 

남방큰돌고래와 해녀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물질하는 해녀에게 다가와 장난치기 때문이다. 해녀 주변을 헤엄치거나 테왁(공 모양 기구)을 툭툭 건드리기도 한다. 물질하다 보면 주위를 유유히 돌 때도 있다. 문어를 잡아 테왁에 넣어두면 남방큰돌고래들이 지나가다가 테왁 사이로 삐져나온 문어 다리를 떼먹기도 한다.

 

강애심(71) 제주해녀협회 전 회장은 “물질을 하다 보면 일 년에 한두 번은 물장구를 치거나 가까이 오는 장난기 많은 돌고래와 마주친다. 대단히 영리하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익숙하지만, 상어일 수도 있어 만날 때마다 매번 놀란 후 안도의 한숨을 쉰다”고 했다.

 

강 전 회장은 이어 “돌고래가 인간 말을 알아듣는지는 모르지만, 뛰어올라 놀라게 하지 말고 ‘물알로(물 아래로) 가라’고 여러 번 다그치면 신기하게도 물 아래로 들어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대 김병엽 교수는 제주대학교에서 돌고래 연구로 수산학 석·박사를 딴 제주 토박이다. 일 년 중 약 150일을 바다에 나가 고래를 관찰하고 연구한다. 그는 연구원들과 날씨가 좋으면 아침부터 해 질 때까지 바다로 나가 돌고래 서식환경과 상태를 계속하여 관찰하고 있다. 해양동물 생태환경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있다.

 

그는 특히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또 다른 멸종위기종 돌고래 상괭이의 서식환경 조사, 이상증세 관찰, 사체 부검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 등지느러미 형태와 혈관 줄기, 몸에 난 상처 자국 등이 개체별로 다른 점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돌고래별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연구에 활용한다.

 

‘제주 다큐’ 대표 오승목 감독은 남방큰돌고래의 서식과 활동을 관찰하고 모니터하기 위해 거의 매일 해안도로를 샅샅이 누비고 다닌다. 다행히도 그의 낡은 사륜구동차와 드론 장비 덕분으로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세세한 활동을 하나하나 다 식별하여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그때그때 SNS에 올려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태생이 과묵한 그도 남방큰돌고래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할 말이 많다.

 

남방큰돌고래 생태관광의 비극

 

제주 바다에서 오랫동안 평화롭게 공존해온 해녀와 남방큰돌고래가 해양생태계 변화와 생태조건 악화, 난개발 때문에 부딪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다 난개발이 심해지면서 서식처가 줄어든 남방큰돌고래들이 양식장에서 버려진 물고기가 많고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대정읍 앞바다에 모여들고 있어 이곳 해녀들이 전에 없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곳 해녀들은 “돌고래들이 물고기를 다 잡아먹는다”, “해녀가 우선이냐, 돌고래가 우선이냐, 돌고래 때문에 물질을 하지 못하겠다”라고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해녀와 남방큰돌고래의 지속 가능한 공존 방안이 슬기롭게 모색되어야 하는 처지다.

 

남방큰돌고래 생태관광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돌고래들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가 있어 마을 어촌계에서 이를 잘 활용하면 이게 앞으로 커다란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대정읍 해안 노을로에서 고산 수월봉까지 해안도로에 있는 각종 카페나 펜션, 편의점들은 대부분 ‘돌고래가 제일 잘 보이는’, ‘돌고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와 경관을 내세우고 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보기 위해 서귀포시 대정읍을 찾는 관광객들의 늘어나면서 남방큰돌고래 해안이 몸살을 앓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를 보기 위해 쉴 새 없이 오가는 관광 선박이 문제 되고 있다. 관광 선박들은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지 않고 계속 가까운 거리에서 졸졸 따라다니며 남방큰돌고래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

 

관광 선박뿐 아닌 제트스키와 소형선박들도 남방큰돌고래를 목격할 경우 지나치게 가깝게 다가서는 경우가 많다 보니 스크루에 걸려 등지느러미가 잘려나가거나 선박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먹이활동에 지장을 받을 위험이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오랜 시간 제주도민과 함께 살아온 소중한 자연 공동체다. 해양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동물이며 우리나라에는 제주 연안에만 유일하게 서식하고 있을 정도로 희귀하다. 얼마 전부터 남방큰돌고래 개체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생태법인’을 지정해 제주 연안 정착 종인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자는 방안이 환경단체와 지자체가 나서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법제화하고, 2025년에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제1호로 지정하겠다고 지자체에서 발표하였다.

 

법인격 부여 등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인간과 같은 생명체로 인식해 함께 공존할 수 생태법인이 만들어지면 남방큰돌고래가 바다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천사나래 주간활동센터 시설장을 맡아 일하며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제주한라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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