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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톺아보기] 지그프리이트 겐테가 잰 1950m ... "백인으로선 처음 무한한 영광"

숨겨진 제주섬 이야기 뭉치를 펼칩니다. 그동안 알았던 제주가 아닌 신비의 세계 뒤에 숨겨진 제주의 이야기와 역사를 풀어냅니다. ‘제주 톺아보기’입니다. 그렇고 그렇게 알고 들었던 제주의 자연·역사, 그리고 문화가 아니라 그 이면에 가리워진 보석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사회사·경제사·사회복지 분야에 능통한 진관훈 박사가 이야기꾼으로 나서 매달 2~3회 이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정상에 오르면 능히,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높다 하여 한라산(漢拏山)이라 했다. 백록담은 태고의 신비를 머금고 있다. 예전부터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을 진산(鎭山)으로 신성시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한반도로 몰아치는 태풍을 온몸으로 막아주는 산이다. 그러기에 언젠가는 꼭 오르고야 말겠다는 도전정신을 갖게 한다. 그러나 실제 정상에 오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구나, 아무나가 아니라 준비하고 선택된 사람들만 그 환희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제주도에 왔던 시인 묵객들과 관리들은 한라산을 등반하고 유산기(遊山記)를 기록하였다. 한라산에 오른 사람들은 한라산 등반에 대해 기록으로 남기거나 돌이나 바위에 새겨 마애석각(磨崖石刻)으로 남겼다.

 

지금도 한라산 백록담에는 그곳을 올랐던 사람들의 이름과 시 구절 등이 새겨져 있다. 백록담에 올랐다는 감격을 한시를 지어 남기거나 본인 이름을 새겨 증표(證票)를 남겼다. 지금으로선 불가능한 일이다. 돌에 무엇을 새기는 만행은 고사하고 백록담 안으로 들어가서도 안 된다.

 

한라산은 전망이 탁월하다. 정상에 서면 시야를 가리는 게 하나도 없다. 한라산은 고도 별로 각기 다른 고유한 식생을 고루 감상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높은 산이면서 대체로 편안하게 오를 수 있어 좋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매년 잊을 만하면 한라산 등반 도중 심정지로 인한 사망사고 뉴스가 종종 들려온다. 겨울이면 한라산에서 동계 훈련하는 산악인들은 “한라산을 만만하게 보면 절대 안 된다. 특히 겨울철 잦은 기상 악화로 한라산 고산지역 날씨가 급변할 수 있어서 항상 영등 신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한라산 날씨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많은 사람이 한라산 정상에 가긴 해도 매번 백록담 경관을 보긴 어렵다. 급변하는 한라산 고산 날씨 때문이다. 한라산 정상 등반은 노력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그러나 백록담은 신이 허락한 자만 볼 수 있다. 삼대가 덕을 쌓아도 볼까 말까다. 만일 백록담을 올곧이 보았다면 이는 ‘천운이 대통하였다’라고 보면 틀림없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한라산!, 한라산의 높이는? 1950m!

그러면 그 1950m 높이를 최초로 측정한 사람은?

 

1950m 한라산 높이를 가장 먼저 측정한 사람은 독일 쾰른신문 아시아 특파원이자 지리학박사인 지그프리이트 겐테(Sigfried Genthe·1870~1904)다. 그는 한라산 정상에 맨 처음 오른 외국인이다. 1901년 겐테라는 독일인 청년은 제주목 읍성 서문에서 출발하여 무수천을 지나 영실기암에서 오르는 서쪽 등반로를 이용했다.

 

영광이다. 기쁘고 자랑스럽다.

 

“백인은 아직 한 번도 오르지 못한 한라산 정복은 생애 최고의 영광이다. 주변의 많은 반대와 어려움을 무릅쓰고 과감히 시도한 작은 모험이 성공적이어서 기쁘고 자랑스럽다. 이렇게 방대하고 감동적인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곳이 지구 위에 또 있을까? 모든 대륙에서 100㎞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있어 마치 대양이 하늘로 올라온 듯하다. 정상에 서면 시야를 가리는 게 아무것도 없다. 사방으로 웅장하고 환상적인 장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1901년 10월, 겐테는 갖은 고생 끝에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그는 “생애 최고의 영광이다! 높은 산이 없는 독일 중부 평원에서 태어난 내가, 백인 처음으로 거칠 것 없이 펼쳐진 바다 위로 가파르게 우뚝 솟은 한라산 정상에 서다니!”라며 기뻐했다.

 

사실 그는 이전부터 한라산을 탐험하고 싶어 했다. 중국으로 건너가던 항해 중 제주 근해를 지나며 ‘스트롬볼리(이탈리아 시칠리아 해안에 있는 화산섬)’보다 두 배 정도 더 높이 우뚝 솟아있는 한라산을 보고 탐험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었다.

 

일본인 선장은 “섬으로 들어가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며, 큰 배라 하더라도 해류 때문에 섬에 다가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또 중국인이나 본토 사람보다 더 ‘난폭하고 잔인하다’는 섬 주민들 때문에 탐험이 쉽지 않다”라며 만류했다.

 

그렇게 그의 도전은 좌절되는 듯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천사나래 주간활동센터 시설장을 맡아 일하며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제주 한라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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