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부산광역시가 생활밀착형 도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20일 오후 부산시청 국제의전실에서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을 만나 '사람중심·지속가능·행복도시' 조성을 목표로 한 '15분 도시 연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도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정책의 성공적 추진과 전국적 확산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도와 부산시는 도로와 자동차 중심의 도시공간 정책에서 벗어나 보행자 중심의 생활 공간 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제주도는 지난 5월 '15분 도시 제주 기본구상 및 시범지구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도농공간과 인문·사회 특성을 반영한 15분 도시 모델을 마련했다. 도내 30개 생활권 중 4개 권역을 시범지구로 선정해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2022년 15분 도시 비전을 선포한 이후 생활밀착형 도시 조성에 속도를 내며 시민 참여형 정책 공모와 비전 투어 운영,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과 신노년세대 사회참여공간 ‘하하센터’ 등 다양한 정책을 실현해오고 있다. 양 도시는 그동안 정책 토론 등을 통해 정책 공유와 협력의 기초를 다져왔다. 이번 협약으로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15분 도시 정책의 전국화와 제도적 기반 강화를 목표로 한다. 양 도시는 정책 철학과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며,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 확보를 위해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협약의 주요 협력사항은 ▲15분 도시 조성 철학과 정책 공유 ▲15분 도시 국가 정책화 및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협력 ▲15분 도시 협의회·포럼 등 민관 교류협력 확대 등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주민 체감형 15분 도시 모델을 구현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2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N분 생활권 조성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를 위해 공동 대응을 강화할 예정이다. 협약 체결 후 오 지사와 박 시장은 부산시청 1층에 조성된 '15분 도시' 주요 앵커시설인 '들락날락'을 둘러보며 정책 추진 현황을 살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번 협약은 양 도시의 사람 중심 도시 정책이 진화하고 확산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주민들의 일상이 더 편리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15분 도시를 조성해 대한민국 도시혁신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은 "이번 협약은 15분 도시 정책 확산을 위한 공조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진정한 지방시대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감사위원회(감사위)는 2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15일간 일정으로 사회복지, 보건, 교육 분야의 보조금 집행 및 관리 실태를 대상으로 특정감사에 들어갔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감사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26개 부서에서 지원한 사회복지·보건·교육 분야의 민간 보조금에 대해 적법성과 타당성을 면밀히 점검하기 위함이다. 감사 대상은 민간경상사업보조, 민간단체법정운영비보조, 민간행사사업보조, 사회복지시설법정운영비보조, 사회복지사업보조, 민간자본사업보조(자체재원), 민간자본보조사업(이전재원) 등 7개 편성목의 민간 보조금이다. 감사위는 예산편성부터 교부관리, 집행관리, 정산관리, 사후관리 등 보조금 추진 전 단계에 걸쳐 절차 이행과 업무 처리의 적정성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보조금의 목적 외 사용 여부, 집행 및 회계처리의 적정성, 보조금으로 지원된 시설 및 장비 등 주요 재산의 관리 실태, 보조사업 완료 후 정산 보고 및 정산 검사 등의 적정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감사를 통해 보조사업의 수혜가 지역 주민들에게 균형 있게 전달되고 있는지를 철저히 확인할 것"이라며 "감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시정 조치 및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옛 방식 그대로 제주 전통주(酒)를 만드는 양조장에서 전통문화 체험 행사가 마련된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고소리술익는집'이 이달 23일과 다음달 21일 '제주 고소리술과 함께하는 시간여행'을 주제로 '팜파티'를 연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에 있는 제주고소리술익는집은 제주도 무형문화재인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전통방식 그대로 빚는 곳이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됐다. 팜파티에서는 대한민국 식품명인이자 이 양조장 대표인 김희숙 명인의 '제주섬과 고소리술' 토크쇼가 진행된다. 또 양조장 음악회, 제주 오메기떡 만들기, 제주 전통주와 전통음식 페어링, 전통 소줏고리(재래식 소주 증류기) 체험 등 전통문화 체험 행사와 성읍민속마을길 걷기가 진행된다. 팜파티 회차별 참여 인원은 100명으로 제한된다. 참가 신청은 제주고소리술익는집(064-787-5046)과 행사 문의처(064-753-1947)로 문의하면 된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각각 1990년과 1995년에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오메기술은 제주산 보리와 조를 삶아 지은 고두밥에 누룩을 섞어 물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 발효해 빚어 만든다. 또 오메기술을 가마솥에 넣어 소줏고리(고소리)로 증류한 후 다시 2년간 항아리에서 저온 숙성하면 고소리술이 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추가 배송비 지원 예산 40억원을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사업이 다음달 종료될 예정이지만 지금껏 쓴 돈은 고작 2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19일 올해 3월부터 시행해 온 택배 추가배송비 지원사업이 다음달 20일 종료됨에 따라 도민들에게 빠른 신청을 당부했다. 이 지원사업은 지정된 택배사를 이용한 운송장과 추가배송비 결제 내역을 제출하면 실비를 지원받는 형태로 연간 1인당 최대 40만원까지 지원된다. 도에 따르면 올해 3월 4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약 9개월 동안 이 사업을 통해 모두 62만9783건에 대해 20억6400만원이 지원됐다. 전체 예산은 65억원이다. 지급액은 전체예산의 30.7%에 머물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국비 40억원을 반납할 처지다. 배송비 지원을 아직 신청하지 않은 도민은 제주도 택배 추가배송비 지원 누리집(www.jeju.go.kr/delivery)이나 읍·면·동 주민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시 필요한 서류는 신청자 본인 명의(소상공인, 법인명 제외)의 택배 운송장 사본 또는 택배 이용 완료 내역과 추가 택배비 지불 내역이다. 특히, 추가배송비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에도 배송비 지불 내역이 있으면 최대 3000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단 우체국택배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택배서비스사업자로 등록된 업체의 배송만 신청이 가능하다. 타인의 정보가 포함된 택배의 경우에는 읍·면·동 주민센터 방문 접수만 가능하다. 김인영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택배 추가배송비를 신청하지 않은 도민들께서는 빠르게 신청해 육지와 동일한 택배 요금으로 생활물류서비스를 이용하시길 바란다"며 "도민의 물류 기본권 보장과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아이폰의 충돌감지 기능으로 사고를 당한 운전자가 구조됐다. 21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 22분 제주도소방안전본부 119 상황실로 걸려온 전화에서 "충격에 의해서 사용자가 응급상황이다"며 자동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119 상황실로 신고한 신고자는 아이폰이었다. 아이폰은 충돌감지 기능이 있어 자동차 사고 등 충격을 감지한 뒤 소유자가 얼마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자동으로 119에 긴급구조 요청을 한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 당국은 위치를 파악해 19분만에 사고 장소인 서귀포시 금백조로로 출동해 정강이를 다친 30대 아이오닉5 운전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 운전자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며 "노루를 피하다가 도로 옆 밭으로 빠지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올들어 제주에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한 숙박시설이 400곳을 넘어섰다. 대다수가 농·어촌민박시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도내 숙박시설은 관광숙박업과 휴양펜션업, 농·어촌민박 등 7532곳, 객실수는 7만9011실이다. 종류별로는 관광숙박업소 415곳 3만3281실, 휴양펜션업 119곳 1013실, 일반숙박업소 621곳 2만972실, 생활숙박업소 334곳 8060실, 농·어촌민박 6028곳 1만5055실, 유스호스텔 14곳 627실 등이다. 이중 경영난으로 폐업한 숙박시설은 437곳이다. 종류별로는 관광숙박업 6곳, 휴양펜션업 1곳, 일반숙박업 21곳, 생활숙박업 9곳, 농·어촌민박 399곳, 유스호스텔 1곳으로 농·어촌민박업이 전체의 91.3%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폐업한 숙박현황을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지난 2020년 678곳(농·어촌민박업 651곳)으로 크게 늘어난 뒤 2021년 63곳(농·어촌민박업 25곳), 2022년 400곳(농·어촌민박업 357곳), 2023년 278곳(농·어촌민박업 243곳), 2024년 10월 말 437곳(농·어촌민박업 399곳) 등이다. 해마다 농·어촌민박업의 폐업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관련 업계의 부침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농·어촌민박업의 폐업이 급증한 데는 내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어든 탓이 가장 크다. 또 일반 관광숙박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지역의 지난달 수출 실적이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7% 감소한 약 1507만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간 누적 수출액은 1.6% 증가한 약 1억4712만달러로 소폭 성장세를 유지했다. 20일 제주도가 밝힌 제주지역 2024년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의 수출 실적이 전년 동월 대비 15.7% 감소한 약 1507만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누적 수출액은 약 1억4712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하며 소폭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제주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전년 동월 대비 49.4% 감소한 548만7000달러의 실적을 기록해 수출 전체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 경기 둔화와 함께 현지 경쟁사의 가격 인하 전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수출의 하락세는 올해 최대 감소폭으로 제주 경제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농림축산물 분야에서는 넙치가 3개월 연속 200만달러를 초과하는 수출 실적을 올리며 선전했다. 하지만 다른 품목의 부진으로 연간 누계는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화장품 수출은 두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9.5% 상승했다. 또 전월 대비 73.4%의 성장률을 보이며 회복세를 이어갔다. 국가별 수출 동향을 살펴보면 홍콩이 437만7000달러로 전체 수출의 29%를 차지했다. 그러나 전년 대비 47.6%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181만2000달러로 전년 대비 2.2배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제주 수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일본은 수출액이 163만1000달러로 30.5% 감소했다. 하지만 주요 수출국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했다. 한국무역협회 제주지부 관계자는 "제주 수출은 특정 품목과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향후 수출 다각화와 글로벌 시장 변동에 대응할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수출의 부진은 중국 시장 내 경쟁 심화에 따른 대응책이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번 10월 수출 실적은 제주 경제가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며, 다각화된 전략과 혁신이 미래 성장의 열쇠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해안에서 코 등 머리 부위에 낚싯줄이 감긴 채 숨진 바다거북이 발견됐다. 20일 다큐제주와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시 제주시 조천읍 서우봉에서 올레길 탐방객이 북촌리 해안에 바다거북 사체가 있다고 해경에 신고했다. 확인 결과 몸길이 84㎝의 이 바다거북은 코 등 머리 부분에 낚싯줄이 감겨 있었다. 푸른바다거북으로 추정되며 몸의 일부에서는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해경은 제주도에 사체를 넘겼다. 추후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큐제주 측은 낚싯줄 등 폐어구 때문에 이 바다거북이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은 "바다거북 사체가 발견된 인근 제주시 조천리 바다에 장기간 머무는 바다거북 2마리가 있는데 이번에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가 이중 한 마리인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바다에서는 지난 9월 폐어구로 인한 상처로 잠수를 제대로 못 하는 새끼 푸른바다거북이 구조됐다. 지난달에는 그물에 걸려 이동하지 못하던 바다거북이 해경에 구조됐다. 바다거북은 국제자연보호연맹 등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우리나라에는 제주 바다 등에 바다거북 5종(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장수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올리브바다거북)이 서식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의 2025년 예산안 심의에서 제주시 및 읍·면·동의 예산 감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양용만 국민의힘 의원(한림읍)은 20일 열린 433회 정례회 농수축경제위원회에서 제주도의 2025년 예산이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방채 발행 등 확장재정 정책을 통해 2024년 본예산 대비 5.1% 증가한 7조5783억원으로 편성된 점을 언급하며 "도 예산은 증액됐으나 제주시 예산은 2조282억원으로 2024년 대비 5.03% 감소했다. 특히 읍·면·동 예산은 937억원으로 12.95%나 줄어 민생 예산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양 의원은 이어 "행정시 예산이 전반적으로 삭감된 가운데 제주시 예산의 감소폭이 특히 크다"며 "제주시 인구는 도 전체의 72.5%를 차지하고 있지만 2025년 예산안에서 제주시 비중은 62%에 불과하다. 인구 1인당 예산은 제주시가 400만5237원인 반면, 서귀포시는 648만792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제주시의 복지 예산 비중은 46.44%로 서귀포시(33.46%)보다 높아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도시계획 예산에서도 감축이 두드러졌다. 양 의원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큰 폭의 예산 삭감이 이루어졌다. 제주시의 도시계획도로 예산은 2024년 508억원(추경 포함)에서 2025년 157억원으로 줄었고, 서귀포시는 같은 기간 596억 원에서 191억원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도지사의 시정연설에서 민생 경제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 역량 집중을 언급했지만 실제 예산은 도본청 중심으로 편성돼 특정 사업에 치우쳐 있다. 이는 행정시와 읍·면·동의 민생경제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비판했다. 양 의원은 마지막으로 "행정시와 읍면동의 예산은 민생경제와 직결된다"며 "행정시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제주TP)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코스모프로프 아시아'에서 제주인증화장품이 39억원 상당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코스모프로프 아시아는 세계 50여 개 나라에서 300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미용박람회다. 도와 제주TP는 이번 박람회에서 제주화장품인증제도 홍보관을 운영하며, 제주화장품인증기업인 리코리스, 유앤아이제주, 농업회사법인 제주인디, 제이뷰티 등 4곳과 함께 제주원료와 제품 마케팅에 주력했다. 또 현장에 참가하지 않은 인증제품 보유 기업 21곳의 80여 제품도 소개했다. 제주기업들이 157건의 수출 상담에 이어 약 39억원 상당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제주인증화장품은 박람회 최고 제품으로도 선정됐다. 제주화장품인증기업인 엘로엘(ELROEL)은 대한화장품협회와 코트라(KOTRA)에서 운영한 한국관 기업으로 참여했다. 제주인증화장품 엘로엘 더블 레이어 3종은 ‘2024 홍콩 코스모프로프 어워드 파이널리스트’에서 그린&오가닉 부문 최고 제품으로 선정됐다. 제주인증화장품은 도가 인증하고 제주TP 청정바이오사업본부의 연구개발 및 제조 지원 등을 받고 있다. 현재 제주인증화장품은 21개사 108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양제윤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이번 박람회에서 제주인증화장품의 품질과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해 제주화장품의 글로벌 판로를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와 부산·경남 지역에서 불법 도박 행위를 벌인 프랜차이즈 홀덤펍 운영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3년 동안 1000억원 규모의 도박장을 운영해 479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고, 해외 진출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기동순찰대는 20일 범죄집단조직 및 관광진흥법 위반 혐의로 총책 A씨와 업주 등 7명을 구속하고, 운영진 118명과 도박자 59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 일당은 2021년 3월부터 제주를 비롯해 부산과 경남 등지에 모두 15개 프랜차이즈 홀덤펍을 개설해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공개 채팅방을 통해 도박자를 모집하고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칩을 포인트로 전환한 후 현금으로 불법 환전해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특히 제주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불법 도박이 운영되며 도박 중독자를 양성하고 사행성을 조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10만원 이하의 판돈과 각 가맹 홀덤펍의 토너먼트 승자에게 상위 대회 참가권을 주는 방식으로 도박의 사행성을 부추겼다. 또 법인을 설립해 가맹점주를 모집하고 환전 및 운영 방식에 대해 비밀 유지 계약서를 체결하는 등 조직적인 프랜차이즈 영업을 했다. A씨 등은 또 필리핀 클라크 지역을 사전 답사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홀덤펍의 해외 진출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제주를 포함한 여러 지역의 프랜차이즈 홀덤펍을 동시에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경찰은 3년간의 불법 도박으로 얻은 수익 중 72억원 상당을 몰수·추징했다. 경찰은 도박개장죄보다 처벌이 강화된 개정된 관광진흥법 위반죄와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해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다. 정태우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 3팀장은 "서민 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홀덤 도박을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지난해 어린이날 연휴 사흘 동안 1m(정확히는 1023mm)가 넘는 ‘물 폭탄'이 한라산 삼각봉에 쏟아졌다. 하루 33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제주도 역대 5월 중 가장 많은 비다. 게다가 서귀포시 지역 강수량은 376.3mm이다. 이는 서귀포시에서는 1961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이 내린 비다. 종전 300mm 넘는 기록은 대부분 여름 장마나 태풍 내습 때였다. 이 정도 비가 내리면 다른 지방에서는 100% 물난리 난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슈퍼급 태풍이라면 모를까? 웬만큼 비가 많이 내려도 거의 물난리가 생기지 않는다. 내린 비가 대부분 건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거나 증발해 버리고 나머지는 지하로 스며든다. 한 선배가 있다. 그 무섭다는 남자 고등학교 1년 선배지만 왠지 만만해 보이는 형, 신장이 작고 몸이 왜소해 그렇기도 하지만 인상 자체가 순하고 착해 보여 더 그런 선배다. 그 형은 대학생 때부터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통로가 궁금했다. 결국 제주에 내린 많은 비가 지하로 스며드는 통로가 어디인지를 밝히는 연구에 인생을 걸었다. “제주도가 아름다운 건 바다 위에 떠 있는 섬(島)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약 188만 년 전부터 1000년 전까지 제주를 제주답게 만들어 준 화산활동 때문이다.” 평소 그렇게 말씀하던 그 선배는 재작년 여름, 지질답사 현장에서 이번 생을 마감하고 전설이 되었다. 속담대로 라면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승이 죽으면 한 명도 안 온다. 그런데도 고인은 제주 도내 최초로 9개 시민사회, 교육, 환경단체 합동 환경시민장으로 모셔졌다.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건강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생태적 건강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지역사회구성원으로서 다 같이 본받고 계승하자는 숙연한 분위기였다. 2000년 고(故) 송시태 박사는 <제주도 암괴상 아아용암류의 분포 및 암질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곶자왈 형성 과정을 과학적으로 세상에 처음 알렸다. 이 지질학 분석 논문에서 곶자왈로 이끈 연결고리는 지하수였다. 그는 용암 숲이라고도 불리는 곶자왈을 통해 스며든 물이 지하수가 되며, 곶자왈 곳곳이 남방계, 북방계 식물이 함께 공존하는 생태계 보고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화산이 분출하면서 나온 용암이 흘러내려 크고 작은 암괴(바위 덩어리)로 쪼개지면서 요철지형 만들어 곶자왈을 형성한다. 암괴 사이에 형성된 틈이 바로 ‘숨골’로 불리는 지하수 통로이다. 폭우가 쏟아져도 스펀지처럼 금방 흡수해버린다. 숨골로 들어간 빗물은 암반과 퇴적층 등을 거쳐 지하에 쌓이면서 지하수가 된다. ‘숨골’은 동굴지대 곳곳에 여러 요인으로 형성된 균열로 빗물이 여기를 통하여 지하로 들어가 동굴을 흐르고 지하수를 형성한다. 동굴지대에 숨골이 없다면 물이 지하로 빠지는 통로가 없어 홍수 피해가 나고 지하수도 형성되지 않는다. 바로 숨골이 곶자왈처럼 지하수 보전 1등급으로 지정된 이유다. 신(神)이 제주도민에게 준 보물 제주어로 '곶(곳)’은 숲이나 산 밑에 숲이 우거진 곳, 마을과 멀리 떨어진 잡목 따위가 우거진 들이나 산을 의미한다. ‘자왈(자월)’이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어수선하게 된 곳을 말한다. ‘곶’은 제주어로 고지, 골밧, 곶, 곶산, 술, 숨풀, 숨벌, 자왈 등으로도 불리며, 한자로는 ‘수(藪)’로 표기했다. 지리학적으로 곶자왈은 “가시덤불과 나무들이 혼재한 곶(洞藪, 磊林)과 토심 얕은 황무지인 자왈(磊野: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들판)이 결합 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곶자왈은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암괴로 쪼개져 요철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원시림의 숲을 이룬 곳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며 독특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을 말한다. 2012년 제주에서 열렸던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관계자들이 곶자왈은 “신(神)이 제주도민에게 준 보물(God jewel)”이라며 극찬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 짐녕곶(金寧藪, 김녕곶, 제주성 동쪽 55리에 위치, 둘레 50여 리), 고막곶(尒馬藪, 제주성 동쪽 79리에 위치, 둘레 20리), 개리모살곶(介里沙藪, 제주성 서쪽 75리에 위치), 궷드르곶(怪叱坪藪, 제주성 동남쪽 23리에 위치), 맞가리곶(末叱加里藪, 제주성 동쪽 31리에 위치), 한ᄃᆞ리곶(大橋藪, 정의현 동쪽 17리에 위치)과 한곶(大藪, 정의현 남쪽 4리에 위치) 등 곶자왈 관련 지명이 나온다. 『남사록』(김상헌, 1601년 9월 22일)에는, “두 개의 큰 곶을 뚫고 가는데 하나는 4~5리를 가고 또 하나는 3~4리였다. 모두 수목이 하늘을 덮고 있다. 섬 안에 여러 곶이 매우 많은데 둘레가 50여 리 되는 것도 있다. 그 곶에는 상수리나무(相梅), 무환자나무(無灰木), 산유자나무(山柚子), 녹각(鹿角), 소나무, 참나무, 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노목 등 여러 가지 초목들이 울창하다.” 라고 하여 곶자왈 지역에 자라는 나무의 이름을 정확히 기록하고 있다. 그 나무들은 지금도 곶자왈에서 자라고 있다. 『탐라순력도』(1702년)「한라장촉」에도 곶자왈을 나타내는 지명과 지역이 있다. 조천 함덕 곶자왈과 구좌 성산 곶자왈이다. 저목수(楮木藪, 닥남곶, 제주시 회천동), 우수(竽藪, 우진곶, 조천읍 선흘2리), 고마수(亇馬藪, 고마곶 또는 고막곶, 구좌읍 종달리) 등이 나타나 있다. 『해동지도』(1750년경)「제주삼현도」에서도 곶자왈과 관련된 지명을 발견할 수 있다. 조천읍 선흘2리 우장수(竽長藪, 우진곶)를 비롯하여 구좌읍 저목수(닥남곶), 김녕수(짐녕곶), 묘수(猫藪, 궷드르곶, 구좌읍 한동리) 및 이마수(고막곶) 등이다. 곶자왈 분포 지대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 애월 곶자왈 지대, 조천·함덕 곶자왈 지대,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 등 4곳으로 나뉜다. 이를 다시 용암의 흐름에 따라 한경·안덕 곶자왈은 월림·신평 곶자왈과 상창·화순 곶자왈로, 조천·함덕 곶자왈은 함덕·와산 곶자왈, 대흘 곶자왈, 선흘 곶자왈로, 구좌·성산 곶자왈은 종달·한동 곶자왈, 세화 곶자왈, 상도·하도 곶자왈, 수산 곶자왈로 구분하고 애월 곶자왈을 포함하여 모두 10개 지역으로 나누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천사나래 주간활동센터 시설장을 맡아 일하며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제주한라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
도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앞장서며 지역안전을 책임져온 제주지역 김형훈 소방경과 박용태 소방위가 모범 제복근무자로 선정됐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지난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년 모범 제복근무자 포상식에서 제주 서부소방서 김형훈 소방경과 제주소방안전본부 소방정책과 박용태 소방위가 모범 제복근무자로 선정돼 포상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김형훈 소방경은 30여 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으로 각종 재난현장의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왔다. 또 재난약자 맞춤형 119신고접수 매뉴얼을 수립하고 현장지휘관으로서 효율적인 현장 대응체계 마련,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한 청사환경 개선사업 추진 등 소방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박용태 소방위는 전국 첫 커피로스터기의 화재 위험성을 증명해냈다. 전기자동차 화재 감식을 통해 전기차배터리 화재 발생 메커니즘과 열폭주 위험성을 연구하며 화재조사 전문성도 강화하고 화재 대응 역량을 한층 높였다. 또 코로나19 음압구급차 선착대장으로 활동하며 감염병 전담 구급대로 활약하는 등 지역사회의 안전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모범 제복근무자 포상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제복근무자의 포상을 통해 자긍심 고취 및 감사·응원 메시지를 전달하고, 일상 속 제복근무자를 존중하는 문화 확산을 위해 국가보훈처에서 수여한다. 올해는 전국 소방공무원 75명이 모범 제복근무자로 선정됐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의회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들불축제와 관련해 "들불축제의 ‘불놓기’ 행위를 위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행정의 자기부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도의회 고태민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9일 열린 제433회 제2차 정례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제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을 대상으로 최근 주민청구조례인 '제주특별자치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재의요구와 관련해 도와 행정시의 비효율적인 행정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고 위원장은 "주민발안 조례에 대해 산림보호법 위반을 사유로 재의를 요구,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들불축제의 ‘불놓기’ 행위를 위법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행정의 자기부정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별오름의 불놓기 장소가 산림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닌 목장용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그동안 들불축제는 산림병해충 방제나 학술 연구 조사를 위한 포괄적 허가를 통해 추진되었고, 이에 따른 법 위반이나 징계 사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 위원장은 이어 "비용 부담이나 권익 침해와 같은 문제를 포함하지 않는 주민발안 조례에 대해 명확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행정시는 도에 정확히 보고하고 중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들불축제가 더욱 풍성하고 체계적인 축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을 약속하며 제주시가 제 역할을 다해줄 것"을 요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항공이 장애인, 국가유공상이자, 독립유공자, 4·3생존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 등 신분할인 대상자들의 탑승 절차 편의성 개선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신분할인을 적용받기 위해서 항공기를 탑승할 때마다 수속 카운터를 방문해 증빙서류를 확인받아야 했던 절차를 간소화해 추가 증빙 없이 모바일 탑승권을 즉시 발급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20일 밝혔다. 신분할인을 받고자하는 제주항공 회원이라면 첫 탑승 시 신분할인 관련 증빙서류를 수속 카운터에 제출하면 유효기간동안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모바일탑승권을 통한 간편 탑승 수속이 가능하다. 단, 공항이용료 할인 대상에 속하는 기술기능분야 우수자, 만 24개월이상 13세미만 어린이 등은 이용할 수 없다. 장애인, 국가유공상이자, 독립유공자, 4·3생존희생자와 유족 등의 경우 유효기간은 10년으로 기간 내 모바일 등 웹체크인 이용 시 자동으로 유효기간이 연장된다. 제주도민 및 제외도민의 경우 유효기간은 1년으로 첫 증빙이후 1년 경과 후에는 신분할인 증빙서류를 다시 제출해야 된다. 증빙서류 관련 자세한 내용은 제주항공 홈페이지(www.jejuair.net)에서 확인하면 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 주요 증시에서 ‘트럼프 랠리’가 나타난 반면 한국은 역주행했다. 주가가 급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나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후 네번째 닥친 1400원대 환율이다. 주가 급락의 주된 요인은 외국인 자금 이탈이다. 외국인의 집중 매도에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을 위협받았다. 이런 ‘트럼프 포비아’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2기 트럼프노믹스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더 강화될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견제로 한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에서 자동차ㆍ반도체 등 주력 품목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성장률도 기존 대비 0.1%포인트 낮은 2.0%로 낮춘 배경이다. KDI는 내수 회복세가 더딘 데다 수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봤다. 트럼프 정부의 보편관세 10~20% 부과 조치는 2026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보편관세가 내년으로 앞당겨 적용되면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은 자신의 조금 덜 떨어진 아들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앉힌다. 정부 요직은 경매에 부치듯 나사(NASA) 국장직을 최고액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여자 의사에게 준다. 내연남인 시골 파출소장을 대법원 판사에 지명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사(人事) 만행도 저지른다. 미국에도 대통령 탄핵 제도가 있다 하니 백번 탄핵당해야 마땅할 것 같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가 ▲헌법에 명시된 의무를 위반하거나, ▲법률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직무 수행의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국익에 중대한 피해를 줬을 때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관객들의 생각일 뿐, 올린 대통령은 건재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자기 아들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앉히고 시골 파출소장을 대법원 판사로 지명했다는 것이 ‘중대하고 명백한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그래서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는지 증명하기 참으로 애매하다. 국익이 무엇인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것이 얼마나 중대하고 명백해야 하는지 따지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을 참으로 무책임한 법조문이다. 혹시 의회에서 탄핵소추를 해도 헌법재판소(미국의 경우에는 상원)에
오랜만에 멀리서 손자가 찾아왔다. 대기업의 일본지사를 거쳐 현재는 베트남에 체재 중 본사로 출장을 나왔단다. “니, 누게니?”라고 묻는 할머니에게 손자는 “할머니 손자 찬준이우다. 둘째 딸 정복이 아들마씸!”이라고 답한다. 요새 말로 상남자답게 생겼다(실은 J대를 수석 졸업하고 청와대를 다녀온 인재다^^). 사람 마음은 비슷한 걸까? “게매. 니네 어멍 닮안, 촘말로 잘 생겼져 이! 키도 크고 인물도 훠언허고....”라는 할머니 얼굴 위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손자의 두 손을 부여잡더니 얼굴을 이모저모 뜯어본다. 당신의 둘째 딸을 떠올리신 건지 눈가에 살짝이 물기가 어린다. 그걸 놓칠 리 없는 손자가 얼른 할머니를 부둥켜안는다. “할머니 나 외국에서 회사 잘 다니고 이시난, 절대로 걱정허시지 맙서 예!” “아고, 경 해사주! 니네 어멍이 니를 봐시민 드러 자랑허멍 좋아헐 건디...”라며 끝내 말을 맺지 못하는 할머니. 손자가 품속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더니 할머니의 두 손에 꼬∼옥 쥐여 드린다. 그 봉투를 가슴에 품고서 하얗게 웃는 할머니 얼굴이 어쩐지 울상이다. 어머니의 2남 7녀 중 둘째 딸은 그야말로 일곱 딸 중에서 군계일학이었다. 제주시에서
세계의 이목을 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 공화당은 상·하원 선거에서도 다수를 차지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2017~2020년)에 닻을 올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2기 트럼프노믹스가 현실로 닥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집권 1기에 중국 등 특정 국가를 조준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폈다면, 이번에는 ‘보편관세’를 내세워 포괄적인 무역장벽을 세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무역정책 공약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고, 무역 상대국과 동일한 관세율 적용이 원칙인 ‘상호무역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보편관세를 매기고 주요국들이 맞대응하면 우리나라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2조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게다가 트럼프는 전방위적으로 중국과 교역 관계를 축소·단절하는 ‘디커플링(de-coupling)’도 공약했다. 중국 제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고, 금융·투자·연구개발 등 중국과의 교류를 억제하는 내용이다. 바이든 정부의 디-리스킹(de-risking) 노선과 차별화하겠다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청나라 때에는 대체로 현(縣)을 중심으로 다스렸다. 각 지역의 거지를 관리하는 항방의 수령을 거지 두목이라는 뜻인 ‘개두(丐頭)’라 불렀다. 개두는 대부분 암흑가 흑사회(黑社會) 방회(幇會)의 핵심 인물이나 본바닥 건달, 불량배가 맡았다. 아문의 인가를 받았더라도 세력에 기대어 이루어졌다. 패권을 다투는 중에 각종 수단으로 여럿을 굴복시킨 후 자리를 차지하는 이도 있었다. 개두는 이른바 ‘몽둥이(杆子)’를 권력의 상징으로 삼았다. 사실은 구걸할 때 가지고 다니는 타구봉(打狗棒)의 추상적 숭배에 불과하지만 권력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개방에 속한 사람은 몽둥이로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인 ‘간상인(杆上的)’이라 불렀다. 방주(幇主)의 ‘몽둥이’는 ‘상방보검’1)과 같아서 개방의 규율인 ‘방규(幇規)’를 위반한 거지를 징치하여 ‘때려죽여도 원망하지 않을’ 정도의 위력을 가졌었다. 신임 방주는 먼저 조사(祖師)와 ‘몽둥이(杆子)’에게 제사를 지내어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명시하였다. 새로 개방에 가입한 거지는 반드시 방주에게 몽둥이를 증송해 관할에 복종을 표시하였다. 사실, 중국전통문화의 배경 속에는 ‘몽둥이(杆子)’는 타구봉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나이〔호한(好漢)〕들이 거의(擧義)하다’는 함의를 가지고 있다. 『사기·진시황기(秦始皇紀)』에 진섭(陳涉)의 봉기를 “나무를 베어 무기로 삼고 장대를 높이 들어 깃발로 삼았다.”라고 기록에서 비롯되었다. 나중에 농민봉기를 ‘장대를 높이 들어 일어났다.’라고 표현하였다. 명나라 때에 녹림이 뜻을 모아 봉기한 사건이나 단체를 ‘납간자(拉杆子)’2)라 한 것도 그러한 표현 습관의 연장이다. ‘간(竿)’이 ‘간(杆)’이 된 것은 글자는 다르나 뜻은 같은 별칭이다. 청나라 때에 경사(京師)에서 활동하는 개방에는 황간자(黃杆子)와 남간자(藍杆子)로 나뉘어 있었다. 만청팔기(滿淸八旗)에서 유래하였다. 황간자는 전문적으로 종실 팔기 중의 거지를 관할한 고급 개방(丐幇)이었다. 황간자 구성원은 팔기 중에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인물이나 시정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무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개두는 할 수 없이 그중 권위가 높거나 세력이 큰, 포악하고 고집이 센 왕공 버일러(貝勒)3)가 맡았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거지를 관할할 수 없었다. 황간자 개방의 거지는 평상시에는 길거리에서 구걸하지 않았다. 단오절, 중추절, 연말에 여러 점포를 돌아다니며 구걸하였다. 명절 때가 되면 세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노래 부르고 고판(鼓板)〔박자판〕을 두드리며 다녔다. 노래 부르는 거지는 손등을 위를 향하게 하고 판을 두드리는 거지는 고판을 평평하게 들고 다녔다. 보시하라는 의사표시였다. 점포 문 앞에 다다르면 상점 점원이 나와서 최소한 고액화폐 5매 이상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 공손하게 고판 위에 올려놓았다. 거지가 다섯 구절을 노래하기 전에 보시하는 돈을 꺼내야만 했다. 그런 규칙을 어기는 점포가 있으면 거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났다. 이튿날에는 더 많은 사람이 들이닥쳤고 그 다음날에는 더 많은 거지가 모여들었다. 점포 문을 열 때부터 닫을 때까지 거지 무리는 문 앞을 떠나지 않았다. 못된 장난은 치지 않았지만 돈을 내지 않으면 영업할 방법이 없게 만들었다. 주변 사람과 상점 주인에게 황간자를 잘못 건드리면 화를 초래해서, 사서 고생한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 주는 행동이었다. 그러면 상점 주인은 중재해줄 사람을 초청하여 화친을 청하고 수천이나 되는 돈을 건네야 했다. 적게 주면 끝이 없었다. 더 많은 돈을 방주에게 주고 조정하면 빠르고도 순조롭게 해결이 되었다. 경사(京師)의 남간자는 일반 거지를 관할하는 개두(丐頭)〔거지 우두머리〕였다. 새로 온 거지는 3일 이내에 구걸한 물건을 모두 개두에게 보내야 했다. ‘헌과(獻果)’라고 한다. 헌과가 많으면 많을수록 빛이 났다. 평상시에는 구걸해서 얻는 물건의 20%정도만 떼어 내어 개두에게 헌납하면 됐다. 규정에 따라 개두가 걷는 일반적인 수입이었다. 명절이나 설, 결혼식이 있거나 장례식이 있으면 상점 주인이나 상주는 정액 이외에 더 많은 돈을 개두에게 주었다. 개두는 지역을 관할하는 거지 우두머리였다. 밖에서 온 거지가 관내에서 구걸하려면 지역 개두에게 복종하여야 했다. 상점들도 거지의 소란을 피하려면 많은 돈을 개두에게 뇌물로 주고 표주박 형태의 종이를 얻어서 문에 붙여놓았다. ‘조문(罩門)’이라 한다. 어떤 곳에는 ‘모든 형제는 소란을 피우지 마라.’라는 문구를 써놓기도 하였다. ‘조문’이 붙어있으면 거지는 그곳은 건너뛰고 구걸하러 가지 않았다. 개두가 거둔 돈의 일부를 여러 거지에게 나누어 주기 때문이었다. 그 규칙을 위반하는 거지가 생기면 상점 주인은 개두에게 알려서 조정하고 징치하도록 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조문’이 붙여진 상점에는 다시 가서 소란을 피우는 일은 없었다. 거지가 병이 나거나 죽으면 개두는 의무적으로 적당한 위로금을 주거나 조직에 있는 구성원이 분담하였다. ‘복이 있으면 함께 누리고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감당한다.’라는 ‘고락을 함께 하는’ ‘동고동락’의 의식 중에 실행된 것은, 패주 방식의 봉건 가장 제도였다. 개두는 내부의 권리와 지위를 상징하는 몽둥이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굵고 긴 담뱃대를 늘 사용하면서 거지 내부에서 자신의 신분을 명시하였다. 30년대 초에 여대생 두 명이 거지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상해(上海) 칠백 거지에 대한 사회 조사」를 발표하였다. 그중 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청대에 이르러 거지에게 개두(丐頭)가 생겼다. 대체로 횡포하고 세력이 있어야 자격이 주어졌다. 지방마다 지현(知縣)이 임명하여 파견했는데 구역을 나누어 관할하였다. 개두는 각 구역 내에 있는 거지를 관리하는 절대적인 권위가 주어졌다. 새로 온 거지는 먼저 개두가 있는 곳에 가서 그를 위하여 복무한다고 보고하여야 했다. 매일 수당을 지급하거나 호되게 맞아야 했다. 그가 견뎌내면 그 구역 내에서 구걸할 수 있었다. 개두가 거지가 길에서 구걸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까닭에 매월 상점에서 ‘개연(丐捐, 거지에게 주는 물품)’을 거두고 도장 찍힌 홍색 종이를 건네주어서 문에 붙이면 거지들은 다시는 그곳에 가서 구걸하지 않았다. 그런데 거지에게 돈을 나누어 줄 때에 개두는 자주 이자를 받았고 여전히 거지들을 내버려두어 길거리에서 구걸하게 하였다. 이렇듯 개두는 거지를 통제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거지를 착취하였다. 그런 개두는 세습 되는 까닭에 그들의 권위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여전히 지방에서는 세력이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상해 개방의 대체적인 상황을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다에 주목한 특별한 그림 공필화 전통은 현대를 통해서만 제대로 보인다. 현실의 시대 정신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전통은 빨리 사멸(死滅)한다. 전통은 시간적 개념을 넘어서는 지금-시간의 공간에 대한 생동감 있는 적응일 것이다. 당대성이 없는 전통은 고리타분한 골동품과 같다. 전통은 신제품처럼 새롭고 세련되고 신선해야 한다. 지금 세대가 이해하는 미감이 요구되기도 한다. 역시 해석자로서 화가의 몫이 된다. 이미선은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여성 공필화가이다. 비단에 그려지는 까다로운 공필화 기법을 다루는 일은 ‘장인으로서의 작가’라는 개념에 더 어울린다. 그만큼 공필화는 시간과 공력(功力)을 들이는 싸움이기에 집중력과 정확도가 요구됨으로써 장인들의 태도를 쉽게 버릴 수가 없게 만든다. 이미선의 장인적 태도는 이미 중국 원나라 때 영락궁 삼청전에 그려진 대형 벽화<조원도(朝元圖)>의 모사를 통해 오롯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 담력(膽力)을 키울 수 있었고 장인적 배포는 그때 몸에 밴 것이다. 2024년까지 이미선은 이중섭 미술관, 서울 제주갤러리, 평화센터 등 개인전과 초대전을 통틀어 모두 16회의 경력이 있는 중견 작가로써 성장했고, 지속적으로 한국 공필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작가라는 이름의 인생은 늘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노정(露呈)에 서 있는 것인 만큼, 중국화의 기교로써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기 위한 ‘한묘중기(韓描中技)’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선은 고향(故鄕)이 제주도 서귀포여서 그에게 한국성은 곧 제주 로컬리티가 되며, 제주가 밑바탕이 깔린 한류를 지향하는 것이 그의 미학적인 특질이자 목표가 되고 있다. 제주 아일랜드, 치유의 정원 제주도, 바람마저 울고 가는 외로운 아일랜드. 구로시오 해류(黑潮流)에 스치는 섬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기 위해 화가는 붉은 화산섬의 이름으로 그림을 그렸다. 아름다운 자연 아래 펼쳐지는 풍경은 고난의 연대를 지나 왔던 수많은 제주사람들의 숨비소리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는 ‘들숨 날숨’의 그 파람 소리가 단지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로만 알 뿐, 섬땅에 기록된 지문(指紋)이자 거친 숨결의 역사임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때로 예술은 기억의 환기작용이기도 하여, 아름다움도 고통을 치유하는 하나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 이미선은 지난 2022년 제주 서울 갤러리, ‘제주 아일랜드-치유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공필화의 전통을 제주의 바다를 대상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일상은 늘 자연에 가까이 있는데, 이미선은 그간 자연의 언저리에서 공존하는 일상의 변화를 담아내기 위해 사물과 풍경들을 즐겨 다루면서 여전히 ‘치유의 정원’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주제로 제주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삶의 중심이 제주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선에게 ‘치유의 정원’은 관람자만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의 인생살이에서 새롭게 보듬어야 할 대상들의 상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그림을 그림으로써 마음이 후련하거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기에 ‘치유의 정원’은 자아의 그늘에 새 빛을 쏘이고, 타자에게도 심리적 위안을 줌으로써 삶에의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선의 그림은 매우 안정적으로 평온하고 고요하다. 잔잔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 예술의 기능이 복잡한 혼돈 속 일상을 정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 아일랜드-치유의 정원’은 제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과 소재로 구성되었다. 한라산, 오름, 들판, 밭, 섬 속의 섬, 폭포, 바다 등의 정경 아래 소재들은 말, 나비, 밭, 돌고래, 꽃, 탑, 의자 등이 있다. 이미선이 전통 공필화의 기법을 현대적 해석으로 보여준 것은 오름이나 섬, 그리고 한라산의 묘사에서 보여준 면 분할 방식이다. 작은 모자이크처럼 색면을 분할하면서 쌓아가듯 형태를 붙이는 묘사 방식은 제주의 전통 민화에서 전해오는 것이기도 하다. 넓은 면을 채색하면서 작은 블럭과 같이 면분할 방식으로 다른 기법을 동시에 한 화면에 배치하는 것은 칠한다는 것보다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한 화면에서 또 다른 공간 개념들로 다르게 보여주는 것은 마치 암석의 입자 구성과도 같이 구조화된 층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미선이 보여준 소재들 가운데 그가 오랫동안 몰두해온 대상은 바다에 등장하는 나비이다. 나비는 상징적으로 섬과 육지의 매개, 자연과 청정이미지로서 건강한 생태의 증거, 동물과 곤충이 영속적으로 공존할 자유, 몸과 정신의 교감 상태를 말하고 있는 상징이며, 영혼의 매개자로 인식되는 ‘나부(나비)의 신화적 초현실성이기도 하다. 또 나비는 섬 주위를 유영(遊泳)하는 남방 돌고래의 벗인 해녀처럼, 돌고래의 새로운 친구가 되기도 하고, 궁국적으로 제주의 생태적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때 돌고래와 함께 등장하는 나비는 의인화로 길을 가는 인생의 동반자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동행이 비록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이것을 보는 관람자들은 새로운 기분으로 우리 세계에 대한 신비로운 감정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다를 건너는 나비는 무려 1000km를 날아 육지에 도달하는 제주 왕나비의 전설적인 행보를 먼길(長程)이라는 상징으로 그린 것이다. 부드러움은 억셈을 이길 수 있는데 연약한 날개로 거친 바다 위를 날아오르는 그것의 강렬한 에너지는 생명의 힘이 아닐까? 어쩌면 모든 생명체에게는 개체마다 희망적인 삶의 목표를 관철시키려는 의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의지는 본능적 생명작용일 것이다. 이미선은 마치 나비가 된 듯이 육지로 나들이 한 것이 어느덧 16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난 2022년 육지 나들이는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하는 일이어서 다른 때보다 의미가 새롭다고 했다. 제주도 자연과 바다가 육지 사람들의 치유의 정원이 된다는 의미가 되면서, 또 그간 해협을 건너지 못했던 여행이기도 했다. “나의 막힌 마음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것은 바다를 건너는 나비와 돌고래의 평화로운 동행처럼 이 동행은 치유를 위한 평화의 길이며, 평화는 결국 인류에게 되돌려 줄 때 진정한 평온이 찾아올 것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제주 아일랜드-치유의 정원’은 세계가 더욱 혼돈으로 치닫는 지금에 바다로 이어진 지구촌의 상처받은 세계시민을 향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가는 작가의 마음이 투사된 돌고래의 나아감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시간은 갈 것이고 사회는 쉬지않고 변화의 바람을 탈 것이다. 돌고래는 약자가 되었고, 멸종 위기로 치닫고 있다. 앞으로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예상 앞에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육상의 대지는 황폐해지고 물은 오염되고 있으며, 재난은 끊이질 않고 커져만 간다. 남은 바다는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과 제조물 폐기물에 환경이 병들고 있다. 문명을 창조했던 인간은 그것을 생산한 만큼 버려야 할 것도 총량이 같을 것이다. 기후 열대화는 전지구의 생태를 교란시키고, 식량난과 기후 재앙이 빈번해지고 있다. 인류가 갈길은 더 약한 생물들의 수난으로 이어져 미래가 어둡기만하다. 어쩌면 이제 예술은 우리의 미래인 암울한 시대를 그리야 할 지도 모른다. 돌고래가 길을 잃고 있다면 우리 인간들도 똑 같이 길을 잃고 있을 것이다. 공필화가 이미선은 50대 여성 중견작가로서 동덕여대 회화과, 중국 노신미술대에서 중국화 공필화를 공부하고 경인미술대전 우수상, 제주도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고 제주대 출강, 전업화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다각도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통의 공필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확장시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정통 공필화가로서 제주의 자연을 치유의 정원이라는 개념으로 접근, 아름다운 생태적 자연을 화폭에 담는 그림에 집중하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공필화는 비단에 채색으로 그리는 중국화의 화법이다. 우아하고 화려한 것이 공필화의 특성이기도 하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는 채색화는 도화서 화원이나, 서민의 민화에 발달했고 문인화는 양반 사대부가 즐겨 그렸다.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의 섬으로, 공기가 맑고 숲의 향기가 감미로우며, 비단결 같은 바다가 푸르게 열려 있어서 그 곳에 가면 누구라도 지친 일상의 병을 자연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이 제주도가 치유의 정원이 되는 까닭이고, 그 그림이 마음의 위안이 되는 이유가 아닐까. 마왕퇴, 고개지에게서 비롯되는 공필화 공필화란 역사적으로 볼 때 그 기원은 동기창이 북종화라는 장르로 분류하기 훨씬 이전으로 올라간다. 공필화라는 말이 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공필호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매우 자세하고 정밀하게 그리는 회화 기법으로 외형묘사에 치중하여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세필(細筆)가 화려한 색채를 공들여 사용한다. 화원화가(畫員畫家)나 직업화가들이 그리는 그림으로 사의(寫意)를 중시하는 문인화와는 상대적 개념이기도 하다. 다시말해서 공필화는 채색 중심의 화법인 북종화로 정립되면서 더욱 정교하고 섬세한 경치와 사물을 표현하는 중국화의 표현방법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도화서 화원들의 기록화나 초상화에서 볼 수 있다. 중국 채색화의 전통은 이미 서한(西漢) 시대 마왕퇴 무덤에서 출토된 백화(帛畫)에서 보이는데 미왕퇴 벡화는 말 그대로 비단에 그려진 화려한 채색화이다. 천상세계의 풍경, 무덤주인의 승천, 장례식장의 모습, 지하세계의 풍경 등 T자형 명정(銘旌)에 4가지 장면으로 그려졌다(趙力·院晶京.2020). 또 중국 불화의 시조로 여기는 조불홍(趙弗興), 동진(東晉)의 화가 고개지(高愷之,313~406, 또는 348~409)를 공필화의 초기 화가로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조불홍의 ‘제자의 제자’에 해당하는 고개지는 화가 이름이 정확히 전하는 작품들을 남겼는데 조식(曺植)과 견씨(甄氏) 부인의 사랑을 그린 <낙신부도(洛神賦圖)>, 여성에게 덕행을 권장하는 <여사잠도(女士箴圖)>와 <열녀인지도(列女仁智圖)> 등 빼어난 채색 인물화가 그것이다. 고개지는 화가이자 미술이론가로서, 『화론(畵論)』, 『위지승류화찬(魏晉勝流畫贊)』, 『화운대산기(畵雲臺山記)』 등을 저술하여 바깥 사물의 형상을 빌려 내면의 정신을 표현한다는 ‘이형사신(以形寫神)’, 그리고 생각을 옮겨서 오묘함을 얻는다는 ‘천상묘득(遷想妙得)’ 이라는 회화이론을 내놓아 중국 회화의 기틀을 다져놓았으며, 공필화의 화가이자 문인화의 시조로도 추앙되고 있다. 이는 형사(形似:사실성)와 정신(情神:사의성)을 하나의 몸체로 보는 그의 관점 때문일 것이다. 고개지의 생각대로 “인물화는 정신의 오묘함을 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눈(阿堵)”에 있다고 하여, 한나라, 위나라의 고졸한 기풍에 반대하면서 정신을 전달하는 것을 중요시 여겨 눈동자를 그리는 일에 힘을 쏟았다(任道斌, 2022). ‘눈은 마음의 창(窓’)이라거나 ‘눈의 정기(精氣)’라는 표현이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프랑스 조각가 로댕이 무엇보다도 눈의 표현을 최고로 중요시 여긴 시각과 일치한다. 공필화는 동양화의 두 갈래의 하나인 남종화에 대비되는 북종화 화풍의 양식에서 그 회화의 발전 과정을 말할 수가 있다. 동기창(董其昌, 1555~1636)은 명나라 말기의 문인이자 화가로서 그의 화론서 『화안(畵眼)』에는 남·북종화의 유래가 나온다. “선가(禪家)에 남종(南宗)과 북종(北宗) 두 종파가 있으니, 당나라 때 처음 나뉘어졌는데 그 사람 출신이 남북이라는 것은 아니다. 북종은 이사훈(李思訓) 부자(父子, 당대의 화가)의 착색산수(着色山水:彩色山水)에서 전해져 송나라 조간(趙幹:오대 남당의 화가)·조백구(趙伯駒:남송의 화가)·조백숙(趙伯驌:남송의 화가)이 되었고, 마원(馬遠:남송의 화가)·하규(夏珪:남송의 화가)에 이르렀다. 남종은 왕마힐(王摩詰:王維:당대의 화가)이 처음으로 선담(渲淡:淡彩)을 사용하여 구연(拘硏)의 법을 일변(一變:한가지 다른 기법을 확립)하였는데 그것이 전해져 장조(張璪,당대 말기의 화가)·형호(荊浩:오대의 화가)·관동(關同:오대의 화가)·동원(東源:오대의 화가)·거연(巨然:오대 북송초의 화가)·곽충서(오대 북송초의 화가)·미가의 부자(米家父子:아버지 米芾(북송대의 화가), 아들 米友仁(남송대의 화가)의 화법에 이르렀고, 이것이 육조(六祖:보리달마. 혜가, 승찬, 도신, 홍인, 혜능) 이후 마구(馬駒)·운문(雲門)·임제(臨濟) 등의 자손이 성하고 북종이 쇠미해진 것과 마찬가지이다.” 화론이란 하나의 양식적 표현 방식이자 창작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화론에는 시대의 상황과 시대정신의 주제와 형식이 따른다. 즉 화론은 그림의 방향, 의미, 화가의 자연관, 사회상, 아비투스 등 세계관을 표현하는 총체적 방식이다. 그래서 화론은 그 시작이 있으나 시대마다 계승되더라도 변형되고 해석이 달라진다. 어제 사람의 뜻이 오늘 사람의 의미가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양식이 시대마다 다르다는 것은 화론이 어떻게 당대에 적응하고 진보하느냐에 따라 소멸되거나 확장되기도 한다. 이미선과 공필화와의 만남 중국 심양의 노신미술대학 쑨언룽 교수는 1996년 당시 유학생 신분이었던 이미선을 “공필(工筆) 인물과 화조화 방면에 재질(才質)이 뛰어났다‘라고 회고하면서 중국화를 그리는데 있어 중요한 세 가지 요소를 당부하였다. 첫째 전통이고, 둘째 삶의 체험이고, 셋째가 작가의 수양(修養)이 그것이다. 창작을 하는 화가에게 있어 지녀야할 이 세 가지 요소는 비단 중국화만의 국한 된 것이 아닐 것이다. 전통은 저마다 자신의 속한 나라의 문화적인 패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고, 삶의 체험은 실존하는 사회적 장소에서의 자신의 삶을 말하며, 수양은 작가라면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최고의 테크닉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이 세 가지 요소 모두가 중첩되는 중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은 서양에 대비되는 동양이라는 공간의 관계틀 속에서 그 문화적 공감대를 같이해온 지 무척 오래됐고, 현재에도 여전히 이웃의 문화적인 소통관계가 유지되는 정서적 공동체(emotional community)로 생각되고 있다. 이미 두 나라는 대륙과 한반도라는 지정학적인 관계로 서로 간 곡절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 역사를 같이 이어오면서 우리의 의식에서는 중국을 멀고도 가까운 나라로 여기고 있다. 이미선이 낯설음을 마다하고 중국행을 택한 것은 오로지 새로운 그림을 찾아 나선 때문이었다. 그에게 새로운 그림이란 단연 중국화였고 중국화를 바르게 알아야 동양의 정신과 한국화의 문화적인 배경도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통을 알아야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나름의 의미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이 중국 채색화의 기법인 공필화인데 공필화(工筆畵)는 결이 고운 비단에 매우 정교하게 그리는 중국 채색화의 한 분야로 그 품격이 높으면서도 우아한 것이 특징이다. 앞서 말했지만 중국미술사에서 백화(帛畵), 즉 비단 그림은 이미 2500년 전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 나라 때부터 나타나고 있으며 서한(西漢), 동진(東晉)에 이르러 고개지(顧慨之)의 비단 그림이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어 공필화의 깊은 연원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사잠도(女史箴圖〉는 군주에게 충성하는 궁중 여인들의 덕행을 널리 알리는 세필(細筆)의 그림으로, 비단 그림이 고고하고 기품이 있는 궁중화의 중요한 분야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D 6세기 서위시대 돈황 막고굴 벽화 <오백강도성불도>, 당나라 장희태자(章懷太子) 이현(李賢, 645~684)의 묘도 벽화 <객사도>, 송나라 염입본(閻立本. ?~673)의 <보련도(步련輦圖)>, <역대제왕도(歷代帝王圖)>, 중당시기 장훤(張萱, 712~781)의 <도련도(搗練圖)>, 원대(元代)의 전진교(全眞敎)의 중심지였던 영락궁 삼청전(三淸殿)의 <조원도(朝元圖)> 등의 벽화가 공필화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회화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조원도> 중의 신선 행렬은 여덟 명의 주요 신선을 중심으로 각종 인물 280명을 그렸다. 다양한 인물의 형상은 그 규모가 매우 크게 그려졌으며, 금분으로 장식하여 원나라 벽화의 웅장한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삼청전의 벽화는 화공인 마군상(馬君祥) 등이 그렸다고 한다. 특히 이미선은 이 영락궁의 벽화에 감화되어 공필화를 수련하고자 2m 이상 크기의 도교 신선 그림을 실제로 세 점을 1년 가까이 모사하여, 화려한 채색의 깊이와 선묘의 유려함을 익힐 수 있었다. 미술의 기본기는 누가 뭐래도 손의 자유로운 표현에 있다. 물론 오늘날에는 머리로만 그리는 개념적인 작업도 성행하지만, 그 바탕에는 형태와 색채, 선묘를 통해 내면적 정신이 살아나야 하는 조형 정신이 녹아있어야 한다. 대상없는 생각만으로 새로움을 찾을 수 없고, 새로움과 상상력은 삶의 경험과 세계에 존재하는 자연,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유추해서 만들어진 변형된 일상의 사물들을 통해서 다시 재발견되는 것이다. 창작은 넓게 보면 재발견이며 해석이고, 재구성이다. 어떤 때는 은유와 반전과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현재 찾아볼 수 있는 문헌을 보면 이른 시기에 출현한 중국 개방(丐幇) 형태를 기술한 문헌기록은 송원(宋元) 화본(話本)소설 중 『김옥노봉타박정랑(金玉奴棒打薄情郞)』〔김옥노가 박정한 낭군을 몽둥이로 때리다〕에 나타난 ‘단두(團頭)’다. 단체 우두머리라는 뜻인 ‘단두’는 개방의 방주(幇主)다. 이야기는 송대 항주에 7대까지 세습한, 도시 전체의 거지를 통할하는 단두 김노대(金老大)를 묘사하고 있다. 그는 거지가 구걸해 온 음식과 돈을 함께 나눌 뿐만 아니라 거지에게 고리대나 일숫돈을 놓아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착취까지 일삼았다. 명나라 때 풍몽룡(馮夢龍)이 편찬한 『전상고금소설(全像古今小說)』 제27권 『김옥노봉타박정 랑』은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 때는 송나라 소흥(紹興)1) 연간에 임안(臨安)은 비록 건도(建都) 지역이요 부유한 고향이지만,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거지가 적지 않았다. 거지 중에 우두머리가 되는 자를 ‘단두’라 부르며 거지 무리를 관리하였다. 거지 무리가 구걸해 오면 단두는 ‘일두전’2)을 받았다. 비나 눈이 올 때면 단두는 멀건 죽을 쒀서 구걸할 곳이 없는 거지에게 먹였다. 낡은 옷도 단두가 관리하였다. 그래서 거지들은 자신을 낮추어 노예처럼 단두에게 복종하고 감히 거스르지 못했다. 단두는 창기와 놀지도 않았고 도박도 하지 않았다. 의연하게 모두를 위하여 일했다. 단두는 관례적으로 구걸한 물건을 받아내어 거지에게 고리로 착취하였다. 단두는 그렇게 생계를 유지하며 한시도 직업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단지 한 가지, ‘단두’에 대한 시중의 평판은 좋지 않았다. 자신이 열심히 일하여 농지를 마련하고 몇 대에 걸쳐 뜻을 얻었더라도, 결국은 거지 두목 출신이었다. 일반 백성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밖에 나가면 존중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문을 걸어 잠그고 집안에서만 으스대었다. 그렇다하더라도 ‘양천(良賤)’ 두 글자로만 헤아린다면 창녀, 배우, 관아의 하인, 졸개 4부류를 비천하다 했지만 거지는 그 축에는 들지 않았다. 거지는 돈이 없을 뿐 몸은 헌데가 없지 않던가. 예를 들어 춘추시기에 오자서(伍子胥)는 환란을 피하는 와중에 오시(吳市)에서 퉁소를 불며 걸식하였고 당나라 때에 정원화(鄭元和)는 가랑(歌郎)3)이 되어 『연화락(蓮花落)』을 부르다가 나중에 뜻을 이루어 비단 이불을 덮지 않았던가. 모두 능력이 특출하였던 거지였다. 그렇기에 거지는 사람들에게 경멸당하기는 했지만 창녀, 배우, 하인, 졸개의 비천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자, 지금부터는 항주에 있는 단두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성은 김(金)이요 이름은 노대(老大)다. 조상에서 그까지 7대에 걸쳐 단두를 지내어, 완전한 가문을 이루었다. 좋은 집에 살고 좋은 밭에서 농사지으며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었다. 곡물 창고에 곡식이 가득했고 주머니에는 여윳돈이 많아 아랫사람들에게 변돈을 놓았다. 갑부라고는 할 수 없으나 부자 축에는 들었다. 김노대는 기개가 있어 단두 자리를 족인(族人) 김라자(金癩子)에게 넘겨주었다. 자신은 이미 모든 걸 향유했다며 거지에게 달라붙지 않았다. 그렇다하더라도 동향사람들은 습관대로 그를 단두라 불렀다. 김노대는 50여 세로 아내를 여의고 아들 없이 옥노(玉奴)라는 외동딸이 있을 뿐이었다. 여기에서 ‘김옥노가 박정한 낭군을 때린’ 민간 전설이 생겨났다. 줄거리는 이렇다. 김노대는 딸이 재능과 용모가 뛰어난 것을 이용하여 사인(士人)에게 시집보낼 생각을 했다. 중매를 거쳐 가난한 수재 막계(莫稽)가 데릴사위로 김 씨 집안에 들어갔다. 돈 한 푼도 쓰지 않고 사람과 재물 모두 얻은 셈이었다. 김옥노의 권유와 지지아래 막계는 급제 후 무위군(無爲軍) 사호(司戶) 관직을 받았다. 급제는 하였으나 이웃의 어린아이가 손가락질하며 “김 단두의 사위가 관원이 되었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막계는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오늘과 같은 부귀를 누릴 수 있다면 왕후 귀척의 데릴사위로 들어가지 못할 게 뭬 있겠는가. 단두를 장인으로 모셔야 한다면 평생 치욕이지 않은가! 자녀를 낳아 키워도 역시 단두의 외손이니 이야깃거리로 전해지지 않겠는가. 이제 단호히 끊지 않으면 안 되겠다. 재삼재사 숙고하지 않으면 결국은 후회하게 될 게다.” 이렇게 나쁜 마음을 먹고 밤중에 부임하는 배에서 처를 밀어 강에 빠뜨려 버렸다. 다른 좋은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갈 심산이었다. 그런데 강물에 빠진 김옥노는 죽지 않았다. 새로 부임한 회서(淮西) 전운사(轉運使) 허덕후(許德厚)의 양녀로 들어갔다. 그런 후에 막계를 다시 데릴사위로 불러들였다. 동방화촉을 밝히는 밤에 막계는 몽둥이로 두들겨 맞았다.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욕을 먹었다. 그런 후에는? 둘은 다시 사이좋게 되었다. 단두 김노대를 임지로 데리고 가 죽을 때까지 봉양하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소흥(紹興, 1131년 ~ 1162년)은 남송 고종(高宗) 조구(趙構)의 두 번째 연호다. 32년가량 사용하였다. 고종(高宗)이 양위하고 난 후에 효종(孝宗)이 융흥(隆興)으로 개원할 때까지 사용하였다. 건염(建炎) 5년 1월 1일(1131년 1월 31일)에 연호를 소흥(紹興)으로 개원하였다. 소흥(紹興) 32년 11월 16일(1162년 12월 23일)에 연호를 융흥(隆興)으로 정하였다. 2) 매일 하루에 한 번씩 내는 돈, 옛날에 거지는 매일 구걸해 온 소득에서 일정 분분을 상례적으로 거지 우두머리에게 납부하였다. 매일매일 납부했기에 ‘일두전(日頭錢)’이라 불렀다. 3) 옛날 장례식 때 만가(挽歌)를 부르는 사람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