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에도 오성(五星)의 기운을 암시하는 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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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삼다수 1병이면 끝" ... '라면꼰대'와 손잡은 '고사롱 라면' 출시
바이오 제약기업 '셀릭스' 본사, 제주로 이전 ... 첨단과기단지에 새 보금자리
제주서 숨진 중학교 교사 유족 “특별감사반 수준의 재조사 요구”
군사 쿠데타 미화 논란 '5・16로' ... '이름 바꾸자' 논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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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부장판사 비위 단독보도’ 민주언론상 수상
올해 처음 시행된 제주도 '1학생 1스포츠 교육 프로그램'에 읍면 초등학교 학생 800여명이 참여해 각자 원하는 스포츠 종목을 배우고 있다. 17일 제주도에 따르면 1학생 1스포츠 교육 프로그램은 제주도·도교육청·도체육회가 협력해 추진하는 교육발전특구 시범사업이다. 학생이 직접 선택한 스포츠 종목을 정규 수업 시간에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도는 외곽지역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읍면 지역의 전교생 200명 이하 '작은학교'를 우선 지원하고 있다. 현재 도내 읍면 11개 초등학교 학생 801명이 승마, 골프, 서핑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19개 스포츠 종목을 학교 정규 수업 시간에 배우고 있다. 내년에는 첫 해의 경험을 토대로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에 중점을 둔다. 도는 학생들이 선택한 스포츠 종목을 정규 수업에 포함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되 학생 1명당 최소 20회 이상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 사항을 도입한다. 도는 또 올해 참여한 학교가 내년 공모에 참여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 연속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학교 선정 시 운영 종목 수, 학생 참여 횟수, 민간 체육시설 이용 여부 등에 차등 배점을 적용해 다양한 스포츠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체육시설과의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도는 오는 20일 도체육회에서 도내 초등학교 교장과 교사를 대상으로 내년도 사업설명회를 열고, 이후 모집 공고를 통해 다음달 말까지 참여 학교를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된 학교는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3∼4월부터 정규 수업을 시작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마라도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한 중국어선이 적발됐다.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는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경제수역어업주권법) 위반 혐의로 중국 온령선적 A호(171t, 11명)를 나포했다고 17일 밝혔다. A호는 지난 15일 오후 1시 25분께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107㎞ 해상에서 AIS(선박자동식별장치)를 끈 채 무허가 조업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어업활동을 하려면 선박마다 해양수산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경은 A호를 화순항으로 압송해 중국 선원들을 대상으로 불법조업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도가 공동주택 내 건물간 이격거리 제한을 완화하는 등 규제 합리화를 위한 조례 개정에 나섰다. 14일 제주도에 따르면 오는 24일까지 입법예고 중인 건축조례 개정안에는 공동주택 채광·인동간격 기준 완화와 신규 개설도로의 건축허가 도로 지정 허용이 포함됐다. 이번 개정으로 기존에는 기존 도로만 건축허가 대상이었으나 일부 신규 도로도 건축허가 대상에 포함된다. 제주도는 신규 도로 지정과 관련해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요건을 충족한 도로를 지정할 수 있는 별도 심의 기준을 마련해 난개발 가능성을 차단할 계획이다. 공동주택 규제도 완화된다. 채광창이 있는 벽면 높이와 인접 대지 간 이격거리(간격)는 기존 높이의 2배에서 최대 3배까지 허용된다. 부지 내 인동간격(건축물 사이에 둬야 하는 최소한의 간격)은 기존 높이 1배에서 0.8배로 줄었다. 도시형 생활주택과 소규모 재건축사업은 0.5배까지 완화된다. 컨테이너 형태의 신재생에너지저장시설(ESS)은 가설건축물로 분류해 기준을 명확히 한다. 생활형 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때 적용되는 ‘대지 안의 공지’ 기준 역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완화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도는 입법예고 기간 도민 의견을 취합한 뒤 다음달 도의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박재관 제주도 건설주택국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 상황에서건축경기 회복과 공동주택 공급 효율화를 위해 조례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환경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합리적인 규제 완화를 지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도가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97명에게 정보통신 보조기기를 보급했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5∼6월 접수된 신청자 317명 중 장애 정도와 경제적 여건과 전문가 평가를 종합해 보급 대상자를 선발했다. 기기는 장애 유형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됐다. 시각장애인에게 텍스트를 확대해 보는 영상확대시스템과 글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광학문자인식(OCR) 기기 등 15대를 지원했다. 청각·언어장애인에게는 의사소통과 언어훈련을 돕는 소프트웨어 82대를 각각 지원했다. 도가 지난해 보급 대상자 12명을 점검한 결과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은 "휴대형 영상확대시스템으로 공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청각·언어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보조기기를 통해 아이와 감정·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도는 매년 신체적·경제적으로 정보통신에 대한 접근과 활용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보통신보조기기를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하고 있다. 정보통신보조기기 보급 대상으로 선정된 장애인은 보조기기 제품 가격의 80%를 지원받는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은 9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 문필봉으로 불리는 목형산(木形山) 목성(木星)의 산형은 원활하고 하늘로 곧게 높이 솟은 산의 모습이고, 필봉(筆峰)의 기세이며 곧은 성격으로 진행하는 모습으로 정봉(頂峰)은 화형산(火形山)처럼 특별하게 섬세하거나 첨예(尖銳)하지는 않으나 봉우리가 하늘로 힘 있게 솟아 올라간 모습이다. 봉우리 정상부가 붓끝 형상이라 하여 문필봉(文筆峰)이라고도 한다. 산형은 바라보는 법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형상이 수시로 변한다. 산의 형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오성(五星)이 결정된다. 산의 형태가 모두 오성의 모양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오성이 변화하는 산의 형태를 아홉 가지 별의 형태인 구성(九星), 즉 탐랑(貪狼), 거문(巨門), 녹존(祿存), 염정(廉貞), 문곡(文曲), 무곡(武曲), 좌보(左輔), 우필(右弼), 파군(破軍)의 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도 모두 함축하면 오성에 귀속된다. 여기에서 탐랑(貪狼)과 좌보(左輔)는 목산(木山)의 변형을 의미한다. 목형산(木形山)의 성격은 곧고 대체로 맑고 귀(貴)한 것을 주재한다. 이러한 산의 정기를 받게 되면 문인, 학자 등 청고(淸高)하고 귀한 사람이 나오게 된다. 산의 성격은 곧고 불쑥 솟는 형국으로 힘이 따르며 산의 중간 복부에 해당하는 부분에 가지 용(龍), 즉 산줄기가 많이 퍼지는 편이다. 목형산은 문필의 기운이 왕성하므로 공부나 학문에 전념할 때 목형산을 오르면 더욱 좋다. ▲ 불꽃처럼 타오르는 모양의 화형산(火形山) 화성(火星)은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모양으로 산봉우리가 첨예한 모습을 하는 산체이다. 화형산(火形山)이 맑고 청명(淸明)하면 재능 있는 화가(畵家)나 예술가가 나온다. 화형(火形)의 산 모양은 산세가 매우 가파르고 무리를 이룬 첨예한 돌과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며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고 필봉(筆峰)과 같다. 목형산(木形山)과 화형산(火形山)의 기세가 비슷하여 모두 필봉의 성정을 띠고 있어서 자칫 혼돈할 수 있지만, 목형산은 흙, 즉 토(土)를 중심으로 곧게 일어나 정봉(頂峰)이 원활하며 기상이 청수(淸秀)하고 그다지 첨예하지는 않지만, 화산(火山)은 예리한 불꽃의 기상을 안고 가파르고 날카로운 형상을 하고 있다. 대체로 화형산은 암벽과 바위, 암석이 산포한 돌산으로 기운이 흩어져 있으므로 혈(穴)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외형은 화려하고 아름다우나 실속은 없다. 산의 성격은 건조하며 섬세하고 날카로운 면을 지니지만, 또한 활동력이 부족하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거나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화형산을 오르며 심신을 단련하는 것도 좋다. ▲ 오복(五福)의 기운을 겸비한 토형산(土形山) 토성(土星)은 가운데가 편편한 모습으로서 마치 한자로 ‘한 일(一)자’ 형태라고도 하여 일자문성(一字文星)의 모습을 말하고, 산의 윗부분이 지붕이나 평상처럼 평평한 모습을 하고 있고 토형산(土形山)의 정기를 타고난 사람은 대체로 목(木)․화(火)․금(金)․수(水)의 네 가지 기운의 성격을 모두 포용하는 기질을 갖는다. 흙은 오행에서 만물을 포용하고 기르는 성정을 대표하며 대체로 토형(土形)의 산은 기운이 충만하고 후중하여 왕후장상(王侯將相)이 나오고 오복(五福)을 겸비한다. 또한, 산의 형태가 마치 일자(一字)와 같기도 하여 일자문성(一字文星)이라고도 부르며 균형감각과 안정감을 지닌 편안한 산이다. 산의 성격은 후중하다. 흙의 타고난 본질과 성정은 만물을 양육하는 자양분이며 만물을 잉태하는 어머니와 같다. 대체로 길짐승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혈(穴)을 맺는 곳이 비교적 이마(額), 코(鼻), 귀(耳), 배(腹), 꼬리(尾) 등에 있다고 본다. 뿔은 감각이 둔한 곳이므로 좋지 않다. 성격이 예민하고 날카로우며 조바심이 많은 사람들은 토형의 산을 자주 오르면 원만하고 포용심의 기운을 얻는데 좋다. ▲ 부(富)한 기운을 발산하는 금형산(金形山) 금성(金星)은 산봉우리가 둥글고 풍부하며 마치 종 또는 가마솥의 뚜껑 모양과 흡사하다. 혹은 철모나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처럼 둥그스레하니 들판에 곡식을 많이 쌓아 둔 상이다. 다른 말로 부봉사(富峰砂)라고도 하며 산에 청명한 기운이 감돌면 큰 사업가나 기업가, 충신, 부장 등이 나온다. 산의 성격은 둥글고 원만하며 밝고 맑은 편이다. 몸체의 주위가 풍만하고 정결하며 목형산(木形山)처럼 산의 가지가 여러 갈래로 많이 퍼져 나가는 편이다. 금성의 낮은 산 모양은 여인의 예쁜 눈썹처럼 생겼다고 하여 아미형(蛾眉形)이라 부른다. 중간 높이의 산 모양은 마치 떠오르는 달의 형상과 같다고 하여 반월형(半月形)이라 부르고, 둥글고 높이 솟은 산은 곡식을 쌓아 둔 모양과 같다고 하여 노적가리 형상이라고도 부르며 재물과 부한 기운을 안겨주는 부봉형(富峯形) 산형에 속한다. 대체로 날짐승의 형상으로 대개 혈이 맺는 곳이 주로 날개(翼)와 벼슬(冠), 생식기(窩) 쪽에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이 부봉형 토형산을 오르면서 건강하고 힘찬 기운을 받아봄 직도 하다. ▲ 청명한 기운을 안겨주는 수형산(水形山) 수성(水星)은 파도치는 모습 또는 물이 넘실대며 유유히 흐르는 모양으로 된 산을 말한다. 산의 기세가 큰 굴곡이 없는 반면, 마치 물이 넘실거리며 흐르듯 또는 파도치듯 능선이 부드럽게 이어져 진행해 가는 모습이며 산의 기운이 청명하면 선비나 학자 등이 나온다. 수성의 산 모양은 대부분 육지의 산세에 편중되어 있다. 수형(水形)의 산 모양은 대체로 뱀이나 용(龍)의 형상으로 요긴한 혈이 맺히는 곳이 보통 코(鼻), 이마(額), 귀(耳), 복부(腹), 꼬리(尾)나 머리(頭) 부분에 이루어진다고 본다. 뱀 모양, 즉 사형(蛇形)은 입에 강한 독이 있으므로 흉하다고 간주한다. 원대한 이상과 큰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들은 수형의 산을 오르면서 의지를 불태우며 기상을 키우는 것도 좋다. ▲ 오성(五星)의 산형과 건물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신영대는? = 대한풍수연구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역술인협회 공인 역학연구원이다. 중문학 박사와 풍수학자로서 ‘제주의 오름과 풍수’, ‘명리학원리대전’, ‘풍수지리학 원리’, ‘전원시인 도연명 시선', ‘흰 구름 벗을 삼아 읽어보는 당시선’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한라산 총서'의 구비전승·지명·풍수 분야와 ‘세계자연유산지구 마을일지 보고서’ 중 풍수 분야 공동 집필자로도 참여한 바 있다. 또 제주도 각 마을 '향토지' 풍수 부문에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주관광대 관광중국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평범한 직장인인 제주 산악인 3명이 보호구역에서 해제된 히말라야의 미답봉 추아마피크(Chhuama Peak) Ⅲ 정상 등반에 세계 처음으로 성공했다. 제주YMCA산우회는 '2025 제주 히말라야 추아마 히말 원정대'가 네팔 히말라야 쿰부 히말(Khumbu Himal) 지역에 있는 해발 6213m 추아마피크 Ⅲ 정상에 올랐다고 13일 밝혔다. 원정대는 제주YMCA산우회 회원인 김동진 대장과 김현철 대원, 제주산악회 회원인 오남용 대원 등 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지난달 13일 네팔로 출국했다. 지난 2일 오전 2시(이하 현지시간) 해발 5480m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해 낮 12시 20분께 정상에 도달했다. 이번 정상 등반에는 네팔 등반가인 다와 푸르텐 보테와 셰르파(등반 안내인) 밍마르와 카르마 등이 함께 했다. 비정부기구(NGO)인 안나푸르나보전지구프로젝트(ACAP)는 원정대에 감사장을 수여했다. 네팔 관광청은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 산악인들의 놀라운 성취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김동진 대장은 "낮에는 회사에서 땀 흘리고, 밤에는 암벽장에서 꿈을 키웠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들이 이룬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며 "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현지 셰르파들의 전문적인 노하우가 결합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YMCA산우회와 지역 산악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내년에는 8000m급 고봉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원정은 제주도체육회와 대한산악연맹 제주도연맹이 후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쓰레기 종량제봉투 판매 대금 수억원을 횡령해 재판에 넘겨진 제주시청 공무직 직원이 첫 재판에서 사실상 혐의를 인정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임재남 부장판사)는 1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A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2018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제주시청 생활환경과에서 종량제봉투 공급과 관리 업무를 맡으며 3837차례에 걸쳐 6억51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정 판매소에 종량제봉투를 배달한 뒤 현금으로 대금을 받고 나서 주문 취소 건으로 처리해 돈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018년 30여 차례 수준에 그친 범행이 적발되지 않자 점차 횟수를 늘려 지난해에는 1100여 차례에 걸쳐 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A는 횡령한 돈을 생활비와 온라인 게임, 사이버 도박 등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이날 공판에서 "현금이 아닌 카드로 결제한 곳에서는 판매 대금을 빼돌리지 않았다"며 공소사실 일부를 부인했다. 이어 "큰 금액을 횡령해놓고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한다고 생각할까 봐 그냥 두려고 했지만 현금으로 결제하지 않은 곳에서는 횡령하지 않았다"며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려는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항변했다. A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은 다음달 11일 열릴 예정이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 해안을 무대로 등장하는 ‘차(茶) 봉지’ 마약이 제주사회를 불안으로 몰고 가고 있다. 떠밀려온 마약에 더해 마약사범도 급증 추세여서 '청정 제주'의 위상을 무색케하고 있다. '차 봉지' 마약은 최근의 상황이다. 지난 4일 오후 4시 40분께 제주시 조천읍 해안가 갯바위에서 한 낚시객이 마약 의심 물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자는 "바다에서 떠밀려온 중국산 차 봉지를 열어보니 하얀색 결정체가 들어있어 마약을 의심했다"고 전했다. 경찰 간이 시약검사 결과 해당 물체는 케타민 양성 반응을 보여 수사에 돌입했다. 이는 한달여 전에도 벌어진 일이다. 9월 말 이후 제주시 제주항, 애월읍, 조천읍,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변 등 5차례에 걸쳐 ‘차 봉지’ 위장 마약이 발견됐다. 발견된 총량은 24㎏이다. 1회 투여량 기준 8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 때문에 제주가 자칫 마약유통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광언 제주중독예방교육원장은 "제주는 국제 관광도시로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쉬워 아시아 마약 유통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사기관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차 봉지로 위장한 필로폰 1.2㎏을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려던 30대 중국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또 제주 내 호텔과 주거지 등에서도 마약을 투약·유통하던 업주와 종업원, 판매책 등이 연이어 검거되면서, 마약 범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6월 상반기 검거된 마약사범은 6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2명)에 비해 거의 2배로 불어났다. 현행법상 마약류는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마약 등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젤리, 초콜릿, 음료 등 기호품 형태로 은밀히 제조·유통되고 있다. 고 원장은 "대마 등 마약류가 다양한 형태로 유통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와 경찰 등 관계기관은 지난 7일 마약 대책 회의를 열었다. 제주경찰청과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주도청, 제주세관, 국정원 등은 회의를 통해 공조체계 강화 및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들 기관은 해안가 마약류 발견 현황 및 진행 상황 공유, 관계기관 간 정보공유 및 합동 대응체계 구축방안, 해안가 수색과 전단지배포 등 예방·홍보 활동 등을 긴밀히 협조하기로 협의했다. 제주경찰과 제주해경, 제주도청 등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조만간 도내 해안가 일대에서 대대적인 마약류 수색 작업에 나선다. 제주해경청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관계기관 간 신속하고 유기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해상과 해안가 수색을 강화하는 등도민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해안가에서 의심 물체를 발견하면 접촉하지 말고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의 과거와 오늘을 조명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 곳곳의 발자취입니다. 21세기인 지금과 1970.80년대의 풍경이 대조됩니다. 그동안 제주는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제주도청의 기록자료를 매주 1~2회에 걸쳐 여러분들에게 선보입니다./ 편집자 주
김장 기부활동과 유명 국악인 공연이 함께 어우러진 새로운 나눔형 축제가 제주에서 펼쳐진다. 제주도 설문대여성문화센터는 오는 20일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2025 행복한 나눔 제주김장축제’와 연계한 국악 버라이어티쇼 ‘잔치’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센터는 자원봉사자, 도민 등 500여명이 함께 행사장에서 담근 김장을 저소득 아동가정 등 도내 곳곳 취약계층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축하공연으로 대한민국 대표 국악인 남상일·박애리의 무대와 연희앙상블 비단(풍물단), 남기문 국악단 무대가 펼쳐진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국악 공연이 선보여진다. 김장 만들기 참여를 희망하는 도민은 행사 당일 오전 10시까지 현장접수하면 된다. 참여 도민은 누구나 무료로 남상일·박애리의 국악 무대를 즐길 수 있다. ‘2025 행복한 나눔 제주김장축제’는 제주개발공사, 제주농협, 한국마사회 제주본부, KMI한국의학연구소 제주검진센터, 제주설문대여성문화센터 등 5개 기관이 공동 주최하고, 제주도 사회복지협의회가 주관한다. 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가 지원하는 민·관·기업 협력형 사회공헌 축제다. 올해 축제에서는 배추김치 1만 포기(약 3만kg)를 담가 도내 취약계층 5300가구에 전달한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번 연합 김장축제는 각 기관의 나눔 노력이 모일 때 지역 전체가 얼마나 따뜻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사례”라며 “앞으로 복지시설과 공공기관이 협력하는 공동기부형 사회공헌 모델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는 오는 26일까지 12월 중 반려견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실시하는 맹견 기질평가 신청을 접수한다고 13일 밝혔다. 맹견 기질평가는 도사견, 핏불테리어 등 맹견의 공격성, 행동 양태, 건강 상태와 소유자의 통제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육 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맹견은 일반 견종보다 공격성, 방어 본능, 영역 의식이 강해서 사육하려면 동물등록, 책임보험 가입, 중성화 수술 등을 완료한 뒤 기질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기질평가는 12가지 가상 환경에서 맹견의 공격성과 행동 양태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가 항목은 입마개 착용, 평가자의 개체 접촉 시도, 묶인 상태 반응, 유모차와 마주 지나가기, 이동 중 퀵보드 통과, 낯선 사람 등장, 우산을 쓴 사람과의 조우, 군중 속 걷기, 낯선 사람과 작은 개 조우, 낯선 사람과 큰 개 조우, 공 유혹, 날카로운 소리 자극 등이다. 사육 허가를 받은 후에도 맹견 소유자는 매년 3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책임보험 가입과 3개월령 이상 맹견과 외출 시 입마개·목줄 착용 등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현재 도내 등록된 맹견은 37가구 54마리다. 지난해 치러진 기질평가에서는 16마리 모두 사육허가를 받았다. 맹견을 미허가 사육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삼다수가 인기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라면꼰대’와 협업해 제주산 고사리를 활용한 한정판 ‘고사롱 라면’을 출시했다. ‘제주삼다수 0.5L 한 병이면 물 조절이 필요 없는 라면’이 콘셉트다. ‘라면꼰대’ IP(지식재산)와 협력해 제주 고사리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이색 콜라보 제품이다. ‘고사롱 라면’은 8월 15일 유튜브 ‘라면꼰대’ 방송에서 김풍 작가와 윤남노 셰프가 개발한 제주 현지 레시피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고사롱’은 고사리와 제주 방언 ‘코시롱하다(구수하다)’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제주 고사리의 구수한 맛을 특색 있게 표현했다. 육수의 깊은 맛과 씹히는 제주 고사리가 특징인 ‘고사롱 라면’은 이달 13일부터 전국 이마트 매장과 SSG닷컴 이마트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직후인 오는 14일 공개되는 ‘라면꼰대’ 방송에서는 그룹 에픽하이 멤버들이 제주삼다수로 만든 고사롱 라면을 시식하는 장면이 담길 예정이다. ‘라면꼰대’는 유튜브 채널 ‘라꼰즈’(구독자 106만 명)에서 시청 가능하다. 제주삼다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제주삼다수가 CJ ENM과의 협업으로 콜라보 라면을 출시하는 것은 브랜드의 새로운 도전”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제주삼다수만 전할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제주에서는 입실시간 임박시간에 버스를 놓치거나 신분증이 든 지갑을 잃어버린 수험생이 나오는 등 해프닝이 잇따랐다. 13일 오전 7시 55분께 제주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놓친 수험생이 경찰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시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치경찰은 오전 8시 10분인 입실 시간이 임박한 이 수험생을 발견하자마자 약 3㎞ 떨어진 시험장인 서귀포여고까지 수송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버스를 놓친 수험생이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 순찰차에 태워 시험장 입실을 도운 경우도 있었다. 수능 입실 10분 전인 오전 8시께 제주시 중앙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수능 응시에 필요한 신분증이 든 지갑을 잃어버린 일도 있었다. 자치경찰이 정문 인근에서 해당 지갑을 발견, 수험생을 찾아 건네줬고 해당 학생은 간신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같은 학교에선 점심 도시락을 차에 두고 내린 뒤 입실한 수험생이 뒤늦게 정문에서 학부모로부터 도시락을 받아 가는 사례도 있었다. 제주경찰청 산하 경찰은 이날 도내 16개 시험장을, 자치경찰은 도내 5개 시험장 일대의 특별 교통 관리를 전담했다. 싸이카 16대, 순찰차 14대, 교통경찰 87명, 모범운전자회 소속 321명 등을 동원해 수험생에 편의를 제공했다. 출근시간 차량 정체와 수험표 미소지, 시험장 착오 등으로 정시 입실에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시험장까지 수송했다. 경찰은 시험 종료 이후에는 음주 등 청소년 일탈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앞으로 10일간 도내 번화가와 학원가를 중심으로 청소년 보호 및 지도 단속활동을 할 예정이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연합뉴스]
제주CBS의 ‘제주 부장판사들 비위의혹 단독 연속보도’가 제35회 민주언론상 수상작에 선정됐다. 제주CBS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제35회 민주언론상 보도부문 특별상 수상작에 제주CBS ‘제주 부장판사들 비위의혹 단독 연속보도’가 선정됐다고 13일 밝혔다. 제주CBS 고상현·이창준 기자는 법원 관계자의 제보 이후 수개월에 걸친 취재 끝에 부장판사 3명의 근무시간 음주난동 사건을 확인하고 처음 보도했다. 이들 판사가 징계가 아닌 법원장 경고만 받은 사실도 다뤘다. 이들은 음주난동 판사들의 유흥주점 접대 의혹, 불법 재판 의혹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의 부실조사 문제도 취재했다. 민주언론상 선정위원회는 “취재하기 힘든 사안이지만 집요하게 추적해서 사회적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역 언론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제35회 민주언론상 후보작에는 민주언론실천상 월별 수상작 14개 작품 등 모두 52편이 추천됐다. 제주CBS ‘제주 부장판사들 비위의혹 보도’ 등 7개 작품이 최종 선정됐다. 민주언론상 시상식은 언론노조 37주년 창립기념일인 오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상은 1991년부터 매년 언론 민주화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제주CBS 고상현 기자는 2020년 4.3수장학살의 비극을 다룬 ‘대마도가 품은 제주4.3’ 기획보도로 제30회 민주언론상 보도부문 특별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3일 오전 제주도내 16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11월 중순임에도 '수능 한파'가 없어서인지 수험생들의 옷차림은 무거워 보이지 않았다. 과거와 같은 단체 응원이 없어져 시험장 주변은 대체로 차분했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자녀를 내려주며 응원의 말을 건네고 갔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교문 앞에서 시험장을 향해 두손을 모아 기도하거나 휴대전화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자녀의 뒷모습 사진을 찍기도 했다. 교사들은 수험생들을 꼭 안아주고 손을 잡으며 힘을 북돋워 주거나 명단을 살펴보며 수험생들이 모두 시험장에 도착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95지구 제6시험장인 제주중앙여고를 찾은 50대 학부모 A씨는 "둘째 딸이 고3인데 첫째 때보다 더 불안하고 긴장되고 떨린다"며 "아이가 고생한 것을 알기에 시험을 잘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40대 학부모 B씨는 "딸 컨디션 관리를 위해 시험 일주일 전부터 오늘까지 같은 메뉴로 점심 도시락을 싸줬다"며 "담대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여고 3학년 국어교사는 "꾸준함과 인내와 열정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각 시험장 앞은 새벽부터 수험생을 태운 차량과 출근하는 시민들의 차량이 몰렸으나 경찰과 자치경찰, 모범운전자회 회원 등이 교통정리를 해 차량 운행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이날 95지구 제2시험장인 제주제일고를 찾아 수험생과 고사, 학부모 등을 격려했다. 제주에서는 이날 95(제주)지구 12곳, 96(서귀포)지구 4곳 등 시험장 16곳에서 수능이 치러진다. 제주지역 수험생은 전년보다 513명 많은 7513명(재학생 5641명, 졸업생 1585명, 검정고시 등 287명)이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연합뉴스]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의욕적으로 활동할 20ㆍ30대 젊은 나이에 일을 하지도,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그냥 쉰다’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쉬었음’으로 분류된 20대가 40만2000명, 30대는 33만4000명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아예 구직을 포기한 채 쉬고 있는 2030세대 청년들이 73만6000만명이라는 얘기다. 특히 그냥 쉰다는 30대 인구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는 비단 개인의 어려움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비경제활동인구는 총 258만명이다. 1년 전보다 13만5000명 늘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쉬었음 인구가 늘었는데, 특히 3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대 쉬는 인구가 지난해보다 4000명(증가율 1.0%) 늘어난 사이 30대는 2만4000명(7.7%) 증가했다. 그냥 쉰다는 30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만 해도 15만5000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17년 사이 2.15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대(1.98배), 40대(1.62배) 쉬었음 인구 증가 속도보다 가
현상금 사냥꾼 존 루스(커트 러셀 분)가 1만 달러 현상금이 걸린 데이지를 붙잡아 베테랑 마부가 모는 호화로운 육두마차를 전세 내어 황량한 와이오밍주 벌판에 몰아치는 눈폭풍을 뚫고 달리고 있다. 그 정도면 제아무리 사나운 눈폭풍도 두렵지 않다. 루스는 안락한 마차 좌석에서 느긋하게 설원(雪原)을 감상한다. 그러나 마차는커녕 늙어빠진 말도 없는 ‘뚜벅이’들에게 눈폭풍은 곧 죽음이다. 루스의 마차 앞에 ‘뚜벅이’ 여행자 워런 소령(새무얼 잭슨 분)이 기차선로에 서서 기차를 막아서듯 루스의 마차를 세우고 동승을 구걸한다. 현상금 사냥꾼 루스가 ‘선한 사마리아인(good Samaritan)’일 리는 없다. 보통사람일 뿐이다. 본래 모든 경전(經典)들은 보통사람들은 아마도 영원히 지킬 수 없는 덕목들만을 골라서 요구한다. 그래서 모든 경전들은 수천년이 흘러도 여전히 용도 폐기되지 않는다. 당연히 루스 역시 곤경에 처한 ‘흑인 이웃’을 적극적으로 구해 줄 마음이 있을 리 없다. 루스는 이 의심스러운 ‘설원의 뚜벅이’에게 대포만 한 장총을 겨누고 길을 비키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쏘아버릴 기세다. 마차를 얻어 타야만 하는 워런 소령은 ‘아부 모드’로 일관한다. 시종 ‘모나리
승승장구하던 주가가 급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3일 사상 처음 4200선을 뛰어넘은 코스피지수는 이튿날부터 큰 폭으로 오르내리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식 선물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자 원ㆍ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지만, 주요국 증시 중 최고 상승률로 과열 조짐을 보이던 코스피시장으로선 일시적 조정은 예상했던 상황이다. 국내 증시는 수출시장 못지않게 반도체 의존도가 크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의 주가에 따라 출렁인다. 투자자들 사이에 주식 ‘포모(FOMOㆍ기회 상실 공포)’ 심리가 퍼지며 ‘빚투(빚내 투자)’가 급증했다. 10월 말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는 약 25조5000억원으로 연초 대비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주가 변동성 확대와 신용융자 급증은 시장에 던지는 적신호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여당은 기업 성장을 돕고 시장 거품을 빼는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부적절한 발언으로 시장 변동성과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아침
영화 헤이트풀8 속 스미더스 장군(브루스 던 분). 남군 출신인 그가 노구를 이끌고 아무 연고도 없는 황량한 와이오밍주(州)를 헤매다가 눈폭풍을 피해 ‘미니의 잡화점’을 찾아든 이유는 단 한가지밖에 없다. 그의 외아들이 남북전쟁 중에 ‘행불’이 됐는데, 아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와이오밍주라는 풍문 때문이었다. 스미더스 장군은 흑인 몰살로 악명이 높지만 자기 자식에게는 그토록 애틋하다. 선이나 악은 대개 보편적이지 않고 선택적이다. 나에게 천사 같은 ‘엄마’도 누군가에게는 얼마든지 악마가 될 수 있다. 이같은 ‘선택적 사랑’에 아무런 죄의식이나 갈등도 느끼지 못하는 스미더스 장군에게 적개심 가득한 북군 출신 흑인 장교 워런 소령(새뮤얼 잭슨 분)이 점잖게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그 유명한 스미더스 장군님 아니신가? 실종된 아들을 찾아 여기까지 오신 건가?” 스미더스 장군은 적군인 북군 출신에 흑인인 워런 소령을 투명인간처럼 무시한다. 그런 스미더스 장군에게 워런 소령은 능글능글하게 ‘필살기’를 날린다. “사실… 당신 아들이 죽는 모습을 내가 직접 봤다”고 떡밥을 던진다. 당연히 그제야 스미더스 장군은 염치 불고하고 질문을 쏟아낸다. “정말이냐? 어디서?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담쟁이가 뒤덮인 돌벽 한쪽이 덩그러니 서 있다. 초록색 방수포가 뒤덮은 객석 바닥은 이미 원형을 잃었고, 공연을 품던 무대는 무너진 채 흉터처럼 갈라진 흔적만 남았다. 한때는 웃음과 박수로 가득했던 자리에 이제는 공사 차량 자국과 철거 상흔만이 흩어져 있다. 오래도록 서귀포 시민들의 추억을 품어온 서귀포 관광극장은 이제 잔해와 철거의 상처로만 존재한다. 청춘의 기억을 간직한 무대, 가족과 함께한 영화 관람, 동네 아이들이 뛰놀던 객석의 풍경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허물어진 건축물과 그것을 지켜보는 허탈한 눈빛뿐이다. 현장을 찾은 건축가와 시민들은 잇따라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라면 보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무대를 배경으로 보낸 낭만의 시간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벽체를 손으로 짚으며 "아직 숨 쉬는 건물인데 왜 이렇게 급히 없애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30일 오후 이중섭 거리를 찾은 어린이와 시민, 외국인 관광객들마저 발걸음을 멈췄다. 회색빛 공사판 가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일부는 휴대폰을 꺼내 무너진 흔적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른 이는 "관광지에 왔더니 왜 철거 현장만 남았느냐"며 의아해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
이쯤되면 거의 여론조작이라 말하는게 나을 듯 싶다.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다. 연이어 쏟아지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수치가 오히려 도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도와 도의회, 정당과 연구기관, 나아가 언론사까지 앞다퉈 민심을 계량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고 질문은 자의적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온 조사조차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니 도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정치적 셈법에 맞춘 각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46.3%, 반대 3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찬성 응답자의 63%는 내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였다. 도당 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반대가 43.1%, 찬성이 35.9%로 반대가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도의회는 다시 별도의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는 1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인지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인지도 ▲선호 구역(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뱀을 부리는 민간 잡기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고증하기가 쉽지 않다. 뱀을 부리며 구걸하는 방식은 송나라 때 서현(徐鉉)의 『계신록(稽神錄)』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모(毛) 씨 성을 가진 거지는 안륙(安陸) 사람으로 술안주로 독사를 즐겨 먹었다. 산동성과 강서성 일대를 돌아다니며 시중에서 뱀을 부리며 구걸하였다. 10여 년 넘게 구걸하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파양(鄱陽)에서 온 땔나무를 파는 사람이 황배(黃培)산 아래에서 야숙하는데 꿈속에 한 노인이 나타나 말했다. “네게 뱀 한 마리를 보낼 터이니, 강서에서 뱀을 부리는 모 씨라는 거지에게 가져다 줘라.” 강서에 가서 땔나무를 다 팔았을 때 뱃전에 똬리를 튼 하얀 뱀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만져보았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꿈속에서 노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노인의 말에 따라 저녁에 뱀을 들고 시중에 가서 뱀을 부리는 모 씨 거지를 찾아서 건네주었다. 모 씨 거지가 손으로 만지려고 할 때 뱀이 피할 사이도 없이 손가락을 물었다. 거지는 큰소리를 내지르며 땅에 쓰러져서는 숨을 거두었다. 오래지 않아 거지의 시신이 부패돼 버렸고 뱀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전기적인 이야기는 믿을 수 없다. 다만 늦어도 송나라 때에 이르면 뱀을 부리며 구걸하는 거지가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명대 유원경(劉元卿)의 『현란편(賢欒編)』 기록이다. 오중(吳中)에 늙은이가 처음에는 집안이 가난해 뱀을 부리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 맏아들은 밥을 구걸하고 둘째아들은 개구리를 잡았으며 셋째아들은 ‘연화락’을 불렀다. 가족 전체가 거지였다. 나중에 점차 부유해지자 어느 날 그는 아들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이전에는 너무 가난하여 집안을 일으키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생활이 나아졌으니 반드시 직업을 바꾸어 문학을 공부하여야겠다. 그렇게 해야만 온 가족이 좋은 명성을 듣게 될 것이다.” 집안에 사숙을 지어 선생을 초대하여 아들 셋에게 공부를 가르쳤다. 반년여가 지나자 선생이 갑자기 아들 셋 모두 하루가 다르게 학업이 향상됐다고 과장하였다. 늙은이는 잔치를 베풀고 이름난 유학자를 초빙하여 직접 시험을 치르도록 하였다. 이름난 유학자가 셋째아들에게 대우(對偶) 문장을 시험보자며 먼저 첫 문장을 제시하였다. “잇달아 버들개지 날린다.” 셋째아들이 대구를 만들었다. “늴리리 연화락 부르네.” 둘째아들에게 제시하였다. “살구나무 나뭇가지의 끝에 흰 나방 날아가네.” 둘째아들이 답했다. “파란 버들나무 아래서 청개구리 잡네.” 마지막에 맏아들에게 “구중궁궐에 문무 양반 관원이 배열해 있네”에 대한 대구를 답하라 하니, “십자가두에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준 부모를 부르네”라고 답했다. 늙은이는 아들 셋이 제출한 대구를 보고는 이상하다 여겼다. 자신이 이전에 뱀을 부리며 구걸하던 그런 수단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어찌된 일인가. 이상은 송나라와 명나라 때에 뱀을 부리며 구걸하던 거지의 사례다. 다음은 청나라 때의 일이다. 전해오는 바는 이렇다. 청대 건륭 4년(1739)에 풍(馮) 씨가 사람들과 어울려 항주의 서호를 유람하고 있었다. 정자사(淨慈寺) 앞에서 피부가 가마무트름하고 짧은 구레나룻이 난, 몸에 포대를 걸고 있는 거지를 만났다. 뒤에는 대나무 바구니를 든 수십 명의 거지가 뒤따랐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남병산(南屛山)에 뱀 잡으러 간다고 하였다. 풍 씨는 젊었기도 했고 호기심도 많아 그들을 뒤쫓아 갔다. 사찰 서쪽 산간의 평지 깊은 곳에 다다르니 동굴이 하나 있었다. 동굴 입구는 1척여로 동물이 자주 출입한 듯 둘레가 반들반들하였다. 거지가 절뚝거리며 동굴 앞으로 가 주문을 외우고는 울컥, 입 안 가득 무엇인가 물고는 동굴 입구를 향하여 내뱉었다. 동굴 안쪽에서 우르르 소리만 들려왔다. 그때 뒤따라갔던 거지들은 좌우로 배열해 있었다. 각자 준비해서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간 풀잎을 꺼내어 입에 넣고 씹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동굴 속에서 수많은 뱀들이 밀물이 밀려들 듯이 기어 나왔다. 오초사, 먹구렁이, 뱀장어, 그리고 유혈목이, 살무사 종류였다. 그 형상은 게처럼 생긴 것도 있고 잉어처럼 생긴 뱀, 신발처럼 생긴 뱀, 호랑이 머리에 뱀의 몸을 한 거, 머리는 뾰족하고 몸은 넓적하지만 길이가 몇 촌이 되지 않는 뱀, 저울대처럼 가는 뱀, 몽둥이처럼 짧은 뱀, 주사처럼 붉은 뱀, 남색처럼 푸른 뱀, 청동처럼 녹색인 뱀, 분처럼 하얀 뱀, 흑과 백이 반반인 뱀 등등 두려울 정도로 괴이하였다. 줄서있던 거지들이 씹고 있던 풀잎 즙을 손에 바르고 씹다 남은 풀잎 찌꺼기로 콧구멍을 막았다. 그런 후에 각자 뱀들을 잡아서는 가지고 왔던 대나무 바구니에 담았다. 뱀들을 거의 다 잡아넣었다 싶었을 때 갑자기 굴속에서 쏴쏴 비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거지 두목이 모두에게 말했다. “사왕(蛇王)이 온다. 빨리 피해!”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주마는 성격이 온순하고 체질이 건강하여 병에 대한 저항력과 생존력이 강하다. 제주 사람 기질을 닮았다. 일반적으로 말은 외로움을 싫어하는 군거성(群居性) 초식 동물이다. 서열과 책임성이 강한 사회성이 있는 동물이다. 말들을 한 구역에 몰아 방목하기도 하는데, 그 경우 서열을 정하기 위해 싸움한다. ‘더러브렛(thoroughbred)’같은 서양말과 제주 조랑말이 서열 싸움을 하면 누가 이길까? 십중팔구 제주마보다 덩치가 두 배나 큰 서양말의 승리를 점친다. 아니다! 제주마가 100%, ‘짱’ 먹는다. 전략은 단순하다. 키 작은 제주말이 서양말 다리 사이로 들어가 서양말 허벅지를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그러면 서양말은 비명조차 못 지르고 눈물 뚝뚝 흘리며 항복할 수밖에 없다. 제주마는 기억력이 좋다. 제주마는 방목장의 지형 즉, 어떤 장소나 방향 등을 잘 기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오랜 세월 야생에서 얻어진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방목장으로 가는 ‘ᄆᆞᆯ 길(말 길)’을 망아지 때부터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해력이나 사고력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경수 옹(95)의 어릴 적 기억에 의하면, 말들이 주인보다 앞서가다가 세 갈래 길을 만나면 잠시 멈춰 서서 뒤에 오는 주인을 기다린다고 한다. 주인이 와서 어느 쪽 길로 갈까를 알려주면 그때야 가라는 방향으로 걷는다고 했다. 제주마는 밭을 갈거나 조 밭을 밟고, 농작물을 실어 나르는 등 제주의 농경 문화에 없어서는 안 될 역마(役馬)였다. 이뿐 아니라 1950~1960년대만 해도 제주마는 마차에 짐을 실어 먼 거리 이동 시 또는 결혼식 때 신랑과 ‘우시’ 2인(집안에 따라 3~4인)들을 태우는 의전용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이들은 예장(禮裝)이 접수되고 신붓집의 ‘문전고사’가 끝나야 말에서 내릴 수 있었다. 농한기가 끝나고 결혼 성수기가 돌아오는 10월이면 고경수 옹의 집에서는 선흘뿐 아니라 인근 김녕까지 착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잘생긴 말 5마리 정도를 목장에서 집으로 데려다 놓고 갈기를 단장하고 빛깔을 윤기 있게 하여 무상으로 결혼식 의전용으로 빌려주곤 했다. 예약은 항상 밀려있었고 고맙다는 주변 칭송이 자자했다. 모든 말이 처음부터 ‘착한 말’이 되지는 않는다. 길들이기, 즉 순치(馴致) 과정이 필요했다. 말은 소보다 성질이 민감하고 인내심이 부족하여 길들이기나 순치 기간이 다소 오래 걸리며 방법이 다르다. 역용(役用) 말은 처음부터 밭갈이용으로 길들이기 하지 않고 마차나 달구지를 끌 수 있도록 순치시키고, 마차나 달구지를 끌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밭갈이용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순치가 되면 마구를 장착하여 마차나 달구지를 직접 끌게 했다. 처음 한쪽 또는 양쪽 바퀴를 고정하여 구르지 못하게 하였다. 날뛰거나 제어하기 힘든 말을 금방 지치게 하여 순응시키기 위함이다. 이때 사람이 굴레 또는 재갈에 연결된 ‘돌’을 이용하여 말을 직접 끌고 다녔다. 몇 번 하다 보면 말은 이내 순응하고 주인에게 복종했다. 제주 바다에 해녀가 있다면 한라산과 오름에는 ‘테우리’가 있다. ‘테우리’는 목축에 종사하는 목자(牧者)를 의미하는 제주어다. 이들은 전문 목축기술을 가지고 광활한 목장 초지대를 누비며 우마를 방목하며 제주도 전통 목축 목화를 만들어낸 주체들이다. 이들 ‘테우리’들은 관리하는 가축 종류에 따라 ‘소 테우리’ 혹은 ‘말 테우리’라 부른다. ‘테우리’들은 마소를 관리하는 일 이외 밭을 밟아주는 일과 ‘바령 팟’을 ‘ᄇᆞᆯ리는’ 일을 하였다. 화산회토 지대에서 바람이 불면 흙과 함께 파종한 씨앗이 날려 농사를 망치기 때문에 사람보다는 힘이 좋은 우마를 투입해 파종한 밭을 밟아주었다. 이를 진압농법(鎭壓農法)이라 했다. 밭에서 거름을 얻기도 했다. 이런 밭을 ‘바령 밭’이라고 했다. 마소들을 놀리고 있는(휴한기) 밭으로 몰아넣은 다음, 이들의 배설물을 받아 쌓아놓은 뒤 적당한 때에 이를 농사용 거름으로 이용했다. 이때 말 떼를 잘 부리는 노련한 ‘테우리’ 일수록 좁은 밭 안에서 질서 정연하게 밟도록 말 떼를 몰 수 있다. ‘테우리’들은 자신의 마소를 직접 키우거나, 일정한 보수를 받고 다른 사람들의 마소들을 대신 키워 주거나, 마을 공동목장에 목감(牧監)으로 고용되기도 했다. 공동목장 내에 지어진 ‘테우리 막’에 살면서 마소를 관리하기도 했다. 이들은 방목지에 있는 오름과 하천, 동산의 이름 그리고 마소의 이동로와 관련된 주요 지명을 손끔 보듯 알고 있었다.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오름의 위치, 물을 먹일 수 있는 물통이나 하천 위치 그리고 풀이 자라고 있는 위치를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방목 중인 마소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고경수 옹의 어릴 적, 그의 아버지는 ‘가랑ᄆᆞᆯ(가장 좋은 말)’을 타고 ‘테우리’ 서너 명과 함께 키우던 말 15마리를 몰고 선흘이나 동복 심지어 김녕 마을까지 가서 무상으로(점심 식사만 제공) 밭들을 말로 밟아주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 밭 주인들은 나중에 고경수 옹의 아버지네 목장 일을 도와주거나 겨울철 말에게 먹일 ‘ᄎᆞᆯ(꼴)’을 베어 오는 일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바로 ‘수눌음’이라는 제주풍습이다. 승용마 길들이기는 더 어렵다. 말타기 능숙한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역용마(役用馬) 길들이기와 마찬가지로 말에 올라타기 전 사람과 친숙해지는 순치 과정이 필요했다. 먼저 굴레 씌우고 끌기를 하면서 말이 달아나려는 습성(fly animal)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제압하고 순치시켰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말과 가까이하게 되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어느 정도 순치가 되면 재갈 굴레를 씌우고 등 위에 살짝살짝 올라타면서 체중 적응 순치를 시켰다. 그다음 안장 채우고 한 사람이 말을 끌고 또 한 사람은 말 등에 조심스레 올라타 승용(乘用) 목적으로 길들이기 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정책 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제주지식산업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청패류초·걸개류·상해유호북지개(上海有湖北之丐)』 기록이다 : “상해에 호북 출신 거지가 있다. 모두 부인과 남자아이이고 건장한 남자는 없다. 늘 서너너덧이 모여서 시가를 돌아다닌다. 손에는 소라, 북, 구련환(九連環)을 들고 등에는 칼과 갈퀴 등 잡물을 담은 자루를 지고 다닌다. 한 사람은 강회(江淮) 소곡, 예를 들면 「십팔모(十八摸)」, 「십배주(十杯酒)」, 「십송랑(十送郞)」 등을 부르며 손에는 칼이나 갈퀴를 떨구고 한 사람은 북을 치거나 소라를 치면서 박자를 맞춘다. 광서, 선통 사이에 처음 보였고 선통, 신해에 많아졌다. 삼봉고(三棒鼓, 북채 3개를 사용해 연주하는 방법, 삼반고(三班鼓)라고하기도 함)도 구걸하는 도구다. 그 연주법은 3명이 함께 한다. 한 사람은 북을 펼쳐놓고 치는데 북은 움직일 수 있는 대나무 지지대가 있어 열고 닫을 수 있다. 한 사람은 작은 북을 두드리고 한 사람은 징, 소라의 박자에 맞춰 노래한다. 가사는 천한 내용이 많다. 언어는 대개 호북성 지방어이다.” 호북 거지가 삼봉고를 공연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명나라 때 전예형(田藝蘅)은 『유청일찰(留靑日札)』에서 말했다. “오(吳), 월(越) 사이에 부녀자가 북채 3개를 가지고 위아래로 북을 친다. 삼봉고라 한다. 강북 봉양(鳳陽) 남자가 더 뛰어나다. 당나라 때의 삼장고(三杖鼓)가 그것이다.” 이런 곡예 표현 예술은 공연할 때 동전을 새겨 넣은 북채 3개로 차례대로 돌아가며 북을 치면서 노래하는 것에서 이름을 얻었다. 호북, 호남 일대에서 유행하였다. 봉양화고(鳳陽花鼓)에서 변화 발전했다고 전한다. 이 설은 일리가 있다. 역사상 재난이 끊이지 않았고 궁핍하고 낙후된 봉양은 거지가 많이 생겨나 각지로 떠돌아다녔다. 『청패류초·걸개류·봉양인걸식지유(鳳陽人乞食之由)』는 말한다. “강소, 절강 접경지역에 매년 겨울이 되면 봉양 유민이 늘 시내에서 구걸한다. 해마다 흔히 있는 일이 되었다. 그 걸식하는 이유를 헤아려보면 호주(濠州, 봉양부鳳陽府)가 명 태조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전란이 끝난 후 사람이 적어지고 토지가 황폐해지자 강남의 부유한 백성 14만을 이주시켜 채우고서는, 사사로이 귀향하는 자는 중죄로 다스렸다. 부유한 백성이 고향으로 돌아가 성묘하려 해도 방법이 없자 남녀가 거지로 분장해 몰래 고향으로 돌아가 제사지내고 성묘하였다. 겨울에 떠나 봄에 돌아왔다. …… 마침내 강호를 떠돌아다니며 걸식하는 것이 업이 되었다.” 원인을 그 당시 거지 출신 황제 주원장(朱元璋)과 그의 정책으로 귀결시키고 있다. 일리가 있다 싶다. 전기적인 색채가 있다는 것은 맞지만 역대로 그곳에서 거지가 많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궁핍해져서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오랫동안 누적되어 형성된 전통관념, 습속, 지리 문화, 심리상태에 기인한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상술한 전설 자체는 비정상적인 가치 관념을 반영하고 있다. 거지를 천하게 보지 않으려는 관점이 그것이다. 다시 예를 들면 강서(江西) 서창(瑞昌), 구강(九江), 무녕(武寧) 등지에서 유행하였던 ‘용선고(龍船鼓)’〔서창선고(瑞昌船鼓)〕도 원래는 단오 때에 호숫가 지역에서 용주로 강을 건너는 활동 중에 탄생한 오락성 짙은 곡예 종류다. 소라, 북을 치는 반주에 맞추어 말하기도 하고 노래하기도 한다. 청나라 건륭 연간에 대단히 유행하였다. 그런데 봉양화고가 삼봉고가 된 운명과 같이, 용선고도 나중에 점차 현지 거지가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되었다. 『북경민간생활채도』 제13도 「삼봉고도」는 지역 유랑민이 북경에서 삼봉고를 두드리면서 구걸하는 그림이다. 그 제사는 이렇다. “이것은 중국 삼봉고 그림이다. 이 사람은 섬서성에서 북경에 업무차 왔다. 손에 나무 북채 3개를 들고 아래에는 작은 북이 놓여있다. 북채를 북 위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연달아 치면서 노래한다. 여비를 마련하려고 동냥하는 것으로 강호에서 공연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례도 거지가 삼종고를 구걸하는 수단으로 삼아 타향을 떠돌아다녔기 때문에 이런 민간예술 형식이 광범위하게 전파됐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각지의 유사한 곡예 형식이 서로 교류하고 참고하며 융화됐음도 알 수 있다. 우갑골(牛胛骨) 등을 치면서 반주에 맞춰 말하고 노래하며 구걸하는 것도 정통 민간예술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큰 임시성과 무작위성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여러 ‘구걸하는 예술’ 중 반주로 박자를 맞추는 타악기는 민간에서 흔히 보이는 것으로, 이미 거지가 몸에 지니고 다니는 상징이 됐다. 거지의 간판이요 구걸하는 자들의 부호적인 특징이 됐다. 그런 부호적인 특징은 사람들에게 신분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구걸하는 방식이다. 바로 그러한 성질을 기초로 끊임없이 새로운 모양새를 창출하였다. 다음과 같은 보도가 있었다. 음력 돼지해 정월 초하루 아침, 홍콩에서, 차 마시려는 손님이 찻집에 들렸는데 좌석이 하나도 없었다. 손님이 들어차 몸 붙일 데가 없었다. 망설이던 차에 그 지역 큰길 입구에서 전자 확성기를 틀고 하모니카를 불며 구걸하는 절름발이 노인이 보였다. 탁자를 점거해 신춘 차를 마시고 있었다. 10살 전후로 보이는 어린아이 1남 1녀가 흥을 돋우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찜통, 자기접시가 빽빽이 놓여있었다. 먹으면서 흥이나 분위기가 막 무르익고 있었다. 알고 보니 명성이 자자한 ‘전자 거지’가 아닌가. 이웃사람이라 서로 안면이 있었다. 알아본 늙은 거지가 급히 자리를 하나를 비워 차를 마시려는 손님을 앉혔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옆에서 필사적으로 새우를 먹고 있는 소년 3명은 음력설 기간에 구걸한, ‘장사’가 번창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에 30원을 받으며 ‘전자 거지’를 도와주는 동업자가 되어 있었다. 늙은 거지가 최근에 또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고 한다. 크기가 서로 다른 고무통 7개를 가지고 구걸할 때 돌아가면서 두들기니, 고저가 다른 음가를 내면서 아프리카 산림 중에 흑인 부락이 내는 북소리와 비슷하였다. 길 가던 사람들이 기묘한 소리에 이끌려 에워싸서 구경하면서 1원이나 50전을 던져주었다. 수입액이 굉장하여 어린 동료들에게 한 턱 낸다고 하였다. “그들은 정월 초하루부터 초이렛날까지 나를 따라 중환 부두에서 천교 밑까지 구걸하러 다녔지요. 장사가 너무 잘되니 그들에게 상금을 내리는 겁니다요.” 늙은 거지가 말을 꺼내니 엄숙하고 위엄 있는 사장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북을 치면서 구걸하는 유형의 거지가 좋은 구상을 생각해내어,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시키면서 많은 액수를 벌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형태로 변형시켰고 동료들을 고용하여 서로 도우면서 구걸해 좋은 결과를 도출해냈던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굿(의례)은 의례 공간, 집전자(매개자), 대상자(주체), 내용(주제)과 형식(절차별 퍼포먼스) 등으로 이루어진다. 제주에서 행하는 공동체 의례인 본향당(本鄕堂)은 마을 공동의 신당(聖所)인데 일종의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곳이다. 마을신의 이름은 ‘본향’ 또는 ‘본향한집’으로 불리는데 해당마을의 조용한 곳에 좌정하여 마을을 지켜준다. 이 신은 호적, 물고(物故, 재물), 인명과 가축의 보호, 아이들의 생육, 출타하는 사람들의 안전 등 마을의 생명, 재산을 재앙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본향당에서는 정기적으로 굿(의례)을 행하는데 산간지역(목축신)과 해안지역(용왕신)이 산업적인 차이가 있어서 굿 내용이 조금 달라지지만, 전체적으로 의례는 신당(성소:의례 공간), 집전자(심방), 단골(마을 신앙만), 신화(신들의 이야기), 점복(占卜, 예언적 퍼포먼스), 신과 단골의 어울림(난장)으로 의례가 끝이 난다. 먼저 심방은 하늘에 있거나 만물에 깃든 신을 불러들이고, 그 신들을 배불리 먹인 후 무악으로 회포를 푼 뒤 단골 신앙인들이 요구를 제시하고, 신은 이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마을의 닥쳤던 재앙이나 다가올 액(厄)을 미리 막아준다. 이 과정에서 심방은 춤과 사설로 신과 단골 신앙민을 매개하여 신을 즐겁게 하고, 단골 신앙민을 안정케 한다. 굿의 과정은 율동과 음악과 사설이 동원되어 볼거리, 스토리텔링, 신성함, 스트레스 해소 등의 모든 과정이 풀어진다. 굿은 과학기술시대가 아닌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승의례지만, 신당(극장), 제일(祭日, 상영일), 구술(시나리오)과 집전자(큰심방은 감독 및 주연, 작은 심방들은 배우), 몸짓(액션), 다수의 의례 도우미인 소미(小巫, 스텝) 단골 신앙민(관객), 어울림 마당(놀이) 들로 이루어지는 굿의 구조는 오늘날 영화체제와 무척 닮았다고 할 수 있는데 과거 전통시대의 연극·영화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과학기술의 집약된 종합예술로서 무성영화 시대를 거치고, 흑백시대를 넘어 컬러시대, 동시녹음 시대, 컴퓨터 그래픽, 3D 입체영상 등으로 확장되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진보하고 있다. 영화의 구조가 제작사(마을), 감독(집전:큰 심방), 배우(다수의 소미들), 시나리오(신화나 마을 설촌 유래, 사건), 상영관(본향당), 관객(마을 신앙민), 내용에 대한 흥미와 교감(난장), 흥행(단골들의 굿에 대한 평가·소문)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의례와 영화가 시대적으로 큰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요소가 닮았다는 것은 어느 시대건 볼거리, 들을 거리, 풀 거리(욕망의 해소)가 있으며, 의례와 영화가 당대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굿과 영화는 알튀세르가 말하는 이데올로기 국가 장치일 뿐이다. 그러나 이데올로기 기능과는 다르게 굿 의례와 영화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을 말한다면 ‘놀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굿에서의 놀이는 희로애락을 승화시키는 유희적 요소인데 억압된 기분을 푸는 효과를 줌으로써 대중(단골)의 흥미를 유발한다. 영화는 이야기 전개, 액션, 사랑, 비극 등 인간사에서 있음 직한 사건을 통해 흥미를 주고, 관객들을 카타르시스를 통해 감정을 추스른다. 만약에 의례와 영화에 놀이적 요소가 없다면 인간의 욕구들은 경직되거나 숨 막히게 되고, 의례나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게 된다. 놀이는 삶 속의 욕망을 자극한다. 굿 의례가 놀이적 요소를 더욱 많이 도입하는 것은 집전자(무당/감독) 자기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고, 그 능력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었을 때 관객(단골)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흥행의 문제는 굿 의례나 영화의 존폐에 직접적인 문제가 된다. 굿이 재미없고 영험하지 않다고 단골들이 판단하게 되면 마을굿의 집전자(감독)는 교체되기도 하고, 단골 집안의 굿(상영관)도 다른 심방(감독)에게 뺏기게 된다. 그래서 심방들은 단골 관리를 위해 평소 신경을 많이 쓰고 굿 의례도 노력해 영험다움과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영화 또한 관객들로부터 소외되었을 때 제작자나 감독의 어려움은 굿 의례에서 보는 바와 다르지 않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