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에서 진행된 아침 시간대 음주운전 단속에서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운전자를 포함해 5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귀포경찰서는 25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서귀동 1호광장 일대 7개 지점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인 결과 모두 5명의 음주운전자를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중 3명은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으로 운전면허 취소 대상에 해당됐다. 2명은 0.03% 이상으로 면허 정지 수치였다. 법적 처벌 수치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음주 수치가 검출된 운전자도 5명에 달했다. 경찰은 황금연휴를 앞두고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단속은 지난 달 19일부터 이어진 교통법규 위반 집중 단속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범죄행위"라며 "연휴 기간을 포함해 상시 단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20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다음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에서 열린다. 올해 제주포럼 주제는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혁신(Harnessing Innovation for Peace and Shared Prosperity)이다. 제주 세계평화의 섬 지정과 더불어 성장해 20회차를 맞은 올해 제주포럼에서는 국제 현안과 지역 미래를 아우르는 총 53개 세션을 운영한다. 올해 제주포럼에서는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대주제(평화, 공동 번영, 혁신)를 중심으로 세션 구조를 전면 정비해 지난해에 비해 세션 수를 다소 줄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지난해 재개한 세계지도자 세션에 이어 외교·안보, 기후·환경, 경제, 교육·문화, 청년, 글로벌 제주 등 다양한 분야 현안들을 세계 전문가들과 집중 논의한다. 먼저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와 연계된 전직 외교장관 라운드테이블과 해양안보 세션 등을 운영해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 대한민국 외교 전략과 안보 환경을 심도 있게 다룬다. 도정 핵심 어젠다를 반영한 탄소중립 세션과 '2040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 수립에 따른 민간 분야 관심 및 이해 증진을 위한 세션,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관련 세션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미래 혁신 전략도 공유한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직면한 공동 과제를 논의하는 국제포럼의 역할과 유엔 다자협력 확대 세션 등을 주제로 세계 각국 전문가,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대와 협력의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제20회 제주포럼 기념 특별사업으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 청년들을 초청해 글로벌 논의의 장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 간 교류·협력을 강화해 향후 지속 가능한 평화와 공동번영에 기여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주도가 세계평화의 섬 지정 2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주포럼 기간을 포함한 기념주간도 별도로 운영해 학술세미나, 정책토론회 등 다양한 평화 관련 학술행사를 연계해 제주 평화 실천 사업의 미래를 모색한다. 개회식은 오는 29일 오전 9시 30분부터 진행된다. 개회식에서는 제주포럼 조직위원장인 오영훈 지사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국내 지도자급 인사의 기조연설과 웸켈레 메네(Wamkele Mene) 아프리카대륙 자유무역지대 사무총장, 셰이크 나흐얀 빈 무바라크 알 나흐얀(Sheikh Nahyan bin Mubarak Al Nahyan) UAE 관용공존부 장관의 축사가 이어진다. 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로즈메리 디칼(Rosemary Dicarlo)로 유엔정무평화구축국 사무차장의 영상 메시지도 전달될 예정이다. 더불어 제주도 홍보대사인 그룹 세븐틴 승관이 영상으로 20주년 축하 인사와 함께 청년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주포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누리집(www.jejuforum.or.kr) 또는 인스타그램(@jejuforum)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jejuforum. page)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주포럼은 제주도,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하며 외교부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후원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승객과 승무원 400여명을 태운 바하마 국적 '씨닉 이클립스 Ⅱ’호가 일본 나가사키항을 출발해 제주항에 들어온다. 제주도는 세계적 초호화 탐험 크루즈 씨닉 이클립스 Ⅱ호가 25일 낮 12시 제주항에 입항한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2만2000톤급으로 최첨단 시설과 극지탐험 능력을 갖춘 초호화 6성급 크루즈다. 114개의 스위트 객실과 헬리콥터 2대, 6인승 잠수정을 갖춘 크루즈로 알려져 있다. 씨닉 이클립스 Ⅱ호는 주로 남극, 극동, 뉴질랜드, 인도네시아군도 등을 탐험하는 특별 크루즈다. 이번 여정은 한국, 일본, 대만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일정으로 구성됐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만 방문한다. 이번 제주 방문은 그동안 미국 씨트레이드 글로벌 포럼과 제주국제크루즈 포럼 등에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마케팅의 결실이라고 도는 설명했다. 도는 크루즈 신규 입항을 기념하고 재입항을 유도하기 위해 크루즈 관계자들과 기념행사를 열고,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 증정 등 다양한 환영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상필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극지 탐험 크루즈의 제주 입항은 제주 크루즈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더욱 다양한 크루즈가 제주에 입항할 수 있도록 해외마케팅 등 유치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모두 274회 64만여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한 데 이어, 올해는 346회 8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86회에 걸쳐 17만3000여명이 제주를 찾았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시 도심의 한 헬스장에 차량이 돌진하면서 이용객 2명이 다쳤다. 25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5분 제주시 외도동 한 헬스장 건물로 차량 한 대가 돌진했다. 이 사고로 건물의 유리 출입문이 파손됐다. 당시 실내에 있던 30대 남성과 40대 여성 등 헬스장 이용객 2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차량은 건물 입구 유리문을 뚫고 실내까지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와 수습 작업은 소방안전본부가 출동해 마무리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 운전자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30년간 유지해온 고도지구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현재 제주도 내 최고층인 제주시 드림타워 복합리조트(38층)보다 높은 40층짜리 건물도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제주도는 24일 '압축도시 조성을 위한 고도관리방안'을 발표하며 기존 고도지구를 문화유산보호구역과 비행안전구역 등 필수지역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해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거·상업지역은 기준높이와 최고높이 이원화 체계를 도입해 관리할 예정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기준높이는 주거·준주거지역 45m, 상업지역 55m로 설정된다. 이 범위 내에서는 별도의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없이 건축이 가능하다. 최고높이는 주거지역 75m(25층), 준주거지역 90m(30층), 상업지역 160m(40층)까지 허용된다. 기준높이를 초과할 경우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현재 도내 주거·상업지역의 83%인 51.7㎢가 고도지구로 지정돼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받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7.8%)의 10배를 넘는 수치다. 이런 규제로 도심 내 재개발과 고밀도 개발이 제한되고, 개발 수요가 외곽으로 이동하면서 자연환경 훼손, 도시 관리비용 증가, 원도심 공동화 현상 등의 문제가 지속돼 왔다. 도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도지구 지정 대신 기준높이와 최고높이 이원화 체계를 도입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과 주거복합·숙박시설에 대해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용적률을 완화한다. 제로에너지빌딩(ZEB), 녹지공간 확보, 재생에너지 도입 등 항목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또 고도지구 해제 이후에도 도시 경관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주요 경관축과 경관구역 설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창민 제주도 15분도시추진단장은 "도심의 고밀 개발을 유도해 외곽으로의 도시 확산을 억제하고,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원도심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회복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도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6월 중 전문가 토론회와 설명회를 거쳐 고도관리방안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2026년 도시관리계획 정비 및 조례 개정을 통해 2027년부터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도시 고도 완화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날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열린 대면브리핑에서 제주 고유의 스카이라인 훼손을 지적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고도관리방안은 단순히 다른 도시 사례를 따라한 것이 아니며 제주 한라산의 3부 능선 조망 확보를 고려해 최고높이를 설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산 항공엔진 개발에 14년간 4조4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주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제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금속·재료학회 춘계학술대회 ‘첨단 항공엔진 소재부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KF21 보라매 전투기 탑재용 엔진의 국산화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관련 투자 규모와 개발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항공엔진 자체 개발에는 올해부터 14년간 약 3조3000억원, 엔진에 사용될 소재 개발에는 10년간 1조1000억원이 각각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은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 우주항공청 등 부처의 예비타당성 조사와 협조를 통해 추진될 예정이다. 한화 측은 "미국 등 외국에서 엔진을 수입해 쓰는 현재 상황에서는 수출 승인 문제가 반복된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에 대한 인식이 형성됐고, 본격적인 국산화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도 이날 발표에서 "기대 수요는 최대 1000~2000기로 예상되며 내수만으로도 사업비 회수가 가능하다"며 "2027년부터 예산 투입이 가능하도록 관련 부처와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 인증제도 도입을 통해 체계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기체·엔진·소재 개발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재료연구원 측은 별도 세션에서 "지난해 종료된 ‘소재혁신선도본부’ 사업이 6년 추가 연장됐다"며 "항공소재 분야 국산화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산 항공엔진 개발이 향후 국내 방산 및 우주항공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점에서 학계와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자리였다. 이날 오후 열린 금속·재료학회 총회에서는 춘계 학회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수상자는 ▲ 포스코학술상 한흥남(서울대) ▲ 현송공학상 정우상(한국과학기술연구원) ▲ LS학술상 이선영(한양대) ▲ 포스코김철우상 강신곤(동아대) 등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4·3사건 당시 강경 진압을 지시한 제11연대장 박진경 대령을 암살한 인물로 알려졌던 '손선호 하사'의 실명이 77년 만에 '손순호'로 확인됐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지금껏 알려진 이름과는 다른 인물이라는 사실이 최근 연구자와 문중 후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제주4·3연구소는 23일 "그동안 '손선호(孫善鎬)'로 알려졌던 인물의 본명이 '손순호(孫順鎬)'였으며 경주시 강동면 오금2리 출신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연구소 회원이자 전 이사장인 대구대 김영범 명예교수가 경북 경주 문중 후손들을 직접 면담하고 족보를 통해 추적한 결과다. 손 하사는 1948년 6월 18일 새벽 4·3 진압 작전 총지휘자였던 박진경 대령을 총격으로 사살한 뒤, 같은 해 9월 문상길 중위와 함께 서울 수색 일대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이후 수많은 기록에서 '손선호' 하사로 알려져 왔지만 이번 조사로 그의 실제 이름과 가족관계, 생가 위치 등이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족보에 따르면 손순호는 경주 손씨 낙선당파 22세손이다. 부친은 1926년생 손태익 씨였고 외아들이었다. 현지 후손들은 "종손이던 손선호가 집안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군 입대를 피했고, 대신 손순호가 입대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국방경비대는 모병제로 운영됐기에 해당 전언은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손순호 하사의 향리는 현재까지도 가족들이 거주 중이다. 생가는 개축되었지만 위치가 확인됐다. 특히 그의 모친 이씨는 아들이 숨진 후에도 매년 제사를 챙기며 정성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손순호 하사의 시신은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묘의 위치나 상태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후손들에 따르면 향리 앞산인 '녹방골'에 헛묘가 있다고 전해지나 현재는 숲이 우거져 접근이 어렵고 실체 확인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4·3연구소는 "이번 확인은 4·3사건 77주기를 맞아 이뤄진 매우 뜻깊은 발견"이라며 "향후 유해 추적 및 표석 설치 등을 포함해 역사적 복원을 위한 추가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손하사의 결심공판(48.8.14) 최후 진술 전문> 박대령의 30만 도민에 대한 무자비한 작전공격은 전 연대장 김익렬 중령의 선무작전에 비하여 볼 때 그의 작전에 대하야 불만을 갓지 안을 수 업섯다. 그러한 그릇된 결과로 다음과 가튼 사태가 버러젓다. 우리가 하북[화북]이란 부락을 갓슬 때 15세가량 되는 아이가 그 아버지의 시체를 껴안고 있는 것을 보고 무조건 살해하엿다. 또 5월 1일 오라리란 부락에 출동하엿슬 때 수만흔 남녀노소의 시체를 보앗슬 뿐인데, 이들은 자세한 조사의 결과 경찰의 비행임을 알게 되엿다. 사격연습을 한다 하고 부락의 소, 기타 가축을 난살하엿스며, 폭도의 잇는 곳을 안다고 안내한 량민을 안내처에 폭도가 업스면 총살하고 말엇다. 또 매일 한 사람이 한 사람의 폭도를 체포해야 한다는 등, 부하에 대한 애정도 전연 업섯다. 박대령을 암살하고 도망할 기회도 잇섯스나 30만 도민을 위한 일임으로 그럴 필요도 업섯다. 나 하나의 생명이 30만의 도민을 위한 위한 것이며 3천만 민족을 위한 것인 만큼 달게 처벌을 밧겟다. (국제신문, 48.8.16., “그는 량민(良民)의 원적(怨敵)이엿소”)
수많은 전사(戰史)가 있지만, 여성해병대 이야기는 40년 가까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4년 8월 10일자 동아일보와 1994년 8월 15일에 발간된 ‘해병 전우 신문’에 보도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1996년에 강기천 장군의 회고록 '나의 인생 여로'에 해병대 여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방송을 탔다. 제7대 해병대 사령관을 역임한 강기천 장군은 여군을 훈련한 당시의 해군 신병훈련소 소장이었다. 공정식 전 해병대 사령관은 자서전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에서 "우리나라 여자 군인 역사는 1948년 간호장교 후보생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일반 여자 군인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6.25 전쟁 발발 후 해군·해병대에 입대한 해병대 4기 해병 126명이 그 출발"이라며 "육군의 여자 군인이 같은 해 9월 5일 탄생했으니 해군·해병대가 6일가량 빠른 셈"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불행하고 불운한 세대였어요. 나라에 충성하려면 부모 가슴 아프게 하며 총을 들 수밖에 없었고, 부모에게 효도하려면 나라를 저버리고 병역을 피해 도망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였으니까요. 그런데도 저 쓰라린 한국전쟁 당시 우리 소년 소녀 병사들은 위기에 놓인 내 조국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며 펜 집어던지고 총을 선택했던 겁니다. 나라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 부모, 내 형제, 내 자식들도 있는 거니까요.”(해병 4기 문인순, 한마음회 회장, 중학교 3학년 재학 중 입대) 조선 시대에도 제주에 일종의 여군이 있었다고 한다. 제주어로 ‘예청’이라 불리던 여정(女丁)이다. 1601년 안무어사(지방에 파견된 특사)로 온 김상헌이 쓴 기행문인 남사록(南槎錄)에는, “내가 알아보니 제주의 성안에 남정(男丁)은 500명이고, 여정은 800명이다. 남성이 적어서 만약 사변이 발생해 성을 지키게 되면 민가에서 건강한 부녀자를 골라 성 맨 앞 돌출부인 ‘살받이 터’에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도는 늘 왜구의 침략에 시달렸다. 왜구는 밀물을 타고 들어와 3~4시간 마을을 분탕질하고 농산물과 가축들은 물론 여성을 납치해 가곤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중앙에서는 왜구에 대한 방어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왜구를 방어하는 데는 관군만으로 한참 모자랐다. 하는 수 없이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집마다 당번제로 번을 서게 되었으며, 여성들도 왜구를 방어하는 데 가야 했다. 이처럼 제주 여정은 여성으로서 관방 시설을 지키는데 나선 수성군(守城軍) 중에서 여군을 말한다. 이들은 관방 시설 중 가장 핵심이 되었던 곳에 보초를 서 왜구의 침탈을 방비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정은 제주도 여성들에게만 상시로 부가된 군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정은 조국의 위기상황에서 국가 수호를 위해 나선 해병 4기 제주 여성들처럼, 국가 유사시 성정군(城丁軍)으로 동원되어 군사 역할을 담당했던 요역(徭役) 대상자로 보인다. 한편 요역이란 국가의 필요에 따라 민의 노동력을 대가 없이 정기·부정기적으로 징발하는 세의 한 항목을 말한다. 조선 시대 제주도의 여정이나 대한민국 해병 4기 제주 여성 모두, 비록 여성은 국방의 의무가 없지만, 나라의 위급함 앞에서 남성 못지않게 구국 활동에 앞장섰다는 국가 사랑과 충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또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위기의 순간에 더욱 강해지는 제주 여성이라는 점도 같다. 그렇게 제주도 여성들은 험난한 역사적 조건과 한반도와 다른 지리적 여건 속에서도 닥쳐오는 고난과 힘든 역경을 피하지 않으며, 삶에 대한 악착같은 의지로 삶을 창조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해병대 출신 제주 여성들이야 말해 무엇할까. 고순덕 할머니는 6남매 모두 군대식으로 키웠다고 덤덤하게 회고했다. 그는 “난 지금도 내가 군대 다녀온 것이 잘했다고 생각해”라고 했다. 그는 “아마 내가 군대 안 갔다 왔으면 지금도 사리 분별을 못 하는 아기지, 아기! 그전에는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는데, 군대 다녀와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됐죠. 군대 생활 덕분에 지금도 바른 몸가짐과 당당함을 가질 수 있었지.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것도 알았고”라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있는 전우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도 동기 모임을 하며 해병대 기념행사에도 줄곧 참석한다. 해병4기 여군전우회를 조직하여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대부분 80~90대 나이다. 여자해병대 출신으로 구성된 한마음회에서는 1997년 7월부터 매달 해군 제주방어사령부를 방문, 몸에 맞지 않거나 헤진 군복을 수선해 주고 진급 장병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 그 시절 군복이 몸에 맞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나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기 때문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천사나래 주간활동센터 시설장을 맡아 일하며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제주한라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차기 제주연구원장으로 지명된 유영봉(62)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29일 열린다. 25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24일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확정하고 자질과 도덕성 등을 집중 검증할 방침이다. 박호형 행정자치위원장은 "출자·출연기관장이 갖춰야 할 공직수행 능력, 도덕성, 준법성, 책임성 등을 사전에 검증해 도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의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차산업 분야 전문가인 유 후보자가 제주연구원장으로서 충분한 자질과 책임성을 갖췄는지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 후보자는 일본 도쿄대에서 농업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학장, 한국농업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월 명예퇴직했다. 2022년 오영훈 제주지사 당선 직후 도지사직 인수위원회 1차산업분과 위원으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신임 원장은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 제주연구원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이사장인 오 지사가 임명한다. 전임 양덕순 원장은 오는 10월 임기를 앞두고 지난 2월 20일 사직, 전 근무지인 제주대로 복귀했다. 연말 치러질 제주대 총장 선거 도전이 유력시되고 있다. 1997년 5월 당시 제주도와 4개 시.군의 출자출연 연구기관으로 출범, 당초 제주발전연구원이란 간판을 내걸었던 제주연구원은 제주도의 유일한 법정 연구기관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방향과 전략 설정,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한 정책 수립, 제주미래비전 제시 등 제주 발전에 디딤돌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함덕해수욕장에서 청년예술가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거리공연인 '2025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 전라·제주'가 열린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체부가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 전라·제주'가 다음 달 3일 오후 3시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에서 열린다. 청춘마이크는 청년예술가들이 직접 기획·참여하는 거리공연 사업이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통해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공연에는 밴드이강, 프로젝트 온, 우더스, 웬즈데이 오프, 스트릿댄스 팀 제주스티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청년예술가들이 참여한다. 특히 제주스티즈와 함덕초 학생들이 함께하는 스트릿댄스 퍼포먼스, 웬즈데이 오프와 함덕중학생들의 합동 블루스 공연이 마련돼 지역민과의 교감을 더할 예정이다. 부대행사로는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함덕아이덜 아나바다 장터'도 운영된다. 이 행사는 함덕 지역 청소년들이 직접 옷과 장난감 등을 준비해 판매하는 플리마켓 형식이다. 청소년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 및 행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2025 청춘마이크 전라·제주' 공식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청춘마이크는 전국 권역별로 진행되는 청년예술가 거리공연 프로젝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전국을 5개 권역(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제주권)으로 나눠 운영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청년들이 직접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내며 진로 탐색과 자기 표현의 기회를 찾는 독립출판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패스파인더는 24일 "고용노동부 청년성장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영한 '독립출판 프로그램 봄학기'가 8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참가자들이 완성한 책을 공개하는 팝업스토어와 플리마켓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 달 부터 이달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됐다. 모두 25명의 청년들이 참여해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독립출판물을 완성했다. 강사진은 독립서점 '파랑책방' 소속 전문가들로 구성돼 글쓰기 및 퇴고, 인디자인 편집 실습, 표지 제작, 출판 유통 전략 등 실전 중심의 교육을 진행했다. 완성된 책들은 오는 23일부터 30일까지 파랑책방(제주시 인다5길 11-7)에서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전시 및 판매된다. 시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또 오는 26일 토요일에는 인근 카페 다운힐에서 청년 작가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플리마켓 '소소소 책소풍'도 열린다. 참가자들은 단순한 출판 경험을 넘어 진로를 구체화하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모씨는 "제주로 돌아와 방황하던 중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되짚고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비슷한 고민을 가진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제주패스파인더 선임매니저는 "책을 만든다는 경험은 자기 탐색과 진로 설정에 강력한 도구가 된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스스로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패스파인더는 고용노동부의 청년성장프로젝트 일환이다. 도내 미취업 청년을 위한 진로탐색·심리회복·취업준비·지역 네트워크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jejupathfinder.org)나 인스타그램(@jejupathfinde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오는 8월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버스요금 전면 무료화를 시행한다.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은 23일 오후 제주도청 백록홀에서 '청소년 대중교통 무료이용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청소년 교통복지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날 협약식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오승식 제주도의회 교육위원장과 강경문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강 의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청소년 버스요금 무료화’ 논의를 도, 도의회, 교육청이 공동으로 추진한 결과다. 협약에 따라 기존 중·고등학생 통학교통비 지원사업과 농어업인 자녀 통학교통비 지원사업은 '청소년 대중교통 무료 이용 사업'으로 확대 개편된다. 이에 따라 도내 13~18세 청소년 4만2536명(2024년 3월 말 기준)은 시간과 관계없이 제주 전 지역에서 노선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통학 거리 1.5㎞ 이상 중·고등학생에 한해 등교 일수에 따라 교통비가 보호자 계좌로 현금 지급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학교 안팎을 막론하고 모든 청소년이 버스를 자유롭게 탈 수 있도록 정책이 전면 전환된다. 재정 부담은 도교육청이 등·하교 시간대 학생 교통비를 책임지고(연 80억원), 도는 통학 외 이용 및 학교 밖 청소년을 포함한 운영비(연 15억원)를 부담한다. 도와 도의회는 조례 개정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어르신, 어린이에 이어 청소년까지 포함해 전체 도민의 36%, 약 25만명이 버스요금을 면제받게 됐다"며 "교통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학부모 부담 완화는 물론, 대중교통 이용률 제고와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도 "이번 정책은 단순한 통학 지원을 넘어 청소년의 교육·문화활동 참여 기회를 넓히고, ‘학교 가는 길’뿐 아니라 ‘삶의 기회’를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에 힘입어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이 급증하면서 제주관광진흥기금 수입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8곳의 2024회계연도 매출액은 모두 4589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직전 연도인 2023년(2579억원)보다 77.9%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올해 카지노 납부금은 약 43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233억원)보다 85.4% 늘어난 금액이다. 전액 제주관광진흥기금 세입으로 편입된다. 카지노 매출 증가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해 카지노 입장객 수는 약 120개국에서 온 66만3000명으로 2023년(40만7000명)보다 62.9%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국제선이 재개되고, 제주 직항 노선이 확대된 것이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제주관광진흥기금은 관광안내 체계 개선, 홍보, 관광정보 제공 등 관광 보조사업과 함께 관광시설 건설·개보수, 관광사업체 운영 지원 등 융자 사업에도 활용된다. 기금 재원은 카지노 납부금 외에도 출국납부금, 이자수입 등으로 구성된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집계된 비중을 보면 카지노 납부금이 전체 수입의 58%를 차지해 핵심 재원으로 꼽힌다. 카지노에 부과되는 관광진흥기금은 직전 연도 연매출액에 따라 1~10%의 구간별 차등 비율로 산정된다. 연 4회(6월, 8월, 10월, 12월)에 걸쳐 분할 납부된다. 김희찬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제주관광진흥기금 수입의 60~70%를 차지하는 카지노 납부금은 제주 관광산업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제주 관광과 지역 경제를 함께 견인할 수 있도록 산업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지난해 2만1900여명의 외국인환자들이 제주에서 치료를 받았다. 역대 최고다. 특히 20~30대 MZ세대가 전체의 76.2%를 차지해 제주 의료관광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인 2만1901명의 외국인환자를 유치해 전년 6823명보다 3.2배 급증했다고 23일 밝혔다. 도내 외국인환자 유치는 2019년 1만4114명 정점을 찍은 이후 2020년 3472명, 2021년 2266명으로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2021년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료된 후부터 회복세로 전환돼 2022년 4117명, 2023년 6823명, 2024년 2만1901명이 방문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적별로는 중국 1만7014명(77.7%), 대만 1405명(6.4%), 미국 582명(2.7%), 싱가포르 328명(1.5%) 순으로 나타났다. 진료과별로는 피부과 1만6605명(73.6%), 검진센터 1271명(5.6%), 내과통합 914명(4.1%), 산부인과 627명(2.8%)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9140명(41.7%), 30대 7553명(34.5%)으로 전체의 76.2%를 차지했다. 이어 40대 2535명(11.6%), 50대 1285명(5.9%), 60대 이상 826명(3.8%), 20세 미만 562명(2.6%) 순이었다. 외국인환자 유치 실적은 외국인환자유치 정보시스템을 통해 매년 2월 말까지 등록해야 한다. 보고대상은 의료사증(메디컬비자) 소지자, 외국국적동포 중 시민권자(영주권자, 국내거소 신고자 제외), 주한미군, 재외공관·국제기구 직원 및 그의 가족 중 한 가지 이상 충족한 외국인이다. 또 국적이 대한민국이 아닌 자 중 국민건강보험법 제109조에 따른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닌 외국인, 국내거소 신고 또는 외국인 등록을 하지 않은 외국인 등 두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도 포함된다. 도내 외국인환자 유치기관은 모두 88곳(의료기관 53곳, 유치사업자 35곳)이 등록돼 운영 중이다. 조상범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이번 실적은 제주 의료관광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성과”라며 “외국인환자 유치 다변화와 의료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대해 법·제도적 기반을 보완해 재추진에 나설 방침이다.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예산 18억2000만원이 지난 22일 도의회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도는 이후 보건복지부와의 사회보장제도 협의를 통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차기 추가경정예산안과 연계해 사업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형 건강주치의 제도는 동네의원 의사를 주치의로 지정해 지역 주민의 건강을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식이다. 지역 간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낮은 도서·산간 지역 주민에게 질 높은 1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의료체계 효율화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번 사업은 정부가 지난 달 발표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과도 궤를 같이하는 정책이다. 도는 향후 중앙정부 사업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보건복지부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회보장제도 신설에 따른 복지부 협의 절차와 근거 조례 미비 등 법적 요건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으며 도의회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도는 이와 관련해 "시범사업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절차적으로 매끄럽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조상범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이날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열린 대면 브리핑에서 "예산 삭감으로 시범사업 시행 시점은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건강보험 연계 기반 시스템 등 제도적 준비를 철저히 해 사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하겠다"며 "도의회와 협력해 관련 조례를 조속히 마련하고,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건강주치의 제도가 국가 차원의 의료체계로 확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제주를 방문해 윤석열 정부 3년간 최대 피해 지역으로 제주를 지목하며 제2공항 백지화와 4·3 정명(正名)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2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내란정부 3년간 가장 큰 피해자는 제주도민"이라며 "제주는 4·3 역사왜곡, 물가·집값 상승, 택배 추가 배송비 등 전국에서 가장 불평등한 구조에 놓여 있다. 섬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며 전면 백지화를 주장했다. 김 후보는 "도민과 정부, 지자체가 함께 합의해 중단하기로 결정했던 제2공항이 다시 강행되고 말았다"며 "현재 대선 후보들 중 제2공항 백지화를 공약한 사람은 나뿐이다. 갈등을 끝낼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투표를 통해 도민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주민 직접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이어 "조류충돌 우려, 숨골과 용천수, 오름 등 환경 훼손 문제, 부풀려진 관광 수요 등 모든 논란이 여전하다"며 "제2의 무안공항 사태가 제주에서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제주4·3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4·3의 역사적 진실을 훼손하고, 서북청년단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게 했으며 고위 공직자들의 4·3 왜곡 발언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4·3 역사왜곡 방지법을 개정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추가 진상조사를 통해 2028년 4·3 80주년까지 반드시 '정명'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그는 ▲제주 기후위기 대응 국가시범특구 지정 ▲버스 완전공영제 및 무상버스제 전면 도입 ▲기후위기 농어업 피해 지원 기금 조성 ▲택배 추가 배송비 문제 해결 ▲행정체제 조기 개편 및 교육의원 일몰에 따른 비례대표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끝으로 "제주는 섬이기 때문에 더 평등해야 하고, 중앙정부와 대선 후보들이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며 "진보당이 평등공화국의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전국적으로 특별공급 아파트의 실제 공급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이어지는 반면 제주지역은 비교적 공급 실적이 양호한 편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특별공급 청약제도의 운영 실태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청약홈에 등록된 86만95가구를 분석한 결과 전체 분양 물량 중 특별공급 비율은 48.5%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청약을 통해 공급까지 이어진 경우는 전체의 28.5%에 불과해 약 20%의 물량이 일반공급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공급은 다자녀,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자 등 사회적 배려 계층을 위한 제도지만 실수요자의 접근이 낮고, 주택 수요 분포와의 괴리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경북, 울산, 충남 등은 일반공급으로 전환된 특별공급 물량 비율이 30%를 넘었다. 다자녀(73.0%), 기관추천(62.5%), 노부모 부양(61.6%) 등 특정 유형은 청약자 미달이 절반을 넘는 상황이다. 반면 제주는 서울, 세종과 함께 특별공급이 실제 청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높은 지역으로 분류됐다. 지역 내 주택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특별공급을 통한 실수요 충족 비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역별·상품별 수요 편차가 확대되면서 청약제도의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제주처럼 특별공급 실효성이 높은 지역의 사례를 참고해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에서 오는 9월 열리는 '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의 성공 개최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제주도가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주도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 준비·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한국은 올해 APEC 의장국으로 중기부는 9월 1∼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APEC 21개 회원국이 참석하는 중소기업 장관회의를 연다. 양 기관은 협약을 통해 회의장 등 국제회의 환경 조성과 숙박시설, 교통 대책, 홍보, 의전, 인력지원 등 행사 준비 전반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고 성공적인 회의 개최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장관회의는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의 주체로서 중소기업'을 주제로 중소기업 주도의 혁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 방향, 포용적 성장을 위한 협력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중기부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및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정책을 회원국에 알리고 APEC 역내 스타트업 이해관계자 간 협력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주도할 계획이다. 주요 벤처·스타트업과 소상공인 행사를 연계 개최하고, 행사 기간 개최하는 '도전 K! 스타트업 개막식', '그랜드챌린지 쇼케이스', '글로벌 벤처투자 포럼' 등은 '글로벌 스타트업 데이 인 제주'라는 통합 브랜드로 함께 진행한다. 노용석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청정자연과 첨단산업 그리고 경쟁력 있는 지역 소상공인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를 개최하게 돼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실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세심히 준비하고 제주의 중소벤처기업 친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할 수 있도록 제주도와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렌터카 이용은 3040세대가 절반이 넘는 62%로 주를 이뤘다. 40대 이상은 주로 가족 단위 여행으로 승합차 이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관광공사는 렌터카 예약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주 여행객의 렌터카 이용법을 분석한 '데이터로 보는 제주여행-렌터카 편'을 13일 발간했다. 이번 렌터카편은 2021년부터 문화 빅데이터 플랫폼에 개방하고 있는 렌터카 가격 비교 플랫폼 ‘제주패스(88개 업체, 1만8272대 등록)’의 예약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다만, 데이터 특성상 관광객과 도민 구분이 어려워 전체 렌터카 사용자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제주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렌터카는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2018년부터 70~8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렌터카 이용을 이끄는 주력층은 3040세대로 전체 이용자의 62%를 차지했다. 30대가 35%로 가장 높았고, 40대 27%, 20대 이하 21%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주요 차종 선호를 살펴보면 20대 이하는 준중형(27%), 30대는 SUV(21%), 40대 이상은 중형차를 가장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이하는 경차 이용 비중이 12%로 높게 나타나 가성비를 중시하는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30대는 전기차 이용 비중이 16%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아 친환경 차량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40대 이상부터는 승합차 이용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여 가족 단위 여행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행 일정은 2박 3일(42%)이 가장 많았다. 이어 3박 4일(29%), 1박 2일(16%) 순으로 나타났다. 2박 3일 중에서는 주말과 연차 하루를 결합한 여행 패턴이 38%에 달했다. 렌터카 인수 및 반납 시간은 여행 일정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1박 2일 일정은 68%가 오전 인수로 한정된 일정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4박 이상의 장기 일정은 70% 이상이 오후 인수를 선택해 여유롭게 일정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반납의 경우 전반적으로 오후 반납을 선호했다. 렌터카 예약 시점은 7일 전 예약이 42%로 나타났다. 하루 전 예약은 10%, 당일 예약도 5%를 차지했다. 항공권이나 여행상품을 3~4주 전에 예약하는 것과는 달랐다. 이는 여행 일정을 먼저 정리한 후 렌터카를 예약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을 기다리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공사는 분석했다. '데이터로 보는 제주여행-렌터카편'은 제주관광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data.ijto.or.kr) 내 자료실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제주를 탄소중립 선도 도시이자 장기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며 햇빛연금·바람연금 등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3일 제주 관련 공약을 발표하며 재생에너지 기반의 주민소득형 사업을 본격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이자 휴식과 힐링의 공간인 제주가 관광경기 침체로 성장동력까지 흔들리고 있다"며 "제주를 탄소중립 선도 도시이자 농업과 관광, 생명과 돌봄이 어우러진 세계적 관광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역 내 주요 현안인 제주 제2공항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제주를 2035년까지 탄소중립 선도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해상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청정 전력망을 구축하고, 그린수소·에너지저장 기술로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를 확대해 친환경 모빌리티 100% 전환을 앞당기고, 제주를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하겠다"며 "실시간 요금제, 양방향 충전, 자가용 태양광과 히트펌프 연계를 통해 탄소 제로 주택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특히 "햇빛연금과 바람연금 등 도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육성해 지역 주민 소득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관광산업의 다변화도 공약에 포함됐다. 이 후보는 "일과 쉼이 공존하는 세계적 관광 도시로 제주를 키우겠다"며 "워케이션, 한달살이, 공유 오피스와 숙소 등 장기 체류형 관광 인프라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읍면동별 특색 있는 체험·예술·음식 문화를 살려 지역 맞춤형 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고, AR·VR 기반의 스마트 해설 시스템으로 체험형 관광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제 기준의 스포츠 전지훈련센터와 재활의학센터, 스포츠 클리닉이 결합된 다목적 복합단지를 조성해 전지훈련지로서의 경쟁력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제주 1차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디지털 농업 플랫폼과 스마트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자원순환형 축산과 유기농업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디지털 물류 플랫폼과 공동 물류 인프라를 통해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농·축·수산물과 생필품 가격의 거품을 없애겠다"며 "해상운송비 부담 완화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 방안으로 "제주대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육성해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주도민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주의 천연 바이오 자원을 활용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신약 연구개발센터, 산업 인프라 조성으로 제주형 바이오산업 기반을 조성하겠다"며 "공공의료, 바이오, 치유 관광을 아우르는 ‘제주형 바이오 헬스 클러스터’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제주4·3 관련 기록물의 보존을 위한 공간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4·3기록물 아카이브 기록관을 건립해 평화와 치유의 섬으로서 제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제주는 역사와 문화, 대안적 삶을 품은 특별한 곳”이라며 “이제 그 특별함에 세계를 주도할 힘을 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대 미래융합대학의 정상화를 요구하며 교수들이 삭발시위에 난섰다. 성인 학습자의 평생학습권 보장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4일 미래융합대학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비대위는 지난 23일 오후 제주대 산학협력단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날 김상미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와 이호진 부동산관리학과 교수가 삭발에 나섰다. 현장에는 동료 교수들과 재학생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삭발 이후 "미래융합대학 파행을 중단하라", "성인 학습자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학 측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제주대 미래융합대학은 2017년 3월 교육부의 평생교육단과대학(LiFE) 지원사업을 통해 신설됐다. 건강뷰티향장학과, 관광융복합학과, 부동산관리학과, 실버케어복지학과 등 4개 학과로 구성됐다. 성인 학습자와 재직자 등을 위한 맞춤형 학사과정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해마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해 기준 정원 외 신입생 충원율은 49.6%에 그치며 운영이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기존 대학 재정지원 사업들을 ‘지역혁신 중심 대학운영체계(RISE)’로 통합하면서 지자체가 대학을 평가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제주대는 오는 25일까지 이 사업계획서를 제주도에 제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사업계획서에 미래융합대학과 같은 성인 대상 평생학습과정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교수와 학생들은 "성인 학습자 대상 학사과정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대학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대는 이에 대해 "평생교육 관련 사업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며 "현재 재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차질 없이 운영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1945년 4월 30일 자살하기까지 마지막 14일간을 베를린 시내 지하방공호인 퓌러붕커 속에 머물렀던 히틀러는 자신의 비참한 말로를 오로지 ‘남 탓’으로 돌리며 평소의 발작이 극한으로 치닫는다. 히틀러의 모습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슬픈 일이다. 히틀러는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개전은 전세계를 말아먹는 유대인들의 음모 때문이었으며, 유대인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성전(聖戰)’이 패전으로 몰린 것은 ‘계몽’되지 못한 일부 무지몽매한 독일인과 휘하 장군들의 무능 탓으로 돌린다. 몇차례에 걸친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으로 ‘사막의 여우’라 불리며 연합군을 떨게 했던 아프리카 전차부대 사령관 에르빈 롬멜(Erwin Rommel) 장군을 비롯한 ‘유능하지만 계몽되지 않은’ 장군들을 대부분 처형하거나 숙청해 버린 터라 ‘계몽은 됐지만 무능한’ 장군들만 남은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영화 속에서 소련군이 무풍지대를 달리듯 베를린 시내까지 진격한 것도 소련군과 내통한 ‘반국가적인’ 베를린 시민들의 탓으로 돌려 그 바쁜 와중에도 친위대를 동원해 그들부터 처형한다. 휴전협상파인 하인리히 힘러(Heinrich Himmler) 장군에게 처형명령을 하달하고
'리콜(recall)'의 뜻은 제조업체가 결함이 있는 상품을 회수하여 소비자에게 교환하거나 수리 또는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또 다른 의미는 유권자가 선출한 선거직 공무원이 위법행위나 직권남용 등의 행위를 할 경우에 임기를 마치기 이전에 유권자의 손으로 직접 그 지위를 박탈하는 '선거직 공무원 소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국회나 사법부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위원, 법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중대한 비위에 대하여 책임을 물어 그 지위를 상실케 하는 탄핵(impeachment)과는 다르다. 소환의 주체는 유권자이며, 그 대상은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된 공무원이다. 일정수의 유권자 투표로 발의하며, 투표 결과에 의하여 그 공무원의 지위가 결정되며, 절차와 방법은 각각 국가마다 다양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헌법' 제2장 제13조는 '소환은 선거직 공무원을 제거하기 위한 유권자의 권한이다'라고 규정하여 유권자의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선거직 공무원들이 소환된다. Recall is the power of the electors to remove an elective office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에 쏘아올린 관세폭탄에 미국 시장과 국민이 힘들어 못살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식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80여일 만에 14%포인트 빠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파월 의장은 일리노이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연준이 반세기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예상보다 훨씬 높은 관세로 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증시에 개입하는 ‘연준 풋’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나스닥은 3.07% 급락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13~15일 미국 성인 1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2.0%에 그쳤다.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직후 조사(56.0%) 대비 14%포인트 급락했다. 긍정평가는 취임 이후 최저치였고, 부정평가는 52.0%로 절반을 넘어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도발한 관세전쟁은 주된 공격 대상인 중국의 반격보다 시장의 역
지하방공호에 들어간 지 며칠 만에 히틀러는 마지막 ‘희망회로’마저 끊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끔찍한 소식을 접한다. 그의 파시즘 ‘깐부’였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1945년 4월 28일 애첩 클라라 페타치(Clrara Petacci)와 함께 이탈리아를 탈출하려다 밀라노에서 반정부 게릴라에 체포돼 총살당했다는 소식이다. 무솔리니의 최후는 정말 끔찍했다. 그의 시체는 마을 주유소 대들보에 거꾸로 매달려 내걸렸다. 그곳에 주민들이 몰려와 시체에 침을 뱉고 몽둥이찜질을 해댔다. 소련군에게 체포되면 무솔리니가 당한 봉변이 고스란히 자신과 애인 에바 브라운의 몫이 될 것을 직감한 히틀러는 4월 29일 유언장을 작성하고 그다음 날 에바 브라운과 함께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괴벨스를 비롯한 부관들이 히틀러 부부의 사체를 담요에 말아 허겁지겁 방공호 밖으로 메고나와 구덩이를 파고 던져놓고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른다. 잠깐 묵념이라도 하려는데 소련군의 포격에 천지가 진동하자 모두 서둘러 방공호로 튄다. 그렇게 히틀러는 에바 브라운과 구덩이에 팽개쳐진 채 온전히 타지도 못한다.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소식을 접한 일본의 ‘전범 수괴’ 도조 히데키(東英機)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동물의 화원(畫園), 동물 그림의 정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기획은 9명의 화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중견작가 3명과 청년·신진작가 6명이 동물 주제를 가지고 마련하였다. 동물 그림의 정원이라는 주제에 걸 맞게 모두 포유류나 조류와 같은 동물을 그린 그림들이다. 그래도 동물에 관심이 있는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강부언의 바다는 숨을 죽이고 있다. 무엇인가 기다리는 의아한 분위기이다. 해안에서 고즈넉히 쉬고 있는 백로의 무리들은 순백의 형상이 오늘따라 순수하게 느껴진다. 백로들은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희다. 흰 것은 고고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한한 바다를 바라보는 그들의 앞날에 변해가는 환경의 배반이 짙은 슬픔으로 배어난다. 오승익은 자신의 인생 경험에 말못하는 고통이 있었다. 붉은 색은 그의 감정의 색이다. 강렬한 븕은 색의 한라산 아래 작가의 변신처럼 마소가 침묵 상징이 되고 있다. 살암시민 살아지는 삶은 인고(忍苦)의 언어이다. 그러나 한라산의 아픈 침묵을 깨려는 듯 마음은 어느새 산자락 아래 무겁게 서 있다. 이미선은 남방돌고래의 빠른 유영에서 바다 평원을 구르는 파도에 감기는 동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돌고래가 화가 자신이 되는 순간 바다는 새롭게 사유하는 공간이 된다. 세상의 비밀은 운동성에 있으며, 만물은 모두 움직이고 생명의 역동은 움직일 때 다시 살아난다. 물결이나 선이나 동작은 서로 연결돼 있어서 그것들의 관계에서만 예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김산은 만월, 원시림, 물을 통해서 자연은 하나이면서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이 자연의 조화이다. 작가는 자연 자체이면서 자연의 매개자인 백록을 통해, 인간의 염원으로서 오래된 미래의 이상향을 꿈꾸고 있다. 김원재는 신비하게 생각되는 흰 까마귀를 등장시켜 사회 속의 다름과 이질적인 차이에 대해서 고민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름이란 마치 환경에서 천적에게 노출된 것처럼 따돌림되기 일쑤다. 그렇지만 환경은 스스로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으로 그것이 자연과 인생의 생태계와 비슷하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김지훈은 추상을 마치 의식의 흐름인양 보여준다. 새소리를 그려보자는 의도인 것 같다. 세상은 소리로 꼭 차 있다. 인간의 오감 중에 눈은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고, 청각은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린다. 소리는 비가시적이지만 어떤 형태를 선명하게 연상할 수가 있다. 소리의 형태적 표현이 리듬이 되는 데 형태와 색채의 음악성이 바로 그림이 된다. 정재훈은 고양이를 그리고 있다. 얼룩은 고양이의 특성을 나타내지만 유추해보면 삶에서 겪어야하는 수많은 사건이나 공포들의 반영처럼 보인다. 홀로 섬에 있다는 것은 물에 갇힌 존재의 고독으로 보이며, 사회적 환경에서 묻어나는 온갖 얼룩은 그래도 평온과 안정의 숲으로 돌아가려는 자신의 처지를 이겨내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허진혁은 말의 슬픈 눈동자를 통해서 화가의 삶을 들여다본다. 표현의 자유는 방대하지만, 과연 제도, 명예, 삶은 우리 사회로부터 어느 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가? 예술가의 인생은 마치 첩첩산중을 홀로 가는 말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맛닥뜨리는 현실은 맑은 눈동자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게 한다. 존재는 고통이 있지만 그 고통은 자유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희망일 것이다. 유찬우는 뱀과 도마뱀을 그린다. 원래 뱀은 도마뱀에서 진화하여 지금은 종류가 3700종이나 된다. 유찬우의 뱀은 비바리뱀이다. 비바리뱀은 우리나라 제주도에만 존재하는 희귀종으로 북방한계선이 된다. 도마뱀은 토종으로 산야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줄장지뱀과 다르다. 뱀의 상징은 서양에서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악의 화신이지만 제주도에서는 칠성신이 된다. 뱀의 생태적 특성이 집을 지키고 쥐를 퇴치하므로 곡식을 지키는 부자의 상징으로 여기며, 칠성신앙은 모계로 전승된다. 칠성은 말 그대로 북두칠성에서 기원하여 죽음을 관장하여 인간의 목숨과 수명을 관리한다. 사실 선과 악은 인간의 가치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담론이며 도덕 윤리 또한 해당 사회의 셰계관에서 비롯된다. 청사는 신성하고 도마뱀은 약자의 생존전략과 닮았다. 변신은 변화이며, 다른 것으로 전환이고 생성과 소멸은 생태계의 조화일터이다. 선악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중국어 ‘공안(公案)’이란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옛날 관부의 공문서 〔안독(案牘)〕, 심리 용도로 쓴 탁자, 안건이나 사건을 가리키기도 한다. 송대 화본소설과 희곡의 한 부류이기도 하다. 불가에서는 시비를 판단하는 관청의 문서의 뜻을 빌어 선배 조사의 언행 범례를 가리키기도 한다. 청나라 옹정 연간(1723~1735)에 광동성 보녕(普寧)현 지현을 역임했고 나중에 조양(潮陽)현을 겸치한 남정원(藍鼎元)은 탄핵되어 관직을 잃은 후에 자신이 역임했던 시기에 판결했던 안건을 모아 『녹주공안(鹿洲公案)』 상하 2권, 24편을 편찬하였다. 남 씨는 자가 옥상(玉霜)이고 ‘녹주’는 호이다. 『청사고(淸史稿)』의 「순사전(循史傳)」에 그의 전기가 기록되어 있다. 그를 다음처럼 평했다. “도적과 송사 대리인을 잘 다스렸다.” “신처럼 사건을 심리하였다.” “소송사건을 판결하면서 여럿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았고 논하는 데에 엄격하여 흠이 없었다.” 『녹주공안』 내용은 주로 불법을 저지른 아역(衙役)1)이나 소송 대리인 징치(懲治), 호강(豪强) 공격, 도적 숙청, 지방 치안질서 정돈, 미신 타파 등 지방 민사, 형사 사건이다. 여기에서 ‘거지와 공안’이라 제목을 붙인 것은 거지라는 성분이 복잡한 구성원으로 결성된 사회 집합체를 논술하고 그중에서 여러 형사나 민사 범죄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현상을 논술하는 데에 뜻이 있다. 이 단체는, 초기든 타락하여 변질된 이후든, 끊임없이 사회의 정상적인 생활 질서를 해쳤다. 사람들이 의지해 생존하는 사회 환경을 교란하고 손해를 끼쳤다. 나중에는 갈수록 엄중해져서, 결국 공해(公害) 중에서도 큰 재앙이 됐다. 근대 거지 항방(行幇)의 형성을 분계로 삼아 말한다면 이전에는 주로 개별 범죄 위주였으나 이후에는 단체 범죄 위주로 변했다는 특징이 있다. 거지가 모두 개방 한 곳으로 모여들어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은 아니다. 개방 중의 거지가 독단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총결해 보면 위에서 말한 분계선은 존재한다. 여기에서는 고금의 거지 안건 중에서 개인 단독 범죄가 단체 범죄로 변화되는 과정을 가지고 관련 사례를 열거하면서 거지 단체가 사회 범죄의 중요한 번식장소였다는 것을 알아보려 한다. 개방은 불량배들이 모여 범죄를 저지른 가장 큰 악의 축 ― 범죄의 ‘대본영’이었다. 거지가 돈을 돌려주다 물론 모든 거지가 다 나쁜 사람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가난해도 뜻을 잃지 않은 사람은 예부터 많이 존재했다. 효도하려고 걸식하고 부모나 처자식을 먹여 살리려고 구걸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중에 손을 뻗어 재물을 얻었으나 차마 그것 때문에 사람을 해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청대 저인적(褚人荻)은 『견호광기(堅瓠廣記)』 권5에서 『백취쇄언(白醉瑣言)』 중의 ‘거지 환금’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다 : 원충철(袁忠徹)이 사직한 후 사명(四明)으로 돌아가니, 어떤 참정이 찾아와 축하하였다. 나이가 많아 머슴애가 부축해 나왔다. 머슴애는 열두어 살 난 아이로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다. 기이한 용모로 곁에 서 있었다. 손님과 주인이 앉기를 기다리는데 원충철은 머슴애를 오랫동안 주시하였다. 참정이 물었다. “상보께서 주목하시는데 관상이 위험한 모양이지요?” 원충철이 답했다. “내가 보기에 저 아이가 현귀해질지 아닐지는 참정에게 달린 것 같소이다.” 참정이 말했다. “오늘까지 저 녀석은 무뢰한이었어요. 무슨 부귀가 생긴다는 말은 못하지요!” 원충철이 말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관상을 보면 알 수 있지요.” 나중에 머슴애는 참정의 집에서 제멋대로 굴다가 쫓겨나 결국 악묘(岳廟)에서 기거하고 구걸하면서 살았다. 어느 날, 어떤 부인이 보따리를 들고 악묘에 들어와 오랫동안 악비(岳飛)에게 기도하고 예배하였다. 한참만에야 떠났는데 보따리를 잊어버리고 그냥 놓고 나갔다. 거지가 다가가 열어보니 금은이 가득 들어있었다. 거지는 주인이 찾아올 때까지 숨겨두었다. 얼마 없어 목 놓아 슬피 울면서 보따리를 찾는 부인이 나타났다. 거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꺼내 돌려주었다. 부인은 받자마자 은자를 꺼내 사례하려하자 거지가 말했다. “잘못알고 계십니다. 내가 사례를 받을 생각이 있었다면 어찌 모두 제 것으로 만들지 않고 이렇게 돌려줬겠습니까?” 부인이 상황을 살펴보고 물었다. “누구하고 같이 생활하니?” 거지가 답했다. “저는 무의무탁이라서 거지가 됐습니다.” 그 부인은 잃어버릴 뻔한 돈을 가지고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 남편을 위하여 사명 지휘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가던 참이었다. 부인은 거지를 데리고 함께 갔다. 지휘사가 석방시켜주자 본래 자녀가 없었고 본가에도 같이 사는 사람이 없어, 그 거지를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하고 윤자(胤子)로 삼았다. 그때부터 거지는 현귀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비록 원 모의 주관적 상상과 멋대로 결론을 내린 부분이 섞여있기는 하지만 거지가 돈을 줍고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은 순박하고도 성실한 품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궁하다고 뜻까지 궁할까. 아무리 가난해도 포부는 변하지 않는다. 의롭지 않은 재물은 탐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한 품격은 모든 사람에게 있을 수는 없다. 영락하여 낡은 사당에서 지내는 거지가 그 일을 해냈다. 이야기의 결말을 보면 거지에 대한 작가의 예찬이 묻어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아역(衙役), 아역, 아속(衙屬). 관아(官衙)에서 부리던 하인이다. 청대(淸代), 각 관청에서 잡역에 종사한 사람이다. ‘토공(土工, 변사자 매장인)’, ‘개두(丐頭, 거지 단속인)’, ‘포갑(鋪甲, 구역 내 순시인)’ 따위를 총칭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번은 정주(鄭州)의 ‘바보(傻子)’가 서주(徐州)의 ‘절름발이(拐子)’의 돈을 훔쳐 공분을 샀다. 개방의 불성문의 규칙에 따르면 장애인은 존중받아야 했다. 더욱이 돈이라면 더 그랬다. 지금 ‘바보’의 행위는 ‘천조(天條)’를 어긴 것이기 때문에 징계를 주지 않으면 이후에는 더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두머리 ‘남양(南陽)제갈(諸葛)’이 졸개에게 눈짓으로 알려 곧바로 ‘바보’의 옷을 벗기고 수색하게 했다. 결국 바지통에서 돈을 찾아내어 ‘절름발이’에게 돌려주었다.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여러 졸개에게 한 사람이 한 대씩 때리게 했다. 등에서 발까지, 층층이 ‘철사장(鐵砂掌)’이 내려 꽂혔다. ‘바보’는 아파 울부짖으며 연신 잘못을 빌었지만 아무 쓸모없었다. 매를 다 맞은 후 바지조차도 입지 못할 지경이 됐어도 여전히 땅에 엎드려 잘못했다고 빌었다. 그때 ‘남양제갈’이 부채를 부치며 말했다. “이후에 통지를 듣지 않는 자는 누구나 이처럼 처리하겠다.” 그때부터 감히 제멋대로 굴거나 ‘세금’을 바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더 무서운 일도 있었다. 인위적으로 불구자로 만드는 것도 부락을 통치하는 방법이었다. 요령을 부리는 거지가 이탈을 기도하면 우두머리는 바른 궤도로 돌리기 위하여 그에게 ‘외과 수술’을 했다. 이 방법은 피해자가 방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행했다. 우두머리가 졸개에게 철저히 준비하게 한 후 사소한 핑계를 가지고 입씨름하다가, 뒤이어 무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팔을 비틀어 꺾거나 복사뼈를 차서 꺾거나 손가락을 잘랐다. 허리에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게 불구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후에 감시를 붙여 치료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되면 피해자는 치료할 돈이 없었기에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했다. 일상적인 삶의 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피해자는 우두머리에게 죄를 지어서 몸이 불구가 되면서 다른 사람보다도 더 열등하게 됐으니, 우두머리의 명령을 모두 받아들이고 한계선을 지켜야만 했다. 그렇다. 우매, 야만의 개방 무리 중에서 우두머리가 되고 기반을 확고히 하려면 가장 중요한 수단은 역시 부드러우면서도 ‘폭력’을 쓸 줄 알아야 했다. 예부터 지금까지 개방의 생성, 연속의 역사를 종람해 보면 개방은 문명민족이 개화, 발전하기 이전의 야만적인 군거시대의 ‘환원유전(atavism)’이거나 ‘자아복제’라 할 수 있다. 인류의 조상인, 원시시대의 인류가 살아왔던 야만생활의 풍모를 직접적으로 이해할 기회가 없어서 제대로 알 길은 없지만, 당대 거지 군락의 행태가 원시 야만생활을 직시할 수 있는 형상은 아닐까 싶다. 개방의 거지들은 제때에 즐기자는 방식으로 그럭저럭 되는대로 살아가는데,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흉악무도한 자가 왕이 되었다. 힘이 약하고 무기력한 자는 고분고분 말 잘 들으며 비호할 데를 찾았다. ‘사상이 있는 자’는 대부분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물론 그들은 야만의 시대를 살았던 원시 조상보다는 총명하지만 처음 가졌던 저질의 요소를 계승하였다. 그들은 횡포하고 잔혹한 방주에게 길들여졌다. 일이 생기면 방주의 ‘공단(公斷)’과 비호를 바랐다. “뱀도 머리가 없으면 나아가지 못하고 새도 머리가 없으면 날지 못한다.” “지도자가 없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생물 복합체 관례의 낡고 오래된 폐해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중에는 중국 전통인 ‘청관(淸官)’ 관념의 그림자도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청관’이 정치를 주관하기를 바라고 불성문의 관습법으로 실행하는 기준을 삼기를 즐겨했다. 바로 그 전통문화가 민족자체의 도약을 가로막는 굴레였다. 문명사회의 개방은 원고시대와 당대가 뒤섞여 있는, 몽매시대의 그림자이다. 역사 사실과 현실이 사람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개방의 역사와 현상은, 몇 천 년 동안 발달된 역사를 걸어온 중국민족이, 현재에는 정체되거나 후퇴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젠가는 되돌아 올, 조상의 모습이며 역사의 거울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원나라가 1276년(충렬왕 2) 탐라에 군민총관부(軍民摠管府)를 설치하였다. 이듬해(충렬왕 3)에는 동·서아막(東西阿幕:aimag)을 설립하여 소·말·낙타··당나귀·양을 방목하고 다루가치(達魯花赤)를 파견하여 이들을 감독하였다. 1300년(충렬왕 26)에 동도현과 서도현을 설치하였는데, 대촌현, 귀일, 고내, 애월, 곽지, 귀덕, 명월, 신촌, 함덕, 김녕, 호촌(狐村), 홍로, 예래(猊來), 산방, 차귀 등 15개 현이었다. 이 해에 원나라의 기황후(원래 이 때는 명종의 모후인 유성황후(裕聖王后))가 황실마를 방목하였다. 탐라에는 뱀, 독사, 지내가 많아 만약에 회색뱀을 보면, 차귀신이라고 하여 죽이지 못하게 했다. 고려시대 현촌에 특별한 것은 제주에 없는 동물로 마을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예래현(猊來縣)인 경우 ‘사자 예(猊)’가 있고, 호아현(狐兒縣)은 ‘여우 호(狐)“자를 쓰고 있다. 전승되는 말에 고려시대의 신선사상이 깃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라산을 지키기 위해 선선의 사는 집은 산방(山房)이고, 신선이 거느린 동물들을 쭉 동서로 배열했는데 지명에 호위 무사인 형제(兄弟섬)와 함께 동물로는 말(馬羅島), 호랑이(虎島:범섬), 사자(猊來), 토끼(兔山), 소(牛島), 뱀(遮歸의 신:원래는 蛇歸라는 설이 있다)을 거느리고 있다. 물론 그럴듯한 민간전승의 상상력이다. 그러나 15세기 문헌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맹수가 없다고 했다. 맹수라고 하면 곰, 사자, 호랑이, 늑대 등 사람이나 초식동물에게 사나워서 위협적인 동물을 말한다. 지리학적인 요인 때문에 제주에는 맹수가 없다. 다시 이 기록은 17세기의 문헌 『탐라지(耽羅志)』로 이어지는데, “산무악수(山無惡獸):산에는 사나운 짐승이 없다”라고 하여, 호랑이·표범·곰·승냥이·이리 등 사람을 해치는 짐승이 없고, 또한 여우·토끼·부엉이·까치도 없다고 했다. ‘토산(土産)’ 동물로는 말·소(황소, 흑소, 얼룩소)·사슴·노루·돼지·살쾡이·해달·지다리(너구리)가 있다. 물론 조선시대에는 국영목장이 돼 마·소목장이 성행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세계관의 차이로 동물에 대한 분류체계가 허술하여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누락되었다. 특히 조류는 제주도가 철새 도래지인 까닭에 새의 종류가 매우 많지만, 새들은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까마귀와 백로 정도는 틈틈이 조선시대 시문에 나오기도 하고, 상상의 동물인 용은 바다 용궁의 신이 돼 무소신으로 나온다. 전설의 동물 배도록은 16세기 저서인 『남명소승』에 처음 나온다. 백로에 관한 이야기는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가 영실의 존자암 노승에게서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임제도 이를 기담(奇談)이라고 하면서도 그대로 기록해 두었다. “여름밤에는 사슴이 시냇가로 내려와 물을 마시곤 합니다. 근래 사냥꾼(山尺)이 활을 가지고 시냇가에 엎드려 엿보니, 사슴 무리가 몰려와서 그 숫자가 백 마리인지 천 마리인지 셀 수 없는 지경인데 그 가운데 한 마리가 제일 웅장하며 털빛이 흰빛이었습니다. 이 사슴의 등 위에는 백발 노옹이 타고 있었고, 사냥꾼은 놀랍고 괴이하게 여겨 감히 범하질 못했으며 뒤에 처진 사슴 한 마리만 쏘아 잡았습니다. 이윽고 노옹이 사슴을 점검하는 것 같더니 한 가락 휘파람을 불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임제가 기록한 이 이야기가 조선시대 내내 한라산 백록담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돼 백록담의 전설로 자리 잡게 되었다. 17세기 바다 생물로는 바다거북(玳瑁)·조개·앵무조개는 우도와 가파도에서 나고, 사향쥐(香鼠)를 비롯하여 전복·모시조개(黃蛤),옥두어(玉頭魚:옥돔)·은구어(銀口魚:은어)·크고 작은 상어들·도어(刀魚:갈치)·고도어(古刀魚:고등어)·멸치(行魚)·문어와 그밖에 생선(生魚:土着魚種)들이 잡힌다. 18세기 문헌에는 조류도 기록하고 있다. 이형상 저술한 『남환박물(南宦博物)』에 들짐승으로는 살쾡이·오소리·돼지·사슴 등이 있다. 여전히 사나운 동물이 없다는 기록은 앞의 문헌과 비슷하다. 이 문헌에서는 날짐승, 즉 조류를 기록하고 있는데 매·꿩·까마귀·솔개·제비·참새·갈매기·백로·두루미·두견새·앵무새·기러기·올빼미·부엉이 등 14종이 언급돼 있고, 황새와 까치는 없다고 전하고, 대형 어류로는 상어·고래·악어(鰐魚)·수달·해달 등이 있다고 한다.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과거 동물의 역사 기록에는 누락된 것도 있고, 이미 멸종된 것들이 있다. 한라산의 사슴은 지나친 진상으로 조선 말기에 멸종되었고, 지금은 그 자리에 노루가 많이 늘어나 있으며, 멧돼지도 자주 사람들에게 목격된다. 뱀 또한 산과 계곡은 물론 민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과다한 농약의 사용 때문에 밭 주변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버려진 개들은 야생의 들개로 변해 등산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고, 마을. 해변, 길가를 가리지 않고 들고양이들이 쉽게 눈에 띈다. 동물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조류이다. 제주도는 새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새들이 오고 간다. 그런 만큼 계절마다 새들이 다양하다. 제주 토착어로 새들을 통틀어 부르는 용어로 ‘생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날질승은 생이가 된다. 그러나 새를 한 개체로 부를 때에는 생이를 ‘참새’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생이=모든 새'이고, 또한 '생이 하나=참새'가 된다. 제주인들에게 생이는 의미에 따라서 대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 일본 학자 모리 타메조(森 爲三)는 제주도 동물을 조사했는데 날개를 가진 동물로는 볼수염박쥐와 대백로, 황로, 큰덤불해오라기, 느시, 찌르레기 등 6종은 미기록이고, 두견새 울음도 들었다고 해서 제주도에 두견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6종을 합쳐 제주도 조류는 120종이 된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 조류의 특징을 말했는데 조선 반도에는 까치가 많은 데 제주도에는 까치가 한 마리도 서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까치는 아시아나 취항과 더불어 두 마리 까치를 기념으로 제주도에 가지고 온 것이 화근이 돼 오늘날 제주도에 까치가 늘어나면서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 모리 타메조에 의하면, 제주꿩은 육지의 꿩과 같은 종이고, 노랑딱새도 육지의 흰눈썹황금새라고 한다. 동백나무가 많은 관계로 동박새와 휘파람새가 극히 많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 조류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1)아비류(阿比類):아비, 큰회색머리아비, 논병아리, 검은목논병아리, 뿔논병아리. 2)전혜류(全蹊類):민물가마우지, 가마우지, 쇠가마우지. 3)노류(鷺類): 흑로, 노랑부리백로, 왜가리, 황로, 대백로, 큰덤불해오라기. 4)압안류(鴨雁類):원앙새,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흑부리오리, 황오리, 알락오리, 청머리오리, 쇠오리, 고방오리, 넓적오리, 홍머리부리, 검은머리흰죽지, 흰뺨오리, 흰줄박이오리, 비오리, 바다비오리, 흰비오리, 큰기러기, 고마가리가네(미상), 흰이마기러기, 쇠기러기, 고니. 5)응로류(鷹鷺類):흰꼬리수리, 검독수리, 말똥가리, 솔개, 매, 황조롱이, 물수리, 6)계류(鷄類):꿩. 7)앙계류(秧鷄類):흑두루미, 재두루미 느시. 8)압천조류(鴨千鳥類):댕기물떼새, 흰목물떼새, 꼬마물떼새, 흰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중부리도요, 깝짝도요, 삑삑도요, 붉은어깨도요, 세가락도요, 민물도요, 깍도요, 알라도요, 멧도요. 9)구류(鷗類):검은머리갈매기, 큰재감매기, 갈매기, 괭이갈매기. 10)해조류(海鳥類):바다쇠오리. 11)구류(鳩류):멧비둘기. 12)두견류(杜鵑類):두견새, 뻐꾸기. 13)불법승류(佛法僧類):파랑새, 14)어구류(魚狗類):미야마쇼빙(미상), 청호바새, 물총새. 15)악류(鰐類):큰소쩍새. 16)양연류(兩燕類):칼새. 17)탁목조류(啄木鳥類:딱다구리):제주큰오색딱다구리, 제주쇠오색딱다구리. 18)명금류(鳴禽類):팔색조, 큰종다리, 쇠종다리, 붉은가슴밭종다리, 밭종다리, 노랑할미새, 백할미새, 직박구리, 쇠솔딱새, 흰눈썹황금새, 노랑딱새, 큰유리새, 개똥지빠귀, 노랑지빠귀, 흰배지빠귀, 흰눈썹붉은배지빠귀, 바다직박구리, 유리딱새, 딱새, 고무시쿠이(쇠솔새의 일종), 쇠솔새, 산솔새, 떼까치, 붉은배동고비, 동박새, 밀화부리, 휘파람새, 제비, 제주박새, 제주곤줄박이, 제주오목눈이,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떼까마귀, 찌르레기, 콩새, 장박새, 섬참새, 제주참새, 붉은뺨멧새, 큰오색딱다구리, 제주맥새, 제주굴뚝새 등이 있다. 제주도 파충류(爬蟲類)는 모리 타메조가 처음 조사했는데 7종이 있다고 하는데, 1)석갈류(蜥蝎類):도마뱀, 흰줄장지뱀. 2)사류(蛇類):유혈목이, 대륙유혈목이, 누룩뱀, 실뱀, 살무사. 본도에는 귀류(龜類)에 속하는 거북, 자라가 서식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 양서류(兩棲類) 또한 모리 타메조가 처음 조사했는데 8종이 있다. 제주도롱뇽, 청개구리, 맹꽁이, 두꺼비, 배붉은두꺼비, 개구리, 옴개구리, 산개구리 등이다. 사진가 서재철의 『제주도 새』(2004)에는 텃새와 철새, 나그네 새와, 길 잃은 새로 분류하고 있다. 서재철의 분류에 의하면, 텃새로는 흑로, 말똥가리, 검독수리, 황조롱이, 매, 꿩, 멧비둘기, 흑비둘기, 큰오색딱다구리, 종다리, 직박구리, 때까치, 딱새, 흰배지빠귀, 바다직박구리, 제주휘파람새, 방울새, 박새, 동박새, 멧새, 노랑턱멧새, 어치,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참새, 찌르레기 등 26종을 소개하고 있다. 철새로는 여름철새와 겨울철새로 분류하였다. 여름철새는 슴새, 해오라기, 검은댕기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중백로, 중대백로, 쇠백로, 붉은왜가리, 왜가리, 황로, 쇠물닭, 쑥독새, 물총새, 청호반새, 파랑새, 후투티, 제비, 노랑할미새, 알락할미새, 칡때까치, 흰눈썹붉은배지빠귀, 개개비, 흰눈썹황금새, 황금새, 노랑딱새, 큰유리새, 삼광조, 꾀꼬리 등 28종을 소개하고 있다. 겨울철새로는 큰회색머리아비, 아비, 논병아리, 뿔논병아리, 민물가마우지, 가마우지, 먹황새,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저어새, 큰고니, 큰기러기, 쇠기러기, 흑기러기, 고니, 황오리, 흑부리오리, 원앙, 홍머리오리, 알락오리, 쇠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넓적부리, 발구지, 댕기흰죽지, 검은머리흰죽지, 흰뺨오리, 비오리, 재두루미, 흑두루미, 독수리,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큰소쩍새, 쇠부엉이, 물닭, 댕기물떼새, 백할미새, 긴발톱할미새, 황여새, 개똥지빠귀, 떼까마귀 등 45종을 수록하고 있다. 또 나그네새로는 물수리, 흰배뜸부기, 장다리물떼새, 민댕기물떼새, 검은가슴물떼새, 큰왕눈물떼새, 흑꼬리도요, 큰묏부리도요,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중부리도요, 학도요, 청다리도요, 알락도요, 뒷부리도요, 노랑발도요, 쇠청다리도요, 깝작도요, 꼬까도요, 멧도요, 깍도요, 붉은어깨도요, 종달도요, 흰꼬리좀도요, 좀도요, 메추라기도요, 민물도요, 제비딱새, 쇠솔딱새 등 31종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길잃은새로는 검은머리흰따오기, 쇠뜸부기, 물꿩, 검은머리물떼새, 구레나룻제비갈매기, 홍비둘기, 뮛부리장다리물떼새, 녹색비둘기, 할미새사촌, 노랑머리할미새, 잿빛쇠찌르레기, 검은바람까마귀 등 12종을 소개하고 있다. 정리하면 텃새 26종, 철새는 74종(여름철새 28종, 겨울철새 46종), 나그네새 31종, 길잃은새 12종 등 모두 합쳐 143종이 30년 동안 발로 뛰어 새를 찾아다닌 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도 육상동물상은 시베리아 아구와 만주 아구에 속해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분포하는 공통의 종들이 많고, 제주도는 동양구에 속하는 종들이 있는데 한라산의 기온 차이에 따른 다른 동물상이 나타난다. 이를 테면 해안저지대나 상록 계곡림에서는 아열대성에 속하는 곤충류나 참개구리, 맹꽁이, 팔색조, 물꿩, 흰날개해오라기와 같은 종들이 나타나며, 한라산 고지대에서는 산굴뚝나비, 가락지나비와 같은, 한대성 곤충류가 서식한다. 특히 이동성이 약한 일부 양서류, 조류, 포유류의 경우는 같은 종이라도 제주도롱뇽, 제주휘파람새, 제주큰오색딱다구리, 제주족제비, 제주동물쥐와 같이 제주 고유의 종이나 아종으로 진화된 동물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제주도가 동무리리적 위치로 인하여 무당개구리, 맹꽁이, 줄장지뱀, 쇠살모사, 누룩뱀의 남방한계선이 되고 있는가 하며, 비바리뱀의 북방한계선이 되기도 한다. 또한 제주도는 이동철새들의 중간기착지, 번식지, 월동지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2008)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