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애써 개발한 신품종 감귤 묘목이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버젓이 불법 거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거래 자격 없이 판매가 불가능한 감귤 신품종 묘목을 온라인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내놓은 4명을 식품신품종보호법 위반 혐의로 국립종자원 제주지원에 고소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이들 4명은 황금향 대체 작물인 '달코미' 등 감귤 신품종 묘목을 한 그루당 1만 2000원에 판매하거나 판매하려 한 혐의다. 이들은 정식 판매 허가권이 있는 업체들이 농가에 보급하는 가격 7000원보다 5000원가량을 더 올려 거래 플랫폼에 올렸다. 도 농업기술원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달코미, 가을향 등 감귤 신품종을 개발했다. 농가 보급을 위해 28개 업체를 통해서만 농가 판매가 이뤄지도록 통상실시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28개 업체 외 허가되지 않은 업체나 개인은 농업기술원 개발 신품종을 팔 수 없다. 고승찬 제주도농업기술원 과수연구과장은 "품종보호권을 가진 품종은 '식물신품종보호법'에 의해 권리가 보장된다. 이를 위반한 무분별한 불법 유통은 제주 감귤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수사를 통해 판매자들이 어떻게 감귤 신품종을 얻게 돼 판매까지 하게 됐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업체나 개인이 묘목을 판매할 경우 경고 없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의 해녀 문화를 기반으로 한 웰니스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오는 26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서 제주 해녀 문화를 주제로 한 웰니스 특화프로그램인 '해녀와 고요한 바다'를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2차례 진행되는 '해녀와 고요한 바다'는 제주 전통 해녀 문화와 마을주민이 함께하는 지역 기반의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깊은 힐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유엔(UN) 관광청 최우수 관광마을이자, 제주 마을관광 브랜드 카름스테이(Kareum Stay) 대표 마을인 세화리는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해녀 문화를 통해 제주 고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체류형 관광마을이다. '해녀와 고요한 바다'는 세화마을 주민들이 보존하고 있는 해녀 문화 자원과 지역의 웰니스 콘텐츠를 바탕으로, 짧지만 충분한 힐링 여행을 제공한다. 세부 프로그램은 제주 해녀와 김진경 베지근연구소 소장이 마련한 신선한 로컬 식자재로 건강하고 특별한 바당식탁 체험하기와 세화마을 삼춘PD와 함께하는 마을 산책, 해녀복을 만드는 잠수복집 방문,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제주 해녀박물관 관람 등이다. 이외에도 명상 지도자인 김성하 제주901 대표와 함께 세화 바다의 모래사장을 거니는 비치어싱(Beach Earthing, 맨발로 해변 걷기)과 고요한 파도를 보며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파도멍'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참가 신청은 오는 18일 오후 5시까지 구글폼 신청페이지(https://forms.gle/amNiG37vK3z7UbPj9)를 통해 받는다. 참가비는 1인당 3만원이다. 각각 오전 및 오후 참가자를 선착순으로 20명까지(총 40명) 모집할 계획이다. 자세한 정보는 제주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비짓제주 인스타그램(@visitjeju.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전국 첫 ‘헌 이불 순환경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의류는 의류수거함 등을 통해 배출돼 자원 순환되고 있다. 하지만 헌 이불은 의류수거함에 배출할 수 없는 폐기물로 소각 처리되고 있다. 제주도는 17일 오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환경공단 제주지사, 제주시새활용센터, 이브자리, 제클린과 함께 '헌 이불 순환경제' 시범사업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헌 이불 모으기는 다음달 1일부터 28일까지 이뤄진다. 참여를 희망하는 도민은 헌 이불(솜·차렵·오리털 이불, 요)을 도내 이브자리 매장으로 가져가면 된다. 참여자에게는 이브자리 할인쿠폰과 사은품이 제공된다. 이브자리 매장은 연동점(제주시 도령로 95 타워프로빌 104호), 이도2동점(제주시 박성내서길 16-5), 외도점(제주시 일주서로 7306), 삼화지구점(제주시 화삼로 57), 제주서귀포점(서귀포시 중앙로 44) 등 5곳이다. 도와 참여기관 및 업체는 시범 사업 종료 후 사업 결과를 분석하고, 침구류의 자원 순환체계가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기존에 소각 처리되던 헌 이불의 자원 순환 체계를 국내 처음으로 제주에 구축하는 시도다. 도는 버려지던 헌 이불을 모아 종합재활용업체를 통해 재생솜을 생산하고, 재생된 솜을 이용해 재생제품(모포 등)을 생산하는 순환 체계를 확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침구류 폐기물의 자원순환 방안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모델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도는 지난 7월부터 참여기관·업체와의 논의, 행정시와의 협의 등을 통해 관련 법령 등을 검토하며 자원 순환 체계를 마련했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이번 사업은 침구류 폐기물의 자원 순환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첫 걸음”이라며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제주지방법원을 포함한 지방 법원들이 압수수색 영장 남발과 재판 지연 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불기소'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공방이 감사장을 채웠다. 법사위는 17일 제주지법을 포함한 대전고법과 특허법원, 대전지법, 대전가정법원, 청주지법, 광주고법, 광주지법, 광주가정법원, 전주지법에 대한 국정감사를 열었다. 국정감사에서는 법원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과 재판 지연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제주지법의 영장 발부율은 80%로 전주지법(93.8%), 광주지법(88.1%), 청주지법(87.9%)에 이어 높은 편이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시을)은 높은 영장 발부율이 법원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지방법원의 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무변론 판결 제도가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수일 제주지법원장은 "간담회 등을 통해 제도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해당 제도의 악용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청래 법사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서울 마포구 을)은 고(故) 한상용 씨의 재심 사건과 제주4·3 관련 피해자 손해배상 절차가 검찰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광주고법원장에게 사건을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제주 관련 사안은 2~3차례 뿐이었다. 대부분 논의는 김건희 여사 불기소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공방으로 채워졌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불기소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제주 지역 간첩 혐의 사건 재판 지연 등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법원의 높은 영장 발부율에 대해 '영장 자판기'라는 비판을 제기하며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수사를 지적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4년여간 보조금 8억 6000만원을 빼돌려 도박판에서 탕진한 제주지역 모 수협 전 직원이 실형에 처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홍은표)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제주시 소재 B수협에 근무하면서 지난해까지 55차례에 걸쳐 보조금 6억7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지난해 다른 보조금 계좌가 연결된 통장을 훔쳐 11차례에 걸쳐 1억3000만원을 빼돌리는 등 3년에 걸쳐 8억6000만원의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보조금을 지출한 것처럼 허위로 영수증을 처리하고 21차례에 걸쳐 감독기관인 제주시청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연말마다 보조금 계좌에 돈을 채워 넣고 다음 해 1월부터 다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수년간 돌려막기식으로 범행을 이어오던 A씨는 지난해 감사가 진행되자 스스로 범행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한 돈은 인터넷 도박으로 생긴 사채를 갚는 등 대부분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보조금을 횡령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영수증을 위조하거나 통장을 파쇄하는 등 별도의 범죄까지 저질렀다"며 "다만 횡령액 상당 부분을 변제해 남은 피해 금액이 1억 2000만원 정도며 스스로 범행 사실을 털어놓으며 수사가 개시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의 횡령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조한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된 B씨에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자신의 통장 계좌를 A씨에게 빌려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단순히 A씨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통장 계좌를 빌려줬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으로 얻은 실질적 이익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선고이유를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한국공항공사가 제주공항을 포함한 전국 14개 공항에서 입점업체 임대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제주국제공항은 높은 임대료 수익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며 지나친 상업화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공항 내 한 매장의 임대료는 예상 매출의 30% 이상에 달한다. 매출이 42억원으로 예상되는 매장에 최소 영업요율 27%가 적용돼 약 11억 3400만원이 책정된다. 기본 임대료 2억 4000만원을 포함해 전체 14억원에 이른다. 이는 인건비와 재료비를 제외하고도 매출의 약 33%가 임대료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이처럼 높은 임대료는 공항 입점업체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다른 공항의 임대료도 평균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임대료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2월 제주공항 1층 국내선 도착 대합실의 렌터카 안내데스크(약 3㎡) 운영자를 선정하기 위한 공개 경쟁 입찰에서 안내데스크의 연간 최저 임대료를 1억 8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6㎡당 3억원이었던 임대료를 절반 크기로 줄인 대신 금액을 인상한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 제주, 김해 등 여객 규모가 큰 공항에서 임대수익을 더욱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상 매출이 높을 경우 매출 구간별로 임대료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여객 수와 항공 노선 수에 따라 임대료를 연동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러한 방안이 도입될 경우 제주공항을 비롯한 대형 공항 입점업체들이 더 높은 임대료 부담을 질 가능성이 크다. 제주공항의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임대료 부담이 이미 큰 상황에서 추가 인상까지 논의되고 있어 우려된다"며 "임대료 인상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공항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입점업체와 소비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임대료 정책을 마련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공항은 상업시설을 대폭 확장, 논란이 일고 있다. 4층 푸드코트를 1층으로 이전해 확장하고 올리브영, 엔제리너스 등 대형 브랜드와 다양한 자판기를 대거 입점시켰다. 또 3층 대합실의 일부 좌석을 치우고 팝업스토어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상업시설 확장으로 공항의 공공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밝힌 2022년 기준 제주공항의 임대료 및 공항 이용료 수익은 2245억원에 달해 전국 공항 중 수익 1위를 기록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제주 특산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라며 상업시설 확장 이유를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 민생토론회에서 제시한 지원책 예산이 약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회의적 시각이 비등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후 제주시 영평동 소재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스물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민생토론회는 전국 17개 시·도 중 마지막 차례였다. 대통령 취임 후 단 한 번도 제주를 방문하지 않아 '제주 홀대론'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치러진 일종의 피날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제주 방문이 늦어졌음을 사과했다. 하지만 지역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급히 발표한 대규모 지원책이 오히려 선심성 공약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제주도에 ▲국립탐라문화유산연구센터 건립(400억원)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사업(560억원) ▲제주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 및 증설(1405억원) 등의 구체적인 예산을 포함해 여러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과거 다른 민생토론회에서도 비슷하게 발표된 수백 개의 지역 정책들이 실제로 추진되었는지도 불분명하고, 실행률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예컨대 지난해 초 서울과 부산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대규모 교통 인프라 확장과 지역 상권 활성화 방안은 아직 예산 편성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국무조정실은 올해 1월부터 제주 민생토론회 이전까지 열린 28차례의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전체 285개 실천 과제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실질적인 예산 집행율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 제주를 제외한 28번의 민생토론회 중 24번째 충북 청주 민생토론회까지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책·사업 추진에 드는 예산은 전체 1274조 4646억원으로 집계됐다. 기획재정부는 민생토론회 전체 사업비 규모 등을 묻는 질의에 "민생토론회 관련 예산의 범위와 소요를 명확하기 제시하기 곤란하다"며 "민생토론회 사업들이 정책적 방향성만 제시되고 지원대상이나 조건, 시기 등 사업내용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동두천시양주시연천군갑)은 이에 대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공언한 사업의 상당수가 예산 추계조차 어려운 졸속 발표"라며 "실질적 집행력이 떨어지는 정책이 많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국민들에게 약속한 민생 공약이 정부 재정계획 안에 조율돼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주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상급종합병원 공약 역시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상급종합병원을 무조건 (제주에) 한 곳 지정하라"고 즉석에서 지시했다. 하지만 지정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발표한 의료 예산이 축소된 상태에서 이러한 대형 공약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또 현재 기본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국립탐라문화유산연구센터 건립에 향후 4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점도 실질적인 계획이 없이 발표된 일종의 "전시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제주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중장기 예산 계획 없이 급하게 발표한 사업들이 지자체와의 조율 과정에서 속도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다반사"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을)은 제주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상급종합병원 지정, 제주신항 개발, 에어택시인 도심항공교통(UAM) 얘기를 꺼내며 "모두 좋은 얘기들이고 꼭 잘 추진되길 바란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밝히지 않아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두고 '가짜 민생토론회', '반쪽짜리 민생 토론회이자 실패한 토론회'라고 촌평했다. 제주도내 한 정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약속이 도민들의 실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며 "지역 정책의 실효성과 이행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 제주 민생토론회는 한낱 '제주 민심 달래기'에 그칠 위험이 크다"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탰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 민생토론회에 맞춰 정부가 제를 향해 지원방안을 쏟아냈다. 제주 미래를 위한 교통·물류·문화·에너지 등 분야가 망라됐다. 국토부는 15일 제주도를 글로벌 휴양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 지원, 물류비 절감을 위한 스마트공동물류센터 건설, 문화유산 연구센터 설립,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열린 '세계로 열린 청정한 섬, 글로벌 휴양도시 제주' 민생토론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제주 발전 방안을 밝혔다. 먼저 국토부는 제주도에서 도심항공교통(UAM)의 상용화를 적극 지원한다. 도는 2022년 9월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SK텔레콤 등으로 구성된 'K-UAM 드림팀' 컨소시엄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UAM 시범 운용 사업을 추진해왔다. 먼저 UAM이 이·착륙할 수 있는 버티포트 등의 운용 시설은 제주국제공항, 서귀포시 성산항, 중문관광단지 등 3곳에 우선 설치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도는 내년 중 국토교통부에 UAM 시범 운용 구역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관광 목적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등 공공 및 일반 교통 용도의 UAM 운용 여건도 검증할 예정이다. 시범 운용에는 미국 기업인 조비 에비에이션의 기체가 투입된다. 2028년부터는 현대차그룹과 한화시스템 등의 국내 기체도 운용될 전망이다. 도는 '제주형 UAM'(J-UAM) 도입을 통해 관광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하와이 등 세계 휴양지에서 인기 있는 '헬기 투어'와 유사한 형태로 UAM을 활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 UAM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 관광 활성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확보로 국내 UAM 초기 시장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 제주항 인근에 '제주 스마트공동물류센터'를 건설해 제주 지역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제주 기업의 매출액 대비 물류비 비중은 9.46%로 전국 평균의 1.5배에 달한다. 이는 육지보다 물류비용이 높은 제주 지역의 특성 때문이다. 전체 사업비 258억원(국비 92억원)이 투입되는 제주 스마트공동물류센터는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7800㎡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2021년 말 기본계획 수립 이후 토지 보상과 측량·지반조사 등의 절차를 마쳤다. 현재 설계 용역이 진행 중이다. 올해 말 착공해 2026년 초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센터는 고효율 운영 설비와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 설비 운영 시스템 등 스마트 설비를 적용할 예정이다. 제주 공동물류 플랫폼 '모당'과 연계해 공동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물류 시설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센터를 활용할 수 있게 돼 물류 체계의 효율화와 제주 산업의 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제주 스마트공동물류센터는 제주 소재 기업의 과도한 물류비 부담을 낮추고, 잦은 소량 배송 물품을 집적화하여 물류 체계를 효율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가유산청도 중요한 계획을 내놨다. 제주에 '국립탐라문화유산연구센터'를 2030년 개관 목표로 건립할 계획이다. 연구센터는 제주의 유·무형 유산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해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재발굴하고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는 중심 역할을 하게 된다. 제주는 지역을 대표하는 보물 관덕정(觀德亭)을 비롯해 100여 건의 국가지정유산과 약 1500건의 비지정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으로 형성된 용암동굴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연구센터는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산하의 8번째 지방 연구조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국가유산 보존·조사 연구를 위한 시설과 수장고를 마련하고, 아카이브 도서관과 전시 공간 등을 통해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개방할 방침이다. 약 6년간 추진되는 건립 사업에는 국비 약 4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내년 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거쳐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2026년에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사전타당성 평가를 할 계획이다. 이후 설계, 착공 등의 과정을 완료하면 2030년에 개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탐라 역사문화권의 가치를 재발굴하고, 이를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여 제주의 관광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도가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을 신청할 경우 계획 수립 단계부터 지원할 방침이다. 분산에너지법은 장거리 송전망에 기반한 중앙집중형 전력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지산지소형 분산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특구로 지정되면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분산에너지 사업자가 전력 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 사용자에게 직접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력 직접거래 특례가 적용된다. 이는 지산지소형 전력 시스템 구현을 위한 핵심 제도로 평가된다. 제주는 태양광·풍력 설비 인프라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약 20%를 차지한다. 이는 전국 평균의 약 2배에 달한다. 도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그린수소를 6만톤 이상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업부는 "제주에서 혁신적인 에너지 신산업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며 분산에너지 진흥센터를 통해 사전 컨설팅을 진행하여 지자체들이 올해 중 특구 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고, 내년 상반기 중 특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제주를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선도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해 폐배터리를 전동 농기구나 가로등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제주는 등록 차량 중 전기차 비율이 9%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높다. 그러나 도내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가 없고, 화재 위험성 때문에 폐배터리 반출도 잘 이뤄지지 않아 폐배터리가 쌓여가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시범사업은 3년간 24억원을 투입해 진행된다. 폐배터리를 전동 농기구, 농가에서 사용하는 자율형 이송 로봇, 가로등 ESS로 재활용해 농촌과 에너지 취약지역에 보급할 계획이다. 또 도와 함께 진행 중인 폐배터리 동결파쇄 시범사업과 2028년까지 '제주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해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제주에 음식물쓰레기나 가축분뇨 등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수소차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제주의 에너지 자립을 지원하고 세계적인 그린수소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환경부는 관광객 증가로 하수량이 처리 용량을 초과한 도의 하수처리시설 개선에도 투자한다. 올해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 4곳(제주·서부·동부·대정)의 현대화와 증설, 하수관로 정비에 869억 원을 지원했다. 내년에는 1405억원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도의 공공하수처리시설 평균 가동률은 94.4%로 적정 가동률인 80~85%를 훌쩍 넘었다. 이는 관광객 증가로 인한 하수량 증가 때문이다. 시설 개선을 통해 하수처리 용량을 확대하고, 환경 문제를 해소할 예정이다. 이는 도의 환경 보전과 지속 가능한 관광 산업 발전에 필수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주 지역 최대 현안인 제2공항을 빠른 속도로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제주도와 긴밀히 협력하여 후속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며 "사업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제2공항 건설은 현재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단계에 있다. 이후 도의 심의와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제주특별법에 따르면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서는 중앙 정부가 아닌 도가 심의하고, 제주도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초 국토부는 2055년 기준 제주지역 전체 연간 항공 여객 수요를 4109만명으로 예측했다가 코로나19 이후 3970만 명으로 축소했다. 제2공항 예정지 주변에 철새도래지가 다수 있어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환경부는 2019년 전략평가 심의에서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가 미흡하다며 국토부에 보완을 요구했다. 또 예정지에 맹꽁이 등 법정 보호 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로는 숨골 영향 및 용암동굴의 분포 가능성에 대한 정밀 검증이 요구된다.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 최소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토지 보상 등의 과정을 고려하면 착공까지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일원 550만 6201㎡ 부지에 전체 5조 4532억원을 들여 조성될 예정이다. 활주로는 길이 3200m, 폭 45m의 1본으로 계획돼 있다. 이날 민생토론회에서는 ▲세계인의 관광 휴양도시 ▲탄소 없는 에너지 선도도시 ▲의료와 교육이 뒷받침되는 살기 좋은 제주를 주제로 다양한 안건이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제주도를 위해 힘껏 뒷받침하겠다. 의료와 교육 등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 와서 살고 싶어하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제주도에 늘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 공무직 노동자 정원이 전국최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연봉은 현직 공무원은 물론 다른 지역과도 차이를 보였다. 16일 한국행정연구원이 발간한 '한국 광역지방자치단체 공무직 임금의 결정요인 연구'에 따르면 제주도 공무직 정원은 294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서울(2185명), 경기(1359명), 부산(1305명), 대구(948명) 등의 순이었다. 정원이 가장 적은 곳은 세종(420명)이었다. 제주도내 공무직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3942만원으로 집계됐다. 도내 공무직 평균 연봉은 지난해보다 147만원 인상됐다. 그러나 인상액이 가장 높았던 경기도의 257만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제주 지역의 공무직 노동자 평균 임금은 월 220만원의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해 약 310만원으로 공무원의 월평균 보수인 410만원보다 약 100만원 적다. 또 공무직 임금은 공무원 보수의 약 79%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 공무직 노동자들은 공무원 대비 낮은 임금과 지역 간 격차 문제를 지속적으로 겪고 있다. 서인석 안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광역 지자체 간 공무직 정원과 연봉액 차이가 크다"며 "지자체와 기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무직 임금 체계의 적정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공무직 노동자의 약 81%가 낮은 임금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또 36%는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예부터 여러 직업에는 각자 생계를 이어가는 수완이 있는 것처럼 거지에게도 자기 나름대로 구걸하는 기술과 재주가 있었다. 무훈은 의학을 창설하는 자금을 모집하려고 가끔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구걸 수단을 운용하였다. 시주들의 환심을 사고 좀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하여 어떤 때에는 사찰 시장이나 일반 시장에서 ‘물구나무서기’1) 곡예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두 발은 하늘을 향하고 양 손은 땅을 짚어 ‘전갈 기어가기(蝎子爬)’하고는 반시간 동안 넘어지지 않고 지탱할 수 있었다. 무훈은 기예를 선보이면서 노래를 불렀다. “물구나무 한 번 서면 동전 한 닢, 열 번 서면 동전 열 닢, 여러 번 서면 돈도 많아지니 누가 의학을 창설하지 못한다고 하리오? 한 번 오르면 동전 한 닢, 열 번 오르면 동전 열 닢, 의학을 짓는 것은 어렵지 않다오.” 어떤 때에는 땅에 엎드려 기어가면서 아이들에게 돌아가며 말 타듯이 타게 하였다. 심지어 두세 명의 아이를 동시에 등에 태워 장난치면서 돈을 구걸하였다. 무훈은 기어가면서 노래하였다. “나는 말이 되고 당신은 타세요. 당신은 돈을 내고 나는 힘을 쓰니, 의학을 창설하는 데에 힘이 들지 않아요. 안정하게 타고 빨리 기어가요, 나는 기쁘오, 나는 자유자재요, 의학을 창설하면 영원히 좋아요.” 어떤 때에는 뱀이나 전갈을 가지고 기예를 부리면서 돈을 구걸하였다. 현장에서 삼키기도 하면서 노래하였다. “뱀은 먹을 수 있어요, 겁내지 마세요, 의학을 창설하는 것은 모두 내 손에 달렸어요. 전갈을 먹어요, 전갈을 먹어요, 의학을 세우는 것이 내 일이에요.” 어떤 때에는 벽돌이나 기와 부스러기를 먹으면 사람들이 비웃으며 말했다. “무칠아, 너 정말 미쳤구나. 벽돌이나 기와는 먹을 수 없단다!” 무훈은 꿀꺽 삼키고서는 노래하였다. “부스러진 벽돌, 깨진 기와, 모두 소화시킬 수 있어요. 의학을 세우지 않아야 사람들이 비웃어요.” 심지어 인간적인 데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 몇 문의 돈으로 그에게 똥이나 오줌을 먹으라고 유혹하더라도 무훈은 기쁘게 시키는 대로 하였다. 어떤 모욕을 당해도 무훈은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와 관련한 노래도 불렀을 것이나, 후인이 그를 위해 전기를 쓰면서 당시 그가 부른 노래의 내용을 감당할 수 없어 문자로 기록하지 않았을 뿐이다. 구걸만으로는 자금을 모금하기 힘들면 무훈은 아무 때나 노동을 제공해 돈을 벌었다. 예를 들어 맷돌질을 해주기, 실 꼬아주기, 분뇨 말리기, 풀 작두질하기, 돌번지 끌기 등을 도와주었다. 무훈의 부른 노래 내용을 보자. “맷돌질, 맷돌질, 일 두 보리에 60개(60문). 밀기만 할 뿐 체질은 하지 않아요, 체질하면 돈을 더 줘야 해요. 실 꼬기, 실 묶기, 조만간 의학원 지을 수 있어요. 실 묶기, 실 꼬기, 의학을 창설하는 것 걱정 없어요. 내게 돈을 주세요, 밭을 다질게요. 의학을 창설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분뇨 말리기, 풀 작두질하기, 돌번지 끌기, 모두 나를 찾으세요. 어두워질 때까지 해요, 끝마치라 마세요. 돈을 얼마 줘도 안 된답니다.” 총체적으로 무훈이 생각한 바, 날마다 행동한 것은 모두 의학 창설을 실현시키려는 거사였다. 의학 자금을 모금하려고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일까지 가리지 않고 해냈다. 모든 것을 달갑게 받아들였다. 의학을 창설하는 것이 살아있는 까닭이었다. 기껍게 살아가는 유일한 정신적 기둥이었다. 모든 고통과 모욕은 도외시하였다. 어느 날, 무훈이 기대어 살아가던 낡은 사찰의 지붕에서 기와가 떨어져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흘렀다. 그런데도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흘러도, 의학을 창설하는 것은 모두 내게 달렸다.” 무훈이 의학을 창설하는 것에 취한 듯 홀린 듯 넋을 잃고 몰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사적과 열성은 고향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신사를 감동시켰으며 관부를 놀라게 했다. 결국 조정에까지 알려지게 됐다. 30년의 의학 창설 염원이 마침내 성공을 거뒀다. 그 동안의 답답함, 불우함, 고난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노력은 끝내 이루고자 하는 무훈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산동 순무 장요(張曜)가 광서 14년(1888)에 황제에게 올린 상주서를 보자.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현 곽춘후(郭春煦)가 훈도 양수방(楊樹坊) 등 공동명의로 청원하다) 현민 무종우의 아들 무훈은 어릴 적에 부친이 사망해 가정이 극빈합니다. 모친 최 씨를 섬김에 극진히 효를 다했고 형 무양과도 우애가 깊습니다. 소박하고 근검절약해, 매년 고용임금의 남은 자금을 저축하여 이윤을 얻어, 기특하게도 230무(畝)의 토지를 샀습니다. 도성의 금액으로 환산하면 3263관(串) 874문(文)에 이르는 땅값 금액을 모두 의학 창설 경비로 기부하였습니다. 때마침 동향인 곽분(郭芬)이 유림집(柳林集) 동문 밖에 1무 87리(厘) 토지를 기부하니 의학 와방 20칸을 건축했습니다. 필요한 재료는 무훈이 또 혼자서 도성의 금액 280관을 기부하고 이웃 마을에서 공동으로 1578관을 기부하여, 올해 봄에 낙성하고 선생을 초빙해 강학하였습니다. 생원과 동생 30여 명, 일반인 등 20여 명입니다. 지방의 의거를 살펴보건대, ……무훈은 가난한 백성으로 의식을 절약해 반평생에 모은 재산으로 의학을 이루었습니다. ……신이 살펴보건대 무훈이 의학 경비로 기부한 금액이 총계 7천여 관(串)으로, 합치면 은자 2천 량(兩) 이상이 됩니다. ……‘낙선호시(樂善好施, 착한 일을 즐기고 베풀기 좋아하다)’라는 문구를 내려 표창한다는 것을 보여주소서. 그렇게 해서 ‘낙선호시’라는 문구가 새겨진 패방(牌坊)이 유림(柳林)진의 대로에 우뚝 솟아있다. 그런데 상주서에서 말한 무훈이 의학 건립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기부한 2천여 량(兩) 은자가 어찌 ‘고용임금의 남은 자금’이겠는가? 무훈이 30여 년 동안 고생을 참고 견뎌낸 피땀이며 큰일을 위하여 모욕을 감내한 피눈물이지 않던가. 사실대로 상신하면 놀라 죄를 물을까봐서 그렇게 얘기한 것일 따름이다. 반평생의 피땀이 담긴 것을 ‘낙선호시’라고 한다면 진정으로 무훈이 추구한 것과는 다를 뿐만 아니라 패방을 세워 공을 장려한 것조차도 본의에 맞지 않는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나대정(拿大頂), 도립(倒立), 수정정(竪晴蜓), 땅재주의 이칭이다. 땅재주의 기본 체기인 물구나무서기를 일컫기도 한다. 한대(漢代)에는 도립을 신체평형기술인 정기(鼎技)라 하여 도식(倒植)이라 불렀다. 도식은 형체기교 중 도립을 독립기예로 발전시킨 형태다. 이후 도식은 첩안도립(疊案倒立) 형태로 발전하였다. 이것이 오안(五案)이라는 기예의 원시형태다. 이는 현대 서커스의 의자정(椅子頂)의 기본 형태가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근두마목(斤頭馬木)의 기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근두마목의 연희형태는 마목(가마나 상여 등을 세워 놓을 때 고이는 네 발이 달린 나무 받침틀)의 가장자리에서 물구나무서기, 재주넘기, 살판 등의 다양한 땅재주를 연행하는 것으로 추론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울산북)은 16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예래휴양형 사업이 무산되고 헬스케어타운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JDC가 연이은 사업 실패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이 JDC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차 JDC 시행계획 이후 추진된 스마트시티 실증 단지, 업사이클링 클러스터 등 6개 사업이 보류 또는 중단된 상태다. 이는 인·허가 취소와 지역사회 반발 등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문제로 JDC를 국토교통부에서 도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강충룡 국민의힘 의원(서귀포시 송산동·효돈동·영천동)은 지난달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JDC의 제주도 이관 또는 제주도의 통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지난 총선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윤 의원은 "JDC가 제주 지역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도민들과 협력 관계도 원활하지 않다는 인식이 많다"며 "JDC는 정례적인 협의 구조를 구축하고,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협력적 모델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를 여는 창! 제이누리>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제주의 밤하늘 통기타의 선율' 가을콘서트를 마련했다. 통기타의 매력을 나누며 성장해 온 제주통기타 동호회가 펼치는 무대에 제주도민과 독자를 모신다. 도민의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자 준비한 무대다. 전문 음악인은 아니지만 프로급 아마추어 직장인들로 구성된 '더 클락', '고니마니', '썬데이세븐', '오늘랭' 등의 통기타 동호회들이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하며 개성 넘치는 무대를 펼진다. 다음달 2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제주시 동문로 김만덕기념관 만덕홀이 콘서트 무대다. <제이누리>가 주최하고, 제주도와 제주개발공사가 후원한다. 더 클락(김성율·조남일·진영호·홍정애·임경미·오진미)은 제주 사투리로 음악성을 '더 키워보자'라는 의미를 담아 팀명을 지었다. 7080 노래를 중심으로 감미로운 화음을 자랑한다. 2022년 마(馬) 축제와 2023년 산지천 축제 등에서 공연한 경력이 있는 열정적인 팀이다. 고니마니(최재곤·고종만)는 두 멤버의 이름 끝글자를 따서 만든 팀이다. 제주항 부두에서 버스킹을 통해 모은 수익금을 백혈병 어린이 돕기에 기부하고 있다. 2017년 산지천 축제, 2023년 제주기상청 100주년 기념문화제, 2024년 하하가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썬데이세븐(현진주·양정임·박정순·홍희숙·장숙희·김난희)은 매주 일요일 오후 7시에 모여 연습하는 여성 멤버들로 구성된 신생팀이다. 젊고 트렌디한 감각을 반영해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하는 개성 넘치는 팀이다. 오늘랭(김신연·송지영·오진미·조남일)은 동호회 내 닉네임을 따서 만든 팀이다. 오카리나 연주 경력이 있는 멤버가 참여해 팀에 신선함을 더했다. 2023년 정착주민지역공동체사업, 제15회 범도민안전체험 한마당 축제, 부부합단 정기연주회 특별출연 등에서 활약했다. 입장료는 무료다. 이번 콘서트는 초대 공연으로 관람석이 모두 초대석이다. 공연 시작 30분 전에 오면 현장에서도 초대권을 받을 수 있다. 초대권 배부 등 자세한 문의는 제이누리(064-748-3883)로 하면 된다. <제이누리>는 지난해 창간 12주년 기념 초청 음악회로 통기타 싱어 서현민과 정은선이 펼치는 가을콘서트를 선보였다. 창간 11주년 기념 초청 음악회로는 해바라기 강성운과 행복한밴드가 만나는 콘서트가 마련됐다. 2021년에는 창간 10주년 기념 초청 음학회로 '앙상블 블루'의 '가을의 향연' 콘서트가 펼쳐졌다. 2020년 창간 9주년 기념 초청 음악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처음 치르지 못했다. ▲2019년엔 창간 8주년 기념 초정 음악회로 여성퓨전국악밴드 '이미지(iMaGe)'의 '퓨전국악의 향기, 가을을 품다' 콘서트 ▲2018년엔 창간 7주년 기념 초정 음악회로 토마토밴드와 주니어화음플루트 오케스트라의 '가을의 꿈, 가을의 추억' 콘서트 ▲창간 6주년엔 제주출신이면서 오스트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성악가 '소프라노 유소영.CMS 앙상블 콘서트' ▲창간 5주년엔 한국 대중음악 포크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불리는 가수 '김희진 콘서트' ▲창간 4주년엔 국악 앙상블 ‘뒷돌’의 퓨전 국악 무대 ▲창간 3주년인 2014년 10월에는 '트리오 비옹' 콘서트를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연 데 이어 11월에는 러시안 챔버 오케스트라 '브라이트 보우'의 무대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선보였다. 매 공연 500여명의 독자·관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전성배(56) 관세청 조사국 외환조사과장이 제63대 제주세관장으로 16일 취임했다. 취임식은 생략하고 곧바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전북 익산 출신인 전 신임 세관장은 1988년 공직에 입문한 이후 서울세관 외환조사총괄과장, 조달청 국유재산관리과장, 관세청 공적무역심사팀장, 관세청 외환조사과장 등을 거쳤다. 전 세관장은 "제주 지역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관기관과 협의체를 운영해 수출기업의 불편 사항을 꾸준히 발굴하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또 "조직 내 소통을 강화하고, 현장 중심의 관세 행정을 통해 국민과 기업에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통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지역의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경기 침체가 심화된 건설업과 도소매·숙박·음식업의 고용 한파가 1년 넘게 이어지며 청년층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꾸준히 증가해 세대 간 고용 불균형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16일 통계청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9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 15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6000명 감소한 4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감소세가 석 달 연속 지속된 것이다. 감소폭은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치에 달했다. 같은 기간 고용률은 69.3%로,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 하락해 석 달째 70% 아래를 기록했다. 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1.2%포인트 떨어져 74.3%로 나타났다. 특히 고용 침체는 경기 부진이 두드러진 건설업과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 집중됐다.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감소(13.9%)했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은 5000명(5.5%) 감소하며 넉 달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제조업 역시 1000명의 일자리가 줄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6000명 늘어 석 달 연속 10만명을 넘었다. 반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대비 8000명 감소해 3만 9000명으로 집계돼 두 달 연속 4만명 미만을 기록했다. 특히 20대 취업자는 3만 7000명으로, 2015년 4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30대와 40대 역시 각각 4000명, 1000명 감소하며 고용률 하락이 계속됐다. 또 고용시장에서 아예 이탈한 비경제활동인구는 2000명 늘어난 17만명으로 집계됐고, '쉬었음'을 응답한 청년층 인구가 급증하며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층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김종욱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용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청년층의 경제활동 포기가 고용 구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청년층 일자리와 고용 회복을 위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기업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공공 일자리 경험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에서 은신하던 237억원대 투자 사기범이 검찰에 붙잡혔다. 수년간 도주 행각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구지검은 사기 및 유사수신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모(51)씨를 지난달 말 제주도에서 검거했다고 16일 밝혔다. 서씨는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 "검증된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연 30%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말로 투자자 104명으로부터 전체 237억원 상당의 자금을 모은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투자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유입된 돈을 주식 투자 등에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씨는 지난해 7월 21일 대구지법의 선고 기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도주해 재판이 7차례 연기됐다. 결국 궐석 재판이 진행됐고,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3년에 1년 6개월을 더해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대구지검의 불출석 피고인 검거팀은 추적에 나섰고, 서씨가 차명폰으로 한 지인과 연락을 취한 흔적을 발견했더. 그러나 그는 추적을 피해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검거팀은 서씨가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 곧바로 제주로 이동해 그의 거주지와 주변을 탐문했다. 이후 서씨 자녀로 보이는 아이가 타고 있던 차량을 추격해 한 펜션에서 서씨를 발견, 체포했다. 검거된 서씨는 제주교도소에 수감됐다. 다음달 1일 대구지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해 전국 검찰청에 불출석 피고인 검거 담당자를 지정하고 검거를 강화했다. 지난해 검거한 인원은 1242명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왜 그러실까? 최근 들어 어머니께서 자주 밥을 달라신다. ‘어떠난산디(왜 그런지) 배고프다게!, 무사 영(왜 이렇게) 배고픈고 이? 얼언 박박 털어점져(추워서 덜덜 떨린다). 아무거라도 또똣헌 물에 홑썰 몰앙 도라게(따뜻한 물에 조금 말아서 달라)’라는 어머니가 내 가슴 속을 휘적이며 저민다. 요즘 세상에 배고프다니.... 삶에 허기가 스민다는 건, 그만큼 외롭다는 뜻이 아닐까? 오늘 아침에도 ‘배가 고프다’시는 어머니에게 밥을 두 번 차려드렸다. 먹고 나서 돌아서면 다시 허기가 지는 건 치매의 일종이다. 우리 할머니도 왕할머니도 ‘밥을 안 준다’, ‘배가 고프다’며 아버지의 울분을 자극하신 적이 있다. 배고픔은 일제시대와 4·3, 6·25, 보릿고개 등을 겪은 세대에겐 설움이고 슬픔이며 고통이고 아픔이 아닌가. 처음에는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하시던 아버지도 나중에는 치매임을 알게 되셨지만, ‘배가 고프다’는 치매는 그만큼 슬프고도 가슴아픈 말이리라. 지난 주말에는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온 나라를 기쁨으로 들뜨게 하였다. 무엇보다도 대표작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제주도의 4·3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더 기쁘고 감사했다. 일전에 한 번 읽고서 다
세계는 지금 첨단 전략산업 패권전쟁 중이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 등에 국가가 나서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한다. 동시에 법적 제도적으로 국가간 기술 이전과 교역도 규제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첨단산업 국가대항전에서 한국 정부는 보이지 않고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한국의 보조금은 ‘0원’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제조기업에 총 527억 달러를 지급하는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2022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대표 기업 SMIC에 2억7000만 달러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에 63억 달러 보조금을 투입했다. 이차전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기업이 없는 미국은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지역에서 생산ㆍ조립한 경우 보조금을 지급(인플레이션감축법ㆍIRA)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에 지난해 8억 달러 넘게 지원했다. 일본도 도요타 등 완성차ㆍ부품 업체에 3500억엔 보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사이 정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 이 빌런 중 빌런은 여행자를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여 죽이는 게 ‘일’이다. 공교롭게도 기준은 침대다. 자신의 집에 있는 침대보다 큰 사람은 잘라서, 작은 사람은 늘려서 죽인다. 이처럼 누군가의 ‘엿장수 맘대로’ 식 기준은 불편함을 낳는다. 지금 우리 현실이 그렇게 보여서 안타깝다. # 장면1 =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의 행정부는 거대혜성이 칠레 앞바다 600㎞ 지점을 향해 돌진해오고 있으며, 도착 예정일이 6개월 후라는 것을 보고받는다. 그러나 자신과 정부의 안전을 위한다는 정치적 이유로 그 사실을 발표하지 않고 봉인해버리는 ‘기준’을 설정한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연구팀은 그 기준에 동의하지 않고 신문사와 방송사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유출한다.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 생각에 정부의 안전보다는 국가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천체물리학과 박사과정생이었던 디비아스키는 졸지에 ‘반국가세력’으로 분류돼 미시간대학교 교정에서 무장경찰들에게 무지막지하게 연행된다. 올린 대통령은 정부와 국가를 같은 반열에 놓아버리거나 정부를 오히려 국가의 위에 놓는다. 정부는 국가의 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 무엇일까? 지난밤엔 흙을 적실 만큼 비가 내려서 밤사이에 기온이 서늘해졌다. 저녁에 열어둔 창문 사이로 가을바람이 들어와 이불을 비집고서 선선한 기운을 불어넣었나 보다. 그 기운에 눈을 떠서 창문을 닫으려는데,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혹시나 해서 얼른 나가보니, 세상에! 어머니가 식탁에 앉아 계신다. “어머니, 이 밤 중에 여기서 미신 거 햄수과?”라고 묻는데, 입가에 거무스름한 가루가 묻어 있다. ‘배고프다’ 하시면서 반찬통에서 김을 꺼내든 어머니의 손등이 앙상하니 뼈가 드러나 보인다. 푸른 빛깔의 정맥도 눈에 띄게 선명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얼른 어머니를 부둥켜 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아, 어머니의 치매가 깊어지셨구나. 이를 어쩌나. ‘102세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깊은 동정심을 표시한다. 얼마나 힘이 들겠냐고. ‘아직은 괜찮다!’며 고개를 저으면, ‘그럴리가 있나, 보지 않아도 당근이지!’라며 내 손을 부여잡는다. 사실 ‘어머니의 치매 증상’이라고 하면 침을 아무 데나 수시로 뱉는 거, 기저귀를 몇 번이나 갈아드려야 하는 거, 화장실 출입이 여의치 않으니 뒷처리를 일일이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은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인 돌하르방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어느제 오쿠과?" (언제 오시겠습니까?) “When would you like to come?”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1. 토포필리아 우리는 가장 작은 단위로 집에 살고 있지만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집은 장소이기에 편안하고, 마을은 보다 넓은 공간이기에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段義孚, Yi Fu Tuan)은 ‘장소는 안전을 상징하고, 마을은 자유를 상징한다’라고 말한다. 사람이 사는 곳인 집(home)이라는 이름을 가진 각각의 공간이 다른 여러 집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마을을 이루는 것이고, 그 마을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끼치게 함으로써 그곳의 특별한 장소감(sense of place)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장소감이란 한 개인이, 자신이 자란 고향, 곧 그 장소를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감성의 근원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객지에서 내가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바로 내가 자란 마을이 주었던 편안함과 자유를 누렸던 만족감에 대한 투사(投射)라고나 할까. 삶의 안정적인 발판이 되는 것으로 제일 우선인 것이 바로 집이며,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서 집을 이루어 사는 공동체 마을, 즉 고향이라는 이유가 그 삶의 자유를 위한 시작이 되는 것이다. 고향은 애틋한 경험과 친밀한 장소이자 애착이 가는 친밀한 공간으로 이푸 투 안은 ‘토포필리아(Topophilia)’라는 독특한 개념을 만들기도 했다. ‘토포필리아(Topophilia)’ 는 그리스어 ‘장소, 땅’을 의미하는 토포스(topos)와 ‘애착, 사랑’을 의미하는 필리아(philia)를 합성하여 ‘장소에 대한 사랑’을 새롭게 개념화했다. 우리는 시간의 그물을 벗어나지 못한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하게 만드는 원인이며 시간 앞에서는 그 무엇도 견딜 재간이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더욱 더 영속성을 꿈꾸면서 힘닿는데 까지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어떤 문명도 퇴락(頹落)하지 않는 것이 없고, 거기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 또한 언젠가는 떠나지 않고 머물 수가 없다. 마치 일월(日月)이나 조석(朝夕)의 작용처럼 우리가 가면 후대가 오고 그들이 다시 우리가 남긴 문명의 바톤을 받고 이끌어 간다. 한 시대의 주인이었던 우리의 시대는 계절의 바람처럼 바뀌면서 시간은 계속 사람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대로 그러하게(自然)’ 한다. 이것이 자연의 본 모습으로. ‘자연(自然)’의 ‘자(自)’ 라는 글자에서 보듯이 ‘스스로’, ‘저절로’라는 두 가지의 뜻이 있는 것처럼 ‘원자(原自), 본자(本自)와 같이 본래(本來), 원래(原來), 우주는 자연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자연은 본래 변화하는 것이 그 속성이라고나 할까.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서 기원(起源)을 중시 여긴다. 아마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 때문에 내 고향은 어떻게 이루어진 곳이고, 그 뿌리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 1886~1944)는, 기원(起源)을 두 가지로 말하고 있는데 ‘시작’과 ‘원인’이라는 의미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시작의 의미로 볼 때 기원은 역사적인 사실로써 출발점이라는 말이 되나 ‘출발점을 어떻게 잡느냐’라는 개념 자체의 파악이 특히 힘들고, 또 기원을 ‘원인’으로 본다고 해도 자연과학과는 달리 인문과학에서는 본질상 그 원인을 탐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기원이라는 것이 ‘원인・이유를 설명하는 ’발단’ 혹은 ‘설명하기에 충분한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그 역사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설촌에 대한 탐구는 필요하다. “누구에 의해서 시작되었는가?” 2. 중산간 마을의 성격 용어도 시대의 산물이어서 시대가 만들어 낸다. 용어의 탄생은 전통어(傳統語) 바탕 위에 새롭게 신조어(新造語)가 나오고 필요에 따라 합성어(合成語)와 외래어까지 덧붙여진다. 언어의 탄생은 변화이자 새로움 자체이다. '중산간'이라는 용어는 근대적 개념어이다. 중산간은 곶자왈(곶+자왈)과 마찬가지로 알뜨르와 웃뜨르 사이, 즉 산간지대와 해안지대 사이의 지역을 가운데(中)로 설정하여 중(中)+산간(山間)을 구성해서 만든 합성어인데 옛날에는 없었지만 식민지 정책의 필요에 따라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용어이다. 저지리는 웃뜨르였다. 웃뜨르라는 의미가 산간마을, 외진 마을의 다른 의미였다. 이제는 중산간 마을로 불리면서 어느새 웃뜨르라는 말은 퇴화돼 버렸다. 중산간 마을 저지리(楮旨里)는 ‘저지리’라는 말의 어감에 비해서 해발 고도의 위치가 비교적 높은 곳에 자리한 마을인데 바로 한라산의 장엄한 산세가 지붕처럼 다가오는 한라산 서쪽 마당에 해당한다. 저지리는 동경 126도 20분, 저지리를 누구나 중산간 마을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저지리를 제주도 서북부지역 제주시 한경면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로 생각한다. 사실 저지리만이 아니라 소위 알뜨르에 대비되는 웃뜨르 마을들을 대개 중산간 마을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추세다. 또 서뜨르라는 지리적 개념도 있다. 서뜨르인 애월, 곽지지역에서는 서뜨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웃뜨르라는 말을 쓴다. 이 의미로 봐서는 남서쪽 대정지역에서는 알뜨르에 대비되는 지리 개념으로 웃뜨르라 하고 있고, 제주도 서쪽 애월, 곽지지역에서는 서뜨르에 대비되는 중산간 지대를 웃뜨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산간이라는 말을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현재 저지리는 한림리에서 남동쪽으로 16km, 한경면 신창리에서 동쪽으로 8km에 이르는 곳에 있다. 저지리에서 남쪽 모슬포까지는 14.5km, 저지리에서 제주시까지는 약 38.5km이다. 과거 대표적인 중산간 마을 저지리는 제주도에서 가장 물이 귀하고 변화가 더딘 곳이라는 평을 받았던 곳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어느 마을보다도 이주 인구가 늘고 있는 가장 변화가 빠른 지역 1순위 마을로 탈바꿈 했다. 한경면 저지리(楮旨里;堂旨)는 해발고도가 130~140m 정도로, 이웃 마을 조수리(造水里;造乎勿, 해발 60~70m)와 그 높이가 두 배 차이가 나고 한경면에서는 한라산 방향 안쪽에 있는 제일 높은 지역이다. 제주도 서북부 지역 마을의 해발고도를 보면, 애월읍의 유수암리(流水巖;今勿德)가 해발 210~250m, 광령2리(有信洞)가 해발 200~220m, 어음2리(於音非) 해발 190~210m, 광령1리(光令)가 해발 150~180m, 해안동(海安, 伊生里)이 해발 190~210m이고, 한림읍 상명리(上明, 牛屯)가 해발 140~150m로 다음을 차지한다. 1997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발행한 『제주도 중산간지역 종합조사』 에 따르면, 해발고도를 이용한 제주도 마을 설정을 0~200m 이하를 해안 마을로, 200m~600m 사이를 중산간 마을, 600m 이상을 산간마을로 구분하였다. 하지만 지리적 구분에도 시간의 역사가 있어서 시대에 따라 다르게 구분돼야 하는데 이 구분대로라면 현재의 많은 제주도 전통마을들이 중산간 마을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구분은 20세기 이후 새로운 도로망의 개설로 인해 달라진 산업시대의 구분이기 때문에 그 이전 조선시대에 성립된 마을 설촌의 과거 토대와는 한참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제주의 전통 자연마을의 분류는 15~20세기 초까지, 그리고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의 마을의 상황을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산간마을을 웃뜨르, 해안마을을 알뜨르, 혹은 서부 해안 마을을 서뜨르, 그 마을 위 한라산 방향을 웃뜨르라고 불렀던 옛제주인들의 지리적 구분과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산간마을과 해안마을의 중간 마을로써 중산간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성립됐는지 그 역사적 경험을 알아야 제주도 전통마을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있다. 현용준은 중산간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현용준은 중산간의 해발고도, 과거 도로망, 해안 어로활동과 용천수 의존도, 농경지 확보와 화전경작의 차이를 전제로 하여, 해발 100m 미만을 해안마을, 100m 이상~300m 이하를 중산간 마을, 300m 이상을 산간마을로 구분하였다. 현용준의 이 구분을 적용하면, 많은 전통마을들이 해발 100m~300m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중산간 개념의 역사적인 경로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17살 때, 무칠은 걸식하며 돌아다니다 관도(館陶)현 설점(薛店)촌에 이르렀다. 장(張)씨 성을 가진 거인의 집에서 더부살이하며 연 6000문(文)을 받는 고용인이 됐다. 3년을 쉬지 않고 일하다가 예전에 자신을 길러준 백모가 병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임금을 수령해 돌아가 효도하려 했다. 그런데 어찌 생각이나 했을까, 장 거인은 무칠이 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이용하여 가짜 장부를 들이밀며 다그쳤다. “네 임금은 일찍이 모두 지급하였다. 이게 네 장부이지 않느냐?” 고의로 트집 잡고 있다고 모함하고 하인을 시켜 길거리로 끌고 가 온몸이 멍들도록 타작하도록 했다. 나중에 무칠은 또 수재의 집에서 고용인이 되었다. 어느 날, 그의 누나가 인편에 돈과 편지를 보내왔는데 때마침 무칠이 부재중이라 수재가 대신 받았다. 무칠이 돌아오자 수재가 대신 편지를 읽어주었다. 그가 글을 모른다는 것을 이용해 돈을 보낸다는 말은 빼버렸다. 다른 소식만 알려주고 돈을 몰래 삼켜버렸다. 나중에 누나가 다시 사람을 보내 돈을 받았느냐고 물었을 때에야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재를 찾아가 사실여부를 물으니 욕만 먹었다. 설날 때 수재가 춘련을 써서 무칠에게 붙이라고 하였다. 바람이 불어 춘련을 뒤엉켜 놓으니 엉망이 되었다. 침대 머리맡에 붙인 것은 ‘고양이 개 평안’이고 닭장에는 ‘온 집안이 상서롭게 되라’는 글귀였다. 수재는 대노해 뺨을 때리며 현장에서 임금을 20% 깠겠다고 하고는 꺼지라고 욕을 해댔다. 무칠은 참지 못해 욕을 되돌려 주었다. “너, 이 나쁜 인간! 처음에 내가 글을 모르니까, 나를 속여서 내 누나가 보낸 돈을 몰래 처먹더니, 지금은 내가 글을 몰라 춘련을 잘못 붙였다고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양심이 있기는 한 것이오? 네 그 더러운 돈, 내 더러워서라도 안 받겠소. 네게 줄 테니 뇌물을 쓰든 헛지랄 하든 멋대로 하시오!” 말을 마친 후 돈을 면전에 던져버리고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무칠을 가장 참지 못하게 만든 일은 나중에 벌어진다. 이모부인 장(張)사장이 무칠이 글을 모른다고 무시한 일이었다. 무칠의 이모부는 전지 몇 무(畝)를 가지고 있었고 두부를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모부 집에서 평일에는 맷돌질하고 농번기에는 밭에 나가 농사일을 했다. 1년에 일정한 임금을 받기로 이야기가 됐었다. 연말이 되어 임금을 계산할 때 이모부는 뜻밖에도 가짜 장부를 꺼내며 임금은 이미 지불하여 한 푼도 남아있지 않다고 거짓부렁 하는 게 아닌가. 인정하지 않는 무칠에게 강변하지도 못하게 하였다. 이웃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이모부는 거짓 장부를 내보이면서 똑 같이 말했다. 이웃은 무칠이 손윗사람을 존중하지도 않고 돈만 탐한다고 여기어 무칠의 말은 듣지도 않고 화내면서 가버렸다. 누구를 탓한다는 말인가, 자신이 공부할 기회가 없어 글을 모르는 까닭에 이렇게 되지 않았는가. 이번에는 너무 괴로워 마음병이 생겨버렸다. 병 때문에 마을에 있는 낡은 사찰에서 쓰러졌다. 3일 밤낮 동안 인사불성이었다. 물 한 모금 마실 수조차 없었다. 글을 모르는 고통과 분노는 무칠에게 너무나 깊은 상처를 주었다. 자기 길을 잃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처하여, 여러 고장을 전전하면서 무칠은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였다. 자신과 닮은 천하의 사람들의 운명을 탄식하였다. 불만을 넘어 분노하게 되었다.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낸다고 하지 않던가. 자신이 글을 몰라 가는 곳마다 무시당한 것처럼 글을 모르는 다른 사람도 똑같이 모욕을 당하지 않겠는가! 문득 한 생각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의학을 일으키자.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자. 글을 몰라 무시당하는 일은 없게 하자. 무칠은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의 운명과 닮은 후배들을 구해내자고 맹세하였다. 마음이 정해지자 낡은 사찰에서 뛰쳐나와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머슴살이는 무시당하지 않느냐. 구걸하면서 내 마음대로 하는 것보다 못하지 않느냐. 내가 구걸하고 돌아다닌다고만 보지 마라, 조만간 의학원(義學院)을 지으리라.” 일시에 무가장(武家莊)을 놀라게 하였다. 사람들은 무칠이 미쳤다고 여겼다. 무칠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거지 개인에 대하여 말한다면, 오직 빈 손 두 쪽으로 의학을 일으키는 일이 어찌 쉬울까! 백 년 전 그 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오늘 날에도 사람들은 쉬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기상천외’한, 천진난만하고 어리석은 발상이라 여길 게 분명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상을 추구하고 희생을 아끼지 않는 무칠의 분투아래 마침내 ‘하늘이 내린 중대한 임무’, ‘학문이 발전하는 기운’이 사실상의 장거가 되어 ‘무칠(七)’을 ‘무훈(訓)’으로 바뀌게 했다. 당시에 상금과 포창을 받아 생전에 패방을 세웠다. 죽은 후에는 국사관에 전기를 세울 수 있었다. 더욱이 옛날 남통(南通) 대용(代用)사범학교에는 무훈의 화상이 공자상과 병렬되었다. 진정으로 고아한 사인의 사림에 들어갔다. 개인이 품은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 어찌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무훈 본인이 모욕을 감내하면서 간고의 노력을 다한 결과였다. 세상의 쓴 맛 단 맛을 다 본 결과였다. 일생의 심혈을 다 쏟아낸 풍상의 결과였다. 사실, 무훈 본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글은 배우지 못했다. 옳을 일과 명예와 절조로 사림에 영광스럽게 뛰어올랐지만, 실상은 종신토록 걸식하면서 살았던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기이한 거지’였다. 쉬이 믿을 수 없을 것은 사실이다. 의학을 일으킨다는 것은 우선 상당할 정도로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학교를 건립할 거대한 자금을 저축하고 모금하기 위하여 무훈이 가장 기본적으로 한 방법은 구걸이었다. 돈을 구걸하기 쉽도록 우선 자신이 광대역을 자처하였다. 왼쪽과 오른쪽 각각 반씩 돌아가며 머리를 빡빡 깎았다.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보시를 쉽게 받기 위해서였다. 무훈은 노래하였다. “이쪽은 깎고 저쪽은 남겼소, 의학을 지으면 걱정할 필요 없소. 이쪽은 남기고 저쪽은 깎았소, 의학을 짓는 것은 힘들지 않소.” 사람들이 ‘의학증(義學症)’에 걸렸다고 하면 그는 노래하였다. “의학증엔 조급함이 없소. 사람을 만나면 예의로 존중하고, 돈을 주면 연명하고, 의학을 일으키면 만년은 변함이 없소.” 돈을 보시하지도 않고 오히려 호통 치는 인색한 사람을 만나면 무훈은 노래하였다. “내게 주지 않는다고 난 원망하지 않소, 내게 밥을 주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요. 강요하지 않소, 억지로 동냥하지 않소, 급할 필요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소. 내가 동냥하고 당신은 선을 행하면 모두가 의학원을 지을 수 있소.” 혹은 노래하였다. “어르신, 삼촌, 화내지 마소, 잠시 화를 멈추면 내가 곧 떠나리다.” 지주가 어쩔 수 없어 돈 몇 푼 쥐어주었다. 구걸해오면 좋은 것은 돈으로 바꿨고 나쁜 것은 골라내 자신이 먹었다. ‘비열한 놈’이라고 비꼬는 사람이 있으면 무훈은 노래하였다. “야채 뿌리 씹네(가난을 견디어 내네), 야채 뿌리 씹어도 나는 배부르니 사람에게 더 요구하지 않네. 남은 밥으로 의학원을 짓네. 토란을 먹네, 토란을 먹어. 불도 물도 필요치 않네, 남은 돈은 의학을 일으키는 데에 어렵지 않네.” 심지어 물을 얻으면 먼저 얼굴을 씻고 난 후 물을 마시면서 노래하였다. “더러운 물을 마셔도 더럽지 않네. 의학을 일으키지 않는 게 더 더럽네.” 조금 많은 돈을 희사하는 사람을 만나면 무훈은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찬가를 불렀다. “난 밥을 구했는데 당신은 선을 행하네요. 의학을 지으면 당신 와서 보세요. 당신은 선을 행하고 나는 대신 일할 뿐, 모두 의학을 짓는 데 도와주네요. 많아도 좋고 적어도 좋아요, 의학을 짓는 데에 돈을 보시하세요. 이름도 날리고 선도 행하면 문창제군(文昌帝君)이 알아서 당신의 자자손손이 팔인교(八人轎)를 타게 만들 거요.”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은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인 돌하르방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혼저왕 먹읍서" (어서 와서 드세요) “Please come on and eat.”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