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 호텔 카지노에서 다른 손님이 게임을 하다 잠시 자리를 뜬 사이 카지노칩을 훔친 혐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긴급 체포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카지노칩을 훔친 혐의(절도)로 40대 중국인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4일 낮 12시 50분 제주시 한 호텔 카지노에서 다른 손님이 게임을 하다 잠시 자리를 뜬 사이 3000만원 상당의 카지노칩을 주머니에 넣어 훔친 혐의를 받는다. 칩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호텔 인근에서 A씨를 긴급체포하고 도난당한 카지노칩을 모두 회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무사증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이였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소방헬기의 운용 비효율성 문제가 제기됐다. 추가 헬기 도입과 가동률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5일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주소방안전본부가 보유한 헬기의 연간 불가동 일수는 111일로 전국 평균인 102일을 웃돌며 17개 소방본부 중 네 번째로 길었다. 제주도 소방헬기의 잦은 정비는 다른 시·도 소방본부와 달리 외국산 부품 수급 문제가 아닌 전국에서 가장 긴 운행 시간과 이동 거리에 따른 것이다. 제주 헬기는 광범위한 소방 범위를 담당하며 연간 장거리 비행을 수행해왔고, '50㎞ 운행 시 정비'와 '500㎞ 운행시 외주 정기점검'이라는 규정에 따라 정비 주기가 빈번해져 불가동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제주도내 소방헬기가 한 대에 불과해 헬기당 소방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이유 때문이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방헬기 정비 예산은 2019년 215억원에서 지난해 653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도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상당한 정비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 범위가 너무 넓어 불가동 시간을 줄이는 데 한계를 노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제주도와 같이 넓은 지역을 한 대의 소방헬기로 커버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며 "안정적인 헬기 가동과 빠른 대응을 위해 헬기 추가 도입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지난 7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제주도 소방헬기 사업 확대 ▲헬기 가동률 향상을 위한 부품 대여 체계 마련 ▲임무 장비 성능 개선 및 기술 정보 공유 ▲제주 지역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는 현재 보유한 수리온 기반 소방헬기 '한라매'를 2018년 5월 도입, 산악 및 해상 응급 구조, 산불 진화 등 다양한 임무에 활용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우수 창업기업 발굴을 목표로 한 팁스(TIPS) 운영사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제주도의 창업 지원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은 15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2013년 팁스 사업 시작 후 올해 9월까지 전국 123개 팁스 운영사 중 86개(69.9%)가 수도권에, 나머지 32개(30.1%)가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팁스는 민간 투자사가 창업기업에 선투자하면 정부가 R&D 자금 등 추가 지원을 연계하는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올해 6월 기준 제주도 내 창업기업 수는 1247개, 이 중 기술기반 업종은 182곳이다. 하지만 2013년 이후 팁스에 선정된 기업은 단 1곳뿐이다. 제주 지역 창업기업들의 팁스 선정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전국 팁스 운영사의 창업기업 추천권은 전체 4019건이다. 이 중 서울의 팁스 운영사가 보유한 추천권만 2353건에 달했다. 반면 제주에 위치한 운영사의 추천권은 단 11건에 그쳐 지역 간 큰 격차를 드러냈다. 권 의원은 "비수도권이라 해서 창업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운영사의 투자 역량이 수도권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충북(95.9%), 충남(94.9%), 울산(94.4%) 등 비수도권 지역의 팁스 선정률이 수도권보다 높은 경우도 있어 도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창업기업을 발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권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비수도권 팁스 운영사의 유입을 확대하고자 노력 중이지만 지역 편중 현상은 여전하다"며 "제주도와 같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창업 지원 체계를 마련하여 창업기업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완근 제주시장이 지난 7월 발생한 문화재 발굴조사 매몰사고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밝혔다. 15일 제주시를 대상으로 한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재방방지와 사과를 요구하는 강철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연동을)의 질의에 김 시장은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김 시장은 "사고 후 각 부처의 재발방지 대책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했고, 관련 교육도 각 부서에서 분기에 한 번씩 하도록 해서 1차 교육을 7월 25∼26일 이뤄졌다"고 답변했다. 강 의원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하고, 발굴 조사 기관의 문제점이나 개선 방안, 내부적으로 지도 감독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고민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양영수 진보당 의원(아라동을)도 "유물, 유적을 발굴하다가 훼손하게 되면 해당 회사가 등록 취소되는 등 아주 강력하게 제재받지만 인명 사고가 났을 때 그냥 경고 조치만 받는다"며 "이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앞서 지난 7월 2일 오후 1시 25분 제주시 구좌읍 매장유산 표본조사 현장에서 쌓아둔 흙이 무너져 굴착 마무리 작업을 하던 70대 남성과 60대 여성 작업자가 흙더미에 깔렸다. 70대 남성은 하반신이 매몰됐다가 자력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60대 여성은 흙에 완전히 파묻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사고 나흘 만에 결국 숨졌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가을철을 맞아 제주도를 찾는 낚시객이 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5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낚시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모두 197명(심정지 16명·부상 18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39명 이상이 사고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여름철부터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낚시 사고는 9월에 가장 많은 편이다. 전체 29명의 피해자(14.7%)가 발생했다. 10월에도 22명의 인명피해가 보고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92.4%(181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연령대는 40~60대 중장년층이 74.2%(146명)로 주를 이루었다. 사고는 주로 낮 12시부터 오후 2시 사이(24.4%, 48명)에 집중됐다. 주요 사고 원인으로는 낚싯바늘·낚싯줄 관련 사고가 19.3%(38명), 낙상 17.8%(35명), 물림·쏘임 14.2%(28명), 익수 12.7%(25명), 추락 11.7%(23명)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 1일 서귀포 황우지 선녀탕 인근 해안에서 구명조끼 없이 갯바위 낚시를 하던 40대 남성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5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지난 9일 추자도 갯바위에서 낚시 중 고립된 60대 남성 2명이 구조된 사고도 있었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낚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주의보를 발령하고, 신속한 출동과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유관 기관과 합동으로 특별 수난구조훈련을 추진하고, 안전한 낚시를 위한 홍보활동도 병행할 방침이다. 제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갯바위는 이끼와 해수로 매우 미끄럽기에 출입금지 구역에는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며 "방파제 낚시 중에는 너울성 파도에 대비해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개발공사가 새로운 신사옥 부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 도련동에 신사옥을 건립하려던 계획이 국토교통부의 신규 공공택지지구 지정 발표로 취소되면서다. 기존 부지 대신 해당 택지지구 내 다른 부지를 고려중이다. 15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432회 임시회 환경도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라동)은 백경훈 제주개발공사 사장에게 신사옥 건립과 관련한 여러 사항에 대해 질의했다. 개발공사는 당초 제주시 도련1동 2789-1번지 일대 1만4534㎡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신사옥을 건립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2022년 1월 해당 부지를 매입하고, 용도변경과 건축허가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5일 국토교통부가 제주시 화북동과 도련동을 포함하는 신규 공공택지지구 지정을 발표하면서 신사옥 건립이 난관에 봉착했다. 국토부의 신규 공공택지지구 계획에는 개발공사의 신사옥 부지가 수변공원 용지로 포함돼 있었고, 개발공사의 신사옥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해당 부지가 공원용지가 아닌 업무시설용지로 지정돼야 한다. 이런 문제로 개발공사는 기존 부지에서의 사옥 건립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개발공사는 신규 공공택지지구 내의 다른 부지를 활용해 신사옥을 건립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백 사장은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러한 계획이 도민들의 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택지지구 내 주민들은 강제 수용을 당하게 되지만 개발공사는 그곳에 신사옥을 마련한다는 것이 도민들에게 좋은 시선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개발공사의 건설사업에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개발공사는 앞으로 5년간 약 9800억원을 임대주택 및 분양주택 건설 등 각종 건설사업에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의원은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사업 계획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삼다수 판매 수익이 대부분 건설사업에 쓰이는 것 같은데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업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탄소 없는 섬'을 목표로 전기차 보급을 활발히 추진 중인 제주도가 충전 인프라 측면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의 6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의 전기차 충전기 수는 8394대로 지역별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반면 수도권과 경상도, 충청도 등 주요 지역에는 수만대의 충전기가 설치돼 있어 제주가 상대적으로 충전 인프라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 도내 전기차 충전기 1대당 전기차 수를 나타내는 '차충비' 역시 높아 충전기를 찾기 어렵고, 충전 대기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차충비가 높다는 것은 한 대의 충전기를 여러 대의 전기차가 공유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는 충전 인프라의 부족을 의미한다. 반대로 차충비가 낮으면 충전 여건이 양호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제주 지역 실제 운행 차량 대비 전기차 비율은 9.09%로 전국 평균인 2.32%를 크게 웃돌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기차 운행 비율이 사실상 '전국 1위'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정책분석팀에 따르면 제주에 등록된 전기차는 4만3117대로 전기차 충전기 1대당 차량 비율은 수도권이 1.9대인 반면 도는 8.1대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주의 전기차 보급 확대는 친환경 관광을 유도하기 위한 주요 정책 중 하나다. 그 결과 다수의 관광객이 제주에서 전기차 렌트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잦다. 전기차 렌트카를 이용한 관광객 최모 씨는 "호텔 내 충전기가 3대뿐이라 다른 관광객들과 충전기를 두고 경쟁해야 했다"며 "다음 제주 여행에서는 전기차 렌트를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의 충전 인프라는 전국의 2.2%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SK, LG전자, GS, 롯데 등 대기업이 전기차 충전 사업을 활발히 확장하며 수도권과 주요 도시에 충전 인프라를 확보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대기업의 충전 인프라 투자가 더디게 이뤄지면서 인프라 개선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 R사 관계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제주에서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나 전기차 관련 이벤트가 활발한 반면 제주도는 여전히 고정형 충전기에 의존하고 있어 인프라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말까지 추가 충전기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서귀포 성산오일시장이 전통시장으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매출 감소로 상인들이 모두 떠나면서다. 서귀포시는 15일 성산오일시장에 대한 전통시장 인정 취소를 공고했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성산읍에는 성산오일시장과 고성오일시장이 전통시장으로 등록돼 있었다. 그러나 현재 실제 운영 중인 곳은 고성오일시장뿐이다. 성산오일시장은 2019년 4월 마지막 장이 열렸고, 그 이후 5년 이상 상인이 없어 운영되지 않았다. 마지막 장이 열렸을 때에도 상인은 4~5명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후 도심지 인근의 대형 전통시장과 유통매장에 손님이 집중되면서 성산오일시장의 매출은 계속 감소해왔다. 또 시설이 낡아 상인들이 하나둘씩 떠나 결국 2019년 이후 운영이 중단됐다. 5년 이상 운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개 가능성이 낮아지자 성산읍은 해당 부지를 주민 복지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통시장 인정 취소를 서귀포시에 신청했다. 전통시장 지위가 취소됨에 따라 성산읍은 부지의 활용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현재 성산읍에 고성오일시장이 운영되고 있어 5년 넘게 열리지 않은 성산오일시장에 대해선 전통시장 인정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이호유원지 개발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1999년 개발사업을 시작했지만 25년간 장기간 표류 끝에 나온 결과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는 지난 8일 제주분마이호랜드 주식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개발사업 시행 승인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심리 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 불속행 기각은 형사 사건을 제외한 사건 중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결정이다. 이 소송은 분마이호랜드가 경영난을 이유로 장기간 개발사업을 진행하지 않자 도가 2022년 9월 사업 허가를 취소하면서 제기됐다. 분마이호랜드는 제기한 소송이유는 도가 사업자 의사를 묻지 않고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분마이호랜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분마이호랜드가 세금 수십억원을 체납하고도 갚을 의지를 보이지 않자 제주시가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취소하고 재산을 압류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결국 분마이호랜드가 지난 6월 상고장을 제출한 후 대법원은 지난달 1일부터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그리고 약 두 달 뒤 심리 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려 원심을 확정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유원지 지정은 2028년까지 유효하다.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면 재추진이 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부지가 분산돼 있고 세금 체납액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등 여러 난제가 겹쳐 새로운 투자자가 선뜻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제주도는 세금 체납에 따라 압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업 부지 매각 절차도 밟고 있다. 애초 분마이호랜드는 제주시 이호1동 23만 1506㎡ 부지에 마리나, 콘도, 호텔, 상가 시설 등으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발사업 시작 때부터 매립에 따른 해양 생태계 파괴, 경관 사유화 등의 숱한 논란이 지속돼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유네스코의 인류무형유산인 제주의 해녀 가운데 '최상위 실력자'가 가려졌다. 뛰어난 기량과 리더십을 발휘한 13명이 '대상군 명인·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는 오는 18일 오후 4시 국립제주박물관 대강당에서 '2024년 제주해녀 대상군 명인·명장 헌정식 및 축하 음악회'를 연다. 평생을 헌신하며 사회적 약자 배려, 양성평등,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사회공헌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은 13명의 대상군 해녀 명인(7명)과 명장(6명)에게 헌정패가 전달될 예정이다. '제주해녀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인류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해녀들은 일제강점기 한반도와 일본 열도, 중국의 다롄과 칭다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동북아시아 각지에 제주 고유의 해녀 문화를 전파한 독특한 유산을 이어왔다.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는 제주해녀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물질 경력 50년 이상인 원로 및 은퇴 해녀들 중 '대상군 명인'을, 현역 활동 중인 상군 해녀 중에서 '대상군 명장'을 선정해 왔다. 제주해녀들은 숙련도와 노동력에 따라 하군(下軍), 중군(中軍), 상군(上軍)으로 나뉘며 그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기술과 덕망을 지닌 해녀가 '대상군'으로 추대된다. 대상군은 뛰어난 해산물 채취 능력뿐 아니라 조직 내 리더십과 자질을 갖춘 인물에게 주어지는 자리다. 13명의 대상군 해녀들은 수협중앙회와 제주시, 서귀포시, 추자, 한림, 모슬포 등 도내 5개 수협의 추천과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오랜 시간 제주해녀 문화를 지키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해온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행사에는 박성희 소프라노가 축하 무대를 선보인다. 또 미 8군 군악대와 육군 7군단 군악대가 협연하는 한미연합군악대도 참석해 축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양종훈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 이사장은 "제주해녀의 강인한 삶과 그들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며 "이번 헌정식이 그들의 헌신을 기리는 첫 발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2024년 제주해녀 대상군 명인·명장 헌정식 및 축하 음악회'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도민지원사업으로 진행된다.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는 매년 헌정식을 이어가며 제주해녀 대상군 명인·명장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공공장소에 영구히 보존, 제주해녀문화의 지속적인 전승과 보존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기의 강제 발전 중단, 이른바 '출력제어' 건수가 급증하면서 에너지 낭비와 경제적 손실이 심각해지고 있다. 14일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한국전력공사와 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출력제어로 가동하지 못한 발전기에 약 2300억원의 용량정산금(CP)이 지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도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송·배전망 등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생산된 전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제주도에서만 83건의 출력제어가 발생해 상당한 전력량이 낭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출력제어 문제는 도에서 2015년에 처음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포함해 181차례나 이뤄졌다. 올해에도 8월 말 기준으로 풍력발전 51회, 태양광발전 32회 등 전체 83회가 발생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최근 유럽의 탄소중립 선도 국가들을 방문해 "탄소중립 2035 비전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출력제어 문제가 송·배전망 인프라 투자가 지연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발전설비는 55% 증가했지만 송전선로는 9% 증가에 그쳤다. 이는 주민 반발과 인·허가 지연 등으로 송·배전망 건설이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송·배전망 건설이 지연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 오 의원은 "발전설비의 증가 속도에 비해 송·배전망 확충 속도가 크게 뒤처지고 있다"며 "전력계획의 패러다임을 ‘선 발전-후 송·배전’에서 ‘선 송·배전-후 발전’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송전 제약이 해소될 때까지 약 3200억원의 추가 용량정산금 지급을 예상, 송·배전망 확충의 시급성을 지적했다. 곽영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장은 "송·배전망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멈추는 출력제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제주도내 태양광발전소는 지난해 약 72차례 출력 정지로, 1메가와트(㎿) 사업자 기준 약 50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출력제어 해소와 전력 유연성 강화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며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과 혁신적 시장 메커니즘 도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한편,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해 제주도에 국한되었던 출력제어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도 31건의 출력제어가 발생해 송전망 부족으로 인해 생산된 전력을 송출하지 못하는 문제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세계적으로 보고된 적이 없는 별바라기과 어류의 새로운 종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제주 모슬포 앞 바다에서 발견됐다. 국립 부경대는 14일 이유진 해양생물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이 신종 띠별바라기를 동물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 'Zookeys'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신종으로 보고된 띠별바라기는 이 연구원의 지도교수인 김진구 국립부경대 해양생물학과 교수가 제주도 서귀포시 모슬포에서 스킨다이빙으로 채집한 최대 크기 5㎝ 이하의 소형 어류다. 해당 신종이 속한 아열대성 별바라기과 어류가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별바라기과는 우리나라에서 한 종도 보고된 적이 없어 관련 생물학적 정보가 전무한 분류군이다. 이 연구원이 실험실 수조에서 3개월간 띠별바라기를 사육하며 연구한 결과, 평소에는 모래 자갈 속에 숨어 있다가 소형갑각류가 접근해 오면 엄청난 속도로 튀어 올라 먹이를 가로채 다시 원위치로 되돌아오는 습성을 가졌다. 심장 박동이 분당 190∼240회로 매우 빨라 소형어류임에도 놀라울 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김 교수는 "띠별바라기는 제주도 모슬포의 수심 1∼2m 얕은 조간대의 모래 자갈에 숨어 사는 소형 어종으로 국내 제주도에서만 발견되는 특성이 있다"며 "향후 종 보전을 위한 후속 연구는 물론 서식처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진구 국립부경대 해양생물학과 교수는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어류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을 11년간 운영 중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이번에 신종 띠별바라기를 보고하는 연구성과를 이뤘다. 이를 포함해 현재까지 800여 종의 자생어류 표본을 확보했다. 김 교수는 띠별바라기 표본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이관해 지속적인 연구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지난해 제주에서 가장 많은 차량이 지나간 곳은 '노형로(지방도 1136호선)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 앞'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제주시에 따르면 해당 지점의 하루 왕복 교통량은 5만 4364대에 달했다. 도로법과 도로 교통량 조사 지침에 따라 매년 전국적으로 같은 날에 실시되는 교통량 조사 결과다. 시는 올해 도로 교통량 조사를 오는 17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실시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은 국가지원지방도 2곳, 지방도 12곳, 시도 69개 노선 등 전체 83개 노선의 114개 지점이다. 이번 조사에는 283명의 조사원이 투입된다. 특히 올해는 봉개동과 애월읍에 새로운 지점이 추가됐다. 조사는 각 지점을 통과하는 차량을 시간대별, 차종별, 방향별로 구분해 진행된다. 홍선길 제주시 건설과장은 "이번 도로 교통량 조사 결과는 다양한 연구의 기초 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니 조사 당일 운전자들이 안전운전에 각별히 유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고가의 '그린수소' 버스 2대가 충전소 부족 때문에 멈춰서 있는데도 제주도가 추가로 11대의 수소버스를 또 도입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제주도에 따르면 수소버스는 지난해 10월 312번(함덕∼수목원) 노선에 처음 투입된 후 올해 8월 비슷한 구간인 311번에 추가 투입됐다. 하지만 9대 중 2대 가량이 예비로 돌려져 그대로 멈춰 서 있다.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가 있는 함덕을 기점으로 수소버스를 운행해야 하기에 노선 배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도 측은 "현재 생산시설 규모에 따른 적정 수소 생산량 등을 고려해 일부를 예비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1대당 5억4000만원인 고가의 수소버스 2대가 1년간 운행을 하지 못하는데도 도는 최근 추가로 수소버스 11대를 구입하기로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전체 수소버스 20대를 운행하려면 수소버스 충전소가 있는 함덕 기점 추가 노선을 신설해야 한다. 도는 이에 앞서 지난 8월 적자운영 개선 등을 이유로 제주 일반 버스 노선을 대폭 감축하고 버스를 줄여 도민들의 불만을 샀다. 도내 19개 단체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가 있는 함덕에서 출발하는 300번(애월 번대동까지), 301번(도심급행) 노선에도 그린수소 버스를 투입하려고 했지만 이들 노선은 최근 버스 감차와 노선 개편 과정에서 수소 버스가 없는 민간업체로 노선 운영이 넘어가 수소버스를 추가 운영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탈핵기후행동은 "1대당 5억 4000만원 이상의 수소버스 11대를 추가 구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60억원은 전기버스 구입 비용에 비해 2배 더 많다"며 "예산 증액과 정책 변경에 제대로 된 평가나 심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들로 대중교통이 뒤죽박죽 엉망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수소 버스는 지난해 9월부터 시범 운행했다. 같은 해 10월 312번 노선에 투입돼 운행중이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한 수소로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수소를 말한다. 이 연료로 버스를 운행하면 사실상 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 행원 수전해 실증단지 인근 풍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기반으로 매일 약 200㎏의 수소를 생산한 뒤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수소충전소로 운송, 수소버스와 수소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의회에서 청년문화복지포인트 사업의 저조한 집행률과 미흡한 정책 설계를 지적, 개선책 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박두화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제432회 임시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교육국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주 청년문화복지포인트의 저조한 집행률과 정책적 한계를 강하게 지적했다. 해당 포인트는 제주 청년들의 문화 향유와 도내 예술창작활동 지원을 목표로 주민참여예산에서 4억원을 편성해 시작됐다. 그러나 발급률과 실제 사용률 사이의 괴리로 실질적인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청년문화복지포인트는 올해 초 도입돼 2시간 만에 선착순 1만명의 신청이 마감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사용률은 28%에 불과한 실정이다. 박 의원은 "청년문화복지포인트 발급은 순식간에 완료됐지만 사용 가능처가 극히 제한돼 실사용률이 기대 이하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탐나는전 앱을 통해 확인한 도내 가맹점 수는 도서·문화·공연 관련 가맹점이 16곳에 불과하다. 그중 영화관이 10곳을 차지해 다양한 문화시설을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박 의원은 "가맹점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질적인 사용처 확대가 필요하다"며 가맹점 확대와 정보 제공 활성화를 강력히 주문했다. 실제 탐나는전 앱에서 검색되지 않는 가맹점을 확인한 결과, 일부 도내 서점이 청년문화복지포인트 사용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청년들이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박 의원은 또 "이번 사업의 낮은 집행률은 충분한 계획 없이 예산을 편성하고, 구체적 집행 전략 없이 이루어진 전시성 행정의 결과물"이라고 질타하며 도정이 적극적으로 가맹점을 확대하고 정보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 시·도의 청년문화복지포인트 활용 사례를 참고해 사용처 확대와 지원 대상 재검토 등 개선책이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왜 그러실까? 최근 들어 어머니께서 자주 밥을 달라신다. ‘어떠난산디(왜 그런지) 배고프다게!, 무사 영(왜 이렇게) 배고픈고 이? 얼언 박박 털어점져(추워서 덜덜 떨린다). 아무거라도 또똣헌 물에 홑썰 몰앙 도라게(따뜻한 물에 조금 말아서 달라)’라는 어머니가 내 가슴 속을 휘적이며 저민다. 요즘 세상에 배고프다니.... 삶에 허기가 스민다는 건, 그만큼 외롭다는 뜻이 아닐까? 오늘 아침에도 ‘배가 고프다’시는 어머니에게 밥을 두 번 차려드렸다. 먹고 나서 돌아서면 다시 허기가 지는 건 치매의 일종이다. 우리 할머니도 왕할머니도 ‘밥을 안 준다’, ‘배가 고프다’며 아버지의 울분을 자극하신 적이 있다. 배고픔은 일제시대와 4·3, 6·25, 보릿고개 등을 겪은 세대에겐 설움이고 슬픔이며 고통이고 아픔이 아닌가. 처음에는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하시던 아버지도 나중에는 치매임을 알게 되셨지만, ‘배가 고프다’는 치매는 그만큼 슬프고도 가슴아픈 말이리라. 지난 주말에는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온 나라를 기쁨으로 들뜨게 하였다. 무엇보다도 대표작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제주도의 4·3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더 기쁘고 감사했다. 일전에 한 번 읽고서 다
세계는 지금 첨단 전략산업 패권전쟁 중이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 등에 국가가 나서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한다. 동시에 법적 제도적으로 국가간 기술 이전과 교역도 규제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첨단산업 국가대항전에서 한국 정부는 보이지 않고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한국의 보조금은 ‘0원’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제조기업에 총 527억 달러를 지급하는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2022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대표 기업 SMIC에 2억7000만 달러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에 63억 달러 보조금을 투입했다. 이차전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기업이 없는 미국은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지역에서 생산ㆍ조립한 경우 보조금을 지급(인플레이션감축법ㆍIRA)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에 지난해 8억 달러 넘게 지원했다. 일본도 도요타 등 완성차ㆍ부품 업체에 3500억엔 보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사이 정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 이 빌런 중 빌런은 여행자를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여 죽이는 게 ‘일’이다. 공교롭게도 기준은 침대다. 자신의 집에 있는 침대보다 큰 사람은 잘라서, 작은 사람은 늘려서 죽인다. 이처럼 누군가의 ‘엿장수 맘대로’ 식 기준은 불편함을 낳는다. 지금 우리 현실이 그렇게 보여서 안타깝다. # 장면1 =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의 행정부는 거대혜성이 칠레 앞바다 600㎞ 지점을 향해 돌진해오고 있으며, 도착 예정일이 6개월 후라는 것을 보고받는다. 그러나 자신과 정부의 안전을 위한다는 정치적 이유로 그 사실을 발표하지 않고 봉인해버리는 ‘기준’을 설정한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연구팀은 그 기준에 동의하지 않고 신문사와 방송사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유출한다.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 생각에 정부의 안전보다는 국가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천체물리학과 박사과정생이었던 디비아스키는 졸지에 ‘반국가세력’으로 분류돼 미시간대학교 교정에서 무장경찰들에게 무지막지하게 연행된다. 올린 대통령은 정부와 국가를 같은 반열에 놓아버리거나 정부를 오히려 국가의 위에 놓는다. 정부는 국가의 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 무엇일까? 지난밤엔 흙을 적실 만큼 비가 내려서 밤사이에 기온이 서늘해졌다. 저녁에 열어둔 창문 사이로 가을바람이 들어와 이불을 비집고서 선선한 기운을 불어넣었나 보다. 그 기운에 눈을 떠서 창문을 닫으려는데,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혹시나 해서 얼른 나가보니, 세상에! 어머니가 식탁에 앉아 계신다. “어머니, 이 밤 중에 여기서 미신 거 햄수과?”라고 묻는데, 입가에 거무스름한 가루가 묻어 있다. ‘배고프다’ 하시면서 반찬통에서 김을 꺼내든 어머니의 손등이 앙상하니 뼈가 드러나 보인다. 푸른 빛깔의 정맥도 눈에 띄게 선명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얼른 어머니를 부둥켜 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아, 어머니의 치매가 깊어지셨구나. 이를 어쩌나. ‘102세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깊은 동정심을 표시한다. 얼마나 힘이 들겠냐고. ‘아직은 괜찮다!’며 고개를 저으면, ‘그럴리가 있나, 보지 않아도 당근이지!’라며 내 손을 부여잡는다. 사실 ‘어머니의 치매 증상’이라고 하면 침을 아무 데나 수시로 뱉는 거, 기저귀를 몇 번이나 갈아드려야 하는 거, 화장실 출입이 여의치 않으니 뒷처리를 일일이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은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인 돌하르방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어느제 오쿠과?" (언제 오시겠습니까?) “When would you like to come?”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1. 토포필리아 우리는 가장 작은 단위로 집에 살고 있지만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집은 장소이기에 편안하고, 마을은 보다 넓은 공간이기에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段義孚, Yi Fu Tuan)은 ‘장소는 안전을 상징하고, 마을은 자유를 상징한다’라고 말한다. 사람이 사는 곳인 집(home)이라는 이름을 가진 각각의 공간이 다른 여러 집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마을을 이루는 것이고, 그 마을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끼치게 함으로써 그곳의 특별한 장소감(sense of place)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장소감이란 한 개인이, 자신이 자란 고향, 곧 그 장소를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감성의 근원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객지에서 내가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바로 내가 자란 마을이 주었던 편안함과 자유를 누렸던 만족감에 대한 투사(投射)라고나 할까. 삶의 안정적인 발판이 되는 것으로 제일 우선인 것이 바로 집이며,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서 집을 이루어 사는 공동체 마을, 즉 고향이라는 이유가 그 삶의 자유를 위한 시작이 되는 것이다. 고향은 애틋한 경험과 친밀한 장소이자 애착이 가는 친밀한 공간으로 이푸 투 안은 ‘토포필리아(Topophilia)’라는 독특한 개념을 만들기도 했다. ‘토포필리아(Topophilia)’ 는 그리스어 ‘장소, 땅’을 의미하는 토포스(topos)와 ‘애착, 사랑’을 의미하는 필리아(philia)를 합성하여 ‘장소에 대한 사랑’을 새롭게 개념화했다. 우리는 시간의 그물을 벗어나지 못한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하게 만드는 원인이며 시간 앞에서는 그 무엇도 견딜 재간이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더욱 더 영속성을 꿈꾸면서 힘닿는데 까지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어떤 문명도 퇴락(頹落)하지 않는 것이 없고, 거기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 또한 언젠가는 떠나지 않고 머물 수가 없다. 마치 일월(日月)이나 조석(朝夕)의 작용처럼 우리가 가면 후대가 오고 그들이 다시 우리가 남긴 문명의 바톤을 받고 이끌어 간다. 한 시대의 주인이었던 우리의 시대는 계절의 바람처럼 바뀌면서 시간은 계속 사람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대로 그러하게(自然)’ 한다. 이것이 자연의 본 모습으로. ‘자연(自然)’의 ‘자(自)’ 라는 글자에서 보듯이 ‘스스로’, ‘저절로’라는 두 가지의 뜻이 있는 것처럼 ‘원자(原自), 본자(本自)와 같이 본래(本來), 원래(原來), 우주는 자연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자연은 본래 변화하는 것이 그 속성이라고나 할까.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서 기원(起源)을 중시 여긴다. 아마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 때문에 내 고향은 어떻게 이루어진 곳이고, 그 뿌리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 1886~1944)는, 기원(起源)을 두 가지로 말하고 있는데 ‘시작’과 ‘원인’이라는 의미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시작의 의미로 볼 때 기원은 역사적인 사실로써 출발점이라는 말이 되나 ‘출발점을 어떻게 잡느냐’라는 개념 자체의 파악이 특히 힘들고, 또 기원을 ‘원인’으로 본다고 해도 자연과학과는 달리 인문과학에서는 본질상 그 원인을 탐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기원이라는 것이 ‘원인・이유를 설명하는 ’발단’ 혹은 ‘설명하기에 충분한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그 역사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설촌에 대한 탐구는 필요하다. “누구에 의해서 시작되었는가?” 2. 중산간 마을의 성격 용어도 시대의 산물이어서 시대가 만들어 낸다. 용어의 탄생은 전통어(傳統語) 바탕 위에 새롭게 신조어(新造語)가 나오고 필요에 따라 합성어(合成語)와 외래어까지 덧붙여진다. 언어의 탄생은 변화이자 새로움 자체이다. '중산간'이라는 용어는 근대적 개념어이다. 중산간은 곶자왈(곶+자왈)과 마찬가지로 알뜨르와 웃뜨르 사이, 즉 산간지대와 해안지대 사이의 지역을 가운데(中)로 설정하여 중(中)+산간(山間)을 구성해서 만든 합성어인데 옛날에는 없었지만 식민지 정책의 필요에 따라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용어이다. 저지리는 웃뜨르였다. 웃뜨르라는 의미가 산간마을, 외진 마을의 다른 의미였다. 이제는 중산간 마을로 불리면서 어느새 웃뜨르라는 말은 퇴화돼 버렸다. 중산간 마을 저지리(楮旨里)는 ‘저지리’라는 말의 어감에 비해서 해발 고도의 위치가 비교적 높은 곳에 자리한 마을인데 바로 한라산의 장엄한 산세가 지붕처럼 다가오는 한라산 서쪽 마당에 해당한다. 저지리는 동경 126도 20분, 저지리를 누구나 중산간 마을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저지리를 제주도 서북부지역 제주시 한경면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로 생각한다. 사실 저지리만이 아니라 소위 알뜨르에 대비되는 웃뜨르 마을들을 대개 중산간 마을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추세다. 또 서뜨르라는 지리적 개념도 있다. 서뜨르인 애월, 곽지지역에서는 서뜨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웃뜨르라는 말을 쓴다. 이 의미로 봐서는 남서쪽 대정지역에서는 알뜨르에 대비되는 지리 개념으로 웃뜨르라 하고 있고, 제주도 서쪽 애월, 곽지지역에서는 서뜨르에 대비되는 중산간 지대를 웃뜨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산간이라는 말을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현재 저지리는 한림리에서 남동쪽으로 16km, 한경면 신창리에서 동쪽으로 8km에 이르는 곳에 있다. 저지리에서 남쪽 모슬포까지는 14.5km, 저지리에서 제주시까지는 약 38.5km이다. 과거 대표적인 중산간 마을 저지리는 제주도에서 가장 물이 귀하고 변화가 더딘 곳이라는 평을 받았던 곳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어느 마을보다도 이주 인구가 늘고 있는 가장 변화가 빠른 지역 1순위 마을로 탈바꿈 했다. 한경면 저지리(楮旨里;堂旨)는 해발고도가 130~140m 정도로, 이웃 마을 조수리(造水里;造乎勿, 해발 60~70m)와 그 높이가 두 배 차이가 나고 한경면에서는 한라산 방향 안쪽에 있는 제일 높은 지역이다. 제주도 서북부 지역 마을의 해발고도를 보면, 애월읍의 유수암리(流水巖;今勿德)가 해발 210~250m, 광령2리(有信洞)가 해발 200~220m, 어음2리(於音非) 해발 190~210m, 광령1리(光令)가 해발 150~180m, 해안동(海安, 伊生里)이 해발 190~210m이고, 한림읍 상명리(上明, 牛屯)가 해발 140~150m로 다음을 차지한다. 1997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발행한 『제주도 중산간지역 종합조사』 에 따르면, 해발고도를 이용한 제주도 마을 설정을 0~200m 이하를 해안 마을로, 200m~600m 사이를 중산간 마을, 600m 이상을 산간마을로 구분하였다. 하지만 지리적 구분에도 시간의 역사가 있어서 시대에 따라 다르게 구분돼야 하는데 이 구분대로라면 현재의 많은 제주도 전통마을들이 중산간 마을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구분은 20세기 이후 새로운 도로망의 개설로 인해 달라진 산업시대의 구분이기 때문에 그 이전 조선시대에 성립된 마을 설촌의 과거 토대와는 한참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제주의 전통 자연마을의 분류는 15~20세기 초까지, 그리고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의 마을의 상황을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산간마을을 웃뜨르, 해안마을을 알뜨르, 혹은 서부 해안 마을을 서뜨르, 그 마을 위 한라산 방향을 웃뜨르라고 불렀던 옛제주인들의 지리적 구분과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산간마을과 해안마을의 중간 마을로써 중산간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성립됐는지 그 역사적 경험을 알아야 제주도 전통마을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있다. 현용준은 중산간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현용준은 중산간의 해발고도, 과거 도로망, 해안 어로활동과 용천수 의존도, 농경지 확보와 화전경작의 차이를 전제로 하여, 해발 100m 미만을 해안마을, 100m 이상~300m 이하를 중산간 마을, 300m 이상을 산간마을로 구분하였다. 현용준의 이 구분을 적용하면, 많은 전통마을들이 해발 100m~300m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중산간 개념의 역사적인 경로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17살 때, 무칠은 걸식하며 돌아다니다 관도(館陶)현 설점(薛店)촌에 이르렀다. 장(張)씨 성을 가진 거인의 집에서 더부살이하며 연 6000문(文)을 받는 고용인이 됐다. 3년을 쉬지 않고 일하다가 예전에 자신을 길러준 백모가 병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임금을 수령해 돌아가 효도하려 했다. 그런데 어찌 생각이나 했을까, 장 거인은 무칠이 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이용하여 가짜 장부를 들이밀며 다그쳤다. “네 임금은 일찍이 모두 지급하였다. 이게 네 장부이지 않느냐?” 고의로 트집 잡고 있다고 모함하고 하인을 시켜 길거리로 끌고 가 온몸이 멍들도록 타작하도록 했다. 나중에 무칠은 또 수재의 집에서 고용인이 되었다. 어느 날, 그의 누나가 인편에 돈과 편지를 보내왔는데 때마침 무칠이 부재중이라 수재가 대신 받았다. 무칠이 돌아오자 수재가 대신 편지를 읽어주었다. 그가 글을 모른다는 것을 이용해 돈을 보낸다는 말은 빼버렸다. 다른 소식만 알려주고 돈을 몰래 삼켜버렸다. 나중에 누나가 다시 사람을 보내 돈을 받았느냐고 물었을 때에야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재를 찾아가 사실여부를 물으니 욕만 먹었다. 설날 때 수재가 춘련을 써서 무칠에게 붙이라고 하였다. 바람이 불어 춘련을 뒤엉켜 놓으니 엉망이 되었다. 침대 머리맡에 붙인 것은 ‘고양이 개 평안’이고 닭장에는 ‘온 집안이 상서롭게 되라’는 글귀였다. 수재는 대노해 뺨을 때리며 현장에서 임금을 20% 깠겠다고 하고는 꺼지라고 욕을 해댔다. 무칠은 참지 못해 욕을 되돌려 주었다. “너, 이 나쁜 인간! 처음에 내가 글을 모르니까, 나를 속여서 내 누나가 보낸 돈을 몰래 처먹더니, 지금은 내가 글을 몰라 춘련을 잘못 붙였다고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양심이 있기는 한 것이오? 네 그 더러운 돈, 내 더러워서라도 안 받겠소. 네게 줄 테니 뇌물을 쓰든 헛지랄 하든 멋대로 하시오!” 말을 마친 후 돈을 면전에 던져버리고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무칠을 가장 참지 못하게 만든 일은 나중에 벌어진다. 이모부인 장(張)사장이 무칠이 글을 모른다고 무시한 일이었다. 무칠의 이모부는 전지 몇 무(畝)를 가지고 있었고 두부를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모부 집에서 평일에는 맷돌질하고 농번기에는 밭에 나가 농사일을 했다. 1년에 일정한 임금을 받기로 이야기가 됐었다. 연말이 되어 임금을 계산할 때 이모부는 뜻밖에도 가짜 장부를 꺼내며 임금은 이미 지불하여 한 푼도 남아있지 않다고 거짓부렁 하는 게 아닌가. 인정하지 않는 무칠에게 강변하지도 못하게 하였다. 이웃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이모부는 거짓 장부를 내보이면서 똑 같이 말했다. 이웃은 무칠이 손윗사람을 존중하지도 않고 돈만 탐한다고 여기어 무칠의 말은 듣지도 않고 화내면서 가버렸다. 누구를 탓한다는 말인가, 자신이 공부할 기회가 없어 글을 모르는 까닭에 이렇게 되지 않았는가. 이번에는 너무 괴로워 마음병이 생겨버렸다. 병 때문에 마을에 있는 낡은 사찰에서 쓰러졌다. 3일 밤낮 동안 인사불성이었다. 물 한 모금 마실 수조차 없었다. 글을 모르는 고통과 분노는 무칠에게 너무나 깊은 상처를 주었다. 자기 길을 잃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처하여, 여러 고장을 전전하면서 무칠은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였다. 자신과 닮은 천하의 사람들의 운명을 탄식하였다. 불만을 넘어 분노하게 되었다.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낸다고 하지 않던가. 자신이 글을 몰라 가는 곳마다 무시당한 것처럼 글을 모르는 다른 사람도 똑같이 모욕을 당하지 않겠는가! 문득 한 생각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의학을 일으키자.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자. 글을 몰라 무시당하는 일은 없게 하자. 무칠은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의 운명과 닮은 후배들을 구해내자고 맹세하였다. 마음이 정해지자 낡은 사찰에서 뛰쳐나와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머슴살이는 무시당하지 않느냐. 구걸하면서 내 마음대로 하는 것보다 못하지 않느냐. 내가 구걸하고 돌아다닌다고만 보지 마라, 조만간 의학원(義學院)을 지으리라.” 일시에 무가장(武家莊)을 놀라게 하였다. 사람들은 무칠이 미쳤다고 여겼다. 무칠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거지 개인에 대하여 말한다면, 오직 빈 손 두 쪽으로 의학을 일으키는 일이 어찌 쉬울까! 백 년 전 그 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오늘 날에도 사람들은 쉬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기상천외’한, 천진난만하고 어리석은 발상이라 여길 게 분명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상을 추구하고 희생을 아끼지 않는 무칠의 분투아래 마침내 ‘하늘이 내린 중대한 임무’, ‘학문이 발전하는 기운’이 사실상의 장거가 되어 ‘무칠(七)’을 ‘무훈(訓)’으로 바뀌게 했다. 당시에 상금과 포창을 받아 생전에 패방을 세웠다. 죽은 후에는 국사관에 전기를 세울 수 있었다. 더욱이 옛날 남통(南通) 대용(代用)사범학교에는 무훈의 화상이 공자상과 병렬되었다. 진정으로 고아한 사인의 사림에 들어갔다. 개인이 품은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 어찌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무훈 본인이 모욕을 감내하면서 간고의 노력을 다한 결과였다. 세상의 쓴 맛 단 맛을 다 본 결과였다. 일생의 심혈을 다 쏟아낸 풍상의 결과였다. 사실, 무훈 본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글은 배우지 못했다. 옳을 일과 명예와 절조로 사림에 영광스럽게 뛰어올랐지만, 실상은 종신토록 걸식하면서 살았던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기이한 거지’였다. 쉬이 믿을 수 없을 것은 사실이다. 의학을 일으킨다는 것은 우선 상당할 정도로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학교를 건립할 거대한 자금을 저축하고 모금하기 위하여 무훈이 가장 기본적으로 한 방법은 구걸이었다. 돈을 구걸하기 쉽도록 우선 자신이 광대역을 자처하였다. 왼쪽과 오른쪽 각각 반씩 돌아가며 머리를 빡빡 깎았다.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보시를 쉽게 받기 위해서였다. 무훈은 노래하였다. “이쪽은 깎고 저쪽은 남겼소, 의학을 지으면 걱정할 필요 없소. 이쪽은 남기고 저쪽은 깎았소, 의학을 짓는 것은 힘들지 않소.” 사람들이 ‘의학증(義學症)’에 걸렸다고 하면 그는 노래하였다. “의학증엔 조급함이 없소. 사람을 만나면 예의로 존중하고, 돈을 주면 연명하고, 의학을 일으키면 만년은 변함이 없소.” 돈을 보시하지도 않고 오히려 호통 치는 인색한 사람을 만나면 무훈은 노래하였다. “내게 주지 않는다고 난 원망하지 않소, 내게 밥을 주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요. 강요하지 않소, 억지로 동냥하지 않소, 급할 필요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소. 내가 동냥하고 당신은 선을 행하면 모두가 의학원을 지을 수 있소.” 혹은 노래하였다. “어르신, 삼촌, 화내지 마소, 잠시 화를 멈추면 내가 곧 떠나리다.” 지주가 어쩔 수 없어 돈 몇 푼 쥐어주었다. 구걸해오면 좋은 것은 돈으로 바꿨고 나쁜 것은 골라내 자신이 먹었다. ‘비열한 놈’이라고 비꼬는 사람이 있으면 무훈은 노래하였다. “야채 뿌리 씹네(가난을 견디어 내네), 야채 뿌리 씹어도 나는 배부르니 사람에게 더 요구하지 않네. 남은 밥으로 의학원을 짓네. 토란을 먹네, 토란을 먹어. 불도 물도 필요치 않네, 남은 돈은 의학을 일으키는 데에 어렵지 않네.” 심지어 물을 얻으면 먼저 얼굴을 씻고 난 후 물을 마시면서 노래하였다. “더러운 물을 마셔도 더럽지 않네. 의학을 일으키지 않는 게 더 더럽네.” 조금 많은 돈을 희사하는 사람을 만나면 무훈은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찬가를 불렀다. “난 밥을 구했는데 당신은 선을 행하네요. 의학을 지으면 당신 와서 보세요. 당신은 선을 행하고 나는 대신 일할 뿐, 모두 의학을 짓는 데 도와주네요. 많아도 좋고 적어도 좋아요, 의학을 짓는 데에 돈을 보시하세요. 이름도 날리고 선도 행하면 문창제군(文昌帝君)이 알아서 당신의 자자손손이 팔인교(八人轎)를 타게 만들 거요.”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은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인 돌하르방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혼저왕 먹읍서" (어서 와서 드세요) “Please come on and eat.”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