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문제를 두고 새로운 해법이 제시됐다. 권역 분리를 통한 지정 추진보다는 도내 병원 역량을 높이고, 필요할 경우 여러 병원을 묶어 지정하는 방식이 지방 현실에 맞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제주도는 17일 오전 도청 탐라홀에서 '2026년도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 확보와 제도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회의 후 문대림 의원(제주시갑)은 기자들과 만나 상급종합병원 지정 논의가 협의회에서 언급됐다고 전했다. 문 의원은 "제주의 상급종합병원 문제는 단순히 권역 분리 여부가 아니라 도내 병원 수준이 근본적인 쟁점"이라며 "한 병원이 단독으로 지정되는 방식 외에도 진료과목을 나눠 여러 병원을 묶는 패키지 지정이 지방 현실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대병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지만 지정 기준을 충족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에 특정 과목을 제주대병원이 맡고, 다른 과목은 별도의 병원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병원 간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재원 확보 역시 주요 과제로 꼽혔다. 문 의원은 "정부 책임 없는 상태에서 제주 병원 역량만으로는 상급종합병원을 운영하기 어렵다"며 "이를 뒷받침할 기금을 준비 중이고, 관련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금을 활용해 도내 병원들이 지정 요건을 갖추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올해 국회가 끝날 때쯤 큰 틀이 보이고, 내년부터는 구체적 성과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는 그간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 서울과 같은 진료권역에서 분리하는 방안에 집중해 왔지만 이번 협의회를 계기로 정책 방향이 병원 수준 강화와 다기관 연계로 옮겨갈지 주목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오는 24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2025 도민행복 일자리박람회’를 연다. ‘기회가 열리는 제주, 미래가 열리는 박람회’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이번 박람회는 한국BMI, 모노리스(9.81파크), 호텔신라 등 호텔, 항공운송서비스, 관광(테마파크), 의약품 제조 분야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참여해 300여 명의 인재를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주지역 협약형 특성화고 산업체인 한화시스템과 제주항공, 롯데호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 채용예정 기업의 정보를 제공하는 부스도 운영된다. 기업별 부스에서는 구인기업 인사담당자와 구직자 간 1대 1 현장 면접이 진행된다. 구직자는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 취업 관련 서류를 지참해 희망하는 기업에서 면접을 볼 수 있다. 도는 구직자들이 취업에 도움받을 수 있는 정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협업해 참여형 정책홍보부스인 ‘잡스토리 24’(편의점 컨셉을 활용한 팝업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 입사서류 클리닉과 정장 대여, 헤어 컨설팅, 이력서 사진촬영 등의 면접코칭 외에도 퍼스널컬러 진단, 걱정인형 만들기, 성격유형검사(MBTI)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아울러 도내 다양한 계층의 구직자(청년, 중장년, 여성, 노인, 장애인)를 대상으로 일자리 지원제도를 소개하고, 업종별 직무컨설팅도 진행된다. 참여기업과 채용 관련 상세한 구인정보는 박람회 누리집(jejujobfair.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운영기관인 씨패스(064-803-0712)로 하면 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민선 8기 제1공약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차기 도정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당초 내년 설치 목표에서 '지방선거 전 주민투표'와 '2027~2028년 도입'으로 일정을 조정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구체적 시기 확정에는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제주도는 17일 도청 탐라홀에서 '2026년도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국비 확보와 제도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협의회 직후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제주시갑)은 브리핑에서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주민투표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조기 실행이나 2027년 설치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오 지사는 최우선 공약이었던 기초자치단체 설치의 내년 도입이 어렵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신 지방선거 전에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2027~2028년 설치를 목표로 제시했으나 도의회 등에서는 차기 도정에서 추진 여부를 판단하고, 2030년 지방선거와 연계하는 방안이 도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속도조절에 방점을 두고 있다. 문 대변인은 "지난 3년간 제주도가 중앙정부에 꾸준히 건의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반응이 없었다"며 "주민주도의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반영됐다. 다만 구체적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아니고,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정도의 약속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제주도의 미래 산업과 민생 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개인 의견도 덧붙였다. 도는 이날 협의회에서 첫 번째 건의사항으로 '주민투표 및 기초자치단체 설치 지원'을 제시했다. 오 지사 역시 인사말에서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속도조절 입장을 밝히면서 도정이 추진해온 주민투표와 2027~2028년 설치 계획은 힘이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도는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 운영(공무원 53명 투입), 제주형 재정조정제도 연구용역 등을 진행 중이나 민주당과의 온도차로 관련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에 제주에서 중대한 사업들이 다수 추진되는 만큼 예산 반영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에 대해 "오늘 논의된 협의 사항들을 반드시 예산으로 이어내 도민의 삶을 지키고 미래를 열어가는 디딤돌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최근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 6명 모두 제주와 경기도 지역에서 불법 체류하다 추방된 중국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 6명 전원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해경은 또 이들을 도운 중국인 조력자 2명과 운반·알선책 2명도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중국인 6명은 모두 지난 7일 오후 중국 남동부 장쑤성 난퉁시에서 90마력 엔진이 달린 고무보트를 타고 460㎞를 항해해 이튿날 새벽 6시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을 통해 밀입국한 혐의를 받는다. 밀입국한 중국인은 서로 모르는 관계의 남성 5명과 여성 1명이다. 이들 중 밀입국 모집책인 30대 중국인 A씨는 지난 5월 함께 제주로 밀입국할 사람을 모집하는 광고글을 중국 사회관계망(SNS) 채팅방에 올려 모두 6명이 함께 밀입국을 모의했다. 범행 계획을 모두 총괄한 모집책 A씨를 제외한 5명이 1인당 약 40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모은 뒤 고무보트와 연료·식량을 구입하고, 시운전을 해보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목적지 제주도와 가장 거리가 짧은 중국 난퉁시를 출발지로 설정, 지난 7일 중국시간 낮 12시 19분 출항했다. 이들은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 해안에 도착하자마자 보트를 버리고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 중국인 일부는 제주에 있던 중국인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도주하다 밀입국한 다음 날인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경찰에 검거되거나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했다. 또 검거 과정에서 한 30대 중국인은 화물차에 숨어 배편을 통해 제주를 빠져나간 뒤 충북 청주에서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이들 6명 중 5명은 제주, 1명은 경기도 지역에서 불법 체류하다 추방된 전력이 있기 때문에 합법적 입국 통로가 차단되자 극단적인 밀입국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적게는 약 4년간 길게는 약 7년간 우리나라에서 감귤 선과장이나 양식장, 밭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며 체류하다 지난해와 올해 초 강제출국됐다. 해경은 "제주에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상습적인 밀입국 루트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발성 사건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이번 사건으로 제주 해상 경계 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 해안 약 250㎞ 구간에 설치된 열영상감시장비(TOD) 40여 대가 24시간 가동 중이지만 중국인들의 밀입국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해경은 이에 대해 "제주해양경찰청의 해안경비 관할 면적은 총 9만2872㎢로 제주도 면적의 50배이자 우리나라 바다의 26% 면적에 달한다"며 "관할 면적이 넓은 만큼 장비와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안경비단 레이더와 TOD 장비를 통해 미확인 선박을 감지하면 해양경찰의 경비세력이 미확인 선박을 추적하고 검문검색을 통해 식별하는 절차를 훈련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유관기관과 공조체계를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으로 활동하며 수억 원을 가로챈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임재남 부장판사)는 18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월 금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고 현금을 수거·전달하는 역할을 맡아 피해자 4명으로부터 모두 4억1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단기간에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피해 회복도 어려워 사회적 해악이 크다"며 "특히 피고인은 같은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누범 기간 중 다시 범행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정부 차원의 두 번째 제주4·3추가진상조사가 소통 부족 논란에 휘말리면서 제주도의회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 제422회 임시회 회의를 열고,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과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 관계자를 출석시켜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강철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 연동을)은 "이번 조사는 2021년 개정된 4·3특별법에 따라 추진되는 사실상 마지막 국가 차원의 조사"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과위원회와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폐쇄적 조사'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의회와 도민 모두 조사 내용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역사회에 공개하며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이에 대해 "분과위원회 개최 권한은 재단이 아니라 분과위원장이 행정안전부에 요청해야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재단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황국 국민의힘 의원(제주시 용담1·2동) 역시 "조사에 대한 유족과 도민의 관심이 큰 만큼 재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알렸어야 했다"며 절차적 보완을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이에 대해 "도의회에 보고하겠다"고 답했고,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도 "앞으로 행정안전부·재단과 협의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추가진상조사는 2003년 정부의 첫 진상조사보고서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역별 피해 실태 ▲행방불명자 조사 ▲당시 미군정 역할 ▲군·경과 무장대 활동 ▲재일제주인 피해 ▲연좌제 피해 등 6개 분야가 포함된다. 2022년 국무총리 소속 4·3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격 나섰다. 모두 28억원의 정부 예산이 배정됐다. 도의회는 조사 보고서가 단순한 행정 절차에 그치지 않고 도민과 공유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유착'의 발단으로 지목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16일 구속됐다. 22대 국회 들어 현역 의원의 첫 구속이자, 특별검사 제도 도입 이래 불체포 특권이 있는 현역 의원이 구속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권 의원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서울구치소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권 의원은 곧바로 정식 입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구속기소)로부터 20대 대선에서 통일교 교인의 표와 조직, 재정 등을 제공하는 대신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통일교 현안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1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달 28일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특검팀에 송부한 체포동의요구서는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국회에 보고됐다. 국회는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특검팀은 전날 영장심사에서 윤 전 본부장의 부인인 이모씨의 휴대전화에 있던 1억원 상당의 한국은행 관봉권 사진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 거 1장 support', '권성동 오찬'이라는 메모가 적힌 윤 전 본부장의 다이어리, '오늘 드린 것은 후보님을 위해 요긴하게 써달라'며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등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아울러 권 의원이 수사 개시 당시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차명 휴대전화로 수사 관계자들과 연락한 정황을 들며 권 의원의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 의원은 심사 말미 최후진술에서 "결백하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그가 2022년 2∼3월 한학자 통일교 총재로부터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아 갔다는 의혹,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 경찰 수사 정보를 통일교 측에 흘려 수사에 대비하도록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권 의원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한 총재의 혐의를 다지는 데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씨와 공모해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특검팀으로부터 세 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건강 문제를 이유로 모두 불출석했다가 오는 17일 자진 출석하기로 했다. 한편, 권 의원 측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의 정치탄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구속은 첫 번째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 수사는 허구의 사건을 창조하고 있다. 수사가 아니라 소설을 쓰고 있다"며 "아무리 저를 탄압하더라도, 저는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무죄를 받아내겠다. 문재인 정권도 저를 쓰러트리지 못한 것처럼, 이재명 정권도 저를 쓰러트리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연합뉴스]
1989년 문을 연 제주시 탐라도서관이 개관 36년만에 전면적인 리모델링 후 다시 문을 연다. 탐라도서관은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인공지능(AI) 기반 어린이 친화공간 조성 및 도서관 공간 재구성' 사업을 마무리해 오는 24일 재개관한다고 17일 밝혔다. 비좁았던 어린이 자료실은 기존 217㎡에서 600㎡로 3배 가량 확장됐다.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한 어린이 친화공간으로 마련됐다. 1층 로비는 불필요한 시설물을 철거해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변화됐다. LED 전광판을 설치해 책 소개, 프로그램 안내 등 다양한 홍보영상을 내보낼 수 있도록 했다. 2층은 폐쇄된 보존서고를 오픈형 향토자료실로 재구성됐다. 도서관내 모든 공간과 연결되도록 조성됐다. 정기간행물실과 디지털자료실, 실버실 등은 카페처럼 꾸며져 보다 편안하고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또 휠체어 리프트도 설치돼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접근성도 향상됐다. 3층 참고자료실은 참고서적과 논문 등을 활용한 학습과 개인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김봉석 탐라도서관장은 “새롭게 문을 연 탐라도서관이 책과 문화, 미래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시민들의 일상에 활력이 되길 바란다”며 "문화적 수요를 충족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출자·출연기관인 제주한의약연구원의 송민호 원장이 차기 원장 공모가 진행되는 와중에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제주도는 17일 송 원장이 제4대 원장 재공모를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의원면직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한의약연구원은 한의약 산업의 연구개발, 기업 육성, 한방 의료 관광산업 기반 구축, 국제 협력, 한의약 자원 보존 등을 목적으로 2016년 7월 출범했다. 송 원장은 2019년 제2대 원장으로 선임돼 임기를 마친 뒤 2022년 10월 제3대 원장으로 재취임했다. 연구원 정관상 원장 임기는 3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그는 현직 기관장 중 유일하게 6년간 연구원을 이끌어왔다. 임기 종료일은 다음 달 3일이었다. 연구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송 원장의 임기 만료에 맞춰 차기 원장 공개 모집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1차 공모에는 지원자가 1명에 그쳐 현재 재공모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2명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후보를 이사회와 오영훈 제주지사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송 원장이 재공모에 도전할 경우 제주 출자·출연기관 중 처음으로 3차례 연속 임명 기록을 세우게 된다.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으로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지난해 12월 3일 이른바 '계엄의 밤'을 둘러싼 오영훈 제주지사의 행적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공백 시간' 논란이 고발 조치로 번져 진실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 지사가 계엄 선포 직후 약 3시간 동안 자택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두고 정치적 책임론이 불거졌고, 이를 둘러싼 논란과 파문은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 제주도는 "오 지사가 불법 계엄에 동조했다"는 주장을 퍼뜨려 도청 공직자 전체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일부 인사를 지난 12일 경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은 제주에서 활동중인 고부건 변호사로 확인됐다. 도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공적 비판을 넘어선 악의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고발 대상인 고부건 변호사는 도가 스스로 배포한 보도자료와 당시 청사 통제 상황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며 이는 도민으로서의 상식적 비판이라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행정안전부가 전국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12·3 계엄 당시의 가담 여부와 대응 실태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하면서 논란은 지역 차원을 넘어 전국적 관심사로 확산됐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사실관계의 공방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 공직자의 행적을 어디까지 비판할 수 있는지,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행정 책임 사이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법·제도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 제주도의 고발, 문제는 없나 = 제주도는 지난 12일 법무법인을 통해 SNS에 글을 올린 고부건 변호사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문제의 글은 오 지사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당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행안부 지시에 동조했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강재병 제주도 대변인은 지난 3일 긴급 브리핑에서 "명백한 허위 주장으로 제주지사와 공직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다른 광역 지자체와 비교할 때 이례적이다. 서울시, 부산시, 대전시 등은 계엄 직후 행정안전부의 통제 지시에 따라 자체 대응을 했지만 비판적 여론 제기에 대해 고소·고발로 대응한 사례는 없다. 때문에 이번 조치는 의혹을 진화하기보다 오히려 비판을 봉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의혹 확산을 막으려는 목적이 뚜렷해 보인다"며 "비판 여론을 입막음하는 방식은 도민의 불신만 키운다"고 말했다. 고발 당사자인 고부건 변호사도 "근거없는 의혹제기가 아니다. 행안부 지시에 따라 제주도청이 폐쇄되었다고 제주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분명히 기재돼 있다"며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오영훈 지사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가 비상계엄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청사 출입문 폐쇄 및 출입자 통제'라고 분명히 적시했음에도 이후 긴급 브리핑에서는 '실제론 평상시 야간 출입 수준'이라며 표현상의 문제라고 말을 바꿨다"며 "도정이 직접 낸 공식 자료와 뒤늦은 해명이 서로 배치되는 상황에서 이를 비판한 시민을 고발하는 것은 명백한 입막음 시도"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러한 도의 대응은 법적 대응 보단 오히려 정치적 해석을 낳게 만들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에서도 고발은 없는데 민주당 소속 오 지사가 비판자를 정면 겨냥해 법적 책임을 묻는 형식은 오히려 정치적 파장을 증폭시키고 있다. ◆ 오 지사의 3시간 공백, 청사 통제 논란까지 = 논란의 핵심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오 지사의 '3시간 공백' 행적이다. 도의 설명에 따르면 오 지사는 수도권 일정을 마치고 늦은 밤 제주에 도착한 뒤 자택에서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방송을 접했다. 이어 자정 무렵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새벽 1시 30분 도청으로 복귀해 긴급 영상회의를 주재했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당시 청사 출입문 폐쇄와 출입자 통제 조치 역시 행정안전부 당직실의 지시에 따른 절차적 대응이었다"며 "평상시 야간 통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도 입장에서 보면 '자택 체류'는 단순한 동선일 뿐 위기 대응 자체가 지연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고 변호사와 비판 측 시각은 다르다. 고 변호사는 "계엄이 선포된 뒤 국회가 해제안을 의결하기 전까지 오 지사가 자택에 머문 사실은 도가 배포한 보도자료와 기록으로 확인된다"며 "그 시간 도청은 행안부 지시에 따라 '폐쇄'됐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같은 시각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행안부의 폐쇄 지시를 거부하며 청사의 기능을 유지한 사례를 거론하며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의 태도와 비교할 때 오 지사의 처신은 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결국 단순한 동선 문제가 아니라 도민 보호와 도정 수장의 상징적 책임을 방기했다는 주장이다. 홍명환 전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장도 비슷한 입장을 냈다. 그는 "민주당 지사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오 지사는 약 2시간 반 동안 자택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며 "이는 도민의 기대를 저버린 결정적 실토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비판자를 허위사실 유포라며 고발한 것은 차기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대응으로 비친다. 도민과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도리를 저버린 것"이라고 직격했다. 결국 도가 설명한 대로 청사 통제가 평상시 야간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계엄 하달에 따른 실질적 폐쇄였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를 가리기 위해서는 행안부 당직실이 보낸 지시 원문과 도가 이를 내부적으로 어떻게 하달했는지, 당시 출입 기록과 폐쇄회로(CC)TV 자료가 함께 공개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명확한 근거 자료가 제시되지 않는 한 오 지사의 '3시간 공백'은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 ◆ 표현의 자유와 도정 책임의 경계 = 이번 사안은 단순히 오 지사의 동선이나 청사 통제 여부를 둘러싼 사실관계 다툼을 넘어 민주사회에서 어디까지가 정당한 비판이고 어디부터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라는 법·제도적 경계를 드러내고 있다.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이 명예훼손으로 인정되려면 법적으로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구체적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임이 입증돼야 하고, 다른 하나는 그 발언에 상대방을 해치려는 뚜렷한 비방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 변호사가 지적했듯이 도 스스로 배포한 보도자료나 행안부 지시 내용을 근거로 한 비판이라면 이를 곧바로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다. 또 위기 상황에서 광역단체장의 행적과 의사결정은 국민적 관심사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안에서 폭넓게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법리다. 반면 도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정치적 비판을 넘어 오 지사 개인뿐 아니라 도청 공직자 전체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즉, 비판의 화살이 조직 전체로 확산되면서 도정의 신뢰가 흔들렸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다수 법률 전문가들은 도의 논리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이미 여러 차례 판례를 통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명예를 가질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대법원 1997.9.9. 선고 96도3376 판결, 2002.1.22. 선고 2000도3756 판결, 2016.12.27. 선고, 2014노2406 판결)고 판시해 왔다. 따라서 '제주도청 공직자 전체의 명예 훼손'이라는 주장은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논란의 법적 쟁점은 오 지사 개인의 행적에 대한 평가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 즉 공직자 개인을 향한 비판이 허용된 공론의 범주인지, 아니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인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행정안전부가 진행 중인 12·3 사태 당시 지자체 대응 진상조사는 이번 사건을 가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당시 청사 통제가 단순한 야간 통제 수준이었는지, 계엄 지시에 따른 실질적 폐쇄였는지, 또 오 지사가 자택에서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회의록과 내부 기록이 공개된다면 발언이 허위인지 아닌지, 혹은 단순한 해석 차이인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다. 이는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법적 책임의 범위를 판단하는 핵심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사안은 도민의 표현의 자유와 지방정부의 행정 책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민주사회에서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은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그 비판이 명백히 허위로 드러날 경우 책임 또한 분명히 져야 한다. 반대로 행정기관이 권력을 동원해 성급히 고발 조치에 나선 경우라면 오히려 도민의 권리를 위축시키고 행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사안은 본질과 다르게 정파적 논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당시 문서 원문과 회의록, CCTV 등 1차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 실체적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이다. 사실 공개야말로 허위와 진실을 가르는 가장 이른 길이자, 제주도정이 도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꼽힌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민 299명이 오영훈 제주지사의 지난해 12·3 계엄 선포 당시 행적과 이후 비판자를 고발한 대응을 규탄하며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계엄당일 제주 진상규명을 원하는 도민'은 17일 공동 성명을 내고 "오영훈 지사가 계엄 상황 속에서 도청을 3시간가량 비운 것은 도민의 안전과 권리를 외면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은 권력을 앞세워 도민의 입을 막는 전형적인 '입틀막'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서명운동은 지난 16일 오후 4시 시작됐다.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도민 299명이 참여해 성명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도자는 비판을 감내하고 해명할 의무가 있다"며 "비판을 형사처벌로 봉쇄하는 것은 권력의 오만이며 도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성명에는 세 가지 요구사항이 담겼다. ▲비판자 고발 철회 ▲계엄 당시 도청 공백에 대한 해명과 도민 앞 사죄 ▲향후 도민 비판을 형사처벌로 억누르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참여자들은 특히 "오영훈 지사는 도민의 대표가 아닌 권력의 보호막 뒤에 숨는 정치인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권력의 오만을 내려놓고 도민 앞에 겸허히 서는 것이야말로 제주도의 명예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민주주의는 비판으로 자란다. 도민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순간, 도정은 이미 도민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입에 종양을 달고 7년 가까이 생존해온 남방큰돌고래 '턱이'의 폐사 원인이 패혈증으로 확인됐다. 17일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턱이의 직접적인 사인은 외상에 따른 아래턱 변형과 세균성 폐렴으로 인한 전신성 패혈증으로 규명됐다. 턱이는 2019년 여름 처음 관찰됐다. 당시 아래턱이 심하게 변형된 상태였다. 사냥이 어려워 크기가 작은 넙치를 주 먹이로 삼으며 생존해왔다. 그러나 지난 6월 2일 서귀포시 중문 앞바다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국립수산과학원과 제주대 등 합동 조사팀은 부검과 정밀 분석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턱이의 아래턱은 외상성 분쇄 골절 이후 가골 형성과 섬유종 구축으로 변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바닷물이 기도로 유입되면서 복합 세균성 폐렴과 폐농양이 발생했고, 결국 패혈증으로 이어졌다. 입 안에 있던 종괴 조직은 양성 섬유종으로 악성 종양이나 전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턱이는 19세 이상 성숙한 수컷으로 비교적 양호한 영양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체내 화학물질 축적이나 척추 퇴행성 변화도 통상 나이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조사됐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장기간 관찰해 온 개체의 부검은 야생 개체군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라며 "앞으로도 연안 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류 조사를 맡았던 업체가 이번 환경영향평가에도 다시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에 따르면 환경부는 2023년 3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결정했다. 국토교통부가 한 차례 반려를 통보하고 여러 차례 보완을 거친 끝에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평가 과정에서 부실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제2공항 예정지 인근에서는 170종이 넘는 조류가 관찰됐으나 충돌 위험 평가 대상에는 39종만 포함됐다. 철새 이동이 가장 활발한 겨울철 조사가 빠졌고, GPS를 부착한 개체 수도 4종 10마리에 그쳐 실제 이동성을 평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조류 조사를 맡았던 A업체가 이번 환경영향평가에도 참여해 이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1년간 4계절에 걸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업체는 최근 법원이 기본계획 고시 취소 판결을 내린 새만금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조류 조사와 충돌 위험성 평가를 담당한 바 있다.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조류 충돌 위험성을 축소·조작했다는 비판을 받은 업체가 또다시 조사를 맡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객관적이고 신뢰받을 수 있는 조사를 하겠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사안은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과도 맞물려 있다. 법원은 조류 충돌 위험을 과소평가했다는 이유로 새만금 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했는데 제주 제2공항 역시 반경 13㎞ 안에 철새 도래지가 4곳이나 분포해 비슷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 단체들은 향후 실시설계 등 후속 절차 과정에서 행정 행위의 타당성을 두고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공항 소음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항 이용료 지원사업 이용자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17일 "올해 7월 기준 공항 이용료 지원 건수는 116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17건에 비해 2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공항 소음 피해 지역과 인근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시 13개 읍·동 지역 주민이 제주공항 출발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국내선은 회당 4000원, 국제선은 회당 1만2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은 주소지 주민센터와 공항소음민원센터 방문, 또는 전용 누리집(www.airportnoise.1945.co.kr)을 통해 가능하다. 신청 시에는 신청서와 신분증, 항공권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영수증이 없으면 탑승권과 전자항공권(e-ticket)을 함께 제출하면 된다. 제주도는 지난 3월부터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원 횟수를 기존 연 4회에서 연 6회로 확대해 주민 편의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정부의 국가균형성장 전략에 제주 제2공항 관련 사업이 포함됐다. 다만 제주도가 역점 추진해온 재생에너지와 우주수소 산업은 제외돼 아쉬움도 남겼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5극 3특 권역별 경제생활권 육성 지원방안'을 통해 제주를 '탄소중립 선도, 사계절 체류형 관광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주요 지원 전략에는 제주 제2공항, 제2공항 연계도로, 제2공항 배후도시 조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드론 실증사업, 영어교육도시, 제주 헬스케어타운도 지원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성장엔진 후보 산업군으로 제주에 '바이오'를 선정했다. 그러나 도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재생에너지와 우주수소 산업은 타 시도 사업으로 분류돼 균형성장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라며 "제주 등 특별자치도를 포함한 지방 발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제2공항 사업이 국가균형성장 전략에 포함되면서 향후 정부 차원의 지원 근거가 마련됐지만 재생에너지와 우주수소 산업 배제가 제주 지역 현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최근 법원이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하면서 '조류 충돌 위험'이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다. 제주 제2공항 역시 반경 13㎞ 안에 철새 도래지가 4곳 위치해 있고,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조사된 172종 중 39종만 반영하는 등 평가 축소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현 제주공항보다 충돌 위험이 최대 8배 높다는 분석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대체 서식지 마련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반대 단체들은 앞으로 실시설계 등 후속 절차 과정에서 행정 행위의 타당성을 문제 삼아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에 이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회견은 당초 예정한 1시간 30분보다 1시간을 더 넘겨 2시간32분 동안 진행됐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기자들과의 질문 답변을 통해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기회를 많이 가진 것은 바람직하다.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이자 선물ㆍ옵션 만기가 겹쳐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네 마녀의 날’인 이날 코스피지수는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갔다. 전날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는 이날 종가 기준 최고치도 뛰어넘어 3344.20으로 마감했다. 대선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한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도 자본시장 활성화 및 증시 부양 의지를 재확인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정부의 세법 개정안대로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할지에 대해 “주식시장 활성화가 장애를 받을 정도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라고 해서 경제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당장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 후반’으로 주저앉은 잠재성장률뿐만 아니라 1.0%에도 못 미치는 0.9%로 예상된다.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영화 ‘헤이트풀8(Hateful Eight)’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8번째 작품이다. 타란티노는 클래식 음악 대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순서대로 Op.(Opusㆍ걸작)라는 접두어로 작품번호를 명기하듯 자신의 작품에 일련의 작품번호를 붙인다. 헤이트풀8은 타란티노의 ‘작품번호(Op.) 8’인 셈이다. 영화 ‘장인’이라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그만한 자부심은 가져도 좋을 듯하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877년이고, 공간적 배경은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주(州) 허허벌판이다. 지금도 한반도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인구는 경기도 평택시 인구에 해당하는 50여만명이이니 1877년에는 거의 황무지라고 해도 무방한 곳이다. 그곳에 미국 북서부의 악명 높은 눈폭풍 ‘블리자드(Blizzard)’가 몰아치는 어느 날 영화가 시작된다. 남북전쟁이 1865년에 끝났으니 전쟁이 끝나고도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 하지만 남북전쟁의 상흔이 여전한 혼란기 속 와이오밍은 미국의 주로 편입되기 이전의 무법천지 구역이다. 그런 위험한 황무지에 ‘미니(Minnie) 잡화점’이 있다. 사막 여행자들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인 존 루스(John Ruthㆍ커트 러셀 분)는 내로
밤새 소나기와 숨바꼭질을 하였다. 텁텁해도 에어컨 바람이 싫은 어머니와 그러면 잠을 설치는 내가 벌인 전쟁이다. 초저녁에는 에어컨을 켰다가도 밤 중이 되면 꺼드려야 단잠을 주무시는 어머니 때문에 벌어진 일. 아니, 잠자리에 들면서 에어컨을 끄는 대신 열어 놓은 거실의 통창으로 소나기가 쳐들어 온 탓이 더 크다. 부리나케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니, 얼마 없어 어머니가 뒤척이며 불편해하시는 눈치다. 어떻게 알았는지 때마침 소나기가 그쳐 주길래, 다시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올여름 동안 실종됐던 시원해진 밤공기가 창틈으로 스며들어 왔다. 그 사이를 뚫고 풀벌레 소린지, 매미 소린지가 귓가를 간질인다. 문득 어린 시절의 여름밤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쇠막을 개량해서 지붕을 콘크리트로 발랐다. 70평 터에 집, 창고, 변소, 수도, 화단, 눌(마소의 꼴을 저장하는 낫가리), 쇠막까지 꽉 들어찬 집에 새로 생긴 공간이었다. 그 시멘트 지붕에는 필요에 따라 곡식이나 빼때기(고구마를 썰어서 말린 절간)를 널기도 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아버지가 어촌계장 하시던 시절에 일본 수출용으로 말리던 염장 전복이다. 해녀들이 잡아 온 전복을 어촌계가 수매해서 내장은 게우젓으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은 여러 신기록을 보유한다. 우선 역대 최대 규모 증액 예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 예산안 총지출은 728조원. 올해 본예산(673조3000억원)보다 54조7000억원 많다. 증가율이 8.1%에 이르는 팽창예산이다. 본예산 기준 처음으로 700조원 시대를 개막한다. 문제는 급증하는 지출만큼 세금 징수 등 수입이 떠받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651조6000억원) 대비 22조6000억원(3.5%) 늘어나는 데 그친다.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에만 110조원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13조원 불어나 1415조원에 이르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1.6%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선다.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미국의 무차별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감소와 내수침체 장기화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1%대 후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도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
이쯤되면 거의 여론조작이라 말하는게 나을 듯 싶다.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다. 연이어 쏟아지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수치가 오히려 도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도와 도의회, 정당과 연구기관, 나아가 언론사까지 앞다퉈 민심을 계량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고 질문은 자의적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온 조사조차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니 도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정치적 셈법에 맞춘 각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46.3%, 반대 3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찬성 응답자의 63%는 내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였다. 도당 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반대가 43.1%, 찬성이 35.9%로 반대가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도의회는 다시 별도의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는 1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인지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인지도 ▲선호 구역(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학생을 지키려다 제가 무너졌습니다." 제주시 한 고등학교 교사 A씨가 남긴 말이다. 그가 마주한 상황은 한마디로 무방비였다. 신체 접촉 피해를 입고도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가해 학생과 수학여행을 떠나야 했고, 신고를 했지만 돌아온 건 "화해하라"는 말과 "수행평가 때문에 복귀해달라"는 요구뿐이었다. 결국 A씨는 병가와 특별휴가를 연달아 사용한 끝에 교단을 떠났다. 학교는 침묵했고, 교사는 끝내 혼자였다. 사건은 지난 5월 수업 중 발생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학생을 제지하자 학생은 갑자기 A씨를 껴안으려 했고, 뿌리쳐도 다시 강하게 팔을 붙잡았다. 이후에도 새벽 시간에 문자가 왔고, 복도에서 위협적인 접근이 반복됐다. A씨는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분리 조치는 없었다.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되기 전까진 어렵다"는 설명이 전부였고, 보호 매뉴얼도 없었다.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조차 A씨가 직접 확보해야 했다. 가장 충격적인 건 닷새 뒤 그 학생과 함께 수학여행에 인솔 교사로 떠나야 했다는 사실이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A씨의 호소에도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 뒤로 이뤄진 분리 조치는 고작 5일. 병가에 들어간 A씨에게는 "수행평가 문제
이른바 ‘원시형’은 가장 본능적이며 가장 거지 본분에 맞는, 애걸복걸하는 방식으로 구걸하는 거지를 가리킨다. 이것은 고금을 통틀어 가장 흔히 보이는 거지 구걸의 기본 유형이다. 이런 유형의 거지는 예나 지금이나 다 존재하지만, 거지 항방(行幇, 동업조직)인 개방(丐幇)이 타락하고 변질되어 흑사회의 일원이 된 후에는 하위문화 단체 중에서 주류의 지위를 점하지 못했지만 이전에는 거지가 구걸하는 주체였다. 이런 부류의 거지는 일시에 곤궁해져서 사회 저층으로 전락한 가난한 사람들이거나, 한번 몰락한 후 다시 일어서지 못하여 입에 풀칠하려고 오랫동안 구걸하며 생계를 도모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거지는 대부분 소박하고 유약하다. 자립능력도 다소 떨어진다. 그 처지가 세상 사람들의 동정을 받아 동냥을 얻는다. 그래서 『관자(管子)·경중을편(輕重乙篇)』에서는 이야기한다. “백성이 태어났으나 부모가 없는 자를 고아라 한다. 처와 자식이 없으면 홀아비라 한다. 남편이 없고 아들이 없으면 과부라 한다. 이 3자는 모두 관에서 먹여 살리니 길에는 구걸하는 자가 없다. 길에 구걸하는 자가 있으면 상의 죄이다.” 고아나 노인의 의식주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이 거지가 생겨나게 되는 근원이니 거지가 출현하면 관리의 죄라고 여겼다. 이런 거지는 일반적으로 기예를 팔아 생활할 수 없고 노동도 할 수 없었으니, 불량배나 무뢰한이 되지 않는다면 애걸하며 동냥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당대 이상은(李商隱)은 『의산잡찬(義山雜纂)·불인문(不忍聞)』 중에 읊었다. “밤은 고요한데 거지 소리가 들린다.” 이런 원시형 거지는 후세에 말하는 불량배를 가리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원시형 거지는 처지가 가장 고생스럽고 사회지위도 낮아, 열등의식이 있었다. 송나라 때 왕군옥(王君玉)은 『잡찬속(雜纂續)·부득인련(不得人憐)』에서 말했다. “거지같은 성품은 자제의 재목이 되지 못한다.” 타인의 동냥으로 살면서도 노름하고 제멋대로 하면 ‘동정을 얻지 못하여’ 먹을 것이 없어 살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굽실거리고 외부의 압력을 참고 견디어 내면서 굴욕적으로 살아갔다. 그렇지 않으면 송나라 때 소식(蘇軾)이 말한 ‘거지가 좋은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것은 ‘뒷생각이 없는’ 것이다. 실로 그렇지 않은가. 처마 밑에 있는 사람이 어찌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떤 때에는 핍박을 받아 음식에 대한 이상심리가 생겨나기도 한다. 송나라 때 서현(徐鉉)의 『계신록(稽神錄)』에 기록되어 있다 : 광릉(廣陵)의 시중에서 구걸하며 살아가는 거지가 있었다. 땅에 떨어져 있는 말똥을 보기만 하면 집어먹었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이전에 다른 사람의 말을 대신 길렀는데 한밤중에 일어나서 사료를 주지 못했다. 주인이 밤마다 감독하면서 구유에 꼴이 없으면 질책하였다. 그래서 거지는 말에게 오매(烏梅) 구이를 먹였다. 말은 신맛 때문에 씹지 못하여 먹지 못하다가 굶어 죽었다. 나중에 거지도 병이 들자 말똥만 보면 걸신들린 듯 군침이 돌았다. 먹으면 오매와 같은 맛만 느낄 뿐 더러운 냄새는 맡지 못했다. 이 이야기 속에서 거지의 처지를 비추어 볼 수 있다. 이런 원시형 거지는 지위가 비천했기에 안전 또한 보장받을 수 없었다. 자신이 먹을 음식을 구걸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먹을 것이 되어 타인에게 먹히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청나라 때 수녕(睢寧) 지방에 장소삼(張小三)이란 양곡 세금징수원이 있었다. 성정이 흉포하고 인륜과 거리가 먼 인물로 사람 고기를 즐겨 먹었다. 야외로 사람을 보내어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가 쪄서는 술을 곁들어 먹었다. 아예 거지를 돈 주고 사서는 먹어치우기도 하였다. 마지막에는 자기 생부까지 먹으려 하였다. 그의 부친은 수레를 몰며 살고 있었다. 노예처럼 장소삼에게 시중들었는데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하면서 때렸다. 어느 날, 장소삼이 자기 부친이 끄는 수레를 타고 향촌으로 세금을 징수하러 나섰다. 돌아오는 도중에 그의 부친이 배가 고파서 수레를 제대로 끌지 못했다. 장소삼은 빨리 끌라며 재촉했는데 대답할 기력도 없이 부친은 길옆에 쓰러졌다. 대노한 장소삼이 몽둥이를 들고 앞가슴을 내리치자 그 자리에서 부친이 죽어버렸다. 그러자 자기 부친의 시신을 수레에 싣고 거적자리를 덮고서 수레를 끌고 갔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사 속 인류사회는 방대하면서도 끝이 없는 풍속화이다. 다른 역사의 단면, 다른 자리나 모퉁이, 다각적인 생활공간은 모두 다양한 인류의 활동무대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멈추지 않는 무대에서 단장하거나 발가벗은 채로 다른 사회 층면, 다른 직업, 다른 연령, 다른 성별의 사람들의 양태를 표현하고 있다. 역사의 풍속화에 들어간 후, 정지된 스틸 속에 여러 양태가 매 시간 매 장소마다 언어, 행위, 사상, 심리상태를 묘사하지 않은 경우가 없다. 예부터 지금까지 거지가 구걸하는 수단과 방식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하층 사회 단체의, 하위문화의 여러 군상의 양태를 분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으며 눈물도 있고 웃음도 있다. 각양각색인 다양성도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여러 가지 가식적인 면사를 벗겨내면 대부분 희극적 형식의 추태를 연출해 내면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게 만든다. 아주 오래 전에 거지는, 참고삼아 이용할 만한 여러 가지 구걸 방식을 채용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단(예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한 구걸 예술)을 이루었다. 독특한 하위문화 전승 형태로, 구걸 습속과 관례를 형성하였다. 당대에 기괴하고도 다양한 구걸 수단과 방식은 대부분 예전의 선례나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감탄할 만한 기적이며 실재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인 뉴욕에 전문적으로 거지를 훈련시키는 ‘거지 학교’가 있다고 한다. 학교는 뉴욕의 외진 지역에 위치해 있다. 입학신청하려면 학비 100달러를 내야하고 졸업하면 증서까지 발급한다. 그 학교는 6일 과정이며 야간에 공부한다. 교실에서 이론을 강의한다. 마지막 이틀 저녁에는 거리에 나가 실습한다. 강사가 나누어 강의한 내용을 길가는 사람에게 구걸하는 기술을 실연해 보인다. 그때 교장은 곁에서 실습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그중의 오류를 찾아내어 다시 구체적으로 지도하여서 졸업생 모두를 구걸하는 데에 합격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학습시킨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기술은 병원이나 약국을 가기 위하여 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가장하여 구걸하는 것이었다. 목석간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아픈 사람에게는 동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그런 선량한 본능을 십분 이용했다. 성공한 거지가 될 수 있는 비결은 이렇다 : 말솜씨가 유창하고 기민하게 반응하며 인내심이 있고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 그리고 너무 가난하고 초라하게 분장해서는 안 된다. 중산층 인물로 분장해 갑자기 곤경에 빠져서 급히 타인의 도움을 필요한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 쉽게 구걸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거지 학교를 세운 사람은 40세인 오마(Omar)로 제약공장에서 여러 해 동안 근무하였다. 학교를 설립한 주지를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공공사업이다. 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살아갈 방도를 찾지 못하는 사람을 구하려고 세웠다. 우리 학생은 절대로 부도덕한 일은 하지 않는다. 도둑질도 강도짓도 하지 않는다. 단지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선량한 마음을 내게 한 후 보잘것없는 돈 몇 푼을 받을 따름이다.” 그런데 도둑질이나 강도질을 가르치지 않는다하여도 세상 사람들의 아름다운 착한 마음에 사기를 치는 것을 가르친다면 ‘도덕적인 일’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 않는가! 하물며 그 ‘학생’들이 거지가 된 후, "도둑질도 안 하고 강도질도 안 한다"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절대 부도덕한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사기란, 일정한 조건 아래 법률이 정하지 않은 ‘도덕’ 범주에 속한다하더라도 직접 사기를 치는 수법으로 타인에게 재물을 얻는다면 다른 차원의 범죄행위가 된다. 중국에는 아직까지 거지 기법을 가르치는 전문 훈련 기관은 없다. 그러나 구걸 기술은 역사상 하위문화 내부에서, 민간에서 전승되어 온 궤적이 분명하게 남아있다. 종적을 찾아 근원을 찾아내면, 많고도 어지러운 세상사 속의 하층사회 단체의 여러 군상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민간 비밀 사회단체는 각자 일련의 규정과 직업 은어를 가지고 있었다. 하위문화에서 전승된 기본적인 상징이며 내용 중의 한 가지다. 거지 단체도 그렇다. 당대 미국학자 래리 A. 사모바, 리처드 E. 포터의 공저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 사람들이 주로 이상 행위에서 구성된 하위문하로 생각하는 것 중에서, 해당 문화의 언어 유형이 은어(argot)로 발전한다. 유랑자와 거지는 여러 가지 표준에 따르면 범죄자는 아니지만, 그들은 주류문화와 도무지 맞지 않는다. 모종 은어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은어는 특정 하위문화와 그 단체 내부에 한해서 사용하는 언어이고, 구성원은 주류문화 밖에 있다. 하위문화와 문화 단체를 이해하려면 은어를 이해하여야 한다. “은어 언어의 특정 형식일 뿐만 아니라 특정 생활방식을 반영하고……심리상태, 사람과 사회에 대한 평가, 사유방식, 사회조직과 기술능력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관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어는 언어와 행위가 서로 결함된 방식이다. 하위문화는 특수한 언어 코드를 사용하여 요구를 만족시키기에 은어는 중요하다. 그러한 기능은 첫째, 은어로 표현하면서 반주류문화를 돕기에 자위의 수단이 된다. 둘째, 공동으로 습득한 언어 코드를 통하여 하위문화 단체 내에서 일치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셋째, 진정으로 생존에 적합한 사회적 실체의 단체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일정한 하위문화 혹은 하위단체는 구체적인 환경 속에서 어떤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태도도 그들의 직업 언어 중에 반영된다. 여러 거지 단체의 은어(속어)는 강호 흑사회의 하위 언어문화 형태를 이룬다. 그렇기에 강호 여러 부류와 깊은 본질적 관계를 직관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명나라, 청나라 이래로 보이는 은어는 다음과 같다. 구걸을 괘한(掛熯, 걸어 말리다), 쇄산(碎山, 산을 부수다) ; 앉은뱅이 거지를 피가(披街, 거리를 나누다) ; 곤경에 빠졌다고 가장해 구걸하는 것을 탑상(搽相, 얼굴을 바르다), 목후(沐猴, 원숭이를 씻기다) ; 편지로 사정을 써서 구걸하는 것을 마가당(磨街黨, 길을 가는 무리) ; 여성을 데리고 다니면서 구걸하는 것을 관음당(觀音黨), 소개장을 가지고 돈을 구걸하는 것을 칭고상(稱古相, 예스럽고 수수한 상을 칭하다), 부모를 데리고 다니면서 구걸하는 것을 상문당(喪門黨), 읍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주권당(丢圈黨, 원을 던지는 무리), 울며불며 하소연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소원당(訴寃黨), 신의 이름을 빙자해 구걸하는 것을 동자당(童子黨), 뱀을 가지고 공연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차류(扯溜, 손으로 들다, 임분(臨汾)지역 방언) ; 원숭이를 부리며 공연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사노자(耍老子, 노자를 가지고 놀다) 등으로 불렀다. 이런 언어 코드는 비단 거지에게만 유행한 것이 아니라 강호 비밀 사회에서는 대부분 통용되었다. 단지 거지의 직업 특성에 국한된 언어일 뿐이다. 이 사이에 본업에 대한 은어들이 섞여있다. 예를 들어 보자. 돈을 구걸하는 것을 정파(釘把, 못 잡이) ; 사리에 어두운 것, 좋고 나쁨을 알지 못하는 것을 소렵등(小臘燈, 작은 초) ; 미인을 찰백(擦白, 닦아 하얗다) ; 이 사람을 격당마자(格檔碼子, 막아내는 놈) ; 눈을 파내는 것을 차조자(借照子, 동경을 빌리다) ; 좋지 않은 물건을 좋은 물건이라며 사기 치는 것을 매야인두(賣野人頭, 야인의 머리를 팔다) ; 재미삼아 사람을 희롱하는 것을 타붕(打棚, 막을 짓다) ; 돈을 빌리고 트집 잡아 빚을 갚지 않는 것을 도수흉(到手凶, 불행을 손에 넣다) ; 남편을 잃었다느니 처가 죽었다느니 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타단자(打單子) ; 거짓으로 친척을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했다고 말하며 구걸하는 것을 탈축두(脫軸頭, 권축을 벗어나다) ; 재난을 피해서 왔다고 거짓말하며 구걸하는 것을 심반자(尋伴子, 짝을 찾다) ; 병이 들었다고 거짓부렁 하는 것을 묘황(描黃, 황색을 묘사하다) ; 벙어리를 사칭하는 것을 화지(畵指, 손가락을 그리다) 등으로 불렀다. 현대에 와서는 여자와 노는 것을 괘마자(掛馬子, 변기를 걸다) ; 소매치기가 지갑이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을 발전(撥栓, 여닫개를 밀어내다) ; 내의 주머니를 터는 것을 번판자(飜板子, 판을 뒤집다) ; 상의 주머니를 터는 것을 개천창(開天窓, 천창을 열다) ; 장기간 한 지역을 불법 점유해 구걸하는 것을 궤점(跪點, 무릎 꿇다) ; 근거지를 산두(山頭) ; 소매치기 하는 것을 양협(兩夾, 양쪽에 끼다) ; 장물을 파는 것을 매교(賣巧)1) ; 장물을 사는 것을 흘교(吃巧)2) ; 남의 약점을 이용하거나 구실을 빌어 바가지를 씌우거나 재물을 뜯어내는 것을 흘이만(吃二饅, 만두 두 개 먹다) ; 철로를 쌍조(雙條) ; 버스를 단조(單條) ; 피를 파는 것을 도선(挑線, 선을 고르다) ; 백 원을 일간자(一杆子) ; 천 원을 조(槽) ; 만 원을 감(坎) 등으로 부른다. 이런 여러 가지는 거지의 수법(재주), 해당 비밀스런 작업, 심리상태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는 동시에 공교롭게도 그 단체의 본 모습을 증명하고 있다. 즉 대단히 복잡하면서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유랑자, 무뢰배 등 다른 흑사회 단체와 본질적으로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두 사회조직에 기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하위문화 범주에 속한 비정상적인 문화 시스템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매교(賣巧)는 한어(漢語) 어휘로 발음은 ‘mài qiǎo’로, 총명을 뽐내며 남의 의향에 영합하다 뜻이다. 능숙한 솜씨를 보이다 뜻도 가지고 있다. 2) 흘교(吃巧)는 한어(漢語) 어휘로 발음은 ‘chī qiǎo’로, 옛날 절강 지역의 풍속이다. 칠석 때 문 앞에 모여서 술을 마셨는데 그를 ‘吃巧’ 또는 ‘끽교(喫巧)’라 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간의 생명은 기(氣), 즉 에너지의 작용으로 유지되며 기의 조화와 부조화로 건강이 좌우된다.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면서 기의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곧 우리 인간이 호흡하는 원리와 같으면서 기적(氣的)인 호흡을 하는 지구상의 생채환경도 매한가지다. 천지 대자연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의 영향권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자연생태계에서 발산하는 기운, 즉 자연에너지를 활용하여 인생의 번영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힐링풍수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 할 수 있으며, 자연에서 발산하는 좋은 에너지를 교감하여 보다 건강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함이다. 힐링풍수를 통한 다양한 치유 활동은 자연, 경관, 생태, 인문, 예술에 이르기까지 대상에 제한이 없으며, 풍수와 산림을 결합한 치유의 숲 명상 프로그램 조성은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인성 회복 차원에서 필요하다. 산업화와 도시 문명, 각종 공해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힐링 풍수는 지속 가능한 생활환경 개선과 미래 건강 증진 프로그램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치유적 개념에서 힐링풍수는 입지론을 중심으로 지리적 환경과 기후적 조건에서 오는 기(氣)의 특성을 치유라는 개념에서 바라보고 있다. 풍수가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은 크게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음택 분야가 있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의 공간을 풍수의 법에 맞추어 응용하는 양택 분야가 있다. 양택은 우리가 사는 공간인 개인의 주거 형태나 한 나라의 수도 또는 도시의 입지나 형태까지 모두를 포함하는 삶의 공간을 말한다. 이는 생동하는 기운이 잘 모이는 좋은 땅에 대지를 정해 건강과 행운의 복력을 구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풍수법을 의미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 자면, 주택의 형태나 방위적인 위치, 실내 구조, 색상의 분위기, 주변 환경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풍수의 이치에 맞추어 좀 더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거 공간을 이루고자 함이다. 본 코너에서는 주로 생활 속 양택풍수를 중심으로 기(氣) 즉, 주택이나 건물을 중심으로 에너지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치유적 개념의 힐링 풍수를 다루고 필요에 따라 현대의 장묘문화, 조상의 음택풍수도 살펴보려고한다. 기(氣)는 우주공간에 작용하는 전파와 같은 생명력의 근원으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근본 미립자와 같은 존재이자 삼라만상을 움직이는 근본 생명체이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사물이다. 보이지 않는 어떤 작용은 ‘기’인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또한, 냄새도 없고 귀에 들리지도 않지만, 반드시 공간에는 어떤 유형의 ‘기’가 순행 유통하고 있다. 산천의 기운이 잘 응결된 풍수적 국세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을 막론하고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부족한 지형과 구조를 풍수 이치에 맞게 보완하고 개선해 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완벽한 명당은 극히 드물다. 명당은 만들어가는 것이며 영원한 명당도 흉당(凶堂)도 존재하지 않는다. 풍수의 이치를 응용하고 활용하여 주거의 조건을 좋은 환경으로 보완하고 개선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풍수적으로 조화로운 자연의 생태환경을 통해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주택이나 생활공간의 장소로 활용할 때 힐링풍수는 치유의 생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살 터를 정할 때는 ‘생기(生氣)’, 즉 좋은 에너지가 모이는 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풍(風)’은 공기가 유동하는 현상이며, ‘수(水)’는 물의 흐름을 말한다. ‘기(氣)’는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무형의 지기(地氣)와 공간에 존재하는 미립자인 에너지를 가리킨다. ‘기’는 중국 동양철학의 중요한 개념으로써 풍수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 이론과 방법은 모두 산천 대지의 기운이 요긴하게 모이는 곳의 문제를 가지고 전개한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신영대는? = 대한풍수연구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역술인협회 공인 역학연구원이다. 중문학 박사와 풍수학자로서 ‘제주의 오름과 풍수’, ‘명리학원리대전’, ‘풍수지리학 원리’, ‘전원시인 도연명 시선', ‘흰 구름 벗을 삼아 읽어보는 당시선’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한라산 총서'의 구비전승·지명·풍수 분야와 ‘세계자연유산지구 마을일지 보고서’ 중 풍수 분야 공동 집필자로도 참여한 바 있다. 또 제주도 각 마을 '향토지' 풍수 부문에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주관광대 관광중국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