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농촌 유학 4번째 지역으로 제주도가 확정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제주도교육청과 다음 달 3일 업무 협약을 맺고 올해 9월부터 제주도 농촌 유학을 본격 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학교 학생들은 기존에 운영 중이던 전라남도, 전라북도, 강원도에 이어 제주도로 농촌 유학을 갈 수 있게 됐다. 농촌유학은 서울 초·중학생이 일정 기간 농촌 학교에 다니면서 생태 친화적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유학 기간은 6개월 또는 1년이고, 유학 학교별로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농촌유학은 단순한 체험학습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특별한 경험"이라며 "제주도 농촌 유학 확대를 통해 학생들이 더욱 다양한 학습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1980년대 제주 곳곳에 가로수로 심어져 이국적 풍광을 선사했던 야자수가 추억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제주시는 제주시 탑동 이마트에서 제주항 임항로까지 1.2㎞ 구간에 심어진 '워싱턴야자수' 117그루를 이팝나무 등으로 교체하는 가로수 수종 갱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시는 2021년부터 제주시내 야자수를 이팝나무와 수국, 먼나무 등 다른 나무로 대체하고 있다. 이 일대 야자수를 제거하는 작업은 4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작업이 끝나면 제주시내 20개 구간의 야자수 총 1325그루 중 절반쯤이 다른 나무로 대체된다. 제주에서 야자수는 1982년께부터 가로수로 식재됐다. 하지만 야자수가 생장 속도가 빠르고 다 자라면 아파트 3층 높이인 15∼27m에 달하면서 안전사고 우려를 낳고 있다. 탑동 야자수의 경우 가로수 화단이 노후화된 데다 화단에 비해 워싱턴야자수 키가 커 강풍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태풍이 불 때면 야자수가 부러지거나 뽑혀 쓰러지고,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잎이나 꽃대가 떨어져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 키 큰 야자수가 전선과 접촉해 정전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제주시 관계자는 "현재 식재된 야자수는 태풍과 강풍 등으로 안전사고는 물론 매년 고가 사다리차를 동원해 가지치기해야 하는 등 도심 가로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수종을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 내 전체 가로수 12만2924그루 가운데 야자수는 3334그루로 약 2.7%에 해당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지방기상청은 지난 27일 제주 벚꽃이 만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4월 1일)보다 5일 이른 것이다. 제주 벚꽃이 지난 26일 개화해 하루 만에 만발한 것으로 관측됐다. 기상청은 제주지방기상청 내 벚나무 표준 관측목 벚나무에 80% 이상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제주 벚꽃이 만발했다고 한다. 현재 제주시 전농로, 제주종합운동장 일대, 제주대 입구 등 벚꽃 명소를 비롯해 도내 곳곳에 벚꽃이 활짝 피어 연분홍 꽃물결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제주에서 진달래는 지난 21일 개화해 27일 만발했다. 진달래 만발은 지난해(3월 28일)보다 1일 이른 것이다. 개나리도 지난 23일 개화해 26일 만발하는 등 봄꽃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제주시 전농로에서는 이날부터 30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 왕벚꽃거리에서는 29·30일 각각 왕벚꽃 축제가 열린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골체오름 일대에서 열리는 2025 골체오름 벚꽃축제, 서귀포시 신풍리 레포츠공원에서 열리는 2025년 제2회 신풍벚꽃터널축제 등도 29·30일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2025년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를 통해 제주 지역 국회의원 3명의 재산 내역이 확인됐다. 이 중 일부 의원은 지역구에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반면,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는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한 채(약 20억7000만 원 상당)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지역구인 제주시에는 거주용 주택이 없다. 현재 제주 거주지와 지역사무실 모두 임대 형태로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이 소유한 대치동 아파트는 시세가 높은 학군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표적인 '똘똘한 한 채'로 꼽히는 곳이다. 김 의원처럼 실거주는 지역구가 아닌 강남권 아파트에 둔 국회의원 사례는 이번 재산 공개 대상자 가운데 적지 않다. 전체 국회의원 299명 중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주택을 보유한 의원은 모두 54명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지역구에 집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역 기반의 정치활동을 하면서도 실거주는 수도권 고가 아파트에 둔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보유 행태에 대해 지역 민심과의 괴리, 신뢰도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갑)은 15억4983만원을,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은 5억2767만원을 신고했다. 두 의원 모두 지난해보다 재산이 소폭 줄었다. 강남권 부동산은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호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정작 해당 지역에 실거주하지 않는 상황은 유권자와의 신뢰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고가 부동산이 밀집한 지역에만 주택을 보유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생활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정부가 3분기 중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주 관광업계가 긴장과 기대 속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30일 제주도와 관광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 경주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를 통해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해 비자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행은 오는 3분기로 예정돼 있다. 다음 달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나올 전망이다. 제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지역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중 70~80%가 중국인일 만큼 의존도가 높아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제도 변화'를 넘어 제주 관광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2024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90만명 중 약 138만명(72.5%)이 중국인이었다. 그러나 2016년 300만명을 웃돌던 중국인 관광객은 사드 사태와 코로나19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138만명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다. 관광업계 일부에선 제주가 누려온 무비자 입국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경우, '큰손' 유커(중국 단체관광객)의 분산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주 시내 면세점 관계자는 "매출의 핵심이던 단체관광객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이나 부산과 경쟁해야 한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현재도 유커 대부분이 서울에서 쇼핑을 마치고 제주로 오는데 비자 면제가 전국 단위로 시행되면 제주 면세점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밝혔다. 제주관광협회 측도 "무비자 혜택은 제주를 찾는 중요한 동기였다"며 "이번 조치로 전국 지자체가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에 인센티브 경쟁에 나설 경우, 제주가 밀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제주관광공사와 일부 업계는 이번 조치를 중국 관광시장 전반의 회복 신호로 받아들이며 제주 역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민에 대해 무비자 조치를 먼저 시행한 데 이어 한국 정부도 단체관광객에 한정된 비자 면제를 추진한 것이어서 전반적인 중국 관광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과 제주를 연계한 단체 여행상품 개발, 콘텐츠 차별화를 통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숙박업계나 여행사에서도 "이미 중국인 관광객은 개별 자유여행으로 많이 이동하고 있고, 한국 단체여행에 대한 선호도는 예전보다 낮아졌다"며 "큰 변화보다는 방향성 변화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주 연동의 한 여행사 대표는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던 시기 내국인은 제주를 기피하곤 했다"며 "중국 단체관광객이 줄더라도, 오히려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 유치에 집중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연동의 한 호텔 총지배인 양모씨(52)도 "카지노가 없는 호텔의 경우 외국인 투숙객은 2% 남짓"이라며 "중국 단체 관광객 대부분이 중국인 운영 숙박시설과 식당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영향을 받는 업소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비자 면제 확대 움직임은 제주 관광의 구조적 고민을 다시 꺼내들게 했다. 단체관광객 유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무비자'라는 제도적 우위만으론 제주만의 경쟁력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단체관광만 바라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존 혜택에만 안주하지 않고, 차별화된 콘텐츠와 연계 상품을 개발해 제주만의 강점을 더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프로축구 K리그1 제주SK FC가 구자철의 공식 은퇴식을 오는 30일 홈경기에서 연다. 제주SK는 28일 하나은행 K리그1 2025 6라운드 수원FC와의 홈경기(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 종료 후 구자철의 은퇴식을 연다고 밝혔다. 구자철은 1989년생으로 2007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 3순위로 제주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를 포함한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며 국가대표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프로 무대의 출발점이었던 제주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한 것도 의미 깊다. 그는 해외 진출 당시 "제주로 돌아오겠다"던 약속을 2022시즌 복귀를 통해 지켰다. 복귀 후 잦은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진 못했지만 팀을 위해 헌신했고, 지역사회 행사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제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구단은 구자철의 은퇴 이후에도 인연을 이어간다. 현재 유소년 어드바이저로서의 역할을 맡기고 있다. 이번 은퇴식은 그의 제주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팬들과 함께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은퇴식은 경기 종료 후 열린다. 구자철이 직접 그라운드에 등장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예정이다. 함께 뛰었던 동료들의 영상 메시지도 전광판을 통해 공개돼 큰 울림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구자철은 "제주에서 프로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하다. 열심히 뛴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은퇴 이후에도 축구에 대한 사랑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강정항이 오는 5월부터 해외로 출항하는 크루즈의 '준모항'으로 시범 운영된다. 일부 승객의 승·하선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제주 지역 체류형 관광 활성화가 기대된다. 해양수산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주도와 협력해 오는 5월부터 제주 강정항을 해외 출항 크루즈 준모항으로 시범 운영한다고 31일 밝혔다. '준모항'은 기존의 단순 기항지(관광 후 재탑승하는 항구)와 달리 일부 승객의 승선과 하선이 이뤄지는 항구를 뜻한다. 여행객들이 강정항을 통해 크루즈에 탑승하거나 내린 뒤, 주변 관광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승선객이 강정항 인근에 머물다 승선하거나 하선한 뒤 주변 관광을 즐기는 등 지역 체류형 관광이 가능해진다"며 "제주 관광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시범 운영을 위해 강정항 내 무인자동출입국심사대를 설치하고, 세관·출입국관리·검역 등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를 거쳐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또 크루즈 관광객을 위한 맞춤형 관광 프로그램 개발과 관광 편의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해수부와 문체부는 이번 제주 강정항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제주항을 비롯한 국내 주요 크루즈 항만에 준모항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올해 근해어선 자율감척사업에 참여해 모두 9척(예비 3척 포함)의 어선을 감척 대상에 포함시켰다. 제주도는 해양수산부의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2024~2028)'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2025년 근해어선 자율감척사업에 참여해 모두 9척(예비 3척)을 감척대상으로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의 일환이다. 수산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국 단위 구조조정 정책이다. 올해 감척사업에는 전국적으로 14개 업종, 73척의 어선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국비 1867억원이 투입된다. 도는 지난 1월 감척 희망 어업인 신청을 받아 근해연승 5척, 근해자망 3척, 근해통발 1척을 최종 선정했다. 아울러 근해채낚기 2척과 근해연승 1척은 예비 대상 어선으로 지정했다. 감척에 참여하는 어업인에게는 최근 3년간의 평균 수익을 기준으로 산정된 폐업지원금과 어선 및 어구의 잔존가치를 평가한 매입지원금이 각각 100% 수준으로 지급된다. 또 어선 감척으로 실직하는 선원에게는 1인당 최대 6개월분의 생활안정지원금도 지급될 예정이다. 올해 사업에서는 어업인의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감정평가 절차가 간소화돼 기존에 5개월 이상 소요되던 절차가 2개월 이내로 단축됐고, 예비후보자 사전 감정평가 제도를 유지해 포기자가 발생해도 사업 지연 없이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는 지난해 포기율을 40%에서 1% 수준으로 낮추는 데 기여한 바 있다. 또 감척 신청 자격도 완화됐다. 기존에는 연간 60일 이상의 조업 실적이 필요했으나 올해부터는 연간 수산물 판매 실적이 120만원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소규모 어업인이나 고령 어업인의 참여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선원 지원 기준도 보다 현실화됐다. 최근 자원 감소로 조업이 어려운 어선의 경우에도 최종 출항일 기준으로 2개월 이상 근로계약이 유지되고 실제 급여 지급 내역이 확인되면 생활안정자금을 받을 수 있다. 도는 다음 달부터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함께 감정평가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감척 어선 해체와 지원금 지급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감척된 어선은 폐선 처리되거나 교육, 전시 등 공익 목적에 활용될 수 있다. 관련 정보는 해양수산부 감척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오상필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수산자원 회복과 어업 경영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감척사업의 목적을 강조하며 현장 어업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내여행이 소비자들로부터 점점 외면받고 있다. 단순한 가격이나 거리 문제가 아닌 '기억에 남을 무언가가 없다'는 근본적인 인식이 여행 선택을 결정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때 연간 관광객 1500만명을 넘기며 '오버투어리즘' 논란까지 일었던 제주가 이제는 "제주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8일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월 국내·국외 여행 동향 분석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내·해외 숙박여행(2박3일 이상)을 모두 경험한 응답자 1006명 중 81%는 해외여행에 대해 "갈 때마다 새롭고, 설렌다"고 답했다. 또 "사진으로 남길 추억이 많다",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는 응답도 80%를 웃돌았다. 반면 국내여행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기억이나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비용 측면에서도 인식의 격차는 컸다. 국내 여행 평균 비용은 1인당 23만5000원(2.99일 기준)으로 하루 약 7만9000원이 들었다. 반면 해외여행은 평균 6.56일간 1인당 172만5000원이 들며 하루 약 26만3000원에 달했다. 총액 기준으로는 국내보다 7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해외에 대해 '비용만큼의 가치가 있다'(70%), '가성비가 좋다'(55%)고 평가했다. 국내 여행은 싸지만 별로고, 해외는 비싸도 값진 경험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제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제주는 전국에서 숙박여행 경험률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기준 제주의 숙박 경험률은 77이다. 수도권(122), 충청권(114) 등과 비교해 큰 격차를 보였다. 고물가와 항공료 부담, 피로 누적된 관광 시스템, 바가지 논란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기억에 남지 않는 비싼 여행지'라는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령별로는 특히 20~30대 남성층에서 '국내 회피' 경향이 두드러졌다. 20대 남성의 50%, SNS 업로더인 20대 남성의 65%는 '해외에서는 여행자로서 대접받는다고 느낀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정서적 만족감이나 자유를 경험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제주도는 오는 28일부터 '제주 여행주간'을 지정하고, 지역화폐 지급과 관광지 할인, 시티투어 운영 등 다양한 유치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단기적인 가격 혜택보다는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제주도내 관광업계 관계자는 "여행자가 원하는 건 할인보다 이야깃거리"라며 "제주가 '남는 여행'을 만들지 못하면 소비자는 다음 여행지 선택에서 제주를 제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제주가 겪는 위기는 단순한 수요 감소가 아니라 신뢰 상실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30일 국토교통부는 하계 항공스케줄을 발표할 예정이다. 도는 주요 노선의 증편 여부에 따라 관광객 유입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 좌석 부족과 높은 운임 구조 등 근본적인 한계를 넘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내 첫 '국가유산 방문의 해'가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촬영지인 제주시 제주목 관아 등지에서 막이 오른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국가유산청과 공동으로 국가유산 방문의 해 '시즌 1' 행사를 다음 달 1일부터 진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시즌 1은 '제주의 고난과 꿈'을 주제로 역사와 향토 문화유산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 25곳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도는 오는 28일 제주시 향사당에서 제주 국가유산 방문자센터 ‘쉼팡’ 개소식을 열고, 다음달 1일부터 25개 유산을 중심으로 한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는 사계절 네 번의 시즌을 통해 모두 100개의 국가유산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각 시즌별로 차별화된 테마로 엄선된 25개 유산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명사와 함께하는 유산투어, 공연, 아트쇼, 기획전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함께 이뤄진다. 이번 방문자센터 개소식에서 첫 선을 보이는 시즌 1의 25개 스팟에는 4·3유적지,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 등의 역사적 저항과 도전 정신이 담긴 ‘제주의 고난과 꿈’ 테마의 문화유산들이 포함됐다. 또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 등 봄철 제주의 자연생태를 볼 수 있는 자연유산과 제주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칠머리당영등굿 전수관 등 무형유산도 선정됐다. 아울러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지로 주목받는 제주목관아·김녕불턱·금릉포구,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배경이 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4․3유적지 등 현대적 문화 콘텐츠와 연계된 유산들도 포함됐다. 유산 스탬프 투어는 방문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유산 탐방을 인증할 수 있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각 유산 현장에 설치된 스탬프 찍기, 사진 촬영을 통한 디지털 인증, 블랙야크 앱을 활용한 모바일 인증 등 여러 방법 중에 선택해 자신의 유산 탐방을 기록할 수 있다. 25개 유산을 모두 인증한 이들은 방문자센터 ‘쉼팡’ 명예의 전당에 기록으로 남게 된다. 또 개인별 여정이 담긴 맞춤형 포토앨범과 함께 다양한 추가 혜택을 받는다. 도는 시즌 4까지 100개 유산을 모두 인증한 이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4명에게 100만원 상당의 제주 여행상품권을 증정할 계획이다. 방문자센터 ‘쉼팡’은 국가유산 탐방객들이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이자 정기적인 소규모 공연과 이벤트, 지역 특산품·기념품을 만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된다. 자세한 내용과 참여방법은 방문자센터 ‘쉼팡’ 현장이나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누리집(http://jejuheritag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도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일회성 관광을 벗어나 제주도의 역사·문화·자연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여행 모델을 제시한다. 제주 섬의 정체성을 담은 유산들을 체계적으로 탐방하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비포장도로 보다 못한 통행 환경으로 원성이 자자했던 제주시 원도심의 산지로가 8년만에 아스콘으로 재포장된다. 제주시는 산지로를 '사괴석' 대신 아스콘으로 재포장하는 공사를 다음 달 중 착수한다고 28일 밝혔다. 산지로는 한라산 북사면에서 발원해 제주시 아라동, 이도동, 일도동, 건입동을 거쳐 제주항에 이르는 제주시의 주요 하천인 산지천 주변도로다. 동문시장, 김만덕 기념관 등이 있는 제주시 원도심의 대표적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시는 총공사비 15억원을 들여 산지로(제주시 동문로터리~산지천 용진교) 450m 구간 '제주형 탄소중립 도로 환경 개선 사업'을 올 10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시는 또 현행 4차로를 2차로로 줄인 뒤 보행로와 녹지공간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산지천을 따라 폭 1.5m로 조성된 보행로가 최대 5m까지 확대돼 보행환경이 개선될 전망이다. 도는 2017년 산지천 일대에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면서 산지로 450m 구간을 정육면체 형태의 화강석인 사괴석으로 포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지로는 통행량을 견디지 못하고 내려앉기 시작했고, 도로 전체 구간이 울퉁불퉁해져 비포장도로보다 못한 환경으로 전락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공사 구간 반대편인 서측 탐라문화광장 일대 500m에도 사괴석이 깔려 있는데 이곳은 현행 유지할 방침"이라며 "철거 대상 사괴석은 재활용이 힘들어 폐기물 처리될 예정이지만 재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피의자의 호송차를 막아 경찰과 충돌한 혐의로 기소된 제주 지역 활동가 2명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형사1부는 지난 27일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범죄 수사를 저지할 목적이었으며 폭행 정도와 공무 수행에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원심보다 더 무거운 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앞서 1심에서는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바 있다. 두 사람은 2023년 3월 4일 제주교도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공안탄압 규탄' 기자회견 직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박현우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이 탄 호송 차량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밀치거나 문 혐의를 받았다. 당시 충돌로 경찰관 3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주최 측 일부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항소심 결과가 나오자 정의당 제주도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내란수괴는 풀어주고, 노동자와 농민은 구속하는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진희 여성농민과 현은정 노동자는 기자회견 이후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진심 어린 반성을 해왔다"며 "반면 검찰은 이들의 태도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공안 프레임을 씌워 과도한 형을 구형했고, 사법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이번 판결이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문건 논란 등과 비교될 때 형평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2·3 내란 기도 문건에 대해선 책임자 처벌도 없이 넘어가면서 현장을 지키려 한 지역 활동가들에게는 실형을 선고하는 현실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며 "국민들을 길들이기 위한 사법적 겁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진희와 현은정은 농사를 짓고 생계를 이어가는 평범한 시민이자 노동자"라며 "이들을 구속한 것은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정치적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두 활동가는 제주여성농민회와 학교비정규직노조 제주지부에서 활동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사과했고, 남은 삶도 반성하며 살겠다"고 재판 과정에서 밝혔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반성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논란이 된 축구장 잔디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함께 K리그가 열리는 전국 27개 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문체부는 다음 달부터 K리그 경기장 실태 조사를 시작해 상반기 내 각 경기장의 잔디 상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경기장별 맞춤형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축구연맹은 이를 위해 연맹 내에 잔디관리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일본 등 해외 우수 사례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최근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잔디 상태 논란이 불거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강인 선수가 경기 도중 잔디에 발이 걸려 부상당한 장면이 전파를 타며 고양종합운동장을 포함한 일부 수도권 경기장의 열악한 잔디 상태가 도마에 올랐다. 문체부는 선수들의 경기력뿐만 아니라 부상 방지와 팬들의 관람 만족도까지 좌우하는 잔디 상태가 K리그 전체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후 잔디 교체 ▲인조잔디 품질 개선 ▲열선·배수시설 점검 등 실질적이고 현장 맞춤형 개선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잔디 관리의 모범 사례'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월드컵경기장은 2002 한일월드컵과 2017 FIFA U-20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는 검증된 경기장이다. 2019년 잔디를 전면 교체한 이후 철저한 유지 관리 체계를 통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그린 스타디움상'을 수상했다. 최근 열린 K리그1 대전전에서도 후반전까지 잔디 상태가 고른 컨디션을 유지하며 선수들의 플레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A매치 경기장으로 제주가 아닌 수도권을 택한 것에 대해 팬들의 반발이 거세다. 온라인 상에는 "검증된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왜 후보에도 오르지 않았나", "입장권 수익 때문에 제주를 뺐다", "제주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등 협회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는 국제공항을 통해 접근성이 높고, 체육 인프라와 경기장 관리 능력에서도 이미 검증된 지역이다. 실제로 축구뿐 아니라 농구, 야구, 태권도 등 다양한 종목의 전지훈련지로 활용된다. 매년 1만7000명 이상의 선수단이 제주를 찾고 있다. 문체부는 이번 전수조사와 별도로 올해부터 지자체와 함께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지원 공모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경기장 잔디 교체 등 시설 개선을 적극 지원하고, 향후 전수조사 대상 경기장도 점차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선수 보호, 경기력 향상, 팬 만족도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연맹과 구단, 경기장 운영 주체들과의 협력 아래 지속 가능한 잔디 유지·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에서 시티투어버스와 렌트카가 충돌했다. 30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11시 47분 제주시 용담3동 해안도로에서 시티투어버스와 렌터카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렌터카에 탑승한 모녀 2명이 경상을 입었다. 버스 탑승자 11명 중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차량 운전자들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오영훈 제주지사의 재산이 1년 만에 1억315만여원 줄었다. 김광수 교육감도 8070만여원 감소했다. 27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5년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오 지사는 1억314만9000원이 감소한 7억3200만3000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오 지사는 결혼한 장남에 대한 현금 증여와 생활비 지출로 보유 현금이 1억1500만원 감소했다고 신고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오 지사는 2023년 12월 장남 결혼 때 축의금을 받았고, 이 축의금은 전년도 재산 현황에 신고했다"며 "축의금 중 1억원 가량을 장남에게 증여했고, 나머지 현금 감소 분은 생활비 지출"이라고 설명했다. 오 지사 본인·배우자 채무는 2억2705만원으로, 종전 채무 2억5807만8000원 중 일부를 상환해 총 재산 감소액은 1억314만9000원이다. 오 지사는 본인 명의 과수원 1억8000만2000원, 건물 5억1500만원을 신고했다. 또 본인·배우자, 장녀의 예금으로 2억6405만1000원을 신고했다.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7억1350만5000원의 재산을 신고해 전년 7억9420만7000원보다 8070만2000원 줄었다. 김 교육감은 본인 명의 토지 7억1182만7000원과 본인·배우자 명의 건물 7억8041만8000원, 본인 차량 574만원, 본인·배우자·장남·차남의 예금 5억3431만7000원, 본인·배우자 채무 13억1879만7000원을 신고했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7억1512만6000원을 신고해 전년 6억9727만9000원보다 1784만7000원이 늘었다. 이 의장은 종전 신고보다 본인·배우자 토지 8048만6000원, 본인 건물 2억9300만원, 배우자 자동차 1695만원, 본인·배우자·어머니·장남·장녀 예금 3억3225만2000원을 신고했다. 채무는 1400만원 감소한 800만원을 신고했다. 도의원 중에는 양용만 의원이 198억916만3000원을 신고해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했다. 양 의원은 종전 신고액 179억1599만4000원보다 18억9316만9000원의 재산이 증가했다. 양 의원은 토지 등 부동산 가액은 큰 변화 없지만 본인·배우자·장녀 예금이 1억7187만7000원 증가했다. 채무는 15억9753만3000원 줄어든 25억5899만원을 신고했다. 현기종 의원은 보유 총재산 4억3995만원 중 48.7%에 해당하는 2억1417만4000원을 본인과 가족 소유의 가상자산 형태로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며 국정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서 경상남북도 지역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해 최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봄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발생하는데 당국의 대처가 너무 허술했다. 강풍과 이상고온 등으로 인해 초기 진화는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었더라도 인명 피해는 제대로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북 의성군에서 발화해 북동부로 확산한 산불은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들이다. 재난문자를 받고 대피하다가 차 안이나 도로 등에서 변을 당했다고 한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사전 대피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이 지자체 경계를 넘어오기 직전에야 대피 문자를 발송했다.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얼마 안 돼 변경하기도 했다. 그나마 산불로 통신망이 끊긴 곳에는 문자가 전달되지 않았다. 차량으로 취약지역을 돌고, 민방위 경보방송 등 긴급 통신수단을 강구했어야 했다. 당국의 산불 진화 역량도 문제투성이다. 초기 진화에 큰 역할을 하는 소방헬기는 산림청이 50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인 러시아산 헬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로 29대 중 8대가 가동 불가능
전선과 이어진 부실한 통신망은 이미 붕괴했다. 간간이 사선을 뚫고 흙먼지 뒤집어쓰고 돌아온 장군들은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절망적인 보고만 늘어놓는다. 그럼에도 모두들 막연히 무언가 극적인 반전反轉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들 자신도 모르는 눈치다. 우주의 기운이 모여 미국, 영국, 소련에 한날한시에 회복불능의 대재앙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히틀러가 지하총통실에서 회의를 소집한다. 수뇌부들은 그들이 메시아(Messiah)라고 떠받들어온 히틀러가 ‘어떻게 좀 해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히틀러만 바라본다. 그들은 메시아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 1950년대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빌프리트 다임(Wilfried Daim)은 히틀러와 나치 수뇌부가 히틀러를 ‘진짜 메시아’로 설정한 새로운 종교로 기독교를 대체하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폭로한다. ‘뉴 메시아’ 히틀러는 지하총통실에 소집한 나치 수뇌부에 유럽 전선 지도를 펼쳐놓고 자신이 예비해 둔 ‘기적’을 전한다. 그들의 메시아는 이미 궤멸돼 사라진 지 오래인 독일의 정예 전차부대와 사단 병력을 동원해 연합군을 일거에 궤멸하는 ‘기적의 작전’에 혼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언론의 자유는 권력을 견제하여 국민의 권리를 확대하려는 오랜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공권력을 비판 또는 감시한다는 의미에서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제도이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하고, 제4항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의 판결(Near v. Minnesota. 283 U.S.697, 1931)에 따라 언론에 대한 사전검열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사생활, 지적재산권, 음
3·19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은 서울시의 오판과 정부의 방관이 초래한 정책 참사다. 서울시는 금리인하 시기와 봄 신학기 이사철을 앞두고 실거래가격이 꿈틀대는데도 지난 2월 잠삼대청(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 대상에서 해제했다. 부동산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시장 과열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조치를 방치했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 과열 조짐이 번지자 서울시는 35일 만에 잠삼대청 토허제 해제를 철회했다. 여기에 얹어 토허제 대상을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로 확대했다. 토허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구(區) 전체가 토허제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정부 때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에도 동(洞) 단위 또는 주요 정비사업 구역 위주로 규제했다. 2·13 조치로 강남권 291개 아파트단지 토허제를 풀었는데, 3·19 조치로 2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원나라가 1276년(충렬왕 2) 탐라에 군민총관부(軍民摠管府)를 설치하였다. 이듬해(충렬왕 3)에는 동·서아막(東西阿幕:aimag)을 설립하여 소·말·낙타··당나귀·양을 방목하고 다루가치(達魯花赤)를 파견하여 이들을 감독하였다. 1300년(충렬왕 26)에 동도현과 서도현을 설치하였는데, 대촌현, 귀일, 고내, 애월, 곽지, 귀덕, 명월, 신촌, 함덕, 김녕, 호촌(狐村), 홍로, 예래(猊來), 산방, 차귀 등 15개 현이었다. 이 해에 원나라의 기황후(원래 이 때는 명종의 모후인 유성황후(裕聖王后))가 황실마를 방목하였다. 탐라에는 뱀, 독사, 지내가 많아 만약에 회색뱀을 보면, 차귀신이라고 하여 죽이지 못하게 했다. 고려시대 현촌에 특별한 것은 제주에 없는 동물로 마을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예래현(猊來縣)인 경우 ‘사자 예(猊)’가 있고, 호아현(狐兒縣)은 ‘여우 호(狐)“자를 쓰고 있다. 전승되는 말에 고려시대의 신선사상이 깃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라산을 지키기 위해 선선의 사는 집은 산방(山房)이고, 신선이 거느린 동물들을 쭉 동서로 배열했는데 지명에 호위 무사인 형제(兄弟섬)와 함께 동물로는 말(馬羅島), 호랑이(虎島:범섬), 사자(猊來), 토끼(兔山), 소(牛島), 뱀(遮歸의 신:원래는 蛇歸라는 설이 있다)을 거느리고 있다. 물론 그럴듯한 민간전승의 상상력이다. 그러나 15세기 문헌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맹수가 없다고 했다. 맹수라고 하면 곰, 사자, 호랑이, 늑대 등 사람이나 초식동물에게 사나워서 위협적인 동물을 말한다. 지리학적인 요인 때문에 제주에는 맹수가 없다. 다시 이 기록은 17세기의 문헌 『탐라지(耽羅志)』로 이어지는데, “산무악수(山無惡獸):산에는 사나운 짐승이 없다”라고 하여, 호랑이·표범·곰·승냥이·이리 등 사람을 해치는 짐승이 없고, 또한 여우·토끼·부엉이·까치도 없다고 했다. ‘토산(土産)’ 동물로는 말·소(황소, 흑소, 얼룩소)·사슴·노루·돼지·살쾡이·해달·지다리(너구리)가 있다. 물론 조선시대에는 국영목장이 돼 마·소목장이 성행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세계관의 차이로 동물에 대한 분류체계가 허술하여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누락되었다. 특히 조류는 제주도가 철새 도래지인 까닭에 새의 종류가 매우 많지만, 새들은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까마귀와 백로 정도는 틈틈이 조선시대 시문에 나오기도 하고, 상상의 동물인 용은 바다 용궁의 신이 돼 무소신으로 나온다. 전설의 동물 배도록은 16세기 저서인 『남명소승』에 처음 나온다. 백로에 관한 이야기는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가 영실의 존자암 노승에게서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임제도 이를 기담(奇談)이라고 하면서도 그대로 기록해 두었다. “여름밤에는 사슴이 시냇가로 내려와 물을 마시곤 합니다. 근래 사냥꾼(山尺)이 활을 가지고 시냇가에 엎드려 엿보니, 사슴 무리가 몰려와서 그 숫자가 백 마리인지 천 마리인지 셀 수 없는 지경인데 그 가운데 한 마리가 제일 웅장하며 털빛이 흰빛이었습니다. 이 사슴의 등 위에는 백발 노옹이 타고 있었고, 사냥꾼은 놀랍고 괴이하게 여겨 감히 범하질 못했으며 뒤에 처진 사슴 한 마리만 쏘아 잡았습니다. 이윽고 노옹이 사슴을 점검하는 것 같더니 한 가락 휘파람을 불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임제가 기록한 이 이야기가 조선시대 내내 한라산 백록담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돼 백록담의 전설로 자리 잡게 되었다. 17세기 바다 생물로는 바다거북(玳瑁)·조개·앵무조개는 우도와 가파도에서 나고, 사향쥐(香鼠)를 비롯하여 전복·모시조개(黃蛤),옥두어(玉頭魚:옥돔)·은구어(銀口魚:은어)·크고 작은 상어들·도어(刀魚:갈치)·고도어(古刀魚:고등어)·멸치(行魚)·문어와 그밖에 생선(生魚:土着魚種)들이 잡힌다. 18세기 문헌에는 조류도 기록하고 있다. 이형상 저술한 『남환박물(南宦博物)』에 들짐승으로는 살쾡이·오소리·돼지·사슴 등이 있다. 여전히 사나운 동물이 없다는 기록은 앞의 문헌과 비슷하다. 이 문헌에서는 날짐승, 즉 조류를 기록하고 있는데 매·꿩·까마귀·솔개·제비·참새·갈매기·백로·두루미·두견새·앵무새·기러기·올빼미·부엉이 등 14종이 언급돼 있고, 황새와 까치는 없다고 전하고, 대형 어류로는 상어·고래·악어(鰐魚)·수달·해달 등이 있다고 한다.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과거 동물의 역사 기록에는 누락된 것도 있고, 이미 멸종된 것들이 있다. 한라산의 사슴은 지나친 진상으로 조선 말기에 멸종되었고, 지금은 그 자리에 노루가 많이 늘어나 있으며, 멧돼지도 자주 사람들에게 목격된다. 뱀 또한 산과 계곡은 물론 민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과다한 농약의 사용 때문에 밭 주변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버려진 개들은 야생의 들개로 변해 등산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고, 마을. 해변, 길가를 가리지 않고 들고양이들이 쉽게 눈에 띈다. 동물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조류이다. 제주도는 새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새들이 오고 간다. 그런 만큼 계절마다 새들이 다양하다. 제주 토착어로 새들을 통틀어 부르는 용어로 ‘생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날질승은 생이가 된다. 그러나 새를 한 개체로 부를 때에는 생이를 ‘참새’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생이=모든 새'이고, 또한 '생이 하나=참새'가 된다. 제주인들에게 생이는 의미에 따라서 대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 일본 학자 모리 타메조(森 爲三)는 제주도 동물을 조사했는데 날개를 가진 동물로는 볼수염박쥐와 대백로, 황로, 큰덤불해오라기, 느시, 찌르레기 등 6종은 미기록이고, 두견새 울음도 들었다고 해서 제주도에 두견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6종을 합쳐 제주도 조류는 120종이 된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 조류의 특징을 말했는데 조선 반도에는 까치가 많은 데 제주도에는 까치가 한 마리도 서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까치는 아시아나 취항과 더불어 두 마리 까치를 기념으로 제주도에 가지고 온 것이 화근이 돼 오늘날 제주도에 까치가 늘어나면서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 모리 타메조에 의하면, 제주꿩은 육지의 꿩과 같은 종이고, 노랑딱새도 육지의 흰눈썹황금새라고 한다. 동백나무가 많은 관계로 동박새와 휘파람새가 극히 많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 조류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1)아비류(阿比類):아비, 큰회색머리아비, 논병아리, 검은목논병아리, 뿔논병아리. 2)전혜류(全蹊類):민물가마우지, 가마우지, 쇠가마우지. 3)노류(鷺類): 흑로, 노랑부리백로, 왜가리, 황로, 대백로, 큰덤불해오라기. 4)압안류(鴨雁類):원앙새,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흑부리오리, 황오리, 알락오리, 청머리오리, 쇠오리, 고방오리, 넓적오리, 홍머리부리, 검은머리흰죽지, 흰뺨오리, 흰줄박이오리, 비오리, 바다비오리, 흰비오리, 큰기러기, 고마가리가네(미상), 흰이마기러기, 쇠기러기, 고니. 5)응로류(鷹鷺類):흰꼬리수리, 검독수리, 말똥가리, 솔개, 매, 황조롱이, 물수리, 6)계류(鷄類):꿩. 7)앙계류(秧鷄類):흑두루미, 재두루미 느시. 8)압천조류(鴨千鳥類):댕기물떼새, 흰목물떼새, 꼬마물떼새, 흰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중부리도요, 깝짝도요, 삑삑도요, 붉은어깨도요, 세가락도요, 민물도요, 깍도요, 알라도요, 멧도요. 9)구류(鷗類):검은머리갈매기, 큰재감매기, 갈매기, 괭이갈매기. 10)해조류(海鳥類):바다쇠오리. 11)구류(鳩류):멧비둘기. 12)두견류(杜鵑類):두견새, 뻐꾸기. 13)불법승류(佛法僧類):파랑새, 14)어구류(魚狗類):미야마쇼빙(미상), 청호바새, 물총새. 15)악류(鰐類):큰소쩍새. 16)양연류(兩燕類):칼새. 17)탁목조류(啄木鳥類:딱다구리):제주큰오색딱다구리, 제주쇠오색딱다구리. 18)명금류(鳴禽類):팔색조, 큰종다리, 쇠종다리, 붉은가슴밭종다리, 밭종다리, 노랑할미새, 백할미새, 직박구리, 쇠솔딱새, 흰눈썹황금새, 노랑딱새, 큰유리새, 개똥지빠귀, 노랑지빠귀, 흰배지빠귀, 흰눈썹붉은배지빠귀, 바다직박구리, 유리딱새, 딱새, 고무시쿠이(쇠솔새의 일종), 쇠솔새, 산솔새, 떼까치, 붉은배동고비, 동박새, 밀화부리, 휘파람새, 제비, 제주박새, 제주곤줄박이, 제주오목눈이,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떼까마귀, 찌르레기, 콩새, 장박새, 섬참새, 제주참새, 붉은뺨멧새, 큰오색딱다구리, 제주맥새, 제주굴뚝새 등이 있다. 제주도 파충류(爬蟲類)는 모리 타메조가 처음 조사했는데 7종이 있다고 하는데, 1)석갈류(蜥蝎類):도마뱀, 흰줄장지뱀. 2)사류(蛇類):유혈목이, 대륙유혈목이, 누룩뱀, 실뱀, 살무사. 본도에는 귀류(龜類)에 속하는 거북, 자라가 서식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 양서류(兩棲類) 또한 모리 타메조가 처음 조사했는데 8종이 있다. 제주도롱뇽, 청개구리, 맹꽁이, 두꺼비, 배붉은두꺼비, 개구리, 옴개구리, 산개구리 등이다. 사진가 서재철의 『제주도 새』(2004)에는 텃새와 철새, 나그네 새와, 길 잃은 새로 분류하고 있다. 서재철의 분류에 의하면, 텃새로는 흑로, 말똥가리, 검독수리, 황조롱이, 매, 꿩, 멧비둘기, 흑비둘기, 큰오색딱다구리, 종다리, 직박구리, 때까치, 딱새, 흰배지빠귀, 바다직박구리, 제주휘파람새, 방울새, 박새, 동박새, 멧새, 노랑턱멧새, 어치,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참새, 찌르레기 등 26종을 소개하고 있다. 철새로는 여름철새와 겨울철새로 분류하였다. 여름철새는 슴새, 해오라기, 검은댕기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중백로, 중대백로, 쇠백로, 붉은왜가리, 왜가리, 황로, 쇠물닭, 쑥독새, 물총새, 청호반새, 파랑새, 후투티, 제비, 노랑할미새, 알락할미새, 칡때까치, 흰눈썹붉은배지빠귀, 개개비, 흰눈썹황금새, 황금새, 노랑딱새, 큰유리새, 삼광조, 꾀꼬리 등 28종을 소개하고 있다. 겨울철새로는 큰회색머리아비, 아비, 논병아리, 뿔논병아리, 민물가마우지, 가마우지, 먹황새,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저어새, 큰고니, 큰기러기, 쇠기러기, 흑기러기, 고니, 황오리, 흑부리오리, 원앙, 홍머리오리, 알락오리, 쇠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넓적부리, 발구지, 댕기흰죽지, 검은머리흰죽지, 흰뺨오리, 비오리, 재두루미, 흑두루미, 독수리,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큰소쩍새, 쇠부엉이, 물닭, 댕기물떼새, 백할미새, 긴발톱할미새, 황여새, 개똥지빠귀, 떼까마귀 등 45종을 수록하고 있다. 또 나그네새로는 물수리, 흰배뜸부기, 장다리물떼새, 민댕기물떼새, 검은가슴물떼새, 큰왕눈물떼새, 흑꼬리도요, 큰묏부리도요,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중부리도요, 학도요, 청다리도요, 알락도요, 뒷부리도요, 노랑발도요, 쇠청다리도요, 깝작도요, 꼬까도요, 멧도요, 깍도요, 붉은어깨도요, 종달도요, 흰꼬리좀도요, 좀도요, 메추라기도요, 민물도요, 제비딱새, 쇠솔딱새 등 31종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길잃은새로는 검은머리흰따오기, 쇠뜸부기, 물꿩, 검은머리물떼새, 구레나룻제비갈매기, 홍비둘기, 뮛부리장다리물떼새, 녹색비둘기, 할미새사촌, 노랑머리할미새, 잿빛쇠찌르레기, 검은바람까마귀 등 12종을 소개하고 있다. 정리하면 텃새 26종, 철새는 74종(여름철새 28종, 겨울철새 46종), 나그네새 31종, 길잃은새 12종 등 모두 합쳐 143종이 30년 동안 발로 뛰어 새를 찾아다닌 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도 육상동물상은 시베리아 아구와 만주 아구에 속해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분포하는 공통의 종들이 많고, 제주도는 동양구에 속하는 종들이 있는데 한라산의 기온 차이에 따른 다른 동물상이 나타난다. 이를 테면 해안저지대나 상록 계곡림에서는 아열대성에 속하는 곤충류나 참개구리, 맹꽁이, 팔색조, 물꿩, 흰날개해오라기와 같은 종들이 나타나며, 한라산 고지대에서는 산굴뚝나비, 가락지나비와 같은, 한대성 곤충류가 서식한다. 특히 이동성이 약한 일부 양서류, 조류, 포유류의 경우는 같은 종이라도 제주도롱뇽, 제주휘파람새, 제주큰오색딱다구리, 제주족제비, 제주동물쥐와 같이 제주 고유의 종이나 아종으로 진화된 동물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제주도가 동무리리적 위치로 인하여 무당개구리, 맹꽁이, 줄장지뱀, 쇠살모사, 누룩뱀의 남방한계선이 되고 있는가 하며, 비바리뱀의 북방한계선이 되기도 한다. 또한 제주도는 이동철새들의 중간기착지, 번식지, 월동지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2008)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그 해 음력 7월 7일에, 여대요의 장 씨 두목이 대련의 흑석초(黑石礁) 밖에서 그에게 즉위 의식을 거행하였다. 천지신명에게 제사지낸 후 그가 관할할 27명의 거지 명단을 건네주었다. 그는 ‘재능’이 있었다. 4년여 만에 단동 개방의 위세를 크게 떨쳤다. 그때부터 그는 역에서 잠을 청하지 않아도, 음식점 접시를 핥지 않아도 됐다. 비수 하나와 안테나선을 감아 만든 쇠 채찍 하나에 의지해 호의호식하였다. 구걸을 위주로 하거나 구걸만 하는 기존의 단동 개방의 생계 방식을 크게 바꿨다. 힘들이지 않고 남의 물건을 손에 넣는 방식이었다. 상대에 따라 방법을 바꾸고 구걸하지 못하면 훔쳤다. 개방의 규정을 제정하여 개방을 강성하게 만들었다. 점차 부하 중에 유형이 다른 용장 몇몇을 배양하였다. 예를 들어 ‘법야(法爺)’가 있었다. 50세 전후로 키가 컸으며 약간 곱사등으로 구레나룻이 나 있었다. 발 한 쪽을 좀 저는 귀주(貴州) 출신이었다. 일찍이 동족 형제 한 명과 아미산에서 왕노릇을 했는데 통행인에게 돈을 빼앗은 후 마침 ‘폭력배의 돈을 뺏는’ 무리를 만나 다리 하나가 부러졌다. 반년 후에 길거리에서 구걸하면서 돌아다니며 자신에게 ‘신선이 붙어 다닌다’고 핑계 대면서 재물을 편취하였다. 어느 날, 수백 리나 떨어진 고향의 정부기관에서 사람이 찾아오자 그날 밤에 도망쳐 흑룡강 숲속에서 유랑자 생활을 하였다. 그렇게 10여 년을 지내다 고향이 생각나서 달리는 차에 올라타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차를 잘못 골라 타게 되면서 대련으로 흘러들어갔다. 대련의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동향인을 만났다. 여러 해 재난을 당하여 고향의 집안사람들도 타향으로 이주했다는 말을 들었다. 거지 생활을 하고 있던 동향인에 이끌려 단동 개방에 가입하였다. 그는 학문 소양이 있어 글을 알았다. 1년 후에 ‘법야’에 임명되어 단동요 구성원의 활동 상황을 순시하는 책임을 맡았다. 개방 규칙을 어기는 자를 직접 처리할 수도 있었다. 그는 냉혹하고 무정했다. 단동 개방 중에는 규율을 어기는 반도가 거의 없었다. 구걸, 강요, 더듬어 꺼내고, 챙기는 것 모두에 각별히 힘을 쏟았다. 이제 ‘유연한 것’으로 자리를 잡은 자들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미신에 의지하여 사기 쳐서 얻은 방주다. 산동 제남에 스스로 왕 씨라고 하는 거지가 있었다. 기름레드 빛 피부에 새까만 수염을 기르고 한 쪽 팔이 잘린, 우성(禹城) 감리보(甘里堡) 사람이었다. 온종일 막대기를 짚고 큰 포대를 지고서는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저녁에 거지들이 머물고 있는 곳에 가면 기독교의 『요도문답(要道問答)』1)을 꺼내 사람들에게 읽어주면서 설교하고 포교하였다. “교회를 믿으면 정신의 의탁처가 되고 영혼이 구원받게 되나니. 예수께서 선행하고 덕을 쌓으라고 가르쳤나니.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착한 덕행을 쌓아서 좋은 사람이 되면 영혼은 영생을 얻으리라. 천국에 가게 되리라.” “하나님이 구원하신다니, 우리에게 밥을 주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 해준다는 말이요?”라고 물으면 그는 답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돌아갈 집이 없는 모든 유태인을 동정하셨고 생활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동정하셨나니. 당신이 편안하게 밥을 구걸하면 빛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될 것이오. 관건은 좋은 덕행을 쌓는 것이오. 『교의(敎義)·십계(十戒)』에서 말했나니. 살인하지 마라, 간음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언하지 마라, 네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 거지들이 머리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할 정도로 간곡하게 포교하였다. 그러자 그의 곁에는 신도가 생겨났다. 자원해 그를 ‘교부(敎父)’로 모셨고 심지어 어떤 때에는 교회에 가서 예배보기도 했다. 그의 말은 지고지상의 권위 있는 언어가 되었고 하나님의 대리인이 되었다. 신도들은 고분고분 순종하였다. 본인 자신은? 그렇게 종교 미신을 이용하여, 그 마취제를 가지고 다른 거지 무리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분화되어 나와, 개방 방주와 같은 권력을 누리는 거지가 되었다. 개방 패주의 지위를 획득하는 방법 중 가장 많이 보이는 형태는 유연함과 강함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다. 동북지방의 요충지 심양(瀋陽), 역전 광장 중소인민우의기념탑 아래에 자주 출몰하는 ‘탑 아래 사령관’으로 유명한 개방 두목이 있었다. 후(侯) 씨로 ‘후 장님’〔할자(瞎子)〕이란 별명을 가졌다. 반백의 나이의 현지인이다. 도둑질과 사기로 8년 유기징역을 받아 복역하였다. 출옥 후 직업이 없이 빈둥거리자 아내는 이혼 후 떠나버렸다. 그는 가산을 탕진하여 거지로 전락하였다. 후 장님은 보잘것없는 모습에 자랑할 만한 기술이라고는 없었지만 현지 개방의 7대 방파를 견고하게 통치하였다. 방파로는 식당을 전전하며 구걸하는 ‘절라(折羅)’파, 강편을 주워 파는 ‘강대괴(扛大塊)’파, 소매치기 조직 ‘노세(老細)’파, 피를 팔아 생활하는 ‘도선(桃線)’파, 여자를 이용해 협박하며 재물을 강요하는 ‘견로(牽老)’파, 푼돈을 구걸하는 ‘노궤(老饋)’파 등등이 있었다. 각 방파에는 자신들의 두목이 있었지만 그 두목 및 구성원은 모두 후 장님에게 공물을 바쳤다. 조금 태만하면 약간의 ‘무서운 얼굴빛’의 꾸지람을 받았다. 그는 노련하고 용의주도한 현지인이었다.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었고 폭력까지 행사하였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양수겸장 치면서 현지 개방의 패주가 됐다. 과거에 그는 ‘공안부’에서 임시 노동자로 일하면서 몇몇을 알게 됐었다. 예전에 발행한 노랗게 변한 ‘증명서’를 수중에 보관하고 있었다. 걸핏하면 ‘증명서’를 꺼내어 그 남아있는 위력으로 거지 무리에게 사칭하였다. 복종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관가’에 고발한다고 공언하며 거지들을 겁박하여 절대 복종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요남(遼南)에서 거지 셋이 심양에 갔다가 후 장님을 만났다. 그는 마치 일국의 군주처럼, 현지 토지신처럼 손을 뻗어 ‘효경하는 돈’을 요구했다. 외지에서 온 체격이 우람한 거지 3명이 어림없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는 ‘증명서’를 꺼내어 사기 쳤다. 상대방이 받아들고서 이리저리 훑어보더니만 흥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런 걸 가지고 우리에게 공갈치는구먼. 이런 장난감은 우리도 본 적이 있소이다. 당초에 우리도 ‘관가’에서 빌어먹은 적이 있구먼!” 후 장님은 상대방이 말 한 마디로 정통을 찌르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내뱉었다. “너희들 기다려. 내 곧 가서, 가서……, ‘관가’에 가서, 불러올 테니.” 오래지 않아 남색 제복을 입은 사람 몇 명이 노기충천해 달려와서는, 요남에서 온 거지 셋을 둘러싸 두들겨 팼다. 두들겨 맞아 코가 시퍼렇게 되고 얼굴이 부어오른 셋이 땅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상급자인 듯한 사람이 말했다. “가자, ‘관가’로 가서 보자!” “아닙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셋이 함께 용서를 빌었다. 당초에 ‘탑 아래 사령관’이 누구인지 몰라서 무례하게 굴었다고, 후회하고 있다고 애걸복걸하였다. “그래? 법적으로 할까, 개인적으로 풀까?” “개인적으로 하겠습니다. 우리 돈을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셋이 주머니를 털어 100여 원을 모아서 줬다. 어찌 알았겠는가, 후 장님과 서로 짜고 연극한 것임을! 그렇게 되자 ‘탑 아래 사령관’의 위명이 더 널리 알려졌다. 그를 보면 두려워하지 않는 거지가 없게 되었다. 새로 가입하는 거지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먼저 ‘탑 아래 사령관’을 진현하고 ‘후 아버지’로 모셨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Main lines of the Bible』, Goodman, Fred. S (Frederick Simoun)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5년 3월 7일부터 16일까지 제주시 봉개동 ‘아트인명도암’에서 아트스페이스산과 미술평론가 김유정이 공동기획한 <동물의 화원전>이 열렸다. 제주작가 9명의 참여작가에 18점의 작품이 선보였다. 지난 8일에는 오프닝 강연으로 ‘세계의 동물화’가 있었다. 동물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 새로운 생태적 관계가 설정돼야 하는 시대 여섯 번째 멸종의 예견되는 공포의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동물에 대한 인간의 우애 인간의 미래 시간은 불안하다. 그래서 인류세라는 말이 무섭기만 들린다. 인류세는 산업혁명이라는 편리함과 화려한 빛도 주었지만, 자기 집을 마구 파괴하는 어둠도 안겨주었다. 이제 인간의 벗은 인공지능(AI)으로 변해가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연대이지만 앞으로 치러야 할 대가는 예상하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제외한 자연계의 동물은 최대의 약자가 되었는데 그들은 오로지 본능으로만 살아가야 하는 자연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나날이 폐허가 되는 지구 환경에서 그들과 생물의 미래는 너무나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예견이 따른다. 늦었지만 우리에게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우애는 필요하다. 인간의 희망에 대한 원리가 자연 생물계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는 위대하고 아름다워 인간이 맘대로 부리거나 처분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다섯 번의 멸종을 겪었다. 현재 여섯 번째 멸종 위기 앞에 선 우리의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위기를 인간들은 크게 뉘우치고 바로 잡아야 하지만 세계는 위기 앞에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아무 죄가 없으니 인간이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제주도의 형성 신생대에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났던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한다면 약 3000만 년 전인 올리고세 초에 시작된 동해(東海)의 형성이다. 이때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일본 열도가 떨어져 나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골짜기에 처음에는 화산암과 육성 퇴적층이 쌓였고, 그 골짜기로 바닷물이 들어와 채워지면서 동해가 탄생했다고 한다. 동해가 탄생하였을 때는 마이오세 초인 약 2300만 년 전으로 이 시기부터 신진기 해성층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지금의 한반도의 모습이 갖춰진 것은 약 2000만 년 전이라고 한다. 제4기(第4期) 하면 통상적으로 빙하시대라고도 하는데 이 빙하시대를 제4기 플라이스토세를 의미한다. 이 빙하시대는 수십 차례 반복된 빙기(氷期)와 간빙기(間氷期)로 이루어지는데 빙기는 빙하가 북반구 중위도 지역까지 확장돼 추웠던 시기며, 간빙기는 빙기와 빙기 사이의 시기로 비교적 따뜻하게 온도가 풀린 시기로 빙하가 고위도 지역으로 물러나 있었다. 제4기는 지구 역사의 마지막 기(紀)로 258만 년 전 이후 지금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제4기는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Epoch)와 홀로세(Holocene)로 나뉜다. 플라이스토세는 258만 년 전에서 1만 1700년 전까지의 기간이고, 홀로세는 1만 1700년 전 이후 지금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플라이스토세에는 약 256만3000년 동안 빙기와 간빙기가 수십 차례 반복되었으며, 1만 7000년 전 홀로세에는 플라이스토세에 마지막 빙기가 끝난 후에 시작된 간빙기에 해당한다. 우리 인류는 간빙기의 끝을 향해가고 있다. 하나의 시대구분은 자주 바뀌기도 한다. 과학은 새로운 증거와 논증들이 나타나면 당연하게 수정되기도 한다. 플라이스토세의 새로운 분류가 2020년 국제지질과학연맹에서 3개의 아세로 나누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전기 플라이스토 아세(젤라절, 칼라브리아 절), 중기 플라이스토 아세(지바절), 후기 플라이스토 아세(아직 공식적인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제4절’:마지막 빙기 직전의 간빙기)로 정해졌다(최덕근, 지질시대, 2024). 제주도는 넓은 평지의 뻘과 모래로 된 지형의 해중에서 솟아난 섬이다. 섬의 가장 큰 특성은 사방이 물로 고립된 돌출된 땅이며, 한반도 남쪽 비교적 먼 거리에 있다. 타원형 모양으로 제주도가 탄생한 것은 약 188만 년 전이다. 이 기간은 젤라절(258만 년 전~180만 년 전)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제주도의 해수면 깊이는 약 44m~258m이며, 그 하부에는 모래와 점토로 구성된 퇴적층(U층)이 나타난다. 이 U층은 해수면이 가장 낮았던 시기에 육지와 연결되어 있던 제주도 초기의 환경을 보여주는 지층이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 외, 2013)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20년 넘게 구걸한 경험을 가진 거지가 말했다. “물고기에는 머리가 있고 뱀에게는 사정(蛇精)〔뱀 모양의 요괴〕이 있는 법이요. 개미에게도 주인은 있고 꿀벌에게도 왕은 있소. 우리와 같은 사람에게도 보금자리가 있고 우두머리가 있소. 기질이 세고 횡포한 사람이 여럿을 통솔하는 것이오. 조 씨, 전 씨, 손 씨, 이 씨, 주 씨, 오 씨, 정 씨, 왕 씨, 가릴 게 없소. 우두머리에게는 한 근 밥을 얻으면 반 근으로 효경하고 빵 한 덩어리를 얻으면 절반 가까이 드려야 하는 거요. 담배는 공손하게 올리고 돈은 늘 드려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매를 버는 거지요. 초짜들은 산과 같이 엄한 법규를 모르지요. 누가 이곳의 주인인지를 모르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심해야지. 눈 뜬 장님인가, 보고도 모르면 안 되지. 상대를 보면 눈을 부릅뜨고 성을 내거나 표정이 엄숙하거나 얼굴빛이 위엄이 서려있지. 패왕의 기질이 없다면 왕의 기색을 갖추었지. 그런 사람을 만나거들랑 기민하게 곧바로 달려가서 절해야 해. 어디서 왔노? 그러면, 뒤쪽에 있습니다. 어떻게 대관원에 왔노? 그러면, 저는 못해먹어서요, 얻지를 못해서요, 어른께서 관대히 봐주시고 저를 받아주십시오. 허, 이 녀석 얌전하구먼. 됐어. 날 잘 따르거라. 절대 문제 만들지 말고. 몇 살이야? 38! 됐네. 너를 다섯째로 봉해줄게, 괜찮지? 그래! 물고기는 물을 따라야하고 풀을 흙을 따라야지. 허리 한 번 숙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얼굴하고 담배를 권하며 돈을 바치면, 된 거야. 그의 사람이 된 거지. 이곳에서 밥을 얻어먹고 살 게 되는 거야.”(『중국의 개방 군락』) 그러나 개방 방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왕으로 우뚝 서는 것은 수월하지 않았다. 거지 두목은 한 지역의 토신이나 다름없었다. 평상시에는 지하에 숨어있어야 했다. 적당한 상대, 적합한 기회를 만나기만하면 땅속에서 튀어나와 자신의 권위를 발휘했다. 중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다. “약한 사람은 강한 사람을 두려워하고 강한 사람은 횡포한 사람을 겁내며 횡포한 사람은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람을 겁낸다.” 강호 사회 전통 중 ‘성과’를 얻으려면 문무의 길에서 최소한 하나의 길에 성취를 얻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었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길 수 있다. 어떤 때에는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 횡포한 것,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을 제압할 수도 있다. 당대의 개방 방주는 대부분 유연한 방법(계책)을 가지고 있거나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유연한 방법과 강함을 모두 갖춘 사람도 있었다. 강약을 모두 갖추어 자신의 지위를 확보한 것이었다. 먼저 ‘강한 것’으로 방주 자리에 앉은 경우를 보자. 1986년 12월, 각각 연주(兗州), 서주(徐州), 천진(天津), 덕주(德州) 4곳에서 올라온 거지 5명이 태주(泰州)에서 만났다. 큰 키를 자랑하는 교금성(喬金城), 28세, 빈주(濱州)시 사람으로 당시에 이미 8년 동안 구걸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앞니가 드러나 있는 20세의 장청문(張靑文)은 구걸하기 시작한지 4년이고 안휘 소호(巢湖)지구 여강(廬江)현 금려(金廬)향 출신이었다. 곱슬머리에 귀밑머리가 특색인 17세 한급문(韓及文)과 네모난 얼굴에 큰 눈을 가진 19세 이영규(李永奎) 둘은 장구(章邱)현 문조(文祖)향 삼원(三元)촌 출신으로 6년 동안 거지 생활을 했다. 신체가 다부지고 상고머리에 기질이 난폭하며 경솔하게 지껄이거나 웃거나 하지 않는 산동 사나이 공상옥(孔祥玉)은 곡부(曲阜) 남신(南新)향 왕가장(王家莊) 사람으로 12세 때에 집을 나와 구걸하였다. 사부에게서 치기와 발차기를 연마해 무공을 할 줄 알았다. 완력이 남달랐고 권법에 능했다. 그는 권법과 담대함에 의지해 거지 5명 중에서 ‘노대(老大)’(우두머리)가 되었다. 자신보다 팔구 세나 많은 교금성은 오히려 ‘노말(老末)’(막내)가 되었다. 어느 날, 그들 5명이 작은 음식점에서 우연히 만났다. 교금성이 빵 3개를 얻어서 먹으려는 순간 공상옥이 빼앗아갔다. 교금성이 불복하자 공상옥은 귀를 움켜쥐고 뺨을 몇 대 때리고는 다리걸이1)로 고꾸라뜨렸다. 같이 온 이영규와 한급문은 교금성을 도우려 나섰으나 주먹 한 대를 맞아 뒷걸음질 쳤다. 때마침 들어온 장청문이 중간에 끼어들어 좌우에 읍하며 말했다. “모두 우리 형제요. 할 말 있으면 좋게 말로 합시다. 싸우지 마시고, 싸우지 마시고!” 그때 공상옥이 벽돌 하나를 들어올렸다. 그러고서 다리를 올렸다 내린 후 숨을 내쉬고 힘을 모은 다음 손가락으로 벽돌 모퉁이를 깎자 퍽 소리와 함께 잘려나갔다. 4명은 일시에 제압당했다. 4명은 멍하니 서 있다가 곧바로 무릎을 꿇고 ‘큰형님’ 소리치면서 두목으로 모셨다. 동시에 간단한 규정을 정하고 큰형님이 배정해주는 것에 따라 행동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벌을 받기로 하였다. “방주의 말을 들으면 먹을 밥이 생긴다!” “큰형님에 의지해 쇠같이 단단한 형제애로 뭉친다. 노심할 필요 없다!” 공상옥은 그렇게 해서 거지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중국의 거지 군락』) 단동요(丹東窑) 개방의 ‘토야(討爺)’(두목)도 힘으로 방주가 되었다. 그는 현재 37세로, 원래 길림성 농촌의 농민이었다. 집을 떠나 떠돌아다니다 노잣돈이 없어 도둑질, 강도질 등 1개월에 20여 차례 범죄를 저질렀다. 결국 심양으로 가려고 차를 기다리다 은팔찌를 차고 교도소에 갔다. 1978년, 출옥하니 악명이 자자해져 아내조차 이혼 후 4살 난 아들을 데리고 떠나버렸다. 그러자 그는 하얼빈으로 가서 같이 수감되었던 사람의 지시로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다시 교도소에서 석방되자마자 대련으로 건너갔다. 상황이 좋지 않아 감히 경솔하게 강도질을 못하여 해산물 식당에서 접시를 핥으며 배를 채우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거지 2명이 나타나더니 그가 얻은 접시를 뺏어갔다. 엉키어 한바탕 싸우고 나서 무릎을 꿇렸다. 저녁에, 역 대합실에서 누워 잠을 청하려 할 때 낮에 얻어맞은 거지 2명이 동료 10명을 이끌고 와서 밖으로 나와 ‘맞대보자’고 소리쳤다. 한 판 격전을 벌인 후 그가 승리했다. 같이 온 10여 명의 거지는 무릎 꿇고 ‘어르신’이라 불렀다. 원래 그 거지 무리는 ‘단동요(丹窑窯)’였는데 대련(大連)에서는 세력이 미미해 ‘여대요(旅大窑)’에 귀속되어 있었다. 그렇게 그는 뜻하지 않게 단동 개방의 방주가 되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다리걸이, 소당퇴(掃蹚腿)로 소퇴(掃腿)라고 하기도 한다.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기로 ‘걸이’다. 무술 동작의 하나로, 발로 걸어 넘어뜨리는 것을 가리킨다. 이외에 찰각(擦脚) : 앞차기, 척이기(踢二起) : 이단 앞차기, 등일근(蹬一根) : 옆차기, 선풍각(旋風脚) : 다리를 안쪽(시계반대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감아 차는 발차기, 다른 말로는 ‘내합퇴’, 파각(擺脚) : 다리를 바깥쪽(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돌려 차는 발, 다른 말로는 ‘파련각’ 또는 ‘외파퇴’, 십자각(十字脚) : 파각의 한 종류, 쌍파련은 발로 양손닥을 차는데 반해 십자각은 한 손으로 발을 친다. 등퇴(蹬腿) : 발바닥으로 상대방 복부를 내지르는 발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