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의 선거 벽보가 제주 곳곳에 부착되기 시작했지만 유독 한 후보는 빠졌다. 기호 8번 무소속 송진호 후보다. 벽보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5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기호 8번 무소속 송진호 후보의 선거 벽보는 제주 지역에 부착되지 않았다. 송 후보는 선거 벽보 제출 마감일인 지난 14일 오후 6시까지 선관위에 벽보를 제출하지 못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송 후보 측은 벽보를 택배로 발송했으나 마감 시한 내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지연 제출로 과태료를 납부하더라도 자정 전까지 물품이 도착해야 부착이 가능하지만 이날 자정까지도 택배는 배송되지 않았다. 선관위가 직접 택배사에 배송가능 시각까지 문의했지만 "시한 내 도착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런 문제로 지난 15일 오후 제주시 남녕고 건너편 벽에 설치된 선거 벽보 등 도내 곳곳에서도 기호 8번 자리는 아예 비었다. 제주도선관위 관계자는 "송 후보의 벽보 누락은 제주뿐 아니라 일부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벽보가 도착하지 않은 이상 부착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제주 지역에는 모두 864곳(제주시 577곳, 서귀포시 287곳)에 선거 벽보가 부착된다. 벽보에는 후보자의 이름, 사진, 기호, 학력 및 경력, 주요 공약 등이 담겨 유권자가 거리에서 후보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도선관위는 벽보 내용에 거짓이 있을 경우 누구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공직선거법에 따라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하거나 임의로 철거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오는 20일까지 각 가정에 책자형 선거공보를 발송할 예정이다. 선거공보에는 각 후보자의 재산·병역·납세·전과 이력 등 정보공개자료가 담긴다. 중앙선관위 정책공약마당(policy.nec.go.kr)에서는 정당의 10대 정책과 후보별 10대 공약도 열람할 수 있다. 이번 대선 재외투표는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선상투표는 2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다. 사전투표는 오는 29, 30일 양일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시된다. 본 투표는 다음 달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투표 종료 직후 개표가 이뤄지며 당선인이 확정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전국 시·도 교육감 직무수행 평가에서 6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2025년 4월 전국 시도 교육감 직무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김 교육감은 긍정평가 59.5%를 기록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다만, 지난 3월 평가(62.7%)보다는 3.2%포인트 하락했다. 뒤를 이어 김대중 전남교육감이 56.7%로 2위, 천창수 울산교육감이 45.0%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세종 최교진(4위), 경남 박종훈(5위), 충북 윤건영(6위), 광주 이정선(7위), 경북 임종식(8위), 충남 김지철(9위), 서울 정근식(10위), 전북 서거석(11위), 인천 도성훈(12위) 순이다. 부산은 교육감 선거가 지난달 2일 치러진 관계로 이번 평가에서는 제외됐다. 이달 조사부터 결과가 반영될 예정이다. 리얼미터는 13위 이하의 하위권 결과는 비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3월 28일부터 31일,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만36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시도별로는 3~4월 기간 동안 각 800명을 표본으로 삼았다. 통계 보정은 지난해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대·권역별 가중치를 부여해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응답률은 3.4%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의 제주 공약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는 제주도정의 요구를 반영한 추가 공약 발표도 예고해 관심이 쏠린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기호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제주지역 공약의 기본 틀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기호 2번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기호 4번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제주 방문과 함께 주요 공약 발표를 준비 중이다. 이재명 후보는 경선 당시부터 강조해 온 '탄소중립 섬 제주' 구상을 공약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전기차 100% 전환, 탄소제로 주택 보급 등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제주가 선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밖에도 ▲국제 전지훈련센터 조성 ▲해양레저 인프라 확대 ▲제주4·3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제주대병원 상급종합병원 승격 추진 ▲바이오 헬스 클러스터 완성 ▲농산물 스마트 가공센터 설립 ▲해상운송비 부담 완화 등을 약속했다. 다만 제주도정이 중점적으로 요청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제주형 건강주치의 확대 등은 이번 공약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이재명 제주선대위 관계자는 "도에서 전달한 건의 사항은 현재 검토 중이며 이번에 공개된 공약은 완성본이 아니다"라며 "최종 공약안은 이르면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아직 제주 방문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는 17일 제주에서 지원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그 시점에 맞춰 제주 관련 공약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김 후보의 공약은 여당 시절 국민의힘이 추진했으나 미완으로 남긴 정책의 연장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석 후보는 다음 주 중 제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개혁신당 제주 선거캠프에 따르면 현재 후보 캠프 측과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다. ▲제주4·3의 완전한 해결 ▲제2공항 조속 추진 등 두 가지 제주 공약은 이미 확정한 상태다. 나머지 지역 공약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이번 방문에서도 본인의 상징적 유세 방식인 '학식 먹자'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일반 유세보다 소통에 초점을 맞춘 이 행사에서 그는 제주대 학생들과 학생 식당에서 식사하며 교육 정책과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현재 제주대에서는 약 20명의 학생이 참여를 신청한 상태"라며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세 방식인 만큼 행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각 후보의 공식 선거공보물은 오는 18일 책자형으로 각 가정에 발송될 예정이다. 동시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선거공약서를 통해 공약이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연중 최대 규모의 특가 항공권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행 노선은 기대만큼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일부 제주행 항공권은 편도 2400원, 전체 1만40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관광객 수와 지역 내 소비는 여전히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15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4월 제주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만7000명 줄었다.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도 9000명이 감소해 회복세라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내국인 개별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15만9000명이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공항 국내선 운항 편수도 여전히 지난해보다 168편 적고, 크루즈 입항 실적 역시 지난해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관광객 감소는 지역 소비 위축으로 직결됐다. 3월 기준 제주지역 신용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7% 감소했다. 숙박·음식업 생산지수는 9.9%, 예술·레저 분야는 19.0% 줄었다. 같은 기간 제주지역 건축허가면적도 63.1% 감소했고, 취업자 수 역시 100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항공운임만 놓고 보면 지금은 '역대급 할인' 수준이다. 일부 저비용항공사는 이달 기준 제주행 편도 항공권을 최저 2400원에 판매했고, 유류할증료와 공항시설사용료를 포함한 총액도 1만4000원대에 불과하다. 공항세보다 운임이 낮은 이례적인 구조다. 그럼에도 수요 회복은 더디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특가 항공권을 내놔도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예상만큼 탑승률도 오르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제주가 여행지로서 매력을 잃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유류할증료 인하 효과도 제주에는 제한적이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최근 3년 사이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제주 노선은 여전히 7만~10만원대 요금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보다 해외가 더 싸다'는 체감은 여전한 분위기다. 제주공항 내 국적항공사 관계자는 "운임만으로 여행지를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체류의 밀도, 콘텐츠의 설득력이 없으면 단순한 가격 인하로는 수요를 끌어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제선 노선 확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반면, 제주 노선은 점점 변두리로 밀리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7월부터 캐나다 밴쿠버 정기편을 신규 취항하고, 진에어는 동남아,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제주발 국제선은 슬롯, 수요, 항공사 운영 환경 모두에서 확장 여력이 크지 않다. 지난달 제주공항 국제선 운항 편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3편 증가하며 팬데믹 이후 가장 활기를 띠었지만 업계는 이를 구조적 회복으로 보지 않는다. 수학여행, 연휴 특수 등 계절적 수요가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만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항공편이 늘더라도 제주에 체류할 이유가 부족하다면 소비 회복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관광 정책 전문가들은 제주 관광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2000원대 항공권은 이벤트가 아니라 위기의 징후"라며 "지금 제주가 회복하지 못하는 건 가격 때문이 아니라 머물 이유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호텔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고급 호텔은 여전히 호황이지만 중소형 호텔은 내국인 수요 부진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제주도내 특급호텔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객실 예약률이 99%에 달할 정도로 바쁘다"고 전했다. 반면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중소호텔 지배인은 "예약률이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다"며 "물가 상승으로 단가를 올린 상황에서 특급호텔마저 가성비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특히 외곽 지역은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시 서광로를 시작으로 본격 시행된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이 시행 첫 주부터 도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제주도는 전국 첫 '섬식정류장'과 양문형 버스를 도입해 정시성 향상과 환승 편의, 대중교통 이용률 제고를 이끌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 그 자체다. 정류장을 찾지 못해 헤매는 승객, 방향을 혼동한 고령자들의 불편, 중앙차로에서 얽히는 택시와 버스의 정체, 정차 위치를 어긴 버스로 인한 접촉 사고까지. 시민 체감은 "기능은 없고 불편만 늘었다"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제주도는 "조기 안정화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도민 불신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정류장 구조, 예산 배분, 정책 일관성 전반에 대한 구조적 질문이 제기되는 지금 제주형 BRT는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정류장, "깔끔하지만 불편하다"는 역설 = 섬식정류장은 도로 중앙에 섬처럼 조성돼 양문형 버스의 양방향 승하차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실제 시민이 체감한 것은 "깔끔하긴 한데 타기 불편하다"는 역설적인 평가다. 서광로 6개 정류장 중 4곳은 '동광로 방면'과 '노형로 방면'으로 승차 위치가 나뉘어 있어 같은 300번대 버스라도 어느 쪽에서 타야 할지 혼동하기 쉽다. 반대편에서 버스를 놓치는 사례도 잦고, 고령자·관광객 등 정보 접근성이 낮은 이용자층은 특히 취약하다. 버스정보안내기(BIT) 고장, 승차 위치 표기 부족, 노선번호 식별 어려움 등도 혼란을 키운다. 도는 해당 문제를 알고 방향 표기와 위치도를 보완 중이지만 이미 '정류장이 헷갈린다'는 인식은 확산된 상태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도민은 "정류장은 너무 예쁘게는 해놨는데 어디서 타야 할지 매번 헷갈린다"며 "버스를 자주 타는 사람도 혼동되는데 처음 오는 관광객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도민 오모씨(63·여)는 "출퇴근 시간마다 버스를 놓치고 반대편 정류장으로 뛰어가는 사람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본다"며 "안내는 많지만 정작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류장은 공공 교통 인프라다. 낯선 이용자도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섬식정류장은 고급화된 설계가 오히려 이용자 배제를 야기하는 '역기능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화려한 정류장과 불편한 버스, 세금은 어디에 쓰였나? = 서광로 3.1㎞ 구간에 설치된 섬식정류장 6곳에는 모두 87억 원이 투입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류장 1곳당 12억원이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교차로 7곳의 개선공사, 차로 도색, 신호체계 보완 등 부대사업 전체를 포함한 금액이다. 제주도 대중교통과에 따르면 정류장 자체 조성 비용은 규모에 따라 한 곳당 약 3억5000만원에서 4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가변형 또는 중앙 상대식 버스정류장은 1억원 안팎, 고급형이라 해도 2억원 전후로 조성 가능하다. 이와 비교하면 섬식정류장은 최소 1.5배에서 2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실제 이용 효율은 오히려 낮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에 설치된 정류장은 완전 밀폐형 구조다. 외형은 깔끔하지만 버스 승하차 기능에는 오히려 불리한 구조다. 양문형 버스를 고려해 양방향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대부분의 도민은 여전히 우측문 중심의 이용에 익숙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승강장 내부도 협소해 300번대와 400번대 노선이 혼재되면서 탑승 동선이 더욱 복잡해졌다. 일부 정류장에는 밀폐형 대합실 위에 이중 지붕까지 설치됐고, 내부에는 온열 의자, 냉난방기, 공기청정기, 무선 충전기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졌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고급화 요소들이 실제 이용 편의 향상보다는 외형에 치중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정류장을 치장하는 데 예산이 집중됐을 뿐 정작 그 결과는 '덜 타게 되는 정류장'이 됐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로 기존 중앙로에 설치된 반개방식 정류장이 오히려 승하차 동선 측면에서는 더 효율적이었다는 현장 반응도 적지 않다. 이용자 중심이 아닌 정책 홍보용 외형에 방점을 찍은 설계는 결과적으로 정류장 이용성을 떨어뜨리고, 공사 기간과 예산까지 부풀린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정류장은 설치로 끝나는 시설이 아니다. 냉난방 설비, 전자 장비 유지·보수, 정기 점검 등 지속적인 관리 예산이 매년 투입돼야 하는 구조다. 결국 이번 '섬식정류장 고급화'는 단발성 사업이 아닌 지속적 세금 지출의 시작점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도민 김모씨(54)는 "정류장 안에 에어컨도 있고 의자도 좋은데 정작 버스 타기가 더 복잡해졌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예전 정류장이 낫다. 돈을 쓰려면 기능에 써야지 겉모습만 바꿔선 소용없다"고 말했다. ◇ 정책 일관성은 어디에? 혼재된 노선과 미비한 환승 체계 = 섬식정류장 개통과 함께 양문형 저상버스 22대가 투입됐지만 모든 노선이 중앙차로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300·400번대는 섬식정류장을, 200번대는 기존 가로변 정류장을 이용하는 이원화 체계가 도입 초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정류장은 새로 생겼는데 노선은 제각각이다. 환승 연계가 단절되고 동선이 꼬이는 구조다. 도는 1년 이내 전면 일원화를 목표로 양문형 고상버스를 추가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승인 절차와 도입 일정 등에 따라 변동 여지가 크다. 이와 함께 '중앙버스 전용차로'의 명칭과 실제 운영 방식의 간극도 논란이다. 도는 택시의 전용차로 진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일부 택시가 중앙차로 한복판에 정차하며 교통 흐름을 저해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버스 전용차로에서 정차나 승하차는 명백히 금지돼 있으며 앞으로는 자치경찰과 협력해 단속과 계도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주형 BRT는 '전국 최초'와 '고급화'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지만 도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복잡한 정류장, 불안정한 환승, 더 심해진 교통 정체다. 도는 "시간이 지나면 적응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교통 체계는 원래 직관적이고 반복 가능해야 한다. 시민 누구나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이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공공 교통이라 할 수 있다. 섬식정류장은 정류장 중심의 보여주기식 계획이 아니라 이용자의 동선과 일상 흐름을 우선한 실용적 설계로 전환돼야 한다. 지금처럼 정류장은 커지고 예산은 늘어나지만 환승은 불편하고 교통 흐름은 느려지는 방식이 지속된다면 이는 정책의 본질을 왜곡하는 길이다. 한대희 대전광역시 교통전문연구실장은 "대중교통은 전시용 시설이 아니라 시민의 이동권을 실현하는 기본 인프라다"며 "외형적 고급화보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와 실질적인 접근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류장을 치장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그곳에서 누구나 빠르고 쉽게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지금 제주도가 되돌아봐야 할 고민은 바로 지극히 기본적인 원칙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제2공항 사업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첫 현장 심의가 반대 단체의 저지로 무산됐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서귀포시 성산읍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환경영향평가협의회 현장 심의는 '제2공항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등 시민단체의 반발로 끝내 진행되지 못했다. 협의회는 제2공항 사업의 본격적인 환경영향평가에 앞서 항목과 범위, 방법 등을 결정하는 초기 절차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는 도, 국토교통부 제주항공청,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주민대표 2명, 전문가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주민대표 중 한 명은 제주항공청이 사전에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했다며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도는 현장 심의 무산에 따라 추후 관련 회의를 다시 소집해 일정을 재조율할 방침이다. 한편, 제주 제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551만㎡ 부지에 활주로(길이 3200m, 폭 45m) 1본과 계류장, 여객터미널 등으로 조성되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전체 사업비는 5조45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지방분권혁신위원장인 김두관 위원장이 제주를 방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제주를 찾아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도입하는 제주 행정체제 개편을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영훈 제주지사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립은 가능하다면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혼란 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경청 투어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특별자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초와 광역이 조화를 이루는 행정체제가 필요하다"며 "중앙정부에 확실히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밖에도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의 제주 이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제주도는 내년 지방선거부터 제주·서귀포시를 3개 권역으로 나눠 3개의 기초자치단체를 두는 행정체제 개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정부에 공식 요청한 상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의 과거와 오늘을 조명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 곳곳의 발자취입니다. 21세기인 지금과 1970.80년대의 풍경이 대조됩니다. 그동안 제주는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제주도청의 기록자료를 매주 1~2회에 걸쳐 여러분들에게 선보입니다./ 편집자 주
제주시 서광로 일대에 새롭게 도입된 제주형 버스급행체계(BRT) 섬식정류장을 둘러싸고 각종 민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주도가 뒤늦게 현장을 찾았다. 개통 직후부터 사고와 이용자 불편이 속출하자 도정 간부들이 일제히 현장을 찾아 해명과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15일 제주도에 따르면 오영훈 제주지사를 포함한 도 본청 실국장, 직속기관장 등 간부 공무원 20여명이 이날 오후 서광로 BRT 구간과 제주버스터미널 섬식정류장을 점검했다. 이들은 직접 양문형 버스를 탑승하며 정류장 운영 실태를 살펴보고,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불편 사항을 청취했다. 앞서 지난 9일 개통한 서광로 BRT 구간은 3.1㎞ 구간에 섬식정류장 6곳을 신설하고, 양문형 버스를 도입한 고급화 사업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도입 직후부터 승하차 혼선, 교통사고, 유턴 제한, 정류장 구조 혼란 등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 민원게시판 '자치도에 바란다'에는 개통 이후 관련 민원이 11건 이상 등록됐고, 개통 하루 만인 10일에는 섬식정류장 인근에서 버스와 승용차가 충돌해 1명이 다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도로 구조에 대한 안내 부족과 이용자 혼선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부 도민들은 "버스마다 승차 위치가 달라 오히려 불편이 커졌다", "정류장 구조가 어르신과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정류장 대기 공간이 밀폐돼 감염병 위험이 크다", "좌석이 줄고 뒷문 근처는 높아 이용이 어렵다"는 등 양문형 버스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정류장 신설로 기존 유턴 및 좌회전 차로가 사라진 데 따른 교통 체증 문제도 제기됐다. 도로 진입이 어려워졌고, 출퇴근 시간대 정체가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일부 도민들은 "차라리 출퇴근 시간대에 버스를 증편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정책 방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오 지사는 "도민 불편사항을 적극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승하차 안내 표지판 확대, 안내요원 교육 강화, 유턴 방안 마련 등 개선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형 BRT는 기존과 다른 시스템인 만큼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홍보와 시스템 이해도를 높이는 방안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는 이번 시승을 통해 간부 공무원들이 현장의 문제를 직접 체감하고, 향후 정책 개선에 반영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21일에는 제주시청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시승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도민들 사이에서는 "혼란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며 "사전 검증과 도민 의견 수렴이 부족한 상태에서 서둘러 추진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관광공사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중국 최대 생활정보 플랫폼 기업과 손을 잡았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13일 중국 상하이에서 생활정보 플랫폼 기업인 ‘따중디엔핑'과 중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 및 관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따중디엔핑은 음식·쇼핑·숙박·관광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리뷰와 정보를 제공하는 중국의 대표 생활정보 플랫폼 기업이다. 해외여행 시 중국 여행객의 76%가 사용하는 필수 앱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측은 차별화된 제주 관광상품 기획 및 개발, 중국인 관광객 편의성 향상을 위한 마케팅 협력, 제주 관광시장 동향 및 제주 여행상품 판매 관련 데이터의 상호 공유 등 중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따중디엔핑은 이번 협약을 통해 자사가 보유한 플랫폼의 위치 기반 서비스를 활용해 제주지역 골목상권과 연계한 콘텐츠를 공사와 함께 개발하고 홍보 마케팅도 강화할 방침이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가는 중국인들의 필수 이용 앱을 운영하고 있는 따중디엔핑과의 협력은 해외 관광시장 공략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제주만의 여행 정보 확산으로 편의성을 제공하고, 여행 후에는 리뷰와 콘텐츠 확산을 유도함으로써 중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에메랄드빛 제주 바다를 품은 '올레길 5코스'는 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표 도보 여행길이다. 남원포구에서 시작해 검은 현무암 절벽과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쇠소깍 다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제주의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명소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길 위에 최근 갈등과 논란의 중심이 된 공간이 있다.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연습장. 바닥에는 정갈하게 깔린 잔디 위로 골프공이 굴러가고, 천막과 철제 펜스가 공의 방향을 막는다. 주변엔 그늘막과 간이 의자도 놓여 있어 운동 후 쉴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한켠엔 '위미2리 경로당 Park Golf 동호회 연습장'이라는 커다란 안내판이 걸려 있다. 얼핏 보면 마을 공동체가 정식으로 운영하는 체육시설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연습장이 놓인 부지는 엄연한 국유지다. '대한민국' 명의로 등기된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1727-1번지, 공유수면·보존녹지지역·매각제한재산 등 중첩된 행위 제한이 적용되는 곳이다. 이 땅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제이누리>의 질의에 "해당 부지에 대한 사용 승인이나 대부계약은 체결된 적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결국 이 연습장은 아무런 행정 절차 없이 수년째 국가 땅을 무단 점유해 온 셈이다. 현직 위미2리 이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임 이장이 원희룡 전 도지사 시절 마을 행사에서 '노인 복지를 위해 도가 땅을 매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그 이후 도의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제이누리>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등 관련 기관을 두루 확인한 결과, 그 어떤 행정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 말뿐인 이야기였다. 제주도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서귀포시 체육진흥과와 공유지 조성 여부를 확인했지만 담당자 모두 '처음 듣는 일'이라고 답했다"며 "현재 부서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팀장님도 해당 사실은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체육진흥과 역시 "행정적으로 예산이 투입된 바도 없고, 관련 협의나 보고가 이뤄진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남원읍 주민자치팀은 "예전부터 시설물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행정 절차로 들어 선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즉, 이장이 주장한 '도 매입 추진설'은 사실무근이다. 행정 어디에서도 이 사안이 알려지거나 다뤄진 적조차 없다. 현재 위미2리 경로당을 관리하는 노인회장 A씨도 "지난해부터 회장을 맡아 전임 회장이 조성한 걸 그대로 이어받았을 뿐"이라며 "공식 허가나 신청 절차는 없었고, 도에서 매입한다는 말도 전해 들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요즘은 하루에도 50명 가까운 어르신들이 오신다. 매일 이곳에서 공을 치며 운동하고, 서로 얼굴도 보고 건강도 챙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캠코에서 원상복구 얘기가 나오고, 민원까지 들어왔다니까 당황스럽다"고 답했다. 연습장을 이용 중인 고령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격앙돼 있다. 한 파크골프 이용자는 "실내 파크골프장은 갑갑해서 못 간다. 여기는 바다도 보고 바람도 맞고, 진짜 기분 좋아진다. 이걸 없앤다는 건 너무하지 않나. 여기가 북한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이용자는 "우리가 매일 쓰니까 풀도 깎고, 바닥도 정리하고 깔끔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정작 국유지를 맡고 있는 캠코는 그동안 뭐 했나. 수풀만 무성하게 방치돼 있던 걸 우리가 이렇게 가꿨다"고 반박했다. 이곳이 논란의 중심이 된 배경엔 올레길 5코스가 자리한다. 공식 코스는 원래 해안을 따라 곧장 이어지는 경로지만 연습장이 조성되며 이용자들이 우회로로 돌아가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골프장 이용객들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불편하다며 사유지를 통해 돌아가게 안내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었다. 올레길을 걷던 도민 정모씨(33)는 "원래 이 길은 제주에서 바다 풍경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길"이라며 "지금은 천막과 철망에 다 가려져 있고, 길도 중간에 막혀 있다. 정식 도보길 위에 아무나 시설을 무단으로 설치해도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서울에서 온 관광객 김모씨(22)는 "올레길은 바다를 보며 걷는 게 매력인데 여기만 오면 시야가 가려진다. 국유재산 안내 표지판과 파크골프장 표지판이 혼용돼 있어서 정식 시설인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파크골프는 제주 고령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운동이다. 그러나 최근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공공재산 위에 무단으로 설치되는 '사적 연습장' 형태가 늘고 있다. 경남 창원시 내서읍의 한 완충녹지에는 창원시파크골프협회 소속 동호인들이 무단으로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5년 넘게 사용해왔다. 이들은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국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었다. 해당 부지는 체육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완충녹지'로 지정돼 있었다. 그럼에도 창원시는 이곳에 천연 잔디를 깔아주는 등 지원을 했고, 지역 국회의원은 도로공사와 협의를 통해 사용을 도왔다. 캠코 관계자는 "이 땅은 사적으로 매입하거나 거래할 수 없는 국유지다"며 "마을이 도에서 '사준다'거나 '매입해준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해당 부지는 오로지 공공 목적에 따라 제한적 허가 또는 대부만 가능한 재산이다"고 밝혔다. '도에서 매입해주겠다', '도지사와 얘기했다', '도의회에서 논의 중이다'라는 말들은 있었지만 그 어떤 주장도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은 없었다. 제주도 공유재산심의회 회의록, 서귀포시 예산 편성 문서, 도의회 회의 자료, 캠코 협의서 모두에서 관련 내용은 단 한 줄도 확인되지 않았다.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위한 공간, 고령자의 여가 활동, 지역의 커뮤니티 시설은 분명 소중하다. 그러나 그 어떤 공익도 '절차 없는 점유'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방치된 국유지보다 주민이 쓴 게 낫다'는 인식은 모든 공공질서를 허무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배우 황정음(39)이 자신이 소유한 가족 법인 자금을 횡령해 가상화폐에 투자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임재남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황정음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는 2022년경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 소속 기획사의 법인 자금 43억4000여만 원을 임의로 인출해 이 중 약 42억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 황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황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한 것"이라며 "법인이 직접 코인을 보유할 수 없어 본인 명의로 일시적으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범행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기획사 수익 대부분은 피고인의 연예 활동에서 발생했고,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귀속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현재 일부 코인을 매도해 피해 금액을 변제했고, 나머지도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갚아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씨는 새로 계약한 소속사 와이원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부끄러운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회사 명의의 자금이었지만, 제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이라는 생각에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필요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씨에 대한 2차 공판은 오는 8월 중 열릴 예정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847억원과 영업손실 326억원, 당기순손실 327억원을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제주항공이 이날 공시한 올해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5559억원에 비해 1712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789억원, 472억원 대비 적자 전환됐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에 지난해 1분기보다 14% 가량 운항편수를 줄이고, 정비사·조종사·운항관리사 등의 채용을 통해 운항 안정성 강화에 집중했다. 또 올해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1328원에 비해 125원 증가한 1453원으로, 항공기 임차료, 정비비, 유류비 등 달러로 결제하는 관련 비용도 증가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1월에 B737-8 항공기 1대를 구매 도입한데 이어 상반기 중에 2대를 추가로 구매 도입하는 등 신규 항공기를 지속적으로 도입해 여객기 평균 기령을 낮추는 동시에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리스 항공기는 반납하고, 신규 항공기를 구매 도입하는 항공기 운용 방식의 변화를 통해 연간 14% 가량의 운용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다음달 5일 인천~하코다테 노선에 신규 취항하고, 인천~후쿠오카·히로시마 노선, 부산~도쿄(나리타)·후쿠오카 노선 증편 등 일본 노선 공급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인천~싱가포르 노선 신규 취항, 제주~시안·마카오·방콕 노선 운항 재개 등 노선 경쟁력을 강화해 실적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개혁신당 제주도당도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조직을 공식 출범,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개혁신당 제주도당 선대위는 15일 양기문·양해두씨를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총괄선대본부장에는 현경후씨, 상황실장에는 백만흠씨를 각각 임명했다. 부위원장단에는 구현수, 김보현, 김명군, 최은경, 현화림씨가 이름을 올렸다. 각 본부별 책임자로는 ▲기획본부장 양승우 ▲홍보본부장 권춘명 ▲정책본부장 한승만 ▲조직본부장 라상균씨가 임명됐다. 여성위원장에는 박소현씨, 청년위원장에는 정윤미씨가 각각 선임됐다. 이와 함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도 이른 시일 내 제주를 직접 방문해 지역 민심을 듣고 선거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개혁신당 제주 선대위에 따르면 이준석 후보는 ▲제주4·3의 완전한 해결 ▲제2공항 조속 추진 등 두 가지 제주 공약을 우선 확정한 상태다. 추가적인 제주 공약은 현장 방문 과정에서 도민들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제주대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며 정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누는 '학식 먹자'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현재 제주대에서 약 20명의 학생이 행사에 참여 신청한 상태"라며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후보 특유의 현장 유세가 제주에서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대위 인선은 도민과의 밀착 소통을 강화하고 실용적인 정책을 알리기 위한 기반 마련"이라며 "이준석 후보와 함께 제주의 현안에 실질적으로 응답하는 유세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해두 위원장은 제주시갑 선거구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제주도의원 후보로 출마한 경력이 있다. 양기문 위원장은 서귀포시 선거구 조직위원장으로 과거 국민의힘 제주도당 청년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에서 중국 현지 맛을 구현한다며 신고 없이 밀반입한 불법 식자재를 사용한 중국 음식 전문점 2곳이 적발됐다. 제주자치경찰단은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및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제주시내 중국 음식점 2곳을 적발해 수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시 한 고급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34)는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불법으로 구매한 식자재를 사용해 요리를 조리·판매하다 지난 12일 적발됐다. A씨는 '회과육', '매재구육' 등 중국 요리에 사용할 특제 소스 22.5㎏, 건채소 10㎏, 녹차 5㎏ 등 모두 37.5㎏ 분량의 식자재를 무신고로 수입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조사에서 "국내 유통 재료로는 중국 본토의 맛을 내기 어려워 직접 구매해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적발 사례는 지난 14일 제주시내에 개업한 중국 유명 쌀국수 체인점이다. 운영자인 B씨(45)와 C씨(46)는 중국 본점의 식자재 제조공장과 직접 거래해 15종류 모두 173㎏ 분량의 식자재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소분해 밀반입했다. 이들은 쌀국수 육수에 사용하는 마라 소스, 건면 등 주요 식자재를 주방에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와 C씨는 "첫 점포 개설이라 식자재 물량이 적어 정식 수입 절차를 밟기 어려웠다"며 "체인점이 확대되면 정식으로 수입 신고를 할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 자치경찰단은 두 음식점에서 사용한 불법 수입 식자재 모두 210㎏을 압수해 전량 폐기 조치했다. 현행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르면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 식자재를 반입하거나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해당 식자재로 조리된 음식을 판매할 경우 식품위생법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도 가능하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이하 '도선관위'라 함)는 제21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장애인·어르신·임산부 등(이하 ‘장애인 등’이라 함) 거동이 불편한 선거인들을 대상으로 거주지에서 (사전)투표소까지 이동을 위한 왕복 차량 운행 등을 지원한다고 15일 밝혔다. 교통편의를 제공받고자 하는 장애인 등은 도 및 시선관위 또는 주관 기관·단체에 오는 1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사전투표는 오는 30일까지)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도선관위는 이번 교통편의 제공 주관 기관·단체로 제주도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제주도시각장애인+(플러스) 지원센터, 한국농아인협회제주도협회,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서귀포시지회를 지정했다. 제주도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와 한국농아인협회제주도협회는 등록된 회원에 한 해 교통편의를 제공한다.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제주도시각장애인+(플러스) 지원센터, 한국농아인협회제주도협회는 다음달 3일 선거일에만 교통편의를 제공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올해 1분기 1021명의 20대 청년이 제주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순유출 인구 2165명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고용 위축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제주가 '청년이 떠나는 섬'으로 전락하고 있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제주는 수출과 일부 산업 지표에서 반등 흐름을 보였지만 고용·소비·관광 등 청년층 삶의 기반이 되는 주요 지표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청년층 고용률 급락과 인구 순유출 심화로 인해 지역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제주의 전체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p 하락한 68.8%로 집계됐다. 그러나 청년층(15~29세)의 고용률은 4.5%p 하락하며 낙폭이 두드러졌다. 공식 실업률은 4.3%지만 주요 청년 고용 업종인 건설업과 서비스업에서 대규모 취업자 감소가 이어지면서 체감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건설업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00명 감소했고,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군에서도 3000명 이상 줄었다. 이는 청년층 일자리 붕괴로 직결되고 있다. 청년유니온 제주지부 관계자는 "청년층의 주된 취업 분야가 줄줄이 붕괴하면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제주를 등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청년층의 탈제주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1분기 제주 인구 순유출 규모는 2165명이다. 이 중 20대가 1021명을 차지했다. 제주시(-1647명), 서귀포시(-518명) 모두 인구 유출을 기록했고, 10대(-641명), 30대(-125명)에서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니라 제주가 더 이상 청년층의 삶의 터전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일자리가 없어서’, ‘살 집이 없어서’, ‘가능성이 없어서’ 떠나는 청년들의 선택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제주 청년참여기구 청년위원 이모씨는 "이제는 '청년 유출'이라는 말조차 식상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며 "단순 청년 정책이나 창업 지원을 넘어 안정된 주거와 일자리, 지역사회 참여 기회가 뒷받침되는 구조적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청년위원 김모씨는 "지금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업과 인구의 동시 붕괴는 단순한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경제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는 위기"라며 "청년층을 위한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정책 개입 없이 제주 경제의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가상화폐 투자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인 뒤 불특정 다수로부터 수억원을 가로챈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제주경찰청은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및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투자 리딩 사기를 벌인 4개 조직 총책과 팀장, 전화상담원 등 25명을 검거하고 이 중 20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2023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인천 일대 오피스텔 등에 콜센터를 차려두고 총책-팀장-상담원 구조로 역할을 분담한 뒤 전화와 SNS를 통해 투자 사기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회사 팀장 등을 사칭하며 '손실을 가상자산으로 보상하겠다', '상장 예정 코인을 미리 구매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등의 말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후 피해자들이 가짜 가상화폐 거래소 홈페이지에 가입하도록 유도한 뒤 자산이 입금된 것처럼 화면을 조작하고 추가 투자를 유도해 돈을 가로챘다. 이들 조직이 48명의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투자금은 모두 7억3370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실제 거래가 이뤄진 코인이나 가상자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허위 조작된 거래 시스템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대부분 수익금 인출 요청이 들어오면 지급을 거부하거나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마무리한다"며 "SNS나 전화로 접근해 투자를 권유하는 이른바 '투자리딩방'은 대부분 사기일 가능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 외에 추가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윗선 추적에도 나설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제주지부가 교사들이 교육청의 과도한 행정업무와 공문 처리에 시달리고 있다며 "교사를 공문에서 해방시키고 교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제주도교육청은 교사를 짓누르는 행정을 중단하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라"며 "교육청이 비대해지고 고위직과 행정직은 늘었지만 정작 학교 현장은 공문 처리로 더 바빠졌다"고 주장했다. 전교조가 이날 공개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4월 두 달간 도내 학교에 하달된 공문은 평균 1161건이다. 코로나19 방역 대응으로 공문이 폭증했던 2022년 같은 기간(평균 666.5건)보다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월 공문량은 평균 614건이다. '3월 공문 없는 달' 정책이 시행됐던 2022년(231건)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었다. 4월 역시 평균 547건으로 2022년(435건)보다 25% 증가했다. 전교조는 이에 대해 "과거에는 3월 공문을 줄이면 4월에 몰려 혼란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3월과 4월 모두 공문 부담이 커진 상태"라며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행정 중심의 학교 운영 구조가 고착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교육청이 '학교 현장 지원'을 명분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고위직과 행정직 인력을 확대했지만 학교가 체감하는 것은 '지원'이 아닌 '행정 부담'"이라며 "지침과 매뉴얼은 늘고, 보고 체계는 더 촘촘해져 교사는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교육은 행정만으로 이뤄질 수 없고, 공문에 갇힌 교사는 더 이상 교사일 수 없다"며 "스승의 날에 교사의 본질적 역할을 돌아보고, 진정한 교육 회복을 위해 교사들을 행정에서 교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지방기상청이 여름철 방재 기간 동안 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해안지역 강수량 중심으로 조정해 시범 운영에 나선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제주의 특수한 지형을 고려해 올 여름철부터 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해안지역 강수량으로 조정해 시범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긴급재난문자는 CBS(Cell Broadcasting System) 기능을 통해 휴대전화로 발송된다. 호우 등 재난 발생이 예상될 경우 40데시벨(dB)의 알람과 함께 읍·면·동별로 수신자에게 전달된다. 호우 긴급재난문자의 발송 기준은 ▲1시간 강수량 50㎜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이거나 ▲1시간 강수량이 72㎜ 이상일 경우다. 발송 시범 기간은 여름철 방재 기간인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다. 기상청은 해당 제도를 2023년 수도권에서 처음 시범 운영한 뒤 지난해 전남과 경북으로 확대했고, 올해부터는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처음 시범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제주도는 한라산(1950m)을 중심으로 산지와 해안 간 강수량 차가 극심해 산지에만 폭우가 내리더라도 전 지역에 재난문자가 발송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돼왔다. 실제로 중산간과 산지 일부 지역에만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행정구역상 읍·면·동 전체에 문자가 발송돼 주민 불편과 혼란이 컸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기상청은 이번 시범 운영에서 대다수 주민이 거주하는 해발 200m 이하 해안지역에서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긴급재난문자 발송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현재 기상청은 해발 600m 이상을 산지, 200~600m를 중산간, 200m 이하를 해안지역으로 구분해 기상특보를 발표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타 지역처럼 행정구역 단위로 일괄 발송할 경우 제주에서는 중산간이나 산지에만 국지적으로 비가 내려도 전체 주민에게 문자가 발송되는 문제가 있다"며 "올해는 우선 해안지역 중심으로 기준을 정해 시범 운영하고, 효과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제주도소방안전본부의 수년간 출동 사례를 분석한 결과 산지 또는 중산간 지역에만 호우 특보가 발효됐을 때는 실제 피해가 거의 없었다"며 "지형적 특성과 재난 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가 전국 매장을 대상으로 자산 정리 수순에 들어간 상황에서 제주 서귀포점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계약해지가 통보된 일부 임대 매장 외에도 직영 매장 역시 부동산 자산 유동화를 위한 매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시각이다. 15일 마트산업노조 및 홈플러스노조 등에 따르면 서귀포점은 임대 매장이 아닌 홈플러스 소유의 직영 건물로 현재 계약 해지 대상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홈플러스 본사가 실질적으로 현금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자산 가치가 맞는다면 서귀포점 역시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철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사무국장은 "지금 당장 계약 해지가 통보된 17개 임대 매장도 있지만 회생 절차에 따라 직영 매장 역시 자산 유동화를 위해 매각될 수밖에 없다"며 "서귀포점도 마찬가지로 가격 조건이 맞는다면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마트산업노조 제주본부장은 "현재 노조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책임을 묻기 위한 상경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며 "서귀포점 내부적으로는 사측으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설명도 전달되지 않아 직원들은 물류 공급 중단 등 현장의 이상 기류 속에서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서귀포점 내부에서는 최근 일부 품목에 대한 물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전국적으로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 측은 홈플러스가 최근 계약 해지를 통보한 임대 매장들은 단기적인 현금 확보나 회생계획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결국 현금 유동성 확보다. 부동산 가치가 있는 점포에 대해서는 직영 여부를 막론하고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노조의 해석이다. 노조 관계자는 "서귀포점처럼 지역 내 대체 근무지가 없는 점포에 대해 매각이나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면 직원들의 생존권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역사회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법원의 회생계획안 제출 마감일인 다음달 12일까지 남은 점포에 대한 추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 과정에서 추가 폐점 통보가 이어질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곤 60분 회의하면 59분 동안 마이크를 독점한다는 수군거림이 있었다. 헌법재판소에 탄핵 피청구인으로 서서도 80분간 마이크를 놓지 않는 모습을 모두가 보기도 했다. 영화 ‘다운폴’ 속 히틀러도 그에 못지않다. 지하벙커 속에서 절망적인 마지막 14일 동안 히틀러는 모든 발언을 독점하고 끝없이 ‘한탄’과 ‘샤우팅’을 반복한다. 히틀러는 유언장도 1부와 2부로 장황하게 작성해 놓고도 나치의 합참의장이었던 빌헬름 카이텔(Wilhelm Keitel) 장군에게 보내는 또 다른 유언장을 작성한다. 히틀러 본인 서명이 들어간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 문서다. 참으로 할 말이 많았던 인물이다. 그 유언장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민족과 독일군은 이 길고도 힘든 싸움에서 모든 것을 마지막까지 바쳤다. 그 희생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나의 신뢰를 악용했다. 전쟁을 치르는 도처에서 불충과 배신이 투쟁의 힘을 훼손했다… 이 전쟁에서 독일 민족의 노력과 희생은 너무나도 커서 나는 그러한 노력과 희생이 허사가 됐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히틀러는 마지막 순간까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당연히 자책도 하지 않았다. 히틀러 자신
우리나라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 주 헌법 96조는 '공무원은 개별 정당이 아니라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다'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 헌법과 유사하다. 다만 여기에 더하여 '공무원은 그 의무 수행 과정은 물론 수행 범위 밖에서도 항상 민주적 헌법 국가에 종사할 것을 선언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부분은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Civil servants shall be the servants of the entire people rather than of an individual party. The civil servants must declare his/her support of the democratic constitutional state at all times and must be loyal to it in the course as well as outside of the performance of his/her duties. # 민주적 헌법질서에 종사하는 공무원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민주적 헌법질서이다. 역사상 최초의 헌법 공
“어머니, 어디 가십디강?” 이른 아침 어머니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고 보니, 어머니가 주무시면서 잠꼬대를 하신다. 꿈을 꾸셨나 보다. 103세 어머니가 꿈속에서 당신의 어머니를 만나시다니.... 어머니 임하용님은 1880년 명치 13년에 출생, 43세에 막둥이 딸을 낳으셨다. ‘성춘(成春)’이라 부르실 적에 ‘네 인생에 봄을 이루어라’ 기원하셨을 할머니를 생각해 본다. 살아 계시다면 146세가 넘으셨을 터. 그래도 꿈속에서 만난 어머니는, 생생한 땀 냄새에서 달콤한 살 내음이 느껴지는 제주 여인이 아니었을까? 초등학교 때 일이다. 어머니가 클방(정미소)에서 쌀을 한 짐 지고 오셨다. 아, 그 껍질을 갓 벗겨낸 쌀(곤쌀)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라니.... 우리는 그때 쌀을 일컬어 ‘고운 쌀’이라고, ‘곤쌀’이라 불렀다. 그 투명하게 기름기가 흐르는 쌀 한 줌을 입에 털어 넣고서 씹고 또 씹으면 흘러나오던 달짝지근한 맛, 그 비몽사몽의 감미로움이여! 어머니가 쌀 구덕을 난간에 부려놓자마자, 나는 얼른 팔을 뻗어서 쌀 한 줌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혹시나 꾸중이 날아 올까 봐 얼른 달아날 태세를 취하였다. 그러자 막 머릿수건을 벗어서
우리 사회의 답답하고 우울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국민 노릇 하기 힘들다’고 푸념한다. 그렇지 않아도 먹고살기 팍팍한데 지난해 겨울,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난데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계엄 선포 및 대통령 탄핵 요건, 내란죄 등을 규정한 헌법과 법률 공부를 해야 했다. 올봄,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자 다른 숙제가 등장했다.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내란죄나 외환죄를 제외하곤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84조의 소추에 이 후보를 둘러싼 다른 재판들도 포함되는지 여부다. 게다가 5월 첫날, 거대 양당이 시시각각 벌인 공방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오후 3시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오후 4시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사퇴하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후 5시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비공개 의총에서 한덕수 대행이 사퇴함에 따라 그 자리를 이어받을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탄핵안 처리를 거론했다. 밤 9시 최 부총리 탄핵안이 민주당 주도로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이달 6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 어린이날 홈경기를 맞아 많은 가족 단위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제주SK FC는 강원FC에 0-3으로 완패하며 경기장엔 싸늘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경기 종료와 동시에 일부 서포터즈들이 선수단 통로와 버스 앞을 가로막았다. 단순한 패배에 대한 반응이 아니었다. 무기력한 경기력, 그에 대한 해명도, 표정도 없이 경기장을 떠나는 팀의 태도에 팬들의 쌓인 감정이 터졌다. K리그에서 '버막(버스 막기)'은 낯설지 않다. 성적 부진이나 프런트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때 전국 각지의 경기장 주차장에서 종종 벌어지는 풍경이다. 2023년 수원삼성이 강등이 확정된 뒤 팬들은 2시간 넘게 선수단 버스를 막고 단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제주 사태는 방식과 반응, 그리고 이후 전개까지 모두 달랐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동진 선수가 있었다. 팬들과 마주한 그는 언성을 높였고, 일부 팬은 그가 욕설을 내뱉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는 박 선수가 팬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과 이를 말리는 구단 관계자의 모습이 담겼다. 여기까지는 다소 거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전개는 K리그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박 선수는
4월 3일 오전 9시.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으로 향하는 길. 유족을 태운 차량과 전세버스 행렬 사이로 익숙한 구호와 피켓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2공항 결사반대", "환경을 지켜라." 4·3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이 날만큼은 다른 주장들까지 추모의 공간에 겹쳐 있었다. 주차장은 삼엄한 경비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찰과 경호 인력이 출입 동선을 통제했고,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검은 옷차림의 인파 사이로 하얀 국화가 하나둘 지나갔다. 추모와 경계가 교차하는 긴장된 공기 속에서 오전 10시 정각을 알리는 묵념 사이렌이 울렸다.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그 엄숙한 분위기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단상에 오르면서 갈라졌다. "윤석열 탄핵!", "한덕수는 물러가라!"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연신 고성을 질렀고, 행사 진행요원과 보안 인력이 즉각 달려들었다. 팔이 붙잡히고, 입이 막히는 순간. 참석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남성은 6~8명의 경호 인력에 둘러싸인 채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추념식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이 물리적 제지, 이른바 '입틀막'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윤석열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왕벚나무 아래, 사람들은 셀카를 찍고, 아이들은 솜사탕을 들고 뛰어다니며 봄기운을 만끽했다.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18회 전농로 왕벚꽃축제'는 도심 속 대표 봄 축제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기도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건 벚꽃보다 비싼 축제장 음식값이었다. 지난 29일 한 이용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순대 6조각에 2만5000원, 오케이'라는 문구와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적은 양의 순대볶음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 있었다. 해당 노점은 전농로 축제장 먹거리 부스 중 한 곳이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꼼장어는 3만원, 아이들 헬륨풍선은 하나에 2만원이었다", "가격표도 안 보이고 결제 후 알게 되는 구조", "여기 노점 바베큐도 바가지다. 제주도민 아니고 육지 떠돌이 장사꾼들"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현장에서 만난 도민 정모씨(33·여)는 "제주를 찾은 지인들에게 '축제니까 즐기라'고 했는데 바가지 가격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가지 논란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봄 '비계 삼겹살'
제주의 대표 봄 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올해 기상 악화로 중도 취소되자 지역 사회 내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축제 명칭과 정체성 문제부터 천문학적 예산 집행까지, 여러 갈래의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열릴 예정이던 ‘제27회 제주들불축제’는 태풍급 강풍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다만 일부 행사는 분산 개최 형식으로 열어 축제를 마무리했다. 2년 만에 열린 이번 축제는 '불 없는 들불축제'로 기획돼 주목받았지만 디지털 전환 시도마저 완전히 구현되지 못한 채 아쉽게 막을 내렸다.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로 시작됐다. 제주 전통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마을 단위로 불을 놓던 풍습을 축제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산불 위험성,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축제의 핵심 콘텐츠인 ‘오름 불놓기’는 해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2022년에는 전국적인 산불 재난으로 축제가 전면 취소됐고, 2023년에는 산불경보로 불놓기 행사가 급히 철회됐다. 환경단체와 도민 청원 등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제주시는 올해부터 '불놓기'를 과감히 제외하고 디지털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빛 중
옛날부터 지금까지 거지 무리가 저지른 가장 중심 되는 악행은 사기다. 이것은 사람들이 가장 증오하는 점이다. 그런데 인간세상은 늘 바뀌고 사기술도 변하기에 세상 사람은 결국 다시 속임수에 걸려든다. 그러니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다. 전체적으로 말해서 거지 사기술은 약간의 노리기(노림술)일 뿐이다. 새로운 술수를 부리고 기발한 생각을 해내는 것이다. 이제 지금까지 자주 썼던 거지의 사기술 몇 가지를 보자. 청나라 때에 A씨가 타인이 일을 하는 데 중간에서 증인을 서주기로 하고 모두가 공소(公所, 동업자 조합 사무소)에 함께 가서 은량1)을 봉하여 저장하기로 하였다. 은량을 저울질할 때 마침 대나무 바구니를 손에 든 거지가 와서 구걸했다. A씨가 부스러기 은전 몇 개를 건네주었다. 거지가 적다고 했다. A씨가 화나는 척하며 거지가 들고 있는 낡은 옷으로 덮여있는 바구니에 원보를 던져주면서 질책하였다. “네가 바라는 것이 이거냐?” 거지는 질겁해서 말했다. “부자 어른께서 몇 푼 던져주고 싶지 않으면 주지 않으시면 될 일이지, 그렇게 화까지 내고 그러십니까?” 그러고는 바구니에서 원보를 꺼내어 탁자위에 올려놓고 다른 돈은 받지도 않고 떠났다. 나중에 피해자가 봉인을 뜯고 나서야, 거지가 돌려준 원보는 가짜 돈이고 진짜는 가지고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A씨와 거지는 한통속이었다. 바꿔치기 수법으로 편취한 것이었다. 모과 회시 때에 각 성의 관용 수레가 경성에 군집하였다. 어떤 효렴(孝廉)이 유리창(琉璃廠)을 지날 때에, 남색 나사 마괘자를 손에 들고 장사하는 거지를 만났다. 보아하니 도둑질해온 것 같았다. 가격을 물으니 아니나 다를까, 은자 2량이라 하였다. 가격이 너무 쌌기에, 효렴은 기뻐 당장에 샀다. 돌아간 후 효렴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누가 장안 생활이 쉽지 않다고 했는가. 달랑 은자 2량으로 나사 마괘자를 살 수 있잖은가.” 사람들이 믿지 않자, 보여줄 요량으로 옷 보따리를 열었다. 그런데 질척질척한 흙이 들어있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정말로 마괘자인줄 알았잖소. 흙이라니. 그러니 은자 2량인 게지요.” 효렴은 의아해 하며 말했다. “분명히 마괘자였는데. 어떻게 흙으로 바뀔 수 있지?” 사람들은 바꿔치기 수법에 당했다고 알려주었다. 먼저 흙이 든 보따리를 숨겨뒀다가 매매가 성립될 때에 진짜 물건과 교묘하게 바꿔치기 한 것이었다. 바꿔치기 한 것이 들통 나서 팔지 못하게 된다하더라도 되돌려 주면 그뿐이었다. 아니, 옆에 있던 사람이 자기 것이라고 손에서 뺏어가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사는 사람은 장물을 사려했다고 고발당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니, 그저 사기 당해 손해 봤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소한 것에 욕심을 부리는 그런 사람은, 어떤 일에 연계시키기만 하면 계략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큰 손실을 보는 게 인생사이지 않던가. 바꿔치기 수법은 거지들이 상용하는, 또 짝과 공모하여 저지르는 사기술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은량(銀兩), 옛날 화폐로 사용한 은이다. ‘양(兩)’을 단위로 중국 각지에서 통용되었던 본위 화폐로, 정해진 화폐는 없고 ‘원보은(元寶银)’, ‘마제은(馬蹄银)’ 등으로 통용하고 실제로는 ‘원(元)’으로 환산해 사용하였다. 1935년에 ‘폐량개원(廢兩改元)’이 실행돼 폐지되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거지가 있는 반면에 물에 빠져 죽은 거지의 시신을 부친과 남편으로 오해하여 상복을 입고 효경을 다한 경우도 있다. 이 이야기는 청나라 때 남정원이 『녹주공안』에 기록한 내용이다. 남정원 본인이 광동 보녕(普寧) 현령으로 있을 때 친히 경험했던, 숨겨져 있던 일을 밝혀내어 고발했던 살인사건이다. 현민 정후추(鄭侯秋)의 처 진(陳) 씨가 어떤 사람이 자기 남편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현아(縣衙)에 고발하였다. 진 씨의 말은 이랬다 : 남편이 남동방(南董坊)의 보장1)을 담당하고 있을 때에, 소방무(蕭邦武)가 계약서를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고 숨기자 남편이 그것을 따지니 앙심을 품고 있었다. 소방무는 11월 13일에 폭도들을 데리고 정 씨 집으로 몰려가서 재산을 강탈했다. 남편은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중상을 입고 피할 데가 없어 강에 뛰어들어 죽었다. 시체는 지금 협산(峽山) 개천에 있다고 하였다. 오래지 않아 죽은 사람의 아들이 배를 타고 가서 시신을 싣고 와서 현령에게 검시해 달라고 했다. 죽은 사람의 손톱에 진흙과 모래가 잔존한 것을 보니 익사한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상흔 하나 없는 몸에 얼굴만 식별하기 어렵게 변해 있었다. 진 씨 모자는 상복을 입고 애통하게 울면서 현령에게 소방무 등의 목숨으로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런데 여러 가지 자료와 의혹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후추가 평상시에 도적들의 범행을 내버려둬서 백성에게 해를 끼친 까닭에 관부의 추문이 무서워 도망간 것이 분명했다. 처자는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모함하고 있었다. 삼일도 지나지 않아 부근 혜래(惠來)현에 숨어있던 정후추가 체포되면서 사건이 해결되었다. 진상이 확연하게 밝혀지니 칭찬이 자자했다. 마지막에 남정원이 말했다. “그 시체는 어디에서 가져온 것이냐 물으니, 물에 빠진지 오래된 주인 없는 거지 시체를 실어왔다고 한다. 지금 가짜 아들, 가짜 처가 남편을 위하여 상복 입고 효를 다하며 상장을 짚어 입관하고 장사를 지내니, 체통이 어찌 서겠는가. 그 거지도 웃음을 머금고 구천으로 갔을 것이다.” 『의옥집』에 기록된 무참하게 머리를 잘리어 증거물로 변한 억울한 거지와 비교하면 물에 빠져 죽은 배고픈 거지는 행운인 셈이다. 그러나 거지로 전락하면 결국 배고픔과 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오갈 데 없게 된다. 종국에는 물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은 어쨌든 처참하지 않은가. 이러한 무고의 살인사건이 아니더라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가련한 벌레처럼 조용하게 사라졌을 것이다. 거짓 장례식이 거행된다하여도 무슨 필요가 있을까? 살아있을 때 그에게 보잘 것 없는 음식이라도 실컷 먹게 하여 편각이라도 인생 여정을 연장시키는 것보다 못하지 않는가. 생활이 곤궁해 초라하게 되어 죽는다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손면(孫沔), 거지를 혹형으로 다스리다 거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도둑질하기도 하고 사기 치기도 하고 강탈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이다. 『절옥귀감』 권5의 기록을 보면 송나라 때에, 추밀부사 손면(孫沔)이 항주지사를 담당할 때 왼쪽 손은 없고 오른쪽은 두 손가락만 있는 거지가 가난뱅이 집의 솥을 훔치다가 싸움이 붙어 법정에 서게 되었다. 거지는 손이 잘린 왼쪽 팔을 들고 울면서 말했다. “가난뱅이가 저를 모함하고 있습니다! 손도 없는 거지가 어찌 솥을 훔친다는 말입니까?” 손면은 곧바로 동의하면서 가난뱅이를 책망하며 쫓아냈다. 그런 후 부드러운 말로 거지를 안위하고는 솥을 건네주었다. 거지는 처음에는 받지 않자 손면이 몇 차례 더 안위하였다. 그러자 거지는 손면의 속셈을 모르고 남아있는 두 손가락으로 솥을 들고 팔을 이용하여 천천히 들어 머리에 얹혔다. 가만히 보고 있던 손면이 사람을 시켜 다시 잡아오게 한 후 그의 손가락을 잘라 대중에게 보였다. 그런 판결에 대해 손극(孫克)은 평했다. “간악한 일을 징치하는 것은 중용의 도에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 부득이한 경우에만 그렇게 한다. 여공작(呂公綽)이 병사에게 특별히 사형을 판결한 까닭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 군인의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일의 관계가 중대하니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 간악한 무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도리 상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됐다. 거지가 솥을 훔친 일은 지극히 하찮아서 말할 가치도 없다. 사실을 밝혀내면 그뿐이다. 법을 넘어 혹형으로 처벌했으니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세속에서는 칭찬받아 명예를 드높일 수는 있지만 군자가 행할 일은 아니다. 특별히 여기에 그 일을 기록하고 그 뜻을 판별하여 분석해 놓으니 간악한 사람을 징치하는 데에 경계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정극은 손면이 솥을 훔친 거지에게 남은 손가락마저 잘라버리는 참형을 내린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양형이 과중하다고 보고 ‘법의 정도를 넘은 혹형’이라고 단언했다. 사실 너무 과했다. 잔인하다 아니할 수 없다. 달리 생각해보자. 훔친 것이 맞다하더라도 남은 삶은 또 어떻게 꾸려나가야 한단 말인가. 거지의 처지가 불쌍할 뿐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옛날 보갑제도(保甲制度)의 보장이다. 청대(淸代)에는 ‘보정(保正)’, ‘지보(地保)’, ‘지방(地方)’, ‘지갑(地甲)’, ‘리서(里胥)’라고 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거지 구성원 성분은 대단히 복잡하다. 예부터 그랬다. 이것이 거지가 자주 범죄에 연루되는 기본적인 원인이다. 송나라 때 정극(鄭克)이 편찬한 『절옥귀감(折獄龜鑑)』에 ‘위정람상(韋鼎覽狀)’의 일을 기술하고 있다. 위정(韋鼎, 515~593)이 광주자사(光州刺史)에 부임했을 때 손님으로 갔다가 주인집 첩과 사통한 사건이 벌어졌다. 손님이 돌아갈 때를 기다려 첩이 귀중한 재물을 훔친 후 야밤에 도망쳤다. 오래지 않아 죽임을 당하여 풀덤불에 던져졌다. 주인이 손님과 첩이 사통했다는 것을 알고 손님이 첩을 살해했다고 고발하였다. 현리가 심문한 후 손님과 첩이 간통한 죄상을 파악하고 손님을 사형에 쳐하도록 판결하였다. 사건 심리가 종결되어 주부에 보고하였다. 위정이 안건을 살핀 후에 말했다. “이 손님은 간통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모 사찰의 승녀가 첩을 기만하여 재물을 훔쳐오도록 한 후 사찰의 노예를 시켜 그녀를 죽이도록 하였다. 장물은 지금 모처에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곧바로 손님을 석방하고 중을 체포토록 했으며 동시에 장물을 찾아내었다. 이때부터 관할 지역 내에 질서가 잡혔고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을 정도로 세상이 태평하고 기풍이 올바르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성도고금기(成都古今記)』에서 소회무(蕭懷武)의 일도 기록하였다. 오대시기에 전촉(前蜀) 후주의 부하 중에 소회무라는 관리가 있었다. 특무 조직 ‘심사단(尋事團)’을 책임지고 있었다. 본래 순군(巡軍)과 같은 직무였다. 그는 100여 명을 관할했고 그들 각각은 십여 명의 심복을 양성하고 있었다. 그들은 시시때때로 모이고 흩어지니, 사람들이 판별하기 어려워 ‘개’라고 불렀다. 큰 길이나 작은 골목에서 무의(巫醫), 술집 심부름꾼, 거지, 고용인부, 장사꾼(행상인), 심지어 아동 중에도 그들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민간 백성의 사사로운 비밀도 그들은 모르는 게 없을 정도였다. 그들 중에 어떤 사람은 주군(州郡) 관부나 훈신 귀척의 집에서 밥 짓고 말을 기르고 수레를 몰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공적 사적의 모든 동정을 아무 때나 소회무에게 비밀리에 보고하였다. 이러니 사람들은 두려워졌다. 자기 신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소회무의 앞잡이라 의심하였다. 소회무는 그것을 빌미로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 원성이 조정 내외에 가득했다. 곽숭도(郭崇韜)가 군대를 거느리고 촉에 입성한 후 그 집안의 재산을 몰수하고 참수 시켰다. 이에 대해 정극은 말했다. “이것이 간악한 사람을 정탐하다가 오히려 간악하게 되는 사례다. 눈과 귀가 되어 감시할 수 있는데 어찌 똑똑히 분별하지 못하여 원망이 생기겠는가?” 거지도 그 사이에서 어릿광대 역을 분명히 했을 것이다. 팔 잘린 거지, 알고 보니 도적이었다 도적질을 하다가 곤궁해져서 거지가 되기도 했다. 청나라 광서 23년(1897), 소흥(紹興) 수징교(水澄橋) 다리 어귀에서 두 팔이 없는 거지가 구걸하러 다녔다. 그는 아무 때나 두 다리로 골패를 가지고 놀면서 도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발가락으로 기와 조각을 집고 수십 보나 멀리 던지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 소년 시절에 악인의 유혹에 빠져 도적이 됐다. 한번은 복건(福建)에 있는 모 부잣집에 도둑질하러 갔는데 그 집에서 방비하고 있었다. 곧바로 지붕으로 도망쳤지만 은밀히 추적하는 사람을 따돌리지 못했다. 저항할 틈도 없이 왼쪽 팔이 잘려나갔다. 아픔을 참으면 간신히 담을 뛰어넘어 도망쳤다. 나중에 1척 정도까지 추격해 온 사람에게 오른쪽 팔까지 잘려나갔다. 다시 추격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자 사찰에 들어가 숨었다. 사찰의 스님은 자비로웠다. 의술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치료까지 해줬다. 3개월 정도 지나서야 아물었다. 원래 패거리가 3명이었는데 2명은 사로잡혔다. 어쩔 수 없이 혼자 구걸하면서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는 두 팔이 없지만 능히 뛰어오를 수 있었다. 빙 둘러선 구경꾼들이 돈을 주겠다며 한번 해보라고 했다. 그가 다리 어귀에서 다리 밑으로 뛰어내리면 착지할 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의 경공(輕功)은 여전했다. 이 사례는 거지의 출신성분을 보면 숨어 지내는 범죄자도 받아들여 은닉시켜주는 단체였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반대로 무고한 거지를 억울하게 죽이는 경우도 생겼다. 『의옥집』 권10에 집록된 『포급람원개(捕急濫寃丐)』의 기록이다 : 선현(宣縣)과 흡현(歙縣) 사이에 있는 지역에 강도가 밤에 길을 가던 행인을 죽이고 목을 잘라 머리만 가지고 사라진 사건이 발생하였다. 날이 밝아올 때, 길 가던 사람이 거기에서 피를 밟아 넘어졌다. 급히 혐의를 벗으려 애썼으나 관부는 살인범으로 몰아 옥에 가둬버렸다. 그런데 맞춰 볼 사람머리가 없으니 안건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상부에서는 기한을 두고 빨리 해결하라 다그쳤다. 포리(捕吏)는 병이 들어 거동하기 힘든 거지의 머리를 잘라 숫자를 채웠다. 살인 혐의를 받아 옥에 갇힌 그 사람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어쩔 수 없이 허위자백 했다. 결국 사형이 집행되었다. 나중에서야 진범이 잡혔다. 하지만 이미 길을 가던 무고한 사람과 불쌍한 거지가 죽임을 당한 후였다. 흉악범 한 명에, 원혼이 세 명이나 생겼다. 거지는 무슨 잘못이 있는가. 무고한 사람을 남살하는 관부는 가증스럽기 그지없다. 더욱이 거지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고 시신에 머리가 없다고 거지의 머리를 잘라 숫자를 채우다니.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가! 세속 관념 중 거지의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 비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물의 화원(畫園), 동물 그림의 정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기획은 9명의 화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중견작가 3명과 청년·신진작가 6명이 동물 주제를 가지고 마련하였다. 동물 그림의 정원이라는 주제에 걸 맞게 모두 포유류나 조류와 같은 동물을 그린 그림들이다. 그래도 동물에 관심이 있는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강부언의 바다는 숨을 죽이고 있다. 무엇인가 기다리는 의아한 분위기이다. 해안에서 고즈넉히 쉬고 있는 백로의 무리들은 순백의 형상이 오늘따라 순수하게 느껴진다. 백로들은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희다. 흰 것은 고고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한한 바다를 바라보는 그들의 앞날에 변해가는 환경의 배반이 짙은 슬픔으로 배어난다. 오승익은 자신의 인생 경험에 말못하는 고통이 있었다. 붉은 색은 그의 감정의 색이다. 강렬한 븕은 색의 한라산 아래 작가의 변신처럼 마소가 침묵 상징이 되고 있다. 살암시민 살아지는 삶은 인고(忍苦)의 언어이다. 그러나 한라산의 아픈 침묵을 깨려는 듯 마음은 어느새 산자락 아래 무겁게 서 있다. 이미선은 남방돌고래의 빠른 유영에서 바다 평원을 구르는 파도에 감기는 동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돌고래가 화가 자신이 되는 순간 바다는 새롭게 사유하는 공간이 된다. 세상의 비밀은 운동성에 있으며, 만물은 모두 움직이고 생명의 역동은 움직일 때 다시 살아난다. 물결이나 선이나 동작은 서로 연결돼 있어서 그것들의 관계에서만 예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김산은 만월, 원시림, 물을 통해서 자연은 하나이면서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이 자연의 조화이다. 작가는 자연 자체이면서 자연의 매개자인 백록을 통해, 인간의 염원으로서 오래된 미래의 이상향을 꿈꾸고 있다. 김원재는 신비하게 생각되는 흰 까마귀를 등장시켜 사회 속의 다름과 이질적인 차이에 대해서 고민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름이란 마치 환경에서 천적에게 노출된 것처럼 따돌림되기 일쑤다. 그렇지만 환경은 스스로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으로 그것이 자연과 인생의 생태계와 비슷하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김지훈은 추상을 마치 의식의 흐름인양 보여준다. 새소리를 그려보자는 의도인 것 같다. 세상은 소리로 꼭 차 있다. 인간의 오감 중에 눈은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고, 청각은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린다. 소리는 비가시적이지만 어떤 형태를 선명하게 연상할 수가 있다. 소리의 형태적 표현이 리듬이 되는 데 형태와 색채의 음악성이 바로 그림이 된다. 정재훈은 고양이를 그리고 있다. 얼룩은 고양이의 특성을 나타내지만 유추해보면 삶에서 겪어야하는 수많은 사건이나 공포들의 반영처럼 보인다. 홀로 섬에 있다는 것은 물에 갇힌 존재의 고독으로 보이며, 사회적 환경에서 묻어나는 온갖 얼룩은 그래도 평온과 안정의 숲으로 돌아가려는 자신의 처지를 이겨내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허진혁은 말의 슬픈 눈동자를 통해서 화가의 삶을 들여다본다. 표현의 자유는 방대하지만, 과연 제도, 명예, 삶은 우리 사회로부터 어느 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가? 예술가의 인생은 마치 첩첩산중을 홀로 가는 말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맛닥뜨리는 현실은 맑은 눈동자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게 한다. 존재는 고통이 있지만 그 고통은 자유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희망일 것이다. 유찬우는 뱀과 도마뱀을 그린다. 원래 뱀은 도마뱀에서 진화하여 지금은 종류가 3700종이나 된다. 유찬우의 뱀은 비바리뱀이다. 비바리뱀은 우리나라 제주도에만 존재하는 희귀종으로 북방한계선이 된다. 도마뱀은 토종으로 산야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줄장지뱀과 다르다. 뱀의 상징은 서양에서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악의 화신이지만 제주도에서는 칠성신이 된다. 뱀의 생태적 특성이 집을 지키고 쥐를 퇴치하므로 곡식을 지키는 부자의 상징으로 여기며, 칠성신앙은 모계로 전승된다. 칠성은 말 그대로 북두칠성에서 기원하여 죽음을 관장하여 인간의 목숨과 수명을 관리한다. 사실 선과 악은 인간의 가치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담론이며 도덕 윤리 또한 해당 사회의 셰계관에서 비롯된다. 청사는 신성하고 도마뱀은 약자의 생존전략과 닮았다. 변신은 변화이며, 다른 것으로 전환이고 생성과 소멸은 생태계의 조화일터이다. 선악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