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을 지나는데 포리가 의심쩍어 수레에 실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장소삼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하였다.
“산돼지입죠. 싣고 가서 먹으려고 합니다요.”
포리가 더 의심이 들어 농담 던지듯이 물었다.
“고기를 나눠 줄 수 있소?”
장소삼이 거절하자 포리가 거적자리를 들췄다. 사람 시신이 아닌가. 곧바로 장소삼을 관서로 끌고 가 심문하였다. 결국 감옥에서 병들어 죽었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은 참극이다. 장소삼은 인성을 잃어버리고 음식에 대한 변태심리를 가진 식인광이 되어버렸다. 비단 거지를 사서 잡아먹었을 뿐 아니라 자기 생부조차도 잡아먹으려 했으니. 팔려가 잡혀 먹힌 거지, 운명이 어떤 지경까지 비천하게 전락했는지 똑똑히 알 수 있지 않은가.
변태심리와 유사한 것이 또 있다. 기와 조각을 먹거나 돌을 먹는 사람도 있었다.
청나라 때에 사람이 건네준 기와 조각을 받아들고 입에 넣어 얼음조각을 씹어 먹듯이 잘근잘근 씹어 삼키는 것을 본 사람이 있었다.
명나라 때에 광주(廣州)에서 20여 살 정도 되는, 배가 조롱박처럼 볼록한 거지가 기와 조각과 자기 조각을 사 모았다. 호사가가 돈을 주면서, 기와 조각을 주워 건네며 먹어보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손에 받아들었다. 입 속에 넣고 연뿌리를 씹듯 감저를 씹듯 맛있게 먹었다.
사기 조각을 먹게 하려면 많은 돈을 줘야 먹었다. 먹은 후에는 눈을 크게 뜨고 목을 길게 내밀면서 삼키기 힘들어 죽겠다는 모양을 하기도 했다.
어떤 특별한 병태심리가 아니라면 어찌 사기 조각을 삼킬 수 있겠는가. 원시형 거지의 비참한 운명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원시형의 거지는 어리석을 정도로 온순했기에 법도에서 벗어난 호가사들에게 비인간적인 모욕을 당했다. 거지들은 그저 자기 운명이 나쁘다는 것을 달게 받아들였다. 모든 것을 운명으로 넘겨버렸다.
그런데 어찌 할 것인가? 목숨은 붙어있기에 자기 몸을 손상시키면서까지 한 세상을 살아가려고 몸부림쳤다.
청나라 때에 이 씨 성을 가진, 언 듯 보기에 50여 세로 보이는 거지 이야기가 전해온다. 장강과 한수를 30년 동안 넘나들었다. 그는 아무 것도 없이 오로지 밥 빌어먹는 바가지 하나만 들고 다니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구걸하여 먹었다. 쥐를 잡아 생채로 먹기도 했다. 남으면 낡은 저고리 속에 넣어두었는데 무더운 여름에도 변질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말을 걸어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종이와 붓을 주면 무엇인가를 써 갈겼는데 부적처럼 보였지만 뜻은 알 수 없었다.
어떤 관리가 사람을 보내어 데리고 가서 억지로 한직에 앉혔지만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작별을 고했다. 떠날 때에 관리가 가벼운 갈화 신발을 선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발이 다 닳자 풍설 속에서도 태연히 맨발로 구걸하며 다녔다.

현실 생활 중 일반적인 원시형 거지가 관리에게 예우를 받는 경우는 새벽의 별같이 대단히 드물었다. 대부분은 운명이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며 살았다.
서글프고 초라하게 배고픔과 추위를 묵묵히 견뎌내다가 어느 순간이 오면 먼지처럼 사라졌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