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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돈 룩 업(10) 영화 속 대통령의 막장 리더십
현실과 개연성 높아 관객 공감 ... 세상의 모든 발전 이뤄진 건
과거 거인의 업적에 업적 쌓아 ... 정치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오늘날 위정자들 어떠한가 ... 거인 어깨에 오르지 않는 자들

영화 ‘돈 룩 업’ 속 재시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의 무지, 무능, 무도한 리더십 아래에서 미국은 거대 혜성 ‘디비아스키’에 속절없이 얻어맞고 종말을 고한다. 애덤 매케이 감독이 보여주는 올린 대통령의 막장 리더십을 지켜보노라면 한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영화 ‘돈 룩 업’에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대통령이 등장한다.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세계 패권국이자 민주주의의 요람 또는 보루라는 미국에서 과연 저런 막장 대통령이 선출된다는 게 ‘개연성’이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

영화의 현실적 개연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관객들은 외면하기 마련인데, 전세계 많은 관객이 돈 룩 업을 진지하게 관람하고 많은 부분 공감한 것을 보면 ‘막장 리더십’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좀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였던 아이작 뉴턴이 남긴 명언이다.

대개의 명언들이 ‘권고’나 ‘명령’으로 돼 있어서인지 뉴턴의 말도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란  명령형으로 오역(誤譯)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사실은 자신의 모든 과학적 업적이 갈릴레오와 같은 그 이전 ‘과학 거인’들이 이뤄놓은 업적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가 과거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멀리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시력이 옛사람들보다 더 좋아졌거나 그들보다 키가 커져서가 아니라 과거의 거인들이 쌓아놓은 업적 위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뉴턴은 그것이 과학발전의 법칙임을 알려준다.

세상의 모든 발전의 법칙도 그래야만 하고, 정치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듯하다. 영화의 배경인 미국에도 링컨이나 루스벨트와 꽤 많은 ‘정치 거인’들이 정치적 업적을 남겼지만 올린 대통령은 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 정치사에서 최악으로 꼽을 만한 ‘정치 소인’들의 냄새나는 구두 밑창 아래 박혀서 정치를 주물럭댄다.
 

 

자기 아들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앉히고, 시골 경찰 출신인 짐승 같은 자신의 내연남을 대법원 판사로 임명한다. 정치자금 많이 낸 의사에게 나사(NASA) 국장 자리를 주고, 자신의 ‘돈줄’인 재벌회장 이셔웰(마크 라이런스 분)은 아무 때나 ‘쓰레빠’를 신고 백악관 지하벙커 핵미사일 통제실까지 들어가 대통령을 통제한다. 백악관에서 ‘코드네임(code name)’ VIP는 올린 대통령이지만 VVIP는 정신상태도 온전치 않아 보이는 이셔웰 회장이다.

우리 역사에도 꽤나 훌륭했던 많은 정치 거인들이 있었건만, 요즘 위정자들 아무도 그 거인들 어깨에 올라타려 하지 않는다. 되레 당파 싸움에 몰두하느라 나라를 말아먹었던 수많은 ‘정치 소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들만 보이니 아슬아슬하다.

그래도 나라가 정말 절박한 위기상황에 봉착하면 위정자들이나 국민들이 정신이 번쩍 들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가는 지혜를 일깨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는데, 그런 기대도 언감생심이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그의 법철학서에서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세상이 완전히 어두워져야 날아오른다(The owl of Minerva spreads its wings only with the falling of the dusk)”는 경구를 남긴다. 지혜가 필요한 모든 분야의 신으로 통했던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가 항상 데리고 다녔다는 올빼미는 지혜를 상징한다. 지혜가 필요하고 지혜가 발휘되는 때는 세상이 완전히 어둠에 잠겨버린 절망적인 순간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 해석이 맞다면 그것은 지혜를 유난히 사랑하는 철학자 헤겔의 희망사항일 뿐인 것 같다. 철학자란 지혜(sophia)를 사랑(Philo)하는 애지자(愛知者)들이다. 혜성이 머리 위에 닥쳐도 세상이 아직 덜 캄캄한지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도무지 날개를 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마지막 순간이 도래해도 인간들은 지혜를 구하려 들지도 않고 지혜로워지지도 않는다. 여전히 권력을 탐하고 돈 벌 궁리에 몰두한다. 사람들은 길거리에 몰려나와 싸움박질하고 불지르고 약탈하면서 불벼락을 맞는다. 모두들 그때까지 그래왔듯이 끝까지 지혜롭지 못하다.

전혀 지혜롭지는 않지만 ‘잔머리’는 잘 굴리는 인간들은 혜성 충돌 직전 은밀하게 준비해뒀던 우주선을 타고 지구 탈출에 성공한다. 올린 대통령과 이셔웰 회장을 필두로 하는 2000명의 살 만큼 산 것으로 보이는 늙은 갑부들은 가족들도 팽개치고 자기들끼리만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티켓 구입해서 탈출한다.

‘인간말종(derletzte Mensch)’들로 구성된 ‘최후의 인간(The last Man)’들은 동면기 속에 들어가 2만2740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어느 행성에 내리자마자 공룡들에게 남김없이 잡아먹힌다. 최후의 인간들도 영악하기는 한데 그다지 지혜롭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영화 속에서 그나마 지혜로운 최후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 그리고 잘생긴 거리의 부랑아 율(티모시 살라메 분)뿐이다. 민디 박사는 혜성위기 덕분에 일약 ‘셀럽’이 돼서 그 와중에 유명 여성앵커와 바람피우는 부지런을 떨다가 그래도 최후의 순간에는 아내에게 돌아가 용서를 구한다.

편의점 알바로 전락했던 디비아스키는 편의점 좀도둑 율과 마지막이자 진정한 사랑을 한다. 그들이 모여서 최후의 만찬을 준비하고 모태신앙이라는 율이 대표 기도한다. 종교가 있든 없든, 있다면 그 종교가 기독교든 아니든 그 기도는 꽤나 지혜로운 듯하고 인상적이다. 

“교만했던 우리는 오늘 밤에야 당신의 은총을 구합니다… 오늘 밤 우리에게 무슨 일이 닥치든 용기와 열린 마음으로 당신의 뜻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원합니다(We ask your grace tonight, despite our pride… May we face whatever is to come in your divine will, with courage and open hearts of acceptance).”

결국 그것이 궁극의 지혜 같기는 하지만 무척이나 무기력해 보이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아마 이래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철학(지혜)이나 종교에서 멀어지는 모양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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