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18회 전농로 왕벚꽃축제'는 도심 속 대표 봄 축제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축제를 즐기고 있는 상춘객들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4/art_17433765982627_8d87cb.jpg)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왕벚나무 아래, 사람들은 셀카를 찍고, 아이들은 솜사탕을 들고 뛰어다니며 봄기운을 만끽했다.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18회 전농로 왕벚꽃축제'는 도심 속 대표 봄 축제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기도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건 벚꽃보다 비싼 축제장 음식값이었다.
![전농로 '순대 6조각 2만5000원' 게시글 [스레드]](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4/art_17433770188504_85f4e4.jpg)
지난 29일 한 이용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순대 6조각에 2만5000원, 오케이'라는 문구와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적은 양의 순대볶음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 있었다. 해당 노점은 전농로 축제장 먹거리 부스 중 한 곳이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꼼장어는 3만원, 아이들 헬륨풍선은 하나에 2만원이었다", "가격표도 안 보이고 결제 후 알게 되는 구조", "여기 노점 바베큐도 바가지다. 제주도민 아니고 육지 떠돌이 장사꾼들"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현장에서 만난 도민 정모씨(33·여)는 "제주를 찾은 지인들에게 '축제니까 즐기라'고 했는데 바가지 가격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가지 논란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봄 '비계 삼겹살' 사건으로 전국적인 비난을 받았던 제주도는 관광객 이탈을 막기 위해 '착한가격 업소' 확대와 관광불편신고센터 설치 등 대대적인 대응책을 마련한 바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올해 초 '관광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관광물가지수 도입, 가성비 식당 지도 제작, 현장 단속 확대 등을 약속했다. 비짓제주와 제주도청 홈페이지에는 현재 제주 시내 240여 곳, 서귀포 지역 100여 곳의 착한가격 업소가 소개돼 있다.
하지만 축제장과 같은 '임시 상권'은 여전히 행정의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다.
![전농로 축제장 한 먹거리 부스의 장면이다. 가게 외부와 내부에는 음식 가격표가 부착돼 있지 않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4/art_17433766020851_a72abf.jpg)
<제이누리>가 전농로 축제장을 확인한 결과, 일부 먹거리 부스는 가격표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기거나 아예 부착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임시부스 운영자는 누군지도 알 수 없고, 현금만 받거나 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곳도 있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전농로 벚꽃축제는 삼도1동 주민센터와 자생단체가 주관했다. 하지만 노점 운영자 일부는 뭍에서 내려온 이른바 '행사 장사꾼'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등록제도나 부스 선정 기준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한 축제 관계자는 "일부 노점에 대해 현장에서 조율을 하긴 했지만 모든 업소를 일일이 단속하긴 어려웠다"고 밝혔다.
벚꽃은 아름다웠고, 축제 분위기도 대체로 밝았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에 '속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남는 건 불신이다. 제주도가 어떤 대책을 내놓고, 착한 가격 업소를 몇 군데 더 만들더라도 현장에서의 경험 하나가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다.
도민들도 체감한다.

익명을 요구한 용담동 먹거리 부스 관계자는 "도정이 물가를 잡겠다고 하는데 축제장만 가면 전혀 그런 기조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이미지를 살리려면 형식적인 캠페인보다 현장 단속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제주는 지금 '제주 여행주간'을 운영하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순대 6조각 논란'이 보여준 것처럼 신뢰를 무너뜨리는 건 단 한 순간이면 충분하다.
벚꽃은 내년에 또 피겠지만 관광객의 마음은 한 번 돌아서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물결 뒤에 자리한 장삿속이 제주의 이미지로 남겨져선 안될 일 아닌가?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18회 전농로 왕벚꽃축제'는 도심 속 대표 봄 축제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지난 30일 축제를 즐기고 있는 상춘객들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4/art_17433765994501_0fb39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