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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살다] 제주커피연구소‧씨앤블루 김영한 대표가 말하는 제주 삶 이야기
삼성전자 임원‧교수‧베스트셀러 작가, 서울생활 접고 제주에서 ‘인생 3막’

60이 넘은 나이에 열정 불태우려 제주행 선택

 

비전과 열정, 용기. 이 세 단어를 빼면 그를 설명할 수 없다. 그가 남은 인생을 불태우기 위해 선택한 곳은 제주였다. 60이 넘은 나이.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2012년 1월 31일 인천에서 제주행 배에 몸을 실었다. 하룻밤을 배에서 지새고 나 제주도에 도착하니 2월이었다.

 

그는 그렇게 제주에 첫 발을 내디뎠다. 아는 사람? 물론 아무도 없었다. 60이 넘은 나이에 제주에서 ‘맨땅에 헤딩’을 시작했다.

 

김영한(64) 제주커피연구소 대표가 바로 그다.

 

그는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경력을 가졌다. ‘삼성전자 이사’, ‘경영대학원 교수’, ‘베스트셀러 작가’, ‘경영컨설턴트’. 누구나 다 부러워할만 한 스펙이었다.

 

그는 40세에 삼성전자 임원이 됐다. 그러나 사표를 냈다. 말마따나 ‘뜨악’할 만 한 결정이었다. 이후 경영컨설턴트 일을 하며 54세에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됐다.

 

 

그는 ‘총각네 야채가게’, ‘스타벅스 감성마케팅’, ‘민들레영토 희망스토리’ 등 베스트셀러 작가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64세에는 나이만큼 책을 냈다는 ‘에이지 북(age-book)’ 기록을 세웠다.

 

그런 그가 서울에서의 모든 걸 뒤로 하고 제주도로 향했다. 창조적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서울은 지나치게 시스템화 된 사회였을 뿐이었다. 그런 사회에 살다보니, 자신의 개성과 철학을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달랐다. 제주도에서는 충분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에겐 열정과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미래에 대한 비전이 항상 가득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삶 살수 있어 '아는 사람'없는게 오히려 잘돼

 

그가 제주도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아는 사람이라곤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주에 내려온 그는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땅과 집을 샀다. 형제섬과 사계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이었다. 집을 고쳐 웨딩사업을 벌였다. 제주에서도 보기 힘든 경치 덕분에 손님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아니었다. 웨딩스튜디오를 접었다. 개업한지 한달 만에 보기좋게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그는 또 다시 도전했다. 이번엔 카페였다. 아내인 이혜경(61)씨의 도움이 컸다. 건물을 2층으로 올리고 카페로 바꿨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상징한 카페의 이름은 '씨앤블루'. 커다란 통유리를 설치해 바다와 햇살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했다.

 

 

64세의 나이에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커피를 배우려고 하니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 어렵게 학원을 찾아냈다. 바로 학원에 등록을 했다. 서귀포시에서 제주시까지 눈보라와 비바람을 뚫고 매일 2시간이 넘도록 다녔다.

 

제주형 커피 '제주몬순커피'만들기에 또 '도전'

 

목표를 세우고 나니 열정이 불타 올랐다. 3개월만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그는 카페가 풍경 좋은 곳에 있기에 질좋은 커피와 서비스만 더하면 살아남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사업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대박'을 쳤다. 개업하자마자 손님들이 몰려왔다. 불과 5개월만에 한달 매출이 1200만원에서 1600만원까지 올랐다. 하루 매출이 10만원도 안 되는 카페에 비하면 ‘대박’이 난 셈이다.

 

그는 뭔가를 시작하면 일단 최고가 돼야했다. 삼성전자에 있을 때부터 몸에 밴 철학이다. 그래서 커피에서 '최고'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른 사람과 똑같으면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그는 또 도전했다. '제주형 커피'를 만들면 인생비전이 보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그래서 커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도 몬순지역에서 생산되는 ‘루왁 커피’에서 ‘발효커피’ 아이디어를 얻었다.

 

발효커피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제주도의 여름기후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제주도의 전통발효음료인 ‘쉰다리’에서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 수십번의 실패를 거친 뒤 제주여름 기후에서 누룩곰팡이로 원두를 발효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름은 ‘제주몬순커피’다. 이 몬순커피는 제주상공회의소 지식센터의 지원을 받아 특허출원 선행조사 심사까지 마친 상태다. 그는 제주몬순커피를 만들기 위해 커피연구소도 만들었다. 끊임없는 커피연구와 자기혁신을 위해서다.

 

그는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연계한 제주형 카페모델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는 현재 아내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아내의 반발도 컸지만 지금은 아내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제주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주도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제주도가 과거에는 호남의 부속지역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미래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제주도가 중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지나치게 산업화 됐다. 이러한 세상은 분명 한계가 있다. 인간으로 멋지게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제주도다.”

 

-제주도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조언을 해준다면?

 

“타잔의 밧줄이라고 할까. 타잔이 숲속에서 앞쪽 밧줄을 잡기 위해 뒷 밧줄을 놓지 않나? 제주의 삶도 마찬가지다. (육지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새로운 삶을 만들 수 있다. 과거부터 버려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또 자기만의 혁신적 사고와 새로운 비전을 갖고 실행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필요하다. 사람들이 말로는 혁신을 외치지만, 실제 혁신하는 사람은 없다. 어느 분야에서든 혁신해야 한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제주를 주제로 한 책을 쓸 계획도 있나?

 

“(서울이라는) 시스템 사회를 탈출해 (제주도라는) 자연에 적응하는 과정을 그린 책을 낼 예정이다. 내 이야기를 쓴 책이다. 지금 출판사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6월중에 시중에서 만날 수 있다. 지금은 커피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책을 쓰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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