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공사 재개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상황을 막기 위한 제주도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뭉개졌다.
국방부는 6일 제주 해군기지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민이 뽑은 도지사와 대의기관 대표인 도의회의장의 보류 요청을 일축한 것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총리실에서 발표한 공사 일정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근민 제주지사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구럼비 해안 발파를 비롯한 공사 진행을 일시 보류하고 제주도와 해군이 함께 참여하는 시뮬레이션을 추가 실시할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 김동완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 김재윤 민주통합당 제주도당위원장 공동 명의로 요구했다.
이들은 또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제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강정마을회가 해군기지 수용 여부를 주민총회에 부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우 지사는 제주도와 도의회, 그리고 제주 정치권의 여야 주요 정당이 힘을 합쳐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공개적 약속을 한 점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의 판단을 호소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차 검증 시 제주도에서 추천한 위원이 절반이 참여했는데 그때 이미 결론이 나왔다"면서 "정부 입장은 그 과정이면 됐다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한국해양대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곳으로, 다른 기관에서 추가 시뮬레이션을 하더라도 그 결과는 다를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또 "제주도쪽에서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2007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애초 기지 장소 선택시 제주도에서 강정마을을 선택해 자체적으로 여론조사 등을 통해 정부에 추천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 지사는 5일 기자회견에서 국방부와 해군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냔 질문에 "내가 어떤 통제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이 정도면 정부가 판단할 충분한 자료를 제시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