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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욱의 [제주역사나들이](46) ... 11차 오조리 탐방코스 (1)

 

"오조리 코스는 오조리 마을회관에서 출발하여 마을안길, 족지물, 식산봉을 거쳐 광치기해변과 철새도래지를 경유하는 코스로서 풍광이 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오조리(吾照里) 마을길

 

 

오조리는 풍광이 빼어나다. 딛는 걸음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여느 관광명소처럼 커다란 주차장이 있지도 않고 번잡하지도 않다. 소박하게 걷는 이에게만 오롯이 그 아름다움을 내어준다.

 

 

 

성산일출봉에서 솟은 해는 제일 먼저 오조리 마을을 비춘다. 오히려 일출봉 아래 성산포는 일출봉 그늘에 가리니 말이다.

 

오조리가 품은 호수같은 바다는 떠오른 햇살을 튕겨 마을을 한번 더 비춘다.

 

하늘의 해와 바다에 잠긴 듯 수면에 투영된 해가 동시에 마을을 비춘다. 아침엔 해가 밤엔 달이 그렇다.

 

나吾(오), 비출 照(조), 두 단어가 오조리를 잘 설명한다.

 

거울 앞에 선 것처럼 파도가 없는 잔잔한 오조의 내만에 서면 내가 비춰진다. 그래서 일거다. 나를 비춘다는 의미의 오조(吾照).

 

吾(오)는 우리라는 뜻도 있다. 나 혼자이든 여럿이든 이 바다에선 한 이름으로 비춰지는 오조인 것이다.

 

그래서 오조리이다. 참 멋드러진 마을이름이다.

 

 

 

마을회관 앞은 마을 발전을 위해 애쓰신 분들의 공덕비가 나란히 서있다. 가운데는 충혼비이다. 비문에 1971년도에 세워졌다고 씌여 있다. 아마도 월남전에 참전했던 분들인 것 같다. 원인이야 어쨋든 전쟁은 제주의 섬 끝 마을 청년들의 목숨까지도 앗아갔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동네 골목 모퉁이에 작은가게 하나가 단정히 자리하고 있다. 간만에 보는 글귀 '외상사절'.

 

이 단어 하나가 옛 기억을 불러낸다. 예전엔 동네 점빵마다 꼭 붙어 있던 글귀다. 지금은 거의 볼 수가 없는데 이 점빵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요즘같은 시대에 이 글귀를 붙이게한 악덕 손님이 있었다기 보단 가게의 옛스런 연출을 위한 주인장의 센스라고 애써 짐작해 본다. 암튼 예전의 대문앞 '개조심' 문구와 쌍벽을 이루는 추억속의 단어가 절로 미소짓게 한다.

 

살기 어렵던 시절 동네점빵에서의 외상은 흔한 일이었고, 80년대까지 대학가에선 학생증 맡기고 외상술을 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의 일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아메리카노가 2000원이라는데, 들러서 한잔 사 마시고 발길을 옮겨도 좋음직하다.

 

 

마을 안길을 나와서 다시 마을회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니 옛 창고건물이 여러 채 보인다. 이곳엔 무엇을 보관했을까. 궁금증이 인다. 오조포구와 가까이 있으니 배로 들여오거나 나가는 물품들이었겠지만 이렇게 큰 창고가 여럿 있다는건 그만큼 오조리가 번성한 마을이었다는 방증일거다.

 

 

마을에선 올레길 2코스에 위치한 이들 창고 중 하나를 내어 고기국수를 비롯한 제주음식을 파는 쉼팡을 운영하고 있다. 맛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족지물

 

마을에서 식산봉으로 가는 길 입구에 작은 용천수가 있다.

 

 

마을에는 오조양어장을 끼고 '주군디물'과 '족지물' '재성물' '엉물' 등의 용천수가 솟으며, 마을 안 '얼피물' '논동네'에도 샘이 있었다. 식산봉 서북쪽에 위치한 '재성물'은 과거 목욕탕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보를 쌓으면서 차츰 변질되었고, 현재는 '족지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는 상태이다. 더구나 이들 물은 짠기가 있어서 음료수로는 부적당했다.

 

족지물이 있어서 이 동네를 족지동네라고 불렀다.

 

 

너무나 단정히 정비된 모습에서 옛정취를 찾기 힘들다. 다만 단단한 바위사이 뿌리를 내리고 물가를 지키던 오래된 큰 나무 한그루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족지물을 지나 고개를 들면 식산봉과 일출봉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란히 서 있어 나그네를 반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욱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오현고를 나와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육군 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삼성물산 주택부문에서 일했다.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공부를 더 한 뒤 에이스케이 건축 대표이사를 거쳐 제주로 귀향, 현재 본향건축 대표를 맡고 있다. 제주대 건축공학과에서 건축시공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고향 제주의 벗들과 제주의 역사공부를 곁들여 돌담·밭담·자연의 숨결을 더듬고자 ‘역사나들이’ 기행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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