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괘(巽卦) 손(巽)은 순종, 비천이다. 겸허는 필요하다. 그러나 과한 겸허는 순종, 비천하게 된다. 순종하는 게 있고 비천하게 되면 노예 성품이 생기게 된다. 창조성이 없어지며 성과를 이룰 수 없다. 포부가 없어지게 된다. 과도한 겸손은 어떻게 하여야 할까? 겸허는 물론 좋다. 그러나 과도한 겸허는 나약함이다. 인생에서 여러 가지를 선택할 때 어떤 때에 겸허하여야 하고 어떨 때에는 선양하여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신축성 있게 대처하여야 한다. 힘들이지 않고 여유 있게 일을 처리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여야 자신이 개인 직업 발전에 최고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주역』은 말한다. “겸손함이 상(牀) 아래에 있어서 물자와 도끼를 잃으니, 곧더라도 흉하다.” 무슨 말인가?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고 고분고분 하는 것이 극에 달하여 침대 아래까지 굽히면 생계를 도모해야 할 자본을 잃게 되고 강인한 본성을 잃게 되기에 결과적으로 흉험하다. 사람은 강한 면도 있고 약한 면도 있다. 강하고 부드러운 두 가지에 조화를 이루어야 인생의 큰길에서 어디에 가서 승리할 수 있다. 사람이 강한 일면을 일단 잃어버리면 나약하고 무능하게 변해 버린다. 과도한 겸손은 강한 성품을 잃게 되어 비굴하게 된다. 열등의식에 빠져버린다. 열등의식이란 자아를 너무 지나치게 부정하면서 생성된, 남보다 못함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정서적 체험이다. 자기의 능력, 학식, 품격 등 자신의 요소를 너무 낮게 평가하면서 나타난다.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연약하면 비교적 강한 자극을 견디어 내지 못한다. 너무 신중한 나머지 소심하게까지 된다. 늘 애수에 잠기고 감상적이어서 자주 의심하는 심리가 생겨난다. 행위가 위축되고 앞뒤를 너무 재어 우유부단하게 된다. 열등의식은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고 다양한 신분에서도 나타난다. 재덕(才德)이 평범한 사람도 일생 중 ‘눈부신 성과’와 ‘뛰어난 점’이 도드라져 빛을 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들은 왕왕 “속세를 달관”하거나 “속세의 덧없음을 깨닫는” 감탄을 쉽게 발하여 “흐르는 물 떨어지는 꽃에 봄이 간다”1)와 같이 어찌할 수 없다는 심리를 표출한다. 심지어 비관적 실망을 인생의 기조로 삼기까지 한다. 전력을 다하여 분투해 사업에 성공하고 빛을 발했지만 이후에 ‘성공’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걱정하여 앞길이 막연하고 ‘세상 모든 현상은 공허하다’는 애탄에 쉬이 빠져드는 사람도 있다. 겸허는 겁 많고 나약한 것과 같음표가 아니다. 심지어 겸허는 강한 쪽이 약한 쪽을 대할 때 하는 행위다. 겸허의 척도는 알맞게 파악하여야 한다. 모태동(毛澤東)이 말한 적이 있다. “지나친 겸허는 교만함과 같다.” 그렇지만 사실적으로 말하면 지나친 겸허는 나약함과 같다. 겸허의 품격은 자신의 성취에 대한 평가 위에 체현 되어야 한다. 자기 앞에 놓인 사람과 일에 대해서 겸허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겸허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공경하면서도 스스로 비하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예절은 있어야 한다. 자기의 재능을 믿고 남을 깔보지도 말고 자신을 멸시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겸허다! 어떻게 해야만 겸손이 지나치지도 않고 지극히 적당하게 할 수 있을까? 첫째, 공구를 적당하게 운용하자.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금강찬(金剛鑽)이 없으면 도자기 수리를 맡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 어떤 일을 할 능력이 없다면 함부로 일을 착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금강찬’을 구비한 후에야 인생의 길을 걸으면 좋은 상품이 잘 팔리듯 인기를 누릴 수 있다. 되면 된다, 안 되면 안 된다 얘기하면 된다. 허풍 떨지 말고 책임을 회피하지도 말자. 이런 관계가 시간의 검증을 가장 잘 견디어 낼 수 있다. 그러한 서로의 관계가 일단 형성되면 당신은 기쁘고 즐겁게 된다. 업무 효율과 업무 생산력도 시간에 따라 변할 것이고 하루하루 발전해 나갈 것이다. 둘째, 겸허한 태도를 보여주자. 상사가 당신을 과장하며 칭찬할 때 자신은 상사에게 배울 점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동료가 당신을 찬양할 때면 성적을 내는 데에는 상대방의 협조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어야 한다. 부하가 당신을 봉찬할 때에는 좌우 양쪽 팔이 병립해 호응해야만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발전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마음속으로 명확하게 알고 입으로 정확하게 표현하여 상대방에게 당신의 성실함을 알게 하여야 한다. 늘 당신의 겸허한 태도를 표현하라. 그러면 당신은 상사의 찬동, 동료의 감탄, 부하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1) ‘낙화유수(落花流水)’,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이란 뜻이다. 가는 봄의 풍경을 묘사한 말이다. 뜻이 확대돼 힘이나 세력이 쇠퇴해가는 것을 비유하는 의미로 쓰인다. 당나라 때 이군옥(李群玉)이 은사 진련사(秦煉師)가 잠공산(岑公山)으로 돌아가는 것을 송별하면서 쓴 시 「봉화장사인송진련사귀잠공산(奉和張舍人送秦煉師歸岑公山)」 마지막 구절 ‘낙화유수원리금(落花流水怨離襟 :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 떠나가는 게 원망스러워)’에서 유래하였다. 오대 때 남당(南唐) 이욱(李煜)의 사(詞) 「낭도사(浪淘沙)」에도 ‘유수낙화춘거야,천상인간(流水落花春去也,天上人間 : 흐르는 물 떨어지는 꽃에 봄이 가니 하늘의 인간 세계로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르네상스, 만물의 중심은 인간 우리 인류세의 한 점인 르네상스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사람들은 무언가 혁신적인 일로 보이면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했다”라고 말하길 좋아한다. 우리 마음에는 늘 어떤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르네상스(Renaissance)란 이탈리아어 리내시멘토(Rinasimento)라는 어원을 가진 말로 프랑스 역사가인 미슐레가 프랑스어 Renaissance라는 말로 확립시켰다. 재생, 또는 부활을 의미한다. 이러한 재생이라는 관념이 이탈리아에서 확실한 토대를 가지게 된 것은 지옷토(Giotto, 1266~1337) 시대의 일이었고 지옷토는 고대 그리스 로마 미술의 진정한 부활을 유도해낸 인물로 칭송됐다. 다시 말해 중세의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지역보다 낙후되었기 때문에 지옷토의 새로운 업적들이 그들에게는 엄청난 혁신으로 보였고, 예술에 있어서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모든 것이 부활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14세기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예술과 과학과 학문이 고전시대에 번창했었으나, 이 모든 것들이 거의 다 북쪽의 야만인들에 의해서 파괴되었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가 이 영광스러운 과거를 다시 부흥시켜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피렌체는 단테와 지옷토의 출생지이며 부유한 상업도시였기에 바로 이곳에서 15세기 초에 일단의 미술가들이 과거의 미술개념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미술을 창조하고자 시도했던 것이다(E.H.곰브리치, 1999). 이와 같이 르네상스 운동은 이탈리아 피렌체가 그것의 근원지가 되었다. 이 운동은 과거의 노스탈쟈가 아니라 현재 현실의 절박한 과제로서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피렌체 인문주의 정신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만물의 중심은 인간이다.”라는 것이었고, 신 중심의 중세의 가치와는 달리 인간이 역사와 사회의 주역이 되었다. 이미 한 세기 전에 단테와 지옷토는 인문주의의 기초를 놓았던 것이다. 르네상스의 시작은 중세의 긴장된 종교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 회복의 운동이었다. 야코프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 hardt, 1818~1897)에 의하면, “중세에는 인간 의식의 양면(兩面)이 있었는데, 바깥 세계를 향한 의식과 인간 내면을 향한 의식, 이 두 가지가 안팎으로 베일을 쓰고 꿈을 꾸거나 반쯤 깨어난 상태로 신앙과 어린애 같은 집착과 망상으로 짜여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바라본 세계와 역사는 기묘한 색채를 띠었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인종ㆍ민족ㆍ당파ㆍ 단체ㆍ가족 따위의 보편적인 범주로만 이해하였다.” 14세기 초부터 유럽은 온갖 종류의 재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여러 차례의 기근은 사람들을 약하고 병들게 만들었고,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엄청난 인구가 죽어나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쟁 또한 잇따라 일어나 행정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시민들은 가중된 세금과 군인들의 약탈을 견뎌내야 했다. 사회적 상황이 극에 달하다보니 경제 성장은 곤두박질치고, 경제적 타격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농촌의 농민들에게 전가되었다. 농민들은 농토를 영주들에게 뺏기듯 팔고는 도시로 가서 새 삶을 이루고자 했으나 거기에서 마주친 것은 오로지 빈곤과 고생뿐이었다. 결과는 모든 게 사회적 혼란으로 되돌아왔으며, 이런 현상은 전체 유럽 전역에 되풀이해서 나타났다. 13세기 유럽을 특징 지었던 통일성은 사라졌으며, 제국과 교회는 모두 분열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대륙의 이 시기를 그저 파괴와 쇠퇴의 과정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13~14세기 두 세기의 걸친 봉건적 분열은 왕권국가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고, 이로부터 다른 유형의 행정체계가 서서히 발전해 나갔다. 유럽의 번영이 점점 회복되어 상업과 산업은 새로운 도약을 맞이했다. 1378년 프랑스 아비뇽에 새 교황청이 생기고, 또 로마에 교황청이 생기면서 두 명의 교황이 탄생하는 교회의 대분열(1296년~1417년)을 맞았지만 교회의 통일성이 회복되면서 다시 제자리를 차지하면서 종교생활과 관계된 새로운 표현양식들도 발달하게 되었다. 바자리의 『이탈리아 미술가 열전』에는 르네상스 시대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브루넬레스키, 마사초, 도나텔로 등 세 명의 예술가가 있는데 젊은 예술가의 지도자는 필립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1377~1446)였다. 그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선구자적 건축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가 만든 주요 작품은 모두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으며, 르네상스 건축의 창시자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미술의 조형적 영역에 있어서 획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원근법(遠近法, perspective)은 브루넬레스키가 발견하고 알베르티가 체계적으로 이론화했다. 이 원근법은 그 후로부터 600년 가까이 오늘날까지도 서양미술에서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원근법과 환영주의 “Perspectiva라는 말은 라틴어로서, ‘통해서 봄(透視, Durchsehung)’이라는 의미이다.” 알프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는 원근법(遠近法, perspective)의 개념을 독일어로 처음 의역하고 있으며, 완벽한 원근법과 인체비례를 처음으로 북유럽에 들여온 이도 바로 뒤러였다. 그런데 이 라틴어는 보에티우스(Boethius)에게도 나타난다. 뒤러는 말한다. “눈은 인간이 지닌 가장 고귀한 감각이다.”라고. 미술사학자 어윈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 1892~1968)는 투시법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투시법은 인간과 사물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게 한다. 그러나 인간과 맞서고 있는 이 자립적인 세계를 인간의 눈으로 끌어옴으로써 인간과 사물의 거리를 제거하는 것이다.” 파노프스키는 이 투시법을 화가가 자신을 들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론적 행위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탈리아 르네상스 그림이 사실적인 그림이 아니라 그것은 인위적으로, 또는 수학적으로 재구성하고 재현한 그림으로 인식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시기에 들어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과 세계에 대해 거리를 두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그것을 자신의 관점에서 재구성해 재현하려는 시도로 만들어 낸 것이 투시원근법이라는 사실이다. 레오나르다빈치는 원근법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선 원근법(線遠近法, perspective liniale):눈으로 볼 때 물체가 작아지는 크기를 다룬다. 색채원근법(色彩遠近法, perspective di colore):눈에서 멀어지면서 색이 변화하는(감퇴하는) 방식을 다룬다. 소멸원근법(消滅遠近法, perspective speditione):물체가 거리에 비례하여 덜 완성된 것(외곽선의 명확성으로 떨어져 보이는 것)을 다룬다. “회화에서의 으뜸은 물체가 튀어나오듯 보여야 하고 그 물체를 둘러싼 상이한 거리에 있는 바탕이 그림의 전경과 수직면상에 있듯이 보여야 한다.” “선 원근법은 눈의 구조에 의한 것이고, 색채원근법과 소멸원근법은 눈과 눈에 보이는 물체 간의 거리 사이에 존재하는 대기(大氣:공기)에 의한 것이다“라고 다빈치는 말한다. 사실 투시도법(선 원근법)은 3차원의 대상물을 평면에 그리고 입체효과와 원근감을 표현하려고 시도하는 기하학적 원근화법이다. 즉 소실점(vanishing point)의 기하학적 의미를 명확히 포착하는 기법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에 의하여 1410년경에 발견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원근법에 있어서 우리가 마사초((Masaccio, 1401 ~ 1428)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가 그린 <성 삼위일체>가 처음 원근법을 이용하여 공간의 환영을 만들어낸 프레스코 벽화로써 환영주의 시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스물일곱 살 젊은 나이에 요절을 했지만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성 삼위일체> 그림을 보면 십자가의 예수를 중심으로 위에는 하나님이, 좌우로는 왼쪽에 성모마리아, 오른쪽에 사도 요한이 있고, 아치 문 입구 좌우로 주문한 가문의 부부가 서 있는 모습이다. 천정은 원근법을 이용하여 공간의 환영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두운 하단에는 석관 위에 해골의 시신이 누워 있고, 바로 그 위로 작은 글씨가 씌여있다. “나도 한 때는 그대였고, 그대 또한 내가 될 것이다.” 곧 당신도 나와 같이 죽어서 이런 해골의 모습이 될 것이다. 라는 경구이다. 미켈란젤로 제자이자 건축가이며 화가였던 지오르지오 바자리(Georgio Vasari, 1511~1574)는 브루넬레스키에 대해 말한다. “옛날 피렌체에는 명성이 자자하고 근면한 생활을 즐기던 사람이 있었다. (……) 피렌체의 건축가 겸 조각가 필립포 브루넬레스키는 원근법에 대해서도 열심히 연구하였다. 그 당시 원근법은 사람들에게 잘못 이해되고 있었으며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그는 이 원근법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하여 오랜 세월을 두고 연구한 끝에 투시도의 기본 지평선(地平線)과 표고(標高) 등의 교차선을 사용하였다. 이 천재적인 발견은 데생 기술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였다.” 앞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한 "회화에서의 으뜸은 물체가 튀어나오듯 보여야 한다"는 이론은 원근법을 극대화한 효과를 말하는 것이다. 서양미술에서 환영주의(幻影主義)라고 하는 것은 바로 비례의 정확성과 생생한 사실성에 기반을 둔 그림을 말하는 것이다. 환영주의의 시초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탄생한 원근법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화면이 2차원이라면 거기에 입체적인 형태를 그려 3차원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의 사물인양 착각하게 만드는 미술의 기법을 가르쳐 환영주의라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등장하게 된 원근법의 영향으로 거리감과 형태를 3차원으로 표현함으로써 19세기까지 줄곧 대세를 이루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사실주의라고 부른다. 우리는 눈앞의 현실을 재현하는 사실주의 미술에 매우 익숙해 있다. 1861년 구스타프 쿠르베는 사실주의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 “무릇 회화란 본질적으로 구체적인 예술이며, 실재하는 현실을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회화는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을 단어로 삼는 물리적인 언어이다.” 사실주의 화가들은 현실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형상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자세하고 촘촘하게 생동감 있도록 묘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라파엘로나 다빈치의 그림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이런 사실적인 그림이라도 결국 2차원의 평면에다가 실재의 세계처럼 눈속임에 불과한 그림인 것이다. 환영주의란 평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진짜 현실세계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환영(幻影)’을 준다는 의미에서 환영주의(illusionism)라고 부른 것이다. 그림에 대한 환영주의의 이론적 기원은 르네상스시대 원근법 옹호자들 사이에서 발견된다. 그림이란 눈에 보이는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窓)이라는 생각을 처음 암시한 사람은 L. B.알베르티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음과 같은 말로써 이러한 생각에 구체적인 내용을 부여했다. “원근법이란 아주 투명한 유리창 뒤에 서서 보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 유리창 표면에는 유리 뒤에 위는 물체들이 그려지게 될 것이다.” 서양미술의 전통은 20세기 현대미술이 도래하기까지 이 환영주의가 화면을 지배했다. 원근법에 기반을 둔 이 환영주의 미술은 19세기가 되면 초상화의 대체 수단으로써 마침내 화가들의 새로운 시도인 사진술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김정숙, 『연표로 읽는 서양미술사』, 현암사, 2021. 레오나르도 다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 노트북』, 장 폴 리히터 편집, 루비박스, 2015,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강대진 옮김, 아카넷, 2012. B.크로체, 『사고로서의 역사 행동으로서의 역사』, 최윤오 옮김, 새문사, 2013. 마르크 블로크, 『역사를 위한 변명』, 고봉만 옮김, 한길사, 2013. 박정자, 『마네 그림에서 찾은 13개 퍼즐 조각』, 기파랑, 2014. 스테파노 추피, 『신과 인간 르네상스 미술』, 하지은 외 옮김, 마로니에북스, 2011. 신준형, 『파노프스키와 뒤러-해석이란 무엇인가』, 사회평론, 2015. E.H.곰브리치. 『서양미술사』, 백승길외, 예경, 1999. E.H.곰브리치. 『예술과 환영-회화적 재현의 시리학적 연구』, 차미례 옮김, 열화당, 2003. E.H.카, 『역사란 무엇인가』, 김택현 옮김, 까치, 2015. 알베르티, 『회화론』, 김보경 옮김, 에크리, 2020.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이기숙 옮김, 한길사, 2003. 에르빈 파노프스키, 『상징형식으로서의 원근법』, 심철민 옮김, 도서출판b. 2014. 위르겐 카우베, 『모든 시작의 역사』, 안인희 옮김, 김영사, 2019. 이언 자체크 책임편집, 『미술사연대기』, 이기수 옮김, 마로니에북스, 2019. 이상현,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다』, 삼화, 2017. 지오르지오 바자리,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李根培 譯, 한명, 2000. G.G.콜링우드, 『서양사학사』, 김봉호 옮김, 탐구당, 2017. 프레데리크 들루슈 편, 『새 유럽의 역사』, 윤승준 역, 까치, 2009.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바다는 꿈꾸고 있네 - 첸밍커(陳明克, Ming-Keh Chen) 바다는 꿈을 꾸고 있다 짙은 구름 틈으로 비스듬히 햇빛이 내리네 잠든 바다 위에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에서 한 줄기 빛이 깜박이고 있네 오! 바다가 눈을 깜박이네 물이 모이는 바다 하지만 꿈은 그것은 이슬방울이지 풀 끝으로 떨어지는 모든 동물과 식물들도 바다의 꿈을 꾸지 그들 사이에 전쟁이 없는 것은 당연해 하지만 나는 인간이어서 이슬방울 속에서 일어서는 것을 꿈꾸지 잔디 끝에서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네 내가 또 누구를 찾을 수 있는지 The Sea is Dreaming (By Ming-Keh Chen) From the gaps of dense clouds the slanted sunlight falls upon the sleeping sea Where the sea meets the sky a beam of light is flickering Oh! The sea is blinking The sea has gathered so much water but dreams it is a dewdrop falling to the tip of a grass All animals and plants Also dream the sea’s dream No wonder no war is amongst them But I, a human being Dream I stand up from a dewdrop On the tip of a grass And look around Whom else I can find 海的夢 - 첸밍커(陳明克, Ming-Keh Chen) 密佈的烏雲縫隙 陽光斜斜落向 熟睡的海 海天相接處 一道光 忽亮忽暗 海眨著眼睛啊 匯集眾水的海 竟夢見 它是一顆露珠 飄落到草尖 所有動植物 也都夢見海的夢 難怪牠們沒有戰爭 做為人的我 卻夢見從草尖的露珠 站起來 張望 還有誰? ◆ 첸밍커(陳明克) = 1986년 칭화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7년에 그는 ‘립시(笠詩)’문학단체에 가입했다. 현재 그는 ‘립시(笠詩)’문학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2권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1권의 시선집, 2권의 이중 언어 시집(중국어-영어 1권, 중국어-스페인어 1권), 중단편소설집 2권이 있다. 8개의 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은유적이며 삶의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간통죄는 2015년 2월 26일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다. 간통행위를 국가가 개입하여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에 맡겨야 할 것이지 형벌을 통하여 강제할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상대 배우자에 대한 보호는 형법이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관하여 당시에도 그렇고 현재까지도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나, 어찌 됐든 위 결정 이후에는 상대 배우자의 보호에 관하여는 민사소송에 그 해결이 맡겨져 있다. 외도문제를 민사소송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책 배우자 또는 외도 상대방(상간녀 혹은 상간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다. 외도 상대방에게 소를 제기한 경우 상대방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정리된다. 하나는 상대방이 결혼한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불법행위의 고의가 없었다(자신은 불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만남의 기간이 짧고 횟수가 적으며, 유책 배우자와의 공동으로 한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청구하는 위자료 액수는 과다하다는 주장이다. 전자라면 결혼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다는 전후 사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야 할 것이고, 후자라면 유책 배우자와 상간 상대방의 만남의 기간과 횟수가 잦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만남의 기간과 횟수를 입증하기 위한 중요 증거 중 하나는 통신기록이다. 그간 통신사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통신기록을 제출을 거부하여 입증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난 7월 17일 대법원은 통신사가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하여 향후 유책 배우자와 외도 상대방 사이의 통신기록을 조회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인용되는 위자료 액수를 고려하면 민사소송으로 상대 배우자에 대한 보호가 충분한지에 관하여는 의문이다. 위자료는 통상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로 형성된다. 최근 이혼소송에서 유책 배우자가 위자료 2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와 화제가 되긴 하였으나, 상당히 이례적인 판단이고 통상 3000만 원을 초과하기 어렵다.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해 얻은 정신적 충격은 평생의 상처가 되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더 나아가서는 외도 상대방에게 면책권을 부여해주는 꼴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배우자 상간의 사법적 해결방법이 손해배상청구가 유일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를 상당 부분 증액할 필요가 있다. ☞김대현은? = 제주도 감사위원회, 법무법인 현답에서 근무하다 제주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제주지방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고향을 염려하지만 고향만을 지키지 않는다. 감히 뛰어들며 나아갈지 물러설지를 안다. 자신은 하지만 자만하지는 않는다. 이익을 중시하지만 재물만을 지키지는 않는다.” 이런 정신으로 온주인은 중국에서, 세계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었다. ‘밖으로 나아가’는 전략을 세웠다. 온주의 민간자본으로 ‘금지하지만 않으면 한다’1)는 다중 증식 형식을 형성시켰다. 온주 사람이 나가고, 온주 상품이 나가고, 온주 브랜드가 나가고, 온주 시장이 나가고, 온주 기업이 나가고, 온주 자본이 나가는 등 다양하면서도 생동적인 나가는 이상적인 경관을 창출하였다. 온주 사람은 어떤 것이나 다 생각하고 어떤 것이나 다 한다. 작은 것은 단추 구멍, 신발과 모자, 안경, 상표에서 큰 것은 복장, 가정용 전기기구, 물류센터까지 사람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업무라면 모두 고생을 감내하는 온수 사람들의 그림자가 있다. “작은 상품, 큰 시장, 소규모, 큰 협력, 작은 기계, 큰 동력, 작은 사람, 큰 기백” 온주 유형은 온주 사람 특유의 지극히 강한 치부 욕망과 창업 정신이 결합해, 감히 생각하고 감히 행동하는 온주 사람을 평범한 사회에서 뛰쳐나오게 했다. 온주 특색의 발전해 나가는 길을 개척하였다. 온주의 신발 제조 기업, 의류 기업, 안경 생산 기업, 라이터 공장 등, 유시(柳市)의 저압 전기기구, 금향(金鄕)의 배지 휘장, 용항(龍港)의 인쇄, 영계(靈溪)의 포장 등 사람들의 눈에 차지 않는 것들을 온주 사람은 중국 제일, 아니 세계 제일로 만들어 냈다. 이것은 바로 ‘작은 상품, 큰 시장’의 승리다. 온주의 기업은 온주, 절강, 중국 시장을 뛰어넘어 모든 국제시장으로 시야를 넓혔다. 온주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저 중국 내 어떤 지역 시장만을 자신의 경영 대상으로 삼는다면 4000여 신발공장, 3000여 의류 기업은 생존할 수도 발전할 수도 없다는 것을. 온주 사람들이 자신의 발전 경험을 이야기할 때 다음과 같이 개괄하였다. “천산만수(千山萬水)를 돌아다녔고 천신만고(千辛萬苦)를 겪었으며 천방백계(千方百計)를 생각하였고 천가만호(千家萬戶)를 걸어 들어갔다.” 여기에서 ‘천산만수’와 ‘천가만호’는 실제로 시장 반경을 가리키는 것이고 온주 사람이 ‘돌아다녔고’, ‘걸어 들어갔다’는 말은 시장에 다가가고 끊임없이 시장을 개척한 사실을 가리키는 것이다. 16세 때에 조지 워싱턴은 집을 나서 스스로 세상을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버지니아 서부로 가는 탐험대 중 측량원의 학도가 됐다. 1년 후에 버지니아 컬페퍼 카운티를 측량하였다. 1753년, 21세 조지 워싱턴은 버지니아 당국에서 서부 펜실베이니아로 파견되었다. 프랑스 정부가 오하이오 주에서 손을 떼도록 요청하는 일이었다. 이런 경험을 탐험일기 『조지 워싱턴 소령 일기』를 발표하였다. 이 일기를 빌어 조지 워싱턴의 대담, 지혜, 책략 등 명성이 식민지 지역과 유럽에 알려지게 됐다. 조지 워싱턴이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눈앞에 있는 대지만 마음속에 두고 단조로운 분위기와 사유 중에 자신을 가둬서 여가가 없어 나가지 못하는 것에서 나가려 하지 않는 것으로, 다시 나갈 수 없는 것으로 변하면 결국 어떤 발전성도 없게 된다. 밖으로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광활한 대지로 뛰쳐나간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러나 발전하고 싶거들랑 성공하고 싶거들랑 반드시 밖으로 나가라. 바깥세상을 받아들이라. 자기 사상과 세상을 합성해 보라. 그러면 진정한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旅卦 ䷷ : 화산려(火山旅) 리(離: ☲)상 간(艮: ☶)하 초육은 나그네가 자잘하니[쇄쇄( )], 이는 그 재앙을 취함이다.(初六,旅瑣瑣,斯其所取災.) 구사는 나그네가 거처하고 물자(物資)와 도끼를 얻으나 내 마음이 유쾌하지 않다.(九四,旅于處,得其資斧,我心不快.) [傳] 려괘(旅卦䷷)는 「서괘전」에 “풍(豊)은 큼이니, 큼을 다 한 자는 반드시 거처를 잃는다. 그러므로 려괘로써 받았다”라고 했다. 풍성함이 궁극에 이르면 반드시 편안한 바를 잃으니, 려괘가 이 때문에 풍괘(豊卦)의 다음이다. 괘가 리괘(☲)가 위에 있고 간괘(☶)가 아래에 있으니, 산[山]은 멈추어 옮기지 않고 불[火]은 행하여 머물지 아니하니, 떠나가서 거처하지 않는 상이다. 그러므로 나그네가 되고, 또 밖에 걸려 있으니, 또한 나그네의 상이다. 1) 법률, 행정 법규로 금지 하지 않은 기업 혹은 개인 경영의 업종과 항목에 그 경영을 허락하는 것을 말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률상담을 위해 찾아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하지도 못하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사연을 자주 접하게 된다. 당사자는 그 과정에서 느꼈을 억울함과 황망함을 끝없이 쏟아낸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 하지만, 정작 그런 사실관계를 증명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상당하다. 우리 모두 당장 축의금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금이 없어 급하게 빌린다거나, 지인 물건을 잠깐 빌려 썼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사소한 일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모두 법률행위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자질구레한 법률행위까지 모두 계약서, 각서, 차용증 등의 문서를 써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굳이 문서로 그 내용을 남기기 애매한 일상적인 법률행위의 범위는 모든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럽게 상대방에게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런 사실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차용증을 쓰자’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여 찜찜한 마음으로 돈을 빌려줬다면, 말을 꺼내지 못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도움을 드리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나 못 믿어?’, ‘우리 사이에 그런게 필요해?’, ‘일단 급하니깐 나중에’라며 문서 작성을 회피하면서 일단 먼저 빌려달라고 하는 주변 사람이 있다면,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사실, 빌린 돈을 제때 갚을 사람이라면, 차용증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개인적으로, 차용증 작성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돈을 제때 갚을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이라는 추상적인 이유로, 차용증 작성을 끝까지 거부하는 사람에게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빌려준 돈이 얼마인지, 언제까지 그 돈을 갚을지를 표시한 문자메시지 또는 카카오톡이라도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것도 좋다. 가장 흔한 대여금에 대하여 먼저 이야기했지만, 금전 대여가 아니더라도 계약서는 당연히 필요하다. 일을 며칠 도와주면 수고비로 얼마를 지급하겠다거나, 물건을 빌려 쓰고 돌려줄 때를 정하는 경우 등, 정확하게 정해두어야 하는 사항이 있다면 반드시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정해졌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세상이 팍팍하니 사람을 믿지 말고, 모든 것을 기록해두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당사자 간에 발생할지 모를 분쟁을 예방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겉과 다른 속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장치가 당사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물론, 계약서가 있더라도 억지를 쓰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과 엮였다면, 어쩔 수 없이 소송을 통하여 내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밖에 없다. 소송과정에서, 계약서는 아주 든든한 내 무기이자 방패가 된다. 제대로 작성된 계약서만 있다면,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로부터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은, 아주 수월하다. 소송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필요하고 효과적인 증거다. 이런 계약서를 굳이 필요없다며, 쓰지 말자는 사람은 다른 꿍꿍이가 있음이 분명하다. 항상 조심해서 속상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자.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 여괘(旅卦) 여(旅)는 외출하다, 집을 떠난다는 뜻이다. 자신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을 때 밖에 나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아를 연마하면서 점차 성숙해 진다. 기술이 낙후됐으면서 밖에 나갔거들랑 돌아오시라. 선진 경험을 얻어 자신을 위하여 쓰라. 시계, 식견이 넓지 않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오늘 날 세계는 개방의 시대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 세상을 보고 기량을 닦아야 한다. 현상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낡은 것을 답습하는 전통 관념을 없애야 한다. 시장 관념과 치부(致富) 의식을 수립하여야 한다.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용감하게 뛰쳐나가 세상을 돌아다녀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나그네가 거처하고 물자(物資)와 도끼를 얻으나 내 마음이 유쾌하지 않다.” 무슨 말인가? 몸이 타향에 있기에 잠시 외지에 머무니 안거할 수 없다. 자기를 발전시키는 길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하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낡은 자동차가 임시로 길가에 서있다.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다. 차에 탄 사람들이 초췌한 기색으로 멍하니 앞을 보고 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멀리 떠나는 것인가? 그런데 귀가(歸家)하나 원행(遠行)을 하나 기본적으로는 사실은 하나다 : 그들은 길 위에 있다는 것이다. 귀가한다면 그들은 이전에 집을 떠나 원행했었다는 것을 말한다. 원행은 집을 떠났다는 말이 된다. 밖에는 광대무변의 세계가 있다. 그 세계는 간난신고가 가득하다. 위험이 충만하다. 그러면서도 다채롭고 자극적이다. 외면의 세계는 시야를 넓혀준다. 자신을 키우고 발전시킨다. 바깥세상은 늘 집을 떠나 멀리 떠나도록 유혹한다. 사람은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생명의 쾌감을 얻는다. 억누를 수 없는 허영심을 만족시킨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늘 외친다 : 가자, 나가자! 어쩔 수 없기에 집을 떠난다. 집이 그를 받아들일 수 없거나 그가 집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에 떠난다. 그의 마음이나 몸이 짓눌렸거나, 몸과 마음이 억압을 받았거나, 떠날 수밖에 없었기에 떠난다. 멀리멀리 떠나간다. 그렇기에 인류에게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집에서 뛰쳐나가 동행이 되어, 고된 여정을 겪고 지치고 초췌해졌던 이야기가 생기지 않았던가. 사람의 눈에는, 마음속에는 늘 앞쪽이 있다. 앞쪽 상황이 불명확하다. 안개 속의 달처럼 몽롱하고 물속의 부스러기처럼 가물거린다. 그런 불확정성이 오히려 앞쪽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을 조장한다. 앞쪽은 사람을 흥분시킨다. 행동하게 만든다. 취한 듯 홀린 듯한 상태로 빠져들게 만든다. 창망한 앞쪽에서 자신에게 앞으로 오라는 종소리와 마음을 격동시키는 북소리를 들려오는 듯, 사람들은 피곤함도 모르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세상에는 길이 생긴다.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더 먼 곳까지 가기 위하여 배를 만들고 차를 만든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낡은 자동차도 길가에 서있는 것이다. 길은 집과 연결돼 있다. 사람들은 길을 빌어 앞쪽으로 나아가며 유랑한다. 예부터 인류는 유랑하기를 좋아하였다. 당연히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유랑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유량은 천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운명이기도 하다. 운명은 사람을 길 위에 세워놓는다. 사람들은 한 평생 집밖을 나서보지 않았거나 먼 길을 떠나보지 않았더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돌아갈 집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들도 끝도 없는 길 위에 있다. 넓은 들판은 망망하다. 사방이 텅 비어 있다. 눈앞과 마음속에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길만 놓여있다. 노신은 얘기한 적이 있다. “희망이란 원래부터 있는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어렵고 없는 것이라 얘기하기도 어렵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희망만 가지고 있다. 노력하지 않고 추구하지 않으면 그 희망은 ‘원래부터 있다고 얘기가 어렵다.’ 희망이 있으면 그 희망을 위하여 게을리 하지 않고 분투하면 그 희망은 ‘없는 것이라 얘기하기도 어렵다.’ 희망을 향하여 쫓으면 새로운 생활이 다가온다. 우리 인생길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게 간난신고다. 간난신고의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경험이 생긴다. 지혜가 쌓인다. 방향이 보인다. 자기 개척의 길이 열린다. 『주역』은 말한다. “나그네가 자잘하니, 이는 그 재앙을 취함이다.” 무슨 말인가? 길 위에서 심할 정도로 쩨쩨하고 옹졸한 것은 자신이 부른 재앙이다. 그렇기에 인생의 길에서는 절대 쩨쩨하거나 옹졸하지 말아야 한다.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 올바르게 서야 한다.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하여야 한다. 감히 나아가고 감히 뛰어들고 감히 견뎌내야 한다. 나아갈 수 있어야 발전이 있다. 세상을 넓게 볼 수 있어야 세상의 앞 열에 설 수 있다. 이 방면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온주(溫州) 사람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온주 사람은 장사를 잘한다고 알고 있다. 산을 끼고 바다에 연해있어 개방적인 정신, 모험적인 정신을 가지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주 사람은 고생을 견디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있는 곳에는 온주 사람이 있다. 시장이 없는 곳에는 온주 사람이 나타난다. 감히 밖으로 나아가는 것은 온주 상인이 성공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온주 사람들은 자랑삼아 말한다. “공기가 통하는 곳이라면 발전을 추구하는 온주 사람의 그림자가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쟁… - 사비아사치 나즈룰(Sabyasachi Nazrul) 전쟁, 계획된 공격, 계속되는 갈등 무고한 국가를 파괴의 가장자리로 몰아넣었고, 인류를 파괴한다! 평화를 위한 외침, 오늘도 모든 곳에서 기도하나니 나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원하고,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탄약 무기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힘조차, 권력, 오만함마저도 이것은 폭력적인 범죄, 오만의 과시이다 모든 성과는 손실되고, 영혼 또한 무감각하게 되어 침묵한다. 위선적인 이기주의의 정치는 오늘 어디에나 있다. 바다에서, 땅에서, 폭약 공격은 순진한 여성과 어린이의 생명을 빼앗아가고, 죽은 영혼의 비명이 흩어진다. 인간 의식의 힘은 무기에 대해 움직이지 않고, 심연에 빠져든다; 왜, 어떤 목적을 위해 귀중한 순진한 사람들의 피가 흘러나가고 빼앗기는 것인가, 왜, 왜? 어린이들, 여성들, 노인들은 당신의 총알로 몸이 부서져 얼어붙어 침묵한다. 왜, 누구의 이익을 위해 도시들, 마을들, 붐비는 항구들, 건축물이 파괴되고 있는가? 무엇이 경쟁인가? 지배하고, 무기를 팔고, 또는 재능을 낭비한다; 왜, 왜, 왜 차분하고 유순한 행동을 하는 순진한 가축들조차도 얼어붙어 피에 물들어 죽어가는가? 오 전쟁의 군주여, 어리석은 자여, 하이에나여, 갱단이여, 괴물이여, 너 불쌍한 아이, 천한 자여; 왜 당신은 땅을 파괴로 가득 채우고 싶어 하는가? 당신은 낭비된 태아의 피로 만들어졌다. 아! 가족들은 흩어져 가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땅에서 울며 행렬한다, 총알 부족, 폭탄, 전쟁의 충격으로 영원한 영혼의 유대가 서로 떨어진다. 피를 흘리며 축하하고, 전쟁을 막기 위해 대규모로 무기에 투자한다, 대지, 인생, 청춘, 사랑이 파괴의 길을 달리고 있고, 이것은 당신의 책임이다. 오늘은 무한한 바다에 파도도 없다, 순진한 남성과 여성, 어머니와 어린이, 노년의 하늘 찢어진 비명, 눈물은 심지어 바다조차 패배시켰구나! 은하계는 멈췄고, 비교할 수 없는 달빛도 희미하고, 별들도 응답하지 않는다; 나는 해가 지는 때를 알고 있다! 먼지와 연기로 덮여 있다. 새의 소리는 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새들의 둥지, 벌레와 나무, 동물의 서식지, 산소의 저장소, 숲들도 파괴되고 있다; 나는 평화를 원한다. 평화가 없다! 독수리의 검은 눈은 예리하고 폭력적인 발톱을 가지고 있다… 주여, 이렇게나 큰 피해, 이렇게나 많은 파괴, 이렇게나 많은 피, 이렇게나 많은 눈물, 위대한 창조주의 창조를 위한 물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전쟁… 전쟁… 전쟁… 전쟁… The war… (By Sabyasachi Nazrul) A war, a planned attack, a continuous conflict brought an innocent nation to the brink of destruction, Destroying humanity! Cry for peace, Prayer is universal today, I want peace, not war, we want peace! Ammo weapons won't last long Not even power, power, arrogance This is a violent crime, a show of arrogance All gains are losses, souls are also emotionless, silent. The politics of hypocritical egoism is everywhere today By sea, on land, The attack of the ferocious dinosaurs is taking away the lives of innocent women and children, the flying song of the dead soul. The powers of Man's consciousness are immovable to arms, sunk in the abyss; Why, for what purpose the blood of precious innocent people is spilled, taken away, why, why? Children, womens and old people are lying frozen silent with his body shattered by your bullets. Why, whose interests are arranged cities, towns, busy ports, architectural destruction today? What is the competition? Dominate, sell weapons, or waste talent; Why, why, why are even the calm, well-behaved, innocent domesticated animals lying frozen, bloodied, dying? O warlord, stupid, hyena, bandit, monster, you bastard child, part of a harlot; Why do you want to make the land full of destruction? You are made of the blood of a wasted fetus. Ah! Families are scattered and scattered, refugees abandoning their happy and beautiful lives, crying in other people's lands, Shorts of bullets, bombings, At the impact of the wars are the bonds of eternal souls leave each other. Celebrating bloodshed, massive investment in arms to prevent war, Earth, human life, youth, love are running on the path of destruction, this is your responsibility. The endless sea is wave less today, Innocent men and women, mothers and children, the sky-splitting cries of old age, tears defeat even the sea! The galaxies have ceased, the incomparable moonlight is dim, the stars are unresponsive; I know when the sun goes out! Covered with dust and smoke. The song of the bird's voice will not last longer, The nests of birds, insects and trees, the habitat of animals, the reservoir of oxygen, the forests are also destroyed; I want peace, no peace! The black eyes of the vulture are sharp and violent claws… Lord, so much damage, so much destruction, so much blood, so much tears, so much water to the creation of the great creator Who is responsible for this? A war… war… war… The War… ◆ 사비아사치 나즈룰(Sabyasachi Nazrul) = 영어와 힌두어 사용이 가능한 국제 시인, 동기 부여 작가, 번역가, 칼럼니스트, 세계 평화 대사, 세계 평화의 상징 및 여러 상을 받은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44개 국제 언어로 번역되어 방글라데시의 국내 신문과 잡지에 출판되었으며 다양한 국제선집, 문학 저널, 62개 국가의 잡지에 게재되었다. 그는 21권의 공동 시집과 2권의 자신의 시집을 출간했다. 그는 데일리글로벌네이션(The Daily Global Nation) 영문 신문의 부편집자이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우리 나라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방어권의 행사 및 법륙적 지원을 위하여 피해자에게 국선 변호사를 지정해 준다. 나도 지난 1년간 피해자 국선 변호사로 활동을 해 오면서 수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을 접하게 되었고, 여러 종류의 성범죄 사건을 처리해 오고 있다. 그런데 수많은 성범죄 중 유독 ‘강제추행죄’에 대하여 가해자의 입장에서 무죄를 주장하거나 실제로 위 혐의에 무혐의 또는 무죄가 선고되는 일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하였던 이유는 최근까지도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그 성립요건으로 하는데, 이러한 정도가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일 것을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스킨십을 한다고 강제추행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피해자가 항거가 곤란할 정도로 폭행 또는 협박을 한 상태로 만져야만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1983년도부터 적용된 법리(대법원 1983년 6월 28일 선고83도399 판결)로 현시대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현시대에서는 과거보다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더 존중되고 있고, 더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더욱이 중요시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인격권과 행복 추구권은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로 하고, 그에 파생되는 성적 자격결정권은 개인의 인격과 불가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므로 사생활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 책임 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적 행위를 할 권리로 이해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항거곤란'을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입장을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개인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위와 같은 제반 사정 등을 참작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40여년간 이어져 온 위 법리를 변경하였다.(대법원 2023년 9월 21일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따르면, 강제추행죄는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면서 상대방을 추행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로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만지기만 하여도 강제추행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만 할 것이다. 뒤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성범죄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강제추행죄에 대한 법리가 현시대에 맞게 변경된 만큼, 우리의 법감정과 성인지 감수성도 이에 맞게 변해야 하고, 더욱더 유념하여 행동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광우는? =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및 형사전문변호사다. 현재 서귀포경찰서에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시민위원, 선도심사위원회 전문위원, 수사민원 상담센터 법률상담 변호사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서귀포시교육청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위원, 서귀포지역 건축사회 법률자문위원회 위원, 서귀포시 노인복지관 고충처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감사하는 마음은 심리적 안위가 아니다. 현실 도피도 아니다. 아Q식 정신승리 방법은 더더욱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생활을 노래하는 방식이다. 생활에 대한 사랑과 희망에서 비롯된다.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에게 실패했을 때 격차를 보게 한다. 불행을 당했을 때 위로와 안심을 얻게 한다. 따스함을 얻게 한다. 난관에 도전하려는 용기를 북돋아준다. 더 나아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동력을 선사한다. 각도를 바꾸어 인생의 실의와 불행을 보게 해준다. 생활 속에서 시시각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은 영원히 건강한 심리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완미한 인격과 진취적인 신념을 가지게 한다. 물속에 조그마한 백반(白礬)을 넣으면 모든 찌꺼기를 응집시킬 수 있다. 우리 마음속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양하면 많은 경박, 불안을 응집시켜 많은 불만과 불행을 없앨 수 있다. 우리는 부모가 우리에게 준 생명에 감사하여야 한다.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 인생을 체험하게 해줬잖은가. 스승이 우리에게 준 지혜에 감사하여야 한다. 우리 내면을 충실하게 해줬잖은가. 친구가 우리에게 준 우정에 감사하여야 한다. 우리 생명의 여정에서 고독을 벗어나게 해줬잖은가. 순탄하지 못하여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하여야 한다. 우리를 발전시키고 강대하게 만들어준 적에게 감사하여야 한다.…… 즐거움의 두 번째 특징은 선한 일을 하는 것이다. 착한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 결과가 있다. 죄는 지은 대로 가고 덕(德)은 닦은 대로 간다. 결과가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착한 마음을 가지고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미래에 반드시 아름답게 된다. 인생이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는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을 도와주면서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달려있다. 인생에 가치가 많으면 많을수록 즐거움이 자연히 많아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갈 지는 개의치 말고 그저 변함없이 착한 일을 하기만 하면 뒤따라오는 것은 즐거움이요 확대돼 오는 것은 행복일 지니. 그럼 충분하지 않은가. 즐거워하는 사람의 이유는 모두 같다. 즐거워하지 않는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가 있다. 당신의 인생이 휘황찬란한 시기에 들어섰거들랑 더더욱 선한 일을 하여야 한다. 이 사회를 위하여 무엇인가를 할 것인가를 생각하자. 국가에 무엇을 공헌할 것인가를 생각하자. 후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하자. 이것이 사상의 경지를 높이는 것이다. 인생 가치의 약진이다. 후세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위대한 사업이다. 자기 사업을 크게 확장하는 것과 후세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을 연계시키면 ‘겸제천하(兼濟天下)’할 수 있다. 사업에 대성공을 거둔 이가성(李嘉誠) 부부는 모두가 알다시피 자선가이며 불교를 배우는 거사다. 3천 몇 백만 홍콩달러를 기부해 ‘이가성호리안노원’을 건립하였다. 점지가 약 1천5백 평방미터로 몇 백 명의 노인을 모실 수 있었다. 이가성은 홍콩과 대륙에 복전을 널리 심었다. 거금을 들여 불상을 만들었고 사찰을 지었으며 다리와 도로를 깔았다. 교육을 일으켰고 의료시설을 지원하였다. 연구비를 찬조해 문화발전에 기여했으며 난민 구조에 앞장섰다. 자선사업이요 보시였다. 이가성의 좌우명이라 한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충분히 자기 능력을 펼칠 수 있을 때가 되면 사회에 공헌하여야 한다.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야 하고 비교적 좋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 일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평생에 변하지 않는 사명이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는 것, 애국애민은 공덕무량이다. 사실이 증명하지 않던가. ‘겸제천하’하면 천시, 지리, 인화를 얻을 수 있고 이에 따라 후세에 은혜를 베풀게 되고 사업이 흥성하며 사회가 화목해지지 않던가. ***** 豊卦 ䷶ : 뇌화풍(雷火豊) 진(震: ☳)상 리(離: ☲)하 풍(豊)은 형통하니, 왕이어야 이르니, 근심하지 않게 하려면 해가 중천에 있듯이 하여야 한다./ 풍(豊)은 형통하니, 왕이 이르러 근심하지 말고 해가 중천에 있듯이 하여야 한다.(豊,亨,王假之,勿憂,宜日中.) 「단전」에서 말했다 : 풍(豊)은 큼이니, 밝음으로써 움직이므로 풍성하니, ‘왕이어야 이름[王假之]’은 숭상함이 큰 것이고, “근심하지 말고 해가 중천에 있듯이 하여야 함”은 마땅히 천하에 비추어야 하는 것이다. 해가 중천에 있으면 기울고 달은 차면 이지러지니, 천지가 차고 비는 것이 때에 따라 사그라지고 불어나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며 하물며 귀신에 있어서이겠는가?(彖曰,豊大也,明以動,故豊,王假之,尙大也,勿憂宜日中,宜照天下也.日中則昃,月盈則食,天地盈虛,與時消息,而況於人乎,況於鬼神乎.) 육이는 가리개[부(蔀)]가 풍성하여 대낮에도 북두성을 보며, 가면 의심과 미움을 얻으리니, 믿음을 갖고 감동하여 분발하면 길하리라.(六二,豊其蔀,日中見斗,往,得疑疾,有孚發若,吉.) [傳] 풍괘(豊卦䷶)는 「서괘전」에 “돌아갈 곳을 얻은 자는 반드시 커지므로 풍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물건이 돌아가 모이면 반드시 그 큼을 이루므로 귀매괘(歸妹卦䷵)의 뒤에 풍괘로 받았으니, 풍(豊)은 성대하다는 뜻이다. 괘는 진괘(☳)가 위에 있고 리괘(☲)가 아래에 있으니, 진괘는 움직임이고 리괘는 밝음이다. 밝음으로 움직이고 움직여 밝게 할 수 있는 것이 모두 성대함을 이루는 도이다. 밝으면 비출 수 있고 움직이면 형통할 수 있으니, 그런 뒤에 성대하고 큼을 이룰 수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현재사로서의 역사 “우리는 오로지 현재의 눈을 통해서만 과거를 조망할 수가 있고,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도달할 수가 있다.” E.H.카(Edward Hallett Carr, 1892~1982)는 역사는 과거와 미래의 대화라고 했다. 이런 인식 속에는 모든 역사는 현재사라는 베네데토 크로체의 역사의 개념이 숨어 있다. 콜링우드는 역사를 과학으로 생각했다. “과학이 무지(無知)로부터 출발하여 어떤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면 역사는 과학이 된다.” 그래서 역사는 ‘행해진 것(res gestae)’, 즉 과거에 행해진 인간의 행동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역사를 과학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수많은 상상력 더미로 덮이지만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늘 사실(事實)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해석(interpretation)의 문제가 따른다. 우리는 흔히 말이 안 되는 소리를 ‘소설 쓴다’라고 한다. 소설이 상상적 허구(imaginary fiction)라는 점에서 꾸며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는 현실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행위와 사건의 결과라는 점에서 증거로 말하는 사실이 있고, 그 사실은 각 문서와 편지, 전적, 비석, 사진, 영상 기록 및 증언, 기억술이 있다. 콜링우드는 역사의 목적을 인간의 자기인식에 두고 인간이 무엇을 했으며, 따라서 인간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는 데 역사의 가치를 두었다. ◇ 역사에서 기원이라는 말 뿌리가 없으면 줄기도 없고 꽃을 피울 수 없게 된다. 살아가는 방식이 바로 이 뿌리로부터 나온 의식일 것이다. 뿌리란 근원이다. 이 근원에는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 세상에 시작 없는 출발은 없다. 어디에서 출발하건 시작하면 멈추든 간에 멈춘 그 자리까지의 결과에 대한 성과가 있기 마련이다. 모든 것에 목적까지의 거리가 목표가 된다. 하기야 너무 길면 부러지기 쉽고, 너무 짧으면 이르지 못하는 곳이 있다. 그래서 적절하게 마디가 생기면서 천천히 다음 단계로 이동하며 커가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과정(process)이라고 여기며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과정에는 실패와 좌절이 따른다. 그러나 우리 역사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우리 인류세(Anthropocene)가 호모 사피엔스의 실험적인 장(場,camp)들이 모여 만든 결과이고 그것이 지금의 아름다운 세계를 만든 것이다. 세계는 공간이다. 공간은 우리 앞의 눈에 보이는 세계이다. 시간은 그 공간에 많은 흔적을 남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고 여전히 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간과 시간을 같이 사유하지 않으면 결코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우리 인간에게는 탄생이라는 시작이 있고, 죽음이라는 유한의 끝이 있다. 여럿의 손자가 태어날 때가 되면 부모가 돌아가시고, 이어 자신의 순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순환 속에서 개인의 시작의 의미가 새로 생겨난다. 죽은 고목이 썩어서 새싹이 나고, 물이 있음으로써 해류라는 흐름이 있는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기원, 곧 시작이 있다. 이 사물의 기원에 대한 생각은 헬레니즘 시대 에피쿠루스학파의 시인 루크레티우스(Titus Lucretius Carus, 기원전 99~기원전 55)의 인식처럼 “자연은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부터 다시 만들며, 다른 것의 죽음으로 도움을 받지 않는 한 그 어떤 것도 생겨나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사물은 사물에게서 시작된다는 진화의 의미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기원(起源)이란 맨 처음이라는 의미를 말한다. 이 기원이 있기 전에는 모든 것을 ‘자연 상태(status naturalis)라 불렀는데 자연 상태란 말 그대로 온갖 문명이 없는 상태에 있는 인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자연 상태란 매우 곤궁한 상태였다. 도구의 기원에서는 인간이 손을 사용하게 되면서 삶을 위해 선택한 것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나무, 돌, 뼈를 가짐으로써 최초의 도구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도구들은 사용했던 경험으로 인해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되는데 보강하거나 다른 것을 발견하면서 대체(substitution) 되고,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1차 변형과 자유변형이 일어나며, 또 지식이 늘어남에 따라 교차변형(Cross Mutation)이 일어나면서 도구의 진보가 있게 된 것이다. 미술의 시작은 작은 조약돌에 새겨진 얼굴이었다. 사람들은 이 얼굴을 최초의 미술품이라고 불렀다. 1925년 어떤 아마추어 고고학자가 남아프리카의 마카판스가트(Makapansgat) 동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종의 잔해가 있는 층위에서 붉은 갈색의 둥그스름한 벽옥을 찾아냈다. 그것은 길이 8cm, 폭 7cm, 높이 약 4cm에 250g 정도의 무게가 나가는 돌로서 연대가 300만 년이나 된 것이다. 그 돌은 평평하게 닦인 면에 눈 2개, 입 하나가 새겨진 얼굴이었다. 종교의 기원 또한 애니미즘(animism)이 시초였으며, 정령이라고 말해지는 비인격적 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애니미즘(Animism)이란 정령신앙(精靈信仰)과 비슷하며, 해, 달, 별과 같은 천체나 돌, 바위와 같은 암석, 수목, 숲, 샘, 우물, 연못, 내, 강, 바다 등 자연물에 신격을 부여하여 자연현상을 영(靈)과 생명의 작용으로 해석하려는 원시적인 종교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애니미즘이란 자연계의 만물에는 영성과 생명력이 존재한다는 세계관을 말하는 것이다. 종교의례로 보이는 최초의 매장된 사람 유골은 1823년 1월 윌리엄 버클랜드 목사가 영국 남부 웨일즈의 스완지 시에서 서쪽 15km 떨어진 가위(Gower)의 ‘염소동굴’을 탐사하던 중 그 속에서 조가비와 동물 이빨, 그리고 뼈들과 함께 유골을 발견했다. 버클랜드는 부장품을 토대로 머리 없는 유골이 매장자세로 놓은 여성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녀의 뼈는 검붉은 색으로 물들었는데 시신을 감쌌던 천이 썩으면서 물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시신 옆의 작은 조가비들과 동물 뼈로 만든 고리들, 3~10cm 길이의 앏은 상아 막대 등도 역시 같은 색이었고, 시신 주변의 흙도 같은 붉은 색이었다. 그 후 이 유골은 ‘파빌랜드의 붉은 유골(Red Lady of Pavilland)’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 여성은 약 스무 살 정도의 나이에 죽어 그 동굴에 매장된 가장 오래된 호모사피엔스의 한 표본으로 판명되면서 추상적인 종교의 기원에 대한 가설 이후 가장 오래된 종교의 증거가 되었다. 기원에 대한 애매한 개념을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 1886~1944)는 “먼 옛날의 사실을 가지고 최근의 사실을 설명하려는 태도는 마취 상태에 이를 만큼 우리의 연구를 지배해 왔다”라고 하면서 “역사가들이 공통적으로 숭배하는 가장 특징적인 이 우상은 ‘기원(origins)’이라는 고정관념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기원’이란 단어는 그 의미가 모호하고 무언가 분명하지 않다”라고 했다. 사실 우리는 맨 처음 시작한 것에 대해서 신비하게 들리는 마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것을 아무도 생각지 않을 때 처음 누군가가 시작했다는 것은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르크 블로크의 표현대로 “그것은(기원)은 단순히 ‘시작’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는 두 가지로 기원을 설명한다. 첫째, “대부분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점이라는 개념 자체가 특히 파악하기 힘든 것이므로 이를 따로 제쳐 놓는다면 이 ‘기원’이라는 말과 의미는 어느 정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는 기원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에 관한 문제이지만 사람들이 그것의 정의를 내리는 일을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둘째, 반대로 기원이라는 단어를 ‘원인’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인가? 묻고 있는데 본질상 원인을 탐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단어를 정의 내리는 것’과 ‘원인을 탐구하는 것’이라는 이 두 가지 의미로는 ‘기원’의 의미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혼란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용어로 볼 때 ‘기원’이란 “원인 이유를 설명하는 발단”이라는 뜻이거나, 더 나아가 “설명하기에 충분한 시작”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마르크 블로크는 바로 여기에 모호함이 있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역사적 시간은 편의상 각 시대구분으로 설명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원은 한 사건이 등장하는 시작, 또는 하나의 개념이 새로운 의미를 갖는 지점을 말하는 것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최근 역사에서 ‘디지털 시대’라는 말과 같이 과거에는 없었던 개념이 새로 열리는 그 시간의 시작점을 찾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일 때는 발단이 되고, 또는 인류세라는 용어의 개념을 처음 주장했던 인물이 첫 발표시점을 개념의 기원이라는 의미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 괴테가 말한 “현재란 없다. 단지 변화만 있을 뿐이다”라는 표현처럼 마르크 블로크의 말대로, 현재의 과학이라는 것도 매순간마다 ‘과거의 과학’으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늘 시작이지만 늘 과거가 되며, 과거 또한 현재에서 그 얼굴을 확인할 수가 있게 된다. 기원은 맨 처음이기도 하지만 역사적인 시간 속 간극에서 새로 생기는 분절된 마디에서 출발하는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김정숙, 『연표로 읽는 서양미술사』, 현암사, 2021. 레오나르도 다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 노트북』, 장 폴 리히터 편집, 루비박스, 2015,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강대진 옮김, 아카넷,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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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길 - 나탈리 비소(Natalie Bisso) 나는 거리로 나가네 - 하얀 길로 그 길은 내 문 앞에 흰 리본처럼 휘감겨 있는데, 휘감김은 탄생부터 마지막 장례식까지, 그리고 가슴에는 모국의 운명에 대한 우려가 있네. 모든 민족이 자신의 삶을 살고 있고, 그들은 자유를 위해 영원히 싸우고, 누군가는 천국을 갈망하며 진실을 죽이고, 어떤 이는 보상을 위해 팔리고 있네. 누군가는 배신하고 인생에서 사라졌지. 조국, 사랑하는 사람, 모든 친구와 이웃, 어떤 이는 그가 태어난 곳에서 도움을 주었고 그는 단순한 삶을 살았고 부끄러워하지 않았지. 나는 비슷하거나 다른 많은 운명을 보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세기를 살 수는 없어. 평화롭고 조화롭게. 불안이 가슴에 불타오르네. 사람을 위해, 지구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겠어. 하얀 리본이 하얀 길을 휘감고, 오직 하나님과의 대화가 없지. 모든 사람에게는 의지와 행복과 자유가 주어졌지. 푸른 금고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 당신은 금과 돌을 가지고 가지 않을 거야. 전 세계가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게 한다면, 도로가 빨간색과 흰색이 될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집, 조국, 하나님에게 돌아갈 수 있네. WHITE ROAD I go out into the street - white road It curls like a white ribbon from my doorstep, Curls from birth to the last trizna, And in the chest there is concern for the fate of the Motherland. Whole nations live their lives, And they fight forever for their freedom, Who thirsts, killing the truth, Someone is being sold for their reward. Someone, betraying, crossed out of life, Homeland, loved ones, all friends and neighbors, Someone came in handy, in the same place where he was born, he lived a simple life, lived and was not ashamed. I see a lot of destinies, similar and dissimilar, Not every century can live its own, In peace and harmony. Anxiety burns in my chest. I will pray to God for the people, for the Earth. A white ribbon winds a white road, Only there is no dialogue with God. Everyone is given will, happiness and freedom, The doors of the blue vault are open to everyone. You won't take gold and stones with you, Let it sound all over the world yes another opinion, If the road is red and white, You will return to your home, Homeland and God. БЕЛАЯ ДОРОГА Выхожу на улицу - белая дорога Вьётся белой лентой с моего порога, Вьётся от рожденья до последней тризны, А в груди забота о судьбе Отчизны. Проживают жизни целые народы, И воюют вечно за свою свободу, Кто-то рая жаждет, убивая правду, Кто-то продаётся за свою награду. Кто-то, предавая, вычеркнул из жизни, Родину, любимых, всех друзей и ближних, Кто-то пригодился, там же, где родился, Жил простой он жизнью, жил и не стыдился. Много вижу судеб, схожих и не схожих, Далеко не каждый век прожить свой может, В мире и согласье. Жжёт в груди тревога. За людей, за Землю помолюсь я Богу. Белой лентой вьётся белая дорога, Только не выходит с Богом диалога. Всем даётся воля, счастье и свобода, Всем открыты двери голубого свода. Не возьмёшь с собою злато и каменья, Пусть звучит по миру дa другое мненье, Коль красна делами белая дорога, Возвратишься к дому, Родине и Богу. ◆ 나탈리 비소(Natalie Bisso) = 시, 소설, 수필, 작곡을 넘나들며 13권의 작품집을 발간하였다. 그녀는 180권 이상의 국제 선집의 공동 저자이다. 그녀의 시들은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다른 나라의 세계문학예술 활동에 참여하여 은 배지를 받은 세계문학예술명예상을 받았다. 국제 문학 협회 ‘크리에이티브 트리뷴(MLATT)’의 창립자이자 회장이다. 문학과 예술 발전을 위한 국제 아카데미의 학자로 ‘국제 러시아 문학 아카데미(MAPC)’의 학자이며 ‘국제 과학 예술 아카데미(MANI)’의 회원이다. 또한, ‘북아메리카 작가 연합(WRITERS UNION OF NORTH AMERICA)’ 명예 회원, SPCA 독일 지부장, ‘국제 작가와 공연자 연합(ICAI)’ 회원이며 ‘Cámara Internacional de Escritores & Artistas 및 CIESART 세계 협의회(스페인)’ 회원, 국제 작가 연합(ISP) 회원, 현대 시 진흥을 위한 지역 공공 재단 "SVETOCH" 회원, 국제 작가 길드(독일) 회원, 국제 작가와 홍보인 협회 회원, 유라시아 창작 길드(런던), 중국문학 국제출판 고문(후베이성 문예계 연맹), 국제대회 심사위원, 국제창의인류포럼(IFCH) 대사(모로코), 유럽이사회 회원 및 인터컨티넨탈 협의회 회원 자문 위원회 RINASCIMENTO-RENAISSANCE Millennium III(이집트); "Thousand Minds for Mexico" 명예 회장 및 독일(멕시코) 국제 심사위원단, 스페인어 작가 연합(UXE) 명예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 문학 및 음악 대회에서 여러 차례 대상을 받았으며 여러 특별 국제상을 받았는데 유네스코가 후원한 ‘러시아의 황금 깃털’이라는 이름의 MAESTRO의 직함과 시의 대가라는 칭호 수상을 비롯하여 400개가 넘는 상을 받았다. 그녀의 노래는 라디오 "Radar", "Recital", "Phoenix", "WE ARE TOGETHER", AUTORADIO, Radio OK, Radio NG, Talent Park, Ocean+, 비디오 프로젝트 "Intrigue show"에서 공연되었다. 그녀는 ‘Artist TV’채널의 TV 프로그램 참가자이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