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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창] 우 지사의 공식일정에도 없는 '2개월 전의 약속' ... 그리고 그의 자리

아내와 아들은 하염 없이 울었다. 황망히 아버지를 여의고, 어이없게 남편을 잃은 그들은 그저 그렇게 눈물만 흘렸다. 3대 독자였던 그 아버지가 세상을 하직하는 바람에 그 집안에 남자라곤 졸지에 4대 독자인 아들뿐이다.

 

청년회장과 애월리장을 지낸 그 아버지이자 남편 박도천(64)씨는 언제나 열성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8일 오전 9시10분쯤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자운당 입구 사거리에서 변을 당했다. “제주도에 소나무 재선충병이 창궐, 이러다 온 섬이 초토화될 판”이라는 소식이 지속됐고, 급기야 도지사가 “지금은 온 도민이 나서야 할 때”란 도민호소까지 한 마당이기에 그는 청년회 회원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비록 민간인 신분이지만 “공무원들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 우리 제주도를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향토애가 발동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고사목 제거 작업을 하다 쓰러지는 나무에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실려갔다. 목이 부러지고 뇌손상 증세가 나타나 사경을 헤매던 그는 결국 사고 5일만에 숨지고 말았다. 민간인이 관 주도 재선충 방제 현장을 찾아 돕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16일 오전 8시 애월청년회 주관으로 애월청년회관 앞 마당에서 열린 그의 영결식장은 허전했다. 청년회원과 마을 주민 등 50여명이 현장을 지켰지만 재선충 방제의 지역 총괄본부장인 우근민 지사는 끝내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청년회원 중 한 명이 “도대체 이럴 수 있느냐? 그렇게 관을 대신해 주민이 발 벗고 나섰다가 이렇게 변고를 당했는데 도지사도 없고, 부지사도 없다. 추도사조차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고 그는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물론 현장에 참석한 제주도의 고위 공무원마저 영결식이 열리던 그 시각 도지사의 행보를 몰랐다. 그들은 그저 도지사가 긴급한 공무로 영결식장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우근민 지사는 영결식이 열리던 시각인 오전 8시20분 제주시 오라골프장 1번홀에서 골프채를 잡았다. 호쾌한 드라이브샷이었다. 새누리당 중진인 서상기 국회의원과 그는 그날 18홀을 돌며 4시간여 골프회동을 마무리했다. 전국 시·도 생활체육회장 등과 함께 한 골프회동이었다. 명분이야 어쨌든 우 지사는 최근 새누리당에 입당원서를 냈지만 승인도 못 받고 시일을 보내고 있는 터여서 그에게 새누리당 중진과의 만남은 새로운 인연이 열리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여론이 일자 5시간 여 만에 제주도는 위영석 정책조정관의 이름으로 해명자료를 냈다. “2017년 세계대회 제주 유치에 따른 사전협의를 위해 2개월 전에 약속된 행사였다"며 "우근민 지사와 제주도는 이날 행사를 통해 각종 대회 개최 ·노하우와 시설이 구비된 제주에서 각 종목별 전국 대회를 개최해줄 것을 요청했고 2017년 제주세계대회를 지원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했다"는 해명이었다.

 

도는 특히 "이번 행사는 2개월 전에 사전 약속된 것으로 갑작스런 박 전 이장의 사망으로 연기나 취소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드리며 도민 여러분의 이해를 구한다"고 전했다. 물론 "우근민 지사는 이보다 앞서 고사목 제거중 부상을 당한 박모씨에 대해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섬관광정책 포럼 참석 후 귀국 하자마자 문병을 했다. 또 우 지사는 영결식이 예정된 16일에는 앞서 언급한 전국생활체육회장단과의 간담회 등이 잡혀 있어 사전에 15일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위로하는 등 예우에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나온 제주도의 최종 해명자료에선 놀라운 사실이 확인됐다. 첫 해명만 놓고 보면 2017년 제주세계대회 유치가 확정된 것인지 불분명했지만 최종 해명에선 “2017년 제주유치가 확정된 세계생활체육연맹총회(TAFISA) 홍보와 참여지원을 위한 공식행사”라고 밝혔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종목별 전국생활체육대회 제주유치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근민 지사가 공식적으로 행사에 참여한 것”이라며 “전후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비판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제주지역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론에 화살을 겨눴다. 게다가 “전국생활체육회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과의 일정도 제주도의 절실한 필요에 의한 것이기에 일방적인 일정취소가 어려웠다”는 친절한 설명도 뒤따랐다.

 

이미 유치가 확정된 세계대회일 지라도 우 지사는 해명처럼 새누리당 중진의원과 오래 전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었기에 아마 고사목 제거작업 중 숨진 도민의 영결식 당일이어도 골프행사에 참석했을 것이다. 2개월 전 약속이기에 그가 참석할 것으로 예정된 당일 오전 10시30분 새마을금고연합회 연수원에서 열린 제16기 평통 제주지역 자문위원 연수 축사도 방기성 행정부지사가 대독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축사를 대독한 방 부지사는 우 지사의 불참 소식을 전하며 "행사가 겹쳐 피치 못하게 됐다"고 양해를 구했을 것이다. 그런 공식일정이었기에 그가 관용차를 이용, 골프장을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 제공되는, 제주도정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오는 그의 공식일정에는 그렇게 중요한 행사에 대해 아무런 메모가 없다. 제주도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코너 제목  ‘열정24시’는 그렇듯 그의 충정과 열정이 강조되고 있지만 무색하게도 그리 중요한 ‘공식’행사를 ‘공식’적으로 예고하고, 말하고 있는 공간은 없다.

 

지난 8월25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가뭄피해 현장을 확인코자 제주에 왔을 때도 그는 아마 장관에게 가뭄피해 지원을 역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공식’적인 이유로 오후 골프장을 찾았을 것이다. 그런 ‘공식’적인 이유로 그는 아마 최근 거의 매주말마다 관용차를 이용, 각종 골프모임에 참석해 골프라운딩에 나서고 있을 것이다. 공공의 이유로 작업을 돕다 숨진 도민의 영결식보다 더 중요하고, 공식적인 행사들이기에 ‘일방적인 취소가 어려워’ 그런 현장들을 찾고 있을 것이다.

 

제주에선 현재 27만 그루 이상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병 전국 감영현황 지도를 보면 피해가 극심한 지역을 붉은 색으로 칠한다. 광역 시·도 중 전 지역이 ‘피해극심’ 지역으로 분류돼 모두 빨갛게 색칠된 곳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그 재앙을 벗어나고자 민·관은 물론 최근엔 해병대 병력까지 투입돼 고사목 제거에 총력을 쏟고 있다. 그 와중에 사고를 당한 작업자수는 사망 1명, 중상 2명, 경상 7명이다.

 

우 지사는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특별법'상 지역 방제대책 본부장이다. 그는 지난 9월23일 부하 공무원에게 “재선충병 방제에 직을 걸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한달 뒤인 10월23일엔 ‘소나무 재선충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온 도민의 간곡한 참여를 호소한다”고 총동원령을 내리기도 했다.

 

제주도의 해명처럼 앞으로도 ‘더 중요한, 일방 취소가 어려운 공식행사’가 그의 자리인 것 같다. 다른 곳은 ‘일방취소가 쉬운 허접한’ 일들이다. 이제 ‘도민의 눈물’은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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