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피습사건 살해범 검거에는 범인이 현장에 흘리고 간 메모지가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인이 서귀포 일대를 배회하고 있던 현장을 제주 CCTV관제센터에서 포착, 현장으로 경찰이 출동하면서 용의자 체포가 일단락됐다.

 

20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8시 45분 제주시 연동 모 성당에서 60대 여성 신도를 살해한 중국인 천모(50)씨는 범행 현장에 메모지를 흘리고 갔다.

이를 발견한 경찰은 메모지 하단에 호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해당 호텔을 찾았다.

 

경찰은 성당 외부 폐쇄회로(CC)TV에서 확보한 범인의 모습을 호텔 직원들에게 보여줬으나 직원들은 기억하지 못했다. 경찰은 호텔 CCTV를 역추적하는 방법을 택했고 오전 7시쯤 호텔 밖을 나서는 천씨를 포착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천씨의 이름과 투숙기간(13~22일) 등 정보를 얻고 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제주공항과의의 공조를 통해 인적사항 및 입국기록 등 자세한 정보를 파악했다.

 

경찰은 공.항만에 경찰을 배치시키는 한편 동선 추적 및 탐문, 통신 수사 등 역할을 분배해 천씨의 검거에 나섰다.

 

또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천씨를 ‘관리대상자’로 등록, 출국 시도시 경찰에 바로 통보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에는 법무부에서 천씨를 공식적으로 출국정지시켰다.

 

CCTV 화면에서 확보한 천씨의 인상착의 등으로 전단을 만든 경찰은 각 지구대와 파출소, CCTV관제센터에 배부했다.

 

CCTV 관제센터에서는 전면 스크린에 천씨 사진을 띄어놓고 CCTV 화면들을 살피던 중 오후 3시53분쯤 서귀포시내에서 배회하고 있던 천씨를 관제요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중동지구대는 오후 4시쯤 천씨를 긴급체포할 수 있었다.

 

천씨는 지난 17일 오전 8시 45분 제주시 연동 모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던 신도 김모(61·여)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다.

 

김씨는 변을 당한 후 직접 119에 신고,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18일 숨졌다.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서귀포시로 향했던 천씨는 “서귀포시로 가기 전 제주공항에 한차례 들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씨는 “제주공항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며 “그러나 공항에서 택시를 갈아타고 서귀포시로 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천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김씨의 영결미사는 20일 오전 10시 신제주성당에서 열린다.

 

한편 경찰은 가해자로부터 치료비 등을 받지 못했을 경우 국가가 대신 보장해주는 제도인 범죄피해자 기금을 19일 제주지방검찰청에 신청했다. 피해자의 병원비와 장례비 등이 20·21일 내로 지급될 예정이다. 이 기금은 국가에 납부한 벌금 중 0.06%를 적립해 만들어진다. 관리는 법무부에서 하고 있다.

 

또 유족들이 직접 검찰청에 유족지원금을 신청하면 피해자의 월평균 수입이나 부양 가족수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최고 상한가 91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0일 CCTV영상으로 범인 검거에 공헌한 관제요원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