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에서 올해 첫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가 발생했다.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A씨(여·72)는 이달 초부터 고사리 채취 등 야외 활동을 하다 지난 22일 발열과 전신쇠약감 등의 증상을 보였다. A씨는 지난 24일 SFTS 검사 결과 SFTS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현재 제주시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다. SFTS는 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고열, 구토·설사 등 소화기 증상, 혈소판 감소 등이 나타난다. 진드기는 전국에 분포하며, 주로 숲과 목장, 초원 등에 서식한다. 제주지역은 환경 특성상 봄철 고사리 채취와 오름 등반 등 야외활동 여건이 용이해 매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선의 예방법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진드기는 봄부터 가을까지 활동이 왕성하다. 야산지역의 발목 높이 초지에서 참진드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농작업이나 야외활동 시 밝은색 긴 소매 옷과 긴 바지 착용 등 예방수칙을 지키고, 야외활동 후에는 몸을 씻으면서 참진드기가 몸에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야외활동 후 2주 이내에 고열(38-40℃), 소화기 증상(오심, 구토, 설사 등)이 있을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야외활동 이력을 알리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조상범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SFTS는 치료제와 예방 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높은 감염병인 만큼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봄철 야외활동으로 진드기 접촉 빈도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예방수칙 준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4·3평화공원의 유휴부지를 '평화와 인권의 성지'로 조성하는 제주4·3평화공원 활성화사업이 첫 삽을 뜬다. 제주도는 오는 28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에서 '4·3국제평화문화센터'와 '4·3트라우마치유센터' 착공에 들어간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제주4·3평화공원을 '평화와 인권의 성지'로 조성하기 위한 일환이다. 공원 내 유휴부지 16만7000㎡를 활용해 추진된다. 4·3국제평화문화센터는 지하 2층, 지상 1층 규모로 조성된다. 메타버스관, 평화문화예술 교류공간, 디지털 아카이브, 교육체험실 등 다양한 콘텐츠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4·3트라우마치유센터는 지하 1층, 지상 1층으로 힐링 치유 공간과 건강 증진실, 공동 취미 공간, 커뮤니티룸 등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복합 치유공간으로 조성된다. 도는 2022년 국비 11억원을 확보해 2023년 5월 '동백동산에 스며들다'라는 이름의 설계를 선정했다. 착공 후 본격적인 건립에 돌입할 예정이다. 제주4·3평화공원은 2001년 기본계획 수립 이후 3단계에 걸쳐 조성돼 왔다. 1단계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위령제단과 위패봉안실이 건립됐고, 2단계에서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기념관이, 3단계로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평화교육센터와 어린이체험관 등이 완공됐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이번 사업은 단순한 공간 확장이 아닌 제주4·3의 가치와 기억을 계승하고, 치유와 화해의 공간을 완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경찰의 정차 요구를 무시하고 30분간 도주극을 벌인 40대 음주 운전자가 붙잡혔다. 제주서부경찰서는 25일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3일 밤 11시 30분 제주시 한경면 일대에서 술에 취한 채 1톤 트럭을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한경파출소 순찰차는 A씨 차량이 도로를 지그재그로 달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정차를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무시한 채 그대로 달아났다. 이후 경찰의 추격이 시작됐고, A씨는 시속 100㎞를 넘는 속도로 도주했다. 도중에 진로를 막고 있던 순찰차를 들이받은 뒤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도주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약 30분간의 추격 끝에 잠복 중이던 경찰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A씨는 면허 없이 운전하고 있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8% 이상으로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과거에도 수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증거가 이미 확보돼 있고, 순찰차 파손에 고의성이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서귀포에서 진행된 아침 시간대 음주운전 단속에서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운전자를 포함해 5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귀포경찰서는 25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서귀동 1호광장 일대 7개 지점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인 결과 모두 5명의 음주운전자를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중 3명은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으로 운전면허 취소 대상에 해당됐다. 2명은 0.03% 이상으로 면허 정지 수치였다. 법적 처벌 수치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음주 수치가 검출된 운전자도 5명에 달했다. 경찰은 황금연휴를 앞두고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단속은 지난 달 19일부터 이어진 교통법규 위반 집중 단속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범죄행위"라며 "연휴 기간을 포함해 상시 단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20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다음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에서 열린다. 올해 제주포럼 주제는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혁신(Harnessing Innovation for Peace and Shared Prosperity)이다. 제주 세계평화의 섬 지정과 더불어 성장해 20회차를 맞은 올해 제주포럼에서는 국제 현안과 지역 미래를 아우르는 총 53개 세션을 운영한다. 올해 제주포럼에서는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대주제(평화, 공동 번영, 혁신)를 중심으로 세션 구조를 전면 정비해 지난해에 비해 세션 수를 다소 줄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지난해 재개한 세계지도자 세션에 이어 외교·안보, 기후·환경, 경제, 교육·문화, 청년, 글로벌 제주 등 다양한 분야 현안들을 세계 전문가들과 집중 논의한다. 먼저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와 연계된 전직 외교장관 라운드테이블과 해양안보 세션 등을 운영해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 대한민국 외교 전략과 안보 환경을 심도 있게 다룬다. 도정 핵심 어젠다를 반영한 탄소중립 세션과 '2040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 수립에 따른 민간 분야 관심 및 이해 증진을 위한 세션,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관련 세션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미래 혁신 전략도 공유한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직면한 공동 과제를 논의하는 국제포럼의 역할과 유엔 다자협력 확대 세션 등을 주제로 세계 각국 전문가,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대와 협력의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제20회 제주포럼 기념 특별사업으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 청년들을 초청해 글로벌 논의의 장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 간 교류·협력을 강화해 향후 지속 가능한 평화와 공동번영에 기여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주도가 세계평화의 섬 지정 2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주포럼 기간을 포함한 기념주간도 별도로 운영해 학술세미나, 정책토론회 등 다양한 평화 관련 학술행사를 연계해 제주 평화 실천 사업의 미래를 모색한다. 개회식은 오는 29일 오전 9시 30분부터 진행된다. 개회식에서는 제주포럼 조직위원장인 오영훈 지사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국내 지도자급 인사의 기조연설과 웸켈레 메네(Wamkele Mene) 아프리카대륙 자유무역지대 사무총장, 셰이크 나흐얀 빈 무바라크 알 나흐얀(Sheikh Nahyan bin Mubarak Al Nahyan) UAE 관용공존부 장관의 축사가 이어진다. 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로즈메리 디칼(Rosemary Dicarlo)로 유엔정무평화구축국 사무차장의 영상 메시지도 전달될 예정이다. 더불어 제주도 홍보대사인 그룹 세븐틴 승관이 영상으로 20주년 축하 인사와 함께 청년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주포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누리집(www.jejuforum.or.kr) 또는 인스타그램(@jejuforum)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jejuforum. page)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주포럼은 제주도,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하며 외교부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후원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승객과 승무원 400여명을 태운 바하마 국적 '씨닉 이클립스 Ⅱ’호가 일본 나가사키항을 출발해 제주항에 들어온다. 제주도는 세계적 초호화 탐험 크루즈 씨닉 이클립스 Ⅱ호가 25일 낮 12시 제주항에 입항한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2만2000톤급으로 최첨단 시설과 극지탐험 능력을 갖춘 초호화 6성급 크루즈다. 114개의 스위트 객실과 헬리콥터 2대, 6인승 잠수정을 갖춘 크루즈로 알려져 있다. 씨닉 이클립스 Ⅱ호는 주로 남극, 극동, 뉴질랜드, 인도네시아군도 등을 탐험하는 특별 크루즈다. 이번 여정은 한국, 일본, 대만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일정으로 구성됐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만 방문한다. 이번 제주 방문은 그동안 미국 씨트레이드 글로벌 포럼과 제주국제크루즈 포럼 등에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마케팅의 결실이라고 도는 설명했다. 도는 크루즈 신규 입항을 기념하고 재입항을 유도하기 위해 크루즈 관계자들과 기념행사를 열고,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 증정 등 다양한 환영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상필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극지 탐험 크루즈의 제주 입항은 제주 크루즈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더욱 다양한 크루즈가 제주에 입항할 수 있도록 해외마케팅 등 유치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모두 274회 64만여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한 데 이어, 올해는 346회 8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86회에 걸쳐 17만3000여명이 제주를 찾았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시 도심의 한 헬스장에 차량이 돌진하면서 이용객 2명이 다쳤다. 25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5분 제주시 외도동 한 헬스장 건물로 차량 한 대가 돌진했다. 이 사고로 건물의 유리 출입문이 파손됐다. 당시 실내에 있던 30대 남성과 40대 여성 등 헬스장 이용객 2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차량은 건물 입구 유리문을 뚫고 실내까지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와 수습 작업은 소방안전본부가 출동해 마무리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 운전자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30년간 유지해온 고도지구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현재 제주도 내 최고층인 제주시 드림타워 복합리조트(38층)보다 높은 40층짜리 건물도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제주도는 24일 '압축도시 조성을 위한 고도관리방안'을 발표하며 기존 고도지구를 문화유산보호구역과 비행안전구역 등 필수지역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해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거·상업지역은 기준높이와 최고높이 이원화 체계를 도입해 관리할 예정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기준높이는 주거·준주거지역 45m, 상업지역 55m로 설정된다. 이 범위 내에서는 별도의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없이 건축이 가능하다. 최고높이는 주거지역 75m(25층), 준주거지역 90m(30층), 상업지역 160m(40층)까지 허용된다. 기준높이를 초과할 경우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현재 도내 주거·상업지역의 83%인 51.7㎢가 고도지구로 지정돼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받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7.8%)의 10배를 넘는 수치다. 이런 규제로 도심 내 재개발과 고밀도 개발이 제한되고, 개발 수요가 외곽으로 이동하면서 자연환경 훼손, 도시 관리비용 증가, 원도심 공동화 현상 등의 문제가 지속돼 왔다. 도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도지구 지정 대신 기준높이와 최고높이 이원화 체계를 도입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과 주거복합·숙박시설에 대해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용적률을 완화한다. 제로에너지빌딩(ZEB), 녹지공간 확보, 재생에너지 도입 등 항목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또 고도지구 해제 이후에도 도시 경관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주요 경관축과 경관구역 설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창민 제주도 15분도시추진단장은 "도심의 고밀 개발을 유도해 외곽으로의 도시 확산을 억제하고,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원도심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회복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도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6월 중 전문가 토론회와 설명회를 거쳐 고도관리방안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2026년 도시관리계획 정비 및 조례 개정을 통해 2027년부터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도시 고도 완화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날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열린 대면브리핑에서 제주 고유의 스카이라인 훼손을 지적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고도관리방안은 단순히 다른 도시 사례를 따라한 것이 아니며 제주 한라산의 3부 능선 조망 확보를 고려해 최고높이를 설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산 항공엔진 개발에 14년간 4조4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주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제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금속·재료학회 춘계학술대회 ‘첨단 항공엔진 소재부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KF21 보라매 전투기 탑재용 엔진의 국산화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관련 투자 규모와 개발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항공엔진 자체 개발에는 올해부터 14년간 약 3조3000억원, 엔진에 사용될 소재 개발에는 10년간 1조1000억원이 각각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은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 우주항공청 등 부처의 예비타당성 조사와 협조를 통해 추진될 예정이다. 한화 측은 "미국 등 외국에서 엔진을 수입해 쓰는 현재 상황에서는 수출 승인 문제가 반복된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에 대한 인식이 형성됐고, 본격적인 국산화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도 이날 발표에서 "기대 수요는 최대 1000~2000기로 예상되며 내수만으로도 사업비 회수가 가능하다"며 "2027년부터 예산 투입이 가능하도록 관련 부처와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 인증제도 도입을 통해 체계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기체·엔진·소재 개발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재료연구원 측은 별도 세션에서 "지난해 종료된 ‘소재혁신선도본부’ 사업이 6년 추가 연장됐다"며 "항공소재 분야 국산화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산 항공엔진 개발이 향후 국내 방산 및 우주항공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점에서 학계와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자리였다. 이날 오후 열린 금속·재료학회 총회에서는 춘계 학회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수상자는 ▲ 포스코학술상 한흥남(서울대) ▲ 현송공학상 정우상(한국과학기술연구원) ▲ LS학술상 이선영(한양대) ▲ 포스코김철우상 강신곤(동아대) 등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4·3사건 당시 강경 진압을 지시한 제11연대장 박진경 대령을 암살한 인물로 알려졌던 '손선호 하사'의 실명이 77년 만에 '손순호'로 확인됐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지금껏 알려진 이름과는 다른 인물이라는 사실이 최근 연구자와 문중 후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제주4·3연구소는 23일 "그동안 '손선호(孫善鎬)'로 알려졌던 인물의 본명이 '손순호(孫順鎬)'였으며 경주시 강동면 오금2리 출신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연구소 회원이자 전 이사장인 대구대 김영범 명예교수가 경북 경주 문중 후손들을 직접 면담하고 족보를 통해 추적한 결과다. 손 하사는 1948년 6월 18일 새벽 4·3 진압 작전 총지휘자였던 박진경 대령을 총격으로 사살한 뒤, 같은 해 9월 문상길 중위와 함께 서울 수색 일대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이후 수많은 기록에서 '손선호' 하사로 알려져 왔지만 이번 조사로 그의 실제 이름과 가족관계, 생가 위치 등이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족보에 따르면 손순호는 경주 손씨 낙선당파 22세손이다. 부친은 1926년생 손태익 씨였고 외아들이었다. 현지 후손들은 "종손이던 손선호가 집안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군 입대를 피했고, 대신 손순호가 입대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국방경비대는 모병제로 운영됐기에 해당 전언은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손순호 하사의 향리는 현재까지도 가족들이 거주 중이다. 생가는 개축되었지만 위치가 확인됐다. 특히 그의 모친 이씨는 아들이 숨진 후에도 매년 제사를 챙기며 정성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손순호 하사의 시신은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묘의 위치나 상태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후손들에 따르면 향리 앞산인 '녹방골'에 헛묘가 있다고 전해지나 현재는 숲이 우거져 접근이 어렵고 실체 확인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4·3연구소는 "이번 확인은 4·3사건 77주기를 맞아 이뤄진 매우 뜻깊은 발견"이라며 "향후 유해 추적 및 표석 설치 등을 포함해 역사적 복원을 위한 추가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손하사의 결심공판(48.8.14) 최후 진술 전문> 박대령의 30만 도민에 대한 무자비한 작전공격은 전 연대장 김익렬 중령의 선무작전에 비하여 볼 때 그의 작전에 대하야 불만을 갓지 안을 수 업섯다. 그러한 그릇된 결과로 다음과 가튼 사태가 버러젓다. 우리가 하북[화북]이란 부락을 갓슬 때 15세가량 되는 아이가 그 아버지의 시체를 껴안고 있는 것을 보고 무조건 살해하엿다. 또 5월 1일 오라리란 부락에 출동하엿슬 때 수만흔 남녀노소의 시체를 보앗슬 뿐인데, 이들은 자세한 조사의 결과 경찰의 비행임을 알게 되엿다. 사격연습을 한다 하고 부락의 소, 기타 가축을 난살하엿스며, 폭도의 잇는 곳을 안다고 안내한 량민을 안내처에 폭도가 업스면 총살하고 말엇다. 또 매일 한 사람이 한 사람의 폭도를 체포해야 한다는 등, 부하에 대한 애정도 전연 업섯다. 박대령을 암살하고 도망할 기회도 잇섯스나 30만 도민을 위한 일임으로 그럴 필요도 업섯다. 나 하나의 생명이 30만의 도민을 위한 위한 것이며 3천만 민족을 위한 것인 만큼 달게 처벌을 밧겟다. (국제신문, 48.8.16., “그는 량민(良民)의 원적(怨敵)이엿소”)
수많은 전사(戰史)가 있지만, 여성해병대 이야기는 40년 가까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4년 8월 10일자 동아일보와 1994년 8월 15일에 발간된 ‘해병 전우 신문’에 보도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1996년에 강기천 장군의 회고록 '나의 인생 여로'에 해병대 여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방송을 탔다. 제7대 해병대 사령관을 역임한 강기천 장군은 여군을 훈련한 당시의 해군 신병훈련소 소장이었다. 공정식 전 해병대 사령관은 자서전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에서 "우리나라 여자 군인 역사는 1948년 간호장교 후보생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일반 여자 군인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6.25 전쟁 발발 후 해군·해병대에 입대한 해병대 4기 해병 126명이 그 출발"이라며 "육군의 여자 군인이 같은 해 9월 5일 탄생했으니 해군·해병대가 6일가량 빠른 셈"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불행하고 불운한 세대였어요. 나라에 충성하려면 부모 가슴 아프게 하며 총을 들 수밖에 없었고, 부모에게 효도하려면 나라를 저버리고 병역을 피해 도망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였으니까요. 그런데도 저 쓰라린 한국전쟁 당시 우리 소년 소녀 병사들은 위기에 놓인 내 조국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며 펜 집어던지고 총을 선택했던 겁니다. 나라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 부모, 내 형제, 내 자식들도 있는 거니까요.”(해병 4기 문인순, 한마음회 회장, 중학교 3학년 재학 중 입대) 조선 시대에도 제주에 일종의 여군이 있었다고 한다. 제주어로 ‘예청’이라 불리던 여정(女丁)이다. 1601년 안무어사(지방에 파견된 특사)로 온 김상헌이 쓴 기행문인 남사록(南槎錄)에는, “내가 알아보니 제주의 성안에 남정(男丁)은 500명이고, 여정은 800명이다. 남성이 적어서 만약 사변이 발생해 성을 지키게 되면 민가에서 건강한 부녀자를 골라 성 맨 앞 돌출부인 ‘살받이 터’에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도는 늘 왜구의 침략에 시달렸다. 왜구는 밀물을 타고 들어와 3~4시간 마을을 분탕질하고 농산물과 가축들은 물론 여성을 납치해 가곤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중앙에서는 왜구에 대한 방어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왜구를 방어하는 데는 관군만으로 한참 모자랐다. 하는 수 없이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집마다 당번제로 번을 서게 되었으며, 여성들도 왜구를 방어하는 데 가야 했다. 이처럼 제주 여정은 여성으로서 관방 시설을 지키는데 나선 수성군(守城軍) 중에서 여군을 말한다. 이들은 관방 시설 중 가장 핵심이 되었던 곳에 보초를 서 왜구의 침탈을 방비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정은 제주도 여성들에게만 상시로 부가된 군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정은 조국의 위기상황에서 국가 수호를 위해 나선 해병 4기 제주 여성들처럼, 국가 유사시 성정군(城丁軍)으로 동원되어 군사 역할을 담당했던 요역(徭役) 대상자로 보인다. 한편 요역이란 국가의 필요에 따라 민의 노동력을 대가 없이 정기·부정기적으로 징발하는 세의 한 항목을 말한다. 조선 시대 제주도의 여정이나 대한민국 해병 4기 제주 여성 모두, 비록 여성은 국방의 의무가 없지만, 나라의 위급함 앞에서 남성 못지않게 구국 활동에 앞장섰다는 국가 사랑과 충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또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위기의 순간에 더욱 강해지는 제주 여성이라는 점도 같다. 그렇게 제주도 여성들은 험난한 역사적 조건과 한반도와 다른 지리적 여건 속에서도 닥쳐오는 고난과 힘든 역경을 피하지 않으며, 삶에 대한 악착같은 의지로 삶을 창조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해병대 출신 제주 여성들이야 말해 무엇할까. 고순덕 할머니는 6남매 모두 군대식으로 키웠다고 덤덤하게 회고했다. 그는 “난 지금도 내가 군대 다녀온 것이 잘했다고 생각해”라고 했다. 그는 “아마 내가 군대 안 갔다 왔으면 지금도 사리 분별을 못 하는 아기지, 아기! 그전에는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는데, 군대 다녀와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됐죠. 군대 생활 덕분에 지금도 바른 몸가짐과 당당함을 가질 수 있었지.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것도 알았고”라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있는 전우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도 동기 모임을 하며 해병대 기념행사에도 줄곧 참석한다. 해병4기 여군전우회를 조직하여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대부분 80~90대 나이다. 여자해병대 출신으로 구성된 한마음회에서는 1997년 7월부터 매달 해군 제주방어사령부를 방문, 몸에 맞지 않거나 헤진 군복을 수선해 주고 진급 장병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 그 시절 군복이 몸에 맞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나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기 때문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천사나래 주간활동센터 시설장을 맡아 일하며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제주한라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차기 제주연구원장으로 지명된 유영봉(62)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29일 열린다. 25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24일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확정하고 자질과 도덕성 등을 집중 검증할 방침이다. 박호형 행정자치위원장은 "출자·출연기관장이 갖춰야 할 공직수행 능력, 도덕성, 준법성, 책임성 등을 사전에 검증해 도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의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차산업 분야 전문가인 유 후보자가 제주연구원장으로서 충분한 자질과 책임성을 갖췄는지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 후보자는 일본 도쿄대에서 농업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학장, 한국농업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월 명예퇴직했다. 2022년 오영훈 제주지사 당선 직후 도지사직 인수위원회 1차산업분과 위원으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신임 원장은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 제주연구원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이사장인 오 지사가 임명한다. 전임 양덕순 원장은 오는 10월 임기를 앞두고 지난 2월 20일 사직, 전 근무지인 제주대로 복귀했다. 연말 치러질 제주대 총장 선거 도전이 유력시되고 있다. 1997년 5월 당시 제주도와 4개 시.군의 출자출연 연구기관으로 출범, 당초 제주발전연구원이란 간판을 내걸었던 제주연구원은 제주도의 유일한 법정 연구기관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방향과 전략 설정,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한 정책 수립, 제주미래비전 제시 등 제주 발전에 디딤돌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