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출발한 항공기 내에서 술에 취한 승객이 소란을 피우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2일 오후 10시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TW812편 여객기 내에서 고성으로 소란을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의 행동은 비행 중에도 지속됐다. 승무원들이 경고장을 발부하고 여러 차례 제지했지만 소란은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문제로 같은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들은 큰 불안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항공편은 짙은 해무로 제주공항 이륙이 약 20분 지연됐던 상황이었다. 티웨이항공사 관계자는 "기체가 대구공항에 도착한 직후 A씨를 지역 경찰에 인계했다"며 "경찰은 A씨로부터 '술을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한 후 일단 귀가 조치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조만간 A씨를 다시 불러 정확한 사건 경위와 법적 책임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청 전직 공무원이 한라산 출입 통제구역에 사적으로 출입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부하 직원에게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게 한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24일 허위공문서작성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제주도청 공무원 A씨(61)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으로서 죄질이 가볍지 않고, 공직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며 "원심 판단을 번복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A씨는 2022년 8월 지인과 함께 한라산 출입통제구역인 비법정 탐방로를 사적으로 탐방한 뒤, 이를 숨기기 위해 부하 직원에게 '공적 업무 목적의 순찰이었다'는 내용으로 출장복명서를 허위 작성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당시 국회의 요구에 따라 한라산 내 조릿대 현황을 파악하고 불법 탐방객 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공적 목적의 출입이었다"며 "부하 직원이 판단해 문서를 작성한 것일 뿐 지시한 적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한편 A씨는 지난해 정년퇴직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시내버스의 바퀴가 빠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자 정비 관리 부실과 함께 제주도 버스 준공영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버스공영화추진시민연대는 23일 논평을 내고 "이번 사고는 이미 예견된 인재였다"며 "준공영제 체제 아래 버스 노동자들은 민간업체의 정비 부실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고 비판했다. 시민연대는 "제주도가 매년 약 1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정비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지만 민간 버스회사들의 실제 정비 실태는 엉망이며 이를 행정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의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준공영제는 노선 조정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민간업체의 도덕적 해이로 정비 불량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는 이제라도 준공영제의 문제를 도민들과 공유하고 숙의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사고는 시민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알리는 경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행적인 업체 점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실태를 제대로 조사하고 철저한 책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사고는 지난 18일 오전 7시경 서귀포시 남원읍 5·16도로에서 발생했다. A여객 소속 간선버스가 주행 중 뒷바퀴가 빠지며 도로 위에 멈춰섰다. 다행히 속도가 빠르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승객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이어 지난 21일에는 제주도 홈페이지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에 A여객 소속 버스의 난폭운전을 지적하는 민원이 올라왔다. 민원인은 "같은 날 오전 8시 45분쯤 평화로를 주행 중이던 251번 버스가 앞서가던 282번 버스를 편도 1차선 커브길에서 중앙선을 넘어 추월했고, 이 과정에서 맞은편 차량을 향해 경적을 울리며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여객 관계자는 "중앙선을 넘은 것은 사실이지만 난폭운전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며 "당시 운전기사가 다음 목적지 도착 지연을 우려해 추월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제주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한 시내버스 정비 불량 사고와 난폭운전 민원은 단순한 개별 사건을 넘어 도 대중교통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와 함께 준공영제 제도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논의로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통 정책 전문가들은 준공영제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며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순애 '다른 제주 포럼' 운영위원장은 지난 19일 열린 '제9차 다른제주포럼'에서 "버스 준공영제는 사실상 ‘운송회사 수익 보전제’로 작동하고 있다"며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민간 의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여한 조항웅 인트랜 대표도 "낮은 환승률과 비효율적인 노선 체계로 준공영제가 한계에 봉착한 상태"라며 "강력한 수요관리 정책과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수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검찰이 음주운전과 불법 숙박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42)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23일 "범행 경위와 기간, 죄질 등을 고려했을 때 1심 재판부의 양형은 부당하다"며 서울서부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17일 문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문씨는 지난해 10월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호텔 앞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49%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택시와 충돌한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로 기소됐다. 또 서울 영등포구 오피스텔, 양평동 빌라, 제주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단독주택을 이용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은 채 5년간 불법 숙박업을 운영하고 모두 1억3600만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공중위생관리법 위반)도 함께 받고 있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 "피고인의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며 벌금형을 선고한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의 항소로 문씨의 혐의에 대한 판단은 향후 항소심 재판에서 다시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문씨가 불법 숙박업을 운영한 장소 중 하나인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단독주택은 '민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외국인 대상 숙박업소'로 의심돼 과거에도 지역 커뮤니티 등에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제주도는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무허가 숙박업소에 대한 행정처분 및 고발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LS일렉트릭이 제주지역 재생에너지 계통 안정화를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LS일렉트릭은 지난 23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전력변환장치(PCS) 10㎿, 배터리 40㎿h(메가와트시)급 에너지저장장치 구축 사업의 착공식을 열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에 구축되는 ESS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제주에서 전력이 과잉 생산될 경우 이를 저장하고, 수요가 급증할 때 전력을 공급해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특히 저장·방전 시간이 4시간 이상 가능한 장주기 ESS로 출력제한 문제를 완화하고 계통 유연성 확보에 효과적이다. 해당 사업은 LS일렉트릭이 이지스자산운용, 건화, 에스피브이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한 ‘제주 1차 장주기 BESS 구축사업’의 일환이다. 오는 11월 준공과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이번 사업에서 설계·조달·시공(EPC)을 맡았다. 준공 이후 15년간 유지관리(O&M)도 담당할 계획이다. 손창희 LS일렉트릭 스마트에너지사업부장은 "제주 지역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지역주민과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등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제주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망의 효율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공휴일 하루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다시 충돌하고 있다. 정부가 다음 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지를 두고 막판 논의에 들어가면서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다음 달 2일 임시공휴일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번 주 중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근로자의 날(5월 1일)부터 어린이날 대체휴일(6일)까지 최대 6일간의 ‘황금연휴’가 가능해진다. 직장인들은 연차 없이 장기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로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자영업자, 학부모, 일부 공공부문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매출 손실, 돌봄 공백, 행정 부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휴일 지정이 기대와 갈등을 동시에 불러오는 구조는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임시공휴일 지정의 명분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과 ‘내수 진작’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1월 설 연휴 전 지정된 임시공휴일 기간 동안 해외 출국자는 297만명을 넘겼고, 지난해 10월 연휴 기간에도 해외여행 수요가 16% 이상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소비보다 해외 소비 증가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따른다. 최근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과 계획, 여행 경험률, 지출 의향 등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국내 숙박여행 경험률이 2022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 침체, 고물가,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해외여행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해외로 출국한 국민은 559만855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했고, 같은 기간 해외에서의 지출액은 약 7조350억원(49억5600만달러)으로 7.6% 늘어났다. 이관영 야놀자리서치 부연구위원은 "내국인의 국내 여행 수요를 확대하려면 바가지요금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이고, 각 지역의 고유한 매력과 자원을 활용한 권역별 관광 거점 육성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전략이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역시 과거 황금연휴에서 기대 이하의 성과를 경험한 바 있다. 지난 설 연휴 당시 제주 관광업계는 항공권 조기 매진과 예약률 상승으로 특수를 예상했지만 실제 체류 관광객 수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해외여행 수요에 밀리며 제주행 여객선과 숙박업소 예약은 일부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과거 황금연휴에도 실제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연휴 역시 항공료 상승과 물가 부담 등으로 인해 내국인 관광객 증가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5월은 전통적인 여행 성수기다. 일본 엔화 약세와 동남아 인기 상승 등과 맞물려 외화 유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도 내수 진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보완할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부담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6월 3일 조기 대통령 선거일이 공휴일로 지정돼 있는 상황에서 연속된 공휴일 지정이 '공휴일 남발'이라는 비판 프레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임시공휴일 논의는 단순히 하루 더 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실효성과 국민적 수용성을 함께 시험하는 계기"라며 "정책 결정이 단기 기대효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공감과 설득력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교도소 직원을 사칭해 물품을 주문·수령하고 잠적하는 등의 사기가 속출하고 있다. 23일 제주교도소 등에 따르면 제주교도소 직원이라고 사칭해 식자재나 건축자재 등을 사후 결제하겠다며 물품을 수령해 잠적하거나 업체를 속여 거액의 돼지고기 구매 비용을 대납하도록 유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제주교도소 직원을 사칭한 명함, 허위 작성 공문서 등을 보여주며 업체에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업체 측은 제주교도소 측에 뒤늦게 연락해 사실 확인을 해봤지만 제주교도소는 주문 등을 한 바가 없었다. 제주교도소 측은 "최근 교정공무원 사칭 사기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제주교도소는 추가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을 경우 물품을 넘기기 전에 제주교도소로 직접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청나라 때 장조(張潮)〔내산(山來)〕는 『우초신지(虞初新志)』 권5 『걸자왕옹전(乞者王翁傳)』에 고상한 품격을 지닌 거지를 기술하고 있다. 초군(樵郡)의 명족인 왕 씨의 선대가 거지였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날, 거지 왕 씨는 구걸하다가 나구(挐口) 지방의 진(陳) 씨 장자의 집까지 가게 되었다. 날이 아직 밝지 않아 어떤 집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계집애종이 물 대야를 들고 나와 물을 뿌렸다. 무슨 물건인지 물과 함께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살펴보니 금팔찌였다. 왕 모는 크게 기뻐하며 주워들고는 돌아서서 생각에 잠겼다. 이 금팔찌는 여주인이 세수할 때 대야에 떨어진 것이 분명하다. 계집애종이 모르고 물과 함께 뿌린 것이다. 여주인이 금팔찌를 찾지 못해 계집애종을 의심하면? 성급히 고문까지 하면? 분명 뜻밖의 사고가 생길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 이 가난한 사내놈이 횡재한 것이 행운이라고 만은 할 수 없지 않은가. 계집애종이 예측하지 못한 재난을 당하게 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자 거지는 그곳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한참 지나니 그 집안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다. 꾸짖어 책망하는 소리도 들렸다. 곧바로 머리털이 마구 헝클어진 계집애종이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 뛰쳐나와 문 앞 시냇물에 몸을 던지려고 했다. 거지가 급히 나서서 안고는 왜 그러냐고 물었다. 계집애종이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하면서 울며 말했다. “여주인이 금팔찌를 잃어버렸는데 내가 훔쳐갔다고 하잖아요. 원통해 죽겠어요. 내가 어디서 무슨 금팔찌를 가져갔단 말이에요. 맞아 죽느니 물에 몸을 던져 죽는 게 낫지요.” 왕 모가 듣고는 예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겁내지 말라고 달래면서 소매에서 금팔찌를 꺼내어 건네며 말했다. “나 여기서 한참 기다렸어.” 계집애종이 들어가 주인에게 보고하니 주인은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여기고 머슴애에게 나가 보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이 아닌가. 진 씨 집안 주인이 그 이야기를 듣고 감탄했다. “세상에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단 말이냐!” 곧바로 왕 모를 불러서 보니 거지이긴 하지만 장년의 남자가 아닌가. 그래서 동의를 얻은 후에 왕 모를 머무르게 하여 대문을 지키도록 하였다. 맡은 직책을 능히 감당하는 것을 보고는 밖으로 나가 물건도 사오게 하거나 세금을 받아오는 일을 시켜봤다. 능히 다 해냈다. 계집애종을 그에게 시집보내어 가정을 이루게 했다. 이때부터 왕 모는 한층 더 주인에게 충성을 다했고 근면하게 일을 해줬다. 주인도 그를 집안사람처럼 여기고 예로 대했으며 재산을 관장하는 중책을 맡겼다. 시간이 흘러, 왕 모는 재산을 모았고 아들도 몇 명 낳았다. 아들들 모두 총명했다. 아들들이 성장한 후 나누어 외지에 나가 장사하게 만드니, 각자 돈을 벌어 거부가 되었다. 그렇게 되자 온 가족이 주인에게 이별을 고하고 고향에 돌아가 편안하게 살았다. 장조가 평가하여 말했다. “소동파가 하늘에서는 옥황상제와 더불어 있을 수 있고 땅에서는 비전원의 거지와 더불어 있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거지와 더불어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옥황상제와 더불어 있을 수 있겠구나. 모든 거지가 다 어리석고 불필요한 사람만은 아니다. 대자비를 갖추고 지켜주는 사람도 있다. 창녀, 배우, 하인, 졸개를 하찮게 여기고, 기계적으로 사람에게 재물을 얻으려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걸식으로 살아가는 길을 가고 있을 따름이다. 왕옹의 고상한 행동은 이 중에서도 특출하다.” 거지로 전락한 사람 중에 우매하고 무능한 무리 이외에,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기의 이익만을 도모하지 않으려 하고 길에서 구걸하면서도 인격과 절조를 지키려는 훌륭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왕 씨 거지는 전형적인 인물이라 결국 보은을 받았다는 뜻이다. 물론 모두가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거지 중에는 선인과 악인이 섞여있다. ‘사상이 있는 사람’이나 고상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구걸하는 지경까지 전락했지만 그런 인생 역경 속에서도 옥돌 중의 옥처럼 모래 속의 금처럼 끝끝내 그 광채를 잃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거지 중에는 분명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쓸모없는 인간이 섞여 있고 인간쓰레기가 많이 끼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오물이 사회에 끼치는 해로움은, 반복적으로 사기치고 죄악을 저지르는 행동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량한 측은지심에 깊은 상처를 입혀 거지에 대한 경계심과 멸시하는 관념을 촉성하고 있다. 이런 관점을 가진다고 어찌 무고한 세상 사람들에게 책임지우겠는가! 역대로 사람들은 거지에게서 손해를 보면서 깊은 교훈을 얻었다. 거지가 된 불의한 무리도 아무 때나 자신들의 추악한 형상을 만들어내면서 세상 사람들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던 거지로 전락한 사람에게 가엽게 여기는 인상을 바꾸어버렸다. 그렇지 않은가!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내 해상에서 신원을 알수 없는 여성 변사체가 발견됐다. 24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5분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내 해상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 변사체가 떠 있는 것을 지나던 행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119 구급대와 해경 등에 의해 수습된 시신은 70대 여성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숨진 사람의 신원과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정부가 무주택 청년층을 위해 출시한 ‘청년주택드림대출’이 제주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부동산R114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에서 일반 분양된 아파트 1913가구 중 정부의 청년주택드림대출 기준을 충족하는 물량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주택드림대출은 만 20~39세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최대 3억원(신혼부부 4억원)까지 분양대금의 80%를 연 2.4~3.0%의 저금리로 대출해 주는 금융상품이다. 그러나 분양가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라는 대출 요건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실제로 이 제도를 적용받으려면 공급면적 25평(전용 59㎡) 기준으로 3.3㎡당 2400만원, 34평(전용 85㎡) 기준으로는 1765만원 이하의 분양가를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제주지역 분양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런 문제로 제주는 대도시권임에도 청년층이 정책 금융 혜택을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로 나타났다. 울산(22.4%), 대구(25.2%), 부산(33.6%) 등 다른 광역시에서도 적용 가능한 물량 비중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제주는 그보다 더 열악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며 분양가 자체가 상승한 데다 제주는 택지지구 등 공공주도 분양이 거의 없어 대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지역"이라고 지적한다. 부동산R114는 "올해도 분양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청년주택드림대출이 적용 가능한 물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 요건에 대한 현실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한라산 탐방예약제 운영 구간이 다음달 3일부터 조정된다. 성판악 탐방로 진달래밭과 관음사 탐방로 삼각봉 이하 구간은 예약없이 탐방할 수 있게 된다. 정상 백록담까지 탐방할 때만 사전 예약을 하면 된다. 제주도는 이번 구간 조정으로 도민과 탐방객들은 탐방예약 없이 성판악에서 진달래밭(7.3㎞), 관음사에서 삼각봉(6㎞)까지는 자유롭게 탐방할 수 있게 됐다고 22일 밝혔다. 다만, 성판악 탐방로는 진달래밭부터 백록담, 관음사 탐방로는 삼각봉부터 백록담까지 탐방할 경우는 기존처럼 예약을 해야 한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뒤 탐방로 입구에서 QR코드를 인증한 뒤 비표를 받아야 정상부 탐방을 할 수 있다. 한라산 탐방예약제는 2021년 1월부터 성판악(9.6㎞)과 관음사(8.7㎞) 탐방로 전 구간에 적용됐다. 하루 성판악 1000명, 관음사 500명으로 탐방객 수가 제한됐다. 이는 백록담 주변의 자연 훼손을 줄이고 탐방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도민이 즐겨찾는 사라오름(성판악 탐방로)과 탐라계곡(관음사 탐방로)을 탐방할 경우에도 매번 예약을 해야 해 불편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또 예약이 적용되지 않는 영실·어리목 구간에 탐방객이 집중돼 환경훼손 우려도 발생됐다. 지난 7일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한라산 탐방 기회 확대와 자연 훼손 최소화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라산국립공원이 최근 실시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6.1%가 탐방예약제의 지속 운영에 찬성하면서도 60.3%는 운영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종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탐방예약제 운영구간 개선으로 많은 도민과 관광객이 한라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년 주기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면서 탐방예약제의 실효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의회가 제주도가 제출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 모두 145억원 규모의 예산을 삭감했다. 23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한 결과 본예산보다 2.9% 증가한 모두 2194억1100만원 규모로 수정 의결했다. 이번 추경안 심사에서 예결위는 모두 145억6971만원의 예산을 삭감했다. 삭감된 금액은 전액 내부유보금으로 편성됐다. 내부유보금은 해당 예산을 추후 별도의 추경안 편성 없이 사용할 수 없는 구조다. 향후 추가 심의를 거쳐야만 지출이 가능하다. 삭감된 예산 중에는 도가 전국 처음으로 도입을 추진하던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예산 18억2000만원과, 제주·서귀포시의 ‘경로당 급식 지원 시범사업’ 예산 3억7800만원이 각각 전액 포함됐다. 도의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수정된 추경안을 상정해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