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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욱의 [제주역사나들이](21) ... 제주역사나들이 3차 삼양-신촌 탐방코스 (3편)

■원당봉

 

 

원당봉은 봉우리가 일곱개가 있어 삼첩칠봉으로 불리기도 했다. 원당봉 내에는 원당사(태고종), 불탑사(조계종), 문강사(천태종) 세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제주에는 과거 25개의 봉수대와 38개의 연대가 있었다. 이 곳 원당봉에도 봉수대가 있었다고 하는데 제주의 360여개 오름 중 해안가를 따라서 25개의 봉수대와 그 사이를 잇는 하위개념의 연대가 38개소가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오름 중에서 '봉'이라고 이름이 붙은 오름은 대부분 봉수대가 있었던 오름이라 보면 된다.

 

 

근처 주민들이 운동 삼아 산책을 하러 많이 찾는 곳이다. 원당봉 둘레길은 약 1Km정도 되는데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둘러보는것도 괜찮을 듯하다.

 

■문강사

 

 

문강사는 대한 불교 천태종 제주교구 사찰이다. 1973년 김용운이라는 분이 1500여평의 사찰부지와 7평의 영문각을 천태종 제주지역 신도회관으로 시주하면서 성립되었고 1975년에 사찰이름을 문강사로 바꾸었으며 여러차례의 중수로 지금에 이른다. 생활속의 생활불교를 실천하는 생활도량으로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원당봉 오름의 분화구 안에 위치하고 있어 부처의 품안에 포근히 있는 듯한 분위기가 마음의 위안을 저절로 느끼게 한다.

 

 

거북못이라고도 불리는 이 연못은 분화구내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원당봉의 산정호수이다. 참으로 신비한 제주의 오름이다.

 

■불탑사

 

 

불탑사는 고려말 원나라의 영향으로 세워진 원당사가 있던 터에 1914년 무렵 중창된 사찰이다. 불탑사 맞은 편에 위치한 현재의 원당사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동명의 사찰이다. 과거의 원당사에 있었던 5층석탑이 경내에 자리하고 있다. 불탑사는 1948년 4.3당시 전소되어 삼양으로 소개되었다가 이후 몇 차례의 중수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른다. 원당사는 고려 충렬왕 26년에 원나라 성종이 왕자를 얻기위해 세웠다는 설이 있다.

 

 

이 석탑은 불탑사 5층석탑 또는 원당사지 5층석탑이라고 불린다. 명칭을 정하는 기준은 모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당사지 5층 석탑이 맞다고 본다. 원래 원당사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탑은 제작에 있어 소재가 다른것이 특징이다. 중국은 벽돌로 쌓아 만든 전탑, 일본은 나무로 만든 목탑, 우리는 돌로 만든 석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백제에는 벽돌은 아니지만 중국의 영향을 받아 돌을 벽돌 형태로 만들어 쌓은 전탑이 여러군데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원래 목탑구조였다가 점차 석탑으로 바뀌며, 석공기술의 발달로 석탑이지만 목탑의 형태로 만든 것이다.

 

탑은 원래 석가모니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세웠던 것이 점차 사찰의 배치에 있어 의장적인 건물로 자리잡게 되며, 후에 승려의 사리를 안치하는 '부도'도 생겨난다.

 

불탑사5층석탑(원당사지 5층석탑)은 육지부에서의 화강암으로 만든 석탑과 달리 제주의 지역적 특색인 현무암으로 만든 제주 유일의 석탑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와 의미가 깊다고 할 것이다.

 

 

신촌으로 가는 길에 꽃으로 하얗게 덮힌 밭이 보여 다가가 보니 무우밭이다. 종자 수확을 위해서인지 웃자란 줄기 위로 소담하게 밭 가득 꽃이 피어있다. 메밀꽃 밭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무우 꽃밭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제주에선 걷다 보면 뜻하지 않게 이런 귀한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요즘은 보리가 쌀보다 귀하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혼분식을 장려하여 학생들의 도시락을 검사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격세지감이다. 새파란 청보리의 청순함도 좋지만 누렇게 완숙된 보리밭의 정경은 풍성함을 가져다 준다. 육지의 가을 풍경이 아니다. 제주의 늦은 봄 풍경이다.

 

 

최근에 세워진 듯한 비석인데 친구인 망자를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쓰여져 있다. 친구를 그리는 마음을 탓할 바는 아니나 해안 절경에 이런 비를 세워도 되는건지 의문이 든다면 너무 인정머리 없는걸까.

 

 

여름이 다가오는 늦 봄 무우 꽃밭과 잘익은 보리밭, 그리고 메밀 꽃밭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건 제주에서만의 특권이다. 예전엔 땅의 척박함으로 어쩔 수 없이 절박했던 풍경이 이제는 풍요로움으로 다가온다.

 

■닭모루

 

 

바다로 뻗어 나간 지형이 닭의 머리를 닮았다고 이름 붙여진 곳이다.

 

닭모르, 닥모루 등으로 불리는데 정확한 지명의 표기 통일이 필요해 보인다. 지명의 혼재는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체계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통일된 제주어 표기법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짙은 검은색의 거친 현무암 바위들이 제마다 마쵸기질을 뽐내며 세찬 파도와 바람을 견뎌내고 있다. 사람들이 세운 정자에 진입하는 진입로의 난간대가 속절없이 바람에 망가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낚시인들의 포인트로도 유명하며 특히 여름에는 한치낚시의 명당이다.

 

 

닭모루 해안가에 서있는 기암괴석을 주민들은 버섯바위라고 부르는데 이 바위가 닭머리를 닮아서 이 일대를 닭모루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 환해장성을 담벼락 삼아 고즈넉한 초가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헐렸다. 이 환해장성의 흔적만큼은 헐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올레에서 이문간으로 들어가는 전형적인 제주 초가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비록 지붕은 관리의 문제로 검은색 포장으로 덮여 있지만 바닷가 예전 초가의 정취는 그대로이다.

 

 

집은 현대식으로 개량되고 새로 지어졌으나 돌담만큼은 그대로 간직하고 사는 이 동네분들의 마음이 엿보이는 동네 풍경이다.

 

 

신촌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산물(용천수)이다. 명칭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수량도 풍부하고 맑다. 관리도 잘 되어 있어 소중한 식수원이었던 이곳에 대한 마을 분들의 마음을 짐작케 한다.

 

 

지금은 버려진 듯 통행이 없는 길이지만 예전엔 이 길을 따라 포구로 부지런히 드나들었을 길이다. 언젠가 다시 여기에 올 때에도 이 옛길이 부디 남아있길 바라며 걸음을 옮긴다.

 

 

신촌 포구에 위치한 남당물은 오래전부터 남자들만 이용하던 물이다. 수량이 풍부하고 물이 맑고 달다고 한다.

 

현대식으로 잘 정비되어 있지만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엔 찾는 이가 드물어 아쉽다.

 

 

신촌포구는 오가는 배들이 많지 않아 번잡하지 않지만 찾는이가 많다. 아기자기한 포구의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한다. 낚시하는 이도 많고 꼬마들 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우리도 어렸을 적엔 바다가 놀이터였다. 예전의 포구와 확장된 방파제가 같이 하고 있다. 정겹다.

 

 

신촌 포구에서 향사로 가는 길은 고즈넉하지만 군데군데 새롭게 꾸민 집과 가게들이 길손을 반긴다.

 

■신촌 향사

 

 

최초 설립 연대와 위치는 분명치 않으나 1805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고 1877년 부분적으로 개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조선후기에 신촌 지역의 공무를 담당하던 곳이다. 주변의 오래된 나무와 정갈하게 관리된 정원의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여유가 된다면 이런집 한 채 꿈으로나마 그려본다.

 

관리의 문제는 별개지만.

 

■조규창 가옥(신촌 와가)

 

 

안거리 와가는 기와집으로 제주도 민속자료 4-5, 밖거리 초가는 제주도 민속자료 3-20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민속자료를 보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겠지만 관리의 편의성 때문에 문을 걸어 잠궈 내부를 볼 수 없는게 아쉬운 부분이다. 문화재를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이용적 측면에서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소정의 입장료를 받고서라도 마을에 위탁운영 한다든가 하는 방법은 없는지. 제주시내 삼도동에 있는 향사당도 그렇고 출입을 못하게 하는 것이 문화재 보존의 최선인지 다같이 생각해 볼 때이다.

 

 

어느 집 담너머로 종려나무와 이름 모를 꽃이 여정의 끝임을 아는 듯 손짓으로 작별 인사한다.

 

(신촌초등학교앞으로 와서 버스를 타고 출발지인 삼양동 선사유적지로 가면 됨. 도보로 약 11km 두시간 반에서 세시간 코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욱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오현고를 나와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육군 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삼성물산 주택부문에서 일했다.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공부를 더 한 뒤 에이스케이 건축 대표이사를 거쳐 제주로 귀향, 현재 본향건축 대표를 맡고 있다. 제주대 건축공학과에서 건축시공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고향 제주의 벗들과 제주의 역사공부를 곁들여 돌담·밭담·자연의 숨결을 더듬고자 ‘역사나들이’ 기행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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