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풀이는 이렇다:
『주역(周易)』은 유교의 경전 중 3경(經)의 하나인 『역경(易經)』을 말한다. 『역(易)』이라고도 한다.
점복(占卜)을 위한 원전(原典)과 같은 것이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흉운(凶運)을 물리치고 길운(吉運)을 잡느냐 하는 처세상의 지혜다. 나아가서는 우주론적 철학이기도 하다. ‘주역’이란 주(周)나라의 역(易)이란 말이다. 이전에 하(夏)나라 때 ‘연산역(連山易)’, 상(商)나라 때 ‘귀장역(歸藏易)’이라는 역서가 있었다고 한다.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풀이하였다.
‘역’에는 이간(易簡)·변역(變易)·불역(不易) 세 가지 뜻이 있다. ‘이간’이란 천지 자연현상은 끊임없이 변하나 간단하고 평이하다는 뜻이다. 단순하고 간편한 변화가 천지의 공덕이라 말한다. ‘변역’이란 천지만물은 멈추어 있는 것 같으나 항상 변하고 바뀐다는 뜻이다. 양(陽)과 음(陰) 기운의 변화를 말한다. ‘불역’이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모든 것은 변하고 있으나 일정한 항구불변의 법칙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법칙 자체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역』은 8괘(卦)와 64괘, 괘사(卦辭)·효사(爻辭)·십익(十翼)으로 돼있다. 작자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왕필(王弼)은 복희씨(伏羲氏)가 황하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있는 도형을 보고, 계시를 얻어 천문지리를 살피고 만물의 변화를 고찰하여 처음 8괘를 만든 뒤 이를 발전시켜 64괘를 만들었다고 했다. 사마천(司馬遷)은 복희씨가 8괘를 만들고 문왕(文王)이 64괘와 괘사·효사를 만들었다 했다. 마융(馬融)은 괘사는 문왕이 만들고 효사는 주공(周公)이, 십익은 공자(孔子)가 만들었다고 했다. 이렇듯 명확하지 않다.
역은 양(陽)과 음(陰)의 이원론(二元論)으로 이루어진다. 천지만물은 모두 양과 음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늘은 양, 땅은 음, 해는 양, 달은 음, 강한 것은 양, 약한 것은 음, 높은 것은 양, 낮은 것은 음 등 상대되는 모든 사물과 현상을 양·음 두 가지로 구분하고 그 위치나 생태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이 주역의 원리다. 달은 차면 다시 기울기 시작하고 여름이 가면 다시 가을, 겨울이 오는 현상은 끊임없이 변하나 그 원칙은 영원불변한 것이라 본다. 이 원칙을 인간사에 적용시켜 비교, 연구하면서 풀이한 것이 ‘역’이다.
태극(太極)이 변하여 음·양으로, 음·양은 다시 변해 8괘, 즉 건(乾)·태(兌)·이(離)·진(震)·손(巽)·감(坎)·간(艮)·곤(坤)이 됐다. ‘건’은 하늘·부친·건강을 뜻하며, ‘태’는 못〔지(池)〕·소녀·기쁨이며, ‘이’는 불〔화(火)〕·중녀(中女)·아름다움이며, ‘진’은 우레·장남·움직임이며, ‘손’은 바람·장녀, ‘감’은 물·중남(中男)·함정, ‘간’은 산·소남(少男)·그침, ‘곤’은 땅·모친·순(順)을 뜻한다. 그런데 8괘만 가지고는 천지자연의 현상을 다 표현할 수 없어서 그것을 변형하여 64괘를 만들고 거기에 괘사와 효사를 붙여 설명한 것이 바로 주역의 경문(經文)이다.
『주역』은 내용을 체계적으로 해석한 ‘십익’의 성립으로 경전으로 지위를 확립하였다. ‘십익’은 공자(孔子)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전국시대부터 한(漢)나라 초에 이르는 시기에 유학자들이 쓴 것이라고 추정한다.
‘십익’이란 새의 날개처럼 돕는 열 가지라는 뜻이다. 단전(彖傳) 상·하편, 상전(象傳) 상·하편, 계사전(繫辭傳) 상·하편, 문언전(文言傳)·설괘전(說卦傳)·서괘전(序卦傳)·잡괘전(雜卦傳)이다.
『주역』은 유교의 경전 중에서도 우주철학을 논하고 있어 유가사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더 나아가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점복술(占卜術)의 원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역』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공자 말씀이라 전해져 오는 논변은 다음과 같다.
“변화의 도〔역(易)〕를 아는 자는 신이 아는 것을 안다.”
“역(易)은 성인이 사물의 배후에 깊이 숨어있는 진리를 관찰하고 기밀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낸 책이다.”
“진리는 탐구할수록 깊어지므로 천하 만민의 뜻을 다 통달할 수 있고, 기밀은 연구할수록 미묘하기 때문에 천하만사를 다 이룩할 수 있고, 물체는 관찰할수록 신비롭기 때문에 신속하게 이치에 도달할 수 있다.”
“역은 지난 과거를 드러내고, 오는 미래를 살피며, 나타난 것을 미묘하게 표현하고, 깊숙한 것을 드러내 놓은 것이다.”
“역이라는 책은 내용이 넓고 커서 어떤 이치든지 다 구비되어 있다. 천도도 있고, 인도도 있고, 지도도 있다. 이 삼재를 둘로 곱하면 여섯 획으로 하나의 괘를 구성한다.”
“역에 기록된 괘사와 효사를 통하여 성인은 천하 사람들의 뜻한 바를 달성해 줄 수 있고, 천하 사람들이 하는 사업을 정해 줄 수 있고, 천하 사람들의 모든 의문을 다 판단해 줄 수 있다.”
“역이 일의 좋고 나쁨을 판단해 주기 때문에 사람이 두려움을 알게 되고, 미래의 근심되는 일과 현재 당하고 있는 환란과 그 까닭을 다 설명해주니, 스승과 부축하는 이가 없어도 부모가 와서 보호해주는 것과 같다.”
“역이라는 책에 태음과 태양, 소음과 소양의 사상이 있는 것은 사람에게 계시하기 위함이요, 괘효에 말을 붙인 것은 사람에게 일러주기 위함이요, 좋고 나쁜 것으로 정해놓은 것은 사람이 제 스스로 결단을 내리게 하기 위함이다.”
“천지의 큰 덕은 만물을 생성하는 것이요, 성인의 큰 보물은 임금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어떻게 임금 자리를 지키느냐면 바로 백성을 사랑하는 인이요, 어떻게 사람을 모으느냐면 바로 백성을 잘 살게 하는 재물이다. 백성의 재산을 잘 관리하고 말을 바르게 하여 백성이 그른 일로 행하는 것을 금하는 것이 의이다.”
스티븐 호킹은 이렇게 말했다.
“양자이론이 지금껏 이룬 업적은 음양과 태극 그리고 유(有)로서의 무(無)의 개념 등 아시아 철학의 기본 개념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지고 보면 『주역(周易)』에 담긴 괘사와 효사의 내용은 옛날에 벌어진 어떤 사건의 기록이다. 그렇기에 현대 생활에 직접 응용할 만한 가치는 없다.
그런데 그렇게 기록된 사건들을 하나의 단독 사건으로 보지 않고 어떤 ‘유형’으로 본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까. 오늘 어떤 사건이 옛날에 벌어진 어떤 ‘유형’과 비슷한 성질이라고 가정한다면 짐작해서 결론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나 거기에 포함된 유형의 동일성을 근거로 미래의 일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짐작,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주역』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은 『주역』은 지식(知識)이 아닌 지혜(智慧), 특히 인간의 행위에 대한 지혜를 제공한다면서 ‘지혜로운 행위의 책’이라 칭송한다.
그렇다면 주역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라고 하는가?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