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식견이 넓지 않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1)

  • 등록 2023.10.31 1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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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여괘(旅卦)

 

여(旅)는 외출하다, 집을 떠난다는 뜻이다. 자신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을 때 밖에 나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아를 연마하면서 점차 성숙해 진다. 기술이 낙후됐으면서 밖에 나갔거들랑 돌아오시라. 선진 경험을 얻어 자신을 위하여 쓰라.

 

시계, 식견이 넓지 않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오늘 날 세계는 개방의 시대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 세상을 보고 기량을 닦아야 한다. 현상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낡은 것을 답습하는 전통 관념을 없애야 한다. 시장 관념과 치부(致富) 의식을 수립하여야 한다.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용감하게 뛰쳐나가 세상을 돌아다녀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나그네가 거처하고 물자(物資)와 도끼를 얻으나 내 마음이 유쾌하지 않다.”

 

무슨 말인가? 몸이 타향에 있기에 잠시 외지에 머무니 안거할 수 없다. 자기를 발전시키는 길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하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낡은 자동차가 임시로 길가에 서있다.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다. 차에 탄 사람들이 초췌한 기색으로 멍하니 앞을 보고 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멀리 떠나는 것인가? 그런데 귀가(歸家)하나 원행(遠行)을 하나 기본적으로는 사실은 하나다 : 그들은 길 위에 있다는 것이다. 귀가한다면 그들은 이전에 집을 떠나 원행했었다는 것을 말한다. 원행은 집을 떠났다는 말이 된다.

 

밖에는 광대무변의 세계가 있다. 그 세계는 간난신고가 가득하다. 위험이 충만하다. 그러면서도 다채롭고 자극적이다. 외면의 세계는 시야를 넓혀준다. 자신을 키우고 발전시킨다.

바깥세상은 늘 집을 떠나 멀리 떠나도록 유혹한다. 사람은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생명의 쾌감을 얻는다. 억누를 수 없는 허영심을 만족시킨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늘 외친다 : 가자, 나가자!

 

어쩔 수 없기에 집을 떠난다. 집이 그를 받아들일 수 없거나 그가 집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에 떠난다. 그의 마음이나 몸이 짓눌렸거나, 몸과 마음이 억압을 받았거나, 떠날 수밖에 없었기에 떠난다. 멀리멀리 떠나간다. 그렇기에 인류에게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집에서 뛰쳐나가 동행이 되어, 고된 여정을 겪고 지치고 초췌해졌던 이야기가 생기지 않았던가.

 

사람의 눈에는, 마음속에는 늘 앞쪽이 있다. 앞쪽 상황이 불명확하다. 안개 속의 달처럼 몽롱하고 물속의 부스러기처럼 가물거린다. 그런 불확정성이 오히려 앞쪽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을 조장한다.

 

앞쪽은 사람을 흥분시킨다. 행동하게 만든다. 취한 듯 홀린 듯한 상태로 빠져들게 만든다. 창망한 앞쪽에서 자신에게 앞으로 오라는 종소리와 마음을 격동시키는 북소리를 들려오는 듯, 사람들은 피곤함도 모르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세상에는 길이 생긴다.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더 먼 곳까지 가기 위하여 배를 만들고 차를 만든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낡은 자동차도 길가에 서있는 것이다.

 

길은 집과 연결돼 있다. 사람들은 길을 빌어 앞쪽으로 나아가며 유랑한다.

 

예부터 인류는 유랑하기를 좋아하였다. 당연히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유랑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유량은 천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운명이기도 하다. 운명은 사람을 길 위에 세워놓는다. 사람들은 한 평생 집밖을 나서보지 않았거나 먼 길을 떠나보지 않았더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돌아갈 집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들도 끝도 없는 길 위에 있다. 넓은 들판은 망망하다. 사방이 텅 비어 있다. 눈앞과 마음속에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길만 놓여있다.

 

노신은 얘기한 적이 있다.

 

“희망이란 원래부터 있는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어렵고 없는 것이라 얘기하기도 어렵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희망만 가지고 있다. 노력하지 않고 추구하지 않으면 그 희망은 ‘원래부터 있다고 얘기가 어렵다.’ 희망이 있으면 그 희망을 위하여 게을리 하지 않고 분투하면 그 희망은 ‘없는 것이라 얘기하기도 어렵다.’ 희망을 향하여 쫓으면 새로운 생활이 다가온다.

 

우리 인생길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게 간난신고다. 간난신고의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경험이 생긴다. 지혜가 쌓인다. 방향이 보인다. 자기 개척의 길이 열린다.

 

『주역』은 말한다.

 

“나그네가 자잘하니, 이는 그 재앙을 취함이다.”

 

무슨 말인가? 길 위에서 심할 정도로 쩨쩨하고 옹졸한 것은 자신이 부른 재앙이다.

 

그렇기에 인생의 길에서는 절대 쩨쩨하거나 옹졸하지 말아야 한다.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 올바르게 서야 한다.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하여야 한다. 감히 나아가고 감히 뛰어들고 감히 견뎌내야 한다.

 

나아갈 수 있어야 발전이 있다. 세상을 넓게 볼 수 있어야 세상의 앞 열에 설 수 있다. 이 방면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온주(溫州) 사람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온주 사람은 장사를 잘한다고 알고 있다. 산을 끼고 바다에 연해있어 개방적인 정신, 모험적인 정신을 가지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주 사람은 고생을 견디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있는 곳에는 온주 사람이 있다. 시장이 없는 곳에는 온주 사람이 나타난다. 감히 밖으로 나아가는 것은 온주 상인이 성공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온주 사람들은 자랑삼아 말한다.

 

“공기가 통하는 곳이라면 발전을 추구하는 온주 사람의 그림자가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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