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괘(蹇卦)
건(蹇), 『서괘전(序卦傳)』에 말했다. “건은 어려움이다.” 건은 위험, 곤경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을 받는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따지고 싶지 않다. 다만 곤란은 확실히 시시때때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은 분명하다. 곤란을 대면했을 때 더듬어 생각하고 반성하여야 하고 굳세고 힘이 있고 정직하고 공정하여야 한다.
곤경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하여야 할까?
생아편은 본래 좋은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용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 그런데 생아편을 아편으로 제조돼 청(淸) 왕조 시기 중국에 유입되었을 때 백성에게 해독을 끼치고 망국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죄악의 검은 마수가 됐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여러 가지 원인에 따라 오늘날 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많은 물종이 지구에서 멸종되었다. 각양각색의 기괴한 질병이 엄습하고 있다. 자연재해는 차례차례로 끝없이 나타나고 있다.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원흉은 누구인가? 어느 누가 무고하게 사라져간 생명의 영혼을 달랠 수 있는가?
곤경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가? 외계 대자연이요 인위적인 데서 도래하기도 했고 많은 일들은 자초하기도 했다.
황사가 몰려오면 우리는 답답하고 고뇌하고 초조 불안하고 닥치는 대로 저주하고 욕을 퍼붓는다. 천지는 우리가 감정을 발산하는 대상이 됐다. 그런데 어찌 천지가 욕을 먹어야 하는가. 하늘과 땅은 억울할 따름이다. 진정한 원흉은 인류 자신이다.
산성비가 내린다. 싹이 시든다. 잎이 누렇게 변해 버린다. 건물이 부식된다. 우리 삶의 터전이 훼멸된다. 이것은 누구 탓일까? 누구의 잘못일까?
이러한 곤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우리 곁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고 있다. 덤터기를 씌운다. 책임을 전가해 버린다. 우리는 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가? 어째서 발생 원인을, 뿌리를 캐지 않는가? 왜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가? 어째서 우리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가?
『주역』은 말한다.
“산 위에 물이 있는 것이 건(蹇)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자신에게 돌이켜 덕을 닦는다.”
무슨 말인가? 산 위에 큰물이 있으니 행인은 위험하다. 인생의 길에서 어떤 때는 형극으로 가득 덮여있기도 한다. 장애를 만났을 때 반성하고 돌이켜볼 줄 알아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기의 인품과 덕성을 수련하여야 한다. 위험의 원인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고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만 곤란은 우리에게서 떨어질 것이다.
곤란이 생기면, 문제가 나타나면, 과연 이것은 우리 잘못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대부분은 내 탓이로소이다, 라고 말하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그저 거스를 수가 없었다, 고의가 아니었다, 피할 수 없었다는 모호한 말로 당당하게 지나가 버린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연속된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게 된다. 곤란은 여전히 우리 곁을 포위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조만간 커다란 문제가 도래하게 된다.
곤란은 불가피하다. 이 세상에는 모순이 가득하다. 혼란은 시시때때로 나타난다. 일마다 존재한다. 어떻게 그 곤란에 대처하여야 하는가? 곤란이 생기면 객관적으로 분석하여야 한다. 깊이 연구하여야 한다. 문제가 존재하는 열쇠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서 대책을 강구하고 경험을 살려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 번 좌절을 당하면 그만큼 현명해진다는 말처럼 그렇게.
『맹자』에서도 보인다. 일을 하는데 효과를 얻지 못할 때, 일을 하는데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반드시 자신을 반성하라고 했다.
반성하면 수신할 수 있다. 끊임없이 자신이 하는 일의 효율을 제고시킬 수 있다. 자기의 모든 소질을 높일 수 있다.
자신이 고집불통이 아닐까, 이간질시키는 말을 곧이듣는 것은 아닐까 반성하여야 한다. 시원시원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맺고 끊는 맛이 없는 것은 아닐까, 너무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은 아닐까? 너무 부지런하고 신중한 것은 아닐까, 냉정함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통찰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세심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마음이 좁은 것은 아닐까, 너무 사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주색에 너무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돈에 너무 몰두해 있는 것은 아닐까…….
보통사람인 우리는 어째서 캐묻지를 않는가? 곤란이 도래하면 캐묻는 것을 배웠다면 곤란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게 되면서 곤란은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된다. 문제가 생기면 캐묻고 따지고 들면 문제는 순리적으로 해결된다.
공자는 말했다.
“날마다 세 번 내 몸을 살핀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수련하고 자아의 인품 덕성과 수양을 제고시키면서 자아의 고상한 정조를 나무랄 데가 없도록 했다. 공자는 그렇게 하기 위하여 부단하게 자신을 반성하였다. 자신에게 캐물었다. 그러면서 어떤 문제라 할지라도 한 번 도래하면 이후 자신에게 다시는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곤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걸출한 성인이 된 것이다.
위험을 만나면 당황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며 절망하지 말아야 한다. 반성할 줄 알고 캐물을 수 있어야 한다. 태연자약할 수 있어야 한다. 탈출구를 찾아야 하고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귀인’을 찾아야 한다. 끊임없이 사색하여야 한다. 신변에 모든 유리한 조건을 이용하여야 한다. 자기 자신의 지혜의 원천을 캐내야 한다.
기다림은 곤란을 이기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기다림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행하는 방법이다. 어떤 때에는 기회가 왔는데도 잡아채지 못하기도 한다. 무제한으로 물리면 결과적으로는 만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곤란이 생기면 마땅히 적극적이고 융통성 있게 간단한 방법으로 재빨리 해결하여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크게 어려움에 벗이 올 것이다.”
곤경에 빠졌거들랑 강건하고 중정함〔강건중정(剛健中正)〕을 견지하여야 한다. 그러면 열정적인 사람이 나타나 곤경에서 구해줄 것이다. 당신이 위험한 지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관경을 본 적이 있는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열정적인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당신에게 방향을 가리켜준 적이 있는가? 넘어졌을 때 힘이 있든 없든 당신에게 내미는 손이 있었는가?
만약 그렇다, 라고 대답한다면, 우리는 행복하고 행운아라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옳다는 것을 말한다. 정의로운 길을 향하여 가고 있으니 옮길 필요 없이 계속 전진하여야 할 터이다.
우리가 곤란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으니, 타인이 곤경에 빠졌을 때 우리도 용감히 나서야 한다. 비록 영웅처럼 ‘춘풍명월을 보는 게 습관이 되어’ 만사를 ‘담소하며 즐기는’(「강가의 신선들(臨江仙)」) 지고지순한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였지만 적어도 우리가 곤경에 처했을 때 곤경에 놀라 자빠지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회한하지 아니하고 무능해 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부끄러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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蹇卦 ䷦ : 수산건(水山蹇), 감(坎: ☵)상 간(艮: ☶)하
「단전」에서 말하였다 : 건(蹇)은 어려움이니, 험함이 앞에 있음이다. 험함을 보고 그칠 수 있으니 지혜롭다.(彖曰,蹇,難也,險在前也,見險而能止,知矣哉.)
「상전」에서 말하였다 : 산 위에 물이 있는 것이 건(蹇)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자신에게 돌이켜 덕을 닦는다.(象曰,山上有水,蹇,君子以,反身脩德.)
구오는 크게 어려움에 벗이 온다. / 구오는 크게 어려움에 벗이 올 것이다.(九五,大蹇,朋來.)
[傳]
건괘(蹇卦)는 「서괘전」에서 “규(睽)는 어긋남이며, 어긋나면 반드시 어려움이 있으므로 건괘로 받았으니, 건(蹇)은 어려움이다”라고 하였다. 어긋나는 때에는 반드시 어려움이 있으니, 건괘가 그래서 규괘(睽卦)에 다음하는 것이다. 건(蹇)은 험하게 막혔다[險阻]는 뜻이므로 어려움[건난(蹇難)]이 된다. 괘 됨이 감괘(坎卦☵)가 위에 있고, 간괘(艮卦☶)가 아래에 있는데, 감괘는 험함이고 간괘는 그침이다. 험한 것이 앞에 있어서 그친 것이니, 나아갈 수 없다. 앞에는 험함에 빠짐이 있고, 뒤에는 높게 막힘이 있으므로 건괘(蹇卦)가 되었다.
□ 「강가의 신선들(臨江仙)」(楊愼)
滾滾長江東逝水 장강은 도도히 흘러 동으로 가는데
浪花淘盡英雄 물거품처럼 사라져간 영웅들.
是非成敗轉頭空 돌아보면 시비와 성패가 모두 헛된 것
青山依舊在 청산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幾度夕陽紅 몇 번이나 석양에 붉게 물들었던가.
白髮漁樵江渚上 강가 고기 잡고 나무하는 늙은이들
慣看秋月春風 춘풍명월을 보는 게 습관이 되어
一壺濁酒喜相逢 탁주 한 병 들고 기쁘게 만나
古今多少事 옛이야기 요즘 이야기
都付笑談中 담소하며 즐기는 거지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