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다 장애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2)

  • 등록 2022.04.12 09: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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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중국 혁명 중에서 2만 5천 리 장정은 세계전쟁사상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당시는 장개석(蔣介石)이 제5차 ‘토벌〔위초(圍剿)〕’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왕명(王明) 등은 적아의 역량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동적으로 앞서,

 

“출격해 국경 밖에서 적을 막아야 한다.”

 

라고 단편적으로 주장하였다. 모택동(毛澤東) 등이 제기한 깊숙이 적을 유인해 유격전을 전개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단호하게 배척하였다. 결국 중앙 근거지에서 홍군의 ‘토벌 반격’은 실패하였다.

 

왕명 등은 모택동 등이 제기한 잠시 산악지대로 철수해 유격전을 벌이고 시기를 봐서 반격하자는 주장도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그 후에는 게릴라주의를 실행하여, 한 방면의 홍군을 중앙근거지에서 출수시켜 장정을 시작하였다.

 

장정은 절박한 가운데 어쩔 수 없이 실행했다고 할 수 있다. 주요 원인은 당 지도부 사이에 ‘좌’경에 따른 잘못이 생겼기 때문이다.

 

장정 초기에도 그런 잘못이 계속되면서 홍군은 참담한 손실을 맛봤다. 나중에 지도부 일부가 실수를 인지하였다. 원래 노선을 계속하면 혁명역량이 전멸하게 된다고 보았다.

 

홍군을 구해야만 했다. 특히 존의회의(遵義會議) 이후 모택동 중심의 지도부가 실제 권한을 얻어 ‘좌’경 잘못을 바로잡았다. 홍군을 정확한 철수 노선으로 이끌면서 천신만고 끝에 섬서성 북쪽에 도착해 유지단(劉志丹)이 이끄는 섬서북홍군(陝西北紅軍)과 합류하였다.

 

장정은 홍군의 역량을 보존하는 작용을 했다. 이후 혁명에 힘을 축적하게 됐고 동시에 훈련하면서 부대의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각고 분투하는 홍군의 품성을 배양하였다. 도착한 곳에서 혁명사상을 선전할 수 있었다. 홍군과 혁명에 민중의 지지를 얻게 됐다.

 

이것이 바로 정도를 걸으면 위기는 있으나 허물이 없다는 뜻의 본보기이다.

 

처음 사회에 나설 때 우리 모두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게 된다. 꿈꾸고 희망을 가진다. 청춘의 빛에 충만해 있다. 기세 드높게 사회에 들어선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가졌던 희망은, 결과적으로 현실이 되지 못한다. 투자한 만큼 얻을 수 있는 게 맞느냐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탓한다.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한다. 의기소침해지고 낙담한다. 실망하고 고뇌하고 방황한다. 그렇게 생활의 동력을 잃어버린다.

 

삶은, 생활은 크던 작던 늘 우리를 놀린다. 우리가 살아가는 길에 깊은 구덩이를 파놓는다. 우리 희망의 씨앗에 한 겹의 찬 서리를 얼려 놓는다. 우리가 분투하려는 격정 속에 냉수를 끼얹는다. 좌절을 많이 겪은 기구한 운명을 가진 사람은 하늘이 늘 사람을 놀린다고 탄식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삶은, 생활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다.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우리가 삶이 고난이요 걸어가는 길이 평탄치 않음을 알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에게 고통 속에서 자신을 연마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아름다움 뒤에 고난이 가득하고 무지개가 나타나기 전에는 늘 비바람을 겪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우리 희망이 파괴될 때 우리는 굳세어야 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곧추서 있어야 한다. 바른 마음을 가져야 하고 알아주지 않는다는 원망과 분함을 내려놓아야 한다. 환경이 좋다고 해서 너무 기뻐하거나 처지가 나쁘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 우순풍조(雨順風調) 속에서나 광풍폭우(狂風暴雨) 속에서나 우리는 시시각각 평상심을 유지하여야 한다.

 

잠시의 실패가 어찌 영원한 완결이던가. 살아가는 과정 중의 짧은 간주곡일 따름이다. 하나의 음표요 충고요 교훈이다. 돌이켜 사색하도록 특별히 남겨둔 변통의 여지다.

 

멈추어 서는 것은 현명한 후퇴다. 한 걸음 물러서면서 더 한 층 굳건히 노력하여야 한다. 충분히 준비하여야 한다, 다음 단계의 두 걸음 나아감을 위하여.

 

송골매는 날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날기만 하면 하늘 높이 오른다. 울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한 번 울기만 하면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도 있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주역』은 말한다.

 

“소축은 형통하다. 우리 서쪽 들판에서부터 구름이 빽빽하나 비가 오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 잠시 동안의 작은 멈춤은 형통하다. 그때는 구름이 빽빽하나 비가 내리지 않는 때이기 때문이다. 아직 성숙되지 않는 단계요 시기다. 우리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 우리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우리의 원대한 포부는 아직 실현될 충분한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기다려야 한다. 서쪽 들판 가장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 깃털이 다 자라기를 기다려야 하고 꽃이 피는 따뜻한 봄날을 기다려야 한다.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너무 어리석어서도 안 되고 너무 똑똑해서도 안 된다.

 

“어리석게 보이기가 어렵다.”

 

이 도리를 잘 알아야 한다. 청나라 때 화가 겸 서예가로 유명한 정섭(鄭燮)의 글에서 나왔다.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다.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되기는 더욱 어렵다. 집착을 버리고 한 걸음 물러서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며 뜻하지 않고 있노라면 후에 복으로 보답이 올 것이다.”1)

 

손해 보는 것이 복이라는 교훈도 알아야 한다. ‘흘휴시복(吃虧是福)’이 그것이다.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하고 놓아야 할 일은 마땅히 놓아야 한다. 해야 할 말은 해야 하고 침묵할 때는 한 마디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바람이 하늘 위에서 운행하는 것이 소축이다. 군자는 이것을 보고 문덕을 아름답게 꾸민다.”

 

무슨 말인가? 바람은 하늘에서 움직인다. 먹장구름이 모이기를 기다린다.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기를 기다린다. 모든 게 성숙되어 가는 중이다. 이때는 잠시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 잠시 멈춤은 사실 기회이기도 하다. 바로 재능과 도덕을 축적할 가장 좋은 시기요 기회다. 이 기회를 포착하여야 한다.

 

하늘에서 큰 비가 내릴 때, 무지개가 내릴 때를 기다리면 마음에 품은 뜻을 펼쳐나갈 수 있다. 모든 곤란은 대나무가 칼집을 따라 쪼개지듯 순리적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그때가 되면 원대한 계획을 펼칠 수 있다.

 

하늘이 우리에게 멈추라고 한 바는, 우리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가 갖추어야 할 지식과 재덕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가만히 마음도 풀고 긴장도 풀고 정신을 가다듬으면 된다. 충전할 때 충전하고 웃을 때 크게 웃고 울어야 할 때 대성통곡하면 된다.

 

제갈량은 명언을 우리에게 남겼다.

 

“군자의 행은 고요함으로 몸을 닦고 검소함으로 덕을 기른다.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다. 안정되고 고요하지 않으면 먼데까지 이르지 못한다.”(「계자서戒子書」)

 

무슨 뜻인가? 군자는 일할 때 잡념을 없애고 근검하고 소박하게 자신의 도덕수양을 드높여야 한다는 말이다. 마음을 깨끗이 하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의지를 다 드러낼 수 없다. 사상이 정밀하지 못하게 되어 원대한 목표를 실현하지 못한다.

 

공자는 일생을 수신하고 성정을 수양하였다. 열국을 주유하면서 각 나라의 군왕에게 도덕을 설파하였다. 사학을 열어 백성을 교화하였다. 온힘을 기울여 자신의 덕정과 인정을 악착같이 추구하였다. 부지런히 노력해, 자신의 이상사회를 위하여 필사적으로 싸웠다.

 

도덕과 재능은 하나하나 모이는 것이다. 축적은 오랜 과정이 있어야 한다. 고통의 과정이다.

 

큰 뜻을 품어야 한다. 자강하고 자립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끝까지 투쟁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고통을 기쁨으로 여기고 인생을 즐겨야 한다.

 

아침 첫 햇살이 우리를 향하여 손짓할 때 우리의 웃는 얼굴은 분명 찬란하리라.

 

봄이 대지를 감싸 돌 때 씨앗은 흙을 뚫고 나오리라.

 

나무 한 가득 열린 열매의 향기가 코를 찌를 때 즐거운 노랫소리는 우리 귓가를 맴돌 것이다.

 

우리가 의욕을 북돋을 때 성공은 우리 가까이에 다가오기 시작한다.

 

*****

 

䷈ : 풍천소축(風天小畜), 손(巽 : ☴)上 건(乾: ☰)下

 

소축은 형통하니 빽빽이 구름이 끼었지만 비가 오지 않음은 내가 서쪽들로부터 하기 때문이다./ 소축은 형통하나 빽빽이 구름이 끼고 비가 오지 않음이 내가 서쪽들로부터 하기 때문이다.(小畜,亨,密雲不雨,自我西郊.)

 

「상전」에서 말하였다. 바람이 하늘 위에 행함이 소축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서 문덕을 아름답게 한다.(象曰,風行天上,小畜,君子以,懿文德.)

 

소축은 형통하다. 우리 서쪽 들판에서 부터 구름이 빽빽하나 비가 오지 않는다.(小畜,亨.密雲不雨,自我西郊.)

 

바람이 하늘 위에서 운행하는 것이 소축이다. 군자는 이것을 보고 문덕을 아름답게 꾸민다.(風行天上,小畜.君子以懿文德.)

 

주역에서는 64괘(卦)중 9번째 괘(卦)인 소축(小畜)편에서 원만하게 가정을 이끌고 이를 기반으로 작은 성공을 이루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소축(小畜) 형(亨) 밀운불우(密雲不雨) 자아서교(自我西郊)’라는 첫 구절이 나온다. 이를 쉽게 풀이하면 이런 말이다. “작은 성공이나 행복도 일찍부터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 구름이 빽빽하나 비가 오지 않는 경우가 있듯이, 쉬워 보이는 작은 행복도 얻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집 바깥에서 기다리고만 있기 때문이다.”

 

 

[傳]

 

 

 

소축괘(小畜卦)는 「서괘전」에 “도우면 반드시 쌓이는 바가 있다. 그래서 소축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물건이 서로 돕고 따르면 모이게 된다. 모임은 쌓이는 것이다. 서로 친하여 도우면 뜻이 서로 쌓이니 소축괘가 비괘(比卦)의 다음이 된 이유이다. 쌓이는 것은 그침이다. 그치면 모이게 된다. 괘가 손괘가 위에 있고 건괘가 아래에 있다. 건괘는 위에 있는 물건인데 이에 손괘의 아래에 있다. 강건한 것을 쌓고 그치게 함은 손순(巽順)함만한 것이 없다. 손괘에 의해 그치게 되므로 소축(小畜)이 된다. 그러나 손괘는 음이고 그 몸체가 유순하다. 오직 손순함으로 그 강건함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 힘으로 그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쌓는 도의 작은 것이다. 사효는 한 음으로 제자리를 얻어 다섯 양의 기뻐하는 바가 된다. 제자리를 얻음은 부드럽고 공손한 도를 얻어 여러 양의 뜻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쌓는 것이 된 것이다. 소축은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쌓음에 이른다. 쌓여 모이는 것이 작고 쌓여지는 일이 작은 것은 음이기 때문이다. 「단전」에서 오로지 육사가 여러 양을 쌓이게 하는 것으로 괘가 이루어진 뜻을 삼고 두 몸체는 말하지 않았으니, 그 중요한 것만 든 것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難得糊塗’ ; 정섭(鄭燮, 호 판교板橋); “聰明難,糊途難.由聰明轉入糊途更難.放一著,退一步.當下必安.非圖後來福報也.”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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