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하여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1)

  • 등록 2022.06.21 11: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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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겸괘(謙卦)

 

『설문』은 풀이한다. “겸(謙)은 경(敬)이다.”

 

겸허해야만 다른 사람의 경모하는 마음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환영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겸허는 사람을 진보하게 한다. 겸허는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자신의 결점을 고칠 수 있게 한다.

 

자만하여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사람들은 자주 ‘득의망형(得意忘形)’을 이야기한다. 득의양양할 때 자신의 본모습을 잊고 자아를 잃어버려 바른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리킨다. (원래 ‘득의망형得意忘形’이란, 뜻을 얻어 자신의 형체마저 잊어버리다 뜻이다)

 

‘득의망형’의 전고는 이렇다. 동진(東晉)시대 완적(阮籍)은 걷잡을 수 없이 방탕하였다. 시와 문장에 능했다. 어떤 때에는 집에서 공부하면서 수개월을 은거하며 밖에 나오지 않기도 했다. 어떤 때에는 산수 간에 놀며 즐기면서 열흘이나 보름을 집에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즐거울 때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였다. 너무 흥분하여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심지어 자기 자신이 어떻게 된지도 모를 정도였다.

 

까마귀가 득의망형 할 때는 자기 입에 물고 있는 고기를 떨어뜨려버려 늑대가 대신 먹어버릴 정도다. 모기가 득의망형 할 때는 거미줄에 걸려 목숨까지 잃을 정도다.

 

『봉신연의(封神演義)』에 명장면 한 단락이 있다. 소달기(蘇妲己)가 향락의 녹대(鹿臺)를 완공한 후 여러 여우가 수련하여 변신한 신선을 청하여 연회를 베푸는 장면이다.

 

어리석은 주왕(紂王)이 달기를 총애해 하루 종일 음악을 연주하고 연회를 베풀었다. 녹대를 지으라고 명하면서 병란이 사방에서 일어났다. 백성은 변혁을 바라는 지경에 이르렀다. 2년 4개월 후에 녹대가 준공되었다. 주왕은 달기의 신선과 선자를 초청해 구룡천자(九龍天子)에게 가서 연회를 베풀었다. 달기는 39의 여우가 변신한 신선을 초청하였다. 주왕은 조가(朝歌)에서 두주불사로 소문난 승상 비간(比干)을 파견해 술자리 상대가 되어 어울리도록 했다.

 

9월 15일 밤, 신선들은 약속대로 도착하였다. 오는 신선마다 선인의 풍채와 도사의 골격(선풍도골)이요 기백과 도량이 비범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연회 중 ‘신선들’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형체마저 잊어버렸다. 술 두세 잔을 마시자마자 주량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하나 꼬리를 노출하는 게 아닌가. 비간이 대장 4명을 파견해 알아본 결과 원래 그 신선이라 것들은 성 밖 35리 떨어진 헌원(軒轅)묘에 살고 있는 매구 무리였다. 이에 군사를 보내 구멍을 막고 불태워 버렸다.

 

“금에는 순금이 없고 사람 중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이 속담, 대단히 적절하지 않은가. 세상의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알려면 자신의 장점,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인식하여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의 결점, 잘못을 인식하여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이용해 자신의 부족한 면을 바로잡아야 한다. 장점을 발양하고 단점을 없애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자기 결점을 보고서도 모른 척 하면 진종일 오만하여 눈에 보이는 게 없게 되고 자신의 본체마저 잊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기의 결점은 매구의 꼬리처럼 다른 사람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 상대방은 그 결점을 이용해 아주 쉽게 승리를 쟁취할 것이고.

 

자신을 정확하게 보고 자기의 장점을 발휘하고 자기의 결점을 고칠 생각이 있거들랑 겸손하고 조심하며 신중하여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겸은 형통하니, 군자가 끝마침이 있다.”

무슨 말인가? 겸허의 미덕은 모든 일을 순조롭게, 막힘없이 통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겸허는 모든 사람이 견지해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군자라야 할 수 있다.

 

우리가 일하는데 마음이 들썽하게 되면, 일을 도중에서 그만두게 되면, 전심으로 어떤 일에 뛰어들 방법이 없다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겸허하지 않아서, 조심하며 않아서, 신중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스스로 반성해야 되지 않겠는가?

 

“교만하면 손해를 보고 겸손하면 이익을 본다”(『대우모大禹謨』)

 

이 말은 옛 어른들의 신심을 닦고 교양을 쌓는 도리였다.

 

“만족을 모르는 자는 손실을 더 보게 되고 겸허한 사람은 복을 더 받는다.”(구양수(歐陽脩)『역혹문(易或問)』)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공을 세울 수 없고 스스로 과시하는 사람은 뛰어나지 않다.”(『노자(老子)』)

 

모두 같은 도리다.

 

당나라 오긍(吳兢)은 『정관정요·정체(政體)』에 당태종의 한 말을 기록하였다.

 

“천하가 조금씩 안정되면 더욱 두려워하고 삼가야 한다. 만일 경솔하게 교만하고 방자하면 실패하게 된다.”

 

이는 사람이 거만하고 자만하면 화를 불러오게 된다는 경고다.

 

자신을 정확하게 보아야 한다는 옛말이 또 있다. 자신의 능력이나 결점을 정확하게 알려면 타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남을 대할 때는 완전함을 바라지 말고 자신을 점검할 때는 늘 부족한 것처럼 하라.”(『상서·이훈(伊訓)』)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사람은 명철하다.”(『노자』)

 

“자신이 겸허하면 (남의 말을) 듣기를 즐긴다.”(유우석(劉禹錫)『위생병요술(魏生兵要述)』)

 

“군자는 타인의 말을 받아들이면서 총명하게 된다.”(위원(魏源)『묵고(默)觚·치편(治篇)12』)

 

“덕이 있는 사람은 총애를 받을수록 (자신을) 경계한다.”(『진어(晉語)』)

 

“겸하여 듣는 밝음이 있으나 떨쳐 자랑하는 용모가 없으며, 겸하여 덮어주는 두터움이 있으나 덕을 자랑하는 낯빛이 없다.”(『순자·정명(正名)』)

 

『주역』은 말한다.

 

“땅 속에 산이 있는 것이 겸(謙)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많은 것을 덜어내 적은 데에 더해 주어, 물건을 저울질하여 베풂을 고르게 한다.”

 

무슨 말인가? 땅 속에 산이 있다는 것은 높은 산은 지하에 표상을 숨겨놓는다는 뜻이다. 뛰어난 재능과 미덕은 마음속에 감추어 두고 밖으로 노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겸(謙)이라 하는 것이다. 군자는 결국 손해는 많고 이익은 적다. 각종 사물을 따져보고 평가한 후 장점을 취하여, 단점을 보충하여 균형, 평형을 이루게 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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