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뜻이 없이 사람을 도우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2)

  • 등록 2023.04.18 10: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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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2. 타인에게 베풀었다고 떠벌리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 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다. 세상사의 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

 

그해, 조부는 무척 가난하였다. 큰 눈이 내리는 날, 조부는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집에 가서 돈을 좀 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공교롭게도 그날, 그 부자는 기분이 무척 좋은 상태여서 조부에게 거금을 선뜻 내주었다. 그러고는 시원스럽게 말했다 : 가지고 가시오. 돌려줄 필요 없소! 조부는 받아든 돈을 매우 조심스레 싸서는 돈이 급히 필요한 집으로 황급히 달려갔다. 부자는 뒷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더 소리쳤다 : 돌려줄 필요 없소!

 

이튿날 새벽, 부자가 마당 문을 열어보니 마당에 쌓였던 눈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기와 위에 쌓였던 눈도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부자가 마을 사람에게 물어본 후에야 조부가 아침부터 깨끗하게 청소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자는 알게 됐다 : 타인에게 베푼다는 것은 타인을 거지로 만들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부자는 조부를 찾아가 차용증을 써줬다. 조부는 그제야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조부는 눈을 쓸어줌으로써 자신의 존엄성을 지켰다. 부자는 조부에게 차용증을 써줌으로써 조부의 존엄성을 지켜주었다. 부자 눈에는 세상에는 거지가 없었다 ; 조부는 자신은 거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베풀어 주는 것’과 ‘돈을 빌려 주는 것’은 한 가지 행동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 가지 행동으로 높고 낮음이 나타난다. 베푸는 것은 거지를 만드는 것이요 빌려주는 것은 일대일의 상호존중이다. 행동 한 가지 차이에 엄청나게 다른 효과가 있다.

 

살다보면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 타인을 도와주는 게 은혜를 베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우월감을 느낀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안하무인격이다. 그런 태도는 무척 위험하다. 늘 타인을 도와주면서도 그런 태도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다. 아니, 역효과를 불러온다.

 

3. 세상에 일회성 인정은 없다.

 

살다보면 많은 사람이,

 

“일이 있으면 사람을 찾아가고 일이 없으면 본 척도 하지 않는다.”

 

중국 속담에,

 

“일이 있으면 사람이 있고 일이 없으면 사람이 없다.”

 

라는 태도가 그것이다. 부상을 당했을 때는 의지하다가 회복된 후에는 버려버리는 지팡이와 같이 친구를 대하는 것이다.

 

인정미가 없는 사람은 ‘은혜를 베푸는 것’이 간단하게 보일지라도 실제는 미묘한 인간관계라는 것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보자. 타인을 도와줬으면 너무 ‘밝혀 내’ 타인의 자존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은혜를 베푸는 데에 너무 과해서도 안 된다. 상대방이 부담스럽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쌍방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단지 ‘서로 이용하고 서로 버리니 마음이 통한다’는 것으로 되받아 밀어치기할 수 있을 뿐이다. 인생사의 오묘함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다. 일반을 뛰어넘는 자유자재의 경지를 결코 알 수 없다.

 

4. 목이 마른 후에 물을 주라.

 

눈 속에 탄을 보내듯이 다른 사람이 급할 때 도움을 주는 것, 목이 마르면 물을 주는 것이 보시의 특징이다. 사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이 필요하다. 이것이 가장 기초적인 상식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바람이 있다. 긴한 것도 있고 중요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런데 급히 필요할 때 타인의 도움을 받게 되면 감격해 마지않는다. 평생 잊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굶주려 죽을 위기에 있을 때 감자 한 덩어리 주는 것과 부유할 때 거금을 주는 것은 마음속에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다.

 

곤경에 빠진 사람에게 그저 동정심만 주는 것은 소용없다. 구체적인 도움을 줘서 난관을 벗어나게 하여야 한다. 눈 속에 탄을 보내듯이 걱정을 함께 하고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감격을 불러일으킨다. 더나가 깊은 우정을 쌓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한 농부가 농사를 지었는데 적자가 났다. 몇 명의 친구에게 돈을 빌리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나중에 평소에는 왕래가 그리 많지 않던 농민에게 구원의 손길을 벌렸는데 상대방은 아무 주저함도 없이 돈을 빌려주었다. 어떤가? 농민이 감격하지 않겠는가. 나중에 농민이 성공하고 나서 여전히 예전에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상대방을 잊지 않고 특별히 돌아보지 않겠는가.

 

이런 방법에는 몇 가지 기교가 있다. 중국인끼리 서로 권하는 처세술이다.

 

(1) 우물물을 맘껏 마신 사람은 왕왕 우물을 떠난다. 그렇기에 적당히 물을 줘야 한다. 늘 물이 필요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당신을 믿어 의타심이 생긴다.

 

(2) 사장이 사원의 요구나 가치를 만족시킬 때에는 모든 것을 줘서는 안 된다. 한 번에 하나씩 줘야 한다. 그러면 최선을 다하여 일한다.

 

(3) 상대에게 너무 과하게 은혜를 베풀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들 수 있다. 심지어 상대방이 당신을 싫어하게 되기도 한다. 첫째, 당신에게 은혜를 되갚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이 무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당신이 주위사람을 도와줬다면 주위사람은 당신에게 고마운 마음 하나만 가지면 된다. 당신은 믿음과 지지를 받게 되면 그만이다. 그것이 가장 큰 이익이다.

 

『주역』은 말한다.

 

“위에서 덜어내어 아래에 보태주라.”

 

군주의 것을 덜어서 신하에게 보태주면 백성은 무한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 정의와 도리가 밝아진다. 당신이 타인을 좋게 대한다면 타인도 당신에게 좋게 대할 확률이 커진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분명 세상에는 착한 사람이 많고 선량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부처께서 말하지 않으셨는가. 타인을 사랑하면 타인은 당신에게 사랑을 되돌려 준다, 그렇기에 당신 자신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

 

사랑은, 우리가 함께 이익을 얻는 것이다.

 

*****

益卦 ䷩ : 풍뢰익(風雷益) 손(巽: ☴)상 진(震: ☳)하

 

익(益)은 가는 것이 이로우며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益,利有攸往,利涉大川.)

 

「상전」에서 말하였다 : 바람과 우레가 익(益)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착함을 보면 옮겨가고 허물이 있으면 고친다.(象曰,風雷益,君子以,見善則遷,有過則改.)

 

[傳]

 

익(益)은 「서괘전」에서 “덜어내기를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보태게 되므로 익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흥성함과 쇠퇴함, 덜어냄과 보태줌은 순환하는 것 같아서 덜어냄이 지극하면 반드시 보태야 하는 것이 자연한 이치이니 익괘가 손괘를 잇는 이유다. 괘의 됨됨이가 손괘(☴)가 위에 진괘(☳)가 아래 있으니 우레와 바람 두 가지가 서로 보태주는 것이다. 바람이 세차면 우레가 빠르고 우레가 몰아치면 바람이 성을 내어 두 가지가 서로 돕고 보태어 익(益)이 되는 것이니, 이것은 상으로 말한 것이다. 손괘와 진괘 두 괘는 모두 아래 효가 변하여 이루어졌는데 양이 변하여 음이 되는 것은 덜어냄이고, 음이 변하여 양이 되는 것은 보태줌이다. 상괘는 덜어내고 하괘는 보태주어, 위를 덜어 아래에 보태줌에 덜어냄이 보태줌이 되었으니 이것은 뜻으로 말한 것이다. 아래가 두터우면 위가 편안하므로 아래에 보태는 것이 익(益)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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