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괘(復卦)
복(復)은 복귀하다, 반복하다. 잘못을 저질렀지만 제때에 돌아오면 형통하다. 잘못을 고집해 깨닫지 못하여 헤매지 말라. 산에 호랑이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으로 가는 것은 어리석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기어이 그 일을 하려 들지 말라. 잘못해 옆길로 빠졌는데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면 후회막급일지니.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옛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kleitos, B.C544~484)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는 똑같은 강물 속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변화 이외에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 이외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말도 있다.
“사람은 같은 곳에서 두 번 넘어져서는 안 된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잘못을 저질렀으면 고쳐야 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고 다시 잘못을 저지르면 바보일 뿐이다.
『주역』은 말한다.
“돌아옴에 혼미하여 흉하니, 재앙이 있어 군사를 동원하는 데에 쓰면 마침내 크게 패하고 그 임금에게까지 흉하여 십년이 될 때까지 가지 못할 것이다.”
방향을 잃고서도 반복하면 아주 위험하다. 재난이다. 만약 군사작전을 벌인다면 결국 대패하게 된다. 모두 군자가 저지른 위험이다. 10년 동안 출정하지 못한다.
한 국가가 반복해 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망국을 초래한다. 한 단체가 반복해 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연전연패한다. 한 개인이 계속하여서 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전진하는 길에 발걸음 내딛기가 무척 힘이 든다.
한 청년이 바삐 걸음을 재촉하다가 한 아저씨 앞을 건너다 넘어졌다. 아저씨는 청년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청년은 얼굴을 붉히며 일어서고는 화 난 듯이 말했다.
“넘어진 사람을 여태 한 번도 보지 못했나요? 난 이미 혼자 일어섰거늘, 뭘 그리 쳐다보는 거예요?”
아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청년은 넘어지면 일어서는 것만 아는구먼. 중요한 것은 넘어진 까닭인데. 자신이 왜 넘어졌는지 되돌아보려고 하지는 않고.”
청년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맞다! 그런데 그건 기본일 뿐이다.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 그리도 대단한가?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잘못인가 하는 점이다.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주역』은 말한다.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옴은 자신을 닦기 때문이다.”
옛 사람이 해석하였다.
“학문의 도는 다름이 아니라 오직 선하지 않은 것을 알면 빨리 고쳐서 선을 따르는 것일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자. 우리는 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잘못이 있는데도 고치지 않는 약점을 가지고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잘못을 찾아낼 수 있는가.
당신은 냉정하게 자신을 자세히 살펴본 적인 없는가? 자기와 타인의 차이점을 분석해 보지 않았는가?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분명히 알지 못하는가? 있다면 어느 것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천성이고 어느 것이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선천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면 후천적인 노력으로 보충할 수는 없는가? 이런 문제를 가만히 대답해 보자. 그러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과거에 저지른 잘못으로 받은 충격은 이제 지워버리자. 다시 자아를 찾아오자. 좌절을 한번이라도 겪지 않고 순풍에 돛을 올리듯 순조롭게 살아온 사람이 누가 있는가. 잠시라도 자신에 대한 믿음을 상실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생활 중에 아주 흔하게 잘못을 저지르고 실패를 당한다. 그런데 교묘하게도 그런 자그마한 좌절이 우리의 의지를 연마시킨다. 문제를 처리하는 능력을 제고시킨다.
작은 좌절은 당신이 순항하고 있고 자신만만할 때 당신에게 경종을 울린다. 곤란과 방해를 가져다주면서 당신이 커다란 좌절 앞에서 철저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경험하게 만든다. 다른 쪽으로 일단 실패를 겪었다면 중요한 것은 자신을 검사하고 측정해 보는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고 확신하는가? 자신에게 물어서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 나머지는 자신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경험과 교훈을 총결해야 한다. 좌절을 당하면 그만큼 현명해진다. 자기 발전에 불리한 모든 요소를 감소시켜라. 같은 곳에서 두 번 넘어져서는 안 되지 않는가.
최후의 문제는 어떻게 잘못을 고치고 바른 길로 돌아오느냐이다.
첫째, 이전의 문제점, 잘못을 모두 열거해보자. 자신이 진보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심사하는 시험지로 삼자. 실천은 자기를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인 수단이다. 자신이 잘못을 고치고 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는지 검사하는 거울이다.
둘째, 당신이 일생동안 하고자 하는 일을 써보자. 리스트를 지갑에 넣고 다니다 자주 꺼내어 읽어보자. 인생은 목표가 있어야 한다. 계획이 있어야 한다. 주위를 환기시켜야 한다. 긴박감이 있어야 한다. 작은 목표를 하나하나 꿰어내면 당신 일생의 큰 목표가 된다.
자주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 하루 또 하루, 일 년 또 일 년,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또 무엇을 잃었는가?
당신은 좋고도 아름다운 청춘시절을 잃어버리길 원하는가? 분투하는 격정과 투지를 잃기를 원하는가?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동경을 잃기를 원하는가? 순수하고 밝은 마음과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잃기를 원하는가?
당신은 그저 마비된 생활이 점점 버릇되기를 원하는가? 버릇은 혼돈의 세계에서 모호한 두 눈동자로 모든 것을 대한다.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이 천지간에서 버릇은 자신의 마음을 천천히 딴 것으로 되게 만들어버린다. 자신조차도 낯설고 우스꽝스럽다고 여기게 만들고 싶은가?
스스로 묻고 정답이라 생각하거들랑 자세하게 사고하여야 하리라.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오게 됐는가? 어떻게 교육받고 지도받았는가? 어째서 지금처럼 마비되어 버렸고 맹목적으로 변해버렸는가? 우리는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우리는 과연 어떤 배역을 맡고 있는가? 우리는 또 어떤 역을 맡아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가?
같은 곳에서 한 번 넘어지면 이외라고 한다. 같은 곳에서 두 번 넘어지면 부주의했다고 한다. 같은 곳에서 여러 번 넘어지면 멍청하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다. 잘못했으면 용감하게 대면하라. 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고치라. 제때에 고치면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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復卦 ䷗ : 地雷復(지뢰복), 곤(坤: ☷)상 진(震: ☳)하
복(復)은 형통하여 나가고 들어옴에 병이 없지만 벗이 와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 복(復)은 형통하니, 나가고 들어옴에 병이 없고 벗이 옴에 허물이 없다.(復,亨,出入无疾,朋來无咎.)
「상전」에서 말하였다 :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옴”은 자신을 닦기 때문이다.(象曰,不遠之復,以脩身也.)
“돌아옴에 혼미하여 흉하니, 재앙이 있어 군사를 동원하는 데에 쓰면 마침내 크게 패할 것이고, 나라를 다스리면 임금이 흉하여 십년이 될 때까지 가지 못할 것이다. / 돌아옴에 혼미하여 흉하니, 재앙이 있어 군사를 동원하는 데에 쓰면 마침내 크게 패하고 그 임금에게까지 흉하여 십년이 될 때까지 가지 못할 것이다.(迷復,凶,有災眚,用行師,終有大敗,以其國君凶,至于十年,不克征.)
[傳]
복괘(復卦䷗)는 「서괘전」에서 “사물은 끝내 다할 수 없으니, 깎아냄이 위까지 다하면 아래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복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사물에는 깎여나가 다하는 이치가 없기 때문에 박괘(剝卦䷖)가 다하면 복괘가 오고 음이 다하면 양이 온다. 양의 깎여나감이 위에서 다하여 돌아옴이 아래에서 생기고, 위에서 다하여 아래로 되돌아오니, 복괘가 박괘 다음에 있는 까닭이다. 괘에서 하나의 양이 다섯 음의 아래에서 생기니, 음이 다하여 양이 되돌아온 것이다. 시월에 음의 성대함이 이미 지극한데 동지가 되면 하나의 양이 땅 속에서 회복되어 나오기 때문에 ‘되돌아옴[복(復)]’이라고 한 것이다. 양은 군자의 도이다. 양의 소멸이 끝나 다시 돌아오고, 군자의 도가 소멸이 끝나 다시 자라기 때문에 선으로 되돌아오는 의미가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