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괘(咸卦)
함(咸)은 교감으로 서로 감응하는 것이다. 사람은 감정을 통하여 함께 모인다. 효심으로 하늘을 감동시킨 사람이 있다. 만감이 교차하며 감격하여 눈물 흘린다. 하늘을 감동시킬 만큼 지성이 대단한 사람도 있다. 서로 정을 느끼고 솔직하고 성의 있게 대하며, 마음을 열고 질실하게 대하면 능히 친구를 찾을 수 있다.
사랑이 순조롭지 않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아무리해도 끝나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사랑이다. 가까운 친척 간의 사랑은 혈육의 정이요 친구 사이의 사랑은 우정이며 연인끼리의 사랑은 애정이다. 사람은 모두 감정을 가지고 있다. 서로 함께 할 시간이 길면 길수록 감정은 깊어진다. 그러다가 서서히 감정은 책임으로 변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사람 사이의 교류는 왕왕 감응이 선행된다고. 그런 감응은 목적이 없다. 순결하다. 별의별 궁리를 다하여 교류하는 게 아니다. 옛사람은 그것을 ‘느낌〔감(感)〕’이라 했다.
‘느낌〔감(感)〕’이 있어야 ‘존경〔경(敬)〕’이 생기고 ‘사랑〔애(愛)〕’이 생기며 ‘구함〔구(求)〕’이 생기고 정으로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을 기쁘게 하여 감동시킨다. 가장 마지막에 변함없는 감정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함(咸)’의 도리다.
청나라 때 소설가 심복(沈復)은 『부생육기(浮生六記)』에서 자신과 아내 운(蕓)이 일생동안 서로 사랑한 기초를 기록하고 있다 :
결혼하고 나서 몇 개월이나 지났어도 운은 심복을 처음처럼 공경하였다. 심복은 우리는 남이 아니니 그렇게 대하지 말라고 운에게 얘기하였다. 운은 그 말을 듣고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심복이 운에게 옷을 입혀 줄 때 운은 예전대로 감격하는 태도로 고맙다고 말했다. 결국 어느 날, 심복이 참지 못하여 또 그렇게 한다면 당신은 위선자라고 말했다. 운이 조용하게 말했다. “성인의 가르침이 설마 틀리다는 말씀이십니까?” 심복은 마음속으로 공경하면 된다고, 그렇게까지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운은 멍하니 서 있다가 한참만에야 말했다. “그러면 부모에게도 그저 마음속으로만 공경하여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심복은 무척 감동받았다. 성낸 것을 바꾸어 웃으면서 아내를 위로하였다. 나중에 자녀를 낳고 사별할 때까지 두 사람은 한 번도 얼굴을 붉힌 적이 없었다. 살아가면 갈수록 감정이 더욱 돈독해졌다.
근대 문학가 임휘인(林徽因, 1904~1955)이 양사성(梁思成, 1901~1972)을 선택하고 서지마(徐志摩, 1897~1931)를 선택하지 않은 것도 공경으로 사랑하고 예로써 대했기 때문이다. 서지마와 같은 현대 시인은 서양인의 낭만을 배우기는 했지만 서양인의 진심어린 믿음은 배우지 못했다. 유럽만 하더라도 20세기에는 적지 않은 부녀자들이 공경으로 사랑하였고 예로써 대했다. 단지 ‘예의’라는 명사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감응은 위대하다. 감응이 애정을 만들기 때문이다.
천지가 감응하여 만물을 만든다. 성인은 지극한 믿음으로 만민을 감응시켜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 그렇기에 청년 남녀가 서로 감응하여 한 눈에 반하면 부부 인연을 맺고 후대를 낳는 것, 이 또한 자연적인 일이다. 친구를 사귀고 교류하는 데에 감응은 정보다, 그런 후에 믿음이 초석이 된다.
『주역』은 말한다.
“함(咸)은 형통하니 바름이 이로우므로 여자를 취하면 길하리라.”
당신이 어떤 사람에게 감응했다고 하자. 그런데 이제 막 시작되었다. 발 한 쪽은 움직이려 하지만 온몸이 움직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감응이 있기는 하지만 움직일 수 없다.
감응이 발가락까지는 왔다. 그래도 온몸을 움직이기는 부족하다. 그렇지만 처음보다는 힘이 있다. 이때 경거만동해서는 안 된다. 강요하거나 억지로 구하지 말라. 아직은 감응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한다. 친구를 사귀려거든 강요하지 말 것이며 억지로 구하려고도 하지 말라.
감응이 허벅지까지 도착했다면? 이미 힘이 생긴 것이다.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주역』은 우리에게 말한다, 그때 냉정하게 조용히 관찰하라고. 급하면 안 된다. 맹목적으로 타인을 쫓아가면 안 된다. 자신의 주관을 뚜렷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감응이 마음까지 왔다면? 그때 교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교류도 사심이 있어서는 안 된다. 순수한 마음을 견지하여야 한다. 그래야 길하다.
다시 더 위로 올라갔다면? 입까지 갔다면. 달콤한 말도 과하다. 『주역』은 말한다 : 감동을 시키는 언어는 사람을 기쁘게 한다. 그런데 감동을 시키면서도 기본적으로 성의가 없다면 그것은 소인의 행위다.
산 위에 못이 있다. 위쪽의 못에는 물이 있다. 아래로 스며든다. 아래쪽에는 산이다. 산은 수분을 흡수해 윤택해 진다. 서로 감응하고 교류하면 못은 더욱 맑아지고 산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사람과 산은 서로 통한다. 겸허하게 타인을 받아들인다. 아무런 편견이 없다. 광범위하게 타인과 감응하고 소통하면서 자신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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咸卦 ䷞ : 택산함(澤山咸), 태(兌 : ☱)상 간(艮 : ☶)하
함(咸)은 형통하니 바름이 이로우므로 여자를 취하면 길하리라.(咸,亨,利貞,取女,吉.)
「상전」에서 말하였다:산위에 못이 있는 것이 함(咸)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서 마음을 비워 사람을 받아들인다.(象曰,山上有澤,咸,君子以,虛受人.)
[傳]
함괘(咸卦:䷞)는 「서괘전」에서 “천지가 있은 연후에 만물이 있고, 만물이 있은 연후에 남녀가 있으며, 남녀가 있은 연후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연후에 부자가 있으며, 부자가 있은 연후에 군신이 있고, 군신이 있은 연후에 상하가 있으며, 상하가 있은 연후에 예의(禮義)를 둘 곳이 있다”고 하였다. 천지(天地)는 만물의 근본이며, 부부는 인륜(人倫)의 시작이다. 이 때문에 상경(上經)에서는 건괘와 곤괘를 맨 앞에 두었고, 하경(下經)에서는 함괘를 맨 앞에 두고 항괘(恒卦:䷟)로써 그 다음을 이었다. 천지는 두 가지 물건이므로 두 괘가 나뉘어 하늘[천(天)]과 땅[지(地)]의 도가 되었고, 남녀는 교합하여 부부를 이루므로 함괘와 항괘는 모두 두 몸체가 합하여 부부의 의로움[의(義)]이 된다. ‘함’은 느낌이니 기뻐함을 위주로 하고 ‘항’은 항상됨이니 바름을 근본으로 삼는다. 기뻐하는 도는 스스로 바름을 가지고 있다. 바름의 도에는 진실로 기쁨이 있다. 공손하면서 움직이고 굳셈과 유순함이 모두 호응하는 것이 기뻐함이다. 함괘는 태괘(兌卦:☱)가 위에 있고 간괘(艮卦:☶)가 아래에 있으니, 소녀와 소남(少男)이다. 남녀가 서로 느낌의 깊음은 젊은 사람만한 자가 없기 때문에 두 젊은 사람이 ‘함’이 된다. 간괘의 몸체는 독실하여 간괘가 의미하는 그침은 정성스럽고 참된 뜻이 되니, 남자의 뜻[지(志)]이 독실하여 아래로 사귀면 여자의 마음은 기뻐하여 위로 호응하므로, 남자는 느낌의 먼저이다. 남자가 먼저 정성으로 느끼게 하면 여자는 기뻐하면서 호응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