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귀해져 근본을 잃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1)

  • 등록 2023.10.17 11: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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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풍괘(豊卦)

 

‘풍(豊)’은 웅대하다, 성대하다 뜻이다. 성대할 때가 또 가장 쉽게 쇠퇴할 수 있는 때이다. 그렇기에 안목 있는 사람은 늘 거안사위(居安思危)한다. 성대할 때에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한다. 은혜가 후세에 두루 미치도록 조치를 취한다. 바로 “궁하면 홀로 그 몸을 선하게 하고 영달하면 아울러 천하를 선하게 한다.”1)

 

부귀해져 근본을 잃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태양은 빛을 사방에 늘 비춘다. 대지를 두루 비춘다. 대자연이 우리에게 준 은혜다. 우리의 사업이 성공해 활기찰 때, 은혜에 감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하듯이 근본을 잊지 않아야 한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여야 한다. 은혜가 후세에 두루 미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풍(豊)은 형통하니, 왕이 이르러 근심하지 말고 해가 중천에 있듯이 하여야 한다.”

 

여기에서는 풍족하고 성대한 것을 상징한다. 형통이다. 군왕은 천하를 성대하고 풍족하게 할 수 있다. 우울할 필요 없다. 걱정할 필요 없다. 태양이 중천에 뜬 것과 같다. 눈부시게 빛난다. 천하에 두루 비춘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동양의 미덕이다. 선행이 좋아서 보시하는 것 또한 동양의 미덕이다. 응당히 더욱 선양하여야 한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당신이 원하기만 하면 된다.

 

오래전에 흉년이 들어 많은 사람이 밥도 먹지 못하자 도덕이 고상한 부자가 길을 따라 ‘죽 공장’을 세워 이재민을 구휼한 적이 있다. 그런 방법으로 아사자를 줄일 수 있었다.

 

오늘 날에도 그런 방법은 여전히 참고할 수 있다. 당신이 어질고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다면, 다른 사람보다 부유하다면, 분명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인간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진심이면 된다. 조그마한 마음을 내면 가난한 가족이 따뜻한 설을 맞을 수 있다.

 

당대 양생가 주학정(朱鶴亭)의 부친 주문빈(朱文彬)은 빈한한 출신으로 자수성가해 마침내 청도(靑島) 일대에서 염업으로 거부가 됐다. 일생동안 대중의 이익을 위하여 열성을 다하고 의협심이 강했다. 곤궁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는 데에 앞장서면서 장수를 누렸다. 임종 전에 아내와 아들에게 돈을 빌려준 장부와 계약서를 모두 가져오라고 한 후 친히 불을 붙여 없애버리면서 한 마디 했다.

 

“사람의 일생은 일일삼찬이면 되고 잠자리는 팔 척 몸 눕힐 수 있으면 된다. 무엇이 귀한 게 있겠는가? 무엇이 이로움이 있겠는가? 위로는 나라에 보답하고 백성에게 덕을 쌓으면 되고 ; 둘째로는 사직에 감사하고 민중에게 인을 베풀면 되며 ; 아래로는 부끄러운 마음 없이 남에게 선을 베풀면 된다.”

 

『맹자·양혜왕(하)』에서 말했다.

 

“백성의 즐거움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백성 역시 그 즐거움을 즐긴다. 백성의 근심을 근심하는 사람은 백성 역시 그 근심을 근심한다. 천하로써 즐거워하고 천하로써 근심하고서 왕노릇 못하는 그런 사람은 있지 않다.”

 

세상에 부자는 부자가 된 이유가 있다. 부자가 된 후 근본을 잊지 않고 자주 더불어 세상을 구제하면 그 부귀는 오래간다.

 

『주역』은 말한다.

 

“가리개가 풍성하여 대낮에도 북두성을 보며, 가면 의심과 미움을 얻으리니, 믿음을 갖고 감동하여 분발하면 길하리라.”

 

무슨 말인가? 그림자가 갈수록 커진다. 낮에 북두칠성이 나타났다. 집을 나서 보면 중대한 의심이 생긴다. 감은, 선량, 우애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림자에서 벗어나 길상을 얻을 것이다.

 

성대한 때에도 광풍과 폭우를 만날 수 있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다. 이때는 아끼지 말고 주머니를 열어야 한다. 선한 일을 많이 하여야 한다. 착한 일은 많이 하면 자기 마음이 즐거워지고 여러 뜻하지 않던 일들이 연기 사라지듯 흩어진다.

 

심리학자가 즐거워하는 사람을 연구하였다. 즐거움에는 이유가 있었다. 즐거워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총결하였다. 그 이유를 즐거움의 특징이라 불렀다. 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비교적 쉽게 즐거워했다. 다섯 가지 특징은 은혜에 감사, 자금 여유, 연결성이 높음, 신앙, 선한 일을 하는 것이다.

 

즐거움의 첫 번째 특징은 은혜에 감사하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처세 철학이다. 생활 중의 큰 지능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순풍만 불지 않는다. 종종 실패를 맛본다. 어찌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에는 용감하게 맞서야 한다. 활달하게 처리하여야 한다. 이때에 덮어놓고 생활에 원망만 하면서 기가 죽고 맥 빠진 삶을 살아야 할까? 아니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야 할까? 영국 작가 새커리(William Makepeace Thackeray, 1811-1863)는 말했다.

 

“생활은 거울이다. 당신이 웃으면 그도 웃는다. 당신이 울면 그도 운다.”

 

당신이 삶에 감사하면 삶은 당신에게 찬란한 햇빛을 하사한다. 당신이 감사하지 않고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듯이 모든 것을 원망만 하면 결국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게 된다.

 

1) “곤궁하면 홀로 그 몸을 선하게 했고, 영달하면 겸하여 천하를 선하게 했다.”(窮則獨善其身,達則兼善天下)(『맹자·진심(盡心)』)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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