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게 돌진(突進), 분별없이 나아가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2)

  • 등록 2023.09.19 11: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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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논어·자로(子路)』의 기록이다.

 

“자하가 거보(莒父 : 마을 이름)의 읍재가 되어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을 추구하지 마라. 서두르면 달성할 수 없고, 작은 이익을 추구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

 

자하가 정치하면서 어떻게 하여야 잘 할 수 있냐고 묻자 공자가 한 대답이다. 거창한 것 하나 없다. 간명하다. ‘서두르지 마라’, ‘작은 이익을 추구하지 마라.’

 

어떤 일이든 빨리 끝내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만 능사가 돼서는 안 된다. 반드시 품질을 보증할 수 있고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하게 빠름만을 추구하면 허술하게 된다. 조잡하게 된다. 심지어 오류가 생기고 손실을 입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까다롭게 된다.

 

청나라 때 마시방(馬時芳)의 『박려자(朴麗子)』에 기록된 이야기이다 :

 

한 농부가 날이 곧 저물 때 귤 바구니를 지고 성으로 가고 있었다. 성문이 닫히기 전에 도착할 수 없을까봐 조급해졌다. 그때 앞에서 어떤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물었다.

 

“성문이 닫히기 전에 성에 들어갈 수 있겠나요?”

 

그 사람이 조급해하는 농부를 유심히 보다가 답했다.

 

“당신이 천천히 걸어서 가기만 하면 도착할 수 있을 거요.”

 

농부는 그 사람이 고의로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해 화를 내면서 말했다.

 

“그래, 천천히 걸으면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빨리 걸으면 성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이요!”

 

농부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걸음을 재촉해 걷다가 실수로 넘어졌다. 바구니에 담긴 귤이 몽땅 땅에 떨어져 흩어졌다. 농부는 급히 귤을 주어다 바구니에 담았다. 한참동안 귤을 주어 바구니에 담다보니 날은 저물어 버렸다. 성문이 닫혔다. 농부는 그날 성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주역』은 말한다.

 

“산 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漸)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덕에 머물며 풍속을 선하게 했다.”

 

무슨 말인가? 점괘의 상징은 산에 나무가 있는 것이다. 군자는 그것을 근거로 삼아 고상함과 도덕을 지키면서 사회 풍조를 개선한다는 말이다.

 

자아를 제고시킬 생각이라면 사업에 성공하는 것 이외에 반드시 자아의 도덕 수양을 제고하여야 한다. 고상한 인품과 덕성이 있기만 하면 사업은 신속하게 발전해 나가게 된다. 덕이 두터우면 만물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도덕 성품이 없는 사람은 사업에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주역』은 말한다.

 

“하늘의 운행이 굳건하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

 

“땅의 형세가 곤(坤)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후한 덕으로 만물을 실어준다.”1)

 

무슨 말인가? 대지는 깊고 두텁기 때문에 만물을 실을 수 있다. 그 흉금과 품성은 끝이 없이 무한하다. 깊고 두터운 혜택은 사람을 기르고 만물을 이롭게 한다.

 

대체로 위대한 인물은 남다른 제세의 재능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고상한 품성, 덕성을 가져야 하고 대중에게 행복하게 만들려는 헌신적인 정신을 갖추어야 한다. 재능도 있고 덕도 있어야 한다. 덕과 재능을 겸비하여야 한다.

 

“곤(坤)의 두터움이 물건을 실음은 덕이 끝이 없음에 합한다.”2)

 

대지는 넓고 깊고 두터워 만물을 싣는다. 그러기에 좋은 품행으로 만물을 행복하게 하고 포용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것을 ‘군자가 본받아 후한 덕으로 만물을 실어줘야 한다.’ 이 말은 앞 구절과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넓고 깊고 두터운 대지를 가지고 사람의 흉금, 기백을 비유하고 있다.

 

무슨 말인가? 군자는 마땅히 대지와 같이 넓고 깊고 두터운 좋은 품행을 가지고 만물을 실어야 한다는 말이다. 만물을 포용하고 만물을 키우며 만물을 행복하게 하여야 한다.

 

오늘 날 우리는 자아를 향상시키려 하고 사업을 성공시키려 한다. 그렇게 하려면 순서에 따라 점차적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강인한 열정 이외에 동양사상에서 기인한 덕을 배워야 한다. ‘덕’,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라 생각하시는가? 인간의 기본은 덕성에 있다는 옛 성현의 말도 되새겨야 할 때이다.

 

*****

漸卦 ䷴ : 풍산점(風山漸) 손(巽: ☴)상 간(艮: ☶)하

 

점(漸)은 여자가 시집을 가는 것이 길하니, 이로움이 곧기 때문이다./ 점(漸)은 여자가 시집을 가는 것이 길하니, 곧음이 이롭다.(漸,女歸吉,利貞.)

 

「상전」에서 말하였다 : 산 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漸)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현명한 덕에 머물러 풍속을 선하게 했다./ 「상전」에서 말하였다. 산 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漸)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덕에 머물며 풍속을 선하게 했다.(象曰,山上有木漸,君子以,居賢德,善俗.)

 

[傳]

 

점괘는 「서괘전」에서 “간(艮)은 그침이며 만물은 끝내 그칠 수가 없기 때문에 점괘로 받았으니, ‘점(漸)’은 나아감이다”라고 하였다. 그치면 반드시 나아가게 되니 굽히고 펴며 융성하고 쇠하는 이치이다. 그침이 낳는 것 또한 나아감이며 반대되는 것 또한 나아감이니, 점괘가 간괘(艮卦䷳) 다음이 되는 이유이다. 나아감을 순서에 따르는 것이 점(漸)인데, 오늘날의 사람들은 천천히 나아감을 점(漸)이라고 여기니, 질서에 맞춰 나아가고 순서를 뛰어넘지 않아서 느리게 되었다. 괘는 손괘(巽卦☴)가 위에 있고 간괘(艮卦☶)가 밑에 있어서, 산 위에 나무가 있다. 나무가 높으나 산을 따르니 높음에 따름이 있는 것이고, 높음에 따름이 있는 것이 곧 나아감에 순서가 있는 것이다. 점(漸)이 되었다.

 

1) 天行健,君子以,自彊不息. ; 地勢坤,君子以,厚德,載物.

2) 坤厚載物,德合无疆.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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