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지경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등록 2022.04.19 10: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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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리괘(履卦)

 

리(履)괘는 조심하게 행동하는 것을 상징한다. 호랑이 꼬리 뒤를 따라 길을 가는데 호랑이는 고개를 돌려 사람을 물지 않는다. 당연히 형통하고 순조롭다. 이 괘는 사람의 실천은 반드시 행위 준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조심하고 신중하며 겸손하고 예가 있어야 하며 행위에는 법칙이 있어야 한다. 하나라도 신중하지 않으면 사해에 우환을 남긴다. 한 순간도 신중하지 않으면 백년의 우환을 남긴다. 일의 마지막에 처음처럼 신중을 기하면〔신종여시(愼終如始)〕 망칠 일이 없다.

 

위험한 지경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역』은 말한다.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사람을 물지 않는다. 형통하다.”

 

호랑이는 양강(陽剛)의 동물이다. 호랑이 꼬리는 사람을 물지 않지만 호랑이 꼬리를 밟으면 위험하게 된다. 조심하게 행동해야만 비로소 ‘형통’하게 된다. 어디에서든지 조심하게 행동하라는 말이다. 연못 위를 밟는 것과 같다. 주의하지 않으면 빠지게 된다. 군자는 대의를 잘 알아야 한다. 예의를 따라 행하면 분명코 질서가 정연하게 된다. 이괘는 행위 준칙을 따라서,

 

“신을 섬기고 복을 얻는다.”

 

라는 것처럼 경건하고 정성스러워야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본래 밟아 나가는 대로 나아가면 허물이 없다.”1)

 

지위가 낮다. 위에도 상응하는 바가 없다. 무명옷을 입은 선비와 같다. 벼슬길에 들어간 적이 없다. 이때는 사물의 본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겸손한 모습으로 조심하게 나아가면 어떤 위험도 있을 수 없다.

 

“은사는 바르고 길하다./은사가 바르면 길하다.”2)

 

길이 평탄하고 순풍에 돛을 올린 듯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 너무 흥분해 모든 것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겸손, 태연한 태도를 유지하여야 한다. 분수에 맞지 않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유명한 기업가인 이가성(李嘉誠)은 언론과 인터뷰할 때 두 가지를 요구하였다.

 

“당신이 어떻게 쓰던 상관없습니다. 다만, 첫째 타인에게 죄짓지 마십시오. 둘째, 남들이 나를 질투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사람은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이 자기를 칭찬해서는 안 되고 자기 스스로 자신이 어떤 성취를 이루었다고 말해서도 안 됩니다.”

 

재능과 식견, 학문이 높은 사람일수록 겸손하게 자신을 낮춘다. 자신은 더 깊이 연마하려 애쓴다. 한 단계 더 높이려 노력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포용하는 풍도를 갖추고 있고 비평을 받아들이는 아량을 가지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정통하지 못한 일에 아무렇게나 의견을 내서는 안 된다. 전문가가 들으면 자신이 말한 학식이 얕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애꾸눈이 능히 보며 절름발이가 능히 밟는다.”

 

성급하게 나아가는 형상이다. 마치 애꾸눈이 억지로 보려고 하거나 절름발이가 강행하는 것과 같다. 경솔하게 행동하면 호랑이 꼬리를 밟게 되고 잡아먹히게 된다.

 

“호랑이 꼬리를 밟으니 사람을 잡아먹는다.”3)

 

이 말이 그 뜻이다.

 

“호랑이 꼬리를 밟는다.”

 

라는 것은, 호랑이 뒤를 쫓아가는 것이다. 비록 모골이 송연하지만,

 

“조심하고 두려워하면 끝내 길하다.”

 

조심하면서 공경하고 삼가면서 행하면 된다. 시시각각 경계심을 잃지 않으면 된다. 낮은 내를 건너면서도 깊은 강이라 여기면 끝내는 길상을 얻으리라. 그런데,

 

“결단해 밟으나 바르더라도 위태하다.”4)

 

무슨 말인가?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만 아무렇게나 결단을 내리면 결과는 반드시 위험하게 된다는 말이다.

 

리(履)는 사람의 행동, 실천이다 ; 리(履)는 또 예(禮)이다. 사람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행위 준칙이다. ‘호랑이 꼬리’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이다. 사물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넘어서는 안 되는 한도요 기준이다.

 

호랑이 꼬리는 본래 사람을 물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객관 존재를 돌아보지 않고 고집스럽게 호랑이 꼬리를 밟으면 사람을 문다. 징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한두 잎을 자르지도 않으면 나중에 도낏자루를 찾아서 잘라야 하는 것처럼 한 때의 실수는 백 일이 걸려도 수습하기 어렵게 된다. 이 괘가 명백히 논하는 행위 준칙은 다음같이 개괄하고 있다.

 

첫째, ‘소리(素履)’다. 사물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겉을 보기 좋게 꾸미지 않는다. 순리를 따라 발전하는 것이다.

 

둘째, ‘유인(幽人)’이 되는 것이 좋다. 사물이 순리대로 발전할 때 흥분해 모든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겸손과 평안하고 고요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여야 한다.

 

셋째, ‘색색(愬愬)’하여야 좋다. 시종 조심하고 신중하여야 한다. 상궤를 벗어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넷째, “밟아온 길을 보고 상서로움을 살핀다.〔시리고상(視履考祥)〕” 그래야 한다. 늘 자신의 행위를 조심해 살펴보아야 한다.

 

‘묘리(眇履)’는 맹목적인 행동이다. ‘파리(跛履)’는 억지로 하는 행위다. ‘결리(夬履)’는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의 고집대로만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위험하다.

 

가장 멋있는 싸움은 사실 일이 벌어지기 전에 득실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싸움이다. 성공하는 청사진을 다지는 데에는 4가지 요소가 있다.

 

“계획을 잘 세워 성사시킨다〔호모이성(好謀而成)〕, 구역을 나누어 일을 처리한다〔분단치사(分段治事)〕, 서두르지 않아도 속도가 난다〔부질이속(不疾而速)〕, 하는 것이 없어도 다스려 진다〔무위이치(無爲而治〕).”

 

한 고리 한 고리 서로 꿰어있듯 이 네 가지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서로 인과관계를 이루고 있다.

 

‘계획을 잘 세워 성사시킨다’는, 모든 일을 심사숙고하고 계획을 세워 의논하여서 결정한 후 움직인다는 말이다.

 

‘구역을 나누어 일을 처리한다’는, 사물의 이치를 통찰하고 순서에 따라 규정대로 진행시켜 착실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는 말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속도가 난다’는 난제, 곤란은 당신이 그 일을 하기 전부터 이미 알 수 있고 충분한 준비를 한 까닭에 속에 이미 타산이 있어서 기회가 도래할 때 스스로 신속하게 파악하여 일발적중, 한 번에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는 것이 없어도 다스려 진다’는 말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모든 일이 적절하게 안배가 된 후 사물, 사건이 순리대로 자연스레 발전하도록 하여야 한다. 강요해서는 안 된다. 평온하고 고요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면서 최후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도 듣지 않고 보지 않는 곳에 있다 하더라도 면목 없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생활이 곤궁해 초라하게 되어서 뜻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변함없이 의지,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성공할 능력이 있는 영웅이라 할 수 있다.

 

한 개인의 성취는 평상시에 방울방울이 모여 이루어진다. 의지, 인품과 덕성, 사람을 대우하는 것 어느 하나 작은 것부터 시작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일생동안 사업이 실패하느냐 성공하느냐는, 사람이 주의하지 않는 사소한 일에 달려있기도 한다. 장래성 있는 사람은 큰 곳에 눈을 두고 작은 곳에서 시작한다. 실패하더라도 나태하거나 거칠어지지 않는다.

 

신중함은 용감함의 한 부분이다. 독일에 명구가 하나 있다.

 

“엄격함과 신중함은 지혜의 어머니이다.”

 

중국에도 옛말이 있다.

 

“부지런히 일하면 가난을 극복할 수 있고, 삼가고 조심하면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 재난은 신중한 집안의 문 안에 들어서기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조심하며 신중하고 예를 따라야 한다. 경솔, 충동, 건성 등 좋지 않은 행동 습관을 억제하고 언제나 이성을 가지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

 

履卦 ䷉ : 天澤履(천택리) ; 건(乾: ☰)상 태(兌: ☱)하

 

호랑이 꼬리를 밟는데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하다.(履虎尾,不咥人,亨.)

 

평소의 본분대로 가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평소의 본분대로니 가서 허물이 없을 것이다.(素履,往,无咎.)

 

다니는 길이 평탄하니, 은자[幽人]라야 곧고 길하다./ 다니는 길이 평탄하니, 은자이다. 곧고 길하다.(履道坦坦,幽人貞吉.)

 

애꾸눈이 볼 수 있고, 절름발이가 걸을 수 있다. 그러나 호랑이 꼬리를 밟아서 사람이 물리니 흉하고, 무인이 대군이 될 것이다.(眇能視,跛能履.履虎尾,咥人,凶,武人爲于大君.)

 

호랑이 꼬리를 밟으니, 두려워하고 조심하면 마침내 길할 것이다./ 호랑이 꼬리를 밟으나, 두려워하고 조심하면 마침내 길할 것이다.(履虎尾,愬愬,終吉.)

 

 

[傳]

 

 

 

리괘(履卦)는 「서괘전」에 “만물이 길러지고 나서 예가 있게 된다. 그래서 리괘(履卦)로 받았다”라고 했다. 만물이 모이면 크고 작음의 구별과 높고 낮음의 등급과 아름다움과 추함의 구분이 있다. 이것이 만물이 길러진 뒤에 예가 생겨나며, 리괘가 소축괘의 뒤를 이은 까닭이다. ‘리(履)’는 예이니, 예는 사람이 실천한다. 괘상이 하늘이 위에 있고 못이 아래에 있는 것은 위아래의 직분과 신분의 높음과 낮음을 뜻한다. 이치의 마땅함이고 예의 근본이며 떳떳이 행해야 할 도이다. 그러므로 ‘리(履)’라고 하였다. ‘리(履)’는 밟는 것[천(踐)]이고, 까는 것[자(藉)]이다. 물건을 밟는 것이 ‘천(踐)’이고 물건 아래에 까는 것이 ‘자(藉)’이다. 유약한 음이 굳센 양에게 깔리는 것이므로 ‘리(履)’라고 했다. “굳센 양이 유약한 음을 밟는다”라고 말하지 않고, “유약한 음이 굳센 양에게 밟혔다”라고 말한 것은 굳센 양이 유약한 음을 타는 것은 떳떳한 이치이기 때문이니 굳이 말할 필요 없다. 그러므로 『주역』에서는 오직 “유약한 음이 굳센 양을 탄다”라고 말하며, “굳센 양이 유약한 음을 탄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굳센 양에게 밟히고 깔린다”라고 한 것은 바로 자신을 낮추고 순순히 기뻐하며 응하는 뜻을 나타낸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素履往,無咎. (素履往: 소박하게 밟고 나아가다)

 

2) 幽人貞吉 ; 幽人,隱士.

 

3) 履虎尾,咥人.

 

4) 夬履貞勵.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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