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잘못을 저지르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 등록 2022.08.02 10: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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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고괘(蠱卦)

 

고(蠱)는 그릇에 많은 독충을 넣고 서로 잡아먹게 만든 후 남은 최후의 독충이다. 음식물 속에 넣어 사람을 해치는 데에 쓴다. 고는 해독을 끼치다, 미혹시키다, 문제, 잘못, 변고가 생기다, 귀찮게 하다 뜻이다. 잘못은 모든 사람이 저지른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면 재빠르게 정정한다. 어떤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몰라 갈팡질팡한다.

 

큰 잘못을 저지르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인생의 길에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잘못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주역』은 말한다.

 

“고(蠱)는 크게 형통하다. 큰 시내를 건너는 것이 이로우니, 갑(甲)보다 삼일 앞서서 하고, 갑보다 삼일 뒤에서 한다.”

 

이는 폐해를 고치고 혼란을 정리한다,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정상을 회복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시작부터 바로 형통이다. 뒤쪽의 고생과 어려움을 넘어서는 데에 이롭다. 그런데 큰일하기 전에 현재 상황을 고찰하고 사태를 분석하여야 한다.

 

이전의 과오를 뒷날의 경계로 삼고 병을 치료하여 사람을 구해야(사람의 잘못을 지적하여 고치도록 하여야) 한다. 즉 과거의 잘못을 후일의 거울로 삼고 병을 고쳐 사람을 구해야1)한다는 말이다.

 

1942년에 연안(延安)에서 정풍운동이 벌어졌다. 그 정풍운동 중 마오쩌둥(毛澤東)은 정풍운동을 진행하면서 채택해야 할 중요한 정책을 제기하였다.

 

“과거의 잘못을 후일의 거울로 삼고 병을 고쳐 사람을 구해야 한다.”

 

마오쩌둥은 이 방침을 해석하면서 지적하였다.

 

“이전의 잘못에 대하여 반드시 드러내어 보여야 한다. 인정에 끌리면 안 된다. 과학적 태도로 과거의 잘못된 것을 분석하고 비판함으로써 이후 업무를 하는 데에 신중하게 만들고 좋아지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징전비후(懲前毖後)’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을 드러내어 보이고 결점을 비판하는 목적은 의사가 병을 치료하는 것과 같이 온전히 사람을 구하는 데에 있지 사람을 괴롭혀 죽이려는 것이 아니다.”

 

톨스토이(Tolstoy)는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에서 지난날의 잘못을 고쳐 선하게 되는(개과천선) 데에 늦음을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사실상 처분이란 당사자에 대하여 덮어놓고 타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행동에 대한 효과적으로 제지하고 성실하게 시정하도록 재촉하는 것이다. 우리가 병을 고쳐 사람을 구하는 효능에 대하여 습관적으로 홀시하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처분을 받은 후에 다른 사람보다 열등하다 생각하고 낙담하여 맥이 빠지게 만들어 버린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자포자기해버려 탄식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이 성현이 아닌데 어찌 과오가 없을 수 있겠는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잘못을 고쳐 새로이 시작하는 용기가 부족한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처분하는 동시에 보도교육이 필요하고 추적해 효과를 확인하여야 한다. 당사자가 잘못을 고치고 있는지 감독해 정확한 인생 궤도에 올라오도록 하여야 한다.

 

섹스피어(Shakespeare)는 『리처드 이세(King Richard II)』에서 어지럽게 만든 화근을 참고 용서하여서 바로잡지 않은 까닭에 위험은 이미 피할 수 없게 되었다라고 했다. 그런데 잘못을 인지하고 바로잡으려고 한다면 비평과 자아비평이란 무기는 없어서는 안 된다.

 

마오쩌둥은 일찍이 비평과 자아비평을 ‘청소하는 것’, ‘거울을 비추는 것’, ‘세수’에 비유하였다. 방을 청소하지 않으면 먼지가 가득 쌓일 것이요 거울에 비추어보지 않거나 세수하지 않으면 더럽고 추하게 된다고 했다. 같은 이치로, 사람의 머리도 자주 ‘청소’하고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게 된다. 사람의 행위도 자주 거울을 가지고 비추어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제때에 자신을 교정할 수 있어서, 잘못을 저지르거나 잘못된 길을 가게 되면 곧바로 수정할 수 있게 된다.

 

먼저, 비평을 정확하게 대해야 한다. 비평을 전개할 용기와 결심이 있어야 한다. 사심과 잡념을 없애야 한다. 사심과 잡념은 비평과 자아비평이 건전하게 전개되는 주관 요소에 악영향을 미친다. 여러 가지 사심과 잡념을 없애고 자주 자신을 검토해 용감하게 모두 앞에서 자신의 ‘추한 면모를 나타내보여야 한다.’ 여러 가지 잘못된 경향을 대면할 때 엄숙하고 진지한 비평을 해야 하고 ; 문제를 고려할 때 대세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둘째, “잘못을 들으면 기쁘다”는 흉금을 가져야 한다. 비평 중 영향을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타인의 비평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자아비평은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사람의 자아 인식 능력은 일정한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많은 시간 동안 우리는 완전하게 자신의 결점과 부족을 명확하게 볼 방법이 없었다. 옛 사람이 말하지 않았는가?

 

“남을 알기는 쉬우나 자신을 알기는 어렵다”(『오월춘추•구천벌오외전(句踐伐勾吳外傳)』)

 

이 말이 그런 도리를 얘기한 것이다. 그렇기에 ‘방관자’ 입장에서 비평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진실로 타인의 비평을 받아들일 때, 주동적으로 타인의 비평 중 영양을 흡수할 때에만 끊임없이 진보할 수 있다.

 

셋째, ‘자책’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감히 “자신이 자기에게 소송을 걸 수 있어야” 한다. 『논어·자장(子張)』은 말한다.

 

“군자의 허물은 일식, 월식과 같다. 잘못을 저지르면 모든 사람들의 눈에 뜨이고 고치면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본다,”

 

군자도 잘못을 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군자는 잘못을 고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군자가 존경을 받은 까닭이다. 만약 타인의 비평을 듣는 것을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외부 추진력이라고 한다면 자아비평은 내부 추진력이라 할 것이다. 이런 추진력이 있어야 자아를 정화하고 제고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끊임없이 자기 결점을 극복하게 된다.

 

『주역』은 말한다.

 

“산 아래에 바람이 있는 것이 고(蠱)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백성들을 진작하고 덕을 기른다.”

 

자신의 잘못을 고치는 것이 ‘덕을 기른다(育德)’라면 합리적으로 타인을 도와 잘못을 고치는 것은 ‘백성들을 진작하고 덕을 기르는(振民)’ 것이리라.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는 어릴 적에 유명한 말썽쟁이였다. 9세 때 아버지는 계모를 집에 데리고 왔다. 당시 그 가족은 시골의 가난한 집에 살고 있었다. 계모는 부유한 가정 출신이었다. 아버지는 계모에게 카네기를 소개하면서 말했다.

 

“여보, 이 녀석이 온 마을에서 가장 못된 아이요. 내가 어찌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소. 어쩌면 내일 아침 이전에 이 녀석이 돌을 가지고 와서 당신을 때릴 수도 있을 거요. 아니면 당신이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나쁜 짓을 저지를 지도 모르오.”

 

카네기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계모는 미소를 지으며 카네기 곁으로 다가가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이 틀렸는데요. 얘는 온 마을에서 가장 나쁜 말썽쟁이가 아니라 이 주변에서 가장 총명하고 가장 창조력이 있는 아이인 걸요. 단지 이 애가 아직 자신의 열정을 털어놓을 곳을 찾지 못한 것뿐이랍니다.”

 

계모의 말을 들은 카네기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 말 한 마디로 카네기와 계모는 믿음을 쌓게 됐다. 그 말 한 마디가 카네기에게 일생동안 노력하도록 만드는 동력이 됐다. 그가 나중에 성공할 수 있는 스물여덟가지 황금법칙을 창조하였고 일반사람들에게 성공의 할 수 있는 길, 치부할 수 있는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계모가 오기 전에 카네기가 총명하다고 칭찬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아버지와 이웃은 말썽쟁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계모의 한 마디 말이 카네기 일생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우리 곁에 얼마나 많은 카네기와 같은 아이들이 있겠는가! 그들을 격려해 줄 수 있다면,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면 다른 여러 가지 실수는 쉬이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도 가볍게 버릴 수 있을 터이고.

 

이처럼 ‘백성을 진작하고 덕을 기르는’ 것이 바로 군자가 ‘고(蠱)’에 처하는 도리이다.

 

*****

蠱卦 ䷑ : 山風蠱(산풍고), 간(艮: ☶)상 손(巽: ☴)하

 

고(蠱)는 크게 선하여 형통하다. 큰 시내를 건너는 것이 이로우니, 갑(甲)보다 앞으로 삼일 동안 하고, 갑보다 뒤로 삼일 동안 한다./ 고(蠱)는 크게 형통하다. 큰 시내를 건너는 것이 이로우니, 갑(甲)보다 삼일 앞서서 하고, 갑보다 삼일 뒤에서 한다.(蠱,元亨.利涉大川,先甲三日,後甲三日.)

 

「상전」에 말하였다 : 산 아래에 바람이 있는 것이 고(蠱)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백성을 진작하고 덕을 기른다.(象曰,山下有風,蠱,君子以,振民育德.)

 

[傳]

 

고괘(蠱卦䷑)는 「서괘전」에 “기쁨으로 남을 따르는 자는 반드시 일이 있기 때문에 고괘(蠱卦)로 받았다”라고 했으니, 예괘(豫卦䷏)와 수괘(隨卦䷐) 두 괘의 뜻을 이어 다음 차례가 됐다. 기쁘게 남을 따르는 자는 반드시 일이 있게 마련이니, 일이 없다면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따르겠는가? 고괘(蠱卦)가 이 때문에 수괘(隨卦䷐) 다음이 됐다. 고(蠱)는 일이니, ‘고(蠱)’자의 뜻이 일이 아니고, 좀먹어서[고(蠱)] 일이 있게 된다. 괘는 산 아래에 바람이 있으니, 바람이 산 아래에 있다가 산을 만나 돌면 사물들이 어지러워진다. 이것이 ‘고’의 상이니, ‘고’의 뜻은 허물어지고 어지러운 것이다. 글자는 충(蟲)과 명(皿)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릇에 벌레가 있는 것은 벌레 먹어서 허물어진다는 뜻이다. 『춘추좌씨전』에 “바람이 산에 있는 것을 떨어뜨리고 여자가 남자를 유혹한다”라 했다. 나이 많은 여자가 젊은 남자에게 낮추는 것은 남녀의 바른 정(情)을 어지럽힌 것이다. 바람이 산을 만나 돌면 사물이 모두 흔들리고 어지러워지니, 이는 일이 있는 상이 된다. 그러므로 ‘고(蠱)’는 일이라고 말했고, 이미 좀먹어서 이를 다스리는 것 또한 일이다. 괘의 상으로 말하면 ‘고(蠱)’를 이루는 것이 되고, 괘의 재질로 말하면 ‘고(蠱)’를 다스리는 것이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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