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이나 포부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모든 일에 요란하게 떠벌이거나 기세등등해서는 안 된다. 효과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바에야, 충분하게 자기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바에야, 맹목적으로 교만하고 우쭐대는 이상심리를 배제하고 이겨내고 더더욱 겸허하고 양보하는 미덕을 길러야 한다.
“꽃은 반쯤 피었을 때, 술은 반 정도 취했을 때가 좋다.”
그렇지 않은가. 모든 꽃이 활짝 피어 아름다울 때면 사람들에게 꺾이거나 시들기 시작한다. 술에 만취하면 좋은 꼴을 보이기 어렵지 않던가. 인생도 이와 같다. 뜻이 이루어져 득의만만할 때 의기양양해 거드름을 피우거나 안하무인이 되어서 저밖에 없다고 뽐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에게 과녁이 되기 쉽다.
어떤 출중한 재능과 지혜를 가지고 있던지 간에 명심하여야 한다 : 자신을 굉장히 뛰어나다거나 지극히 빼어나다고 여기지 말라. 구국제민의 성인군자인 것처럼 오만방자해서는 안 된다. 칼끝을 거두어들이고 꼬리를 오므리라. 겸허하게 사람을 대하라.
옛날에, 칼끝을 너무 드러내 화를 입은 전형이 있다. 공로가 혁혁해 군주의 위세를 압도한 신하다. 강산의 주인이 되려고 다툴 때 각지의 영웅들은 한 장군의 지휘아래 모여들게 된다. 재능이 전부 드러난다. 하나같이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군주는 자신이 도모하는 천하재패의 야심을 실현하려고 개개인의 재능이 필요하다. 그런데 천하가 안정되면 그런 용장과 공신의 재능은 황제 마음속의 근심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개국 초기에 공신을 주살하는 일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날던 새가 모두 없어지면 좋은 활은 갈무리되고 적국이 무너지면 중요한 신하는 죽는다.”
토사구팽이다. 한신(韓信)은 미앙궁(未央宮)에서 피살되었고 송 태조는,
“술잔 들면서 공신들의 병권을 없앴다.”〔배주석병권(杯酒釋兵權)〕
주원장(朱元璋)은 공신들을 모아 연회를 베풀면서 경공루(慶功樓)를 불태워 버렸다. 예외는 없었다.
『삼국연의』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유비(劉備)의 죽음에 주의하였을 것이다. 유비가 죽자 제갈량(諸葛亮)은 큰일을 하지 않은 듯 보였다. 운주유악하고 풍부한 경륜의 칼끝을 몽땅 노출하였던, 유비가 살아있을 때와 같은 행동은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유비와 같은 명군이 있을 때는 제갈량은 시기나 질투를 받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유비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제갈량은 온힘을 다하여 자기 재능을 발휘하면서 유비를 도와 천하를 공략하였다. 천하삼분의 형세를 완성하였다.
유비가 죽자 아들 아두(阿頭)가 계승하였다. 유비는 여러 신하 앞에서 말했다.
“만약 이 녀석을 보좌할 수 있거들랑 잘 보필해주시오. 그런데 이 녀석이 군주의 재목이 아니라면 그대가 군주의 자리에 앉으시오.”
제갈량은 갑자기 식은땀이 흘렀다.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울며 땅에 엎드려 말했다.
“신이 어찌 온힘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충정의 절개를 죽을 때까지 어찌 게을리 할 수 있겠나이까?”
말을 마친 후 피가 흐를 때까지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리며 절했다. 유비가 아무리 어질고 의롭다고는 하나 국가를 제갈량에게 넘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가 제갈량에게 군주가 되라고 한 말은 진심이었을까? 유비가 제갈량을 죽일 마음이 없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이후 제갈량은 한편으로는 행동을 겸허히 하고 조심하며 신중하게 하여 자기 모든 것을 다 바쳤고 한편으로는 일 년 내내 밖에서 정벌전쟁을 벌이면서 ‘천자를 끼고 있다’는 약점이 생길 구실을 없앴다. 게다가 그는 칼끝을 완벽하게 거두어들였다. 일부러 자신은 나이가 들어 쓸모없다는 것을 나타내면서 화가 자신에게 미치는 것을 피했다. 이것이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계책이다. 칼끝을 거두어들인 것은 제갈량이 대단히 총명했음을 대변한다.
칼끝(재능)을 노출하지 않으면 영원히 중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칼끝을 너무 노출하면 오히려 사람에게 모함받기 쉽다. 잠시 성공은 얻을 수 있으나 자신이 자기 무덤을 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자신의 재능을 펼칠 바로 그때, 위기의 씨앗도 함께 뿌려진다. 그렇기에 재능을 밖으로 드러낼 때에는 적당한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오직 겸허하며 조심하고 신중해야만 사람의 존경을 받는다.
그래서 『주역』은 말한다.
“겸손하고 겸손한 군자이니, (겸손으로써) 큰 내를 건너더라도(건넘이) 길하다.”
겸허하면서도 조심하고 신중한 군자야말로 겹겹이 쌓인 곤경을 극복할 수 있다. 모든 장애를 없앨 수 있다. 결국에는 안전하고 길하며 상서롭게 된다.
『주역』은 또 말한다.
“부유하지 않고도 이웃함이니, 침벌(侵伐)을 씀이 이로우니(이롭고), 이롭지 않음이 없으리라.”
무슨 말인가? 비록 부유하지 않더라도 산골짝이만큼 깊이 겸허하고 두 마음이 없음을 맹세하듯 의지가 굳으면, 가까운 이웃과 함께 거만하고 난폭하며 안하무인인 사람을 정벌하는 데에 이롭고, 어떤 불리한 결과도 생기지 않는다.
계곡만큼이나 깊은 겸허함이 있어야만 더 많은 인재를 만날 수 있다. 끊임없이 타인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특히 호적수에게서 자신이 부족한 점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적수’는 자기의 최고 스승이다. 끊임없이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키워나가라. 그래야 거만하고 건방지게 되지 않는다. 자만하여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리지도 않게 된다.
복잡하고 다변하는 사회에서 사람 마음은 갈수록 들썽해지고 있다. 들썽하면 사람이 경망스럽게 된다.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리기 쉽다. 그러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아름다운 꽃을 곁에 두려면? 사업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려면? 지금부터라도 겸허하고 조심하고 신중해지자. 계곡처럼 깊은 겸허함을 가지려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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謙卦 ䷎ : 地山謙(지산겸), 곤(坤 : 坤☷)상 간(艮: ☶)하
겸은 형통하니, 군자가 끝마침이 있다.(謙,亨,君子有終.)
「대상전」에서 말하였다 : 땅 속에 산이 있는 것이 겸(謙)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많은 것을 덜어내 적은 데에 더해 주어, 물건을 저울질하여 베풂을 고르게 한다.(象曰,地中有山,謙,君子以,裒多益寡,稱物平施.)
겸은 높으며 빛나고, 낮아도 넘을 수 없으니, 군자의 끝마침이다./겸은 높은 사람은 빛나고, 낮은 사람도 넘볼 수 없으니, 군자의 끝마침이다.(謙,尊而光,卑而不可踰,君子之終也.)
겸은 형통하니, 군자가 끝마침이 있다.(謙,亨,君子有終.)
땅 속에 산이 있는 것이 겸(謙)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많은 것을 덜어내 적은 데에 더해 주어, 물건을 저울질하여 베풂을 고르게 한다.(地中有山,謙.君子以裒多益寡,稱物平施.)
부유하지 않고도 이웃함이니, 침벌(侵伐)을 씀이 이로우니(이롭고), 이롭지 않음이 없으리라.(不富,以其鄰,利用侵伐,无不利.)
[傳]
겸괘(謙卦䷎)는 「서괘전」에서 “크게 소유한 자는 가득 차게 할 수 없으므로 겸괘로써 받는다”라고 했으니, 그 소유함이 이미 큰 것은 가득 차는 데까지 이르게 할 수 없고 반드시 겸손하고 덜어냄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대유괘(大有卦䷍) 다음에 겸괘로 받은 것이다. 괘의 형태는 곤(坤☷)이 위에 있고 간(艮☶)이 아래에 있으니, 땅속에 산이 있는 것이다. 땅의 몸체가 낮아서 아래에 있는데, 산이 높고 큰 물건이면서 땅의 아래에 있으니 겸손함의 상이며, 숭고한 덕으로 낮은 것의 아래에 있으니 겸손함의 뜻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