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데 미숙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 등록 2022.02.08 11: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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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준괘(屯卦)

 

준괘의 준, 즉 둔(屯)1)은 어린 싹이 처음 흙을 뚫고 나오는 상태다. 애기가 태어나 젖을 달라고 앵앵 울고 있다. 작업의 기초를 잡기 전 최초의 준비 단계다. 큰일을 시작하기 전 웅대한 뜻을 세우는……, 시작이다. 연약하다. 미숙하다.

 

일하는데 미숙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삼자경(三字經)』 첫 구절은 이렇다.

 

“사람은 처음부터 본성이 선하다.”

 

인성은 본래 선량(善良)하고 순정(純正)하며 천진(天眞)하고 유치(幼稚)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창 때의 젊은이는 생기가 넘쳐흐른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을 진행한다. 일단 뜻을 세우면 저지르고 본다. 막 태어난 송아지는 호랑이도 두려워 않지 않던가. 젊은이는 늘 기세등등하게 세상에 나갈 생각을 한다.

 

『주역』의 ‘원(元)’은 처음, 시작이다. 중국 신화 속의 반고개천(盤古開天)이 원(元)이다. 한 왕조가 교체되는 것이 원이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것이 원이다. 총명하고 귀여운 어린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원이다. 새해 첫 날을 우리는 원단(元旦)이라 한다. 원(元)은 처음이요 시작이다. 분명 참신하다. 그러면서도 유약하다.

 

하늘의 원(元)은 혼돈이다. 안개 속이다. 사방이 몽롱하다. 곳곳에서 모래가 날리고 돌이 뒹군다. 어둡다. 가장 필요한 것은 창조할 공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햇빛을 끌어들여야 한다. 충분한 수분을 만들어야 한다. 만물생령을 무육(撫育)하여야 한다. 그래야 이 세계가 풍부하고 다채로우며, 다정하고 낭만적으로 변할 수 있다. 어둠에서 벗어나 문명을 이룰 수 있다.

 

사람의 원(元)은 애기의 탄생이다. 혼돈이요 몽롱이다. 무지이고 공백이다.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젖 달라며 앵앵거리는 것이요 생글생글 웃음을 짓는 것이다. 그가 필요한 것은 영양이요 사랑이다. 끊임없이 이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래야 무지에서 벗어나고 유치함을 없앨 수 있다. 성숙으로 나갈 수 있다.

 

유치(幼稚), 미숙(未熟)은 사람의 천성이다. 많든 적든 우리 몸에 존재한다. 평생 우리와 함께 한다. 어린아이가 유치하다고 하는 말 속에는 천진함, 순결함, 활발함, 귀여움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성인에게 유치하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풍자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리분별 잘 못하고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며 세상물정에 어둡다는 말이다. 심하게 말하면 어리석다는 뜻이다.

 

물론 사람의 삶에 유치함이 없을 순 없다. 즐거움과 행복의 조미료이다. 각박한 사회에서 유치(미숙)함의 장점은 가려지고 있다. 사회는 우리에게 자신의 유치, 미숙함을 숨기라고만 하고 있다. 그저 우리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으라고 하고 있다.

 

『주역』은 말한다.

 

“준(屯)은 원(元), 형(亨), 이(利), 정(貞)이다.”

 

그러나 “물용(勿用)하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사람의 처음, 시작은 창업(創業), 형통(亨通), 길상(吉祥), 견정(堅貞)한 네 가지 덕행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쓸 수 없다. 이때의 사람은 아직 무지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무척 연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임을 맡길 수 없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언제나 주변 모든 것을 대하면 어떻게 될까? 어린이 마음으로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타인의 멸시와 조롱을 받게 된다.

 

이자성(李自成)은 북경을 함락시킨 후 마시고 즐기고 부패하기 시작하였다. 타락하기 시작하였다. 권력과 이익을 다투었다. 안하무인이 됐다. 결국 강산은 얻지도 못하고 청나라 여진족의 말발굽에 북경이 짓밟혔다.

 

무술변법(戊戌變法)시기에는 수구파 세력이 강했다. 국가 최고 권력을 유신파가 장악하지도 못했다. 서태후(西太后)가 중심이 된 왕공과 대신들 수중에 있었다. 유신파는 몇 명에 불과하였다. 조정에서는 아무런 실권도 없었다. 강유위(康有爲)가 이끄는 유신파는 변법을 진행하면서도 이론적 바탕을 공고히 하지 못했다. 새로이 무술변법이 탄생하기에는 모든 것이 성숙돼 있지 않았다.

 

당시에는 사상을 발전시키고 공고히 하면서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였다. 힘을 비축하고 실력을 배양하여야 했다. 그러나 변법 초기에, 유신파와 광서(光緖) 황제는 변법을 실행하는 방법에서 오류를 저질렀다. 기구를 간소화하고 6개 부서로 개편하면서 대관료의 이익을 침범하였다. ‘육당관(六堂官)’2)을 파면하는 조급함을 보이면서 맹아 상태에 있던 무술변법은 너무 일찍 좌절되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엄한풍설의 세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 첫걸음마를 뗄 때의 어려움은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다. 미숙한 시기에 모든 사람은 곳곳이 가시밭이다. 그렇다면 유치한 시기, 미성숙한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주역』은 말한다.

 

“갈 곳이 있고 제후를 세움에 이롭다.”3)

 

우리가 미성숙한 단계, 유치한 단계에 있을 때에는 열심히 배우고 실력을 배양하라고 하고 있다. 정진하여야 한다. 분투하여야 한다. 유치, 미숙함을 지워야 한다고 했다.

 

증국번(曾國藩)은 꿋꿋하면서 용감한 투사다. 포악한 세력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용감무쌍한 대장부 기개를 가지고 있었다. 대청제국의 강산을 위하여, 자신이 고위관직을 얻기 위하여 물러남 없이 여러 세력과 투쟁하였다. 공맹(孔孟)을 받들었고 유가사상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일심으로 다스렸다.

 

“천하의 일을 자신의 소임으로 삼았다.”

 

“하늘의 운행이 굳세니 군자는 그것으로 자강불식해야 한다.”

 

이를 세상을 구할 지침으로 삼았다. 그가 상군(湘軍)을 훈련시키고 있던 초기에는 황제가 군사를 필요로 할 때였다. 황제는 여러 차례 성지를 내려서 상군을 소집하여 청나라 군대와 연합한 후 공동으로 태평천국 군대를 상대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그는 매번 회신하였다.

 

“장수가 군에 있을 때는 임금의 명령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군대를 움직이지도 않고 훈련에만 전념하였다. 마침내 훈련 잘 받은 용감무쌍한, 막아낼 수 없는 기세등등한 상군을 양성하였다. 이후 청나라 군대가 태평천국을 퇴패시키는 데에 굳건한 버팀목이 됐다.

 

“잘 달리는 말이라도 한 번에 열 걸음을 뛸 수 없으며, 둔한 말일 지라도 열흘 동안 수레를 끌면 공이 있어 버리지 않는다.”4)

 

그렇지 않은가. 지금이 인생의 초보 단계라면 이상만 높이지 마시라. 걷지도 못하면서 날려고 한다면 어찌 이룰 수 있겠는가. 오만한 생각을 버리라.

 

처음부터 시작하라. 목표를 세우고 부단히 노력하라. 발분하고 정진하라. 그래야 미숙한 단계를 벗어나 성숙된 단계로 들어설 수 있다.

 

*****

 

屯卦 ䷂ : 水雷屯(수뢰둔), 감(坎 : ☵)상 진(震 : ☳)하

 

“준은 크게 형통하고 바름이 이로우니, 갈 곳을 두지 말고 제후를 세움이 이롭다.” / “둔(屯, 준), 원형이정(元亨利貞), 쓰지 마라. 갈 곳이 있고 제후를 세움에 이롭다.”(屯,元亨,利貞,勿用有攸往,利建侯.)

 

 

[傳]

 

 

 

준괘(屯卦䷂)에 대하여 「서괘전」에서 “천지가 있은 다음에 만물이 생겨나니, 천지에 꽉 차 있는 것은 만물일 뿐이다. 그러므로 준괘로 받았으니, 준은 꽉 차 있음이고 준은 사물이 처음 나오는 것이다”라고 했다. 만물이 처음 나옴에 꽉 막혀서 통하지 못하므로 천지에 꽉 차 막힌 것이 되었으니, 막힘이 없어 무성하게 되면 막혔다는 의미는 사라진다. 천지가 만물을 낳으니, 준은 사물이 처음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건괘와 곤괘의 뒤를 이었다. 두 개의 상으로 말하면 구름과 우레가 일어나는 것은 음과 양이 처음 사귀는 것이고, 두 개의 몸체로 말하면, 진괘(☳)가 아래에서 처음 사귀고 감괘(☵)가 중간에서 처음 사귀었으니, 음과 양이 서로 사귀어야 구름과 우레를 이룬다. 음과 양이 처음 사귀어 구름과 우레가 상응했지만 아직 못을 이루지 못했으므로 준이 됐다. 만약 이미 못을 이루었다면 해괘(解卦䷧)가 됐을 것이다. 또 험한 가운데 움직이니, 또한 준의 의미이다. 음과 양이 사귀지 않으면 비괘(否卦䷋)가 되고, 처음 사귀었지만 아직 통하지 않았으면 준괘(屯卦䷂)가 되니, 시대로는 천하가 어려워서 아직 형통하지 못한 때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屯(진 칠 둔, 어려울 준), 괘(卦)의 이름은 ‘준’이다. “屯(둔)의 음은 ‘둔’, ‘준’ 두 가지가 있다. 반절법에 의하면 ‘준’이 옳지만, 『주역언해』에는 ‘둔’으로 표기되어 있으므로 ‘둔’으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준’을 따랐다.

 

2) 변법이 완고파의 강렬한 반대에 부닥쳐 있을 때, 예부 ‘육당관’사건이 벌어진다. 광서제가 화가 나서 서태후의 승인을 받지 않고 예부상서 2품고관인 탑회포(塔懷布)를 삭탈관직 했다. 강유위는 공개적으로 “신법에 반대하는 2품 이상의 고관은 죽인다”라고 공언하였다. 이것은 서태후로 하여금 더더욱 변법이 실제로는 그의 권력을 노리는 것이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원세개가 나중에 영록에게 밀고한 강유위 등이 쿠데타를 도모한 음모는 유신파에게 ‘포장화심(包藏禍心), 잠도불궤(潛圖不軌)’라는 죄명을 뒤집어씌울 수 있게 된 이유였다. 광서제를 유폐시킬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강유위 양계초도 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담사동등 6군자를 참살한 것도 정정당당하게 할 수 있었다.

 

3) 有攸往,利建侯.

 

4) “騏驥一躍,不能十步;駑馬十駕,功在不舍.”(荀子『勸學』)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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