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매괘(歸妹卦)
귀매(歸妹)는 누이가 시집가는 것이다. 넓게는 여성이 시집가는 것을 가리킨다. 특히 누이동생이 언니를 따라 시집가 첩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옛날에 여자가 시집가는 것을 귀(歸)라 했다. 평생의 귀결점이 생겼다는 말이다. 귀결점(귀착점)은 안전한 집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비교적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말이요,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이 있다는 말이다. 집에는 사랑이 필요하다. 부부에게는 애정이 필요하다. 애정은 일단 확정되면 한결같아야 한다.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야 한다. 백년해로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행복하여야 한다.
애인(연인)을 찾기 힘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사람들은 말한다.
“모든 성공한 사람 뒤에는 여인이 있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떤가.
“모든 성공한 여성 옆에는 남성이 있다.”
남성은 여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남성이 사랑하는 여성은 남성의 삶에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여성도 자기중심적일 필요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릴 수 있기에 그렇다. 관심을 가지는 남성을 잃어버릴 수 있기에 그렇다. 아름다운 삶을 유감으로 남을 필요는 없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여성은 남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도 아니다. 여성이 사랑하는 남성은 여성의 삶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남성도 자기중심적일 필요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릴 수 있기에 그렇다. 관심을 가지는 남성을 잃어버릴 수 있기에 그렇다. 아름다운 삶을 유감으로 남겨서는 안 된다.
누가 누구를 떠나든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누가 누구와 함께 삶을 살아간다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상대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며 서로 신뢰하면서 한결같이 더불어 생활하면 완미하지 않겠는가.
『주역』은 말한다.
“가면 흉하니, 이로울 것이 없다.”
무슨 말인가? 혼사를 치르면서 행위가 부정하면 앞쪽에 위험이 닥칠 수 있으니 좋은 점이 없다는 뜻이다.
혼인은 인생대사다. 혼인이 좋고 나쁨은 사람의 성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좌우할 뿐 아니라 일생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한 세대의 성장과 건강, 가정의 원만과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혼인의 좋고 나쁨은 결국 두 사람의 감정에 귀결된다. 감정적인 일은 일방이 준다고 바로 결과가 나는 것이 아니다. 감정 문제에 있어 적합한 말이 하나 있다 : 주동자와 피동자 중 상대적으로 피동자가 크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너무나 큰 희망을 가져서는 안 된다. 상대가 선택한 생활을 존중해 줘야 한다. 무슨 영원을 바라지 말자. 영원한 것이라고는 일월성신밖에 없다. 보잘것없는 인간이 무슨 영원을 얘기한다는 말인가. 일찍이 깊은 사랑을 줬던 유일한 사람이라 여기면 충분하다.
자기에게 잘해주는 상대가 있으면 물론 좋다. 그것보다는 역시 정신적인 교류를 더 중시하여야 한다. 비슷한 수준의 정신을 가지지 않은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서 느끼는 고통은 사람을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성취욕(일에 대한 열정)으로 상대방을 관찰할 수 있다. 성취욕은 상대방이 생활에 대한 성실함과 발전적인 태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업을 생활의 전부로 여긴다면 그 사업도 본래의 의미를 잃게 된다.
가장 좋은 선택은 사업과 가정을 함께 돌아보는 상대다. 그런 남성이 진짜 자신의 남성이다. 진정으로 능력을 갖춘 남성이다. 그런 여성이야말로 진정으로 삶이란 무엇인지를 아는 여성이다.
인생의 가장 큰 실패는 혼인의 실패다. 실패한 혼인은 실패한 인생을 야기할 수 있다. 불행한 혼인은 왕왕 진취하려는 의지와 삶의 믿음을 잃게 만든다. 심지어 자포자기하다 잘못된 길을 가게 만들기도 한다. 성공한 자의 배후에는 행복한 가정과 원만한 혼인이 있다.
그러나 주의하여야 한다. 애정의 행복은 서로 믿고 서로 이해하며 한결같이 함께 하려는 마음의 기초 위에 세워진다.
애정은 한결같아야 한다. 사람은 일생동안 추구하는 바가 많고도 많다. 고관대작이 되어 권력을 누리려 하는 사람도 있고 억만금을 벌어 나라와 대적할 만한 부자가 되려는 사람도 있다. 어촌이나 산림에 은거하면서 한가하게 떠도는 구름과 들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학처럼 아무런 속박 없이 자유자재로 다니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아무런 구속도 없이 자유롭게 검을 들고 천하를 돌아다니려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추구는 지지하는 이유를 뭉텅이로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각양각색의 추구는 모두 경화수월(鏡花水月)과 같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퇴색돼 버린다. 오직 애정에 대한 추구만이 진실 되고 영원하다. 정(情) 한 글자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애정이야 말로 인류가 영원히 구가하고 찬송하는 화제다.
“십년을 수양해야 같은 배로 강을 건널 수 있고 백년을 수행해야 함께 베개 배고 잠을 잘 수 있다.”1)
애정이 오는 것도 힘들지만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은 더 어렵다. 오랜 세월 동안 애정의 격정은 범용하며 사소하고 잡다한 생활을 하면서 없어질 가능성이 많다. 애정의 성결함은 어염시수(魚鹽柴水)의 냄새와 잡것에 물들 수도 있다. 평범하면서도 자질구레한 일상생활 속에서 애정의 달콤함을 유지시키려면 충정이 필요하다. 한결같이 애정을 대하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1) 원래는 “백년을 수양해야 같은 배로 강을 건널 수 있고, 천년을 수양해야 함께 베개 배고 잠을 같이 잘 수 있다.”(百年修來同船渡,千年修來共枕眠)(『증광현문(增廣賢文)』)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