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정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2)

  • 등록 2022.01.18 17: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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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건괘(乾卦)(2)

 

“하루 종일 자강불식하는 것이 도를 반복함이다.”1)

 

‘건건(乾乾)’은 자강불식(自强不息)의 뜻이다. 이 말은 이렇다. 용이 덕으로 천하에 널리 베풀지만 필연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어려움이 있으면 극복할 방법을 생각하여야 한다.

 

자강불식을 통하여 모든 사악한 세력과 투쟁하고 하늘의 법칙을 실천하며 시대와 같이 나아가면서 자신을 더욱 강하게 단련시켜야만 승리를 얻을 수 있다.

 

현실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사회에 공헌하려 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이때는 자강불식하여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분투하여야 한다. 대국을 중히 여기고 용감하게 책임져야 한다. 적극적이며 주동적으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짐을 맡아야 한다. 어려움 속에서 자아를 완성해 나가야 하고 고난 속에서 자신을 단련해 나가야 한다.

 

“뛰어오르기도 하나 연못 속에 있으니 나아가도 허물이 없다.”2)

 

용은 고난 속에서 자아 단련한 이후에 중인의 심임과 존경을 받게 되면 만인이 들어 올리는데, 그런 용은 깊은 연못에서 뛰어오를 수 있다. 이때는 어떤 재난도 용을 상하게 하지 못한다. 용은 이미 모든 어려움에 대처할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에 대하여 얘기하자면,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을 거쳤기에 대중 속으로 나아가 탁월한 공을 세울 수 있다. 모든 이가 찬미하리라. 더 나아가 당신을 옹호하고 발탁하니 당신은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 군중이 의지처가 되니, 당신의 역량은 더욱 커지고 이기지 못하는 것이 없게 된다.

 

요(堯)는 덕을 행하고 고결하였다. 포부는 컸고 자식처럼 백성을 사랑하니, 백성은 그를 부락연맹의 수령으로 추천하였다.

 

순(舜)은 요의 두 딸과 결혼하면서 자신의 품행과 수양에 더욱 주의하였다. 자신을 낮추어 백성과 함께 일하니 백성의 사랑을 받았다. 국가사무를 관리하면서 모든 일에 조리 정연하였다. 요는 순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었다. 결국 왕의 자리를 순에게 선양하였다.

 

대우(大禹)는 치수(治水)하면서 세 번이나 집 앞을 지나치면서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후대에 추앙받는, 홍수를 막는 사업을 완성하였다. 공로가 지대하니 순은 또 대우에게 왕위를 선양하였다.

 

“비룡(飛龍, 하늘을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이 만들었다.”3)

 

용이 연못에서 뛰어오를 때 하늘로 날아오르고자 한다면 재덕을 겸비한 자신의 위대한 형상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우리에게 알려 준다 : 당신이 두각을 나타내 지도자 자리에 추천받았을 때, 평온한 마음과 온화한 태도로 대중을 위하여 일해야 한다. 더 큰 은혜를 끊임없이 민중에게 베풀어야 한다.

 

사회에서 주목을 받았던 중국의 문호 노신(魯迅)은,

 

“머리를 숙이고 달게 아이들의 소가 되리라.”

 

라는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대중에게 봉사하면서 고생하는 중국 인민에게 정신적 해방을 가져다 준 별이 됐다. 주은래(周恩來)는 한 평생 근검절약하고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맡은 바를 다하면서 중국 인민을 위하여 죽을 때까지 온 힘을 다했다. 그래서 그들의 정신은 일월처럼 빛나고 청산처럼 푸른 것이다.

 

“높이 오른 용은 후회가 있으리니, 가득 차면 오래갈 수 없다.”4)

 

용이 하늘을 나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렇더라도 너무 높이 날아올라서는 안 된다. 높이 날았다는 것은 땅에서 멀리 떨어졌다는 뜻이다. 대지에서 너무 떨어져 있으면 지지할 것이 없어진다. 떠받드는 만물생령이 없게 된다. 병사가 없는 장수요 신망 잃은 지도자이다. 홀로 애쓰다 결국 힘이 다하여 깊은 계곡으로 떨어질 뿐이다. 더 오를 곳이 없다? 내려올 수밖에.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절대 현실을 벗어나거나 대중과 멀어져서는 안 된다. 안하무인이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압도해서도 안 된다. 나중에 독불장군이 되고 인심을 잃는다. 결국 버림받게 된다. 군중 속으로 들어가 민중의 고통을 알아야 하고 백성과 함께 해야만 군중의 지지를 받게 된다.

 

“천하를 얻기도 어렵지만 천하를 지키기는 더 어렵다.”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 이 도리다.

 

상(商)나라 주왕(紂王)은 자고자대해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 고집대로만 했다. 무고한 사람을 무차별 살육하였다. 결국 멸망을 자초한다. 초(楚)나라 회왕(懷王)은 눈과 귀를 막아 듣기 싫은 굴원(屈原) 등의 충언을 버리고 소인배의 중상모략만을 듣다가 마침내 망국의 길을 걸었다. 모택동(毛澤東)은 또 어땠는가.

 

제(齊)나라 위왕(威王)은 태도가 겸손하고 온화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간언을 잘 들으니 문정성시를 이루어 여러 제후의 참배를 받았다.

 

“용구(여섯 효의 자리가 모두 양인 九), 하늘의 덕은 머리가 될 수 없다.”5)

 

용이 하늘을 날면 굳세게 변한다. 그런데 양강(陽强)의 기운을 과하게 운용해서는 안 된다. 강함이 과하면 줄어들게〔손(損)〕 된다. 하늘의 법칙은 음양이 서로 보충하여야 한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조화로워야만 위력이 무궁해지며 상서롭고 뜻하는 바와 같이 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알 수 있다 :

 

죽을 둥 살 둥 일해서는 안 된다. 변통(變通)을 알아야 한다. 어려움을 만나면 굽힐 수도 있고 펼 수도 있어야 한다.(실의하였을 때 잘 참고 득의하였을 때 자신의 포부를 잘 펼쳐야 한다는 말과 같다) 지혜를 가지고 우회할 수도 있어야 하고 선회할 수도 있어야 한다. 피동을 주동적으로 바꿔야 한다. 불리함을 이용해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마침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결국 무슨 말인가? 이 괘는 인생의 다른 단계, 다른 ‘자리’를 말하고 있다. 실력을 보존하고 정기를 기르고 예기(銳氣)를 축적하는 것은 인생의 출발점이고 근본이다. 한신(韓信)처럼 그렇게 하여야 한다. 자신의 이상과 포부를 위하여 남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치욕을 기꺼이 감내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마침내 상서로운 기운이 동쪽에서 도래하여 한꺼번에 백만 대군을 지휘하는 명성이 자자한 대장군이 되지 않았던가.

 

일단 자리를 선택했으면 충심으로 자기 자리에서, 그리고 자기 자리를 위하여 온힘을 다하여 싸워야 한다. 목적을 이룰 때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굳센 의지가 있어야 한다. 자기 위치가 자주 흔들리는 사람은 영원히 성공할 수 없다.

 

요컨대 당신이 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든지 간에, 어떤 생활을 하고 있든지를 불문하고, 결국 한 ‘자리’는 당신을 위하여 준비돼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신이 적극적으로 인생을 대면하고 객관 규칙에 순응해 일을 처리하며 자신에게 가장 맞는 자리를 점하기 위하여 완강하게 투쟁해 나간다면, 당신의 삶은 분명 만인이 주시하고 흠모하는 다채로운 인생이 될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부질없이 시간을 보내고 향상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끝내는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인생이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굶주림과 추위가 동시에 닥쳐 길거리에서 얻어먹어야 하는 비참한 말로를 맞이할 지도 모를 일이다.

 

*****

 

乾卦 ䷀ : 乾爲天(건위천) 건(乾 : ☰)상 건(乾 : ☰)하

 

 

乾(건)은 元(원)코 亨(형)코 利(리)코 貞(정)하니라(건은 크고 형통하고 이롭고 곧다).

 

(初九) 潛龍(잠룡)이니 勿用(물용)이니라(잠겨 있는 용이니, 쓰지 마라).

 

(九二) 見龍在田(현룡재전)이니 利見大人(이견대인)이니라(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九三) 君子(군자)ㅣ 終日乾乾(종일건건)하야 夕惕若(석척약)하면 厲(려)하나 无咎(무구)ㅣ리라(군자가 종일토록 굳세게 노력하며 저녁까지 두려워하듯 하면, 위태로우나 허물이 없다).

 

(九四) 或躍在淵(혹약재연)하면 无咎(무구)ㅣ리라(뛰면서 못에 있기도 하니, 허물이 없다).

 

(九五) 飛龍在天(비룡재천)이니 利見大人(이견대인)이니라(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上九) 亢龍(항룡)이니 有悔(유회)리라(지나치게 올라 간 용이니, 뉘우침이 있다).

 

(用九) 見群龍(견군룡)하되 无首(무수)하면 吉(길)하리라(무리 진 용을 보되 머리가 없듯 하면, 길할 것이다).

 

[傳]

 

상고시대에 성인이 처음으로 팔괘를 그리니 삼재의 도가 갖추어졌다. 이것을 중첩하여 천하의 변화를 다 드러내었기 때문에 획을 여섯 번 그어 괘를 완성하였다. 건괘(乾卦☰)를 중첩하면 건괘(乾卦䷀)가 되니, 건은 천(天)이다. ‘천’은 하늘의 형체이고 건(乾)은 하늘의 성정이다. ‘건’은 굳셈이니 굳세게 하여 쉼이 없는 것을 ‘건’이라 한다. ‘천’을 전적으로 말하면 도(道)이니 “하늘도 어기지 않는다”는 것이 이것이다. 나누어서, 형체로 말하면 천(天)이고, 주재(主宰)로 말하면 제(帝)이며 공용(功用)으로 말하면 귀신이고, 묘용(妙用)으로 말하면 신(神)이며, 성정(性情)으로 말하면 건(乾)이다. ‘건’은 만물의 시작이므로 하늘이고 양이며, 아버지이고 임금이다. 원·형·리·정을 네 가지 덕이라고 한다. 원은 만물의 시작이고, 형은 만물의 성장이며, 리는 만물의 완수이고, 정은 만물의 완성이다. 건괘와 곤괘만이 네 가지 덕이 있고, 다른 괘는 일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에 원(元)은 오로지 선(善)하고 크며, 리는 바름과 견고함을 위주로 한다. 형(亨)과 정(貞)의 몸체는 각각 그 일에 걸맞게 하니, 네 가지 덕의 의미가 광대하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終日乾乾,反復道也.

 

2) 或躍在淵,進无咎也.

 

3) 飛龍在天,大人造也.

 

4) 亢龍有悔,盈不可久也.

 

5) 用九,天德不可爲首也.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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