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을 내딛기 힘들 정도로 곤경에 처하면 어떻게 하여야할까? (2)

  • 등록 2022.12.13 10:29:51
크게보기

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심형(心亨)’을 실현하려면, 첫째, 천성이 강건하여야 한다. 둘째, 중도를 능히 행할 수 있고 진취적이어야 한다.

 

바로 송사에서 감탄한 것과 같다.

 

“강변의 거친 바람 견딜 만은 하지만 인간세상 살아가기 참으로 어렵구나.”1)

 

우리는 아름다운 꽃이 가득 뿌려진 탄탄대로를 바라서는 안 된다. 가시가 막아선 험하고 작은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하여야 간난신고의 인생 여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군자는 사업을 하는 데 여러 가지 곤란과 어려움을 만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일찍이 준비해 자신의 도덕수양과 사무능력을 제고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 씩 하나 씩 놓여있는 저점을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흉험한 사막을 건너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에 있어, 능력에 있어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다.

 

『주역』은 말한다.

 

“‘구덩이가 차지 못하였음’은 중도(中道)가 아직 크지 못해서이다.”

 

무슨 말인가? 위험한 함정을 아직 메꾸지 못했다. 중도를 지키고 정도를 지키는 도리는 아직 더욱 확대, 발전시키지 못했다. 그렇기에 중도를 지키고 정도를 지켜야만 위험을 없앨 수 있다.

 

함정이라는 것은 아직 완전히 메꾸지 못했다는 의미다. 중도를 지키고 정도를 지키는 도리를 충분히 확대하지 못했다. 여전히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은(不偏不倚) 중정의 원칙을 견지해 일을 행하면 함정을 밟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다. 이후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한다.

 

중정을 지키고 정도를 지키는 것은 공(公)이요, 어느 쪽으로도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는 것은 평(平)이다.

 

만약 위험한 지경에 빠진 후 자신이 유약해 험지를 빠져나올 힘이 없고, 고위에 있으면서 부정을 저지르고 잘못하여 위험을 무릅쓰는 길에 들어서면 실로 심상치 않다. 위험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뿐 아니라 더욱 깊이 빠져들 위험이 있다. 이때 자기 스스로 구할 수 없고 바깥 도움도 없으면 예후가 대단히 흉험하다.

 

함정에서 위험을 만났으면 먼저 작은 수익을 모색할 수 있다. 작은 이득을 먼저 구하면 차츰 차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애써 노력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 중간에 위치하라. 중도를 행할 수 있다. 위험 중에 있다면 힘이 닿는 일을 하면서 먼저 작은 소득을 구하고 점차 위험을 벗어나 승리할 수 있는 길을 탐색하라.

 

한고조 유방(劉邦)이 이런 이치를 잘 알고 있었다. 여러 차례 위험한 지경에 처했지만 누차 위험을 벗어났다. 작은 승리를 쌓으면서 큰 승리를 이루어 냈다. 마침내 초한쟁패에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항우(項羽)는 자신이 서초패왕이 되었을 때 유방을 한중과 파촉의 황량한 험지에 봉하고 관중으로 돌아오는 길을 막았다. 유방은 봉쇄된 험지에 처했으면서도 태연하게 처신하면서 역량을 쌓았다. 입지를 굳히고 난 후 나아갈 계획을 침착하게 세웠다.

 

먼저 작은 소득을 얻고 기회를 보면서 발전하는 것, 이것이 작은 것을 구하여 큰 것을 얻는, 신중하면서도 위험한 길을 걷는 도리다.

 

이미 깊은 함정에 빠졌으면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어떤 행동도 결국에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심각한 위험에 빠지면 나오는 것도 위험하고 돌아가는 것도 위험하다. 나가지도 후퇴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지면 어떤 방법으로도 위험한 지경을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처했으면 어떤 곤란과 위험이 닥치더라도 전념으로 인내하라. 우선 엎드려 묵묵히 대기하라. 전기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억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경솔하게 일을 행하면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게 된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때도 여전히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더 나빠지게 된다.

 

자리를 잡지도 못하고 중간에 위치하지 못하여 하반신 위에 처해 있다면, 바로 아래 함정의 위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위에 있는 함정의 위험이 장차 도래하려고 할 때, 앞뒤 모두 위험하다. 진퇴양난이다. 일시에 위험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면 잠시 멈추어 있느니만 못하다. 멈추어 서서 좋은 방법을 모색하고 좋은 기회를 기다리라. 만약 요행을 바라고 모험하면 헛수고 할 뿐 아니라 더 깊은 함정에 빠지게 된다. 신중하고 신중하라!

 

지극히 위험한 함정에 빠졌을 때, 깊고도 깊은 함정이라 자력으로 빠져나올 힘이 없으면 지극히 흉험한 것은 당연하다. 어려움과 위험에 빠진 사람에 대하여 말하면, 외부의 도움을 쟁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위험한 함정이 아직 메꾸어지지 않았다면 삼가 뜻을 지키면 위험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인생의 길에는 늘 다 메꾸지 못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구불구불 울퉁불퉁하다.

 

곤란한 지경에 빠졌을 때 ‘물이 흘러가 가득 차지 않는’ 도리를 알아야 한다. 중도를 지키고 정도를 지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習坎卦 ䷜ : 감위수(坎爲水), 감(坎: ☵)상 감(坎: ☵)하

 

「단전」에서 말하였다 : 습감은 거듭 험함이다.(彖曰,習坎,重險也.)

 

물이 흘러가서 가득차지 않으며 험함을 행하나 신의를 잃지 않는다.(水流而不盈,行險而不失其信.)

 

“마음 때문에 형통함”은 굳센 양이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維心亨,乃以剛中也.)

 

“가면 가상함이 있음”은 가면 공이 있는 것이다.(行有尙,往有功也.)

 

「상전」에서 말하였다 : 물이 연거푸 이르는 것이 거듭 험함[습감(習坎)]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덕행을 항상 되게 하며 가르치는 일을 익힌다.(象曰,水洊至,習坎,君子以,常德行,習敎事.)

 

「상전」에서 말하였다 : “구덩이가 차지 못하였음”은 중도(中道)가 아직 크지 못해서이다.(象曰,坎不盈,中未大也.)

 

[傳]

 

습감괘(習坎卦)는 「서괘전」에 “물건은 끝내 지나칠 수 없으므로 감괘로 받았으니, 감은 빠짐이다”라고 했다. 지나치고서 그치지 않는 이치는 없다. 지나침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빠지니, 감괘가 이 때문에 대과괘의 다음이 된 것이다. ‘습’은 거듭함[중습(重習)]을 이르니, 다른 괘에서는 거듭하였더라도 그 이름을 더하지 않았는데 유독 감괘에서만 습자를 더한 것은, ‘거듭 험함’이라서 험한 가운데에 다시 험함이 있어 그 의리가 큼을 나타낸 것이다. 괘의 가운데에 한 양이 있고 위아래에 두 음이 있다. 양은 채워있고 음은 비어있으니, 위아래에 의거할 곳이 없어 한 양이 두 음의 가운데에 빠져 있기 때문에 감괘의 빠진다는 뜻이 된 것이다. 양이 음 가운데에 있으면 ‘빠짐’이고, 음이 양 가운데에 있으면 ‘걸림’이다. 양이 위에 있는 것은 멈추는 상이고, 가운데에 있는 것은 빠지는 상이며, 아래에 있는 것은 움직이는 상이다. 음이 위에 있는 것은 기뻐하는 상이고, 가운데에 있는 것은 걸려 있는 상이며, 아래에 있는 것은 공손한 상이니, 빠지면 험함이 된다. ‘습’은 거듭함이니, 예컨대 학습(學習)과 온습(溫習)은 모두 거듭함의 뜻이다. ‘감’은 빠짐이니, 괘에서 말한 것은 험난함에 대처하는 도이다. ‘감’은 물[水]이니, 하나의 양이 가운데에서 시작하여 가장 먼저 나온 것이므로 물이 되었다. ‘함(陷)’은 물의 몸체이다.

 

1) 江頭未是風波惡,別有人間行路難.(辛棄疾, 『鷓鴣天·送人』)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원노형5길 28(엘리시아아파트 상가빌딩 6층) | 전화 : 064)748-3883 | 팩스 : 064)748-3882 사업자등록번호 : 616-81-88659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제주 아-01032 | 등록년월일 : 2011.9.16 | ISSN : 2636-0071 제호 : 제이누리 2011년 11월2일 창간 | 발행/편집인 : 양성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성철 본지는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Copyright ⓒ 2011 제이앤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nuri@j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