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인괘(家人卦)
가인(家人)은 가정의 성원이다. 가인은 또한 단체다. 단체이기에 규칙이 있다. 규칙이 없다면 어찌 방원(方圓, 모진 것과 둥근 것)1)이 있겠는가? 집에는 집안규칙〔가규(家規)〕이 있고 가문이나 사문에도 그에 따른 규칙이 있다. 단정한 가풍이 있고 자식을 가르치는 데에 적절해야만 아름다운 가정을 창조할 수 있다.
자녀를 잘못 가르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집〔가(家)〕은 지지배배 거리는 둥지다. 애정의 작은 울타리이다. 실패자의 상처를 치료하는 곳이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나의 집은 나의 성’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집이 진정한 성이 되려면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녀와 자부가 있어야 한다. 화목하게 지내는 형제자매가 있어야 한다. 안과 밖에서 활동하는 가정의 용장이 있어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답고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움에 집안의 도가 바르게 된다.”
가풍이 바르면 가정이 바르다. 가정이 바르면 국가가 안정된다.
가족에게는 무조건 맹종하라는 불합리한 요구를 하면서 주변 사람에게는 관대한 사람이 있다. 큰 비바람의 충격을 대항할 수 있으면서도 아내의 ‘베갯밑송사’를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가풍을 망치면 자신에게 영향이 미칠 뿐 아니라 친족이나 친구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면서 좋지 않은 사회풍조를 형성하게 된다.
가풍이 바르고 바르지 않음, 가정이 청렴하고 청렴하지 않음은 민풍, 정풍의 좋고 나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지도층 인사의 가족, 자녀가 사회에서 언행과 행동거지를 대중은 주목한다. 좋은 말이 있지 않은가.
“마룻대가 바르지 않으면 아래들보가 비뚤어진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부모가 솔선수범하지 않고 자신에게 아주 엄격하지도 않아 체면 깎이고 웃음거리가 된다면 자식이 어찌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 어느 부모가 딸이 큰 인물이 되고 아들이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거들랑 반드시 먼저 해결하여야 하는 조건이 있다. 가풍을 바르게 하라!
옛사람의 말이 옳다. 가정의 언어는 공허한 설교가 아니다. 마땅히 구체적이 내용, 풍부한 감정이 있어야 한다. 가정은 반드시 조화롭고 화목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알맞은 시기를 잡아야 한다. 『안씨가훈顔氏家訓』의 ‘교자(敎子)’편에는 며느리를 지도하려면 가장 알맞은 시기는 며느리가 집에 막 도착했을 때이다. 자녀를 지도할 가장 알맞은 시기는 아기 때부터 하여야 한다.
『삼자경(三字經)』은 말한다.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버지의 잘못이다.”
자녀가 교양이 없는 것은 아버지 잘못이다. 이치에 맞다. 아버지와 자녀는 친밀하게 접촉한다. 자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제때에 고치지 않고서 오랜 시간이 흐르게 되면 자녀는 교육이 통하지 않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그렇기에 자녀의 잘못은 아버지의 잘못이라 하는 것이다.
등소평(鄧少平)도 말했다.
“교육은 갓난아기 때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아이를 가르치는 방법이 있다.
1. 아이의 호기심을 보호하라.
아이는 묻기를 좋아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다. 호기심은 아기가 발전하는 원천이다. 아이가 질문할 때 절대 아이의 호기심과 자존심에 타격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내향적으로 변한다. 성적이 좋지 않게 될 때에 다시 아이를 책망한다고 하여도 이미 때는 늦다.
2. 아이와 함께 발전하라.
한 가정의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성격, 기질은 그 가정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우리는 자기 아이가 우수하고 다재다능하며 두각을 나타내기를 바란다. 그런데 아이는 결국 아이다. 아이의 판단력과 변별력은 아직 완전하지 않아 주위 환경의 영향을 쉬이 받는다. 생각해보자. 한 아이가 하루 종일 마작 하는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부모에게 숙제 검사를 해달라고 했는데 부모에게서 숙제는 무슨 숙제, 필요 없다고 늘 듣게 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게 아닌가.
그런데 농촌 과부가 혼자서 박사 두 명과 석사 한 명을 길러낸 이야기가 있다. 그녀의 아이들은 성장한 후 각 분야에서 출중한 인물이 되었다. 자식들은 말했다.
“어머니는 까막눈이였지만 사리에 밝았습니다. 어머니 혼자서 우리를 길러내는 데에 힘들었지만 우리를 학교에 보냈습니다. 어머니도 농촌의 문맹 퇴치 반에 참가하여 저녁이면 조그만 램프 아래서 우리와 함께 밤늦게까지 공부했습니다. 어머니가 마르고 굼뜬 큰 손에 붓을 들고 종이 위에 글을 쓸 때면 우리는 감동받아 몰래 눈물 흘렸습니다. ……나중에 어머니의 그런 강인하고 끈기 있는 정신이 우리 생활 내내 영향을 미쳤습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우리는 버텼습니다. 우리 지금의 성공은 어머니에게서 얻은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3. ‘모진 마음’을 먹는 부모가 되라.
어느 유치원에서 아이 20명을 선발해 개개인에게 사탕을 주면서, 만약 지금 이 사탕을 모두 먹어버리면 이후에 아무 것도 없고 20분 후에 먹는다면 맛있는 사탕을 더 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결과는? 20명 중 2명만이 사탕을 먹지 않고 버텼다. 실험에 참가하였던 사람은 그 20명의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연락하며 지냈다. 30년 후, 누가 성공했을까? 2명은 훌륭한 사람이 됐다.
만족(滿足)의 지연(遲延)(delay of gratification) ; 덮어놓고 아이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말라. 아이에게 절제하는 기질을 배양시켜야 한다. 일정 정도에서 많은 아이들은 ‘끝없이 욕심을 부린다.’ 심지어 어떤 때는 ‘막무가내로 행동하기도 한다.’ 부모가 아이가 하는 대로 무조건 따라주기만 하면 아이는 나쁜 버릇이 들게 된다.
4. 아이 성장의 지렛목을 제대로 찾으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어릴 때 이야기이다. 달빛이 밝고 밝은 어느 날 저녁, 어머니는 밥을 짓고 있었고 꼬마 암스트롱은 뜰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달빛 아래 늘어진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보고 재미있다고 느꼈는지 그림자 위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어머니가 뭘 하냐고 묻자 어린 암스트롱은 대답하였다. 엄마, 나 달 위로 뛰어갈 거야. 어머니가 말했다. 그렇게 하렴. 내 아들, 상상력이 풍부하구나. 네가 분명 달 위까지 뛰어갈 거라는 것을 믿어. 하지만 돌아와서 저녁밥을 먹는 것은 잊지 말거라. 그랬다. 나중에 암스트롱은 정말 올라갔다. 인류 최초로 달에 오른 인물이 됐다.
어린 암스트롱의 어머니는 작은 일에서 아이의 장점을 발견하였을 뿐 아니라 유머러스하고 재미있게 말할 줄 알았다. 아이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부모는 아이의 우수한 점을 지렛목으로 삼아 격려하여야 한다. 아이의 성취감을 배양해줘야 한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성장의 동기를 심어주어야 한다. 이것이 ‘레버리지효과(leverage effect)’다.
어떤 이는, 가정은 이치를 따지는 곳이 아니라고 하기도 한다. 감각에 의지해 존재하는 곳이라고 한다. 친밀과 애교처럼 이유가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순과 겸애는 가정의 견실한 지렛대이다. 화목과 공경은 가정이 화평하다는 상징이다. 성실과 반성은 즐거운 가정이 되는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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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人卦 ䷤ : 풍화가인(風火家人) 손(巽: ☴)상 리(離: ☲)하
가인은 여자가 바르게 함이 이롭다.(家人,利女貞.)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답고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움에 집안의 도가 바르게 되니, 집안을 바르게 함에 천하가 안정될 것이다.(父父子子兄兄弟弟夫夫婦婦而家道正,正家而天下定矣.)
[傳]
가인괘(家人卦)는 「서괘전」에 “이(夷)는 상(傷)함이니, 밖에서 상한 자는 반드시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가인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밖에서 상하고 곤궁하면 반드시 안으로 돌아오니, 가인괘가 이 때문에 명이괘(明夷卦)의 다음이 됐다. 가인(家人)은 집안의 도이니, 부자(父子)의 친함과 부부(夫婦)의 의리와 존비(尊卑)․장유(長幼)의 차례에 윤리를 바르게 하고 은혜와 의리[은의(恩義)]를 돈독히 함이 가인의 도이다. 괘가 밖은 손괘(巽卦☴)이고 안은 리괘(離卦☲)여서 바람이 불로부터 나오게 되니, 불이 세게 타오르면 바람이 생긴다. 바람이 불로부터 생김은 안으로부터 나옴이다. 안으로부터 나옴은 집으로부터 밖에 미치는 상(象)이다. 이효와 오효가 안과 밖에서 남자와 여자의 자리를 바르게 함이 가인의 도가 되며, 안에서 밝고 밖에서 공손함이 집안에 거처하는 도이다. 사람은 자신이 지닌 것은 집안에 시행할 수 있고, 집안에서 행하는 것은 나라에 시행할 수 있어 천하가 다스려짐에 이르니, 천하를 다스리는 도가 집안을 다스리는 도이다. 미루어 밖으로 행할 뿐이므로 안으로부터 나오는 상을 취하였으니, 가인의 뜻이 된다. 문중자(文中子)의 책에서는 ‘안을 밝게 하고 밖을 가지런히 하는 것’으로 뜻을 삼았는데,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를 좋게 여기지만 상에서 취한 뜻은 아니다. 이른바 ‘제호손(齊乎巽)’은 만물이 손괘(巽卦)의 방향에서 깨끗하고 가지런해짐을 말하는 것이지, 손괘에 가지런하다는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호건(戰乎乾)’이 건괘(乾卦)에 싸운다는 뜻이 있는 것이 아님과 같다.
1) 방(方, 方形, 모진 것)은 규칙, 조직, 틀로 사람됨의 근본이다 ; 원(圓, 圓形, 둥근 것)은 원만, 원통, 노련으로 처세의 도이다. 무방(無方), 세상에 규칙이 없으면 약속도 없다 ; 무원(無圓), 세상이 부하가 너무 중하여 장차 스스로 처리하지 못한다. 사람됨과 처세에는 방(方)할 때 방해야 하고 원(圓)할 때 원해야 한다. 방 외에 원이 있고 원 가운데에 방이 있다. 방과 원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만 사회가 조화롭게 된다. 인생은 본래 방과 원에 있다. (方圓之道)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