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가 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1)

  • 등록 2023.11.13 09: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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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대축괘(大畜卦)

 

대축(大畜)은 풍성, 풍작의 축적이다. 풍작을 거두려면 천시, 지리, 인화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인화가 중요하고도 중요하다. 풍작에는 인재의 도움이 필요하다. 유능한 인재를 모아야 한다. 선을 쌓고 덕을 행해야 한다. 그래야 끊임없이 축적된다.

 

단체가 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지도자가 되어 더 큰 성적을 거두려고 한다면 곁에 자신을 후원해줄 인재와 끝까지 목숨을 걸어줄 지사가 필요하다. 동시에 자기의 덕행을 끊임없이 닦아야 한다. 덕행이 높으면 높을수록 사업도 순리대로 풀 수 있다.

 

『주역』은 말한다.

 

“대축은 곧음이 이롭고(이로우니), 집에서 밥을 먹지 않으면(아서) 길하니(고),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무슨 말인가? 풍성하게 축적되니 정도를 굳게 지키는 데에 이롭다. 어질고 재능 있는 사람을 곤궁하게 집에서 생계를 이어가게 만들지 말고 마땅히 조정으로 불러내어 국가의 봉록을 먹으면서 재능으로 국가에 공헌하게 하여야 길하고 큰 내를 건너는 데에 이롭다는 뜻이다.

 

‘홍루몽중인(紅樓夢中人, 홍루몽 배우를 선발하는 중국 대형오디션 활동)’ 오디션은 기적을 만들어 냈다. 2주 동안 홈페이지 클릭 수가 이천 만을 돌파하였다. 신청 인원이 순식간에 10만을 넘어섰다. 심지어 어떤 후보는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사람 마음속의 ‘보대(寶黛)’, ‘십이금채(十二金釵)’의 대변인이 되기도 했다.

 

슈퍼 걸, 미남자를 선발하는 활동이 전 중국에서 풍미하는 현상을 보고 격정적으로 다음과 같이 호언하는 사람이 생겨나기도 했다 : 중국에 평민이 우상이 되는 시대가 왔다. 관중은 리모컨이나 메시지로 자기가 좋아하는 대변자를 뽑을 수 있다.

 

‘오디션’은 분명 ‘중국의 학문을 본체로 하고, 서양의 학문을 응용한’ 것이다. ‘슈퍼 걸’ 프로그램은 완전히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를 모방했지만 그런 프로그램의 성공은 조상들의 ‘유능한 인재를 모으는’ 전통도 승리의 비결이기도 하다.

 

전국시대에 권력이 있고 재물이 있는 사람은 재능 있는 사람을 부양하기를 즐겼다. 그런 사람을 문객이라 했다. 현재 연예기획사 소속 예능인과 비슷하다. 조(趙)나라 재상 평원군(平原君)은 세력이 방대해, 몇 천 명에 달하는 ‘예능인’을 부양하였다. 그중 모수(毛遂)라 불리는 문객이 있었다.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없었다. 현재의 ‘방치된 연예인’과 다름없었다. 나중에 조나라 국도인 한단(邯鄲)이 진(秦)나라 군대에 포위되어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조나라 왕은 초나라와 조나라가 협력하게 설득하도록 평원군을 초나라에 파견하였다. 공동으로 출병해 진나라와 대항하도록 만들 셈이었다. 평원군이 집으로 돌아간 후 식객 중에서 동행할 문무를 겸비한 인재 20여 명을 선발하였다. 그런데 식객 중에 19명밖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평원군이 고민하고 있을 때 모수가 나서서 평원군에게 말했다.

 

“제가 가장 적합한 사람입니다. 공자와 동행하기를 원합니다.”

 

그 후 모수는 아주 평온하게 초나라 왕을 설득해 냈다. 그때부터 평원군은 모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상객으로 대접하였다. 현재로 말하면 ‘한꺼번에 유명해졌다’고나 할까. 평원군이 성공한 까닭은 평소에 현명한 인재를 부양하였기 때문이다.

 

뾰족한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뚫고 삐어져 나오기 마련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언젠가는 남의 눈에 띄게 된다. 빛을 발하는 황금과 같다. 기회가 주어지면 멋있게 등장한다. 두각을 나타내 찬란한 빛을 발한다.

 

한신(韓信)이 한밤중에 군영을 이탈해 도망치고 있다는 소식을 소하(蕭何)가 들었다. 소하는 급히 말을 몰아 한신을 뒤쫓았다. 한신이 사사로이 군영을 이탈하였기에 군법에 따르면 참수하여야 했다. 그런데 소하가 한신을 쫓아간 것은 그를 잡아다가 벌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유방(劉邦)에게 중용하도록 추천하기 위함이었다.

 

소하의 안목은 예리하였다. 한신의 정치, 군사 재능을 우러러 탄복하여 여러 차례 한신을 중용하도록 추천했으나 유방은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한신은 고독을 참지 못하고 한나라 군영을 몰래 벗어나려 했다. 소하는 말을 채찍질하며 앞으로 달려갔다. 이틀밤낮을 줄곧 내달려 가까스로 한신을 따라잡고는 한신에게 군영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다.

 

유방이 소하를 크게 꾸짖었다.

 

“하찮은 치속도위(治粟都尉, 군량 생산을 담당하였던 관직)에 불과한 한신을 그대가 쫓아가 불러올 정도로 가치가 있다는 말이요?”

 

“대왕이시여. 어찌 그렇게 한신을 대하십니까?”

 

소하는 기회를 틈타 유방에게 한신의 장점을 말했다.

 

“현재 중원에서 한신을 뛰어넘는 인재를 찾을 수 없습니다. 대왕께서 항우(項羽)와 천하를 놓고 다투고자 하신다면 한신은 주군께서 제왕의 업을 완성하도록 만들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재입니다. 대왕께서는 한신을 중용할 계획이 전혀 없으시다는 말씀이십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유방은 기뻐하며 말했다.

 

“그럼 내가 그를 장군으로 봉할 것이요. 어떻소?”

 

소하가 엄숙하게 말했다.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유방은 자신의 대업을 위하여 가장 큰 결심을 했다.

 

“좋소. 내가 한신을 대장군으로 모시리다. 그대가 그를 불러오시오. 내 당장 예절을 올리리다.”

 

소하는 유방에게 주위를 환기시키며 말했다.

 

“대장으로 모시는 예절을 올리는 것은 큰일입니다. 아무렇게나 대강해서는 안 됩니다. 대왕께서는 길일을 골라 목욕재계하옵고 대장군 격에 맞는 예대를 설치하여 성대한 대장군 모시는 의식을 거행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한신이 대장군의 직권을 행사하면서 대왕의 제왕의 대업을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유방은 소하가 말하는 대로 따랐다.

 

한신이 대장군에 봉해진 후 과연 소하의 바람대로 됐다. 유방과 항우가 천하를 놓고 다투는 초한쟁패 시기에 연전연승하여 서한 정권 건립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나중에 소하, 한신, 장양(張良)은 ‘한초삼걸’로 추앙받았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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