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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고병수의 '영화와 만난 의학'(11) 노벨상 2번 수상한 마리 퀴리도 몰랐던 방사능 피폭 위험

이전에 소개한 에린 브로코비치 외에 환경오염을 다룬 또 다른 영화를 올려본다. 2019년에 제작되어 화학물질을 다루는 거대 회사와의 오랜 법정 소송을 다룬 ‘다크 워터스(Dark Waters)’는 화학계 기업들의 법률을 담당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인 롭 빌럿(마크 러팔로), 그의 아내 사라(앤 해서웨이), 로펌의 대표 톰(팀 로빈스) 등의 화려한 배역들이 등장한다. 

 

영화는 거대 글로벌 기업인 미국의 듀폰(Du Pont)사를 상대로 20년의 세월을 싸우는 롭이라는 변호사의 이야기이다.

 

화학물질을 생산해서 전 세계에 공급하는 듀폰사는 최근까지도 각종 코팅제로 사용되는 ‘테플론’이라는 유기화합물을 이용해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

 

테플론은 과불화옥탄산(PFOA)이라고 지칭되는 합성물질에서 나온 건데, 처음 개발될 때는 너무 단단하고 분해되기 어려운 화합물이라 2차 세계대전 때 탱크에 방수처리용으로 사용하다가 듀폰사에서 가전제품이나 장난감 등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탄소 8개가 연결된 화합물이라서 다른 말로는 ‘C8’이라고도 불리고, 프라이팬에서부터 장난감, 의류, 자동차, 콘텍트 렌즈, 종이컵 등 온갖 제품의 코팅 등에 이용되었다. 이 물질은 영화에서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신장암, 고환암, 갑상샘 질환, 자간전증(임신 20주 이후 고혈압과 단백뇨가 생기고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궤양성 대장염 등 6개의 질환과 연관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물론 그 외의 문제들도 많지만 아직 안 밝혀졌을 뿐이다.

 

영화는 작은 소 목장을 운영하는 어느 농부의 하소연으로부터 시작해서 소송을 준비하고 법정 싸움을 시작한지 20년이 지나서야 듀폰사의 항복을 받아낸 실제 사건을 다뤘다. 회사는 “제품이 오래도록 훌륭한 기능을 가지게 되므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변명하면서 그 심각한 유해성을 알면서도 숨겨왔던 것이다.

 

한국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비슷한 대응이다. 집집마다, 병원이나 요양원마다 가습기가 유행할 때, 깨끗하게 한다며 화학물질인 살균제를 넣어서 사용하다가 폐섬유화증을 앓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장애를 가지거나 사망한 사건. 이것도 거대 회사가 부정하고 있어서 아직까지 소송 중이다.

 

‘다크 워터스’ 영화에서 듀폰사의 방해와 정부의 무관심(정확히는 로비에 휘둘림) 속에 롭은 과로로 경련까지 하게 되고, 2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머리도 하얘졌다.

 

에린 브로코비치 영화는 크로뮴이라는 중금속 오염에 대해서 알아내고 에린이라는 평범한 여성이 어떻게 거대 기업과 싸우는지를 보여줬다면 다크 워터스는 엄청나게 만들어지는 합성화합물에 대한 문제의식을 파헤치는 한 변호사의 법정 싸움을 중심으로 엮은 영화로 관심 있게 볼만한 영화다.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기후위기에 인류의 생존이 위험해지는 시대이다 보니 이런 류의 영화들은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질 것 같다.

 

마리 퀴리(Radioactive, 2019)

 

지금 시대에는 여러 오염 물질과 중금속 등에 대해서 많이 밝혀졌지만, 공업화 초기인 1800년대나 과학의 발전이 급상승하던 1900년대 초에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부족했다.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에서 밀도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고, 여러 작품을 만들어내던 로자먼드 파이크 주연의 ‘마리 퀴리(Radioactive, 2019)’는 당시 무지했던 방사능에 대해 다룬다.

 

‘퀴리 부인’으로 우리 모두에게 알려진 그는 폴란드 태생으로 원래 이름이 ‘마리아 살로메아 스크워도프스카(1867~1934)’이다.

 

폴란드 출신이지만 러시아 지배를 받던 유년 시절을 보냈고,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가서 물리학 연구를 하다가 그곳 출신의 피에르 퀴리와 결혼하게 되어 주 무대는 프랑스 파리가 된다.

 

영화는 이처럼 유년 시절부터 과학자가 되어 파리에서 활동하는 것, 말년의 모습까지 그려내면서 우리가 몰랐던 개인사를 잘 보여준다.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죽어가는 과정까지 관심 있게 보면 얼굴 분장도 상당히 일품이다.

 

그는 남편인 피에르 퀴리(샘 라일리)와 함께 폴로늄, 라듐을 최초로 발견하고 추출해내어 학계에 발표하면서 ‘방사능(Radioactivity)’이란 표현을 처음 사용하는 것으로 영화에서 나온다. 세상을 바꿔버릴 새로운 원소의 발견에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과학계는 발칵 뒤집혔고, 부부는 그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마리 퀴리 혼자서는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 세계 최초 노벨상 2회(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이라는 전후무후한 업적을 쌓는다. 그는 여성에게 투표권도 없던 시기, 남성 중심이고 보수적인 과학계에서 생존하면서 그의 존재를 높여가지만, 언론은 여성인 그의 업적을 낮추기에 급급했고, 오히려 그의 사생활을 들춰내고 공격하기에 바쁘다.

 

마리 퀴리는 폴로늄을 발견하고 그 이름을 조국 폴란드에서 따와서 붙였다고 한다. 그만큼 애국심이 강한 인물이었고,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한 후 그 위험성에 대해서 처음 인식한 인물이기도 하다.

 

석탄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을 당시에 극소량의 물질이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물질들이 엄청난 위험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지금은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인해 방사능 피폭에 대한 위험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방사능 물질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마리 퀴리뿐만 아니라 동료 과학자들도 방사능 물질을 병에 담고 다니거나 하루종일 만지고 눈으로 보는 게 일상이다.

 

그 덕분일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말년에 재생불량성빈혈(Aplastic anemia)과 백혈병에 걸렸다고 한다. 이는 방사능 피폭이 원인일 수밖에 없다. 그의 첫째 딸 이렌 퀴리도 백혈병에 걸렸다.

 

워낙 똑똑한 마리 퀴리역을 연출해야 했기에 배역 역시 지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로자먼드 파이크만 맡을 수 있음을 감독도 알았을 것이다. 영화는 방사능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서 딸 이렌 퀴리(안야 테일러 조이)와 함께 의료지원을 하는 장면도 영화에서 기억할 부분이다.

 

마리 퀴리는 조국을 사랑하였고, 전쟁이 아닌 평화를 원했기에 편안한 길을 가지 않으려고 한다. 영화에서는 그가 X선 발생 장치를 탑재한 구급차를 직접 만들어서 딸과 함께 전장을 누비며 부상병들을 치료하던 모습이 나온다. ‘리틀 퀴리’라고 불렸던 그 차는 당시 운용되던 구급차의 초기 형태여서 흥미롭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2020년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코로나19 감염이 창궐하던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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