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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고병수의 '영화와 만난 의학'(17) 시력을 잃고 보이는 또 다른 세계

지난 회차에 이어 시각 관련 영화 세 편을 준비했다. 모두 독특한 구성으로 만들어졌으며, 시사하는 바가 있는 영화, 스릴러, 액션 각각 골라보았다.

 

장애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곳

 

 

2008년 제작되고 산드라 블럭이 주연한 ‘버드 박스(Bird box)’는 시력을 잃는 것으로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무언가를 보게 되면 자살충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일부러 눈을 가려서 살아야 하는 상황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이 또한 엄청난 전염력을 지녀서 전 세계가 심각할 지경에 이르고, 말로리(산드라 블록)는 두 아이의 눈을 가린 채 보트를 타고 강물을 따라 도망을 친다. 이틀을 꼬박 극한의 공포와 위험을 겪으며 도착한 곳은 시각장애인 학교. 눈이 안 보이는 장애인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은 무엇을 볼 염려가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 두 아이와 말로리는 평온을 찾고 시각장애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게 된다.

 

재미있는 설정이다. 장애인이 대부분인 사회에서는 주류가 그들이고, 비장애인들은 이방인이 되거나 비주류로 살게 되지만, 반대의 상황에서 비장애인이 안전하고 도움을 받으며 산다는 것..... 버드 박스는 새장을 뜻하는데, 제목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면 좋다.

 

어둠 속에서 보게 되는 다른 세상

 

두 번째 영화는 ‘어둠을 보았다(Sightless, 2020)’로서 스릴러 영화다. 영화는 어느 아파트 창문 밖으로 떨어지며 자살하는 여인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그 여인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그 이유를 보여주려고 과거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길거리에서 묻지 마 폭행을 당하고 병원에 입원한 유명 바이올린 연주자 엘렌(매들린 팻쉬). 정신을 차려보니 앞이 안 보인다.

 

남성 간호사가 들어와서 상태를 살펴보고는 밝은 말투로 필요하면 부르라고 벽을 '똑똑' 치면서 나간다. 편하게 있으라는 신호다. 좀 있다가 담당 의사가 들어와서는 진찰하더니 뇌 손상 때문에 영구히 시력을 잃을 것이라고 말하며 나간다.

 

브라이스라는 형사가 병원을 방문해서 조사를 할 때, 엘렌은 자기가 다친 것 외에 소중한 바이올린을 분실했다고 증언한다. 곰곰 생각해 보니, 거액의 사기 혐의로 감옥에 있는 전 남편을 헤치지 못 하게 되니까 자기가 공격당했다고 여기는 엘렌.

 

안정을 찾고 퇴원해서는 오빠가 구해놓은 아파트에 지내면서, 역시 오빠가 구해준 남성 간병인 클레이턴(알렉산더 코치)을 두면서 돌봄을 받는다. 이 간병인은 시력을 잃었다고 자책하지 말라며 위로할 정도로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정성어린 간병과 부드러운 목소리에 끌린 엘렌은 클레이터에 마음이 조금씩 끌린다. 하지만 아무도 옆에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에서 또 폭행을 당하게 되고, 무서움에 떨게 되는 엘렌은 그럴수록 더 간병인 클레이터에게 의지한다.

 

얼굴 왼쪽에 흉터를 가진 옆집 라나가 방문을 하고 돌아갈 때 “아무도 믿지 말아요.”라고 한 말은 무슨 의미일까?

 

클레이턴이 가져온 앵무새, 환풍구로 들리는 옆집에서 다투는 소리, 그의 남편, 응급구조사, 조사차 방문한 브라이스 형사.... 전혀 이어지지 않는 상황들. 형사가 와서 CCTV를 살펴도 집에 침입한 사람이 없다고 하고, 아무도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 좌절한 엘렌.

 

“난 창문 없는 집 같은 내 머릿속에 갇혀있어.”

 

영화는 처음 장면으로 돌아가서 엘렌의 뒷모습을 비춘다. 삶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판단한 그는 창문으로 몸을 던져버리기로 결심한다. 물론 영화는 이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시력을 잃기 전과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상황에 대한 암울함을 다뤘다. 더욱이 아무도 도울 일 없는 상태라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그 사람을 믿고 싶은데 그조차도 확신이 안 서는 혼란과 두려움.

 

이런 신뢰할 수 없는 새로운 현실에 대한 공포를 긴박감을 극대화하면서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방 하나에서만 대부분 장면이 만들어졌어도 끝날 때까지 궁금증과 긴장감을 이어가게 한다. 영어 제목은 ‘Slightless’ 즉 ‘보이지 않는’인데, 한국 제목으로 ‘어둠을 보았다’고 한 것은 중이 표현인 듯하다. 시력을 잃은 것과 그 속에서 보이는 또 다른 세계를 말한 것 아닐까?

 

시각장애인의 경고

 

숨죽이고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어두운 세계의 영화가 또 있다. ‘맨 인 더 다크(Don't Breathe)’에서 영어 제목은 '숨 쉬지 말라'는 뜻이다. 숨소리만 듣게 해도 위험하니까.

 

록키(제인 레비), 그를 좋아하지만 소심한 알렉스(딜런 미넷) 그리고 머니(다니엘 조바토) 세 명은 동네에서 어울리며 빈집털이를 하면서 용돈을 버는 10대 친구들이다. 돈은 건들지 말고 물건만 훔쳐서 장물아비에게 넘길 정도로 나름 치밀한 한 팀이다.

 

조금 큰 돈을 벌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진 이들은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사는 눈 먼 노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퇴역 군인으로, 나이도 많고, 딸이 교통사고로 죽을 때 그 합의금으로 수억 원이 넘는 현금을 받아서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어렵지 않게 노인의 집에 침입하지만, 집에서 자고 있는 노인(스티븐 랭)은 보통 군인이 아니라 걸프전에 참전해서 산전수전 다 겪은 특수부대 출신이었다.

 

총을 가지고 온 머니가 자신의 총에 죽고, 나머지 둘은 빠져나갈 수 없는 집에 갇혀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전기가 나가버리니 어둠 속에서 감각이 발달한 노인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바뀐다. 영화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돈을 훔쳐 달아나려는 둘에게 점점 연속해서 어려움이 닥친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대게 집 한 군데에서만 모든 일이 벌어져서 제작비가 얼마 안 들 것 같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엄청난 흥행몰이를 해서 2편이 개봉하였다. 같은 제목의 ‘맨 인 더 다크 2(Don't Breathe 2)’다.

 

전 편의 내용에서처럼 사고로 딸을 잃었던 노인(스티븐 랭)은 어떻게 얻었는지 초등학생 정도의 여자아이 피닉스(매들린 그레이스)를 딸로 데리고 살고 있다.

 

중무장한 여러 명의 조폭들에게 공격을 당하며 이전 이야기와는 다르게 죽기 살기로 집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여전히 일대 여럿이 싸우는 장면을 보여주며 최강의 긴장감을 보여주고 후속편을 기대했던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2020년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코로나19 감염이 창궐하던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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