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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人 릴레이 법률산책=이용혁 변호사] 진정한 변호사 사명의 길 ... 3W

 

고급 정장에 명품 넥타이로 무장한 채 외제차를 타는 멋들어진 변호사를 꿈꾸던 학창시절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동기, 선후배 대부분이 그런 상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 제자들에게,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변호사로 활동하셨던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송무 변호사는 3W 직업이라는 것이다. 항상 걸어다니며(Walking), 끊임없이 서류를 써야 하고(Writing), 언제나 기다려야(Waiting) 하는 업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믿을 수 없었고, 믿고 싶지 않았다. 내가 꿈꾸던 변호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변호사로 일하며 재판에 임하다 보니, 교수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재판이 있을 각 법정을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판 사이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하여 사무실과 법원을 쉴 새 없이 드나들어야 한다. 사실, 제주의 특성상 대부분 소송이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되어 아주 수월한 편이다. 육지에서 일하는 동료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곳곳에 퍼져 있는 법원에 출석하기 위한 그 고생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재판 출석을 위한 이동만으로 하루의 일과시간 대부분을 할애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간다는 생각으로 직접 차를 운전해서 가면, 교통 체증과 주차난으로 인한 변수가 등장한다. 그러나, 재판 일정은 변호사를 기다려주지 않고, 이런 변수가 불출석 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결국, 대중교통과 튼튼한 두 다리를 이용하여 걸어(Walking) 다닐 수밖에 없다.

 

변호사의 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서류 작성(Writing)이다. 소장, 준비서면, 항소이유서 등 소송에 필요한 서류뿐만 아니라, 각종 자문 의견서까지. 써내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다. 법률사무소 안의 변호사실에서는, 멈추지 않는 타자 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서류가 만들어진다. 변호사의 역량은, 화려하게 말솜씨를 뽐내는 것보다,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글로 잘 정리하여 전달하는지에 달려있다. 당연히, 변호사는 항상 수많은 서류를 써내야 하면서도, 그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포기할 수 없다. 결국, 조금 더 빠르게, 깊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여야 한다.

 

변호사는 꽤 많은 시간을 기다리는데(Waiting) 사용한다. 같은 시간에 여러 사건의 재판 기일이 잡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예정된 시간에 재판이 바로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법정 안에서, 내 사건의 차례를 숨죽인 채 기다려야 한다. 찾아오기로 했던 의뢰인을 위하여 미리 상담 준비를 마쳐 놓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늦기 다반사다.

 

형사사건을 준비하기 위하여 접견 예약을 해두어도, 구치소 또는 교도소에서 내 순서가 바로 오기도 쉽지 않다. 이런 당일의 기다림 뿐만이 아니다. 혼신의 힘을 다하여 소송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한 뒤,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전긍긍 기다리는 비교적 오랜 기다림도 있다. 아주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기다림이다. 아무리 조급해도, 차분히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즉, 변호사는 의심의 여지 없이 3W(Walking, Writing, Waiting) 직업이 맞다. 다만,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이었을 때 들었던 그 감정과 피부로 직접 느끼며 알게 된 이후의 감정은 조금 다르다. 항상 걷고, 끊임없이 서류를 작성하며, 언제나 기다리는 변호사로 살아가는 것이 그 사명을 진정으로 다 하는 모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마음으로, 오늘도 힘차게 걷는다.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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