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살 소녀에 대한 미성년의제강간 사건을 피해자 국선 사건으로 배당받게 되었다. 그 이후 동일한 피해자의 다른 성범죄 피해 사건에 대해서도 줄줄이 배당받게 되었다.
미성년의제강간이란 19세 이상의 사람이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간음 또는 추행을 했거나, 19세 미만의 사람이 13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간음 또는 추행을 한 경우 미성년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에 준하여 중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통상 이런 사건이 배정되는 경우에는 미성년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간을 당하는 사건보다는 미성년자의 의사에 기한 비행으로 인하여 성년과 성관계를 가진 후 이후에 적발되는 사례가 많다. 위 사건도 후자에 속하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위 12살 소녀가 성관계를 갖거나 스킨십을 한 남성들이 1 ~ 2명이 아니라 10여 명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적발된 위 10여명의 성인 남성들은 미성년자의제강간 또는 강제추행죄 혐의로 사전 구속 영장에 의해 구속 수감되어 양형에 참작받기 위하여 애타게 형사 합의를 원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나는 피해자의 국선변호인으로서 피해자와 위 가해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형사 합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형사합의를 진행하기 위하여 피해자인 12세 소녀 측에 연락을 취하게 되었다. 이 소녀의 친모(母)에 의하면 이미 피해자인 12세 소녀는 다른 비행 사건으로 인하여 소년원에 수감된 상황이어서 친모인 본인과 형사 합의를 진행해야 된다고 하였다. 이에 나는 피해자의 어머니와 함께 여러 건의 형사 합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위 합의를 진행하게 되면서 변호사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많은 생각이 든다.
위 피해자인 12세 소녀는 제대로 된 부모의 교육을 받지 못하여 많은 비행과 탈선을 저지르게 되었다. 이에 수많은 성인 남성과 간음 등을 하였고, 이 밖의 다른 범죄를 저질러 정작 본인은 소년원에 수감된 상황이다.
통상 피해 소녀의 부모입장에서는 가해 남성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합의를 논하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소녀의 모는 성범죄 가해자들과의 합의 절차에서 돈이 얼마인지, 돈이 얼마나 빨리 지급될 수 있는지만 중요할 뿐, 그 외에 피해 소녀의 사정을 고려하거나, 부모로서의 적개심 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소녀의 어머니는 나에게 “더 합의를 진행할 가해자가 남아 있느냐? 돈을 빨리 받게 해 달라”는 말을 계속하였다. 나로서는 그 어머니가 부모로서 어린 딸을 방임하고도, 결과적으로 본인이 형사 합의금을 챙기는 것 같아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분노와 역겨움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피해 소녀와 부모의 관계 등 가정 일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통상의 성범죄 피해자 부모들의 행동의 틀을 이 소녀의 어머니에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적어도 12살 밖에 되지 않는 피해 소녀가 많은 비행과 탈선을 저지르고 있다면, 부모로서 그 원인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여린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비정한 부모 밑에서 자란 한 아이의 불행을 목도하는 것 같아 너무도 안쓰럽다.
☞홍광우는?
=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및 형사전문변호사다. 현재 서귀포경찰서에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시민위원, 선도심사위원회 전문위원, 수사민원 상담센터 법률상담 변호사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서귀포시교육청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위원, 서귀포지역 건축사회 법률자문위원회 위원, 서귀포시 노인복지관 고충처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