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등록 차량이 인구를 초과하여 70만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당연히 주차문제가 심각하다. 주차장의 규정을 잘 지키고, 주차 자리가 없으면 거리가 좀 멀더라도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몸 조금 편하자고 무단주차 또는 얌체주차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참 괘씸하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견인차를 불러 치워버리고 싶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무단주차, 얌체주차를 한 차량이라 해도 함부로 조치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주차금지’라고 쓴 종이를 차량에 접착제로 붇인 사람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검찰은 승용차 앞유리에 ‘주차금지, 외부인, 번호 적으세요’라고 쓴 후 접착제로 붙인 행위가 차주의 재물을 손괴했다고 판단하고 행위자를 재판에 넘겼다. 차량 수리비는 212만 원 가량이라고 봤다.
결과적으로 재물손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다만, 피해자가 수리업체에서 견적서만 받고 차를 수리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여 212만 원 상당의 수리비는 인정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주차장 관리를 위하여 종이를 붙였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하였지만, 재판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동차 앞유리에 이물질을 사용해 떼어내기 어렵도록 종이를 붙인 것은, 시야를 가려 자동차의 효용을 해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손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차장 관리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하다. 그럼 무단주차 차량에 대하여는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위 판결을 들여다보면 통상적으로 붙이는 스티커가 아닌 다용도 접착제를 사용했다는 점이 피고인에게 조금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쉽게 떼어낼 수 있는 부착물을 붙였거나, 와이퍼를 살짝 들어 종이를 끼워두었다면 판결의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조치로 차주가 다시는 무단주차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무단주차, 얌체주차로 인해 고통받는 입장에서 참 속상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괜한 주차문제로 비롯된 수사기관의 조사와 재판을 받는 수고에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진행될 여지도 있다.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을 감수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면, 섣불리 차량에 손대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주차문제는 해결하기 쉬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관련 법령의 세세한 정비와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의 구축 등 사회 전반적인 노력도 필요하고, 구성원들이 인식도 제고되어야 하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임이 틀림없다.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언젠가 주차문제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