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집안 재산 대부분을 상속받고, 딸들은 출가외인이니 상속은 꿈도 꾸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대는 바뀌었고, 법률 또한 공동상속인들이 모두 균분으로 상속받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그러나 상속에 대한 인식과 관련 법규 사이에 있는 거리감으로 인하여 상속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사실 형제자매들 간의 노고를 서로 인정하고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에 대한 협의를 원만하게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오랜 기간 직접 모시며 애쓴 자식과 타지에 산다는 핑계로 1년에 한 번 겨우 찾아뵙는 자식이 무조건 똑같이 상속을 받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근거도 없이 억지를 부리며 제멋대로 하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협의가 된다.
문제는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라도 협의에 응하지 않는 경우다.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막무가내로 난장판을 만드는 경우, 법정상속분에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경우 등 오만가지 사례가 있다.
당사자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때는 법률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법대로’ 하더라도, 모든 경우가 어렵고 힘들지는 않다. 단순히 균분하여 상속받게 되는 상황은 누군가 불합리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오래 걸리거나 복잡한 절차가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동상속인들 모두가 단순히 균등하게 상속받는 것을 거부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 일부에게 준 재산도 상속재산에 포함해야 한다거나, 고인이 유언을 남겼다거나, 평생 남처럼 살아온 형제에게는 상속재산을 줄 수 없다거나 하는 사정이 있다면 법원을 통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
사전증여, 기여분 등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등장하고, 유언의 효력에 대한 치열한 다툼이 시작된다. 재판의 난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재판 기간도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당연히 필요한 변호사 보수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상속으로 인한 법적 분쟁을 겪는 가족들의 공통점이 있다. 가족 간에 돌이킬 수 없는 감정의 골이 생긴다는 것이다. 정당한 내 상속분을 찾기 위하여 시작한 분쟁이 나중에는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같은 피를 나눈 가족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서로를 증오하고 적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족 간의 사이가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지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그에 대한 대가는 아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과정에서 부수되었던 고액의 보수가 마냥 달가울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풍요만이 우리가 추구하여야 할 가치는 아닐 것이다. 만족스럽지 않을지라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협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신속한 해결방안이다.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