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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길 가는 그대의 물음' ... 제주문화이야기(41) 섬, 흐르는 시간 속에서 ②

 

우리의 일상이란 그대로 삶을 말한다.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지나가는(흐르는) 보통 평범한 삶 말이다. 대다수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지나가는 삶이 있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우리들 살아가는 이유가 그냥 흐르는 시간 같지만 각각의 개인에게는 작은 의미든 거창한 의미든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다. 삶은 목적 그 자체다.

 

누구는 꽃을 좋아하고 여행을 사랑하며, 산책을 즐긴다. 혹은 취미에 몰두하고, 생업에 매달리면서 하루하루를 뿌듯하게 보내기도 한다. 사실 평범하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평범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모두의 삶이 다르듯 살아가는 방식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삶이 다름은 목적도 행위도 다르다는 말이다.

 

우리가 평범하다는 삶에 대해 의심한 적이 있었는가? 살아간다는 것은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일 뿐이다.

 

일상의 나를 보자. 습관, 취향, 지향하는 목적, 버릇, 입맛, 기호, 외모, 성격, 피부색 등 수 십억 인간이 있어도 어떤 식으로든 다 다르다. 나는 살아온 경험도 다르고 부모도 다르다. 오히러 내가 '상대방과 같은 것이 무엇일까?'하고 반문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일상에서 개개인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나의 실체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 그래서 우리 모두의 삶이 같다는 이데올로기를 믿고 살았다. 물론 세상은 온갖 이념에 갇혀 있지만 그것도 그대로의 삶의 모습이다.

 

시간은 오로지 대상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서야 알 수 있는 수수께끼이다. 보이지 않고 신비로운 것이 시간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자연의 본질로 봐야 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있는 것, 세월, 과거, 주름, 성장, 늙음, 죽음 등 모두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우리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면서 아쉬운 것들을 떠올린다. 때로 주어진 삶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잘하리라는 각오도 다진다. 시간은 생로병사의 집행자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타고 사는 우리는 공간마저도 서서히 변화하는 것을 잊는다. 지리학에서 말하는 '풍경의 기억 상실'이라는 개념처럼 서서히 변해가는 장소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자신이 사는 곳이 급변해버린 사실을 알고는 당혹해 한다.

 

그렇다. 모든 것이 서서히 변하면 우리는 그것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의 얼굴이 바로 그런 대상이 된다.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알기까지는 큰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성장 과정의 사진처럼 실제 비교할 수 있는 증거들이 있을 때 비로소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마음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늘 그대로의 생각으로 살아가게 한다.

 

‘나’라는 우리의 하루는 시간을 보낸다는 말로서 생활을 이야기할 것이다. 시간을 보낸다는 말에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나의 하루를 보면, 하루라는 말도 시간의 개념인 것이다. 

 

하루는 편의상 아침, 낮, 저녁, 밤으로 구성된다. 낮과 밤도 지구의 자전으로 생기고, 열두 달 사계절도 지구의 공전으로 생기고 있어, 시간이 우주의 원리를 따르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인생이 허무할 수도 신비롭게도 느껴질 것이다. 우리 생명도 시간의 결과로서 살아있고, 살기 위한 행위들 모두가 자기 생명을 존속시키기 위한 시간 싸움이 되며, 일상 또한 시간 안에 놓인 사람들의 무대가 된다.

 

우리의 일상은 시간과 공간을 통해 감지된다. 공간이 없으면 시간도 없고, 그 반대로 마찬가지이다. 존재자인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통합된 관계에서만 삶이라는 의미가 성립된다. 그러니까 존재자의 시간은 공간에서만 발견되는 것이다.

 

일상은 바로 시간이 공간에, 공간이 시간과 함께 존재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우리의 삶은 시공간의 통일에서 일어나는 개별 존재자의 ‘아주 특별한 경험’인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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