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제주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5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제주에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지난 4일부터는 남부를 제외한 제주도 전역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사흘째 계속되는 궂은 날씨로 제주 곳곳에서 차량과 보행자의 빙판길 사고 등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9시 6분과 9시 12분 제주시 용담동에서 빙판길을 걷던 시민 2명이 넘어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오전에는 제주시 연동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이 미끄러져 펜스를 들이받았고, 아라동에서 주행중인 차량이 미끄러져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미끄러짐 사고 4건을 포함해 기상 관련 신고 7건이 접수됐다. 도로 곳곳도 통제됐다. 이날 오전 8시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도로인 1100도로와 5.16도로는 통제됐다. 또 비자림로와 제1·2산록도로는 대형과 소형 차량 모두 월동장구를 갖춰야 운행할 수 있다. 첨단로도 소형차량은 월동장구를 갖춰야한다. 기상청은 "오늘 산지를 중심으로 시간당 3∼5㎝의 많은 눈이 내리면서 대설특보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겠다"며 "눈이나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로 벌점을 받았을 경우, 일정 교육을 통해 벌점을 감경받을 수 있는 운전면허 벌점감경 교육이 운영된다. 매월 첫 번째 월요일에 한국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5일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점을 받은 운전자가 면허 정지처분으로 인한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운전면허 벌점감경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운전면허 벌점은 공단 안전운전 통합민원 홈페이지(www.safedriving.or.kr) 또는 국민은행 KB스타뱅킹 앱을 통해 조회할 수 있다. 교육 신청도 가능하다. 운전 중 신호위반과 우회전 일시 정지를 위반할 경우 15점, 중앙선 침범은 30점의 벌점이 부과된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내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벌점이 2배 적용되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벌점이 40점을 초과하면 운전면허가 정지돼 최소 한 달 이상 운전을 할 수 없으므로 사전 관리가 필수적이다. 운전면허 벌점감경 교육은 전국 23개 교통안전교육장에서 받을 수 있다. 제주도민은 노형동 한국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에서 수강할 수 있다. 교육 과정은 모두 4시간이다. 최신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 사례 등 안전운전에 필요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수강료는 3만2000원이다. 이 교육은 1년에 1회만 수강할 수 있다. 이수 시 최대 20점까지 벌점이 감경된다. 다만, 벌점이 40점을 초과한 경우 교육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주지부에서는 매월 첫 번째 월요일 오전 10시에 교육이 열린다. 이민정 한국도로교통공단 제주지역본부장은 "지난해 제주지부에서 116명의 운전자가 벌점감경 교육을 받았다"며 "운전자들이 안전운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교육을 통해 자신의 운전 습관을 되돌아보고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지난해 제주 골프장 이용객이 전년에 이어 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제주도에 따르면 2024년 제주 골프장 이용객은 234만7710명으로 집계돼 2023년 241만5970년보다 2.8%(6만8260명) 줄어들었다. 도내 이용객은 전년 99만9001명보다 4.2%(4만2152명) 늘었다. 하지만 주요 고객층인 다른 지역 또는 외국인 이용객은 전년 141만6969명보다 7.8%(11만412명)나 감소했다. 제주 골프장 이용객은 2019년 209만351명으로 처음 200만명을 넘어선 뒤 코로나19 때 크게 늘어 2020년 238만4802명, 2021년 289만8742명, 2022년 282만2395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던 제주 골프장 이용객은 코로나19가 종식된 2023년 241만5970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도 234만7710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주 골프장들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혀 내국인 골프 수요가 몰리자 '제주 프리미엄'을 강조하며 골프장 이용료 등 요금을 대폭 인상하고 도민 할인 혜택을 줄였다. 하지만 이는 엔데믹 이후 고스란히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항공료와 숙박비까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제주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수도권이나, 비슷한 수준인 동남아나 일본 등 해외로 나가는 발길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는 지난해 4월 제주 골프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도민 전용 할인요금, 계절 할인 제도 운용 등 다양한 할인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골프업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주 관광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특수가 이어질 당시 요금을 올리고 도민할인 혜택까지 없앴지만 많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서비스는 오히려 낮아졌다"며 "선택지가 많아진 상황에서 제주 골프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이미지 개선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신임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에 박명종(61) 후보자가 당선됐다. 제주도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일 치러진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 보궐선거에서 전체 유효투표수 2570표 중 1337표(52.02%)를 얻은 기호 1번 박명종 후보자가 당선됐다고 5일 밝혔다. 서귀포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위탁관리한 이번 선거는 모두 3083명의 선거인 중 2574명이 참여해 83.4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기호 2번 김법수 후보자는 260표(10.11%), 기호 3번 현승민 후보자는 973표(37.85%)를 득표했다. 성산일출봉농협 과장을 지낸 박 신임 조합장은 현재 제주성산포라이온스클럽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선된 박명종 조합장의 임기는 당선인으로 결정된 때부터 전임자의 잔여임기 기간인 2027년 3월 20일까지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2005년 1월27일 제주는 '세계평화의 섬'이란 간판을 달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일이다. 참혹했던 1948년 4·3의 비극의 뒤안길에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 노무현 정부는 줄기차게 논란이었던 제주해군기지 문제도 매듭지었다. 2007년 제주 강정항에 '민·군 복합항'이란 이름의 해군기지 조성을 결정했다. '한반도 병참기지화'란 반발과 '한반도 남방 대양해군의 거점'이란 청사진이 맞붙는 시련의 세월이 또 찾아왔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올해 2월 3일 강풍이 몰아치던 서귀포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는 '기동함대사령부 창설 반대', '제주를 화약고로 만드는 행동을 멈춰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해군기지 앞에서 울려 퍼지는 구호는 '평화의 섬' 제주가 다시 한번 군사적 긴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날 제주해군기지에서는 해군의 오랜 숙원이었던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식이 열렸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해상 교통로를 보호하며, 대한민국의 해양 권익을 수호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명분이 따랐다. 제주는 2005년 1월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세계평화의 섬'으로 공식 지정됐다. 제주 4·3의 아픔과 분단의 역사를 지닌 이곳을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정부와 도는 평화포럼 개최, 국제평화센터 건립, 유엔 및 국제기구 유치 추진 등 다양한 평화사업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이후 해군기지 건설은 줄곧 논란의 불씨가 됐다.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은 해군이 36년 동안 추진해온 숙원 사업이었다. 1989년 해군 전략목표기획서에서 처음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1995년 안병태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대양 해군 건설'을 언급하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이 ‘해군력 개선계획’을 승인했고, 2010년 2월 1일 제7기동전단이 창설되면서 기동함대사령부의 기반이 마련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올해 2월 1일 기동함대사령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날 양용모 해군 참모총장이 주관한 창설식에는 오영훈 제주지사를 비롯해 주요 인사와 기동함대사 장병·군무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양 총장은 축사에서 "기동함대사령부는 북한 도발을 해양에서 강력히 억제하고 대응하며 가시화되고 있는 잠재적 위협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중심 부대"라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국가가 부여한 임무를 달성하는 것이 기동함대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김인호 초대 기동함대사령관은 "기동함대는 국민에게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나 대한민국의 주권과 해양권익을 보호하는 핵심 기동부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유사시 압도적 전력으로 전승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기동함대사령부는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을 비롯해 구축함 10척과 군수지원함 4척으로 구성된다. 특히 정조대왕함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과 요격 능력을 갖춘 8200톤급 구축함으로 유사시 북한 전역의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MH-60R 시호크 해상 작전 헬기까지 탑재하며 대잠 작전 능력도 강화됐다. 해군은 기동함대사령부가 북한의 도발을 해양에서 강력히 억제하고, 잠재적 위협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중심 부대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보였다. 특히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 대량응징보복 체계(KMPR)로 구성된 3축 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날 해군기지 앞에서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강정친구들,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정의당 제주도당 등 여러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제주를 동북아의 화약고로 만드는 기동함대 창설을 즉각 중단하라", "제주는 비무장 평화의 섬이다", "제주해군기지를 즉각 폐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 탄압과 강정마을 공동체 파괴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평화의 섬 제주가 허울뿐인지는 오래됐지만 이번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은 명확히 그 이름에 역행하는 행보임을 경고한다"며 "제주도민들은 제주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한화시스템 우주센터 및 제주 일부 지역의 레이더 기지 건설을 두고 제주도의 군사기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위 참가자는 "제주해군기지가 폐쇄되지 않는 한, 제주는 끊임없는 군사시설 확장의 위험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제주도민의 삶 전체가 미국과 군대의 식민지로서 저당 잡힐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은 동맹국 간 핵 전쟁 훈련의 규모와 강도를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며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이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평화의 섬 20주년을 맞아 "제주를 평화를 향한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평화 향유의 터전이자, 역동적인 평화 플랫폼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현실을 두고 시민사회는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먼 훗날 제주는 과연 '세계평화의 섬'으로 남을까? 아니면 진정 우려하듯 '군사적 요충지'로 전락할까? 안보와 평화는 진정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가치일까? 20년이 흘러도 그 답을 찾는 건 아직도 요원하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포트홀(도로 파임)을 찾는 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 5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올해 1억원을 들여 제주형 디지털 도로 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보수·제설차량 등 공용차량에 AI 도로 분석장치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도로 위험 정보를 수집하고 포트홀을 선제적으로 발견, 즉시 대처해 체계적으로 도로 관리를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도는 또 포트홀 발생이 우려되는 해빙기를 맞아 도·행정시·읍면동 전담팀을 구성하고 해빙기 도로 포트홀 긴급점검·보수 추진계획을 세워 이달 중 포트홀과 도로시설물 집중 정비에 나선다. 전담팀은 긴급조사반 52개반 81명, 복구반 15개반 55명으로 구성됐다. 현재 도가 관리하는 포장도로는 2896㎞로 이 중 지방도는 710㎞, 시도와 농어촌도로는 2186㎞다. 전담팀은 도 전역 포장도로의 포트홀, 균열, 침하 구간과 정비가 필요한 도로 안전 시설물(중앙분리대, 가드레일, 반사경, 충격완화시설 등)을 전수 조사하고, 민원이 접수된 사항은 긴급 복구한다. 지난해에는 지방도 18개 노선에서 포트홀이 모두 1859곳 발생했고, 포대아스콘 1315포를 사용해 복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는 올해 산림청 국비 40억원을 투입해 제주시 조천(선흘)·한경 곶자왈지역으로 생태등급 1~2급지 및 산림청 국유림 연접지를 매수한다고 5일 밝혔다. 도는 산림의 공익기능 확보와 주요 자연자산인 곶자왈지역의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위해 2025년 사유림(곶자왈)매수 사업을 추진한다. 매수 가격은 감정평가업자 2인의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한 금액으로 결정된다. 매수 후에는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와 협의를 거쳐 시험림으로 지정·관리할 예정이다. 신청 접수는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28일까지 1차, 다음달 1일부터 4월 30일까지 2차,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3차로 나눠 받는다. 추진 상황에 따라 조기 종료되거나 접수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제주도 누리집 공고문(공고 제2025-228호)을 참고하거나 도 산림녹지과(064-710-6457)로 문의하면 된다. 도는 2009년부터 시작한 곶자왈 매수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607억원을 투입해 536㏊를 매입했다. 지난해만 44억원을 투입해 제주시 저지·선흘리 일대 14ha를 매입했다. 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돌무더기(암괴) 지대에 다양한 식물이 군락을 이룬 곳이다. 지하로 흘러드는 지하수의 원천이자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다.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된 제주어로, 곶은 숲을 뜻하며, 자왈은 '덤불'을 의미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도내 전지역 한파와 폭설로 5일 출근시간대 대중교통 이용객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노선버스를 조정해 운행한다. 제주지방기상청은 대설특보를 발효한 가운데 5일 새벽부터 산지를 중심으로 시간당 3~5cm의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으며, 6일 오전까지 해안가 일부지역에서도 1~3cm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에 도는 5일 출근시간대 이용객이 많은 5개 노선에 버스 6대를 추가로 투입해 버스 운행 횟수를 늘릴 예정이다. 311번(함덕 오전 7시 15분 출발~한라수목원) 1회, 312번(한라수목원 오전 7시 30분 출발~함덕) 1회, 315번(수산 오전 7시 10분 출발~국제여객터미널) 1회, 325번(함덕 오전 7시 20분 출발~한라수목원) 1회, 415번(한라수목원 오전 7시 35분 출발~국제여객터미널, 국제여객터미널 오전 7시 30분 출발~한라수목원) 2회 등이 추가로 운행된다. 현재 도에서는 대중교통 비상대응체계가 가동 중이다. 김태완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폭설과 한파로 도민들이 출근 시 겪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선버스를 조정했다”면서 “도민들의 안전을 위해 대중교통 비상대응체계를 철저하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전역에 많은 눈이 내려 해안까지 적설이 이어지면서 차량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일부 도로에서는 눈길 미끄러짐 사고도 벌어졌다. 4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1시 기준 도내 주요 지점의 24시간 최심신적설 현황은 ▲한라산 사제비 7.5㎝ ▲어리목 6.7㎝ ▲삼각봉 3.9㎝ 등을 기록했다. 중산간 지역에서는 ▲가시리 11.7㎝ ▲산천단 7.3㎝ ▲한남 7.2㎝의 적설량이 확인됐다. 해안 지역도 ▲표선 7.2㎝ ▲성산수산 3.6㎝ ▲성산 3.0㎝ 등으로 눈이 쌓였다. 적설량이 늘어나면서 도로 곳곳에서 차량 미끄러짐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4일 새벽 6시 9분 제주시 연동의 한 도로에서 이동 중이던 승용차가 미끄러져 인도를 지나 가건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오전 11시 32분에는 제주시 아라동의 비교적 고지대에서도 차량 미끄러짐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오는 6일 오전까지 강약을 반복하며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5일 새벽에는 산지를 중심으로 시간당 3~5㎝의 강한 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어 대설특보가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최신 기상 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제주공항에는 강풍 특보와 급변풍(이·착륙) 특보가 발효된 상태다. 다만, 4일 오후 1시 기준 제주공항의 기상 악화로 인한 결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광주·군산 등 도착 공항의 기상 악화로 항공기 12편이 결항되면서 운항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관계자는 "기상 악화로 인한 추가적인 결항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용객들은 항공편 운항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고 공항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올해 1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4년 만에 1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3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제주를 찾은 내·외국인은 98만152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5만4690명보다 6.9%(7만3169명)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1월 46만8016명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이 기간 외국인 관광객은 늘었지만 내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전체 관광객 감소의 요인이 됐다. 지난 1월 한 달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잠정 12만1308명으로 지난해 10만1143명 대비 2만165명(19.9%) 늘었다. 반면 내국인은 86만213명으로 지난해 95만3547명과 비교해 9만3334명(9.8%)이나 줄었다. 최근 3년간 1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2022년 117만802명, 2023년 103만2565명, 2024년 105만4690명 등이다. 제주도관광협회는 "국제선 운항이 늘고 중국 최대 명절 춘절이 겹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났지만 국내선 운항은 줄고 긴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택한 수요가 많아 내국인 관광객은 감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 제주도립미술관은 제4회 제주비엔날레 협력 전시인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서양미술 400년, 명화로 읽다’가 지난 1일 일일 관람객 1363명의 기록을 달성하면서 누적 관람객 3만명을 돌파했다고 5일 밝혔다. 일일 입장객 1363명의 기록은 2007년 제주현대미술관이 개관한 이래 일일 관람객 최다 기록이다. 이번 전시는 제주도립미술관과 문화콘텐츠 전문기업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서는 서양미술의 거장 89명의 작품 143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예술 현장과 함께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네덜란드 회화의 황금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미술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 혁명까지 △인상주의를 중심으로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20세기 컨템포러리 아트 등으로 시대별로 구분돼 소개된다. 이와 함께 주요 출품 작가의 작품을 별도의 체험 공간에서 색칠해 볼 수 있는 ‘컬러링 체험’과 전시 출품작인 클로드 모네의 ‘봄’을 모티브로 한 포토 부스를 야외 공원에 설치해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전시기간은 다음달 30일까지다. 제주도민은 관람료가 50% 할인된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현대미술관 누리집(https://www.jeju.go.kr/jejumuseum/index.ht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제4회 제주비엔날레와 연계한 이번 전시가 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를 통해 도민과 관광객분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청년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최대 40만원까지 지원하는 '청년 이사비 지원사업'을 본격 시행한다. 제주도는 청년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월부터 '청년 이사비 지원사업'을 본격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이 사업은 청년원탁회의를 통해 도입된 정책이다. 지난해 283가구에 모두 1억원을 지원했다. 가구당 평균 지원금은 약 35만원으로 집계됐다. 지원 대상은 올해 1월 1일 이후 도로 전입했거나 도내에서 이사를 한 후 전입 신고를 완료한 19~39세 청년이다. 또 가구당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의 무주택자여야 한다. 지원은 2년에 1회씩 최대 3회까지 가능하다. 지난해 지원을 받은 경우 올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선정된 가구는 사다리차 이용비, 이사업체 포장·운반비, 입주 청소비 등 이사 관련 비용을 실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단, 개인 간 계약·거래 및 생필품 구매 비용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금액은 최대 40만원이다. 신청은 다음달 3일부터 정부24(https://www.gov.kr)에서 온라인으로만 접수할 수 있다. 신청자가 많을 경우 접수 완료 순서(제출서류 구비 완료 기준)로 지원금이 지급된다. 예산이 소진되면 조기 마감될 수 있다. 신청자는 이사비용 증빙서류(견적서·영수증 등)와 함께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임대차계약서, 통장사본,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 및 소득 관련 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 양창훤 제주도 건설주택국장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만덕기념관이 다음달 30일까지 기획전시 '김만덕기념관의 나눔 이야기'를 펼친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그림으로 만나는 김만덕 이야기'를 주제로 김만덕의 생애를 재조명한다. 2000년 제주시에서 주최한 ‘김만덕 일대기 그림 응모작’에 선정된 강부언 작가의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한국화 작품을 통해 김만덕의 삶과 나눔의 정신을 쉽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작가가 직접 밝힌 창작 뒷이야기들을 함께 볼 수 있다. 작품은 디지털 프린팅 작품과 원화(만덕-금강산에 다녀오다)가 함께 전시된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꿈꾸는 아이들의 나눔 이야기'를 주제로 청년작가 박주애의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실 한편에는 기념관을 방문했던 어린이 관람객들이 남긴 메시지를 소개하며, 관람객이 직접 올해의 소망 메시지를 작성해볼 수 있는 참여형 전시로 꾸며졌다. 강부언·박주애 작가는 각각 1995년, 2013년 제주도 미술대전 대상 수상 작가다. 관람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김만덕기념관 홈페이지(http://www.mandukmuseum.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영진 김만덕기념관 관장은 "김만덕기념관은 산지천과 탑동 주변의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어 관광객과 도민이 가볍게 발걸음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며 "올해는 어린이를 중심으로 체험이 어우러진 교육프로그램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남녀노소 모두가 나눔의 가치를 체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만덕기념관은 조선 후기 제주 출신 여성 상인 김만덕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자 2015년에 설립된 국내 첫 나눔문화전시관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거상으로 성장한 동시에 자선가이자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선구적 인물인 김만덕의 나눔 정신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한 중국 어선 5척이 적발됐다.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전 마라도 남동쪽 48∼61㎞ 해상에서 경제수역어업주권법(EEZ법) 위반 혐의로 중국 저장성 온령 선적 A호(212톤)를 비롯한 중국 어선 5척을 나포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 어선은 허가받은 어획량을 초과해 조업한 뒤 비밀 어창에 숨겨 조업일지에 기록하지 않는 수법으로 조기와 병어 등 1568㎏을 불법으로 잡은 혐의를 받았다. 해경은 EEZ법에 따라 해당 중국 어선 5척을 나포한 뒤 담보금 4000만원씩 2억원을 현장에서 납부받고 선원 등을 석방 조치했다. 서귀포해경은 "중국 어선들이 비밀어창을 운영할 경우 어획 할당량을 초과해 어획할 뿐만 아니라 포획금지 어종이나 치어 등 무분별한 불법어획으로 우리 수역 내 수산자원의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서귀포해경은 올해 불법 외국 어선 8척(무허가 2척, 제한조건위반 6척)을 나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인구소멸 위기와 경제침체에 직면한 추자도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경유형 관광'에서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4일 강연실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추자도의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추자도는 1991년 4708명이던 인구가 2023년 1573명으로 급감했다. 고령화율도 39.8%에 달하면서 도내에서 가장 심각한 인구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로 인한 수산업 침체까지 겹치면서 지역경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4~5월에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이 하루 1회만 운항하면서 주민들의 생활 불편이 가중되고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에서 제주연구원이 관광업체 대표, 공무원, 지역 주민 대표, 전문가 등 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 조사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개선 분야는 '교통 인프라(2.457점/5점 만점)'와 '관광 육성 정책·지원(2.6점/5점 만점)'으로 분석됐다. 또 BC카드 데이터 분석 결과, 추자도를 방문하는 관광객 유입이 지역 내 실질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는 방문객이 단순한 '경유형 관광'에 머물고 있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 부연구위원은 추자도의 경험 가치를 높이고,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관광자원·인프라 확충 ▲교통 접근성 개선 ▲특화 관광상품 개발 ▲방문객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전략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여객선 운항 안정화 ▲빈집 등 유휴시설을 활용한 관광 인프라 조성 ▲가칭 ‘추자사랑쿠폰’ 도입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강연실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추자도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지역사회의 협력과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추자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요즘 들어 어머니의 식사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입에 잔뜩 밥을 물고도 숟갈을 들어서 다시 집어넣으려 하신다. 허겁지겁 서두르는 모양새가 몹시도 배고픈 아이를 연상케 한다. 식탐이 느신 게다. “어머니 밥을 이추룩 잘 드시민, 앞으로도 오래오래 살아지쿠다, 예?”라고 추켜세워드리면, “게메게(그러게 말이다). 돌아오멍 살아짐직 허다 이!”라며 빙그레 웃으신다. 만족스러운 표정이 천상 어린애를 닮았다. 그러고는 정색하고서 뱉으시는 말씀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조반 잘 먹어사 호루 종일 일해여!”. 아, 어머니는 103세의 아침에도 밭에 가서 할 일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인가 보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놈은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라는 조선시대 남구만의 시조가 상기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치매증세가 그전보다 나아진 건 아니다. “정옥아 이리 와보라. 괴기가 딱 붙언 아니 떨어졈저게!” 무슨 일인가 해서 달려가 보면, 스웨터의 단추를 붙잡고 쩔쩔매고 계신다. 아, 어머니 눈에 드디어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 게다. 어쩌면 바다에서 물질을 할 때 소살로 생선을 쏘아 망실이에 집어넣었는데, 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계엄 쇼크’는 훨씬 심각했다. 비상계엄 여파와 건설경기 부진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경제가 직전 분기 대비 0.1% 성장에 그쳤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11월 전망치(0.5%)보다 0.4%포인트 내려갔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2.0%에 그쳤다. 이 또한 한은 전망치(2.2%)보다 0.2%포인트 낮다.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등 정치 리스크가 경제성장을 갉아먹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 저성장이 끝이 아니란 점이다. 체감경기와 경제심리가 갈수록 악화하고 대외환경도 사면초가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61로 지난해 4분기(85) 대비 24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3분기(55)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한은이 조사한 1월 전全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도 85.9였다. 계엄 사태가 터진 지난해 12월 87.3으로 뚝 떨어진 뒤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다. BSI와 CBSI 모두 기준선 100을 밑돌수록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1.9%로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도 1.6~1.7%로 낮출 태세다. 이
아마도 미국을 혐오하는 어느 집단의 강력한 ‘전자기 펄스 폭탄(Electromagnetic Pulse Bomb)’ 공격쯤으로 짐작되는 테러를 당한 미국의 모든 인터넷 시스템이 붕괴된다. 전자기 폭탄의 충격은 인간들의 전자기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내재된 방향감각기능까지 교란한다. 미국 남부 마이애미에나 있어야 할 플라밍고들이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의 수영장에 날아와 옹색하게 헤엄치고, 북부산림 속에 있어야 할 사슴 가족이 아만다의 펜션을 기웃거린다. 아만다의 펜션에 처음 등장한 3마리의 사슴 가족은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아만다의 가족도 정원에 나타난 사슴 가족을 사랑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숨죽이고 바라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수가 수백 마리로 늘어난다. 진영을 갖춘 ‘사슴 집단’의 모습은 결코 사랑스럽지도 흐뭇하지도 않다. 그저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묘한 것은 사슴들의 ‘표정’도 처음 3마리였을 때와는 판이하단 점이다. 더 이상 조심스러워하지도 않고 인간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그 표정들이 뻔뻔하고 흉흉하고 공격적으로 바뀌어있다. 사슴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순하고 겁먹은 듯한 커다란 눈망울은 ‘집단광기(collective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의 가족은 인터넷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연결고리’와 단절된다. 비행기가 해변에 추락하고, 수백대의 ‘자율주행’ 테슬라들이 공장에서 뛰쳐나와 한 방향으로 질주하다 꼬리를 물고 추돌한다. ‘연결’의 단절과 거기에서 비롯된 혼란은 인간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연결이 끊기자 모든 게 혼란스럽다. 숲속에 있어야 할 사슴들마저 방향을 잃은 채 아만다의 펜션에 몰려든다. 플로리다에나 있어야 할 플라밍고 떼도 아만다의 수영장에서 어리둥절하게 헤엄친다. 급기야 하늘에서 아랍어로 ‘미국에게 죽음을’이라고 쓰인 ‘삐라’가 눈처럼 쏟아진다. 아만다 가족의 불안과 공포는 극에 달한다. 그들은 이 모든 사태가 9‧11 테러처럼 미국을 증오하는 세력이 감행한 공격이고, 미국 정부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 공포의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유리에 금이 갈 정도의 강하고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덮친다. 모두들 귀를 막고 쩔쩔맨다. 몇 초 만에 소리는 사라졌는데, 13세 아들 아치에게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한다. 두통과 거품을 물고 경련을 일으키는 발작증세를 보이다 멀쩡했던 이까지 빠지기 시작한다. 어금니를 너무 꽉 물었던 모양이다. 에스마일 감독은 소위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현재 내몽고자치구에 속해있는 포두(包頭, 바오터우)의 옛 시가지역 초시가(草市街) 북쪽에 ‘자인구(慈人溝)’라는 지역이 있다. 근 반세기 이전에는 그 지방을 ‘사인구(死人溝)’라 불렀다. 본래 관을 놓아두던 곳이었다. 많은 거지가 그곳에 구멍을 파서 모여 살았다. 그래서 점차 포두의 유명한 빈민굴로 변했다.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그곳에 범인을 잠시 구류하는 ‘흑방(黑防)’이 있었다고 전한다. 포두(包頭)에서 체포한 범인과 오원(五原), 동승(東勝), 싸라치(薩拉齊) 뒷산 지역에서 압송해 온 범인은 모두 그곳으로 이송하여 구류했다가 다시 싸라치의 큰 감옥으로 호송하였다. 포두의 흑사회 조직 ‘양산(梁山)’의 대본영 ― ‘충의당(忠義堂)’ ― 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양산(梁山)’이라는 말은 ‘쇄(鎖)’와 ‘리(里)’ 양 가문의 병칭이다. 어김없는 깡패 집단이었다. ‘쇄가(鎖家)’는 건륭 연간에 귀화성(歸化城) 공주부(公州府)에서 야경을 돌던 마삼홍(馬三紅)과 농사를 짓던 진사해(秦四海)가 창립했다고 전한다. 명나라 영락제 주체(朱棣)를 조사(祖師)로 모셨다. 마 씨, 진 씨 가문의 인원은 모두 취고수(구식 혼례나 장례식을 할 때의 악사)와 교자꾼이 골간이었다. 그들의 정상적인 생계 방식은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끌어 모으는 것이었다. 각자 활동 근거지가 있었다. 근거지를 ‘방장(方場)’이라 부르고 어느 누구도 그 경계를 넘지 못했다. 예를 들어, 포두 ‘쇄가’의 방장은 동으론 사르친(莎爾沁)진, 서로는 마지(馬池)진, 북으로는 석괴구(石拐溝), 남으로는 대수만(大樹灣)까지였다. 이것이 홍방(紅幇)의 ‘반청복명(反淸復明)’〔청나라를 몰아내고 명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움〕 의식이 유래한 항방이다. 이렇게 추측한다. “당시 옹정 황제가 자기의 통치 지위를 공고히 하려고 방회(幇會)의 ‘반청복명’의 민족혁명역량을 약화시키고 그의 종실과 가권에게 자기 의견을 알려 반대 되는 두 개의 하층 사회집단을 따로 조직하면서 분화되고 와해되었다.”〔유영원(劉映元)〕 ‘리가(里家)’의 우두머리는 처음에 북경성 팔기 중에서 가난해진 왕야(王爺) 여덟이라고 전한다. 나중에 장(張), 고(高), 한(韓) 3문으로 나뉘었다. 리가의 성원은 모두 거지였다. 「연화락(蓮華落)」을 연주하거나 「수래보(數來寶)」를 부르며 구걸하면서 곳곳을 돌아다녔다. 범염(范冉)〔범단(范丹)〕을 조사로 모셨다. ‘쇄(鎖)’, ‘리(里)’ 양대 가문은 힘을 확대하려고 ‘양산(梁山)’과 합쳤다. 쇄 가의 각 고방(鼓房) 단장 중에서 양산의 우두머리를 천거했기에 ‘충의당’은 해당 고방에 설치했다. 문 앞에 ‘대행(大行)’이라 쓴 호두패(虎頭牌)와 소가죽 채찍을 걸어두었다. 당에는 ‘쇄’, ‘리’ 두 가문의 조사를 모셨다. 우두머리가 밖을 나서면 호위가 따랐다. ‘괴정(拐挺)’이라 부르는 나무 몽둥이로 권력의 상징으로 삼았다. 평상시에는 괴정을 조사의 신탁 위에 놓아두었다. 그것을 이용하여 항방의 규칙을 집행하여 장형을 집행하기도 했다. 양산의 권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쇄가의 손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평소에 리가의 거지는 모두 주어진 세력 범위 내에서 구걸하였다. 자기 구역이 아닌 곳에서는 잔치나 장례식이 있어도 동냥할 수 없었다. 현지에서 일반 집안에서 큰일이 생길 때에는 양산 사람을 청해서(실제로는 고용) ‘준문(蹲門)’, 즉 대문을 지키고 거지들이 오지 못하게 막았다. 하루에 은화 1원이었지만 떠날 즈음에는 구걸하지 못하고 양산에 남아있던 거지에게 1원을 더 얹어 주었다. ‘준문’하는 거지와 리가 거지는 고장(鼓匠) 막에서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었을까?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탁상에 앉을 수 없습니다. 양산의 규칙을 어기게 되니까요.” 양산의 거지는 어떤 때에는 점포 취사장에게 탄 재를 퍼내주거나 개숫물을 버려주거나 하면서 남은 밥을 얻어먹었다. 생일, 회갑, 개업, 이사, 승진, 연말에 해당 집에 가서 축하노래를 불러주면 신선한 술과 음식을 얻을 수 있었다. 저녁이 되면 사인구로 돌아가 아편을 흡연하는 거지가 많았다. 평상시에 길거리에서 구걸할 때도 리가의 사람은 어렵지 않게 동냥할 수 있었다. 리가는 토비와 암암리에 결탁해 있었고 관부의 밀정노릇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거지들에게 미움을 사서 재난을 초래할까 두려워했다. 다시 말해 양산 현지는 안팎이 결탁되어 있었다. 그들은 관부에 도적을 체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훔친 물건이나 돈을 도적과 나누었다. 외지에서 포두까지 도망쳐 온, 죄를 지은 도적은 먼저 양산에 가서 등록해야 했다. 야간에 도둑질하는 거지는 ‘빨간 줄 뛰는 자’라 불렀고 낮에 도둑질 하는 거지는 ‘청색 줄 뛰는 자’라 했으며 아침과 저녁에 도둑질하는 거지는 ‘등미(燈謎)놀이1) 하는 자’라 불렀다. 야간에 도둑질할 때 망을 보며 휘파람을 부는 거지를 ‘막대에 올라간 자’라 불렀고 집에 들어가 도둑질하는 거지는 ‘못에 뛰어는 자’라 했다. 장물을 나눌 때에는 후자가 전자보다 많이 가졌다. 낮에 도둑질하는 거지는 일반적으로 4부류로 나뉘었다. 상점 소매를 터는 거지를 ‘고매(高買)’라 하고 시장 행상인을 터는 거지를 ‘노점을 쓸다’라고 불렀다. 농민의 수레, 나귀바리를 터는 거지를 ‘바퀴 굴린다’라고 하고 큰길의 행인을 터는 거지를 ‘자루 집다’라고 했다. 등록된 여러 도둑질은 이 중에 하나만 할 줄 알면 되고 양산이 지정한 지역을 벗어나서는 안 됐다. 그렇지 않고 규칙을 위반하다가 거리에서 구걸하는 거지에게 발견되면 윗선에 보고되고 양산에서는 곧바로 사람을 보내 체포했다. 경범(예를 들어 초범)이면 곤장을 맞는 선에서 끝나지만 누범자는 사라치(薩拉奇)의 큰 감옥으로 보내졌다. 도둑이 현지에 발을 붙이려면 반드시 양산 기준에 맞는 약속을 받아들여야 했다. 도둑질한 장물은 3일 이내에는 마음대로 처분해서는 안 됐다. 잃어버린 물건이 지방 세력자의 것이면 양산에서 분실물을 찾아내어 돌려줘야하는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물을 판 후에는 30%를 꼭 양산에 헌납해야 했다. 이후에 우두머리가 경찰과 개인적으로 나누어 가졌다. 양산에 속한 거지 중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었다. 권법이나 봉술을 하는 사람, 본바닥 불량배 등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인간들은 다 모여 있었다. 당시의 공업계, 상업계, 경찰도 그 강호 세력이 현지 치안을 유지하는 것을 기꺼이 이용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밤에 포두 전 지역의 순찰과 야경을 책임졌다. 밤에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행인을 단속하고 심지어 체포할 수도 있었다. 성을 지키는 병사가 도박하려고 성 밖으로 나갈 때에는 성문의 열쇠를 그들에게 맡기기도 하였다. 그들도 야간을 이용해 성문을 열고 행상의 통행을 허가하면서 이익을 취하기도 하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등미(燈謎), 타호아(打虎兒), 문호(文虎)라고도 하는데 음력 정월 보름이나 중추절 밤, 초롱에 수수께끼의 문답을 써넣는 놀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북경의 ‘강방(杠房)’ 업종은 한때 흥성하였다. ‘강방’이란 전문적으로 장례(葬禮) 의장(儀仗)을 세주는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어 관을 덮는 수놓은 단자 덮개, 의장대용의 길을 여는 징, 우산, 부채, 깃발, 패, 수레, 가마 등을 빌려 주었다. 그와 동시에 의례하고 관을 메고 의장을 드는 인원을 대신하여 고용하기도 하고 관을 짜는 데에 필요한 목재 등 필요한 물품을 대신 구매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강방은 장례를 청부 맡아 처리하는 전문 직업이었다. 관을 메고 의장을 드는 것과 같은 막일은 비록 당시에 대단히 중히 여기는 의식 중 하나였기는 했지만 결국은 비천한 일에 속했다. 그래서 거지에게 임시로 일하여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때의 품삯은 행하(行下)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방에 교부하는 금전을 빼더라도 평상시에 구걸하는 금전보다도 많았다. ‘효자(孝子)’에 충당되어 길을 따라가면서 지전을 뿌리기도 했다. 그래서 강방은 또 ‘화자두(化子頭)’라는 명칭이 붙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 “실제로 북경의 이른바 화자두는 몇 푼 안 되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었다. 북경에서 과거에 푼돈을 구걸하는 것은 대부분 외지에서 온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겨울이 되면 올라와 적은 돈을 구걸해 갔다. 봄철에는 고향으로 내려가 목돈을 벌 수 있었다. 진정한 북경 토박이 화자두는 패거리를 이루어 대놓고 구걸했다. 그러한 사람들을 ‘간상인(竿上的)’이라 통칭했다. 노동력을 팔려고 하면 개인은 방법이 없었다. 항방에 가입해야 했다. 먼저 ‘간자(竿子)’에게 절하고 ‘간상(竿上)’에 가입해야만 나중에 일이 있으면 일을 맡겼다. 돈을 벌면 먼저 일정한 비율을 떼야했고 동시에 우두머리가 명령하면 반드시 따라야 했다. 민국 이후에 ‘간상인’의 세력은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강방의 업종에서 행했던 관을 메는 사람과 의장을 드는 사람은 여전히 구시대의 유풍이 되어 행해졌다. 현 중국이 성립한 이후에야 정부는 그런 노동인민을 조직하여 장례업 공회에 가입시켰다. 일이 있으면 돌아가면서 출근하고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했다. 노임도 강방과 협상한 후에 결정하였다. 나중에 그런 사람들은 모두 정식적으로 기중(忌中)조직에 가입하였다.”〔장관정(張官鼎)〕 옛날에 북경의 강방(杠房) 업종을 ‘화자두(化子頭)’라고하기도 했는데 항상 거지를 고용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거지를 고용하면 현지 거지 항방과 왕래해야 했다. 그래야 아무 때나 필요할 때 어려움 없이 고용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일정한 정도에서 필요한 지역 질서를 유지할 수 있어서 경영 과정 중에 생기는 의외의 어려움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모두 거지 항방 세력을 빌려야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문화가 쌓여온 과정을 보면 여러 가지 항방은 선천적으로 탄생 시기부터 봉건 색채가 침투되어 있다. 거지 항방은 직업이 없는 유민으로 이루어진 오합지졸이라, 유랑민 의식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크고 작은 흑사회(黑社會, 폭력조직) 단원이기도 했다. 이것이 중국 거지 단체가 타락하고 변질된 기본 이유 중 하나였다. 항방은 관방이나 토비와 결탁하여 서로 이용하고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다하며 불법 세력(조직)이 되었다.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 즉 50년대 이전에 불법조직이 된 거지 항방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활략하였다. 심지어 8,90년대에 이르러서도 범죄 집단이 된 거지 항방 세력이 또다시 대두하여 해악을 끼치기도 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옛날 동북지방에 또 다른 거지 항방(行幇)이 있었다. ‘이거(二柜)’가 그것이다. 그들은 1년에 두 계절에 대량으로 양식을 구걸하는 대광과는 달리, 여러 방식으로 흩어져서 각지를 유랑하면서 구걸하였다. 예를 들어 이른바 요구하는 ‘요적(要的)’, 즉 밥을 구걸하는 것은 2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는 밥을 담는 밥통을 들고 길거리에서 애걸하며 구걸하는 것, ‘찬밥 그릇을 요구하는 거지’였다. 여러 가지 구실을 만들어 구걸하는 부류가 있었다. 예를 들어, 농사꾼으로 분장해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느니 병을 치료해야 한다느니 말하며 집집마다 다니면서 고기와 쌀을 구걸하거나, 길가는 사람으로 위장해 여비가 부족하니 도와달라느니 하며 구걸하는 사람으로 ‘밥을 구하는 거지’1)였다. 이것보다 더 많은 부류는 노래를 하며 구걸하는 부류였다. 예를 들어 ‘죽림(竹林)을 먹는 거지’로, 고달판(呱哒板, 박자를 맞추는 목판)을 치며 다녔다. ‘화상(華相)을 말하는 거지’로 사랍계(沙拉鷄)2)를 연주하고 다녔다. ‘검은 막대기를 가지고 노는 거지’로 담배설대를 치며 다녔다. ‘평고(平鼓)를 치는 거지’로, 합라파(哈拉巴, 소의 견갑골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며 다녔다. ‘자기를 때리는 거지‘로, 밥그릇을 때리며 다녔다, 위에 열거한 거지는 모두 ‘이거(二柜)’에 속했다. ‘이거’의 두목은 마음대로 개방의 거지를 때리고 욕할 수 있었다. 죽으면 명이 짧을 것을 원망할 뿐, 두목은 독점해 제멋대로 나쁜 짓을 저질렀다. 밖에서 온 거지는 모두 먼저 두목을 예방하지 않으면 그곳에서 구걸할 수 없었다. 강호의 불법 선착장이나 다름없었다. 두목을 예방하는 것이 강호 항방의 규칙 중의 하나인 ‘배마두(拜碼頭)’이다. 예를 들어 현지의 ‘화상을 말하는 거지’가 사라계를 치면서 밥 좀 달라며 돌아다니는 외지에서 온 동업자를 보면 곧바로 본지 사라계 치는 거지에게 먼지 통지하고 즉시 나아가 노래하였다. “죽판을 치니 딸랑딸랑, 상부(相府)는 어디에서 오셨소?” ‘상부’란 강호에서 밥을 얻어먹는 사람의 통칭이었다. ‘대광’ 개방 중의 맹인 거지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외지에서 온 동업자가 만약 항방의 규칙을 알고 있다면 곧바로 노래로 답했다. “지금 막 도착해서, 겨를이 없었네요. 곧바로 거상을 찾아갈 거외다.” 그러고는 즉시 이거를 찾아갔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두 손으로 밥통을 떠받들고 말했다. “여러 부상님들, 밥통을 점검하소서!” 구걸해온 돈이 모두 밥통 속에 있으니 여러분이 살펴보라는 말이다. 이거 중의 한 사람이 상황을 보고 앉으라고 청하면 외지에서 온 거지는 밥통 속에 있는 돈을 쏟아내어 세면서 말했다. “오늘은 괜찮았습니다. 적지 않은 부스러기〔사자(渣子), 동전의 은어〕를 얻었고 나는 호랑이〔비호자(飛虎子), 지폐의 은어〕도 있습니다요. 여러분이 쓰십시오!” 이거의 사람이 답한다. “같이 써야지요.” 그러고서는 사라계와 밥통을 벽에 걸어두고 차를 마시면서 물었다. “상부, 상부는 어디에서 오셨소?” “상부라 부를 정도는 아닙니다. 사부를 만난 건 늦었기도 하고 사부를 일찍 떠나보냈습니다. 종종걸음 치는 놈일 뿐입니다.”(자기는 강호를 강중거리며 다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겸손하게 하는 말이다) 연이어 물었다. “어느 집안의 밥을 먹소?” 그러면 자신은 모 문 모 가〔정(丁), 곽(郭), 범(范), 고(高), 제(齊) 5가로 나뉘고 외문으로는 한(韓) 3문으로 나뉜다고 전한다〕 출신이고 모모 인의 발(사부가 누구인지를 말하는 것)로 뛰고 있으며 모모 인의 밥주걱〔표파자(瓢把子), 사형이 누구냐를 말하는 것〕을 가지고 다닌다고 말한다. 연이어 사부와 태사부 등등을 묻는다. 대답하는 데에 오류가 없으면 본 가문의 사람(본 항방의 동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특별히 친하게 지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사부를 데리고 오라고 말한 후 물건을 압류하였다. 외부에서 와서 가문이 없는(항방에 가입하지 않은) 자는 그들에게 분명히 설명한 후에 믿음을 얻어 관례대로 밥을 빌어먹는다 하여도 항방에 가입되어 있는 거지처럼 그렇게 친밀해지지는 않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원래는 ‘쓸모없는 부채에 의지하다’(靠死扇子)인데 은어(암호)다. 뜻은 ‘要飯的化子’로 밥을 구걸하는 거지를 가리킨다. 2) 사랍계(沙拉鷄), 악기의 일종이다. 왼손에 두 줄기 판목을 연결시켜 만든, 판의 밑 부분이 보검 모양, 길이 약 30센티미터 넓이 약 2센티미터, 밑 부분은 3개의 얇은 철판이 드리워진 판(板)을 들고 흔들면 딸랑딸랑(叮叮当当)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 오른손에 길이 40센티미터 넓이 2.5센티미터 되는 대나무로 만든 판을 든다. 양측에 각각 29개의 끝이 원추형인 톱니가 있다. ‘salaji’, 곡예계(曲藝界)에서는 ‘수래보(數來寶)’의 박자를 맞추는 악기의 하나라는 것이라 한다. 발음을 빌린 것이라 한어가 제각각이다. ‘撒拉机’, ‘撒拉鸡’, ‘沙拉鸡’. ‘撒拉姬’, ‘撒拉击’, ‘撒拉笈’, ‘萨拉鸡’, ‘萨拉机’, ‘萨拉基’, ‘萨拉击’, ‘撒拉基’, ‘仨拉机’, ‘仨拉吉’, ‘仨拉击’ 등이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실제로 옛날에 궁가항 부류의 거지 항방(行幇)은 중국 어디에나 존재하였다. 일정한 지역을 각자의 기본 활동 영역으로 산재되어 있었고 연결되어 있었다.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길림(吉林) 해룡(海龍) 일대에 ‘대광(大筐)’과 ‘이거(二柜)’ 두 종류의 거지 항방이 활동하였다. 이른바 ‘대광’은 거지 집단이었다. 절름발이, 소경, 병자와 같은 거지가 평일에는 도시에 살다가 봄과 여름에 향촌으로 내려가 양식을 구걸하였다. 양식을 구걸할 때 ‘낙자두(落子頭)’가 무리를 이끌었다. ‘순자(順子)’라 부르는 작은 몽둥이나 ‘흘미(吃米) 팻말’을 손에 들고 갔다. 그 팻말은 지현(知縣)이 준 것으로 ‘황제의 명을 받들어 양식을 구한다’라는 증좌였다고 전한다. 이유가 충분하니 하는 말이 당당했다. 양식을 구할 때 쓰는 도구는 유관(柳罐, 버드나무 잔가지로 엮은 두레박 형태의 용기)이었다. 그래서 ‘대광(大筐)’이라 하였고 우두머리는 ‘광두(筐頭)’라 불렀다. 낙자두는 유관을 들고 무리와 함께 향촌으로 내려갔다. 주로 돈이 있는 천석꾼에게 양식을 요구했다. 그의 조수를 ‘방락자(幇落子)’라 불렀다. 낙자두는 조리 있게 말을 잘했고 대담했다. 황상이 효수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양식을 구할 때에는 사람을 보고 접시를 내놓듯이, 상대의 상황을 보고 행동하였다. 일반 집에 가면 유관을 집문 앞 반석 옆에 놓고 이상한 소리로 내질렀다. “주인님, 절름발이, 소경이 왔소, 먹을 양식 좀 주시오!” 그런데 세력 있는 향신 대문 앞에 가면 유관을 대문에서 3척 떨어진 곳에 놓았다. 세속은 권력이나 재력을 따지는 성질이 있다. 강자를 두려워하고 약자를 업신여긴다. 사회 하층에 속한 거지가 사람에게 구걸할 때에도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랐다. 분수에 따른 것일 터이다. 구걸해온 양식은 모두 광두가 분배하였다. 안으로는 개방의 가문을 관리하고 밖으로는 관부와 왕래하였다. 일종의 지방의 ‘인물’이었다. 매번 얻어온 양식은 대광에 속한 거지가 반 년 동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였다. 큰 수레를 이용하여 도시로 끌고 간 후 광두가 등급에 따라 분배하였다. 광두는 우두머리이니 도리로 보아 당연히 두 몫을 가져갔다. ‘선자(扇子)’는 한 손에 죽통〔竹筒, 송대의 범중화(范仲華)가 남긴 것이라 전한다〕을 들고 다른 손에는 신발바닥을 들고 애처롭게 부르짖으며 갈비뼈를 때리면서 구걸하는 거지다. ‘요자(舀子)’〔‘회자(擓子)’라고하기도 한다〕도 있다. 벽돌을 들고 자기 머리를 치며 먹을 것을 구걸하는 거지다. ‘파두(破頭)’도 있다. 칼로 자기 머리를 찍고 구걸할 집의 대문 앞에 드러누워 양식을 구걸하는 거지다. 그들은 낙자두와 한 통속이었다. 대광이 향촌으로 내려가 양식을 구걸하는 골간으로 각자 일정한 양을 분배받았다. ‘상부(相府)’(맹인 거지), ‘소락자(小落子)’(평상시에 작은 유관을 어깨에 메고 일반 집에 가서 간장, 짠지와 같은 것을 구걸하는 미성년의 어린 거지), ‘흘미적(吃米的)’(여성 맹인 거지)은 공헌이 그리 많지 않고 능력이 많지 않아 각자 반씩 분배받았다. 분배할 때 먼저 함께 먹을 양식을 남겨두고서 모두에게 입을 옷을 제공하였다. 남포(藍布) 옷 밖에 낡은 옷을 걸치는데 ‘음양저(陰陽底)’라 불렀다. 이런 절름발이, 병자, 맹인인 거지는 서로 운명을 같이 했고 서로 협력하였다. 큰 대오가 향촌으로 내려가 양식을 구할 때 개를 끌고 길을 안내하는 맹인 거지는 ‘연간(軟杆)’이라 불렀다.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앞에서 길을 인도하다가 구덩이를 만나면 ‘공(空)’이라 외치며 뒤따라오는 맹인 거지에게 다리를 높이 들라고 알려주었다. 그를 ‘경간(硬杆)’이라 불렀다. 그들이 대부호에게 양식을 구걸하는 근거는 궁가항의 조사 숭배 전설과 비슷했다. 옛날에 공자가 진(陳)나라에서 곤경에 빠지자 안회(顔回)를 보내어 범단(范丹)에게 산처럼 쌓인 쌀과 밀을 빌린 후에 후세에 대련을 붙인 집에서 빚을 대신 갚도록 했다는 게 구걸하는 근거였다. 대광 구성원 중에 사람이 죽으면 관 안에 흑사 사발을 4개 넣어주었다. 말굽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마 한 가닥을 넣었다. 말꼬리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 내포하는 뜻은 이렇다. 죽은 자가 죽기 전에 한 평생 집집에서 밥을 얻어먹었기에 다음 생에는 역참 사이에서 편지를 전달하는 역마로 태어나 전생에서 입은 은혜를 갚으려 한다는 의미였다. 민국 초기에 정부가 대광을 금지하면서 사라졌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