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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청 교수의 식품&바이오 이야기(20)] 단백질 구성물질 필수아미노산, 음식으로 꼭 섭취해야

인체에서 단백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물으면 십중팔구는 손톱과 머리카락을 얘기하지만, 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근육도 단백질이라는 것을 알고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단백질 음료(쉐이크)나 닭 가슴살을 즐겨 먹는다. 대부분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실제 우리 몸에서 단백질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단백질은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생체 내에서 물질을 분해 및 합성하고, 새로운 물질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효소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우리는 전분분해효소를 가지고 있어서 밥을 먹으면 에너지를 만들 수 있지만 섬유소(셀룰로스)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기 때문에 풀만 먹어서는 살 수 없다.

 

소, 염소, 양과 같은 초식동물은 장에 공생하는 미생물이 셀룰로스분해효소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풀만 먹어도 살 수 있는 것이다. 특정 효소의 존재에 따라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독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정해진다. 또한 생물의 숙명인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위해서도 복사기의 역할을 하는 효소가 있어야 한다.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해주는 헤모글로빈도 단백질이고, 혈액에 포도당 농도가 높으면 신호를 주어 혈당을 떨어뜨리는 기능을 하는 인슐린도 단백질이다. 외부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적이 침투했을 때 이를 없애주는 항체도 단백질이다. 이외에도 근육, 피부 등의 조직을 구성하고, 생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며, 불필요한 물질을 처리하는데도 단백질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즉 체내 단백질이 부족하면 신진대사도 원활하지 않고, 피부도 나빠지고, 근육도 줄어들며, 무엇보다도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잘 걸릴 수 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이 아미노산이다. 단백질을 건물에 비유하자면 건축에 필요한 재료를 아미노산이라 할 수 있다. 20종류의 아미노산(건축 재료)을 사용하여 단백질(건물)이 만들어 진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설계도에 따라 다양한 건물이 만들어진다. 벽돌, 창문, 문, 타일 등의 같은 재료를 가지고 건물을 짓더라도 설계도에 따라 학교가 될 수도 있고 공장이나 아파트가 될 수도 있다.

 

이때 생체에서 설계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 DNA라는 유전자이다. 유전자에는 어떤 아미노산을 어떻게 연결하여 어떤 단백질을 만들지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설계도(유전자)로부터 얻어진 일부 복사본(전령 RNA)에 있는 정보를 해석하여 인부(운반 RNA)들이 정해진 위치에 맞는 재료(아미노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건물(단백질)이 되는 것이다. 설계도가 저절로 건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료도 필요하고 건물을 지어주는 인부도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소고기 등심을 먹는다고 등에 근육이 생기지 않고, 닭다리를 먹는다고 허벅지가 두꺼워 지지 않는다. 우리가 고기를 먹으면 고기의 단백질이 소화 기관을 거치는 동안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이 아미노산을 체내로 흡수하여 설계도(유전자)에 따라 우리 몸에 필요한 다른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건축에 비유하자면 공장(섭취한 단백질)을 부숴 벽돌, 창문, 문, 타일 등의 재료(아미노산)를 얻은 후 설계도(유전자)에 따라 학교(우리 몸의 단백질)를 짓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단백질의 재료인 아미노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할 수 있지만 모자라면 체내에서 만들 수도 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모두 20가지인데, 생체 내에서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비필수아미노산과 필요한 양만큼 만들어내지 못해서 외부로부터 직접 섭취해야만 하는 필수아미노산으로 구분된다. 식물이나 미생물은 자신에게 필요한 아미노산은 모두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필수아미노산이 없는 반면 동물은 필수아미노산이 존재한다.

 

사람의 경우, 기본적으로 8종류의 필수아미노산이 있고, 성장이 필요한 어린이에게서는 2가지 필수아미노산이 더 추가된다. 사람과 같은 육식이나 잡식동물은 고기, 생선, 알, 우유 등의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 섭취를 통해 필수아미노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소나 양 같은 초식동물은 주식인 풀에 단백질이 많지 않아 충분한 필수아미노산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소화관에 공생하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풀의 섬유소로부터 필수아미노산을 만들어 낸다.

 

세균과 같은 미생물도 단백질의 원료인 모든 아미노산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데, 최고의 고등생물이라는 인간은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필수아미노산이 무려 8~10종류나 된다. 인간은 꼭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을 자체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음식에 의존하니 살아남는데 불리하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인간이 세균보다 자연에서 훨씬 유리하다. 밖에서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가지고 올 수 있는데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직접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미노산을 원료로 하여 단백질이 합성되는 과정을 건축에 비교해보면, 집 하나를 짓는데 벽돌이나 타일은 어마어마하게 필요한 반면 문과 창문은 몇 개만 있으면 될 것이다. 벽돌이나 타일과 같은 재료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 체내에 벽돌과 타일을 만드는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몇 개 필요하지 않은 문이나 창문을 만들기 위한 제조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손실이 클 것이다. 따라서 문이나 창문은 스스로 생산하는 것보다는 밖에서 뺏어 오는 편이 낫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먹이사슬의 최고의 위치에 있어서 원하면 언제든지 문이나 창문 같은 필수아미노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체내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벽돌과 타일 같은 비필수아미노산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체내에 있는 벽돌 공장과 타일 공장을 가동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

 

음식으로 섭취한 콜라겐 단백질의 작은 조각들인 저분자 콜라겐이 체내로 흡수되어 피부로 간다고 알려지면서 피부 미용을 위해 콜라겐 제품을 섭취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피부에 탄력을 주는 단백질인 콜라겐은 돼지 껍데기에 많이 들어 있는데 이것을 많이 먹는다고 우리 피부가 돼지 껍데기처럼 되지는 않는다.

 

콜라겐을 벽돌로 지은 집으로 비유하자면, 돼지 껍데기의 콜라겐(돼지 벽돌집)을 먹으면 소화 과정에서 이를 분해시켜 많은 벽돌을 확보하고 우리 체내에서 설계도에 따라 새로운 콜라겐(인간 벽돌집)을 만든다고 보면 될 것이다. 즉 사람의 벽돌집을 지으려면 체내에서 벽돌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벽돌이 많이 들어 있는 다른 벽돌집을 섭취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소 같은 채식동물은 장에 공생하는 미생물이 필수아미노산을 만들어 주지만 풀의 섭취만으로는 필요한 아미노산을 빠르게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살을 찌우기 쉽지 않다. 이에 인간들은 소에게 단백질을 손쉽게 공급하여 빠르게 살 찌우기 위해서 돼지나 닭의 도축 과정에서 버려지는 동물성 부산물을 먹였었다. 채식동물인 소에게 육식을 강제한 결과 광우병이 발생하여 인류의 건강을 크게 위협한 적이 있는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사람의 경우 고기, 생선, 알, 우유와 같은 동물 유래의 음식으로부터 필수아미노산을 충분히 얻을 수 있지만 채식주의자인 비건은 식물성 음식의 섭취만으로 필수아미노산을 채우는 것은 쉽지 않다. 비건을 고수하려면 특정 식물성 식품만 섭취해서는 안되고 두종류 이상의 식물성 단백질 식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곡류와 견과류의 단백질에는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부족하고, 콩류와 채소류의 단백질에는 필수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부족하기 때문에 같이 섭취해 주어야 부족한 필수아미노산을 보완할 수 있다.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성질환을 줄이기 위해 근육을 키우는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다. 근육 운동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으로 근육의 원료가 되는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운동 과정에서 찢어진 근육은 휴식을 통해 회복되면서 근육량이 늘어나고 강해지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또한 성장호르몬이 잘 작동하여 근육의 회복과 성장을 도우려면 6~8시간의 양질의 수면도 중요하다.

 

과도한 단백질의 섭취로 남아도는 아미노산은 체지방으로 전환되고 지방조직에 쌓여 비만을 야기할 수 있다. 근육 단백질의 생성과 에너지 대사에 사용하고 남은 아미노산은 분해 과정에서 질소 부산물을 생성하여 배설되는데 이때 간과 신장의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단백질의 적절한 섭취가 중요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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