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응하기 위해 적응성 면역을 강화시키는 것이 백신이라면, 선천성 면역의 일종인 NK 세포(자연살해세포)의 활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기능성 소재들이 개발되어 건강기능식품으로 시판되고 있다. NK 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와 암세포를 공격하여 파괴하는 매우 중요한 면역 세포로 그 수가 적거나 활성도가 낮으면 바이러스 질환이나 특히 암에 취약하게 된다.
우리가 적과 싸울 때 군인의 수도 중요하지만 수가 적더라도 전투력이 좋으면 일당백이 가능한 것처럼 NK세포 역시 그 개수보다 활성도가 중요하다. NK 세포의 활성도를 높이는 방법으로는 적절한 운동과 수면, 균형 잡힌 식사 및 스트레스 줄이기가 있다. 스트레스를 만병에 근원이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결국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려 병에 취약해 지는 것이다.
사실 스트레스는 인류가 살아남는데 필요한 것이었다. 원시 시대에 산에서 호랑이를 만나면 느긋하게 반갑다고 인사할 것이 아니라 도망치든 싸우든 해야 할 것이다. 호랑이를 만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액이 근육으로 가서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 먼 미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생존에 도움이 되는 면역이나 소화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
과거에는 살면서 호랑이를 만날 일이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일상에서 너무 많은 호랑이를 만나고 있다. 회사에 출근했는데 호랑이 부장, 늑대 과장 등을 매일 매시간 보고 있으니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어 면역이 뒤로 계속 밀리므로 암과 전염성 질병에 취약하게 된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각하다면 이것을 감기와 같은 병으로 인식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적절한 치료와 상담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또한 NK 세포의 활성도를 높이는 기능성 소재인 베타-글루칸이나 폴리감마글루탐산칼륨(PGA-K)가 들어있는 건강기능식품의 섭취도 고려해 볼만하다.
면역력이 약하면 병에 취약하지만 아군을 적으로 잘못 인식하여 오작동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면역계가 이상을 일으켜 내 것을 적으로 인식하여 내란이 벌어지면 같은 편끼리 싸우게 되는 자가면역 질환에 걸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류머티즈성 관절염인데, 퇴행성 관절염이 관절의 연골이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손상되어 발생하는 만성적인 질환인 반면에 류마티즈성 관절염은 면역 체계가 관절을 싸고 있는 윤활막을 적으로 인식하여 파괴함으로써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또한 면역 체계가 췌장 세포를 적으로 인식하여 파괴하면 인슐린 분비가 잘 되지 않아 제1형 당뇨에 걸리기도 한다. 이외에도 아토피 피부염, 전신에 염증반응과 홍반(붉은색 반점)이 나타나는 루푸스와 만성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도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다.
그에 더하여 면역계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무해한 침입자를 위험한 적으로 오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알레르기이다. 사람에 따라 꽃가루나 먼지 입자, 갑각류, 땅콩 등이 조금만 들어와도 적으로 인식하여 공격하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데 히스타민과 같은 강력한 화학 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함으로써 숨가쁜 현상, 재채기, 콧물, 눈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아나필락시스라는 과민 충격 상태를 야기하여 심지어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식품에서도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재료가 쓰인 경우 함유된 양에 상관없이 ‘밀, 우유, 대두 함유’와 같이 원재료명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나타내야 하고, 원재료로 들어있지는 않지만 제조설비를 같이 사용함으로써 혼입될 가능성이 있을 때도 ‘이 제품은 계란, 우유를 사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 시설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주의사항을 표시하고 있으니 잘 살펴보아야 한다.
면역력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자신에게 맞는 즐거운 취미 생활을 갖거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명상 같은 것도 해봄직하다. 다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매일매일이 호랑이를 만나는 상황으로 느껴진다면 전문가의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것도 적극 권한다.
면역력을 높이는데는 양질의 수면도 중요하다. 깊이 푹 자야 하는데 잠을 잘 못 이룬다면 숙면에 방해가 되는 술이나 커피(카페인)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활성산소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먹거리도 중요한데 면역 체계를 유지하려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영양소를 잘 공급해줘야 한다. 특히 면역 체계에서 강력한 무기인 항체는 단백질의 일종이기 때문에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이밖에도 홍삼, 인삼, 마늘, 생강, 양파, 표고버섯, 김치, 청국장 등의 식품이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면역력 강화에 못지않게 세균 및 바이러스와 같은 적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같이 노출되더라도 그 시간과 양에 따라 감염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독감이나 코로나가 유행하는 시기에도 방역 마스크만 잘 착용하면 무사히 잘 넘어갈 수 있다. 각종 유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가장 많이 접촉하는 신체 부위인 손을 잘 씻으면 각종 감염성 질환의 60%는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 8번 정도 손을 씻는 것을 권하며 손톱, 손등, 손목까지 꼼꼼히 씻는 것이 좋다. 좋은 생활습관이 면역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