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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청 교수의 식품&바이오 이야기(21)] 생체내 중요 일꾼 효소 ... 식품·의약·환경 널리 활용

 

효소식품이나 발효효소를 접하면서 효소라는 용어를 많이 듣고 있지만 효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효소와 효모를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효모는 이스트(yeast)로 불리며 포도주를 발효시키거나 빵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미생물의 일종이다.

 

효소는 영어로 엔자임(enzyme)이라고 하고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생명체 안에는 수천 종류의 효소가 있고, 일꾼인 효소가 일을 하지 않으면 생명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효모의 크기를 축구장에 비유하면 효소는 그 안에 놓여있는 축구공 정도의 크기이다. 마이크로(백만분의 일) 미터의 크기인 효모는 일반 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하지만, 효소는 그보다 천분의 일 정도 더 작아서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포도를 으깨고 효모를 넣으면 발효가 일어나 포도주가 만들어 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포도에 있는 포도당이 발효 과정을 거쳐 에탄올(술)이 되기 위해서는 효모 세포 내에 있는 무려 12 종류의 효소가 관여해야 한다. 효모 세포를 파괴하여 죽인 세포액에 포도당을 넣어도 술이 만들어 지므로 발효 반응은 결국 효모 안에 들어 있는 효소들에 의한 것이다.

 

우리 몸에도 많은 효소가 있어 생명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사람은 전분분해효소를 가지고 있어서 밥에 있는 전분을 분해시켜 에너지를 만들 수 있고, 단백질분해효소와 지방분해효소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기를 먹어도 소화가 된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종류의 분해효소가 있고, 필요한 물질을 만드는 합성효소 및 다른 물질로 바꿔주는 전환효소가 존재한다. 생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노폐물이나 독소를 제거하는 것도 효소의 역할이고, 노화와 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것도 효소이다. 심지어 생체 에너지를 만들거나 생명체의 숙명인 유전자 복제를 담당하는 것도 효소이다.

 

효소가 생명체에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 촉매 역할인데, 촉매란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는 물질이다. 우리는 전분분해효소가 ‘전분을 분해한다’라고 알고 있는데, 엄밀히 얘기하면 전분의 분해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다. 효소가 없더라도 전분은 아주 천천히 분해되어 언젠가는 포도당으로 완전히 분해될 수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느리면 우리 몸을 거치는 동안 분해되지 않고 배설되므로 에너지를 만드는데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종이도 오랜 시간 그대로 두면 바스러져 분해되고, 플라스틱도 오랜 시간 거치면서 분해되어 미세 플라스틱이 되듯이 효소가 없더라도 아주 천천히 반응은 일어난다. 그런데 인간의 입장에서는 효소가 없으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효소가 반응을 일으킨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영어에서 효소의 이름은 끝에 주로 ‘~ase’ 을 붙이는데 일본을 통해 용어가 들어오다 보니 우리 말에서는 보통 ‘~아제’로 쓴다. 전분분해효소는 아밀라아제(amylase), 단백질분해효소는 프로테아제(protease), 지방분해효소는 리파아제(lipase)로 불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름 끝에 ‘~in’을 붙이는 효소도 있는데 위장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펩신(pepsin), 십이지장에 있는 단백질분해효소인 트립신(trypsin),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효소인 트롬빈(thrombin) 등이 있다.

 

각 반응마다 그것에 딱 맞는 효소가 있어서 아밀라아제는 오로지 전분만 분해할 수 있지 섬유소, 지방, 단백질은 전혀 분해하지 못한다. 이렇듯 효소는 특정한 물질에만 작용할 수 있는데 이것을 기질특이성이라고 부른다. 아래 그림처럼 효소의 활성자리가 마치 자물쇠-열쇠처럼 특정 기질에만 딱 맞게 되어있어서 모양이 맞지 않으면 효소 반응이 진행되지 않는다.   

 

 

소화효소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기능을 못하면 소화불량에 걸리는 것처럼 우리 몸의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생체 기능이 떨어지고 심지어는 병에 걸리기도 한다. 효소도 단백질의 일종이기 때문에 유전자인 DNA에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즉 설계도가 잘못되면 그것에 의해 지어지는 건물이나 공장이 문제가 있듯이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효소가 제대로 만들어 지지 않아 생명체의 기능에 큰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응고효소가 제대로 만들어 지지 않아 상처가 나도 피가 멈추지 않는 혈우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고 이것은 유전자의 이상에 기인한 것이므로 유전병이 된다. 인류는 결혼이라는 것을 통해 유전자의 이상 또는 변이를 극복해왔다.

 

설사 내 유전자에 이상이 있더라도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를 만나면 내 자손은 정상 유전자도 같이 가지게 되어 제대로 된 단백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생존하는데 유리해져서 내 유전자를 영원히 존속시키는 훌륭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친족끼리의 근친혼을 금지시키는 것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생존에 더 유리한 것이다. 이는 예전에 왕족끼리 근친혼을 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유전병이 끊이지 않았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생체 내에서 효소가 너무 열심히 일을 해도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콜레스테롤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구성하고, 담즙과 비타민 D, 성호르몬을 만드는 원료로서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물질이다. 다만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아지면 혈관을 막아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혈액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인체 콜레스테롤의 2/3는 간에서 효소에 의해 만들어지고, 1/3정도가 음식을 통해 섭취하게 된다. 간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먹는 것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잘 떨어지지 않으면 약을 사용하게 된다. 이때 많이 사용되는 약인 스타틴 제제는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특정 효소가 일을 못하게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효소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일을 못하도록 활성을 억제하는 물질들이 의약품으로 사용된다.

 

생활 속에서도 효소는 여러가지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질긴 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연육제로 배, 키위, 파인애플이 많이 사용된다. 배에는 프로테아제, 키위에는 액티니딘, 파인애플에는 브로멜린이라는 단백질분해효소가 들어 있어 고기의 단백질을 분해시켜 부드럽게 해준다. 전분분해효소를 사용하여 물엿이나 올리고당을 만들기도 하고, 단백질분해효소와 지방분해효소는 때를 분해시키는 용도로 세제에 사용하고 있다. 치즈 제조에는 우유 단백질을 굳게 만드는 응유효소가 이용되고 있다. 의약용으로는 혈관을 막아서 심혈관계 질환이나 뇌경색을 야기하는 혈전을 녹이는데 혈전용해효소가 사용되고, 가까이는 소화제에도 소화효소가 들어간다.  

 

 

몇 년 사이에 발효효소로 알려진 효소식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일반적으로 효소식품은 약초나 곡물, 채소, 과일 등의 식물성 재료에 설탕을 섞어 발효시켜 만드는 것으로 발효식품의 일종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담은 식품공전에 따르면 효소식품은 ‘식물성 원료에 식용미생물을 배양시켜 효소를 다량 함유하게 하거나 식품에서 효소 함유 부분을 추출한 것 또는 이를 주원료로 하여 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즉 효소가 들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래 그림처럼 효소식품은 주로 발효효소로 시판되고 있고, 아밀라아제와 프로테아제가 들어있다.

 

 

한 예로 아밀라아제가 300,000 unit, 프로테아제가 500 unit 들어있다고 표시되는데, 여기서 unit(유닛)는 효소의 활성 단위로서 효소가 아무리 많이 들어있더라도 촉매 활성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g(그램)의 무게 단위가 아닌 활성 단위로 표시하는 것이다. 일꾼이 아무리 많더라도 일을 못하면 소용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소화제는 분리정제한 효소를 직접 넣어 소화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인 의약품인 반면, 효소식품은 효소 외에도 좋은 미생물과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여러가지 유용한 물질이 같이 들어 있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인 식품이다. 자신의 건강 상태나 소화 기능에 따라 적절히 섭취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연에서 만들어진 것은 자연에서 분해가 가능하다. 즉 이것을 분해하는 효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인류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인위적으로 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만들어 내었다. 대표적인 물질이 플라스틱인데, 원래 자연에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 즉 효소가 없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완전히 분해되는데는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수백년에서 천년 이상 걸린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아주 느린 속도로 분해되고 쪼개지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지구 환경과 인류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인류는 미생물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개발해왔고, 플라스틱을 열분해하여 연료화하는 기술도 도입하였으며, 2022년에는 플라스틱을 빠르게 분해하는 효소인 패스트페타제를 개발하였지만 실제 상용화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도 대량으로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처리하는데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교훈 삼아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자연으로 환원되지 않는 물질을 개발하거나 사용하는데는 국제적인 합의나 규제가 필요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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